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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의 본거지를 발견했다고?"
조금이나마 경험치를 먹겠다는 일념하에 후다닥 달려와 루이네에게 보고한 디엔은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예. 현재 2조장, 메이크나는 자신의 조원들과 함께 언노운 페이스를 토벌하기 위해 토벌 작전을 개시했습니다."
"흐음……."
평소 그녀의 모습으로 보아 전원을 동원하여 자신이 직접 그녀들을 이끌어 달려나갈 것이라 예상하였지만, 놀랍게도 루이네는 냉철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교활한 토끼는 3개의 굴을 판다고 하지. 언노운 페이스는 지금까지 수많은 경비병들을 농락한 것으로도 모자라 나까지 비웃으며 사라진 놈이야. 그런 녀석이 비밀 통로를 하나만 팠다고 보기엔 힘들어.'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루이네는 이내 디엔을 향해 입을 열었다.
"거기로 안내하도록. 내가 직접 나서겠다."
"예? 루이네님께서 말입니까?"
"조직원들은 모두 언노운 페이스로 의심되는 장소를 수색하고 있다. 괜히 조직원들을 한 장소로 모은다면 그만큼 놈이 다른 비밀 통로로 도주할 확률이 높아지겠지. 더이상 파견할 인원도 없으니 내가 직접 나설 차례다."
솔직히 말해서 디엔은 루이네의 실력을 단 한번도 제대로 확인한적이 없었다.
자신의 첫 목표이자 노예로 만들때 가장 보람찰것 같은 루이네의 실력이 어느정도냐에 따라 그녀를 기습 공격할 시기와 성공 확률을 계산할 수 있기 때문에 겉으론 매우 놀라면서도 속으로는 이런 최고의 찬스를 놓칠 수 없다는 일념하에 재빨리 입을 열었다.
"예. 그럼 그곳으로 안내해드리겠……."
"후우……. 아슬아슬하게 늦을뻔했군요."
그 때, 모든 조직원의 인상착의와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디엔의 귓가에 생전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와 복장을 한 여성이 나타났다.
어깨와 골반과 가장 가까운 허벅지 부위만 노출하고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여성의 몸매를 강조하는 타이즈한 복장을 한, 하얗다 못해 창백한 피부의 여성은 유난히 도드라지는 붉은 입술을 살짝 핥으며 입을 열었다.
"지하 수로쪽에서 아주 미세하지만 마나 파동을 느껴서 보고를 하고 언노운 페이즈의 목을 바치려 했는데 한 발 늦어버렸군요. 직접 녀석의 목을 따시렵니까?"
'뭐지? 내가 저런 미인을 모를리가 없는데?'
지금쯤 현장 지휘에 나선 로로나가 봤다면 눈꼬리가 휘어질정도로 친근한 어투를 사용하는 그녀의 모습에 방금전에 처음 대면한 사이가 아님을 확신하였다.
'아무래도 그동안 숨어있던 비수였던 모양이군. 다행이구만, 자칫 멋모르고 루이네를 노예로 만들려 했다간 목이 달아났을거야.'
아무런 기척도없이 나타나는 그녀의 모습에 지금까지 루이네를 기습 공격할 기회를 몇번 얻었던 디엔이였지만, 왠지 모를 불길함에 이성보다 본능을 우선시하는 습관이 이번에도 자신을 살렸음을 느끼게 되었다.
"아아. 로로나에겐 미안하지만 녀석은 내 몫이다."
자신의 충실한 충견인 로로나 또한 루이네가 이를 박박 갈게만든 원흉인 언노운 페이스를 향해 복수심을 불태웠기에 그녀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면 눈알이 뒤집히며 달려들것이 자명한 사실.
왠만하면 자신의 손으로 언노운 페이스의 목을 취하고픈 루이네는 그녀에게 비밀로 하고 몸소 움직이려 한 것이다.
"너도 가겠나, 클로디아?"
"당연한 얘기 아니겠습니까. 당신처럼 주변에 휩쌓이지 않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분노하니 저 또한 놈의 정체가 궁금해지는군요."
