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2화 (7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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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칼리아는 아직 정체도 모르는 적에게 포위당한 상태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비록 그 적들에게 정보를 흘리라곤 했으나 도적단의 구성이 어느정도 완성된 다음에야 정보를 흘려야 어느정도 싸움이 되지, 초장부터 이쪽의 패를 드러낸다는 것은 싸움도 못해보고 지는 바보같은 행위였기에 루이네는 도적단의 멤버를 도시 내의 인원으로 꾸려 나가야만 하였다.

하지만 어떻게? 스칼리아에 체류중인 대다수의 사람들은 각자 자신들의 삶을 꾸려나가고 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도적단이 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

수많은 용병들을 회유, 고용해서?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절반 이상이 상단 호위를 위해 오가고 있으니 어설프게 움직였다가 입 싼 용병들로부터 자신들의 계획이 발설될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생각해낸 것은 조직의 재산과 하르카네 공작의 홍보를 이용하여 거대한 무투대회, '토너먼트' 를 개최하여 전 세계에 있는 전사들을 스스로 불러모으게 할 계획을 구상하였다.

상당한 금액의 상금을 내건다면 돈의 유혹에 빠진 이들이 알아서 몰려들어 올 것은 자명한 일.

조직은 그 때를 이용하여 쓸만한 무력과 휘어잡기 쉬운 성격을 가진 이들을 포섭하여 도적단의 멤버를 충당시키기로 한 것이다.

회유가 안된다면 입막음을 위해 가차없이 손을 써야만 하는데, 용병들만 있다면 상당한 논란거리가 되겠지만 용병 외의 많은 인원들이 몰려든다면 자기네들끼리 싸우거나 은원관계를 가진 이들이 만나 싸운거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뒷처리도 오히려 깔끔하다.

스칼리아가 대형 상업 도시이며, 그 도시에 기생하는 조직으로서도 모두가 혹할 수 있는 상금과 토너먼트 개최비, 관리를 위한 외부 인력 고용 등등 돈이 들만한 일이 매우 부담스러웠기에 그녀의 계획은 최소 3~4년 동안 돈을 긁어 모아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못배운 티를 드러내는 다른 암흑가 조직들처럼 무작정 보호세를 올려 받게 된다면 당장은 큰 이익이 될지 몰라도 그로인해 상업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스칼리아의 상업은 크게 퇴행되어 황금알을 낳는 오리의 배를 가르는 격이나 마찬가지인 어리석은 짓이였기에 그녀가 더욱 확장시킨 것은 '밀무역' 이었다.

스칼리아에는 상계의 큰 손으로 꼽히는 대부호들이 많기 때문에 그녀들에게 엄격히 규제된 이국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사치품을 공급해줌으로서 돈을 버는 사업을 좀 더 판을 크게 벌리기로 한 것이다.

때문에 블러디 바이퍼에 지배되는 하위 조직들 중 입이 무거운 자들만을 골라 밀무역 통제, 감시, 거래를 돕도록 하면서 부족한 인원을 채웠으나 언제, 어디서, 어떤곳이든 이레귤러는 존재하는 법.

아무리 처벌을 강화해도 위험을 감수하기만 하면 평생동안 떵떵거리며 살 수 있는 보물들도 이따금씩 거래되기 때문에 블러디 바이퍼의 진정한 무서움을 모르는 하부 조직원들 중 몇몇은 그 보물들을 훔치기도 했다.

바로 지금처럼.

"헉- 헉-!"

좁은 골목길을 이리저리 오가며 체구가 작고 몸이 날렵한 여성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땀을 비오듯이 흘려댔으나, 자신의 품 속에 들어가 있는 림무란 제국의 보물의 감촉에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저기다!"

"쫓아!"

그 때, 그녀의 뒤를 밟은 추적자들이 그녀를 향해 고함을 질러대며 맹렬하게 쫓아오기 시작했으나, 무거운 무기를 들고 무장을 한 저들과 달리 작은 단도 몇개에 몸이 가벼운데다 보물의 부피 또한 작은 덕에 빠른 움직임이 가능한 그녀는 추적자들을 농락하며 빠르게 골목길 안쪽으로 들어갔다.

마치 거미줄처럼 얽히고 섥힌 스칼리아의 슬럼가에는 부랑자, 불량배, 살인자들로 가득찬 범죄자들의 소굴이지만 슬럼가 아래쪽에는 슬럼가만큼 넓은 땅굴이 있는데, 그곳에는 슬럼가의 인간들중에서도 최악의 범죄자들만이 사는 '언더 다크' 라고 불리우는 지역이었다.

언더 다크는 드로우, 비홀더, 움버헐크, 일리시드 같은 사악하고 강력한 몬스터들이 사는 지역명이기도 하지만, 이따금씩 그만큼 사악한 인종들이 사는 지역이라고 빗대어 부르기도 하기 때문에 온갖 인간 군상들이 사는 스칼리아의 언더 다크는 진짜 언더 다크만큼 사악하고 생명 알기를 벌레 취급도 안하는 범죄자들이 득실거리는 곳이다.

