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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을 정할때 '천재' 들은많이 설정하지 않는 편입니다. 스토리상 어쩔 수 없이 필요한 몇몇 캐릭터들은 대사를 많이 없도록 유도합니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세계 최강, 지구인 전체가 덤벼도 이길 수 없는 초 천재라고 설정을 해도 뭐하남요, 걔 아이큐가 내 아이큔데 ㅠㅠ
저는 아이큐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닙니다. 검사를 해본적은 없지만 단지 저는 남들과 다른 취향과 잔머리좀 돌아가며 소설 쓰는걸 좋아하는 일반 시민 A에 불과하니 제 소설에서 천재들의 천재성을 기대하지는 말아주세요 ㅎㅎ;이리스들의 바보같은 행동에 고생을 했지만, 덕분에 워배너를 손에 얻게 되면서 속으로 환호성을 지르고 있던 디엔에게 청천벽력같은 소리가 터져나왔다.
"아무래도 이 검은 제가 신전에 가져가 정화 작업을 해야 할 것 같군요."
성기사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베네피오렌이 마기에 물든 카일런의 검을 내버려두지 못하고 정화를 하겠다고 하자, 마기가 깃든 덕분에 워배너로서의 능력이 탄생하였기에 당연히 기겁을 하고 말았다.
'뭐? 이런 개같은 년이! 누구 마음대로 내 물건을 니 맘대로 하겠다는거야!'
디엔도 상상 이상의 활약을 했었기에 어느정도 발언권이 있는 상태였으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면 카일런의 검은 라이니 일행의 덕이 더욱 큰 관계로 그 쪽이 가져갈 권한이 더 높은 상태였다.
"죄송하지만, 이미 여러분들께 많은 은혜를 입었는데 그런 염치까지 치룰 순 없습니다. 부모님의 유품을 이런곳에 버린 제가 말할 자격은 없지만…이 유품은 제 손으로 마무리 짓겠습니다."
"아녜요. 마기가 깃든 물건은 모르는 사람이 아무렇게나 처리하면 토지가 썩거나 야생동물이 난폭해지는 등, 수많은 악재가 생긴답니다. 이 도시에 있는 베스님의 신전에서 마기를 정화시켜드리고 돌려드릴테니 걱정마세요. 이래뵈도 베스님의 종으로서 지위가 낮지 않으니 비용을 걱절하지 않아도 좋아요."
디엔의 거절을 비용 문제라고 생각한 베네피오렌은 고개를 흔들며 자상한 미소를 띄며 무료로 정화 작업을 해주겠다고 하였지만,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그로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선 성향의 파티 덕분에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하였으나, 그렇기에 너무 많은 선행을 베푸는 라이니 일행으로 인해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 그였다.
게다가 이론적으로 따지자면 베네피오렌의 대사는 흠하나 잡을 수 없는 완전무결한 '호의' 였기에 어떻게 꼬투리를 잡아 검을 그대로 양도받으려던 그의 계획은 완벽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논리적으로 따지자면 이쪽이 공격할 수 있는 카드가 없게 되자 디엔은 감정적으로 호소하기 시작하였다.
"이 모든 일의 책임은 저와 누님이 저지른 짓에서 벌어난 일입니다. 누님이 돌아가셨으니 최소한 제가 이 일의 마무리를 짓고 싶습니다. 저희들이 저지른 짓으로 인해 누님과 누님의 친구분들까지 돌아가셨고 여러분까지 고생하게 되었는데 마무리까지 여러분께 뒷처리까지 모두 떠맡긴다면 저는 더이상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제가 죄책감에서 조금이나마 헤어나올 수 있도록 제가 처리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리고선 허리를 직각으로 숙이며 고개를 땅에 처박듯이 내리깐 그는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통용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생각이었다. 현재의 능력으로는 이들을 상대로 급습을 하여도 이길 수 있을 확률이 0%에 불과하니 말이다.
"…후우……. 알겠어요. 제가 당신의 마음까진 생각치 못했군요. 제가 이 도시에 있는 베스님의 신전에 부탁을 해놓을테니 언제든지 찾아와 정화를 하세요."
"고맙습니다. 너무나도 이기적인 마음이지만…이로서 저도 조금은 편해질 수 있을것 같습니다."