"그럼 움직이지. 디엔, 너도 날 따라오도록."
"예!"
실상은 디엔이 로로나에게 보고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지만, 어찌됐든간에 경험치를 거의 공짜로 얻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그는 속으로 싱글벙글해하며 대답하였다.
'뭐, 경험치 1이라도 아무 고생 안하고 먹을 수 있다면 그게 어디야? 혹시 그 외의 부수입을 얻을지도 모르지.'
그렇게 희희낙락해하며 루이네의 뒤를 따르게 된 디엔은 자신이 이런 바보같은 생각을 했었다는데 진심으로 후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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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네에 마스쿼레이드에서 파견나온 뱀파이어와 함께 가짜 언노운 페이스와 싸우게 된 디엔!
근데 이만큼 강력한 아군과 함께라면 적은 당연히 더 귀찮고 강력해야 정상이겠죠? ㅋㅋㅋㅋㅋ
어차피 다들 알게 될 사실이고 '헉!' 소리 나오는 반전도 아닌데다 어느정도 예상한 분도 계실테니 미리 적의 정체를 살짝 까발리자면 '여럿이 모여 하나' 와 계약을 맺어 스칼리아로 침범한 몬스터입니다.
정체까지 까발리면 너무 재미 없겠죠?
이번 던전 플레이에서는 마스터급인 루이네조차 등을 돌리고 도주할 상황이 만들어질테니 다들 기대 하세요~
원래 주인공 레벨로는 플레이 불가능한 정예급 던전입니다 -_-ㅋㅋ
PS:아무래도 취업눈을 좀 낮춰야겠습니다;; 너무 높게 눈을 잡으니 눈에 차는게 별로 없고 있어도 붙을수가 없네요 ㅠㅠ
PS2:원래는 무쌍연희를 연재할라 했는데 이상하게도 요즘엔 무쌍연희쪽이 안써집니다. 근데 루나틱돈은 바로바로 써지네요. 아무래도 무쌍연희는 잠시 손좀 놔야하겠습니다;;
PS3:연재해달라는 리플을 볼때마다 가슴이 찢어집니다. 저도 연참하고 싶어요! 저도 계속해서 글을 쓰고 싶어 미치겠단말입니다 어흑흑흑 ㅠㅠ어렴풋이 기억나던것이 2조원들과 함께 움직이면서 더더욱 뚜렷하게 기억나게 된 디엔은 빠르고 확실하게 길을 안내하여 2조가 들어갔던 구멍으로 향하였다.
이미 일루젼이 풀린덕에 미리 라이트 인챈트가 걸린 반지를 가져온 루이네는 반지를 끼며 성큼성큼 통로 안쪽을 내딛었고 그 뒤를 클로디아가, 마지막으로 디엔이 발을 움직이려는 순간.
-소형 정예 던전입니다! 모든 몬스터가 엘리트화 되었으며, 제대로 된 준비 없이는 순식간에 죽게되니 만반의 준비를 갖추세요!-
엄청난 아우라가 풍긴다면 또 모를까, 대부분 동일한 던전의 입구의 특징상 정예 던전을 알아보긴 매우 힘들기에 몇 안되는 편의중 하나인 '정예 던전 경고' 알림이 뜨자 잠시 흠칫거린 디엔이였으나, 2조의 팀워크라면 시간이 걸려도 충분히 처리가 가능하다고 생각되는데다 루이네가 직접 나선 이상 오히려 경험치를 더 많이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더더욱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그녀들의 뒤를 따라갔다.
약 20~30초 정도 어둠컴컴한 통로 아래쪽으로 내려가자 루이네 일행은 더이상 라이트 반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도시 밑에 이런 유적같은 곳이 있으리라곤 예상치 못했는데."
"…이 건축 양식…어디서 본 것 같군요."
