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7화 (77/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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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돌아가셔야 하나요?"

"음. 일단은 이 나라의 뒷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조직이다보니 말이지. 이대로 사라지면 간편하긴 하다만 차후에 모험가를 지망하는 내 행보에 애로사항이 꽃필것 같거든."

아직 모험가의 꿈을 잃지 않고 있는 디엔은 눈물을 글썽이며 안타까워하는 티아를 달래주었다.

몇달동안 안아주지 않다가 자신의 몸을 즐겨주었기에 그녀가 느끼고 있던 슬픔은 더더욱 컸다.

처음에는 블러디 바이퍼라는 조직의 설명을 들었을땐 믿을 수 없었으나, 그의 입에서 나오는 설명의 스케일이 커질수록 경악으로 물들게 되었다.

디엔이 언제든지 자기 마음대로 다룰수 있는 노예인 자신에게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기에 블러디 바이퍼라는 조직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시선에 걸리지 않도록 부단히 애를 써야 했다.

자신의 던전에서 최대 100명까지 오갈 수 있는 그의 특수 능력을 이용하여 조직 내에서 기습 공격을 감행하고 모든 관계자들을 죽이면 뒤를 쫓길 이유가 없지 않느냐며 조언을 해 봤지만, 그녀의 조언은 루이네라는 강자에 의해 변수가 너무나도 많았기에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원래의 계획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하였다.

지금 던전에서는 1세대 몬스터들과 납치해온 인간들을 교미시켜 태어난 2세대 몬스터들이 전투 훈련을 받으면서 중소클랜으로 착실히 성장중이기에 최소 4세대 몬스터들이 성인이 될때까진 루이네가 있는 블러디 바이퍼 스칼리아 지부를 도모하는 것은 큰 도박이나 마찬가지.

'다음에 기회가 생기면 샤쿠 녀석이 기병대를 제대로 창설했는지 봐야겠군.'

보병,치료,주술을 통한 만능형 병과 리자드맨, 공병, 특수병과의 랫 맨, 거기에 육식동물이 가진 폭발적인 가속력을 통한 샤쿠의 기병대가 완성되면 슬슬 다른 세력을 도모해볼만도 하기에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블러디 바이퍼에서 빠져나올 틈을 만들어내야만 했다.

자유로운 모험가 생활과 자신의 노예 컬렉션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던전을 키우는 두가지 토끼를 잡기 위해선 어떻게든 블러디 바이퍼의 그늘에서 벗어나는게 최우선이다.

마지막으로 티아와 진한 키스를 마지막으로 헤어진 디엔은 복귀를 위해 발걸음을 옮기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단의 경비병들의 호위를 받는 포고꾼이 방금 막 붙인 벽보를 등지고 평민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해서 모든 시민들은 밤에는 되도록 움직이지 말고 대낮에도 으슥한 길쪽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포고꾼이 뭔 말을 하든지 관심이 없던 그는 그대로 무시하며 지나치려 하였으나, 익숙한 단어가 귓가를 때리면서 발목을 잡아챘다.

"…요 근래에 다시 활동을 시작한 언노운 페이스의 인상 착의만이라도 보고한다면 크나큰 상금을 약속하는 바이다."

그 말이 마지막이었는지 경비병들을 이끈 포고꾼은 다른 지역에도 벽보를 붙이고 포고를 하려는지 어디론가 총총히 사라졌고, 남은 사람들은 불안감이 깃든 목소리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잠잠해졌다 싶더니 갑자기 또 등장하네요."

"혹시 언노운 페이스는 네크로맨서가 아닐까요? 가끔씩 미친 네크로맨서가 사람들을 납치해서 실험한다고 모험가들이 종종 그러더라구요."

"아무리 미쳐도 그렇지 하르카네 공작님의 영지에 수작을 부릴려면 미치기 이전의 문제가 아니겠어요?"

"하여간 빨리 잡혔으면 좋겠네요."

이미 모두 알고 있다시피 언노운 페이스는 디엔이 플레이어만의 권능인 귀환, 복귀 마법을 이용한 납치 행각으로 인해 얻은 호칭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노예들을 얻어 더이상 납치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언노운 페이스라는 이름을 내려놓은지 벌써 몇 년이 지났건만 자신도 모르는 언노운 페이스의 등장에 원조는 당연히 황당할 수 밖에 없었다.

