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2화 (4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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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명 : 사바트

특기 : 독자분들 뒤통수 후려치기.

리자드맨들에게 줄 공장 인부(?)들이라고 예상하시던데 그 리플들을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쟤네들은 그냥 라이니 일행과 재회하는 1회용에 캐릭터들에 불과했거든요.

아니, 나중에 한 번 더 등장하려나?

어쨌든간에 일부러 공장을 초기화 시킨 이유는 좀 더 개성이 있는 캐릭들로 채워넣기 위함입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한가닥 하는 전사나 마법사라던가, 기사단 전체를 꿀꺽하거나.

공장 가동은 좀 더 많이 진도가 나가야 본격적으로 가동이 됩니다. 

먹을 것을 향한 라이니의 투혼은 엄청났다.

다른 세 명의 동료들이 극구 반대하는 것을 끝까지 무시하며 리더로서의 권한을 발동하기까지 할 정도니 이미 할 말은 다 한 셈이다.

"그마안! 리더로서 나는 다른 음식점을 찾을것을 요구한다! 이상!"

"으극……."

"치사하다!"

"후우, 하는 수 없군요."

일단 발언력은 베네피오렌이 가장 높을지 몰라도 이 팀을 구성하는 중심, 즉, 리더는 라이니다.

일반적인 다른 파티와 같은 이유로 뭉친 이들이였다면 라이니의 '땡깡' 에 불만을 품으며 헤어질 확률이 매우 높았겠지만, 전에도 얘기했듯이 모두 평범하게 만난 이들이 아니다.

그녀들은 몇 년동안 함께 마음을 맞춰온 사이였고 자신들의 리더가 겉보기엔 바보같고 생각없는 머저리같이 보여도 막상 중요한 순간에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 가장 효율적인 지시를 내리는 것을 몸으로 느껴왔기에 리더로서의 권한을 발동시키자 결국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라이니 일행 뿐만이 아니라 다른 파티, 혹은 용병단, 혹은 군대에서도 통용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3명 이상의 무리가 지어진다면 무리를 이끄는 '리더' 가 정해진다. 그것이 암묵적이든, 땅따먹기로 정하든 말이다.

중요한 것은 리더는 언제나 자신이 이끄는 일행을 이끌며 위험으로부터 피하는 능력과 뛰어난 무용이나 머리를 지녀야만 리더로서의 발언력, 권력을 지닐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몬스터라는 존재가 있음으로서 언제나 죽음을 곁에 두고 여행을 하는 모험가, 용병들에게 있어 뛰어난 능력을 가진 리더의 존재는 매우 소중하기에 리더가 자신의 일을 확실하게 처리하여 위엄을 보인다면 리더에게 자신의 주장을 '조언' 할 순 있으나 '강요' 할 순 없다.

리더의 판단을 무리의 일원이 강요하며 거절한다면 그 때부터 리더로서의 위엄은 사라지게 되면서 무리는 내부에서부터 붕괴되기 때문에 그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 그녀들은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라이니가 '리더로서의 '권한' 을 발동한 이상, 그 권한을 거부할 수 없었다.

다나와의 대화에 실패한 디엔은 좀 더 배를 채우기 위해 라이니의 주장에 내심 찬동하고 있었으니 딱히 불만은 없었으나, 다른 이들은 영 표정들이 좋지 않았다.

식도락이고 뭐고 간에 식사를 할 때 만큼은 이런 고생은 하고 싶지 않은 그녀들이었으나, 라이니는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이 느끼지 못한 음식들을 찾는데 신이 난 표정이었다.

"아우…진짜 다리 아픈데……."

원래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는 지칠줄 모르고 일하지만, 싫어하는 일은 조금만 움직여도 금새 지치고 정신적으로 피로해지고 만다.

게다가 일행 중에서 가장 체력이 약한 에리카는 울상과 함께 조그마한 손으로 자신의 무릎을 토닥이며 칭얼거리기 시작하였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디엔이 그녀의 뒤쪽으로 다가가 갑작스래 그녀의 몸을 들어 올려 공주님 안기를 실행하였다.

"꺄아! 뭐야?!"

"다리가 아프다고 하시니 제가 모셔드리겠습니다."

"시…시끄러워! 됐으니까 빨리 내려 놔!"

