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3화 (43/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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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게임 불감증에 걸려 네버윈터 나이츠를 다시 즐기고 있습니다.

제가 들어가 있는 RP팀에서 번역한 모듈을 플레이 해봤는데(쓰라는 소설은 안 쓰고!) 생각보다 내용이 괜찮아 서브 스토리 일부를 가져와 제 소설에 알맞게 변형시킬 생각 -_-ㅋ

공장 인원도 추가할 생각이니 기대해주세요 ㅇㅁㅇ/"아, 여기 주인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음유시인은 주점같은 곳에서 노래를 불러 돈을 버니까 여기 주인도 알 것 같은데요?"

그 때, 가장 머리가 좋은 에리카가 가장 이상적인 답변을 제안하였고, 알레크시아도 거기에 손가락을 부딪혀 소리를 자아냈다.

"그거 좋네. 최소한 작은 실마리 하나 쯤은 발견할 수 있겠지."

식사를 마무리지은 라이니 일행은 그대로 주인에게 향하였고, 분위기에 휩쓸린 디엔도 일어나 그녀들의 뒤를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쯧. 아무리 경험치가 좋다곤 하지만 이건 좀 귀찮은걸?'

디엔은 확실하게 '기대심' 이 나오는 퀘스트를 원하는 성격이다. 눈이 번뜩 뜨일만한 아이템이나 보물, 아무것도 줄 것이 없더라도 미모가 출중하면 몸을 요구하여 능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원하기에 라이니 일행과 같이 있는한 몸으로 보답을 받을 수 있을리 만무한데다 얼굴이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어 원본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를 정도였기에 아무런 기대감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겉으로는 착하고 순진무구한 소년의 역활을 연기하고 있는 디엔으로선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두 개 밖에 없었다. 이대로 그녀들을 돕는것과 바쁜 일이 있다면서 발을 빼는것.

어떻게 변동될지 모를 미래를 위해 확실한 적이 아닌 이상 호감도를 심어두는 투자를 해두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그녀들과 함께 자원봉사를 하는 수 밖에 없었다.

"저기, 주인장. 저 음유시인을 아십니까?"

카운터에서 재고 물품을 정리중이던 주인은 라이니의 질문에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내 가게에는 아침, 점심, 저녁 순으로 다른 노래쟁이들이 오고 그 다음날에는 또다른 녀석들이 들락날락 거리는데 그걸 어떻게 다 기억합니까?"

음유시인들의 주요 수입거리는 노래와 이야기, 정보를 파는 일들이다.

음유시인은 자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사용해 악기와 곁들인 노래를 선보이기도 하고, 어떤 소문이나 이야기를 각색하여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나 영웅담으로 탈바꿈 시키기도 하며 다른 지역에서 보고 들은것을 팔아먹는 스파이로서 고용되는데, 일반적으로 가장 손쉬운 일은 사람이 모일 수 밖에 없는 주점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다.

유동 인구가 수도만큼 많은 스칼리아에서는 그만큼 많은 음유시인들이 오가기 때문에 주점의 주인으로선 그 많은 음유시인들을 하나씩 기억할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아니면 저쪽에 있는 마법사에게 말해보세요. 요즘 주점에 자주 오니까 뭔가 알지도 몰라요."

주인이 가리킨 곳에는 붉은색과 검은색이 조화롭게 어울려진 로브를 입고 있는 차분한 분위기의 미인이였다.

어쩔 수 없이 그 마법사에게 물어보려던 찰나, 주점 주인은 라이니들을 불러세웠다.

"아참, 혹시나 해서 말해두는건데 저 마법사와 대화할때 그…전문 용어로…쇼…크…였던가? 아무튼 잘 모르겠는데 그걸 받을테니까 마음 단단히 준비해두시구랴."

"왜요? 엄청 오만한 성격인가요?"

마법이라는 학문은 재능이 반이상 차지하는 세계이기 때문에 클래스가 높을수록 오만한 이들이 대다수다. 하지만, 주점일을 하다보면 오만한 족속과도 부딪혀야 하기에 오만한 이들은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주인은 그게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내저었다.

"차라리 오만한 성격이 낫지, 여기서 오만 인간군상들을 다 봤는데도 저 마법사만큼 특이한 인물은 처음이요. 내가 죽을…아니, 이 세계가 멸망할때까지 없을거요."

"??"

이내 진저리를 치듯이 몸을 잘게 떨은 주점 주인은 자신의 업무로 돌아갔고, 결국 마법사에게 물어보기로 한 라이니 일행은 혹시 사악한 네크로맨서 같은 이가 아닐까 예상하며 조심스럽게 구석진 자리에서 두 눈을 감고 있는 마법사를 향해 다가갔다.

