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3화 (53/173)

------

요즘따라 컨디션이 들쑥날쑥하네요. 이번편은 그 들쑥날쑥한 상태에서 쓴거라 상당히 불안합니다;;

디엔은 절대로 마나, 기를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본문에서도 나왔다시피 육체적인 능력과 뛰어난 성능을 가진 마법 아이템으로 부족한 특수 능력을 채워야 하는 고전 판타지의 전사형 캐릭터입니다.

육체적 능력의 차이가 나면 그냥 무쌍난무로 쓸어버리겠지만, 그렇지 못한 상대에게는 마법 아이템의 능력과 병기가 가진 이점을 이용하여 승부해야 하죠.

가지고 있는 아이템이 어떤 것이냐에 따라 전략, 전술도 최대한 다양하게 설정해볼 생각입니다.…….

순간 고요한 적막이 대기를 장악하였다.

지쳐 쓰러진 그레이터 웨어울프와 그 부하 웨어울프들이 내뱉는 자그마한 숨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정도로.

하지만, 지금까지 온갖 양념질과 사탕발림으로 플래그들을 세워가며 조금씩 조금씩 먹어치우기 위한 사전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작스래 '얘네들 내가 먹어도 되지?' 라면서 입을 벌리는 모습은 1km 짜리 도미노를 900m까지 세워놨는데 누군가가 와서 발로 툭 건들때 느끼는 분노와 비등하였다.

미리 경고하겠지만…도미노에 집중하는 사람 곁에서 정말로 저랬다간 누구 하나 죽는다. 하지 마라.

문제는 그가 느끼던 분노만큼 여럿이 모여 하나도 어이가 없었다.

나름 예의있고 저자세로 나오길래 '한번 봐주지 뭐' 라고 생각하여 '관대한' 조건을 걸어줬더니만 예상치 못한 욕설에 수백 마리의 브레인 마우스들의 뇌활동이 순간적으로 정지한 것이다.

=지금 뭐라 했지……?=

"귀가 몇백쌍이나 있으면서 내 말 하나 못 알아쳐먹는거냐? 다시 말해줄테니까 니들 귀에 가득찬 병균들 파내고 똑똑히 들어! 네놈들을 모조리 잡아다가 육포로 만들어 저잣거리에서 팔아버리려는 것을 참아줬더니만 감히 어쩌고 저째? 너희들 같은 쥐새끼들은 나 혼자서도 충분해! 모조리 육포 구이로 만들어주마!"

그것이 시작이었다.

더이상 얘기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 여럿이 모여 하나는 눈 앞의 미천한 인간을 곱게 죽일 생각이 없었는지 살상력이 낮은편인 매직 미사일을 동시에 시전하여 발사하였다. 순간적으로나마 엄청난 고통을 겪으며 처참하게 죽일 기세였다.

투두두두두----!

엄청난 기세로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수백발의 매직 미사일은 그야말로 장관이었지만, 거기에 눈을 팔 시간이 없었던 디엔은 재빨리 한쪽 무릎을 꿇고 방패로 몸을 가렸다.

퉁! 투둥! 드드드득!

50% 확률로 반사된 매직 미사일은 그대로 자신을 시전한 주인에게 돌아갔으나, 그렇지 못한 매직 미사일은 그대로 디엔의 방패를 가격하였다.

방패가 어느정도 흡수해주기 때문에 한 두발 정도는 미세한 진동 수준이었으나, 그것도 백 단위를 넘게 되자 진동은 더더욱 거세져 팔이 아려올 정도였다.

"찌익!"

"찍!"

하지만, 반사된 매직 미사일들은 그대로 브레인 마우스의 머리를 가격하였고, 뇌가 두드러진 특징으로 인해 마나를 쉽게 끌어모으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그와 동시에 약점이기도 한 그 들의 뇌는 매직 미사일의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부서지면서 즉사하고 말았고, 다른 브레인 마우스들은 동족들이 느끼는 수많은 고통을 느껴야만 하였다.

=크아아아아아---!!=

원래라면 공격을 당하는 동족과의 의식 연결을 끊어 희생양이 된 동족이 느낄 고통을 사전에 차단하는 전술도 대비해두고 있었지만, 산발적인데다가 설마 마법 반사 인챈트가 걸린 방패일 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한 것이다.

그들이 직접 보물을 담당했으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겠지만, 마법 능력으로 가득찬 뇌에 그런 하찮은 정보가 들어갈 공간은 없었기에 생긴 불상사였다.

"지금입니다!"