"으음……. 누님께선 이렇게 하면 다들 좋아하실거라 했는데……."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부끄러운 안기 자세를 취하자 얼굴이 붉어진 에리카는 디엔이 힘없이 고개를 떨구자 괜시리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약간 짜증내는 듯한 표정과 함께 다시 입을 열 수 밖에 없었다.

"다른때였다면 내 몸에 손을 대는건 꿈에도 생각 못할 일이였겠지만 오늘은 내가 다리가 아프니까 특별히 허락해줄께."

마치 선심 썼다는 듯이 건방지고 도도한 어투로 머리결을 뒤쪽으로 쓸어넘기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전형적인 츤데레의 그것이었기에 길들이는 맛이 각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디엔은 일단 어수룩하게 웃으며 다시 한번 그녀의 몸을 들어 올렸다.

둘 다 아직 키가 작았기에 모르는 사람이 보면 소꿉놀이 중인 아이들처럼 보일 정도로 귀여운 모습이었기에 라이니 일행은 피식 웃어보였으나, 다나는 여전히 무표정한 모습 뒤쪽으로 왠지 모를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상해……. 나보다 어린 아인데 어째서 자꾸 눈에 밟히는거지?'

지금까지 그녀에게 있어 남자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였으나, 자신이 혹시 음탕한 귀족 여인들이 즐긴다는 쇼타콘(여성이 예쁘장한 연하 소년에게 성적 호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자꾸 디엔을 향해 얼굴이 돌려지자 평생을 금욕해오며 살아왔던 다나로선 이런 기분이 들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상태였다.

자신을 지켜주기 위해 입은 부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안위만을 묻고나서야 안심하며 기절한 그의 모습에서 다른 남자들로부턴 절대 느낄 수 없는 듬직함이 다이렉트로 다나의 마음을 공격한 것이다.

몇몇 소수의 신을 제외하곤 대다수의 신전은 결혼에 대해서 매우 관대한 편이며 평민들과 달리 강제로 얼굴도 모르던 남자와 짝지어지진 않고 자유로운 결혼이 가능하지만, 이 세계의 남성들은 대부분 여성들에게 잡혀 살기 때문에 연애로 인한 결혼은 그야말로 전무하다.

그렇기에 '연애', '남녀간의 사랑' 이라는 말 자체를 모르고 있는 다나는 자신의 감정이 대체 무엇에 의해 답답한 것인지 감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흐흠~ 이거 생각보다 꽤 편하네?'

한편, 처음으로 남자에게 들려졌지만, 마치 허공에 떠오르는 것 같은 기분과 왠지 모르게 소중하게 모셔진다는 느낌을 받은 에리카는 지금에 와서는 공주님 안기를 즐기고 있었다.

"좋아. 앞으로 내게 이렇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는 언제든지 마련해줄께."

겉으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하였지만, 이런 종류의 츤데레는 자주 겪어온 디엔은 여전히 어수룩한 미소 뒤에 요리를 하기 위한 밑반찬들을 차곡차곡 쌓아갈 계책을 꾸며갔다.

'흐흐흐. 그래, 그렇게 시켜먹어라. 그렇게 나에 대해 조금씩 경계심을 허물어주지.'

프라이드가 높은 에리카가 자신의 처녀를 다른 남자에게 줄리가 만무하기에 강간, 처녀파괴, 질내사정 3단 연속기를 먹여 한 방에 무너뜨리기 위해선 자신을 향해 쌓아올라가 있는 경계를 조금씩 지워나가야했다.

앞으로 일이 어찌 될진 모르겠으나 디엔의 사정으로 인해 라이니 일행과 반드시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헤어질 이들에게 이렇게 잘해줘야 할 이유는 없으나, 인연이란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기에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호감도를 충분히 올려두는게 좋았다.

이윽고 라이니는 '스트리트 앤 쿨도그' 라는 주점겸 식당을 찾았고, 가까스로 배를 채울 수 있게 된 일행은 각자 커다란 원형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시켰다.

"어라? 디엔 너도 시키려고?"

"예. 아까 그 치들을 상대하려고 움직이다보니 다시 배가 고파졌거든요."

어떻게 보면 남들보다 2배는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약점으로 사용될 수 있기에 자신이 가진 패널티를 최대한 감춰보인 디엔은 적당한 변명과 함께 음식을 주문하였다.

