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2화 (5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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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토먼트를 해보신 분은 아실겁니다. 여럿이-모여-하나 라는 놈을.

개인적으로 저는 이 놈들에게 무진장 고생하였고 그만큼 지금까지 봐왔던 기상천외한 보스들 중에서도 순위를 다투는 놈이였기에 판타지 소설을 쓰면 꼭 이 녀석들을 보스로 써나가야지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여럿이 모여 하나' 요놈들이 공식 룰 북으로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안나오는겁니다. 분명 에픽급 몬스터는 분명한데 '신급의 지능을 가지고 있다' '의식 공유를 통해 강력한 고서클 마법을 시전한다' 라는 것을 제외하곤 거의 모르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제 상상으로 채워나가야 하게 되더군요 -_-;;

공식 룰북과 다른 능력이 나와도 참아주세요 ㅠㅠ

...그건 그렇고 요즘 글 쓰느라 게임도 못하고 있네...예전엔 과제물 처리하면 게임부터 했었는데 소설을 잡다니...진짜 미쳐가나...브레인 마우스들이 모인 군집체, '여럿이 모여 하나'(Many as one) 의 위력에 다들 굳어졌지만, 알레크시아가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눈 앞에 저건 숫자가 좀 적지 않아?"

그녀의 말대로 '여렷이 모여 하나' 는 어림짐작으로 봐도 수백 정도의 브레인 마우스들이 모인 군집체였기 때문이다.

"제가 본 문헌대로의 전설같은 위력을 내려면 수 만 마리가 모여야 하겠죠. 저정도 숫자라면 시전할 수 있는 마법은 5~7서클 사이일거예요. 저보다…최소한 몇 수 위라는 거죠……."

에리카의 서클은 4서클.

10대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매우 뛰어난 재능이긴 하지만, 그녀의 예상대로라면 상대방은 최소한 1~2서클 이상 높은 고레벨 마법사라는 뜻이다.

하지만, 전설에 나오는 그런 위력이 아닌 현실적인 수치가 나온 이상,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을 거라 예상하였으나 아직 에리카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단순한 마법 대결이라면 오히려 그 편이 나아요. 아무리 저서클이라 하더라도 고서클 마법에 어느정도 저항 할 수 있는 마법들이 있으니까요. 문제는 바로 저거예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또다시 앞으로 달려가던 그레이터 웨어울프는 어떻게라도 브레인 마우스을 죽일 수 있는 근접 거리로 파고들기 위해 몸을 낮게 낮추고 달려들었으나, 이미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 한 무리의 브레인 마우스들이 주문을 완성하고 시전하자, 땅에서 돌 기둥이 튀어나와 웨어울프의 복부를 가격하였다.

"크으으윽!"

복부가 돌 기둥에 의해 뚫려나갔음에도 억지로 몸을 움직여 돌 기둥을 부수고 또다시 앞으로 달려나가려던 찰나, 그녀의 오른쪽 벽면에 위치한 브레인 마우스들이 또다시 매직 미사일 다연발을 사용하여 몸의 옆면을 마구잡이로 두들겼고 잠시 움찔하는 사이, 정면에 위치한 브레인 마우스들이 주문을 마치고 파이어 볼을 날려 폭발의 힘을 이용해 웨어울프를 또다시 뒤쪽으로 밀어냈다.

이번엔 어느정도 타격을 입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또다시 몸을 앞으로 내달렸으나, 그 사이에 왼쪽 벽면의 브레인 마우스들이 주문을 완성하여 또다시 웨어울프를 향해 가격하였고, 순차적으로 이동을 방해하거나 폭발력이 강한 마법을 통해 몸을 밀어냈고, 고통을 이겨내고 접근해오면 수십 마리의 브레인 마우스들이 매직 미사일로 온 몸을 가격하여 다른 브레인 마우스들이 주문을 외울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웨어울프가 다가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막아냈다.

그레이터 웨어울프도 어디가서 꿀리지 않는 먹이 사슬계의 최상위에 위치한 존재지만, 이번엔 정말로 상대가 나쁘다고밖에 할 수 없을정도로 무차별하게 얻어터져나가는 모습은 약간이나마 동정심이 갈 정도였다.

