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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보스는 리치가 아닐까?' 라는 분들이 많더군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리치가 싫습니다.
아니아니, 물론 언데드 몬스터 매니아인 저에게 리치는 당연히 '아따 멋져부려잉' 이지만 너무 툭하면 나오는 경향이 있어서 너무 흔해졌달까...희소 가치가 없어졌달까...
D&D에는 리치와 비슷한 '웜 뎃 워크'(Worm that works)라는 몬스터가 있습니다. 스스로를 리치화 할 수 있는 강력한 마법사가 구더기, 거머리, 지렁이 같은 벌레들을 이용해 태어난 몬스터인데 뛰어난 마법 능력도 무섭지만, 셀수 없는 온갖 벌레들로 이루어져 있어 자신보다 작거나 한 사이즈 큰 존재는 수많은 벌레들로 감싸듯이 집어삼킬 수 있습니다. 왠만한 영웅들은 여기에 빨려들어가면 3분안에 DIE.
거기다가 웜 뎃 워크를 무찔러도 벌레들 중 한마리라도 놓친다면 다시 수천마리의 벌레들을 불러 부활을 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존재죠.
저는 리치가 나올 상황이나 시기가 된다면 차라리 리치 대신 웜 뎃 워크를 집어넣을 생각입니다.
PS: 여기서 나온 브레인 마우스는 제가 분명 D&D 몬스터 설정집에서 봤을땐 이 이름이 아니었던 것같은데...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자료가 안나와서 제가 마음대로 개명했습니다. 쟤 이름이 대체 뭐더라 -_-;;에리카와 알레크시아가 진정되자 일단 복수든 뭐든 지금은 밖으로 탈출하는게 우선 순위임을 상기시키며 다시 발을 움직여 나가기 시작하였다.
그 후에도 수 차례 랫 맨들의 기습이 이루어졌고 그 틈을 이용한 브레인 마우스의 마법 공격이 이어졌으나, 이미 적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면서 라이니 일행은 능숙하게 랫 맨과 브레인 마우스를 처리해 나갔다.
하지만 던전 내의 몬스터들도 라이니 일행의 존재가 퍼져나갔는지 사방에서 그녀들을 공격해오기 위해 달려들었고, 계속된 공격에 조금씩 지쳐나갈 수 밖에 없었다.
적의 숫자는 얼마나 되지도 모르는데다 땅굴을 이용하여 여러 방향에서 기습 공격해오는 것을 경계하느라 육체적,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호소하였으나 그 누구도 재난 영화에 보면 반드시 존재하는 '우린 다 죽었어!' 라며 비관적인 캐릭터는 없었는지 조용히 숨을 고르며 조금이라도 체력을 회복해 나갔다.
'이거…조금 위험한걸.'
모두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으나, 디엔은 서서히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 좋지 않은 예상이 떠올랐다.
미로형의 던전에서 해매며 계속되는 적과의 전투.
거기다가 체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식량은 전무, 휴식을 취할 시간도 없다.
그나마 위안인 점은 라이니 일행이 처리한 랫 맨들의 숫자가 수십 단위를 가뿐히 넘다보니 공격이 서서히 뜸해져 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쪽 방향으로만 잡고 통로를 이동하던 중,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소린…사람 소리다……."
알레크시아는 지친 기색이 역력한 표정 너머로 자신들 외의 다른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으나, 이내 자신들이 던전을 돌면서 어떤 꼴들을 봤는지 뒤늦게 기억났는지 얼굴이 굳어지고 말았다.
"혹시……."
"…아무래도 그거인것 같네요."
다른 일행들도 방금전보다 더욱 지친 표정으로 한 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던전 탐험을 거의 해보지 못했던 디엔은 그녀들의 표정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없었다.
라이니는 아직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디엔을 향해 약간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조용히 입을 열어갔다.
"모든 몬스터들은 남자나 여자, 하나의 성별밖에 없어. 여자밖에 없는 몬스터들은 다른 남자 몬스터들이나 인간들로부터 종족을 보존하지만, 남자밖에 없는 몬스터들은 가장 숫자가 많고 단련을 하지 않으면 약한 인간 여성들을 번식을 위해 납치해와."
"그…그런……."
이미 라이니가 말한 '번식을 위한 납치' 를 자행했던 디엔이였지만, 깜짝 놀란 표정을 보인 그는 황망함을 나타냈다.
"그렇다면 이 신음성은…설마……."
"랫 맨들에게 잡혀온 사람들…이겠지……."
"그럴수가! 어떻게 몬스터 따위가 그런 짓을 한단 말입니까! 모두 구해야만 합니다!"
여기서 또다시 호감도를 올릴 수 있는 플래그를 세울 수 있다고 여긴 디엔은 분개하는 척 하며 당장이라도 달려들 태세를 갖추었지만, 알레크시아가 재빨리 그를 막아세웠다.
"안 돼! 이 안쪽에는 많은 수의 랫 맨들이 있을거야! 지금 우리 체력으로 그 놈들을 모두 해치울 수 없다고!"
