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4화 (34/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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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도 지하수로의 탐험은 계속되었다. 한번은 녹색 슬라임들의 군집체를 발견하였으나 좁은 장소에 모여있던 덕분에 범위 마법인 파이어볼에 의해 단번에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게 되었고, 이미 몸체가 엉망진창이 된 슬라임들을 나무 클럽으로 때려 없애고나니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소수를 제외하곤 슬라임의 모습은 발견할 수 없게 되었다.

다행히도 루이네가 말한 회색 슬라임의 존재는 보이지 않았기에 슬라임 소굴을 처리한 디엔은 더이상 슬라임에 대한 공포를 없앨 수 있었다.

'하긴, 그런 고급(?) 몬스터가 이런곳에 있을리 없지. 나머지는 언데드 몬스터들만 처리하고 유유히 가보만 찾으면 쫑이다!'

가장 귀찮은 존재인 슬라임들을 운좋게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게 된 라이니 일행은 수로 안쪽을 주의하며 수로 안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거미줄처럼 얽혀있는 지하 수로였지만, 그 규모가 크지 않아 조금만 주의하면 누구라도 쉽게 길을 찾아올 수 있었고 무엇보다 아무런 무기도 사용하고 있지 않은 다나가 유일하게 들고있는 가죽 양피지 덕분에 그것만 손에 들고있다면 길을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마법 아이템에 잘 모르는 디엔은 그것의 정체를 물어보자 1회용 마법 지도로, 이름은 메모리 스케치라는 이름의 그것은 지니고 있는 있는 자가 보고 확인한 것이 자동적으로 기록되어 함정, 길, 막다른 골목 같은것들을 한번만 확인하면 같은 곳을 빙빙 도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 유용한 도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기록을 포기하거나 던전 밖으로 나오면 자동적으로 기록이 종료되지만, 지도의 기록은 영구적으로 유지되어 다시 똑같은 던전을 가야 할 일이 있다거나 1년 주기로 다시 찾아오는 몬스터들을 -이 때, 던전의 지도는 그대로지만 함정과 몬스터의 난이도가 달라진다- 퇴치하기 위해 찾아온 후발 모험가들을 위해 상점에 비싼 값으로 팔 수 있기 때문에 메모리 스케치는 모험가들에게 있어 필수 품목이지만 그렇기에 고가에 거래된다.

다행히도 라이니 일행의 마법사인 에리카는 일정한 시약과 연금술 재료만 주어진다면 메모리 스케치를 제작할 수 있는 실력자 였기에 그런 고가의 아이템을 돈주고 살 필요는 없었지만, 그렇지 못한 다른 모험가들은 던전에서 해매다 죽는 것보단 나으니 어쩔 수 없이 구입하는 실정이다.

그렇게 지도를 밝혀나가며 한 구역씩 차근하게 확인하여 가끔씩 나오는 좀비들이나 슬라임들을 퇴치한 일행은 이윽고 유일하게 탐색하지 못한 지역을 남겨두게 되었다.

"이 곳을 제외하곤 모두 확인한 것 같군요."

베네피오렌은 다나가 들고 있는 지도를 확인하며 거미줄처럼 얽힌 모든 수로가 사방에서 한 방향으로 이어져 있다는 것을 예상하였고, 다른 이들도 거기가 마지막 목적지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아마 여기가 모든 수로의 오수들이 모여 도시 밖으로 빠져나가는 지역 같아요."

"유서에 적혀있던 가보의 위치…로군요."

카일런으로부터 직접 가보의 위치를 들었던 디엔이였기에 그가 말한 가보의 위치와 언데드 몬스터의 배후가 있는 것으로 짐작되는 위치가 똑같자 단순한 우연같지 않다는 예감이 들기 시작하였다.

"디엔의 부모님이 숨겨두신 가보의 위치와 흉수의 위치가 겹치는데요?"

에리카가 의문점을 지적하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주장에 동의를 표하였다.

디엔의 가보는 몬스터들을 모두 처리하고 여유있게 수색하고자 그 부분을 제외하곤 모든 지역을 탐색했던 라이니 일행이였기에 우연치곤 상당히 시기적절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혹시 가보가 네크로맨서…아니면 마법사들이 바라는 마법 아이템이 아닐까?"

"글쎄요…저와 누님은 '가보' 라고만 써져있고 위치만 대략적으로 적혀있던 유언장의 내용만 확인했었지 자세한 내용물은 잘 모르고 있습니다."

결국 더이상 자세한 정보를 들을 수 없다고 생각한 라이니 일행은 직접 마지막 지역을 탐색하기로 하였고, 자신들이 처치한 몬스터들의 잔해를 확인하며 자신들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 메모리 스케치에 유일하게 남아 있던 빈 공간을 향해 일직선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모든 수로가 모여 도시 밖 강물로 오수를 배출하는 배출구에 도착한 일행은 재빨리 주변 지형을 확인부터 하였다. 적과 싸울때 싸우고자 하는 지형의 특성을 모른다면 큰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배출구가 존재하는 방은 거대한 원형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모든 수로의 오수들이 모아지도록 중앙에 방의 5분의 3을 차지하는 수로가 존재하였고, 바깥쪽으로 사람이 오갈 수 있는 길이 나 있었다.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 형태 정도로 쉽게 생각하자.

