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0화 (50/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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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편은 아이템 설명이 대부분이고 스토리 전개는 거의 없기 때문에 2연참!

솔직히 어떤 스토리가 진행될까 기대했는데 아이템 소개만 하고 끝나면 허탈한 마음이 드는 그 기분은 한 때 독자였던 저로서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연참으로 보냅니다.

그냥 59편과 하나로 취급해주세요.

그런데 빨리 스토리 전개를 하려고 약간 날림으로 썼는데 어디서 태클이 들어올진 모르겠네요 -_-ㅋ"디엔. 네 주머니로 남은 아이템들을 모두 넣을 수 있지 않을까?"

장비 강화를 마치게 된 라이니는 '방어력=노출도' 라는 공식이 얼마나 통용되는지 몸소 알려주려 하는지 복부, 어깨, 허벅지가 훤히 드러나는 노출도 강한 가죽 갑옷을 입으며 다가와 넌지시 물어왔다.

그녀들이 갑옷을 바꿔 입을때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눈초리들이 매서웠기에 홀로 구석에 등을 돌리고 앉아 나신을 마음대로 구경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에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지만, 누드보다 코스프레를 좋아하는 그는 생각보다 속된말로 '꼴릿한' 그녀의 모습에 나름 눈이 호강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무게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는게 문제인것 같습니다만……."

괜히 60kg을 초과하는것도 모르고 밀어넣었다가 자신이 가진 최고의 보물이 어떻게 될 것 같다는 불안감을 숨기지 않은 디엔은 머리를 긁적이며 되물었지만, 그녀는 고개를 설래설래 내저었다.

"애초에 한계 이상이 되면 마법 주머니는 안으로 들여보내길 거부하니까 상관없을거야."

라이니들은 자신들이 가장 좋은 아이템들을 얻었으나, 나머지 아이템들도 간단한 강화 마법같은 것들이 걸려있어 팔면 나름대로 돈이 되기 때문에 상자안에 남은 아이템들을 집어넣고 디엔의 마법 주머니를 이용한다면 모두 힘하나 들이지 않고 밖으로 운반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헤에, 꽤 좋은 아이디언데? 앞으로 자주 써먹어야겠어.'

라이니의 아이디어에 이번에도 좋은거 하나 배웠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미소를 지어보인 디엔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넣어보죠."

일단 검 종류가 들어간 상자는 작고 큰 무기들이 놓여져 있었기 때문에 무게가 일정치 않아 계산하기 어려웠지만, 하나씩 넣고 빼기를 반복하면서 가장 무게가 나가며 다른 무기들과 별반 다를것 없는 강화 마법이 걸려진 투핸드 소드는 버리게 되었다.

검 상자를 넣고 생각보다 가벼운 원거리 무기가 들어간 상자까지 집어넣은 디엔은 그 다음에 방패가 담겨진 상자를 확인하였다.

"어? 그런데 여러분, 방패는 사용하지 않습니까?"

"응? 에이~ 요즘 세상에 촌스럽게 방패는 무슨 방패야."

"촌스러워요?"

"당연하지. 요즘 방패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은 전쟁터를 오가는 병사 정도밖에 없다구?"

방패가 이렇게 천대를 받는 이유는 마왕 강림이 끝난 후의 스토리에서 알 수 있다.

마왕을 물리치긴 했지만, 그로인해 모든 종족들은 엄청난 피해를 입어 각 공방이 가지고 있던 기술들이 모두 잃게 되었다는 것이 기본적인 스토린데, 실은 디엔이 읽지 않았을뿐, 그 이후의 스토리가 좀 더 존재한다.

대략적으로 간추리자면 공방들이 가진 기술의 손실로 인해 마법 아이템이 희귀해지는 현상이 일어났는데, 그로인해 인간들은 무기보다 노력으로 개인의 능력을 올리는데 주력하게 되었다.

그로인해 검술이나 여러가지 병기술들의 발전으로 이루어졌고, 모든 대륙의 인간들은 각자 고유의 기운으로 무기에 힘을 불어넣는 것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자면 로카스트의 아케인 소드와 삼태극의 검기라 할 수 있겠다.

지금은 옛 유물을 찾으려는 모험가들 덕분에 마법 아이템이 상당히 풀리게 되었지만, 기운을 불어넣어 왠만한 마법 무기보다 강력해지는 기술은 더더욱 발전되었고, 그로인해 과거에는 필수 무기이자 방어구라 할 수 있는 방패는 서서히 외면되어 종국에는 병사들의 화살막이용 정도로 인식이 고정된 것이다.

왠만한 아케인 소드는 방패 따윈 단숨에 베어낼 수 있는데 반해 방패에 기운을 불어넣기엔 너무 광범위하고 소비량이 컸다. 게다가 개인의 기량이 증가하면서 왠만한 기사들도 화살이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은 정도가 아니라면 눈으로 보고 피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 무겁고 쓸모없는 방패는 비주류로 밀리게 된 것이다.