"하…하지만! 그래선 저 분들의 인생은 어떻게 되는겁니까!"
'어떻게 되긴, 남자 님의 자지가 얼마나 위대한지 온 몸으로 깨우치게 되는거지.'
마치 이중인격자처럼 입 따로, 속내 따로 정반대의 주장을 펼쳤으나, 라이니 일행은 당연하게 입 밖으로 나온 주장만을 듣게 되었다.
"참아. 우리가 그녀들을 구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여기서 탈출하여 토벌대를 이끌고 돌아오는 것 뿐이니까."
도시 밑에 랫 맨들의 거대한 소굴이 존재한다는 소식을 알게 된다면 스칼리아에서는 대대적인 토벌대를 조직하여 랫 맨들을 모조리 처단하고 여성들을 구출 할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결국 못이긴척 돌아가기로 한 디엔은 몸을 돌려 라이니 일행과 반대 반향으로 향하려 하려는 순간, 그녀들이 왔었던 길쪽으로 수많은 랫 맨들이 찌찍 거리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저렇게 대놓고 기척을 보이며 다가오는 것으로 보아 라이니 일행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것이 분명하다. 아니, 정확히는 안쪽에 있는 인간 암컷들의 냄새와 섞여 알아채지 못한 것이 정확한 표현이리라.
"크…하는 수 없이 전진해야 하는건가……. 모두 최대한 발걸음을 죽이고 따라와."
이대로 랫 맨들과 싸우게 된다면 앞뒤로 포위당해 랫 맨들의 노리개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 알레크시아는 발걸음을 최대한 줄일것을 경고하였고, 이미 수차례 이런 상황을 마딱뜨린 라이니 일행은 발을 세우며 천천히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디엔은 중갑을 입고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그만큼 둔탁한 소리가 들려오지 않을까 싶었으나, 앞꿈치 만을 이용하여 조심스럽게 이동해오는 그에게선 갑옷의 철컹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정확히는 예전부터 들리지 않았지만, 그 때는 갑옷에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서야 그것을 알게 된 것이다.
'생각보다 가벼운 갑옷인가 보네.'
그의 갑옷에 우려를 나타냈던 알레크시아는 생각보다 소리가 나지 않자 조용히 손을 까딱거리며 앞쪽으로 향하였고, 넓은 공터로 들어오게 되자 라이니 일행은 비명 소리가 나올 뻔한것을 가까스로 참아내었다.
"하악…제…제발 용서해줘…히잇……!"
"그…그만…이…이제 더 안들어가……."
"시…싫어어! 몬스터의 새끼따위 낳고 싶지 않아!"
벽에 거치된 횃불들로 인해 운동장만한 크기의 공터를 모두 확인할 수 있는 빛이 있었지만, 대낮처럼 환한 수준은 아니었다. 그곳엔 수십명에 가까운 여성들이 상체가 억지로 눌려진채 랫 맨들을 향해 엉덩이를 올리는 후배위 자세를 취하며 범해지고 있었고, 몇몇 여성들은 출산 중이었는지 연신 도리질을 치며 질 밖으로 랫 맨 새끼가 빠져나오는 것을 절망섞인 눈빛으로 볼 수 밖에 없었다.
아예 몇 명은 수차례 출산을 하면서 정신이 붕괴되었는지 빛이 존재하지 않는 공허한 눈빛으로 털이 자라지 않아 주황빛의 살색을 띈 새끼 쥐들이 젖에 달라붙어 모유를 빨아먹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쯧쯧. 저런식으로 정신이 붕괴되면 재미가 없어지지.'
디엔의 목표는 임신 공장의 인부들이 전원 제정신을 유지시켜 그것이 자신들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행복으로 여기도록 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물론, 최종 목표인 만큼 수많은 '오차' 들이 생겨나겠지만 말이다.
라이니 일행은 노리개가 된 여성들과 그녀들을 마음대로 찍어누르는 랫 맨들의 시선을 최대한 피하도록 구석쪽으로 이동하였다.
몬스터들은 그렇다쳐도 희생자들의 눈에 띄지 말아야 하는것은 예전에 라이니 일행이 몬스터들의 노리개가 된 여성들을 은밀하게 구출을 의뢰 받았을때,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희생자들이 그녀들을 발견하고 아무런 생각없이 제발 살려달라며 소리쳐서 몬스터들에게 발각되어 힘든 싸움을 겪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다행인점은 후각적으로 발전된 랫 맨들이 다른 인간 여성들의 혼합적인 냄새로 인해 라이니 일행의 냄새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라이니 일행은 이를 악물며 조용히 빠져나가는데 주력하였으나, 디엔은 매우 흥미로운 눈빛으로 랫 맨들의 '임신 공장' 을 어떻게 운용하는지 하나하나씩 관찰해 나가고 있었다.