"전체적으로 벽면을 3분의 1씩 나눠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건 인간 마법사들로선 꿈도 꾸기 힘든 트리플 캐스팅이나 마찬가지예요. 게다가 위험거리까지 접근했다 싶으면 수십발의 매직 미사일이 날라오죠. 만약, 저 숫자 전체가 매직 미사일을 날리면 궁병 부대의 집중 사격을 받게되는 거나 똑같아요."

긴장감으로 입술이 말라붙은 에리카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게다가 브레인 마우스들의 두드러진 뇌는 마나를 끌어 모아요. 단지 개체 하나가 가질 수 있는 양이 매직 미사일 한 두발 사용할 수 있는 양이지만, 고대 문헌이 사실이라면 브레인 마우스가 모은 마나를 의식 공유 능력과 함께 공유할 수 있을테니 숫자만 갖춰진다면 드래곤과 마법 대결을 펼쳐도 지지 않을거예요."

"즉, 장기전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얘기로군."

라이니는 머릿속이 어지러워졌다.

'이대로 도주할까? 그레이터 웨어울프가 버텨주고 있으니 그 틈을 이용해서? 아냐, 이대로 식량과 지도도 없는데 마구잡이식으로 던전을 떠돌면 굶어 죽거나 랫 맨들에게 포로로 잡힐거야. 하지만…저런 것하고 어떻게 싸워 이길 수 있지?'

동료들과 함께 많은 위기를 겪고 넘어섰지만, 이번만큼 압도적인 절망감을 느낀적은 처음인 라이니는 머릿속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두뇌를 빠르게 돌리기 시작하였지만, 어떤 루트는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지옥' 이였다.

"…약점이 없는건 아냐……."

그 때, 조용히 있던 다나가 절망적인 목소리로 변한 에리카와 달리 희망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분명 원거리전엔 이쪽이 불리하지만…접근전이라면 얘기는 틀려져……."

그녀의 말대로 브레인 마우스들의 군집체는 강력하긴 하다만, 하나씩 따로 보자면 주먹 한 방에 처치할 수 있는 약체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레이터 웨어울프도 접근적을 노렸지만, 브레인 마우스들에 의해 접근은 커녕 주먹 한방 내밀지도 못하고 있는 처지였다.

게다가 바닥에 누워있는 웨어울프의 숫자는 라이니 일행과 동일하였기에 단순 무식하게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 라이니들이 아무리 뛰어난 모험가라 해도 웨어울프들이 가진 강인한 체력과 비교는 불가능하다.

해답은 나와있지만 그것을 실천하기엔 매우 힘든 상황. 처음으로 고난이도 보스 몬스터와 만나게 된 디엔은 마치 레이드 보스몹을 눈 앞에 두고 1개 파티만을 제외한 다른 파티들이 모두 로그아웃한 것 같은 상황에 처해지게 되었지만, 상대방이 원거리전에만 강하다는 말에 자신이 가진 방패의 능력이 떠오르면서 막막하던 보스의 공략법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상대방이 원거리로만 공격한다면 내 방패의 능력을 이용해 마법을 반사시킬 수 있지 않을까?'

모든 브레인 마우스들이 자신을 향해 집중 공격을 하면 오히려 적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도 불안 요소는 말로 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궁무진하며 무조건 공격을 하기엔 상대방의 능력과 이쪽의 능력 차이가 너무나도 뚜렷하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의 굴욕을 참고 거의 구걸에 가깝다시피 저자세로 협상을 하여 비밀 보장을 담보로 협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였다.

최대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고 그것들 중 가장 최선의 선택지를 사용하는 것을 즐기는 그에겐 무조건 공격을 할 것 같은 라이니 일행의 흐름대로 끌려가면 선택지를 고를 자유가 박탈당하기 때문에 지금이야 말로 자신이 활약할 수 있는 기회라 여긴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가 혼자 나서서 '저것' 과 협상을 해보겠습니다."

