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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데드 아일랜드의 중독성에서 벗어나게 되어 생존 신고를 한편 올려드립니다.
너무 재밌어서 계속하게 되는데 저의 조악한 영어 실력에 조금 충격을 받았달까 -_-ㅎㅎ
참고로 에리카가 말한 고위급 마법사는 후에 등장하게 됩니다. 그 때까지 떡밥이나 뿌려야지!
PS:과연 다음 연재는 언제 이뤄질지는 저도 모름 =_=;;그렇게 서서히 다가오던 발걸음은 갑자기 멈춰졌다. 에리카가 뿌린 라이트 볼의 빛을 발견한 것이다.
찌직- 찌익-
그 때, 어둠 저편에서 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2족 보행형 발걸음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쥐 소리. 조금이라도 판타지 소설을 읽어보았다면 누구라도 예상이 가능할 답이 자연스럽게 디엔의 입에서 튀어왔다.
"랫 맨…인가……."
"칫. 아무래도 쉽게 보내주진 않을 생각인것 같은데?"
지하 동굴이나 하수구에서 사는 랫 맨은 교활하고 탐욕스러운 성격으로, 자신들보다 강한 이들을 발견하게 된다면 주저없이 등을 돌려 목숨을 보전한다.
하지만, 그런 랫 맨이 이렇게 버티고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놈들은 우리를 먹잇감으로 생각한 모양인데?"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감히!"
에리카는 랫 맨 주제에 자신들을 만만한 먹잇감으로 판단한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건지 주문을 외우더니 어둠 저편을 향해 손을 뻗었다.
"파이어볼!"
평범한 파이어볼을 시전하여 어둠 너머로 던진 에리카는 파이어볼의 불길로 산개하여 도망치는 랫 맨들의 모습을 발견하더니 주먹을 쥔 손을 펼치자 허공에서 폭발한 파이어볼은 그대로 넓게 퍼져나가 랫 맨들의 몸을 불태웠다.
"찌이익! 찌익!"
파이어볼이 터질때 생기는 충격력을 희생한 대신 사방으로 넓게 확산시키는 사정거리를 확보한 덕분에 랫 맨들은 몸에 불이 붙어 사방으로 날뛰고 땅을 구르며 어떻게든 불길을 잡으려 하였으나, 이미 불길은 온 몸으로 확산되어 고기 굽는 냄새와 함께 쓰러지고 말았다.
"흥! 별것도 아닌 주제에."
간단하게 랫 맨들을 처치한 에리카의 활약 덕분에 잠시 검을 집어넣고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찾게 된 라이니 일행은 자신들이 떨어진 통로에서 무언가가 미끄러져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자 잠시 뒤쳐진 베네피오렌과 다나임을 직감하며 통로 양 옆으로 라이니와 알레크시아가 자리를 잡고 그녀들을 받아주기 위한 자세를 취하였다.
촤아악!
텁!
"잡았습니다!"
"꺗!?"
먼저 내려온 것은 베네피오렌이였다. 그녀를 가까스로 받아든 알레크시아는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몸을 돌렸고 뒤이어 다나가 내려왔으나, 라이니는 순간적으로 타이밍을 놓쳐 그녀를 잡지 못하였다.
혹시나 몰라 일부러 통로와 정면에 위치하고 있던 디엔은 그대로 다나를 몸으로 받아야 하였고,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한 디엔은 그대로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윽!"
"……!"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신이 디엔을 깔고앉는 여성상위 자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란 그녀는 재빨리 수녀복을 털어내며 자연스럽게 몸을 일으켰고, 조금 고통스럽지만 이렇게 조금씩 '플래그' 를 세워나가 공략해야 한다는 함락신 정신(...)을 모태로 한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몸을 일으켜 그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괜찮으십니까? 제가 잘 받지 못해서……."
"…됐어……."
평소라면 무대답으로 반응할 다나였으나, 감정의 기복이 없는 목소리로나마 디엔에게 대답한 그녀의 모습에 가장 많이 놀란것은 베네피오렌이였다. 어릴때부터 다나를 키워온 그녀는 상대방의 친절을 부담스러워하여 매우 특별한 일을 제외하곤 말을 섞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베네피오렌 역시 평생을 교단에서 살아와 사랑이란 단어와는 눈꼽만큼도 관련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기이한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가져오는지 알 수 없었다.
여성이 뿜어낸 피를 뒤집어 쓴 베네피오렌에게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뒤늦게 따라왔기에 그녀들에게 여성을 어떻게 처리하였고 랫 맨의 등장과 에리카의 활약을 전해들은 두 여성은 그대로 라이니가 처리한 시체를 확인하기 시작하였다.
"이 여성분은 기이하게도 살아있는 자의 기운과 언데드의 기운이 동시에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너무나도 생소하였기에 당황했었는데…이제서야 그 이유를 알겠군요."
"이거……."