랫 맨들은 동물적인 본성 때문인지 모두 후배위를 선호하고 있었다. 거기서 디엔의 눈에 들어온 것은 모두 강제로 무릎을 꿇는 후배위 자세로 고정시키기 위해 중세 시대 영화에 죄인들이 평민들이 던지는 돌맹이, 채소, 달걀 같은것들을 맞을때 등장하는 죄수용 구속 기구로 머리와 팔을 속박시키고 여성들의 발목에 커다란 쇠구슬을 달아놓아 도주할 수 없도록 설계해두었다.
'흐음……. 저런식으로 자세를 고정시키는 건가? 나쁘진 않은걸. 저런식으로 여자들의 몸을 뒤치기 자세로 바꾼다음 오랄과 섹스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하고 임신을 시킨다음 가슴쪽에 착유기를 붙여 젖소처럼 모유를 만들게 하면 꽤 볼만한 그림이 나오겠는걸.'
혹은 다리를 활짝 벌린후 위로 올리게 하여 보지가 훤히 드러나게 하여 손쉽게 박아넣는게 쉬운 포지션으로 고정시키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어쨌든 좋은거 하나 배우는군.'
디엔이라면 당연히 이런 일은 생각해낼 수 있었겠지만, 아무래도 처음 관리하는 던전이다 보니 생각해야 할 것이 많아 매우 늦게 알아챘을 것이다.
게다가 그는 한가지 방법을 알아내면 더더욱 많은 쾌락을 느낄 수 있도록 응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에겐 어떻게 보자면 기연이나 마찬가지였다.
랫 맨들은 자신들을 더러운 생물이라 깔보던 인간들을 향해 복수하려는 듯이 무차별적으로 하체를 흔들어댔고, 인간 여성들은 각자 비명들을 질러대며 몬스터의 자지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광경을 지나쳐 가까스로 다음 통로로 향하는 출구로 빠져나가게 된 라이니 일행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하였으나, 그녀들을 진심으로 구원해주기 위해선 자신들이 탈출하는 수 밖에 없는거라고 생각하며 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통로는 직선형이었기에 길을 잃을 염려없이 이동하였다. 그렇게 생각보다 기습 공격을 받지 않고 이동하던 중, 베네피오렌이 위화감을 눈치채고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뭔가…뭔가가 이상해요."
그녀의 뜬금없는 위화감 타령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가장 감이 좋은 알레크시아가 자신의 실책이라는 듯이 자책하는 표정이 되어버렸다.
"이런……! 아무리 지쳤다 해도 내가 이런 실수를……!"
"뭐예요? 뭐가 문젠데요?"
머리는 뛰어나지만, 몸으로 느끼는 직감같은 부분에는 마나를 제외하곤 취약한 마법사인 에리카는 아직 이해를 못 했다는 듯이 해명을 요구하였다.
"랫 맨들의 공격이 없어!"
"……!"
그녀의 말에 에리카도 뒤늦게 표정이 경직되었다. 어려보이긴 하지만, 그녀 또한 던전을 탐험하는 베테랑 모험가였기 때문에 알레크시아가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던전 탐험이라는 부분에서는 거의 문외한이나 마찬가지인 디엔은 아직 반정도밖에 이해를 하지 못하였기에 라이니가 자세하게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너도 지금까지 우리를 공격했던 랫 맨들의 공격이 없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지?"
"예. 오히려 기습 공격이 없으니 이 틈에 체력을 회복하고 숨을 고를 기회가 아닙니까?"
"그것도 그렇지만…사방에서 공격하던 몬스터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으면 세 가지 경우가 있어. 첫 번째는 한 던전에 두 종족의 몬스터가 영역을 나누고 있는 경계선에 위치할 경우. 두 번째는 몬스터들의 지도자나 몬스터들도 위험하다고 여겨지는 또다른 몬스터가 존재하고 있는 곳일 경우. 왜냐하면 몬스터들은 무조건 무력으로 지도자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지도자는 자신의 충복을 제외하곤 일반 몬스터들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곳에 마음대로 들락날락 거리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거든. 세 번째는 무수한 함정들이 존재하는 곳이야."
"지금까지 함정은 보이지 않았으니 세 번째가 아니라면……."
"다른 몬스터들의 영역으로 들어가거나 랫 맨들의 지도자와 만나게 되겠지."
그제서야 상황이 생각보다 심각해졌음을 알게 된 디엔은 눈쌀을 찌푸리며 이대로 귀환 마법을 통해 도주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젠장! 결국 이대로 가면 더욱 위험한 곳으로 향한다는 뜻이잖아! 여차하면 블러디 바이퍼와 척을 지는 것을 고려해야 겠어.'
여차하면 이대로 자신의 던전으로 돌아가 수 년 동안 훈련, 세력 확장을 하고 충분한 힘을 길러 신분을 세척하고 모험을 즐기는 방법도 존재한다.
아직 블러디 바이퍼가 얼마나 강한지 말단인 그로선 제대로 체감하고 있진 못하였으나, 그 때가 되면 자신도 쉽게 당하진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