오죽했으면 한땐 '너희들은 방패따윌 드니까 안되는거다!' 라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였으니 이미 할말은 다 한셈이다.

할버트가 인기가 없는 이유도 위와 같다. 형태가 단순할수록 기운을 불어넣기 쉽기 때문에 검, 창같은 무기들은 각광을 받는 대신, 여러가지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복합적인 무기인 할버트는 기운을 불어넣기 어려운 무기로서 악명이 높았기에 비주류 무기가 되었다.

하지만, 무쌍연희 중반까지 압도적인 무력 차이를 매꾸기 위해 방패를 사용해왔던 디엔은 비록 모든 능력치가 월등해져 초천검 하나로 승부를 걸때도 방패를 우습게 보는 일은 없었기에 방패의 효용성을 무시하는 라이니들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렇다면 제가 하나 써도 되겠습니까?"

"응? 쓸모없는 방패는 들어서 뭐하게? 게다가 그것도 꽤 무거워 보이는데 괜찮겠어?"

디엔에게 원시인의 악력 스킬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라이니는 괜히 욕심을 부리는게 아닐까 싶어 걱정스래 물어왔지만, 그는 괜찮다는 한마디와 함께 방패속을 뒤져 가장 쓸만한 방패를 꺼내들었다.

-다크우드 리플렉트 라운드 실드-

마력이 깃들어진 목재인 다크우드로 만들어진 방패. 원거리 공격을 해오는 마법사들의 공격을 튕겨낼 수 있도록 인챈트 되어 있어 원거리 능력이 없는 전사에게 아주 유용하다.

아이템 가치 : 매직

강도 : 30

특수 효과 : 자신에게 날라오는 마법을 쳐냈을시, 50%의 확률로 반사. 단, 광역 마법과 저주, 디버프계열은 불가능, 무게 30% 감소

종류 : 방패

재질 : 다크우드

오른손으로는 할버트를 들고 왼손에는 사람의 얼굴보다 반정도 더 큰 라운드 실드를 장착한 디엔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묵중해보이는 중전사의 모습이 되었다.

방패를 들게 되었으니 할버트를 한 손으로 휘두르게 되었지만, 그래도 방패의 크기가 나름 소형이다보니 단순한 공격을 할 땐 양 손으로 잡아 휘두르는게 가능한 종류였다.

방패들의 무게가 생각보다 나가기 때문에 이것저것 쓰잘대기 없는 것들을 버리고 가장 상위의 인챈트 마법이 걸린 방패 10여점을 상자에 넣고 마법 주머니에 밀어넣게 되자 평소와 똑같은 무게에 부피였으나 마치 지갑이 두둑할때 느껴지는 안정감 비슷한 것이 채워지게 되었다.

"디엔 군, 이것도 넣어주세요."

베네피오렌이 부탁한 것은 자신이 입고 있던 교단의 갑옷이 들어간 상자였다. 모험을 떠난 성기사나 사제는 더 상위의 방어구를 입을 수 있도록 허락 되기에 교단의 지급품은 어쩔 수 없이 버리게 되지만, 디엔의 마법 주머니에는 딱 하나의 공간이 남기 때문에 지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반납을 위해 부탁한 것이다.

그런 그녀의 속사정을 모르는 디엔은 속으로 짠돌이라고 욕하였지만, 어차피 공간이 남으니 모두 밀어넣은 디엔은 자신의 마법 주머니가 상자들로 가득 차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루이네에게 돌아갈때 보고할 가보와 밖으로 나가게 되면 상점행으로 직행할 마법 아이템들이 득실 거리는 상자 4개.

'큭큭큭. 티아를 공략한 것은 정말 최고의 선택이였어.'

라이니들이라면 이 아이템들을 팔고 난 후에 자신에게 몫을 배분해줄 터. 그렇게 된다면 한동안 돈 걱정 할 필요 없게 될 것이다.

게다가 유니크급 할버트와 매직급 방패, 방어구들로 무장했으니 그야말로 인생역전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여기서 나가야 한다는 전체 조건이 붙지만.

다른 일행들이 물건들을 고르고 있을때, 다나와 에리카는 조용한 곳에서 각각 기도와 명상을 취하고 있었다.

물건들을 모조리 집어넣은 디엔은 저기서 뭐하는 거냐고 물어오자 알레크시아가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저거? 지금까지 있던 공간은 랫 맨이 어디서 공격할지 모르는 위험한 장소였으니 하지 못했지만, 여긴 입구가 하나고 흙벽이 아니니 기습 공격 받을 위험이 없으니까 에리카는 명상을 통해 마나를 끌어모으고 있고, 다나는 기도를 통해 천상계의 기운을 받아 신성력을 보충하고 있는 중이야."

모든 캐스터 계열은 각자만의 방법으로 다시 주문을 시전할 수 있는 마나, 신성력을 회복시키는 수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디엔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동안 남은 라이니 일행들도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였다.

