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173)

-----

D&D에서는 무기에 어떤 금속을 쓰느냐에 따라 사용 용도가 더 많아집니다.

한가지만 예를 들자면 X맨의 영향으로 익숙해진 이름인 아다만틴(Adamantin)으로 만든 무기일 경우, 골렘이나 강철로 외피가 덮여진 몬스터들의 데미지 감소 능력을 무시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겨납니다.

그렇다고 무 베듯이 쑹텅쑹텅 잘려나가는게 아니라 어느정도 사용자의 힘도 필요하지만요.

마나가 없는 디엔에게 있어서 앞으로도 무기나 방어구를 만드는데 사용한 광물의 재질은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PS : 다음편은 무쌍연희 한 편이 올라갑니다"제 뒤쪽으로 오세요! 거스트 오브 윈드!"

좀비에게 포위되지 않도록 라인을 지키고 있던 라이니와 알레크시아는 에리카의 신호에 기다렸다는 듯이 재빨리 몸을 날리자 그녀의 손을 중심으로 태풍같은 강풍이 좀비들의 몸을 강하게 밀쳐내기 시작하였다.

"다나 언니!"

"…미안……."

뒤이어 다나의 신성 마법이 사용되야 하겠지만, 그녀는 가스트에 의해 데미지를 입은 베네피오렌의 모습에 주문을 깨뜨리고 뒤늦게 다시 시작하면서 아쉽게도 에리카의 호흡에 맞추지 못하였다.

같은 교단 출신이기도 하며 어릴적 다나를 거의 키우다시피 한 베네피오렌과의 인연은 거의 부모자식 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버려진 고아 출신으로서 성직자의 길을 걷게 된 그녀는 남들보다 보잘것 없는 배경으로 인해 내성적으로 변한 자신을 빛의 길로 이끌어준 베네피오렌이야 말로 인생의 스승이자 정신적 어머니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그녀의 위기에 정신이 팔려 턴 언데드가 한박자 늦었지만, 좀비들의 느릿한 걸음 걸이 속도로는 주문을 외울때까지 충분하였으나 그녀의 의도는 카일런에 의해 무산되고 말았다.

풍덩!

자신이 악마에게 영혼을 팔게 한 디엔이였지만, 이대로 간다면 자신에게 불리해질 것이라 생각한 카일런은 순간적으로 허무하게 죽고싶지 않다는 욕심이 복수심을 뛰어넘게 되면서 다시 한번 수로쪽으로 도주하였다.

그리고, 마치 물고기처럼 몸을 흔들어가며 일행이 있는 쪽으로 헤엄치는 모습을 목격한 베네피오렌과 디엔은 그대로 일행쪽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하였다. 카일런과 싸우면서 자연스럽게 일행과 떨어진 탓에 에리카와 다나의 후방이 무방비했기 때문이다.

촤아악!

"캬아아!"

다시 수로 위로 솟구쳐 올라온 카일런은 자신들에게 있어 가장 위험이 되는 다나를 향해 날라갔다. 기사로서 교육을 받은 그는 적을 상대할때 가장 성가신 주문 사용자들을 처리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은것이 본능적으로 사용된 것이다.

"꺄아앗!?"

턴 언데드를 시전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던 다나는 자신을 향해 손톱을 번뜩이며 날라오는 언데드의 모습에 깜짝 놀라 비명을 내질렀으나 예전과 같지 않은 육체로 인해 그녀와의 거리가 먼 베네피오렌은 경악섞인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다나아아!"

푸욱!

고개를 돌리며 두 눈을 질끈 감은 다나는 살이 꿰뚫리는 소리에 불처럼 강렬한 고통을 기다렸으나, 고통대신 온 것은 익숙한 목소리의 신음성이였다.

"크…끄으윽……!"

"디엔!"

다나 대신 가스트의 공격을 막아준 이는 디엔이였다. 성직자가 사라진다면 카일런을 상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한 그는 가장 전투력이 미약하지만 방어력이 뛰어난 자신의 몸을 승리를 위해 희생한 것이다.

"키키키! 키하하하하!"

푸욱! 촤악!

눈 앞에 증오스런 원수가 고통스러워하자 전술이고 뭐고 강렬한 복수심이 이성을 차지하면서 그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손톱을 휘두르기 시작하였고, 그런 그의 공격을 막기 위해 팔을 잡아 저항하려던 디엔은 압도적인 근력의 차이에 의해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쓰러지고 말았다.

"죽어! 죽어! 죽어!"

"크허어억!"

"꺼져라!"

뒤늦게 도착한 베네피오렌이 신성력이 담겨진 검을 휘둘러 가스트의 몸을 베어냈지만, 눈 앞의 디엔을 향한 원한으로 가스트가 된 카일런은 영혼의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고 오로지 복수만을 위해 디엔의 목숨을 빼앗기 위해 팔을 휘두르고 있었다.

"스마이트 이블(Smite Evil)!"