'뭐지? 누가 나의 이름을 빌려 납치 행각을 벌이는거지? 단지 진짜의 악명을 이용해 자신들의 정체를 숨기려는 놈들인가? 아니면?'

진짜를 사칭하는 가짜는 모든 혐의가 진짜에게 가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수사망을 유유히 빠져나오는데 그 의의를 둔다.

영웅도 아니고 단지 납치나 일삼는 추악한 악당을 동경해서 그 뒤를 이으려는거라면 A/S 기간이 지나가버린 수리 불가능한 뇌를 가지고 있는 미친놈이리라.

'…잠깐. 일단 가짜든 뭐든간에 언노운 페이스라는 이름이 등장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불길한 예감이 그의 등골을 오싹하게 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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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든 뭐든 상관없다. 반드시 잡아 분이 풀릴때까지 구멍을 내주지."

'역시나…….'

루이네는 저택의 중앙 홀에 조직원들을 모두 모아두고 살짝 격앙된 어조로 언노운 페이스를 향한 적개심을 불태우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자신이 직접 나섰음에도 정체를 모르고 성별도 몰라, 최소한 체격은 어떠하다는 사실조차 알아내지 못했다는 완패에 복수심을 갈고닦던 차에 언노운 페이스라는 놈이 등장했으니 그게 가짜든 뭐든 무슨 상관인가. 일단 잡아서 족치고 보는거지.

'이거참, 이렇게까지 분노하고 있었던건가? 살짝 미안해지네.'

블러디 바이퍼의 일원으로서 조직이 어떻게 움직여 언노운 페이스를 붙잡을 포위망의 구조, 약점, 진행 방향등을 모조리 파악하여 여유있게 피해갈 수 있었던지라 손쉽게 빠져나간 디엔은 그 후로도 몇차례 더 납치를 벌이다가 루이네가 본격적으로 나오려 하자 더이상의 납치는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언노우 페이스의 활동을 멈추게 되었다.

하지만, 조금씩 열을 받다가 제대로 시동이 걸리자마자 사라진 언노운 페이스에 의해 한동안은 평소의 공명정대한 모습따윈 온대간대 사라지고 마법의 날에 걸린것처럼 히스테리를 부리는 모습을 목격한 디엔은 차라리 뒤치기를 하다 반격당해 죽으면 죽었지 언노운 페이스로서 잡혀 죽으면 트라우마에 걸릴것이 분명했기에 다시 언노운 페이스로 돌아가는 것은 꿈에도 꾸지 않게 되었다.

그 후에는 다시 원상복귀가 되었기 때문에 화가 다 풀렸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착각이였나보다.

"일단 각 조마다 납치 행각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을 정찰한다. 놈을 발견했는데 위험하다 싶으면 녀석의 정보만 파악하고 곧바로 후퇴해도 좋다. 아니, 꼭 후퇴해라! 내가 직접 녀석을 처단할테니까!"

언노운 페이스를 발견하고 곧바로 죽였다간 먼저 죽은 언노운 페이스가 부러울 정도로 괴롭힘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고 모든 조원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의외로 루이네는 왠만한 일에는 대범하지만, 한번 뒤끝이 남게 되면 상당히…아니, 아주 많이 길어 보였기에 각자 명받은 위치로 움직이기 위해 평소보다 일사분란하고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고, 디엔은 큼지막한 포대자루를 가지고 지하 수로로 향하였다는 정보에 의해 과거에 한 차례 지하 수로에서 모험을 했었던 경험으로 인해 2조와 함께 지하 수로로 움직이게 되었다.

"클로디아."

모두가 빠져나가자 홀로 남은 루이네는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고, 허공에서 그녀를 돕기 위해 지원을 온 뱀파이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첫번째 명령이다. 언노운 페이스의 정체를 밝혀오거나 사로잡아오도록. 힘들다면 처리해도 좋다."

"제 마음대로 움직여도 되겠습니까?"

"그래."

"후후…몸이 나른했던 차였는데 잘 됐군요."