"저기…뭐 좀 물어보고 싶은게 있습니다만……."

라이니의 조심스러운 목소리에 마법사는 감고 있던 눈을 살며시 올렸고, 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주점 주인의 말대로 '충격' 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카시라는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에 눈을 떠 자신의 명상을 방해한 불청객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들은 모험가 무리인듯, 실용적인 복장을 한 이들이었다."

"……."

"……."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모험가 무리는 카리사의 예상대로 바보같은 표정을 지으며 어쩔줄 몰라한다. 그녀는 저런 바보같은 얼굴을 볼때마다 기분이 참으로 유쾌하였으나, 겉으로 드러내면 상대방의 대한 예우가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매너를 위해 웃음을 속으로 참아보였다."

"……."

"……."

순간, 라이니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는 듯이 울상을 지었으나, 그건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스스로를 카시라라고 말한 마법사는 마치 소설속 3인칭 시점의 주인인 마냥 3인칭으로 읊어대는 것이었다!

어째서 주점 주인이 마음을 단단히 준비해두라는 건지 이제서야 이해하게 된 라이니 일행은 당혹감으로 물들여졌다. 그녀들도 다양한 성격의 별종들을 만났으나, 이보다 별종인 이들은 보지도, 듣지도 못하였기 때문이다.

오죽 했으면 왠만해선 표정 변화가 없는 다나마져 인상이 당혹감으로 찡그려졌겠는가.

"저…저기, 어째서 대화를 할 때 3인칭으로 대화하시죠?"

다른 이들이 모두 당황해하며 말을 잇지 못하자 가장 빨리 정신을 차린 디엔이 가장 본질적인 의문을 물어왔지만, 카시라의 표정은 짜증으로 물들여졌다.

"카시라는 이걸로 총 311회에 똑같은 질문을 받게 되자 얼굴에 귀찮은 기색이 역력해졌다. 하지만, 이런 어리석은 질문에 일일이 대답해줄 필요가 없기에 그녀는 의도적으로 소년의 질문을 무시하였다."

"……."

'이 년은 대체 뭐야!'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성격 또한 과거보다 더더욱 다양화된 현실에서도 이런 특이한 성격을 만나보지 못한 디엔은 당혹스러운 마음을 추스리느라 심호흡을 해야만 했다.

'침착하자. 침착해. 조금…아니, 아주 많이 이상하긴 하지만 그렇기에 여기선 침착하게 본질만 파고들어야만 해.'

"큼큼. 대답하기 싫으시다면 어쩔 수 없지요. 그보다 저희들은 저쪽에 얼굴이 망신창이가 된 음유시인의 일에 대해 물어보고 싶습니다만……."

"카시라는 생각보다 적응이 빠른 소년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지금까지 이런 '사소한' 문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녀와의 대화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카시라는 그나마 다른 이들보다 파악 능력이 빠른 소년의 모습에 호의를 느끼고 성실하게 대답해주기로 결정한다. 이윽고, 그녀는 소년이 가리킨 음유시인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돌렸다' 까지 말하고 고개를 진짜로 돌린 카시라는 얼굴이 만싱창이가 된 음유시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골똘히 무언가를 생각하면서 잠시 숨을 돌릴 시간이 생기자 디엔은 거친 표정으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저 분하고 대화만 하면 정신력이 소모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라이니님, 제가 말을 붙여놨으니 뒤를……."

"아, 아냐! 디엔 네가 생각보다 대화를 잘 이끄는데 너한테 맡길께! 다들 동의하지?"

"아니, 잠깐, 그래도 파티의 리더는 라이니님이……."

"그럼 잠깐만 네가 맡아줘!"

"……."

대화가 끊기지 않게 돕기만 하려던 디엔은 자신에게 모든것을 일임한 그녀를 향해 리더를 운운하려 하였으나, 라이니는 아까전만 해도 잘 사용해 먹었던 리더직을 임시로 디엔에게 건내주었다. 리더로서의 위엄따윈 이미 엿가락과 팔아먹은지 오래인것이 분명하다.

'이런 망할!'

듣기만 해도 정신력이 소모되는 강렬한 정신적 충격이 느껴졌지만, 라이니 뿐만 아니라 다른 모두가 간절하게 바라는 눈빛으로 애처롭게 바라보자 결국 호감도 관리를 위해 총대를 매는 수 밖에 없었다.

탁!

그 때,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을 마주 때린 카시라는 다시 3인칭 시점으로 입을 열었다.