모든 벽면이 살짝 칙칙한 보라색으로 도배되어 있고 무언가를 생산하는지 벽면 구석구석에 파이프들이 길게 이어져 있었으며,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건축 양식인지라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몰라 루이네는 어떤 유적지라 생각하였지만, 클로디아는 분명히 어디선가 본 건축 양식임을 가까스로 기억해냈으나 가물가물한 수준인지라 기억을 떠올리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할 듯 싶었다.
"건축 양식이 화려하든 조촐하든간에 아무 상관도 없어. 지금은 언노운 페이스의 얼굴을 보는게 우선이야. 반드시 놈의 얼굴 가죽을 떼어내서 평생 보관해주지!"
자신의 살의어린 결의에 뒤쪽의 누군가가 살짝 부르르 떨었다는 사실을 당연히 모르고 있던 루이네는 천장에 배치된 조명들의 숫자가 많음을 느끼고 반지를 벗으며 앞으로 나아가려던 차에 'ㄱ' 자로 꺽인 길에서 일단의 무리가 우르르 나타났다.
"그…으으……."
"크…그극…그……."
어떤 이는 용병처럼 자유로운 복장을 취하고 있었고 또다른 이는 기사였는지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있었는데, 모두 제각기 다른 복장을 취하고 있었으나 이들의 공통점은 눈의 흰자가 드러나 있으며 누가봐도 제정신이 아닌듯 하다는 것이였다.
"루…루이네…님……!"
그 때, 갑자기 나타난 무리중 한 명이 힘겹게 루이네의 이름을 호소하듯 불렀다.
"메이크나?"
그녀는 2조장, 메이크나였다.
디엔이 보고를 위해 본부로 돌아온 시간, 루이네와 합류하여 다시 돌아온 시간만 해도 10분을 넘지 않았는데 그녀의 복장은 여기저기 뜯어져 있었고 방금까지 어떤 격렬한 전투를 치뤘는지 뜯겨진 복장 사이로 상처들이 터져있었다.
"여…여기서…도…도망치셔야 합…니다……! 노…놈은…크흑! 침…입자…죽어…라아아아!"
메이크나는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말하려 하였지만, 눈동자가 올라가며 흰자가 눈 전체를 뒤덮더니 비명에 가까운 기합성과 함께 루이네를 향해 달려들었다.
"주인님의 적……. 죽여……."
"쯧. 세뇌를 당한건가. 하는 수 없지."
그녀의 행동에 다른 이들도 제각기 다른 무기들을 휘두르며 달려들기 시작하였고 루이네는 혀를 차며 검을 뽑아든 순간, 그녀의 얼굴 옆으로 소형 볼트 하나가 쏘아나가며 정면에서 달려들던 적 하나의 미간에 정확히 파고 들었다.
"호오. 꽤 정확한 사격 솜씨군?"
적이 눈 앞에서 달려드는데 어느새 석궁을 뽑아든 자신의 사격 솜씨를 칭찬해낸 루이네의 모습에 디엔이 앞을 가리켰다.
"루이네님! 앞에 적……!"
스카카칵!
그가 경고를 모두 마치기도 전에 팔이 사라진것 같은 속도로 검을 뽑아들어 자신에게 달려드는 적들을 순식간에 동강내는 그녀의 모습에 말을 다물고 말았다.
"적이 뭐?"
"아…아닙니다."
아까전의 무방비한 모습마저도 강자로서의 여유임을 알게 된 디엔은 아무런 준비 동작 없이 검을 뽑아드는 모습에 작게나마 감탄사를 내뱉으며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엄청난 발도술이구만. 무방비해 보여서 조만간 덥칠라했는데 덥치는 순간 17분할은 당첨이겠어. 방어력을 높일 마법 아이템을 가지거나 맨손으로 만든 후에 덮쳐야겠어.'
적을 순식간에 동강내며 여유에 찬 눈빛과 함께 당당함을 뽐내는 그녀의 자태에 저런 강자가 자신의 아랫배에 깔려 발버둥치고 말단 부하였던 자신에게 주인님이라는 호칭을 부르게 만들것이라 생각하니 아랫도리가 뻐근해졌으나, 지금은 눈 앞의 적이 우선이였기에 재빨리 볼트를 재장전하였다.
