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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라이니 일행중 종합 능력치와 레벨이 가장 높은 파티원은 베네피오렌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민첩이 깍여 나가는 중.
그래도 일단 악당(디엔)과 싸울 용사 파티의 멤버니까 기연 형식으로 다시 전성기 시절로 돌아가게 만들 예정입니다. 게다가 라이니 일행 전체가 모험을 하면서 여러가지 기연과 운, 재능의 힘으로 빠르게 강해져 나갑니다.
라이니 일행은 모두 자신의 직업에 한하여 최고의 재능들을 가지고 있는 상태지만 이건 나중에 차례차례 소개할 예정.
우리의 주인공인 디엔은 어떨까요? 일단 기연을 주긴 주겠지만, 라이니 일행과 달리 어떤 '노가다' 로 강해져야 하는 기연입니다. 최고라면 최고지만, 아니라면 아니기도 한 기연이랄까?
어떤 기연인지는 기대해주세요.
영웅들은 재능이랑 기연빨로 강해지는데 악당이 노력으로 강해져야 하는 현실이라니! 이 세상은 절망 뿐이야!
PS:생각보다 빠르게 복귀하였습니다. 이기적이고 무언가에 찌든 대사긴 하지만...이젠 조금이라도 돈이 필요하다보니 연중을 오래 할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 안의 무언가가 바뀌면서 글의 분위기라던가 여러가지가 변할수도 있으니 이 점은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으…으음……."
스테미나가 회복되면서 강제 숙면에서 깨어난 디엔이 눈을 뜨자마자 목격한 것은 하수구의 더러운 천장과 자신의 옆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다나의 모습이였다.
"여…여긴……."
힘겹게 몸을 일으키자 그 반동으로 졸음이 깬 다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깼어……?"
"다나님? 여긴 아직 지하 수로입니까? 아니, 그보다 왜 다나님께서……."
"…질문…하나씩……."
어떻게 상황이 변하였는지 알고자 하는 플레이어로서의 본능으로 인해 속사포처럼 질문 공세를 퍼부었지만, 말문이 느려 한꺼번에 답해주지 못하는 다나는 그의 말허리를 잘라먹으며 하나씩 질문하라는 핀찬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거 죄송합니다. 그 몬스터는 제대로 처리됐는지 이것저것 궁금한게 많아서……. 한가지씩 질문을 하겠습니다. 여긴 아직 지하수로 입니까?"
끄덕.
"에…다른 일행분들은?"
"…네가 의식을 잃어서…몬스터가 오면 위험하니까……."
뒷말은 안들어도 자신을 위해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은 예상한 디엔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러면 제가 쓰러진지 얼마나 지났습니까?"
"…대충 6시간……."
6시간 동안 수마에 점령당한채 무방비 상태가 되어 있었던 디엔이였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오랜 시간동안 골아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가스트는 확실하게 죽었습니까?"
"…응……."
말문이 적었지만, 그렇기에 믿음이 가는 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하였고 자신이 부상 투혼을 펼치면서까지 입을 막으려던 고생이 효과를 봤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진심으로 안도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언제나 가상 현실 게임을 할 때 감도를 평상시에는 50%, 허리를 휘둘러야 할 때만큼은 100%로 맞추는데, 아무리 반절의 고통만 입는다 하여도 상당한 고통이였을 터인데 자신의 정체가 탄로나면 모든것이 끝장이라는 일념하에 모든 스테미나를 쏟아 부은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다나님이 절 간호해주신 겁니까?"
"……."
그의 마지막 질문에 묘하게도 지금까지 꼬박꼬박 대답하던 그녀는 대답을 회피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째서인지 몰라도 그것이 '부끄러워한다' 라는 느낌을 받은 디엔은 혹시 자신이 그녀를 구해준 것이 큰 역활을 한 것이 아닐까 싶어 상태창을 확인하려던 그 때,
"어? 일어났네?"
주변을 탐색하던 라이니들이 돌아오면서 깨어난 디엔을 반겨주었다.
어차피 시간이야 앞으로 널널하니 상태창은 나중에 천천히 확인하기로 하고 지금 당장 호감도 관리를 위해 해야 하는 일은.
"여러분께 신세를 졌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뭐, 솔직히 네 도움을 받은것도 상당히 있고 다나를 위기에서 구해줬으니 오히려 은혜는 우리가 입은 셈이지."
처음 디엔의 합류에 일행들은 아무런 도움도 안되는 움직이는 갑옷 덩어리 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디엔의 누나를 찾아주자고 얘기하던 라이니까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으니 이미 할 말은 다 한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녀들이 생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나게 되었다. 에리카를 구해주는 빠른 반사신경과 자신의 할버트를 꺼내 좀비들을 퇴치해나가는 결단력과 빠른 머리 회전을 보이는데다 동료의 위기를 구해주기 위해 몸을 날린 그의 희생 정신에 오히려 큰 도움을 받게 된 것이다.