재차 감사의 인사를 하고 눈가를 스윽 훔친 디엔은 베네피오렌으로부터 카일런의 검을 받아챙겼다.
확실히 마기로 잠식된 검인 덕분인지 손잡이를 쥐자마자 느껴지는 강렬한 적의어린 기운에 흠칫하였으나, 이내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두면서 안전하게 보관해 보였다.
"어쨌든 이걸로 임무는 완수했으니 지저분한 여기랑은 안녕이네요."
에리카는 더러운 지하수로부터 빠져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반색하였으나, 다나가 고개를 살짝 내저으며 뭔가 신호를 내보냈다.
'아차!'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슬픔에 잠긴 디엔의 모습을 보고나서야 자신의 실수를 깨닫은 그녀는 입을 틀어막았지만, 그는 힘없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저 때문에 굳이 감정을 감추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한시 빨리 여기서 나가고 싶으니까요."
그리고선 가보를 넣어둔 황금 상자를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둔 그는 준비를 다 하였다는 듯한 표정을 짓자 라이니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스트의 잔해중 그나마 가장 멀쩡한 오른쪽 발목을 챙겨두고 많은 일들이 있었던 지하수로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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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깨끗한 공기가 이리도 좋은 거였군요."
유저 편의 차원에서 썩은내가 진동하는 정도는 아니였지만, 미약하나마 악취가 느껴졌기에 깨끗한 공기를 크게 들이마쉰 디엔은 크게 한 숨을 내쉬며 자신을 도와준 라이니 일행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였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여러분이 아니였다면 저 또한 그 놈에 의해 누님처럼 죽지도 살지도 못하며 고통을 겪고 있었을 겁니다."
다시 한번 크게 고개를 숙이며 예의를 취한 디엔의 모습에 라이니는 살포시 고개를 내저었다.
"우리는 단지 의뢰를 받고 오는 도중에 겸사겸사 도와줬을 뿐이야. 그건 그렇고, 너는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니?"
갑자기 자신의 앞일에 대해 물어보는 라이니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린 그는 이내 다른 거짓말을 꾸며냈다.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지금은 돌아가신 부모님과 누님의 일부터 처리하고 아무 생각없이 푹 쉬고 싶습니다. 뭐, 어차피 무단 이탈을 한지라 경비병직에도 짤렸을테니 당장 내일 먹고 살 일부터 걱정해야 하지만요. 경비병의 임무는 입구에서 몬스터들이 나오는 일을 방지하는 역활이다보니 안으로 들어가려면 무단 이탈밖에 답이 없었습니다."
"그럼……."
그 때, 위쪽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체인 메일과 푸른색 견장으로 통일된 복장을 갖춘 경비병들이 내려왔다. 수로 위쪽을 지키고 있던 도중 라이니 일행의 목소리를 듣고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서이리라.
자신이 경비병이라도 거짓말을 쳤기에 경비병들이 자신이 누군지 물어보면 일이 틀어진다고 느낀 그는 재빨리 바이저를 내리고 자신을 가리키더니 입술 근처의 바이저에 검지 손가락을 세웠다.
그것이 자신에 대해 발설하지 말아달라는 뜻으로 이해한 라이니 일행은 무단 이탈을 했으니 추궁을 받으면 여러모로 귀찮아 질 것이라 생각하였다.
"엇, 집사님의 의뢰를 받아들이신 모험가 분들이시군요. 이렇게 나오셨다는 것은 혹시……?"
다른 경비병들과 달리 스케일 메일로 무장한 경비 대장으로 보이는 여성이 라이니 일행의 인상착의를 기억해내고 기대감이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자 일행의 리더 역활을 맡고 있는 라이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 언데드 몬스터들의 배후를 처단했습니다. 겸사겸사 슬라임 소굴도 처리했으니 한동안 지하수로는 안전할 겁니다."
"오오! 감사합니다! 바로 윗 분들에게 서신을 보내겠습니다! 헌데…일행 분들의 숫자가 한 명 많은것 같습니다?"