자신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자 성기사의 특수 능력이자 가장 효율성이 강한 스마이트 이블(악 처단)을 사용하자 그녀의 검날에 폭발할것만 같은 강렬한 빛이 머금었고, 너무 많은 데미지를 입어 기절하거나 죽었는지 움직이 보이지 않는 디엔을 향해 계속해서 공격을 가하느라 정신이 없는 카일런의 목을 향해 내리 베었다.

콰아앙!

"키햐아아악!"

검과 카일런의 몸이 닿자 엄청난 빛의 폭발이 일어났고, 카일런의 상체의 반이 그대로 '소멸' 되더니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디엔으로부터 물러나고 말았다.

신의 힘을 빌려 사악하거나 부정한 존재를 처단하는 스마이트 이블. 고위 계급은 아니지만 신을 향한 굳건한 믿음과 오랜 성기사 생활로 보통의 팔라딘보다 두 배 정도 강한 베네피오렌의 스마이트 이블은 악 성향의 존재들에게 큰 위험이었지만, 그것도 기본적으로 적에게 공격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전체 조건이 붙는다.

서서히 늙어가면서 몸이 굳어감을 느낀 그녀는 요 근래에 스마이트 이블을 성공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다행히도 카일런은 디엔에게만 신경이 집중되어 맞출 수 있게 된 요행에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왜! 왜에! 왜 날 방해하는거야! 저 새끼만 죽이면 되는데! 나에게 악마에게 혼을 팔게한 저 놈만 죽이면 나의 한도 사라지는데!"

"무슨?"

그 때, 어떻게 보자면 디엔에게 가장 큰 위기가 찾아왔다. 신성력에 의해 마기의 3분의 1이 소멸되면서 뇌가 약간 이성적으로 돌아와 자신의 한을 울부짖기 시작한 것이다.

의문 모를 카일런의 대사에 깜짝 놀란 베네피오렌은 추가타를 날리지 못하자 여유가 생긴 카일런은 자신의 공격에 기절하거나 죽은듯이 꼼짝하지 않고 있는 디엔을 가리키며 울부짖었다.

"저 녀석이…우리이꺼어억!?"

순간, 분노로 크게 벌려진 카일런의 입 안쪽으로 할버트가 날라가 박혀버렸고, 전투 불능 상태가 된 줄 알았던 디엔이 갑옷 아래로 피를 흘리며 달려나가 카일런의 입안에 박힌 할버트의 자루를 잡아 야구 선수가 풀 스윙을 하듯이 힘껏 휘둘렀고, 콜드 아이언에 의해 손쉽게 잘려져 나간 카일런의 입은 더더욱 흉측하게 변형되고 말았다.

"지랄하지마라! 가보를 얻으려고 부모님들을 독살하고 우리까지 죽이려던 암살자 주제에! 오히려 악마에게 혼을 팔고 싶은건 우리란 말이다아!"

촤아악!

"키이이익!"

고통스러워하는 카일런의 목을 향해 도끼날을 휘둘러 베어내려 하였으나 출혈로 인해 스테미나가 부족해진 디엔은 더이상 힘을 내지 못하였고, 고통스런 비명과 함께 할버트를 빼낸 카일런은 디엔이 죽지 않고 살아있자 이번에는 반드시 죽이겠다는 일념하에 팔을 힘껏 휘두르려 하였지만, 주문을 완성시키고 좀비들을 향해 시전하려던 다나가 자신을 구해준 디엔의 위기에 그쪽으로 타켓을 돌렸다.

"홀리 스마이트(Holy Smite)!"

주문을 시전하자 그 들의 머리 위로 허공에 공간이 열리는 듯하더니 그곳에서 하얀 광채가 쏟아지면서 카일런과 디엔의 몸을 내리 쬐었고, 카일런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하였으나, 베네피오렌의 스마이트 이블과 디엔의 공격에 큰 타격을 입은 후인지라 쉬이 도망가지 못하고 광채에 의해 몸이 녹아내리기 시작하였다.

천계와의 통로를 열어 그 곳의 에너지를 부르는 홀리 스마이트에 의해 가혹할 만큼 가해지는 신성력을 더이상 이겨내지 못한 것이다.

"안…돼……. 이대로…소멸하면…안……."

언데드의 종류는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영혼도 없이 단순히 시체만 이용당하는 언데드와 영혼 스스로가 언데드가 되어 자의식을 가지고 있는 종류.

전자의 경우에는 신성력에 의해 쓰러져도 이미 영혼이 없기 때문에 시체만 사라지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신성력에 의해 소멸되면 육체와 영혼 모두 사라지고 만다.

자신의 영혼이 사그라짐을 느낀 카일런은 체력이 없어져 무방비 상태가 된 디엔을 향해 최대한 팔을 뻗으려 하였지만, 천계의 기운을 직접적으로 강타당한 그는 결국 소멸하고 말았다.