"아참, 저 가보의 정체는 아직 확인하지 않았어. 저 물건의 주인은 넌데 괜히 확인해보기도 뭐하고, 우리들도 솔직히 기대를 하고 있거든. 그러니 함께 가보를 확인하는 그 기대감을 함께 느끼고 싶어서."
던전을 성공적으로 탐험하고 몬스터들이나 던전의 주인들이 남겨놓은 보물 상자를 열때 느낄 수 있는 기대감과 희열감을 함께 느끼고자 꾹 참고 있던 라이니들은 디엔에게 직접 상자를 열도록 하였고, 디엔은 그런 그녀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하며 슬라임 좀비가 지키던 황금색 상자를 향해 다가갔다.
상자의 크기는 사람 머리통만 했는데 겉 부분은 호화로운 문양들로 장식되어 있었고, 간단한 보존 마법이 걸려 있었는지 더러운 수로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반짝이는 황금빛을 유지하고 있었다.
잠금 장치들을 모두 풀고 안을 열어보자 백색으로 반짝이는 메달과 백은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로 이루어진 메달리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 금속은?"
화려한 문양으로 인해 예술적 가치도 뛰어났지만, 가장 먼저 반응한 에리카는 메달의 표면을 문지르며 놀랍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미스릴(Mithral)……."
철보다 훨씬 가볍지만, 그 몇배의 달하는 단단한 금속인 미스릴. 게임 시스템적으로 미스릴의 능력을 설명하자면, 미스릴로 만들어진 갑옷은 매우 가볍고 유연성이 좋아 체력이 약하고 주문 시전을 위해 천으로 만들어진 로브를 입는 마법사들도 미스릴제 갑옷을 입고 뛰어다니거나 방해없이 주문의 사용이 가능할 정도다.
미스릴로 만든 갑옷이나 방패는 마법에 의한 인챈트 없이 민첩에 보너스를 주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유연성을 주기 때문에 효율성으로만 따지자면 최고의 금속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귀중한 미스릴로 메달리온을 만들다니? 가보로선 최고의 가치겠지만, 그래도 이정도 양이면 단검을 만들 수 있을 정도였기에 실용성을 따지자면 상당히 아쉬웠다.
"이것이…우리 집안의 가보……."
처음에는 드디어 임무를 성공했다는 희열감으로 기쁜 얼굴을 지어 보였지만 이내, 표정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며 분노로 얼룩져져 일그러진 표정으로 돌변시켰다.
"겨우…이딴 것 때문에…부모님이……! 누나가……!"
'빌어먹을! 내가 겨우 메달리온 하나 구하자고 이 지랄을 한거냐!'
겨우 메달리온 목걸이 때문에 그 고생을 했다는 생각에 진심어린 분노로 더더욱 일그러진 디엔의 모습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런 물건 때문에 희생 당한 사람들의 가치가 무의미해지는 것 같아 분노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후우……."
이내 분노를 삭힌 디엔은 힘없는 목소리로 그녀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저는…여러분께 거짓말을 했습니다. 실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유도…누님이 가보를 찾으려는 이유도…제가 말한 사실과는 다릅니다……."
이윽고 그는 카일런이 내뱉은 대사가 악인의 넋두리 정도로 끝내기 위해 다시 스토리를 변경시켜나갔다.
"부모님은 암살당하셨습니다. 바로 저 녀석과 그의 파트너로 인해서요. 듣자하니 부부나 연인 관계의 암살자 같더군요. 우리 가족은 암살자들과 싸워 겨우 제압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들은 모두 사망하셨습니다. 저와 누님은 그 분노를 참지 못하고 제압한 암살자들에게 분풀이 형식으로 고문하여 죽인후에 시체까지 능멸하기 위해 이 곳, 지하수로에 버려두었죠. 비록, 암살자를 상대로 한 정당방위이긴 했지만…복수심에 눈이 멀어 그런 추악한 짓을 했기에 여러분께 저와 제 누님의 죄를 발각되지 않고자 거짓말을 해버렸습니다."
"그럼 이 자는……?"
알레크시아가 자신들을 공격한 가스트, 카일런의 잔해를 턱으로 가리키자 디엔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저와 누님이 고문하여 죽인후 이곳에 내다버린 암살자입니다. 설마 그가 언데드가 되어 이렇게 저희들에게 복수할 줄은……."
"후우……. 앞뒤 사정을 모두 잘라내고 본론만 말씀드리자면 악마들은 생각보다 우리들의 곁에 있는 법입니다. 누군가를 향한 강렬한 복수심, 증오에 이끌려온 악마는 죽은자의 원한을 채워주기 위해 그의 영혼과 계약하여 언데드로 만들어주지요."
베네피오렌은 부모님의 죽음으로 눈이 뒤집힌 디엔과 이리스 남매(?)의 잔혹한 행동에 한 숨을 내쉬었지만, 상대방은 많은 인명을 살해한 암살자였기에 그 누구도 탓하지 못하고 남매의 행동을 어설프게 충고하기 보단 이성을 가진 언데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말해주었다.
일반적으로 절박함에 가득찬 저주는 대부분의 내용이 비슷하다.