라이니로부터 가스트의 발목을 받아챙긴 그녀는 완전 무장을 한 디엔의 모습에 의아한 눈빛을 보였고, 경비 대장은 고개를 갸웃거리자 라이니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사정이 생겨 지하수로로 이동중에 만나 마음이 맞아 새로 영입한 동료입니다. 당초 계약은 5인분의 의뢰비였으니 높으신 분들껜 의뢰비는 계약대로 요구할 생각이니 걱정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얼굴의 상처가 심해서 얼굴을 가리고 있을 뿐이니 너무 크게 캐묻진 말아주세요."
"흐음…그래도 왠만하면 길을 돌아다닐때 저런 식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저렇게 돌아다니면 저희들로선 수상한 자로서 경계해야 하는 입장이라서요."
모험가들 중에선 중무장한 이들이 아주 없는건 아니지만, 마을에서는 답답한 투구를 모두 벗고 다니기 때문에 홀로 얼굴까지 완벽하게 가린 인물은 경비대의 눈에 띄게 되면 자연스래 요주의 인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디엔은 어차피 지금만 넘기면 얼굴을 가리고 다닐 생각이 없었기에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고, 하수구의 몬스터가 모두 처리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은 경비 대장은 다시 한번 예의를 표하였다.
그녀들의 말만 믿고 지하수로의 몬스터가 사라졌다고 믿을 정도로 경비 대장이 순진한건 아니지만, 라이니 일행은 모험가들 중에서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베스를 모시는 성직자와 성기사가 존재하고 있었기에 그녀는 손쉽게 그녀들의 말을 믿어주었다.
이 세계에서는 성직자는 일종의 걸어다니는 보증 수표라 할 수 있는데, 선하거나 정의로운 신을 모시는 성직자는 언제든지 환영을 받기 때문에 베스의 성기사들 중에서 어마어마한 수준은 아니지만 상당히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는 베네피오렌의 후광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성직자에 관한 말이 나와서 미리 말해두자면, 악한 신을 모시는 성직자라 하더라도 치료 마법을 사용할 수 있고 살인이나 죽음, 강탈 같은 직접적으로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교리를 가진 악신의 성직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악신들은 버젓하게 왠만한 도시마다 자신들의 신전을 두고 자신들의 교리를 펼치며 숭배자들을 끌어 모은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당연히 사람들은 친근한 선한 신의 성직자들만을 받아들여야겠지만, 신의 힘이 어떤 조건만 갖춰진다면 아바타(화신)나 직접적인 물리력의 강림이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어떤 신을 모시는 이가 거짓으로 다른 신을 섬긴다고 주장하면 자신이 모시던 신과 거짓으로 섬기겠다던 신으로부터 이중 분노 -자연 재해라던가 저주라던가- 를 받게 되는 것이다.
만약, 모든 악신들의 성직자들을 거부하고 추살한다면 죽기 아니면 살기로 악신의 아바타나 힘을 강림시킬 수 밖에 없게 되고 결국 신의 힘에 대항하기 위해 선신의 아바타나 힘을 강림시켜야 한다. 그렇게 되면 물질계는 완전히 초토화가 되기 때문에 악신의 성직자들도 왠만하면 자신들을 건들지 않으면 조용히 지내는 이성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쨌든, 경비 대장에게 의뢰의 완수를 알린 라이니 일행은 씻고 자기 위해 자신들이 묶고 있던 여관으로 돌아가기로 하였고,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남게 되어 널널하게 보낼 수 있게 된 디엔은 자신의 주거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된 티아의 저택으로 돌아가기 위해 라이니 일행을 향해 작별 인사를 하기로 하였다.
"저는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들의 호의에 감사를 표합니다."
"으음…저기 말야, 디엔.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건데……."
그 때, 라이니가 그를 불러세우며 무언가 말하기 어려운 것인지 입을 쉽게 열지 못하였고, 몇번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선언을 하듯이 입을 열었다.
"우리 동료가 되지 않을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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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워배너도 얻었으니 티아 정복(이라 쓰고 능욕이라 읽는다) 스토리를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저도 능욕씬을 안쓰니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능욕 금단 증세가 일어나네요.
어쨌든 지하수로 편은 이걸로 끝입니다 -_-/순간적으로 디엔은 자신이 제대로 들은것이 맞나 귓구멍을 파기 시작하였고, 다른 일행들도 갑작스런 라이니의 선언에 깜짝 놀란 표정들이었다.
"잠깐,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조금 뜬금 없네요."