카일런이 사라지자 전방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일행은 빠르게 좀비들을 처치하였고, 에리카는 슬라임 좀비를 향해 집중적으로 타켓을 잡아 다양한 마법들로 타격을 입히자 좀비들의 전멸과 함께 슬라임 내부를 지탱하는 듯한 뼈들이 붕괴되면서 스켈레톤이 붕괴될때처럼 뼈의 잔해만이 쓸쓸하게 나뒹굴게 되었다.

뼈의 잔해중 가장 긴 갈비뼈 부위에 카일런이 손톱으로 새긴듯한 문장, '사랑하는 나의 아내, 아렌스' 라는 글자가 적혀져 있었으나, 에리카의 마법에 의한 충격으로 수로 아래쪽으로 떨어져 물살과 함께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고 말았다.

"크윽…카학!"

카일런의 공격에 의해 살짝 정신을 잃을뻔한 디엔은 베네피오렌의 원호 덕분에 목숨을 구사일생 할 수 있었으나 스테미나와 HP가 지속적으로 깍여나가는 출혈 상태 이상이 걸리게 되어버렸다.

그래도 카일런의 상체 반이 날라갔으니 쉽게 처리할 수 있으리라 예상했는데 갑자기 과거의 얘기를 털어놓으려는 모습에 기겁을 하며 무리를 해가면서까지 공격을 가하여 말을 할 수 없도록 입을 찢어놓은 것 까진 좋았으나 출혈 효과로 스테미나가 0이 되어버려 손발하나 꿈쩍도 할 수 없게 되어 죽음의 위기를 가까스로 넘기게 되었다.

'하아…하아…그래도 녀석이 언데드라서 다행이다. 약점을 알고 시작하니까…….'

솔로 등급 보스 몬스터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간단히(?) 처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상대방이 언데드라는 뚜렷한 특징 덕분이었다. 언데드를 상대할땐 신성 마법이나 축복이 걸린 무기로 공격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만약, 이 파티에 신성력을 사용하는 이들이 없었더라면 모두 전멸을 하고 말았으리라.

뛰어난 방어력 덕분에 죽진 않았으나 출혈로 인해 계속해서 HP가 깍여 나가 죽음의 위기가 찾아오자 재빨리 왼쪽 어깨에 매단 중급 포션을 꺼내 뚜껑을 열고 입안에 쏟아부은 디엔은 상처가 나아 출혈이 사라지고 체력도 회복되었으나, 상태 이상까지 회복시킨 댓가인지 포션의 위력이 반절로 깍여져 나가 체력이 반 정도밖에 회복되지 않았다.

"디엔! 괜찮아?"

몬스터들을 퇴치하고 다나를 위해 가스트의 공격을 맞아준 자신의 안부를 물어온 라이니의 모습에 디엔은 여기서 최대한 이들에게 호감도를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다나님은…괜찮습니까?"

"무슨 소리야! 지금 너……."

"다나님은 괜찮냐고…묻고 있습니다."

다나의 공격을 대신 맞아준 주제에 그녀의 안부를 물어오는 그의 모습은 고통에 의해 정신이 살짝 나간게 아닐까 싶어 걱정스러운 다나가 조용히 대답하였다.

"…난 괜찮아……."

"그렇습니까? 그럼 됐습니…쿨럭! 쿨럭!"

그리고선 입안에 머금고 있던 피를 기침과 함께 토해낸 디엔은 다음 대사를 내뱉으려 하였으나, 스테미나가 0까지 떨어지면서 극심한 피로 상태 이상에 걸려 강제적으로 숙면에 취하기 시작하였다.

'아…안 돼……! 여기서 더 멋드러진 대사를 내뱉어야 하는데!'

"…엔……? 괜찮…?"

"치료…빨리……."

의식을 잃어가는 그의 모습에 깜짝 놀란 라이니 일행은 베네피오렌을 향해 시선이 모였고, 그 기대에 부응하듯이 그녀는 두 손을 디엔의 갑옷에 가져가더니 성기사에게 주어지는 특수 능력, 레이 온 핸즈(Lay on hands, 안수 치료)를 시전하였다.

"하앗!"

그녀의 손에 푸른 빛이 감돌더니 디엔의 온 몸을 순식간에 휘감았고, 그와 동시에 수마에 빠져들게 된 디엔은 평온한 얼굴로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뱉었다.

"다행히 출혈외에는 큰 부상이 없군요."

"후우…다행이네요."

안도가 섞인 베네피오렌의 대사에 마찬가지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라이니와 조용하게 잠이 들어버린 그의 모습에 피식 웃어보인 알레크시아는 짓궃지만, 악의는 없는 핀찬을 하였다.

"자기가 제일 상태가 심각한 주제에 남 걱정이나 하긴."

"뭐, 그래도 다나 언니를 구해준 용기만큼은 인정할 만하네요."

처음에는 냄새나는 남자라고 격하하며 불렀던 에리카도 그런 그의 용기있는 행동에 마음에 든다는 듯이 답변하였고, 처음으로 이성에게 보호를 받게 된 다나는 묘한 기분이 들었으나, 확실한 것은 싫은 기분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