"음유시인의 얼굴이 매우 훼손되어 있었으나, 카시라의 뛰어난 기억력과 두뇌로 손쉽게 그녀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 다른 얼뜨기 음유시인들과 달리 제대로 된 음악과 노래를 선보였기 때문에 머릿속에 각인된 상태였던 것이다."

그리고선 잠시 혀를 축인 그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이름까진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어제만 해도 음유시인의 얼굴은 행복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특히, 노래를 잠시 쉬는 동안 반짝이는 보석을 쉴새없이 매만질때는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였다."

"반짝이는 보석이요?"

슬슬 조금씩 적응되어가는 카시라의 3인칭 대화법에서 드디어 실마리가 잡히자 디엔은 이 평범치 않은 대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다이렉트로 질문을 던졌다.

"카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녀는 음유시인이 단골처럼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잡화점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내었다. 일반 거주지와 슬럼가 사이에 끼어있는 소규모 잡화점과 잘 나가는 음유시인의 조합은 뭔가 이상했다."

스칼리아는 크게 총 5개의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평민들이 모여 사는 일반 거주지, 귀족이나 매우 높은 부를 축적하고 있는 상인들이 거주하는 노블레스 지구, 온갖 물건들이 모이는 상업 지구, 빈민들이 사는 슬럼가와 슬럼가에서도 악질이거나 죄를 범한 이들이 숨어사는 언더 딥 슬럼가가 존재한다.

상업 지구에 가게를 차린 이들은 하나같이 그만한 땅을 살 수 있는 부자들이며, 상업 지구에서 멀리 떨어질수록 가난한 상인이라는 뜻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가난하다는 뜻이지 일반 거주지에라도 잡화점을 열게 되면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평범한 물건으로도 충분히 먹고 사는게 충분하다. 정말로 가난한 상인은 슬럼가에 가판 장사를 하고 있기에 자신만의 가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평민 중에선 그나마 부자라는 뜻.

굳이 따지자면 상업 지구에서는 다양한 상인들이 오가니 큰 거래를 이용한 이득이 가능하고 일반 거주지는 작지만 꾸준하게 이어가는게 가능하다.

카시라의 말대로라면 음유시인은 뛰어난 목소리와 연주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보석을 구입할 수 있을정도로 능력이 있는데 기이하게도 보잘것 없는 잡화점의 단골이라는 것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녀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정보는 이것들이 전부라고 생각한 디엔은 감사의 인사를 표하며 고개를 꾸벅였고, 카시라는 더이상 말하기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내저으며 입을 다물었다.

자신들의 자리로 돌아온 라이니 일행은 가장 먼저 공통적으로 떠오른 의문점을 에리카에게 표하기 시작하였다.

"마법사들은 대다수가 저렇게 특이해?"

"그럴리가 없잖아요! 마법사라는 인종이 별나긴 해도 저런 괴팍한 성격은 없다구요!"

어째서 카시라가 3인칭으로 말하는지 알 도리가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대륙 전체에 있는 괴팍한 마법사들을 불러 모아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위인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자자, 그 문제는 됐고 일단 정리부터 하자고. 음유시인은 어제까지만 해도 해피했었다. 어떤 보석을 가지고 있었다. 작은 잡화점의 단골 손님이었다. 그리고 오늘은 얼굴이 망신창이가 되었다. 일단 이 정도가 우리가 모은 정보들이야."

알레크시아가 단답형으로 가장 중요한 것들만 추려내자, 다른 이들은 각자 한가지씩 그녀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예상하기 시작했다.

"혹시 깡패들이 보석을 훔쳐간게 아닐까? 저 상처는 반항의 흔적이고."

"글쎄요?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닐것 같은데……. 혹시 잡화점 주인에게 사기를 당한게 아닐까요? 일부러 친분을 쌓아 단골 손님으로 만든 후에요."

"…복잡해……."

"아무래도 정보를 모아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을것 같군요."

라이니와 에리카는 각자 음유시인이 어떤 사건을 당했다고 생각하였으나, 다나와 베네피오렌은 일이 생각보다 어지럽게 얽혀있을 것 같다는 예상하였다.

"결국 직접 가보는게 낫겠습니다."

여기서 아무리 예상을 해봤자 직접 확인하는 것만 못하기에 단도직입적으로 본론을 꺼내자 알레크시아도 거기에 동의하였다.

"역시 그게 좋겠지? 뭐, 아무리 심해봤자 뒷세계 인간들의 의한 일 일거야."

아무리 복잡하게 얽혀있어도 결국 뒷세계의 폭력의 희생자 쯤으로 예상한 알레크시아의 말에 무게감이 느껴졌기에 각자 준비를 하고 일반 거주지로 향하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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