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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루이네가 디엔에게 빌빌대는 모습이 작가인 저로서도 보고 싶기 때문에 빠르게 스토리 진도를 나가는 중입니다.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강해지는 '변환점' 은 여기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제가 예전에 말했던 주인공 전용 '기연' 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보다 제가 만든 규율이 여러분들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조금 걱정이네요;;"나아갈 수 밖에 없겠네……."
"!?"
"!?"
다들 침울한 모습을 보이며 입을 다물자 보다 못한 다나가 자신의 주장을 나타냈다.
"차라리 몬스터들의 지도자를 처리하면 구심점이 없어진 몬스터들은 쉽게 사기를 잃을거야……."
특유의 말투로 말 꼬리는 살짝 흐렸지만, 그녀의 말대로 모 아니면 도 인 상황에선 차라리 수십 마리의 랫 맨을 상대하기 보단 소수의 몬스터 지도자를 처단하여 사기를 잃게끔 유도하는 것이 최선책이었다.
그녀의 말 덕분에 여러가지 악재로 공황 상태에 빠질뻔한 그녀들은 다시 한번 마음을 굳건히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말문이 적은대신 그만큼 입을 열때마다 중요한 부분을 지적하거나 일행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에 그만큼 발언에 힘이 있던 다나가 전의를 불태우자 자연스래 다른 이들도 기운을 차리게 된 것이다.
라이니는 통로 앞쪽에 1명씩 경계조를 세우고 순차적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였고, 그 덕분에 여유있게 체력을 회복한 라이니 일행은 어느정도 회복이 되자 몸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아가기로 하였다.
"자아, 그럼 전진해볼까."
"뭐가 되든 후퇴보다 전진이 낫겠지."
"한 번 정도지만 전투에 사용할 수 있는 마력은 충전했으니 후열은 걱정 마세요."
"우리 모두에게 신의 가호가 있기를."
모두 전의를 다지는 한 마디씩 하였고, 마지막으로 베네피오렌이 검을 꺼내들어 십자 형태를 만들어 보이자 일행 전체에게 축복 주문을 시전하자 온 몸 전체에 하얀 빛이 맴돌게 되었다.
-축복 주문이 걸렸습니다-
-공격력이 20분간 10% 상승합니다-
치료를 위해 신성력을 아껴두었던 베네피오렌이 축복을 시전하자 뒤를 이어 다나가 입을 열며 아름다운 목소리로 성가같은 노랫소리를 자아내자 뒤이어 보조 마법이 계속해서 걸리기 시작하였다.
-성가를 들었습니다-
-방어력이 30분간 20% 상승합니다-
일행의 실력이 뛰어난 덕분에 최대한 신성력을 보존할 수 있었던 다나는 마치 이것이 마지막 기회라는 듯이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보호 주문을 뽑아냈다.
-엘리멘탈 레지스트 주문을 받았습니다-
-15분간 불, 전기, 얼음, 산성의 데미지를 150점 흡수할 수 있습니다. 150점 이상의 속성 데미지를 받거나 제한시간이 지나면 주문은 해체됩니다.
-스트랭스 오브 원(하나의 힘) 주문을 받았습니다-
-10분간 모든 파티원의 힘이 180으로 고정됩니다. 만약 180보다 힘이 높을 경우엔 180으로 하락합니다-
-디펜시브 하모니 주문을 받았습니다-
-주문을 받은 일행 전체는 상대방의 위기를 쉽게 느낄 수 있게 되며 방어력이 20% 상승합니다-
"이제 남은건…치료 주문……."
더이상 많은 보호 주문을 걸게 된다면 막상 부상을 당할때 치료할 수 있는 신성력이 부족해지기에 가장 필요한 보호 주문만을 걸었고, 보조 마법의 제한 시간이 흐르기 전에 랫 맨들의 지도자를 처리하기로 하며 모두 입을 다물고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앞으로 나아갈 쯤, 좌우로 갈라진 갈래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눈 앞에 랫 맨의 지도자가 있는 방이 있을줄 알았던 라이니 일행은 보호 주문의 시간이 허무하게 지나기 전에 긴 말 할것 없이 짧고 간결하게 다수결로 정하여 오른쪽 방향으로 향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무로 만들어진 여닫이 문이 등장하였고, 라이니는 말 없이 손가락을 하나씩 세우며 3개의 손가락이 펴지자 알레크시아와 동시에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찌찍!?"
"찌익!"