"……."
"…흠……."
알레크시아와 에리카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고, 다나는 계속 무표정함을 유지, 베네피오렌은 곰곰히 무언가를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아니, 이번에 후위를 지킬 수 있는 든든한 방패가 있었으면 해서. 솔직히 이번엔 디엔이 아니였다면 너랑 다나도 위험했잖아? 상황 파악 능력 좋고, 전투력도 이 정도면 미래가 기대되고. 무엇보다 어차피 가족들이 모두 죽었으니 혼자 남는 것보단 여럿이 있는게 더 낫지 않겠어?"
좀비에게 발목이 붙잡혀 끌려갈 뻔한 에리카는 딱히 파고들어갈 부분이 없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정말로 그가 자신의 몸을 뒤에서 끌어 안아주지 않았다면 어찌 되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했기 때문이다.
"뭐…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후…후후…후하하하하!"
"이잇! 뭐가 우스워!"
그 때, 디엔이 웃음을 터트리자 자신의 말이 우습다고 생각한 에리카가 발끈하였으나, 그는 웃음을 감추고 손을 내저었다.
"아…아닙니다. 푸흡! 크크크큭…후우……. 누군가가 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아서요."
이번만큼은 연기나 속임수가 아니라 정말로 라이니의 권유에 조금은 마음이 찡해진 그였다. 루나틱 돈을 시작하고 나서 이리저리 휘둘리고 강압당하고, 명령받으며 낮은 위치에서 전전긍긍하던 자신에게 동등한 위치로서 동료가 되어달라는 부탁은 정말로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만약, 노예로 탈주하다가 그녀들과 만났다면 한치의 고민도 없이 콜 사인을 보냈겠지만, 지금의 자신에겐 탈주하면 입에 칼을 물고 찾아올 것이 분명하여 그것이 가능한 조직의 2인자인 상관을 모시는 입장이었기에 정말로 아쉬운 표정을 지어보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저는 거절을 해야겠습니다."
"응? 왜?"
디엔에게 남은 가족은 모두 없고 경비대까지 짤려버렸으니 자신의 권유를 받아들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녀는 예상외의 거절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
"아직 마음의 준비도 안됬거니와 경비대에서 일을 하다가 알게 된 분이 있어서 짤리면 그 분의 밑에서 일을 하기로 결심했거든요. 권유는 정말로 고맙지만, 저는 아직 제가 태어나고 자란 이 곳을 떠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하긴, 갑자기 고향을 떠나자고 하면 좀 그렇겠지."
더이상 그녀들과 있으면 진짜로 야반도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날 것 같아 일부러 최대한 빨리 헤어지기로 마음 먹은 그는 뒤쪽으로 한 발 물러서며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래도 저를 위해 도와주신 여러분의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여러분들을 도울 수 있는 기회만 온다면 저의 모든것을 받쳐서라도 이 은혜를 잊지 않을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면 저는 남자라는 성별의 한계를 깨트려 보이겠습니다."
디엔이 아무리 뒤쪽으로 음흉해도 일단 받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적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 은혜는 은혜로 갚기 때문에 기회만 된다면 그녀들에게 지금 받은 은혜는 나중에 갚아줄 요량이었다.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을 만난건 짧게나마 지금까지 살아온 저의 모든 인생을 걸고 최고의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저는 이만……."
마지막으로 아쉬움이 가득 담긴 작별 인사를 남기며 등을 돌린 디엔의 모습에 라이니가 큰 목소리로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우리들은 한동안 이 도시에 체류할 예정이야! 언제든지 마음이 바뀌면 은색 나뭇잎 여관으로 찾아와! 베스님의 신전 근처에 있으니 금방 찾을 수 있을거야!"
그녀의 목소리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손만 흔들며 응답한 그는 마지막까지 조금 쓸쓸해보이게 퇴장하기 위해 어깨를 살짝 움츠리고 힘없는 걸음걸이를 보이며 그녀들과 헤어지기 시작하였다.
코너를 돌아 디엔의 모습이 사라지자 알레크시아는 갑작스런 폭탄 발언을 한 라이니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살짝 휘둘러 보이며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따져들었다.
"야! 갑자기 아무런 상의 없이 그런걸 니 마음대로 정하면 어떻게 해!"