'나의 영혼을 걸어서라도 저주하겠다!' '나의 모든것을 바쳐서라도 네 놈들을 죽여버리겠어!' '죽은 후에서라도 반드시 네 놈들을 처단하고 말거다!' 식의 절규어린 저주들은 게임 밖에서의 사람들에게 있어 단순한 '파멸당한 자의 무의미한 처절하면서도 아무런 가치가 없는 몸부림' 정도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 게임 내에서는 복수를 위해 악마와 계약하고 정말로 되살아나게 되는 것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디엔은 카일런이 죽기 전에 자신을 향해 내뱉었던 저주를 상기시켰다.
-죽여버린다! 네 놈 만큼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반드시 죽여버릴거야!-
-죽어서도…악마에게 영혼을 팔아서라도…네 녀석의 눈 앞에서 심장을 뜯어 먹고 말테다!-
즉, 카일런은 자신의 말대로 정말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디엔의 앞에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런 빌어먹을 판타지 세계관!
'아놔, 돌아가시겠네. 그렇다면 정말로 나를 증오하는 적을 죽여도 안심해선 안된다는 뜻이잖아?'
겉으로만 선한 위선적이고 자신의 주적을 철저하게 파멸시키는 사악한 본성을 가지고 있는 디엔은 필연적으로 많은 수의 적이나 원수를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기에 앞으로 자신의 적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 언데드로 돌아온다면 최대한 시체들을 훼손시키거나 화장을 해야하는 귀찮은 짓거리를 해야 한다는 소리다.
"그리고…아무래도 이것이 그가 언데드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매개체 같더군요."
디엔이 고민하는 모습을 반성으로 여긴 그녀는 신성력에 의해 소멸된 카일런이 남아있던 자리에 덩그러니 놓여있던 한 자루의 검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베네피오렌이 보여준 것은 한 자루의 롱소드였다. 롱소드에는 검붉은 피처럼 생긴 피부 조직들이 덕지 덕지 붙어있던 것으로 보아 카일런의 체내에 있던 것이 분명하리라.
"지금은 마기에 침식되어 있지만, 원본은 상당히 고풍스러운 검이었던 것 같아요. 암살자가 들고 있기엔 너무 고급스러워서 가져와봤어요."
마기가 침식된 검이라는 그녀의 대사에 혹시나 공격할 시 저주 데미지를 준다거나 디버프를 날리는 매직급 아이템이 아닐까 싶어 아이템의 내용을 확인해본 디엔은 예상외의 내용에 눈이 희둥그래졌다.
-던전의 마스터로서 워배너를 발견하셨습니다. 전승 지식의 레벨과 상관없이 100% 식별이 가능합니다-
-카일런의 저주받은 롱소드-
예전에는 카일런이라는 이름의 기사가 사용하였던 주무기였으나, 강렬한 복수심에 의해 악마에게 영혼을 판 댓가로 얻은 마기가 담겨진 매개체로 변하였다. 무기로서의 가치는 평범한 수준이나, 그 안에 담겨진 기운은 특정 인물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아이템 가치 : 매직
강도 : 20
공격력 : 슬래싱/27, 피어싱/19
부가 효과 : 언데드 몬스터들의 모든 능력치가 30% 추가 된다. 8시간마다 애니메이트 데드(Animate Dead)를 시전할 수 있다. 단, 던전에 배치하지 않고 던전 마스터가 사용할 시, 언데드 보정 효과는 100m 으로 제한된다.
종류 : 검, 워배너
'워배너다아아아!'
케사르로부터 들었던 워배너를 발견하게 된 디엔은 속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몇 분이 될지도 모르고, 몇 시간이 될지 모르지만 어쨌든 이로서 던전에 더욱 오래 머무를 수 있게 된 것이다!
겉으로 환호성을 최대한 억누른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통한 목소리로 무겁게 입을 열었다.
"부모님의 원수를 위해 부모님의 검으로 최후의 일격을 가하고 영원히 고통받으라는 생각으로 몸에 꽂혀둔채 그대로 내다버렸는데…이런식으로 유품을 다시 보게 될 줄은…몰랐군요……."
"마기를 사용할 줄 모르거나 자격이 되지 않으면 아무렇게나 폭주하기 때문에 이런식의 매게체를 이용하여 마기를 유지시키는 방법이 통상적이죠. 부모님의 유품이 이런식으로 변질되고 말다니…유감을 표해요."
'뭐야? 결국 이리스, 그 멍청한 년들이 시체에 이 검을 같이 내다버려서 이런 일이 생긴거야? 하여간 멍청한 것들은 뭘 해도 안된다니까.'
이 모든 일들은 이리스를 위시한 6조의 조원들이 시체를 지하수로에 유기시키고 카일런이 사용하던 검 -매개체- 까지 함께 수로에 버리면서 생긴 사태였다.
생각해보면 가스트는 소환 마법과는 거리가 먼 몬스터다. 그런 언데드 몬스터가 다른 언데드들을 부릴려면 어떤 수가 있어야 했는데 그를 유지시키고 있던 마기가 워배너 역활도 함께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