'어떻게든 언더 다크까지만 도망가면 녀석들도 쉽게 추적은 못할거야! 거기서 잠잠해질때까지 쥐 죽은듯이 살다가 나온다면……! 이 물건을 반값에 팔아도 시골 마을에서 종들을 부리며 편하게 살 수 있단 말씀이야!'

언더 다크에서는 어깨만 스쳐도 누군가 한 명이 죽을 정도로 살기등등한 곳이라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을 낮추고 사는 법을 잘 알고 있는 그녀는 최소 2~3주는 혼자서 조용히 지낼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추적자들을 따돌리며 코너길을 돌아 언더 다크로 향하는 땅굴로 향하던 중, 다 낡아빠진 판자집을 지나가려는 순간 엄청난 굉음과 함께 판자집이 부서져나갔다.

와드드득!

"키햑!?"

판자집을 부수며 튀어나온 인영이 거칠게 숄더 태클을 날리자 갑작스런 기습 공격에 무방비로 얻어맞은 도둑은 거칠게 담벼락에 몸을 부딪히고 말았다.

"아아~ 댁도 참 재수가 없네. 어떻게 하필이면 딱 나한테 걸리남?"

판자집의 잔해를 뚫으며 나온 이는 소년티를 완벽하게 벗어난 갈색 머리 단발의 남성이였다.

키가 크고 어깨가 벌어진 것이 한눈에 봐도 한 명의 전사로서 상당히 위협적으로 보였지만, 이 게임의 세계에서는 남자의 인권은 매우 낮았기에 무력으로도 자신이 없던 그녀는 예상치 못한 기습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어린 표정을 지으며 허리춤에 꽂혀있던 단도를 꺼내들며 위협하였다.

"꺼져! 지금 당장 사라진다면 네 놈 몸에 칼빵나는 일은 없을……."

순간, 남자의 손이 빠르게 도둑의 손목을 가격하여 간단히 무장을 해체시키더니 그대로 그녀의 목을 잡고 가볍게 들어보였다.

루나틱 돈에서 일반인의 근력은 30~40. 1류 용병은 80~90대이며 근력 위주로 성장한 1류 용병은 90~110 수준이다.

체구가 날렵하여 민첩이 높은 대신 힘이 약 60 수준인 도둑과 달리 그녀를 제압한 남자의 근력은 200대!

꽈득! 꽈드득!

"꺽! 꺼헉……!"

근력 200의 악력으로 목을 조이자 실핏줄이 터지며 눈망울이 토끼처럼 붉어지고 얼굴은 붉어지다못해 새파래지면서 서서히 의식의 끈을 놓으려던 순간, 남자의 행동을 막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기까지 해라, 디엔. 배신자는 그렇게 '간단히' 처리하는 법이 아니라고 몇번이나 얘기해야 하나."

"아차차~ 그랬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어떤 여성의 목소리에 목을 조이던 아귀힘이 풀려지자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도둑은 디엔이라 불린 남자에게 거칠게 내팽겨지면서 땅을 나뒹굴었고, 그와 동시에 무언가가 바스라지는 소리와 함께 형용키 어려운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비명을 지를 수 밖에 없었다.

콰직!

"꺄하아아악!"

다시는 도망갈 수 없게 그가 발목을 힘껏 밟아 발목뼈를 분지른 것이다.

"이 상태에서 우리 추격을 따돌리고 도망간다면 근성 종자로 인정해주지. 그런데 내가 보기엔 넌 그렇게 근성이 있어 보이진 않네?"

발목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러대는 도둑의 모습에 기분좋다는 듯이 미소를 지어보인 그는 자신과 함께 매복해 있던 여성, 로로나와 함께 비명 소리를 듣고 따라올 조직원들과 함께 복귀하기 위해 담벽에 등을 걸치며 여유있는 모습으로 휘파람을 부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디엔을 못마땅하게 여겼던 로로나는 사납게 흘겨볼 뿐, 그 외엔 꾸중도, 참견도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였다.

'저 녀석이 조직에 들어온지 4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새 저렇게까지 성장하게 된건지는 계속 지켜보던 나조차 이해가 안 돼. 녀석은 대체 정체가 뭐지?'

4년동안 온갖 임무를 도맡으며 경험치를 얻게 된 디엔은 토먼트 센티널과 치프틴을 고루 레벨업을 시켜 육체적 능력치와 정신적 능력치를 조화시키는데 성공하였다.

NPC들은 레벨업을 할 수 있는 경험치를 얻게 되어도 명상, 자기 수련을 통해 레벨업을 할 수 있는데 반해, 디엔은 플레이어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경험치만 충족된다면 빠르고 간단하게 레벨업이 되었다.

초반에는 이미 자신들의 능력치가 결정되어있는 NPC들에겐 초반은 플레이어가 밀릴 수 밖에 없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반전하게 된 것이다.