"뭐?"

"……?"

갑자기 디엔이 혼자 나서겠다는 말에 다른 일행은 대체 그게 뭔 헛소리냐는 듯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다들 어디서부터 딴지를 걸어야 할지 감을 못잡은 라이니 일행이였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말을 할 수 있게 된 찬스를 얻은 그는 몸을 일으켜세웠다.

"일단 대화가 잘 되서 평화적으로 여기서 나갈 수 있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게 되면 어떻게든 버텨볼테니 제가 신호를 보낼때 공격하세요."

"자…잠깐!"

그레이터 웨어울프는 자신들이 전부 덤벼도 이길 수 있을지 의문인 강적이다. 그런 강적을 농락하는 상대로 '어떻게든 버텨보겠다' 는 디엔의 말은 너무나도 허황되게 들렸기 때문에 뒤늦게 라이니가 말리려 하였으나, 이미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만약을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재빨리 문을 닫은 라이니 일행의 우려깊은 눈빛과 달리 디엔은 자신이 가진 리플렉트 방패의 능력을 믿었다.

판타지 세계에서는 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마법 아이템의 존재는 그보다 더 중요하다.

상황에 적절한 마법 아이템 하나를 사용함으로서 불가능에 가까운 전투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마법 아이템의 가치는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디엔, 본인은 마법 아이템이 가진 성능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무기에 마나를 담는 것이 뛰어난 전사라는 증거인 현 시대에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고 마법 아이템의 힘으로 그것을 커버하는 디엔의 존재는 구시대의 전형적인 전사라 할 수 있겠다.

쿠웅!

디엔이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레이터 웨어울프는 체력이 다한건지 쓰러짐과 동시에 몸을 일으키지 못하였고, 여럿이 모여 하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디엔에게 모아졌다.

-에픽 스웜(Epic Swarm)형 보스 몬스터, '여럿이 모여 하나' 가 당신을 인식하였습니다-

에픽 몬스터는 일반적인 몬스터들과 궤를 달리하는, 그야말로 전설에나 나올 법한 강대한 존재다. 그 시스템음을 듣고 나서야 자신들이 얻었던 마법 아이템이 어째서 그리 좋았는지 이제서야 이해하게 된 디엔이였다.

'보스 몬스터가 에픽 급이니까 보물 창고에 있던 아이템도 좋았던 거구나. 어쨌든 여기선 어떻게든 정신을 차리고 대화를 잘 이끌어보자.'

=인간이로군. 보고는 들었지만 어느새 여기까지 온거지?=

마치 수십명이 동시에 말하는 것 같은 목소리가 울려퍼지면서 수백 마리의 쥐들이 안광을 비추며 살기등등하게 자신을 노려보는 모습은 기가 꺽여 나갈듯이 압도적이었지만,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의 전장에서 수많은 역전극을 펼쳐본 디엔은 자신이 공격할 의도가 없다는 듯이 양 손을 활짝 펴 보였다.

"저는 당신들과 싸우기 위해 온것이 아닙니다. 어떻게 생각해도 좋으니 일단 제 얘기를 들어주셨으면 합니다."

=닥쳐라! 우리 동족들을 죽여놓고 이제와 협상을 벌이자고!?=

"그건 저희들의 의지가 아니었습니다! 저희들도 갑자기 여기로 떨어져 어찌할바를 모르는데 여러분께서 공격해오기에 어쩔 수 없이 방어했을 뿐입니다!"

=갑자기 여기로 떨어졌다?=

상대방이 분노어린 목소리에서 의혹으로 변하자 이때다 싶은 디엔은 왠지 얘기가 잘 통할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고 자신들이 여기로 떨어지게 된 경위를 설명하였다.

그 경위를 모두 듣게 된 여럿이 모여 하나는 짜증이 나는 듯한 목소리로 대꾸하였다.