안에는 지금까지 상대했던 랫 맨들과 달리 제대로 된 무기와 갑옷을 입은 랫 맨들과 브레인 마우스들이 갑작스러운 인간의 기습에 깜짝 놀라며 어떻게 해야 할지 우왕좌왕하기 시작했다.
"포지셔닝 스트라이크!"
그 때, 가장 앞서 나가있던 라이니가 스킬명을 외치며 검 손잡이로 전방에 있던 랫 맨의 머리통을 강하게 후려치자 랫 맨은 그대로 주르륵 뒤로 밀려나가면서 꼴사납게 발랑 넘어지고 말았다.
랫 맨들이 막고 있던 벽중 하나가 무너지자 그 안으로 파고 들어간 알레크시아는 지근거리에서 브레인 마우스들이 마법을 시전하기 전에 단검을 빠르게 내던져 하나둘씩 처리해 나갔다.
지금까지 스테미나 관리를 위해 스킬의 사용을 꺼려하던 라이니가 갑자기 자신의 기술을 사용한 것은 속전 속결로 처리하여 최대한 빠르고 조용히 처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고보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디엔은 자신에게도 액티브 스킬이 있다는것을 떠올리며 머릿속으로 스킬명 외치며 알레크시아와 라이니, 어느쪽을 처리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던 랫 맨을 향해 할버트의 창날을 강하게 찔러 들어갔다.
'블리딩 스트라이크!'
콰득!
힘이 180이 되면서 랫 맨이 입고 있던 갑옷을 간단히 꿰뚫은 디엔의 창날이 랫 맨의 몸통을 찌르고 무기를 회수하자 점도가 높은 붉은 혈액이 팍 하며 터져나왔다.
"끼……!"
블리딩 스트라이크에 의해 출혈 효과가 나타난 랫 맨은 그대로 쓰러지고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거 좋은데! 제대로 공격하고 있다는 감각이 느껴져!'
자신의 공격으로 적의 몸통을 가볍게 뚫어냈을때 느껴지는 감각!
지금까지 아무리 강하게 공격해도 예전과 같은 손맛이 느껴지지 않아 상당히 불만스러웠던 디엔은 예전과 같이 적을 베어내는 쾌감을 얻으려면 180의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근접 딜러인 3명의 여성, 라이니는 속도에 치중된 밸런스형 전사, 알레크시아는 로그, 베네피오렌은 육체가 퇴화되어가는 성기사였기에 모두 근력의 상승 효과를 얻어 빠르게 랫 맨들과 브레인 마우스들을 처리하였다.
그야말로 전광석화로 안밖으로 뒤흔들어 적들을 퇴치하는데 성공하긴 했으나, 버프를 받았다 쳐도 너무나도 허무하게 퇴치하였기에 라이니 일행은 마지막 랫 맨을 처리하고 주변을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사람이 10명 정도 들어설 수 있는 공터와 건너편 너머에 있는 또 하나의 문.
처음에는 그 문에 보스가 있는것이 아닐까 예상한 디엔이였지만, 빠르게 처단했다지만 이런 소란을 듣고서도 조용히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좌우로 미는 미닫이 문과 거대한 쇠사슬로 감겨져 있으며 거기에 어울리는 커다란 자물쇠가 걸려있는 방은 확실히 중요한 무언가가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한번에 들어왔다.
실제로 던전에서 가장 단단하고 보안성이 있는 문이야 말로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상식이기 때문이다.
일단 랫 맨의 지도자를 처치하는 것도 좋지만, 혹시나 모를 비밀이나 적의 약점 같은것이 있을지도 모르기에 일단 자물쇠를 열려는 순간, 알레크시아의 눈이 살짝 크게 떠졌다.
"잠깐. 이 문…함정이 있어."
"그것도 마법적인 함정…이네요."
함정이라는 말에 마나 탐지에 집중한 에리카가 함정의 작동이 마법적인 요소에 치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두들 물러서줘."
던전 탐험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으며 가장 위험한 일을 하는 직업은 팀의 전위를 맡는 전사가 아닌 로그다.
로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날렵한 몸놀림과 날카로운 감각은 정찰에 필요하며, 함정 탐지 및 해체 기술 등등을 모조리 떠맡고 있는 로그는 언제나 항상 죽음과 함께 움직이는 위험한 클래스인 것이다.
정찰을 하다 적의 공격을 홀로 받아 사망할 수 있고, 함정 해체를 하다 실수로 함정을 작동시켜 가장 먼저 함정에 당하기 때문에 로그는 뛰어난 민첩성, 지능을 필요로 한 만능형의 직업이라 할 수 있겠다.