그가 루나틱 돈의 세계에서 살아오며 느낀점은 판타지 소설의 주인공처럼 한가지 무기만 들고 설칠정도로 만만하지 않고, 그럴 능력도 없는 자신의 현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였다.
적과 마주치기 전에 원거리 무기로 조금이라도 데미지를 주는편이 유리하고, 방어구야 어쩔 수 없다손 쳐도 만약을 대비하여 여러가지 상황에 대처할 무기를 가져야만 하였다.
이유? 그거야 당연히 '마나' 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나를 사용하는 기사들은 기본적으로 마법으로 강화된 마법 무기를 하나씩 들고 있는것이나 마찬가지인데다 무기를 휘두르는 힘을 최소화시키기 때문에 소모율으로 따지자면 건강 수치가 높은 디엔의 스태미나 소모율과 비등하다.
무엇보다 그 밖에 '마나' 를 이용한 일격필살 기술들이 많이 있는데, 스태미나를 사용한 기술은 전반적으로 위력이 '마나' 를 원동력으로 한 기술보다 약하고 스태미나 소모율이 높기 때문에 장기전에 적합하지 않다.
그렇기에 특별한 상황이 없는한 '평타' 로 공격해야 하는 디엔으로선 무기의 성능에 의지하는 플레이 성향을 보이기 때문에 여러 아이템들을 적재적소에 사용하여 자신의 분위기로 전투를 몰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공법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이였다.
"무식하게 달려드는 인간만큼 쉬운 사냥감은 없다 하더니 정말이네."
허공을 향해 팔을 휘두르자 그녀의 허리춤에 꽂혀있던 검은색 단도가 가느다란 은빛 실과 함께 허공을 향해 휘날렸고, 다시 팔을 휘두르자 단도는 마치 무협소설의 이기어검처럼 날라들어 세뇌에 걸려 아무런 전략, 전술도 없이 달려드는 적들의 몸을 향해 화려하게 날라들어 찌르거나 무참하게 베어냈다.
"컥! 커어억!"
게다가 검에 찔리거나 베인 이들은 상처를 중심으로 피부가 검은색으로 급속도로 변색되었고, 이내 검은 피를 토하며 힘없이 쓰러지는 것으로 보아 강한 독이 함유된 것이 분명하다.
자세히 보이지 않으면 제대로 확인조차 못할 가느다란 실이였지만, 운이좋게 빛에 살짝 반짝이는 것을 확인하고 단순히 손을 흔드는 것으로 이기어검처럼 단검을 날려대는 모습에 디엔은 예상치 못한 강자를 향한 소유욕이 생겨났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기에 조용히 경험치를 먹어 조금이라도 성장하는 원동력으로 삼고자 하였다.
재장전을 끝낸 디엔은 다시 한번 사격하자 그대로 자신의 볼트에 의해 목이 꺽여나가는 적의 모습에 세뇌를 당해서인지, 아니면 원래 실력이 없던 것인지 몰라도 근접전으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여겼으나 그의 할버트는 여기서 휘두르기엔 좁았기에 계속해서 재장전하여 적을 하나씩 확실히 보내버리는데 집중하였다.
'정예 던전인데도 불구하고 이정도로 쉬우면 별거 아니잖아?'
너무나도 간단하게 픽픽 쓰러져 나가는 적들의 모습에 자신만만해진 디엔이였으나, 아군이 워낙 강력하고 납치되고 세뇌당한 이들이 몇몇을 제외하곤 원래 그리 강한 수준이 아니기에 엘리트화 되어 능력치 추가 수정을 받아도 약체였고 강한 이들은 루이네와 클로디아가 처리해두었기에 그의 착각은 계속 되었다.
세뇌로 인해 다른 이들에 의하여 제 실력을 보이지 못한 메이크나는 자기 외에 아군들이 모두 쓰러지자 제실력을 내기 시작하였다.