디엔이 몸을 숙이면서 면적을 최소화시켰기 때문에 거의 백에 가까운 매직 미사일은 땅을 때렸지만, 나머지 200은 50% 확률로 자신의 주인들에게 돌아갔다. 자세한건 직접 확인해야겠지만, 단순한 확률론으로 따지자면 100마리의 브레인 마우스들이 사망하였기에 여럿이 모여 하나의 전력이 3분의 1이 깍인 상태에서 시작하게 되자 이 최초의 한방을 위해 희생양을 자처했던 디엔은 숨어있던 라이니 일행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나이스였어!"

"뒤는 우리에게 맡겨!"

매직 미사일이 날라오는데 피할 생각을 하지 않고 방패뒤로 몸을 숨길땐 식겁하였지만, 그것이 리플렉트 인챈트가 걸린 방패였을 줄은 몰랐던 것 뿐이였다.

아무도 방패가 가진 능력에 대해서 알려고 하지 않았고, 에리카 또한 거의 반복적으로 식별 작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치가 없는 방패의 인챈트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무기나 방어구에 걸린 인챈트를 다른 무구에 옮기는 특이한 능력을 가진 인챈터들이 있기에 어느정도 가치는 있었지만,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무구만 다루다보니 마법 반사 능력이 있는 방패의 존재를 모두 모르고 있는 상태였다.

=감히…감히!=

100에 가까운 브레인 마우스들이 죽어나가면서 지능, 마법 능력, 모든 능력치가 저하되었지만, 동족들이 죽었다는 분노로 잠식되면서도 1,2 서클 마법들을 시전하여 자신들에게 접근하려는 라이니 일행을 공격하였다.

1서클 마법이며 부채꼴로 펼쳐져 나가 상대방을 기절시키는 컬러 스프레이를 바닥쪽에 위치한 십여마리의 브레인 마우스들이 시전하여 발을 묶고, 위에서 2서클 공격 마법들이 마구잡이로 쏟아지자 기세 좋게 나가려던 라이니들은 발이 묶이고 말았다.

여럿이 모여 하나는 이미 문 뒤쪽에 숨어있던 라이니 일행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듯이 칼잡이들을 막아낼 수 있는 마법들과 주문 사용자들을 공격할 수 있는 원거리 마법으로 다나와 에리카를 향해 공격하였으나, 베네피오렌이 신성력이 깃든 검으로 그녀들에게 가해지는 공격 마법을 베어냈다.

=너희들 모두 여기서 살아 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치 마라!=

순간, 여럿이 모여 하나 근처에 있는 벽 아래쪽 작은 구멍에서 브레인 마우스들이 튀어나오더니 죽은 동족들을 밀쳐내고 새롭게 자리를 차지하기 시작하였다. 정찰을 위해 떨어져 있던 다른 브레인 마우스들이 여럿이 모여 하나의 비명 소리를 듣고 달려나와 재빠르게 전력을 보충시킨 것이다.

다행이라면 그 숫자가 총 30여마리 정도라는 것이였으나, 200마리의 여럿이 모여 하나에게 발이 묶인 상태에서 적의 전력 강화는 썩 좋은 일이 아니었다.

"칫!"

디엔은 땅에 할버트를 박고 허벅지에 있던 석궁집에서 라이트 크로스 보우를 꺼내들어 새롭게 채워진 브레인 마우스들 중 하나를 조준사격하여 죽일 순 있었지만, 이미 그 사이에 의식 공유를 끊어버려 고통어린 비명 대신 온갖 마법을 그에게 퍼붓기 시작하였다.

자신들의 방심으로 큰 피해를 입었기에 디엔이 가진 방패가 리플렉트 마법이 걸려있다는 것을 깨닫고 리플렉트가 반사하지 못하는 범위 마법으로 그를 공격하자 방패로 막기만 하면 끝날줄 알았던 그는 이리저리 움직이며 자신을 향해 넓게 퍼지는 화염, 얼음 같은 마법들을 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물리적인 공격에는 너무하다 싶을정도로 취약한 대신, 마법적인 공격력만큼은 무시무시하기에 에픽계열 몬스터 중에선 마법 저항력이 뛰어난 마법 아이템으로 도배를 하면 터무니 없을정도로 손쉽게 처리가 가능하다.

몬스터든, 전사든, 마법사든, 모두 '상성' 이란게 존재하기 때문에 상성만 제대로 파악하여 약점을 파고들 수 만 있다면 이미 절반 이상 먹고 시작하는 것이 루나틱 돈의 세계다.

문제는 현재 라이니 일행에게 그정도의 마법 저항력을 가진 이가 없다는 것이지만.

라이니와 알레크시아는 뛰어난 성능의 무기를 얻었음에도 한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안쪽으로 파고들지 못하며 몇 차례 마법에게 두들겨 맞았지만, 이번에 얻은 방어구의 성능이 좋은지 큰 타격을 받진 않은 모습이였으나 이대로 시간이 지속된다면 지쳐쓰러지고 말리라.