배후 존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기에 일단 마지막으로 남은 지역을 탐색하기 시작할 때, 다나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손가락을 뻗었다.

"…저거."

"음?"

그녀의 손가락 끝에는 구질구질한 지하수로와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황금색 보물함이였다. 배출구 바로 옆 길목쯤에 누군가가 가지런히 놓아뒀기에 라이니 일행은 언데드를 소환한 배후가 먼저 선수를 치고 가보를 훔친게 아닐까 싶어 상자를 향해 이동하려는 순간.

부글.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

"응?"

귀가 밝은 알레크시아가 어떤 소리를 듣고 주의를 시키자 그녀의 능력을 잘 알고 있는 라이니 일행들은 긴장을 하며 상하좌우를 확인하며 적의 존재를 확인하려 하였지만, 어디에도 인간이나 몬스터로 보이는 형상은 존재하지 않았다.

부글부글부글--

그 때, 수로의 더러운 오수 밑에서 공기방울들이 세차게 올라오기 시작하자 그곳에서 적의 존재를 눈치챈 라이니 일행은 재빨리 방어 자세를 취하였…….

촤악!

"죽어라아아아!"

쉬이익!

가래가 끓는듯한 목소리와 함께 인간형태의 적이 물 위로 튀어올라오면서 녹슨 나이프들을 던지기 시작하였다.

채캉! 카캉!

풍덩!

라이니 일행을 향해 공격을 가한 적은 그대로 수로 안으로 들어갔고 갑작스런 적의 기습을 무기들을 휘둘러 쳐낸 라이니 일행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짓고 있을 무렵, 디엔의 표정이 투구 너머로 경악으로 물들고 있었다.

-솔로형 보스 몬스터, 절규의 카일런이 등장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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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들의 등급에 대해선 다음편이 시작하자마자 설명이 나옵니다.

카일런은 처음부터 이런식으로 언데드가 되어 보스 몬스터로 등장할 캐릭이었는데 다른 분들은 예상하셨을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리플들로 카일런에 대한 언급히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일말의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ㅎㅎ

그런데 여기서 여러분께 묻고자 하는게 있습니다. 제 소설의 스토리 진도가 느린 편인가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상당히 빠르게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 말로는 그게 아닌것 같더라고요.

어차피 맞다, 아니다 라고 답변을 해주셔도 저만의 흐름과 스타일이 있는 만큼 지금의 속도를 유지하겠지만 좀 궁금해서요.몬스터들에겐 레벨과 별도로 등급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일반적인 몬스터의 평균치 능력을 가지고 있는 노멀 등급.

노멀 몬스터보다 더 강한 능력치를 소유하고 있어 반드시 파티 플레이를 해야 잡을 수 있는 엘리트 등급.

모든 대부분 소형 개체이며 능력치가 낮고 왠만한 공격 한방에 죽지만 떼로 뭉쳐있어 '어' 하는 순간 무수한 공격을 퍼붓는 미니온 등급.

동렙 몬스터보다 최소 3배 이상의 강함을 가지고 있는 솔로 등급.

참고로 솔로 등급은 혼자서 다닌다는 의미가 아니고 게임 내에 하나밖에 없는 네임드 몬스터라는 뜻이다.

솔로 등급의 강함을 예를 들자면 솔로 등급의 몬스터가 20레벨이라고 치고 20레벨들로 이루어져있으며 클래스 밸런스가 잘 잡혀진 6인 파티와 싸울때, 6인 파티가 해당 솔로 등급 몬스터에게 맞춰진 전략, 임기응변 없이 똑같은 레벨의 몬스터정도로 생각하여 덤볐다간 3분도 안되어 몰살당할 수 있는 정도다.

그런 솔로 등급의 몬스터가 등장한 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너무나도 익숙한 이름이 들려오자 디엔으로서도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카일런!? 그 녀석은 내가 죽였잖아!'

디엔 본인에게 있어서도 카일런과 아렌스의 죽음은 매우 감명(!!)깊었기에 기억하고 있었던 이름이였는데 죽은 그의 이름이 다시 나타나게 되니 당황스러울 수 밖에.

촤아악!

라이니 일행의 건너편쪽으로 향하여 모습을 드러낸 카일런의 모습은 언데드 몬스터답다 라는 것이 어느것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기이하게 변형된 손가락에 송곳니같은 날카로운 손톱, 얼굴은 검게 변색되었고 입술이 사라져 누런 이빨이 그대로 보이면서 인간의 것이라 보기 힘들 정도였다.

몸은 뼈에 달라붙어 갈비뼈로 인해 상체는 크고 하체는 흔히 날씬한 여성들의 허리를 비유할때 사용하는 개미허리보다 작으며 남성 특유의 세모꼴 골반이 돌출되어 허리보다 커 보였다. 부분 부분적으로 검은색으로 변한 피부 조직들이 돌출되어 있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는 언데드 몬스터다.