신성력으로 인해 사이한 마기를 쉽게 감지해낼 수 있는 두 여성은 그녀의 목에 걸린 아름다운 보석이 메인으로 장식된 목걸이를 지목하였다.
"어떤 경로로 들어왔는진 모르지만, 이 보석 안에는 사악한 영혼이 들어가 있었던 마기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이 보석에 들어가 있던 영혼이 이분의 영혼을 먹어치우고 몸을 잠식한 것이죠. 그로인해 몸은 살아있되 영혼은 죽은자의 것으로 채워치면서 기묘한 기운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어차피…이제는 상관없지만……."
언데드는 특수한 마법, 마력을 통해 창조되는 인위적인 몬스터. 언데드의 영혼은 현재 죽어있는 상태야말로 본 실력을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나, 시체를 스스로 일으킬 수 있는 힘은 지니지 못한 상태였다.
영혼은 목걸이를 쓴 사람에 한해서 지배할 수 있는것인지 여성의 몸 여기저기를 맴돌았지만, 다나는 여성의 몸에 손을 올려놓자 자신의 손을 통해 몸을 장악하려는 사악한 영혼을 향해 신성력을 발현시켰다.
-카아아아아!-
그렇게 강한 영혼이 아니었는지, 아니면 다나의 신성력이 강한것인지 희생자의 온 몸 전체가 하얀 빛으로 퍼져나가자 억눌린듯한 비명소리가 울려퍼져나갔다.
"이걸로…끝……."
디엔은 영화에서 나오는 제령때처럼 악마가 현신한다거나 폴터 가이스트 현상을 일으킨다거나 뭐든지간에 다이나믹한 사건이 일어날 것이라 예상했기에 생각보다 맥빠지는 전개에 안심과 안타까움이 섞인 한 숨을 내쉬었다.
"그보다 여기는 대체……? 도시 밑에 이런 동굴이 있다니……."
악령을 퇴치하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고 동굴의 존재에 의문을 품게 된 베네피오렌의 말에 에리카가 처음부터 다시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에리카 양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진 마법사가 이런 동굴을 만들 수 있는 인력을 동원한채 도시에 침입했다는 뜻이로군요."
"예. 거기에다가 흔적까지 깔끔하게 지운 상태예요."
"혹시 방금전에 처리한 랫 맨들이 만든게 아닐까 싶은데요."
디엔은 에리카가 간단하게 처리한 랫 맨들이 문제가 아닐까 싶어 원인을 제기해봤으나, 에리카는 고개를 내저었다.
"랫 맨이라면 차라리 침입하기 쉬운 하수구쪽이 더 침입하기 쉬울거야. 게다가 랫 맨들은 고위 마법사가 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몬스터들이 아냐."
"흐음……."
비록, 야비하고 교활한 랫 맨들은 머리회전이 빠르나 그것은 마법사들이 가질 수 있는 천재적인 두뇌와는 종류가 다르다.
치직-
그렇게 어떻게해서 이 동굴이 만들어졌는지 곰곰히 생각하던 라이니 일행은 갑자기 들려오는 묘한 소리에 경계 태세를 취하자마자 한 발의 매직 미사일이 빠르게 날라와 알레크시아의 얼굴을 향해 날라왔으나, 살짝 고개를 흔들어 피한 그녀는 그대로 매직 미사일이 날라온 방향으로 단도를 내던졌다.
파악!
하지만, 흙벽과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고 그 후에 무언가가 쪼르르 도망가는 소리가 들려오자 분명히 제대로 복부 쪽으로 단도를 날려보낸 그녀는 눈썹이 꿈틀거렸다.
"피한건가?"
고개를 갸웃거린 그녀는 더이상 머리 아프게 토론을 할 때가 아님을 상기하였다.
"지금 우리는 이 동굴이 어째서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알아내기 보단 여기서 탈출해야 해. 탐험용 도구들을 준비하지 않아서 이틀 이상 이 동굴에 머물게 되면 상황이 심각해질거라고."
던전을 탐험하기 위해선 여러가지 준비를 해야만 한다. 낭떠러지를 대비한 로프, 불을 비추기 위한 기름과 도구, 말린 식량, 체온을 보존하여 체력을 안정적으로 휴식시키는데 필수 요소인 휴대용 담요 등, 여러가지를 챙겨야만 한다.
당연히 식사를 하기 위해 몸에 걸치고 있는 장비들을 제외한 모든 물건들이 묶고있는 여관의 여행가방에 넣어둔 상태이기에 탐험용 도구들이 전무한 라이니 일행은 한 시라도 빨리 이 동굴에서 탈출하는것이 주 목적이 되었다.
"확실히 문제가 크네. 최대한 전면전을 피하면서 움직이도록 해야겠는걸."
평소에는 실실거리는 라이니의 표정이 굳어지자 다른 이들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실력자' 의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하였다.