디엔이 초반에 대활약을 하여 100여마리의 브레인 마우스들을 처치하면서 승기가 보인것 같았으나 그 모든 것은 착각에 불과하였다.

남은 200마리…아니, 100마리만 마법 난사를 해도 지금과 똑같은 상황에 처해졌으리라.

뒤쪽에서 베네피오렌의 보호를 받고 있던 다나는 모두에게 보호 마법을 걸어주며 어느정도 활약을 하고 있었지만, 에리카는 작은 마법 몇개로 깔짝깔짝 데미지를 줘봤자 이쪽이 먼저 쓰러질 것을 예감하고 있었기에 크고 확실한 한방으로 전세를 역전할 것을 찾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전멸이야! 어떻게 하지? 악취 구름으로 기절시켜? 아냐! 저런 쥐들은 모두 악취에 익숙해서 별 효과가 없어! 공포 마법으로? 이미 정신력이 인간을 초월했는데 통용될리가 없잖아! 설령 걸린다 쳐도 의식을 끊어버리면 끝이고! 생각해. 생각해야 해!'

상대방은 매직 미사일 한방으로도 죽는 약골들이다. 3서클부터 한번에 십수마리 처리할 수 있는 범위 마법이 존재하긴 하지만 그정도 따위로는 마력 소모만이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러던중 지금의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마법이 생각났다. 문제는 상황을 바꿀 수 있긴 하지만, 조절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시로 좋거나 나쁜 상황에 처해지는 도박이라는 것이다.

'이건 왠만하면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예전에 모험 도중에 4서클에 도달하여 마탑에서 미리 배워뒀던 4서클 마법을 마구잡이로 시험해보았던 에리카는 적과 전투중에 이 마법을 사용하다가 여러가지 의미로 위험한 상황에 처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봉인하고 있었지만, 죽고 사는 문제가 걸린 지금 상황에선 어쩔 수 없었다.

모 아니면 도 수준이 아니라 죽기 아니면 살기 수준의 도박!

"언니들! 록턴 마을 인근에서 사용했던 '그' 마법을 쓸께요! 모두 준비하세요!"

"뭐? 잠…아니, 해! 빨리!"

라이니는 에리카가 말한 '그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아니라고 말할 뻔 하다가 지금 상황에선 최소한 지금보다 나빠지지 않으리라 생각하였다.

"리…하쿰…스벤더……."

그리고선 4서클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하자 여럿이 모여 하나는 그녀가 사용하는 마법이 무엇인지 몰라도 그녀들이 강한 의미가 담긴 대화를 나눈것을 들었기에 영창 시간에 시간이 걸리는 범위 마법 대신 개인 타격용 마법으로 집중 포화를 시작하였다.

카카카캉!

그리고, 그 모든 포화를 막아내기 시작한 베네피오렌은 다나의 보호 마법에 힘을 빌려 어떻게든 막아갔지만, 서서히 몸에 부담이 가해지자 눈쌀을 찌푸려지며 서서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일그러져갔다.

"크…으읏……!"

퍼억! 퍼퍽!

"허윽!"

마법을 쳐내던 검이 서서히 느려지자 무뎌진 검 너머로 베네피오렌의 몸으로 십 수 발의 다양한 마법이 몰아쳐 그녀를 가격하였고, 그것을 에리카의 주문을 위해 몸으로 받아낸 그녀는 고통어린 비명과 함께 무릎을 꿇고 쓰러지고 말았다.

'아직 안 돼……! 조금만 더 버텨주세요!'

아직 주문을 외우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였기에 마음속으로 베네피오렌의 분전을 기대하였으나, 전성기가 지나가버린 베네피오렌은 늙어가는 자신의 몸을 한탄하며 에리카를 향해 날라오는 파이어 볼을 막기 위해 몸을 일으키지 못하였다.

"아아…몇 년만 더 젊었더라면……. 미안해요…모두……."

"아직입니다!"

그 때, 에리카에게 이 난관을 타개할 방안이 있다고 믿은 디엔이 뛰어들어 에리카의 앞을 막아섰다.

콰앙!

"큭!"

그녀를 향해 날라오던 파이어 볼은 안타깝게도 반사가 되지 않았는지 강렬한 폭발과 함께 몸이 뒤흔들릴 정도의 충격을 입은 디엔은 가까스로 버텨낼 수 있었고, 그가 벌어준 소중한 시간이 에리카의 주문을 외우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됐어! 모두 정신차리셔야 해요! 텔레포트 필드(Teleport Field)!"

그녀가 주문을 시전하자 당장 번개라도 몰아칠 것 같은 새까만 먹구름이 그녀를 중심으로 방 안을 가득 매우기 시작하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