='그' 가 파놓은 구멍이로군. 쯧! 뒷처리는 알아서 하겠다고 해서 내버려 뒀는데……. '그 쪽' 놈들은 역시 믿을수가 없어. 이번 일만 처리하고 당장 매꿔야겠군.=

여럿이 모여 하나가 말한 '그' 의 존재에 디엔의 눈이 살짝 희둥그래졌다.

'뭐지? 그럼 저 구멍은 랫 맨들이 파놓은게 아니였단 말인가?'

'그' 의 존재가 매우 신경 쓰였지만, 중요한 협상을 두고 딴 생각은 금물이였기에 '그' 라는 존재를 재빨리 지워보인 디엔은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희들은 단지 여기서 나가고 싶습니다. 나가는 길만 알려주신다면 저희들은 이 곳에 대한 비밀을 감추고 살겠습니다."

=웃기는 녀석이로군. 우리들의 보물을 턴 도둑놈들 주제에 나가고 싶다? 지금 그걸 믿으라는 건가?=

'아차!'

디엔은 무쌍연희뿐만 아니라 PC용 RPG게임도 즐겨봤기에 던전을 돌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을 원하는 용도로 사용하다보니 '던전에서 얻은 물건 = 내 물건' 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그 물건들은 원래 누군가가 가지고 있던 물건인 만큼, 보물들을 저장하는 몬스터들의 입장에서는 모험가들은 치가 떨리는 도둑이나 마찬가지였다.

도둑들이 자신들의 보금자리에 쳐들어온 것으로도 화가 나는데 이미 자신의 보물을 털고 덕지덕지 치장하고선 여기서 나갈 수 있도록 협상을 하자고 하면 몬스터 뿐만이 아니라 누구라 할지라도 귓방망이 한대 후려치고 시작할 것이다.

'협상을 중지합니다. 앙대잖아? 협상을 멈출수가 없어.'

첫 단추부터 잘 못 꿰어버리면서 잠시 정신이 멍해진 디엔은 이제와서 멈출수도 없기에 일단 최대한 저자세로 나가기로 하였다.

"이…이건 저희들의 실수임을 인정하겠습니다. 모두 돌려드릴테니 부디 노여움을 풀어주시기 바랍니다."

=웃기지 마ㄹ…음…좋다. 이쪽의 조건을 말하지.=

분노어린 목소리로 호통을 치려던 여럿이 모여 하나는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목소리에 실린 힘이 조금 풀려졌다.

갑자기 일이 잘 풀리자 안도의 한 숨을 내쉰 디엔은 지금은 저자세로 나오는 굴욕을 얻게 되었지만, 나중에 힘을 얻고 나면 다시 돌아와 복수를 하리라 속으로 맹세하던 중에 '그 들' 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튀어나왔다.

=이 동굴은 언제나 입구를 매꾸기 때문에 인간들이 쉽게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한다. 그러니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하여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주지.=

여럿이 모여 하나의 말에 깜짝 놀란것은 디엔뿐만이 아니었다. 아직 모습을 감추고 있는 라이니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만약, 이대로 도주하였다면 영원히 이 동굴을 해메다가 굶어 쓰러지거나 체력이 다할 수도 있겠지만, 이 모든 결말의 공통점은 끝이 비참하게 끝날 확률이 90% 이상이다.

상대방의 말을 그대로 믿는건 어리석으나 저런 강대한 존재가 겨우 협상을 위해 거짓말을 하리라고 보기엔 어려웠다.

=보고에 의하면 침입자의 숫자는 인간 수컷 1, 암컷 5로 총 6명이라 들었다. 수컷은 필요없으니 너희들이 가진 우리들의 보물을 모두 내놓고 암컷 3명만 남으면 나머지는 모두 돌려보내주지.=

"!!"

제 딴에는 매우 자비스럽다는 듯이 말하였지만, 그 들이 말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라이니 일행의 얼굴이 굳어졌다.

함께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친자매나 다름없는 동료들을 랫 맨들의 씨받이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팔아먹으라니?

분노를 참지 못한 라이니가 나서려던 찰나, 얼굴이 굳어진 디엔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흑사병으로 대가리들이 모두 맛이 갔냐? 육포로 만들려는 것을 참아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하시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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