디엔은 그녀들이 보여주는 기운에 안도감을 느끼면서도 자신도 조만간 그녀들과 동일…아니, 더욱 강해지도록 실력을 키우도록 결심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무쌍연희에서 쌓아온 플레이어로서의 경험치 덕분에 수많은 위기를 넘겨왔으나, 적이 강하면 강할수록 한계가 있는법. 캐릭터의 능력치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반 정도도 제대로 낼 수 없다.
'지금 당장 강해지는건 무리. 일단 최대한 이 녀석들과 붙어다니면서 경험치라도 얻어먹어야 해.'
뛰어난 실력을 가진 모험가 파티와 함께할 수 있는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게다가 저쪽에서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속칭 '쩔' 을 편한 마음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기회!
"에리카의 마력은 중요할때 써야 하니 횃불같은게 필요한데……."
모험가의 리더로서 돌아온 라이니는 가장 먼저 자신들에게 부족한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판단대로 마법사들은 마력이 무한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당장 눈을 밝혀줄 수 있는 횃불을 대용할만한 무언가를 찾아야만 한다.
그렇게 라이니 일행이 고민에 빠져 있을때, 디엔은 무언가 결심한듯 알레크시아를 향해 입을 열었다.
"알레크시아님, 혹시 기름은 있습니까?"
"예비용으로 몇 개 있긴 한데?"
자신의 허리춤에 매달려 있는 작은 가죽 주머니들을 툭툭 쳐보인 그녀의 모습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베네피오렌과 다나쪽으로 향하였다.
"베네피오렌님, 다나님. 이 죄는 나중에 달게 받겠습니다."
"예?"
"……?"
촤악!
순간, 사악한 영혼에게 잡아먹혀 영혼이 소멸당한 불쌍한 희생자의 양 어깨죽지를 향해 할버트를 휘둘러 잘라낸 디엔은 그대로 시체의 두 팔을 알레크시아가 넘겨준 단도로 살점을 잘라내기 시작하였다.
"무…무슨 짓을 하는건가요!"
대부분의 선 성향의 신전은 시체의 고의적인 훼손을 큰 죄악으로 여긴다. 물론, 그 전에 일반인의 눈에도 그리 좋게 보이진 않는다만.
베네피오렌의 경악어린 외침에도 불구하고 뼈에 붙은 살점들을 단도로 깔끔하게 밀어낸 디엔은 여성의 옷 일부를 균일하게 잘라내 관절 부위를 묶어 직선으로 향하게 하고 유일하게 잘라내지 않은 손을 억지로 주먹을 쥐게하더니 그 위를 잘라낸 여성의 옷으로 동그랗게 말아내면서 형태가 생겨나자 다른 일행들은 그가 무슨 일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한 쪽 팔을 횃불용 막대기처럼 만들고 알레크시아에게 눈짓을 하여 받아낸 가죽 주머니에서 기름을 조심스럽게 발라내고 에리카의 도움을 받아 작은 불길을 만들게 하여 붙이자 하나의 횃불이 만들어졌다.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지는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체를 훼손하여 여러분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이 죄는 동굴을 탈출하고 나서 달게 받겠습니다."
"……."
"……."
흔들림없이 자신의 행동에 후회 한점 없는 그의 눈빛에 라이니 일행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였다.
자신들을 위해 시체를 훼손하고, 당당하게 죄를 받겠다며 나서는 모습은 그녀들이 지금까지 봐왔던 남성들의 행동과는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신선한 충격을 받은것도 있지만, 스스로에게 죄를 만들면서도 자신들을 돕고자 하는 그의 숭고한 마음에 토를 달 수 없었기 때문이다.
'흐흐흐. 어때? 이런 분위기라면 처벌할 수 없겠지?'
물론, 디엔은 이 모든것을 계산하며 위선의 가면 뒤쪽으로 씨익 웃고 있었지만.
그가 만들어낸 이번 이벤트는 어떤식으로 작용될지는 개개인의 사상에 달려 있었다.
만약, 베네피오렌과 다나가 앞뒤가 꽉 막힌 광신도라면 가차없이 검을 휘두르겠지만, 최소한 상황을 살필 수 있는 안목이 있다면…….
"…알겠습니다. 이 문제는 나중에 처리하도록 하지요."
'이렇게 되는거지.'
그렇다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대한 많은 활약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동정표' 를 뽑는다면 아무리 베네피오렌이 단독으로 처벌을 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특히 베네피오렌과 같은 교단인 다나를 끌어들인다면 그녀도 고집을 피우기 어렵게 될테고,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일행에겐 자기 자신을 타인을 위해 희생한 숭고한 사람으로 각인되어 호감도가 업한다는 말씀이지.'
60억의 인구가 있다면 60억의 취향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모든 여성들을 만족시키려고 무리수를 두는것보단 이런식으로 피해를 최소화시키며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으로 받아내는 방법은 모든것을 뛰어난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었던 무쌍연희 초창기 시절에 자주 써먹은 방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