루이네는 뱀파이어의 기척이 사라지자 자신의 검을 뽑아 손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언노운 페이스……. 네 놈의 정체가 무엇이든지 나의 모든 지식을 동원하여 가장 처참하게 죽여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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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근데 이력서를 10군대 넘게 넣었는데 다 탈락...나란 인간이 이정도에 불과했구나......

하지만! 아직 20대 청춘인 저이기에 절망하기엔 너무나도 이릅니다! 반드시 직장을 얻고야 말겠다!

이번에 시골에 다녀오면서 저의 결심이 더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친척들이 우리를 보는 눈빛이나 행동, 말투등이 아주 확연히 달라졌거든요. 평소 시골을 가는데 좋아하던 제 동생도 싫증을 낼 정도로요.

막말로 말하자면 쌍욕이 난무할것 같아서 못 쓰겠고, 그렇다고 순화하자니 저의 어휘력으로는 순화가 불가능합니다.

솔직히 지금까지 직장은 구해야지 싶어도 필사적으로 구해야만 한다! 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는데 이번에 시골에 다녀오고 나서 반드시 직장을 구해야 하는 이유와 열의를 얻게 되었습니다.

아마 다음이나 다다음 생존 신고때 좋은 소식을 얻을 수 있을것 같지만...세상 사는게 어디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가장 소중한 것을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고 하더니만...제가 이런식으로 깨닫게 되는 날이 오리라곤 생각도 못했네요.

이번 설날처럼 무겁고 힘든 날은 처음이군요. 저같은 녀석이 이런 충고를 하기엔 뭐하지만, 여러분 모두 너무나도 가까이 있었기 때문에 느끼지 못했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으셨으면 좋겠습니다."정말 이게 끝이야?"

"네. 그러니까 지하 수로는 이걸로 끝입니다."

누군가가 사람 크기의 포대 자루를 가지고 지하 수로로 이동하였다는 목격에 의해 1조 다음으로 실력이 뛰어난 2조의 조원들은 디엔을 선두로 세우고 지하 수로를 탐색하였으나, 그 수색은 30분만에 끝나고 말았다.

지하 수로의 패턴은 규칙적으로 ㅣ이루어져 있어 지형이 조금이라도 바뀐다면 쉽게 눈치채기 쉬울뿐더러, 애초에 누군가를 숨기는 공간으로선 최악이라 할 수 있겠다.

"지하 수로에 누군가가 커다란 포대 자루를 들고 왔다는 정보는 신빙성이 높아서 경비대가 먼저 수색을 했다고 하던데? 이거 아무래도 땡인거 아닐까?"

로카스트와 가까운 다른 대륙, 호에로아쪽과의 혼혈인듯 까무잡잡한 피부와 이국적인 외모, 작지만 쓸모없는 근육을 모두 버린듯이 단단해보이는 체구를 가진 여성은 스칼리아에서 거처가 발각된 '어둠의 결의' 쪽 결사원과 싸워 이기면서 그들이 가졌던 무기중 강화 마법이 걸린 자기 키만한 대검을 다시 등에 매면서 투덜거렸다.

"조장. 아무래도 여긴 아닌것 같군요."

조용한 말투에 허벅지와 옆구리가 시원하게 트인 노출도 높은 소서리스 로브를 입은 붉은 생머리의 여성은 두터운 검은 마법책을 보물인 마냥 안아들며 고개를 내저었다.

"어이! 혹시 싸우기 무서워서 일부러 우리를 같은곳만 빙빙 돌게 한건 아니겠지!"

녹색 해골의 입으로 들어가 안구로 나오는 검은색 독사 마크가 새겨진 스케일 메일을 입고 있는 약간 가녀린듯한 몸에 비해 신경질적인 인상으로 공격적인 태세를 내뿜는 다른 여성은 디엔을 향해 으르릉 거렸다.

그러자 간단한 경장비에 스키아보나(전투 도중 손잡이를 쥔 손을 다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바구니 모양 힐트를 가진 브로드소드의 명칭. 주로 화려하게 장식된 경우가 많다) 한자루만 지니고 있는 날카로운 눈매가 자색빛 머리카락 사이로 번뜩이며 그녀의 공격적인 언사를 향해 무언의 경고를 보냄과 동시에 제지를 행하였다.

"그만. 지하 수로의 구조는 일정하니 거짓말을 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아무래도 평범한 탐색으로는 안되겠군. 플로리아. 일루젼 탐색을."