나머지 일행은 멀찌감치 떨어져 만약의 사태에 함정에 빠진 그녀를 구해줄 준비를 하였고, 알레크시아는 문과 한발짝 떨어진 장소를 더듬더니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짜 바닥을 끄집어내 함정의 기계 장치가 움직이는 비밀 공간을 발견하였다.
평범한 기계 장치식의 함정이라면 어떤식으로 구동되는지 머릿속으로 빠르게 계산하며 함정의 작동을 막는 부분을 파괴하거나 막아내면 되지만, 마법식의 함정은 적의 존재를 감지해내면 무조건 발동되는 마법진 형식이 있고 기계 장치와 마법진이 섞여 복합적인 요소를 내는 형식으로 2가지 경우가 있는데 역시 가장 까다로운 것은 마법진과 기계식 함정의 조합이다.
그리고, 알레크시아가 마딱뜨린 함정은 가장 어려운 기계식과 마법진의 조합이었다.
단순한 기계식 함정이라 하더라도 아무거나 막거나 부수면 함정이 마구잡이로 튀어나오는 건 기본이고, 이런식으로 정밀한 조합식 함정은 어설프게 해체하려 하면 경보용 마법이 울려 그 즉시 함정을 발동시키기 때문에 단 한 순간의 방심도 허용치 않았다.
'기계 장치는 랫 맨들의 손재주로 어찌어찌 그렇다쳐도 이 마법진은 생각보다 수준이 높아. 아무리 뛰어난 랫 맨 마법사가 있다 하더라도 이런 고난이도의 마법진은 불가능할텐데?'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까지 온갖 어려운 복합형 함정을 여러번 만져봤지만 겨우 랫 맨 소굴에서 이런 엄청난 난이도의 함정이 존재하리라곤 생각치 못했기에 그녀가 받은 충격은 상당했다.
하지만, 오히려 지금까지 봐왔던 함정 중에서 최고 난이도라는 것은 그녀에게도 도전 의식을 불태우게끔 하였다.
전사들이나 기사들은 적을 쓰러뜨리는 것에 긍지를 느낀다면, 모험가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빛을 받고 사는 로그들은 아무런 상처없이 상대방의 물건을 훔친다거나 어려운 함정을 순수한 자신의 실력으로 해체하는데 긍지와 성취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정을 해체하기 위해 가죽으로 돌돌 말려진 해체킷을 펼쳐내 다양한 도구들을 꺼내놓고 본격적으로 함정 해체에 들어간 알레크시아의 모습에 그녀의 집중에 방해가 되지 않게 남은 라이니 일행은 조용하게 자신들끼리 입을 열었다.
"시아 언니가 저렇게 진지해진건 간만이네요? 그렇게 함정의 수준이 높…읏……?!"
에리카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려는 순간, 무언가에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이 왔던 갈래길쪽으로 시선을 향하였다.
"왜 그래? 적이라도 발견한거야?"
혹시 적이 등장한게 아닐까 싶어 검을 치켜들은 라이니였지만, 에리카는 고개를 내저으며 경악스런 표정을 지우지 못한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아뇨. 우리가 가지 않았던 왼쪽 길에서…엄청난 마나의 파동이 느껴져요. 나같은건 상대도 안되는 엄청난 마나의 파동이……!"
"!!"
마법이라는 학문에서 만큼은 오만한 자존심을 가진 에리카가 이렇게까지 스스로를 하찮게 격하하자 함정에 집중하고 있는 알레크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은 경악어린 표정을 짓게 되었다.
몬스터의 등급으로 치자면 하급이나 마찬가지인 랫 맨의 소굴에 중간 이상가는 고위 마법사인 에리카가 이렇게까지 판단할 정도의 마법사가 있다니?
"아무래도 평범한 랫 맨의 던전이 아닌것 같군요."
왠만한 고난이도 함정은 손쉽게 해체할 수 있는 알레크시아가 고전하는 최고 난이도의 복합형 함정, 에리카보다 월등하게 강한 마법사가 존재하는 랫 맨의 던전.
베네피오렌이 나지막히 중얼거린것 처럼 다른 일행들또한 상상할 수 없는 미지의 적에 대한 경계심이 몇 배는 강해지게 되었다.
그러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알레크시아가 계속해서 기계 장치를 만지작거리며 딸깍 거리는 소리만이 크게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