4년이라면 그리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보잘것 없던 소년이 조직의 멤버들과 대등하게 서기엔 너무나도 짧은 시간이었다.

특별한 수련? 규정된 훈련 시간외의 훈련은 본적이 없다.

특별한 재능? 루이네의 입으로부터 직접 '머리 쓰는덴 뛰어나지만 몸은 그저 그렇다' 라는 평가를 받았다. 참고로 루이네의 눈썰미는 지금까지 틀린적이 없다.

특별한 기연? 그런게 있으면 다른 조직원이 먼저 해먹지 보잘것없는 남자에게 넘겨주겠는가?

그가 지금까지도 휴가만 받으면 어디론가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배후가 더더욱 궁금해지는 로로나였다. 대체 어떻게 해야 남자따위가 저렇게까지 빠르고 확실하게 강해질 수 있단 말인가!

'그래. 지금은 네 맘대로 유유자적하게 있어라. 배후만 밝혀진다면 네 놈의 피부를 아주 얇게 한장 한장 떼어내줄테니까.'

그런 로로나의 각오를 아는지 모르는지 유유자적하게 다른 동료들을 기다리고 있던 디엔은 자신의 상태창을 바라보며 4년전과 확실하게 달라진 자신의 능력치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디엔-

나이 : 20살

레벨 : 25 (402997/920000)

직업 : 토먼트 워리어(12), 치프틴(13)

소속 : 블러디 바이퍼, 바이퍼 팽

공적 : 8880

성장 타입 : 식자

근력 : 211

지력 : 137

건강 : 168

민첩 : 152

기술 : 148

지혜 : 163

매력 : 150

정신 : 181

포만도 : 69.4%

갈증 : 73.1%

피로도 76.4%

HP : 336/336

MP : 0/0

STA : 411/437

재능 : 섹스 어필, 마나 부적응자

스킬 : 전승 지식22(엑스퍼트), 강철 위장14(노멀), 야영술8(견습), 중갑 숙련화50(그랜드 마스터), 원시인의 악력50(그랜드 마스터), 카마수트라50(그랜드 마스터), 라이트 레인지 웨폰50(그랜드 마스터),기습 공격17(노멀),발자국 죽이기20(엑스퍼트),헤비 슬래싱 웨폰1(견습), 폴암 마스터리21(엑스퍼트)

액티브 스킬 : 블리딩 스트라이크10(노멀), 둠 오브 크라잉12(노멀) 브레이브 포스6(견습)

수련 스킬 : 쿠룸 칼라리9(견습)

레벨 6까지는 필요 경험치가 2배씩 상승하였지만, 그 이후부터는 최대 경험치의 증가율이 +15000이 되더니 레벨업을 하면서 15000이 17000, 17000이 21000 식으로 증가하자 어떤 공식이 성립되는지 잘 몰랐던 디엔은 어떤 방식으로 필요 경험치가 증가하는지 공식을 알아내려 하였으나 뭔가 있는듯 하면서도 잘 풀리지가 않자 '내가 겜하러 왔지 수학 공부하러 왔는줄 알아?' 라며 경험치 증가 공식을 알아내는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쯧. 그건 그렇고 4년동안 이 짓을 했는데 레벨이 저 따위라니…….'

초반에는 플레이어 특성을 이용하여 빠르게 성장할 순 있었으나, 경험치는 계속해서 높아져가고 루나틱 돈의 퀘스트, 퇴치 경험치가 쪼잔한 탓에 4년동안 나름 빡세게 굴렀다고 생각했는데도 레벨업은 아직도 요원하다.

참고로 저 능력치는 레벨업만 해서 얻은 능력치가 아니고 스킬 레벨이 높아지면서 얻는 보너스 능력치라던가 라이니 일행들과 던전 탐험을 했을때처럼 특별한 연출을 통해 추가 보너스를 받으면서 올라간 것이다. 단순 레벨업만으론 현재의 능력치를 얻기엔 상당히 힘드리라.

'뭐, 그래도 일단 능력치를 골고루 올렸고 지금의 근력은 어디 가서도 꿀리지 않으니 좀 더 여유를 가져볼까나.'

솔직히 말해서 그는 자신의 주력 무기와 현재 능력치만으로도 충분히 루이네를 깔아뭉갤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주변에는 많은 부하들이 있는데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여러가지 임무를 완수하다보니 조직이 가진 힘의 저력을 느끼게 되었다. 때문에 던전의 몬스터들과 함께 이동하여 기습 공격을 가해도 아차 하는 순간 목이 베어져나갈 것이 분명하다 여기고 좀 더 신중을 기하기로 하였다.

이윽고 다른 조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와 쓰러진 도둑을 거칠게 제압하기 시작하였고, 입에 솜뭉치같은 것을 틀어막아놓고 기절시킨 후에 준비한 포대자루에 쑤셔넣고 특별히 준비된 고문실이 기다리고 있는 본부로 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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