"아오옭! 뭐 어때! 이렇게까지 화낼 필요는 없잖아!"
"후우…잘 들어. 우리들끼리 손을 맞춘게 벌써 몇 년이 흘렀는데 거기서 갑자기 새로운 멤버가 보충되면 전술을 수정해야 한다는 것도 모르냐? 네가 아무리 멍청하고 순딩이라지만 이 파티의 리더란 말야. 좀 생각좀 하고 지껄여!"
"우씨! 또 바보취급 해! 따지고 보자면 우리들은 다른 모험가들처럼 평범하게 모인게 아니잖아! 특별한 사정을 가진 일행이 한 명 더 느는것 뿐인데!"
그렇다. 라이니의 말대로 그녀의 일행은 모두 각자의 사정을 가지고 모인 동료들로서, 주점에서 의기투합하거나 같은 의뢰를 소화해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손을 잡는 다른 모험가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끈끈한 인연으로 맺어진 사이였다.
그 부분 만큼은 알레크시아도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고정된 전술을 가지고 있는 파티에게 있어 새로운 멤버의 영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번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뭐, 우리가 평범하게 모이지 않았다는건 나도 인정해. 하지만, 그 녀석이 사용하는 무기는 지금까지의 우리들의 전술에서도 튈 수 밖에 없는 존재야. 다행히 이번 지하수로의 통로가 넓어서 다행이지 안그랬다면 녀석의 창대에 얻어맞았을걸?"
일반적으로 모험가들은 긴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긴 무기의 존재는 아군의 행동을 방해하기도 하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던전같이 제한된 좁은 지역에서는 제대로 휘두르기조차 힘들기 때문이다.
라이니와 베네피오렌, 알레크시아는 모두 근접전 무기로서 그에 맞춘 전술을 갖추고 있었기에 디엔이 가진 장병 무기의 존재는 일행 전체의 전술을 수정해야 하는 위험분자였던 것이다.
파티원간의 전술이 맞지 않는다면 아주 간단한 적과의 대결도 매우 힘들게 된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두 마법사가 불과 얼음 속성의 마법을 각각 동시에 시전하여 서로 상쇄를 시킨다던가, 디버프계 마법을 걸어 적을 약화시켰는데 버프, 디버프를 모두 풀어버리는 디스펠 주문을 시전하여 마나를 쏟아부어 힘겹게 건 디버프를 풀어버린다던가 하는 문제들이 생기는 것이다.
"흥. 네가 뭐라하든 나는 디엔이 찾아오면 일행으로 받아들여줄 생각이야. 그정도 전투 센스를 갖추고 있다면 충분히 다른 무기로도 비슷한 활약을 할 수 있다는 뜻이잖아? 그리고…나도 가족을 잃어본 슬픔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니까."
알레크시아와 옥신각신을 하였지만, 그 눈빛에는 장난기가 많이 포함되어 있었던 라이니였으나 가족이라는 키워드가 나오자 차분히 가라앉고 조금 우울해졌다.
"어휴. 그래그래, 니 마음대로 해라. 녀석이 진짜로 오면 그 때 생각하지 뭐."
라이니와 첫번째로 동료가 되었고 죽을뻔한 자신을 아무런 댓가없이 구해주었기에 디엔의 영입을 반대한 이유는 단지 그로인해 라이니가 힘들어하고 상처입지 않을까 하는 걱정때문이었다.
일행 내에서 라이니와 가장 친한 알레크시아는 그녀가 어째서 모험가가 되어야 했는지, 어떤 이유로 대륙을 떠돌아다니는지 알고 있었기에 가족이라는 단어에 결국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실종된 네 언니의 이름이 뭐라고 그랬었지? 하도 오래전에 들었던 얘기라서 조금 가물가물하네. 루……."
"루이네. 루이네 할레시온. 나와는 달리 정말 아름답고 강했었으니 분명 어디선가 높은 자리를 꿰차고 있을거야. 내가 모험가로서 유명해진다면 언니도 나를 알아보고 찾아오겠지?"
라이니는 자신과 비슷한 이름을 가진 친언니, 루이네가 이 대륙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그런 언니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기로 다시 한번 다짐하며 자신들이 체류하고 있던 여관으로 돌아가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