소서리스 로브의 마법사, 플로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반적으로 던전에서 모험가의 시야를 속이기거나 중요한 무언가를 숨겨두기 위해 펼치는 일루젼 마법의 마나를 탐지해나가기 시작하였다.

만약, 그녀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면 완전한 헛걸음이리라.

그렇기에 플로리아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은 그녀가 집중하기 쉽도록 조용히 침묵하며 혹시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주변을 경계하였다.

'흐음. 실수로 조원이 함정에 빠져 죽지만 않았다면 1조보다 더 높은 위치를 올라갈 확률이 높다는 2조답게 확실히 일처리가 간결명쾌하군.'

혼혈쪽의 이름은 하샤. 아까 설명했듯이 호에로아와 로카스트인의 혼혈인이며, 체구는 작지만 근육을 압축하여 장기전에 강한 전사다. 로카스트인은 순수 근력이 강하기에 스피드형 전사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지만, 혼혈인 그녀는 호에로아의 전사들처럼 빠르고 날렵하면서 로카스트인의 강인한 근력도 물려받아 거대한 대검을 능숙하게 사용하면서도 장기전에 강하다는 것은 그녀가 가진 기량이 얼마나 큰지 단적으로 알려주는 예이다. 

스케일 메일을 입고 있는 가녀린듯한 몸매의 여성은 리벨다라는 이름으로, 갑옷 외에는 아무런 무장이 없는 이유는 그녀가 악신중 부패와 독을 상징하는 쿠알커르의 성직자이기 때문이다. 다른 게임이라면 모르지만, 루나틱 돈의 세계에서의 성직자는 어떤 갑옷이든지 입을 수 있으며 오로지 해당 신앙이 허락하는 무기만을 사용할 수 있다.

쿠알커르의 신도인 리벨다는 모든 독의 중독, 효능을 강화시키며 독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권능(권속으로서 얼마만큼의 위치에 올랐는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주 무기는 허리춤에 주렁주렁 매달려있는 작은 유리 구슬안에 주입된 독이다.

이들의 조장인 메이크나. 루이네가 지부장으로 배치받기 전까진 스칼리아 지부의 최강의 검술을 자랑하는 검사로 루이네가 직접 그녀를 단련시켜주면서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곤 하지만, 아쉽게도 디엔은 그녀가 제대로 활약하는 모습은 본적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플로리아라 불린 마법사는 5서클의 마법사로 나이에 비하자면 매우 뛰어난 재능의 마법사이지만, 그녀의 진면목은 단순한 마법사로서 끝나지 않았다.

"찾았습니다. 아무래도 헛걸음은 아닌것 같군요."

무언가 느낀 플로리아는 정신을 집중하듯이 미간을 찌푸리며 어디론가를 향해 천천히 향하였고, 그녀의 발이 멈춘것은 자신들이 들어온 입구와 가장 가까운 구역이었다.

"여기예요. 뭐가 나올진 모르지만 일루젼을 해체하도록 해보죠."

일루젼으로 막혀진 입구나 통로로 들어가려면 그곳이 일루젼으로 인해 왜곡된 공간이라는 것을 아는것과 별개로 해체 작업을 들어가야만 한다.

일루젼 마법은 상대방에게 거짓된 환상이 진짜인것처럼 느끼거나 환영을 보여주기 때문에, 일루젼에 의해 가려진 통로 너머가 뻥 뚫려져 있다 해도 머리는 그곳이 막혀져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껏 내달려가 부딪혀도 뇌는 벽과 부딪혔다고 착각하여 부딪힌듯한 고통을 스스로 자아내기 때문에 일루젼 너머의 공간으로 향하려면 일루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인식 능력이나 일루젼 해체만이 답이다.

촤라락---!!

일루젼 마법을 풀기로 마음을 먹은 플로리아는 품안에 쥐고 있던 가죽으로 만들어진 검은색 책을 허공을 향해 던지자 책은 그녀의 가슴 부근에서 멈추더니 플로리아가 손을 부드럽게 휘두르자 마치 강풍이라도 만난것마냥 표지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한 장의 표지가 떼어지면서 일루젼 마법을 해체하는 디스펠이 시전되자 일루젼으로 막혀져 있던 통로가 뻥하니 뚫려졌다.