"크아아아!"
세뇌를 당해 기술의 정교함은 떨어졌으나, 엘리트 몬스터화 하여 모든 능력치가 상승하였기에 자신과 비등하게 검을 맞대는 그녀의 모습에 루이네는 입가의 미소가 번져나갔다.
"하하핫! 꽤 성장했군! 좋아! 너의 한계를 내게 보여봐라! 초인의 경지에 들어갈 가능성이 보인다면 반드시 너를 구해주마!"
세뇌 중에도 루이네의 도발이 통한건지, 아니면 단순히 기회를 포착한건지 몰라도 메이크나가 몸을 낮게 낮추고 달려들어 루이네의 목젖을 향해 검을 꽂으려는듯이 빠르게 찔러들어갔으나, 빠르긴 해도 단조로운 공격이기에 검을 간단히 쳐내려던 그녀의 눈가가 처음으로 꿈틀거렸다.
쐐에엑!
밑에서 솟아오르듯이 올라오던 검을 쥔 팔은 잔상처럼 사라진 대신, 루이네의 시선이 아래쪽을 향하고 있을때 그녀의 정수리를 향해 메이크나의 검이 휘둘러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래쪽에서 공격하는 페인트 공격에 반 이상의 마나를 쏟아부어 진짜보다 더 살벌한 기세에 오히려 감각이 예민한 강자일수록 쉽게 속아넘어가게 하고 시선이 아래쪽을 향하고 있을때 사각 지대에서 낫처럼 적의 정수리를 쪼개는, 루이네로부터 자극을 받아 개발한 메이크나만의 기술, 데스 사이즈다!
츠캉!
"자신이 보유한 반 이상의 마나를 단순한 페인트 동작에 넣다니……. 의도는 좋았다. 하지만!"
한두수 높은 실력을 지닌 고수도 단번에 처리할 수 있는 그녀의 독문 기술이였으나, 아쉽게도 루이네는 그녀보다 월등한 실력을 지닌 강자였다.
자신의 정수리를 향해 꽂히려는듯이 내려오려던 검을 맞부딪혀 쳐낸 루이네는 섬광이라고 밖에 설명이 안되는 빠르기로 메이크나의 손바닥을 갈라냈다.
치료가 수월하게 하기 위해 손바닥을 반쯤 잘라내고 검을 회수하였지만, 메이크나는 반대편 손을 향해 검을 넘겨주고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주인님의 적…처단한다아!"
"쯧. 귀찮게 구는군."
숙련된 검사는 오른손잡이든, 왼손잡이든 만약을 대비해 반대편 손으로 싸울 수 있도록 훈련하는 법이지만, 오른손잡이에게 왼손으로 싸우라는 것은 아무리 연습을 해도 어색하기 마련이다.
전보다 어색해진 자세로 검을 휘두르는 검격을 피해 무릎으로 옆구리를 가격하고 그 충격으로 상체가 숙여지자 검손잡이 끝으로 목덜미를 강타하자 세뇌당해 광전사처럼 움직이던 메이크나의 행동이 멈추었다.
"후우. 상처없이 기절시키는것도 은근히 힘드네."
모르는 이들이 보면 검 몇차례 챙깡거리면서 이뤄진 허무한 결말이겠지만, 원래 고수의 싸움은 극단적으로 짧게 끝나거나 길게 끝나는 극과 극인 경우가 많은데 두 싸움의 공통점은 체력을 많이 소모한다는 것이다.
고수들이 짧게 전투를 끝낸다는 것은 동귀어진의 자세가 아니라 찰나의 순간에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을 수 있는 동체시력, 상대방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상황파악능력, 적을 공격하는 운동능력의 활동률이 극대화되어 공격, 방어, 회피가 모조리 종합된 고도의 집중력 싸움이라 할 수 있겠다.
메이크나로부터 초인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을 발견한 루이네는 일부러 그녀를 기절시키고 혹시 몰라 재빨리 그녀의 양손을 등 뒤쪽으로 제압해두었다.
"밧줄."