"후아~ 정말이지 일이 이렇게 커질줄은 몰랐는데……."

생각해보면 라이니 일행이 이렇게 갑작스런 탐험을 하게 된 이유는 음유시인의 사정을 알아내고 도와주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겨우 한 사람의 안타까운 사정을 알아내기 위해 떠난 발걸음이 이렇게까지 커져버릴줄이야!

"이게 다 네가 밥 먹자고 우리를 그런곳에다 끌어내서 그런거잖아!"

"쳇! 그래도 좋은 아이템을 얻었고 좋잖아!"

"그것도 우리가 살고나서 기뻐해야 할 일이지! 이런 보물들을 가진 놈이라면 최소한 우리가 지금까지 상대했던 놈들보다 강하다는 증거라고!"

"흥! 쳇! 퉷! 보물의 양으로 상대방의 강함을 판단하다니! 더럽다! 찌들었어! 지금까지 우리가 퇴치한 몬스터들이 울겠다!"

콧방귀를 뀌다가 불만스럽게 입을 뾰족하게 내밀고, 마지막에는 침을 퉤 뱉은 라이니는 강하게 알레크시아를 비난하였고, 자신이 무엇을 잘 못했는지 이해를 못하자 이마에 핏줄이 솟아오른 알레크시아는 그런 그녀를 향해 무언의 폭력을 휘둘렀다.

딱콩!

"아야! 아우! 왜 때려!"

"너란 녀석은 대체 어떻게 설명을 해야 알아먹겠냐!"

"자자, 두 분다 랫 맨들이 듣고 쫓아올 수 있으니 그 쯤 해두세요."

결국 그녀들의 다툼은 평소처럼 베네피오렌의 중재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기왕 말문을 열었고 여유있게 쉴 수 있는 시간이 생기자 그녀의 타켓은 디엔을 향해 돌아갔다.

"디엔 군, 이제와서 말하긴 우습지만 악랄한 영혼에 의해 희생된 분의 주검을 그런식으로 훼손한 것은 잘 못 된 행동이였어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저희들은 언제 랫 맨들에게 붙잡혀 아까 본 그 여성분들과 똑같은 꼴을 당하셨을 겁니다. 솔직히 말해서 저도 죄책감이 있었지만, 랫 맨들에게 강제로 범해지는 모습에 여러분들이 그런 짓을 당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저는 제가 지은 죄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랫 맨들을 퇴치할 때, 에리카의 마법이 아니었다면 더 빠른 속도로 라이니들의 체력이 줄어들어 랫 맨들에게 생포당할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에리카의 마나를 보존시킬 수 있었던 것은 디엔이 만든 뼈 횃불이였다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았으나 일행 전체가 알고있는 사실이다.

분명히 시체를 훼손시킨 디엔의 행동은 잘 못 되었으나 그로인해 자신들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 라이니와 알레크시아는 도덕적으로 보자면 베네피오렌의 말도 맞지만, 스스로 자신의 죄를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을 위해 죄를 짓게 되었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진다는 그의 대사는 그녀들에게 호감을 주기 좋았다.

실제로 그 잘 못 된 행동 덕분에 여기까지 싸워나갈 수 있었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고 있는 베네피오렌도 오랜 모험을 통해 시야가 넓어져 도덕적인 관점으로만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님을 알고 한 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그렇군요. 문제는 이 일을 다른 성기사나 사제들은 어떤식으로 받아들이지 모르니 왠만하면 우리와 다른 이들과 함께 지낼땐 그러지 말아주세요."

"알겠습니다."

결국, 경고에서 충고로 끝을 맺은 베네피오렌의 목소리에 고개를 끄덕인 디엔은 분위기가 분위기가 불편해지자 경계를 서겠다는 말과 함께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자신들이 왔던 통로 쪽에서 등을 기대며 경계를 서는 그의 뒷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라이니는 살짝 심기가 불편한 것 같은 베네피오렌이 듣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야, 디엔은 지금까지 봤던 다른 남자들과 확실히 다른것 같아."

"그러게. 다른 남자들은 몬스터들만 보면 벌벌 떠는데…디엔은 어떻게 보면 오히려 즐기는것도 같고."

"아까 베네피오렌님 앞에서 우리들을 위해 죄를 지어 자랑스럽다고 했을땐 감동받았다니깐? 다른 남자들도 디엔만큼 당당했으면 좋을텐데."

"확실히 그렇게 되면 괜찮은 남자들도 꽤 생겨나겠네."

지금은 비록 젊은 혈기와 주체할 수 없는 방랑벽 때문에 모험가로서의 삶을 살고 있지만, 나중에 나이가 들어 안정적인 생활을 원하게 될때는 자신들의 반려자가 디엔같이 강인하고 당당한 남성과 함께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그녀들이었다.

아직 반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확실한 것은 디엔이 지금까지 착실하게 쌓아온 작은 플래그들이 서서히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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