'인외의 서……. 확실히 탐나는 아이템이야.'

플로리아가 가진 인외의 서는 마법책이라기 보단 '스크롤 북' 이라고 칭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한 페이지를 뜯을때마다 거기에 내장되어있는 마법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인외의 서를 가진자는 지능이 몇이든간에 그 안에 개재된 페이지 수, 각 페이지들이 가지고 있는 마법의 효능을 알게 되기 때문에 인외의 서를 펼칠 시간만 된다면 그녀의 손짓 하나에 수백의 군대가 초토화 되고 만다.

이러한 막강한 마법 아이템인 인외의 서가 어째서 '인외' 라는 이름이 붙여졌냐면, 이 아이템은 그녀가 블러디 바이퍼에 들어오기 전에 마법을 신의 힘으로 여기는 무지렁이들이 모여 사는 마을 십여개에 속한 수백명의 인간들을 악마와의 거래로 '한명의 영혼당 한 페이지' 라는 거래를 성사시켰기 때문이다.

커버부터 페이지까지 모두 거래된 인간의 가죽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오로지 악 속성의 캐릭터만이 사용가능하다는 제약이 있지만, 인외의 서에는 플로리아를 죽이는 것보단 그녀와 거래를 하는 쪽이 더 많은 영혼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악마가 서비스로 언제든지 자신을 호출할 수 있는 마법진과 페이지 사용 횟수를 늘이기 위해 인외의 서의 내용에 한하여 지식 주입 마법을 새겨주었기 때문에 인간만 바칠 수 있다면 얼마든지 페이지를 보충할 수 있다.

"모두 지급품을 착용한다."

통로 안이 어둠으로인해 한치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이자 어둠속으로 잘 숨어다니는 언노운 페이스를 상대하기 위해서 루이네가 지급한 반지를 하나씩 착용하기 시작하였다.

모두 반지를 착용하자 몸에서 백색의 빛이 눈에 아프지 않을 정도로 아른아른하게 퍼져나갔고, 착용자 기준으로 10m까지 주변을 밝혀주었다.

그녀들이 착용한 반지는 라이팅 마법이 인챈트된 반지로서, 던전에서 주로 활약을 하는 모험가들에겐 필수품인 마법 아이템이다.

몸을 빛나게 해주기 때문에 역으로 말하자면 상대방을 향해 기습을 행할 수 없지만, 어차피 어둠속을 해집고 어둠에 익숙한 몬스터와 싸워나가는 모험가들로선 기습을 할 수 있는 상황과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에 그정도 단점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왜 라이니들은 이 반지를 쓰지 않았을까? 돈이 없었나?'

그녀들 같은 경우는 나름 오랫동안 모험을 했지만, 흔히들 말하는 '득템' 을 하지 못한 불행한 케이스라 할 수 있겠다. 몬스터들을 처리하면서 얻은 부산물과 의뢰금으로는 영구적 라이팅 마법이 걸려진 마법 아이템을 사기엔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디엔과 함께 대박을 터트렸으니 지금쯤 라이팅 마법이 걸린 아이템을 기본적으로 하나씩 가지고 있으리라.

"디엔, 너는 루이네님께 이 장소를 발견하였다고 보고하도록. 우리들은 이 안을 탐색하겠다."

"…예."

1,2조는 워낙 다방면에서 능숙한 이들이였기에 디엔은 이들의 일을 도운적은 없었지만, 2조에서 적의 함정에 의해 조원이 한 명 죽으면서 잠시나마 2조에 합류했었던 디엔은 그녀들이 가진 강함을 가까이에서 경험하였기에 그녀들과 함께 경험치를 먹으려 하였으나 메이크나가 그에게 보고역을 맡기면서 쉽게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한 그는 속으론 투덜거리면서 대답하였다.

지하 수로에 언노운 페이스의 본거지로 보이는 비밀 통로가 있다는 보고를 되도록 빨리하면 2조와의 합류가 빨라지면서 조금이나마 경험치를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한 디엔이 재빨리 등을 돌리고 수로 밖으로 나가자 메이크나는 언제든지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들과 함께 언노운 페이스의 목을 따기 위해 깊숙한 어둠을 해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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