"예!"
디엔을 향해 묶을것을 찾자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여러가지 물건을 가지고 있는 그는 뒤쪽 허리춤에 묶여있던 밧줄을 꺼내들어 메이크나의 두 팔을 확실하게 매어두었다.
메이크나의 생포에 성공하였지만, 조용히 그 모습을 바라보던 클로디아는 약간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세뇌를 당한 이들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제 실력을 내기 힘들어. 그런데 저 여자는 세뇌를 당했음에도 세밀함이 조금 떨어질 뿐, 저런 기술까지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언노운 페이스가 세뇌 마법의 달인급이라는 말이 되는데…….'
"크으으!"
언노운 페이스의 마법 능력을 우습게 보기 힘들다고 생각한 클로디아가 루이네에게 이 문제점을 부각시켜주기 위해 입을 열려던 찰나, 기절 상태에서 깨어난 메이크나가 짐승같은 소리를 자아내며 몸을 흔들기 시작하였다.
"크아아! 흐아아아악!"
"거참, 이건 덴스우드(Densewood) 줄기로 만든거라서 오우거 정도의 힘이 아니면 안 풀리니까 가만히좀 계쇼."
두 팔이 뒤쪽으로 묶여있지만 일어나면 무슨짓을 벌일지 모르기에 그녀의 등허리를 무릎으로 찍으며 제압한 디엔은 거칠게 반항하는 모습에 투덜거렸다.
쇠만큼 단단한 목재인 덴스우드의 줄기로 만들어진 밧줄은 왠만한 몬스터도 힘으로 끊는게 불가능할 정도로 단단함을 자랑하기에 일어나지 못하게만 하면 충분하다고 여긴 그는 루이네를 향해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실겁니까? 여자 몸 위에 올라타는건 좋은데 평생 올라타고 있을 순 없습니다만?"
"그 놈, 나이좀 먹었다고 입담 참 걸죽해졌구나."
예전에는 조금 건방지긴 해도 정중함을 지켰는데 이제는 조금만 고삐가 풀렸다 싶으면 곧바로 풀어지는 그의 모습에 피식 웃어보인 루이네의 모습에 디엔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뭐, 약간 성인틱해졌다는건 인……."
찌지직---!
"…어랍쇼……?"
그 때, 자신의 몸 아래쪽에서 무언가 불길한 소리가 울려퍼지자 천천히 시야를 내린 디엔은 메이크나의 두 팔이 살을 깊게 파고들어 피를 토해내고 있는 모습과 조금씩 균열이 생겨나는 덴스우드 재질의 밧줄의 모습이었다.
"마…말도 안 돼! 이건 인간이 풀 수 있는게 아닌……!"
쫘아악!
"크아아아악!"
"칫!"
덴스우드 재질의 밧줄이 찢어내며 거칠게 자신의 등뒤를 제압한 디엔을 내팽개치려 하였으나, 자신보다 실력이 낮은 하수라 할지라도 등 뒤를 완벽하게 제압당하면 제 아무리 날고 기는 고수도 쉽사리 풀려나올 수 없는 법이다.
"끄으으으으!!"
우드득- 우둑!
"!!"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는 힘과 찍어누르는 힘에 의해 그녀의 등쪽에서 무언가가 부러져나가는 소리가 울려퍼지자 깜짝 놀란 디엔은 그녀의 척추나 뼈가 부서진다고 생각하고 하는 수 없이 몸을 일으켜 피해줄 수 밖에 없었다.
"크흐…흐으…흐으……."
밧줄을 힘으로 풀면서 손목에 피가 줄줄 새어나왔지만, 거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루이네를 향해 다가가려던 그녀의 모습에 루이네가 다시 한번 검을 들었지만, 이내 다시 팔을 내렸다.
"끝났군."
"예. 이미 재기가 불가능하군요."
"??"
무슨 말인지 몰라 잠시 대화의 흐름을 따라올 수 없었던 디엔이였으나, 메이크나의 모습에 무슨 뜻이었는지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