이윽고 음식이 도착하자 식사를 시작한 라이니 일행은 사소한 잡담을 곁들이며 웃기도 하고 자신의 무용담을 선보이기도 하며 즐겁게 음식을 입안으로 밀어넣었다.

혼자 독립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여럿이서 함께 즐겁게 식사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던 디엔은 가끔씩 재미있는 농담을 하기도 하면서 분위기에 녹아들어갔고, 담소가 끝난것은 식사를 거의 마쳤을때였다.

"후아~ 배부르다~ 역시 대도시의 음식은 맛있다니까."

"배고픈 상태에서 그렇게 싸돌아다녔는데 당연히 뭐든지 맛있게 느껴지죠!"

"됐어, 에리카. 저 바보한텐 뭔 말을 해도 안 통해."

이미 라이니의 식도락에 백기를 내건 알레크시아는 한 숨을 푸욱 내쉬면서 입가심을 위해 샐러드를 입안에 밀어넣더니 슬슬 식사가 막바지 분위기가 되자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뭔가 재밌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서였다.

"어라?"

그 때, 그녀의 눈에 들어온 것이 있었다. 가볍고 여행용으로 만들어진 가죽 옷에 류트를 옆에 둔 전형적인 음유시인 이었지만, 얼굴은 여기저기가 찢겨지고 멍이 들어있으며 매우 슬픈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난히 눈에 확 들어온 것이다.

"저쪽은 뭔가 사연이라도 있어 보이는걸?"

알레크시아의 말과 함께 모두 고개를 돌리자 확실히 무언가 '사연있어 보이는 얼굴' 을 한 음유시인의 모습을 각자 확인하였다.

"저건 날카로운 것에 찢겨진 상천데? 그것도 거친 무언가로. 짐승 발톱같은걸?"

"타박상도 있네요."

"그냥 엉망진창이잖아?"

다른 이들이었다면 무슨 사정이 있겠거니 하며 그냥 넘어갔겠지만, 라이니 일행은 모두 선 성향의 캐릭터들이었기 때문에 음유시인의 상처에 강한 호기심을 나타냈다. 단지 남을 도와주고 자신들의 행동으로 선한 이들이 행복하면 모두 해피 엔딩이라는 생각이 각인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차하면 무보수로 도와줄 의향도 존재하고 있었다.

어차피 식사도 거의 끝난 타이밍이였기에 라이니는 조용히 다가가 홀로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음유시인의 곁으로 접근하였다.

"저기,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

"괜한 참견이겠지만 상처도 상처거니와 뭔가 사연이 있어 보이시네요."

"……."

라이니는 부드럽고 배려하는 목소리로 조심스래 물어왔지만, 음유시인은 어떤 반응도 없이 여전히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도와드리고 싶어서 그래요."

"……."

"…알겠습니다. 다음에 찾아뵙죠."

아무런 대답이 없는 음유시인의 모습에 결국 라이니는 고개를 내저으며 돌아왔고, 그녀의 모습을 처음부터 지켜보고 있던 일행은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않자 더더욱 강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예 미동조차 하지 않네."

"뭔가 사정을 알 수 있는 단초라도 없을까?"

알레크시아의 말대로 음유시인이 어째서 저렇게 되었는지 자그마한 실마리라도 발견해야 도와주든 말든 할 수 있기 때문에 라이니 일행의 관심은 금방 이쪽으로 옮겨지게 되었다.

'얼씨구? 아주 제대로 선 성향 파티 분위기 내주시는데?'

굳이 알아서 일거리를 만드는 그녀들의 모습에 상당히 귀찮다고 생각한 디엔은 왠지 모르게 지금의 분위기에 끌려가야 할 것 같다는 예상하였다.

'뭐, 이 녀석들과 함께라면 조금 힘들어도 경험치 거저 먹기 수준이지만.'

자원봉사든 뭐든간에 일단 퀘스트가 성립된다면 경험치가 존재하기 때문에 잘만 하면 좀 더 레벨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조용히 시류에 따르기로 결정하였다.

'티아를 능욕해줘야 하지만 그런건 언제든지 할 수 있으니 일단 눈 앞의 퀘스트에 집중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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