"크히! 크히히! 왔다, 왔어! 드디어 왔어!"

얼굴만으로 보자면 카일런이라는 사실을 몰랐겠지만, 시스템음에 의해 적의 존재를 확인하게 된 디엔으로선 그가 누구를 향해 지껄이는지 알 수 있었다.

"너희들도 그 년들과 같은 편이지? 절대로 못 뺏어가! 이건 우리 거니까! 우리 거라고!"

다행이라면 언데드 몬스터가 되면서 마기로 인해 뇌 또한 퇴화됐는지, 아니면 공격성만 남은건지 디엔들이 저질렀던 악행을 설명하기 보단 무조건 악의섞인 대사를 내뱉었기에 라이니 일행은 조용히 전투 자세를 취하였다.

앞뒤 사정을 모르는 라이니 일행 입장에서 카일런은 단순히 가보에 욕심을 내는 탐욕스런 언데드 몬스터에 불과하였다.

"너희들도 그 년들과 똑같은 꼴이 되게 해줄테다!"

"그 년들? 그렇다면 디엔의 누님과 친구들을 그런꼴로 만든 것이……!"

풍덩!

부정한 언데드가 이리스들에게 가혹한 운명을 안겨주었다는 소식에 베네피오렌이 성격답지 않게 흥분하였지만, 가스트가 된 카일런은 그대로 수로 안으로 들어가 라이니 일행들을 향해 물고기처럼 몸을 흔들며 빠르게 헤엄쳐오기 시작하였다.

촤악!

어느정도 가까워지자 카일런은 수로 바닥에 있는 각종 쓰레기들 중에서 단단하거나 날이 선 것을 잡아 그대로 라이니 일행을 향해 내던졌으나 이미 좀비들의 투척 공격에 익숙해진 그녀들에겐 너무나도 간단한 공격이었다.

"상자를 빼앗자! 녀석의 홈그라운드에서 오래 있을 순 없어!"

수로 밑에는 무한하진 않지만 무수한 쓰레기들이 있었고 적이 원하는 지형에서 싸운다는 것은 이미 반은 접고 들어간다는 뜻이라 생각한 라이니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지형으로 그를 유인하기 위해 가보가 들어가 있는 황금색 상자의 탈취를 우선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꾸물 꾸물- 철퍼덕!

카일런의 공격을 막거나 회피하며 황금색 상자로 향하던 라이니 일행이였으나, 그녀들의 앞에 올리브색의 슬라임 한마리가 수로 안에서 기어나와 그녀들을 가로막았다.

"슬라임 한마리 주제에 어디서!"

겨우 슬라임 하나가 자신들을 막으려 들자 코웃음을 친 디엔이였으나, 에리카는 그 슬라임의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일반적인 슬라임과 달리 몸 속을 구성, 지탱하는 뼈의 존재에서 슬라임의 정체를 뒤늦게 눈치챈 것이다.

"슬라임 좀비! 물리 공격이 통하지 않는 녀석이니까 제가 처치해야되니 절 원호해주세요!"

하지만, 그런 그녀의 외침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올리브색 슬라임 좀비가 몸을 크게 일으키자 슬라임 앞에 십 수 마리의 좀비들이 허공에서 서서히 형체가 완성되더니 그어어 소리를 내며 라이니 일행을 향해 다가왔다.

슬라임 좀비는 언데드 속성을 띈 슬라임이라서 슬라임 좀비라 불리는게 아니라 전투가 시작되면 항상 자신을 지키는 좀비 무리를 소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슬라임 좀비는 슬라임 수준이긴 하지만 학습이 가능하고 간단한 함정을 사용하거나 희생자들이 도착할때까지 의도적으로 기다릴 수 있는 지능을 가지고 있는데다 물리 공격과 전기에 면역이었기에 가장 까다로운 슬라임 중에 하나로 통한다.

문제는 그런 까다로운 슬라임이 어떤 이유인진 몰라도 카일런과 함께 가보를 지키는 가디언 역활을 맡게 된 것이다.

촤악!

설상가상으로 뒤쪽에는 단독형 보스 몬스터로 일반 가스트보다 최소 3배 이상 강한 카일런이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나타나며 앞뒤로 포위당하게 된 라이니 일행이였으나 다행히도 이런 종류의 위험을 종종 겪어봤는지 라이니, 알레크시아가 전방을, 에리카, 다나가 중앙에서 주문을 외우기 시작하였고 가장 뛰어난 능력치를 지닌 베네피오렌이 후방에서 카일런을 맞이하였다.

"차앗!"

자신들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직감한 라이니들은 다나가 턴 언데드를 외울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좀비들을 베어내기 시작하였다.

빠른 쾌검을 이용한 라이니의 검은 좀비의 팔이나 목을 단숨에 떨궈내고, 좀비에게 약한 찌르기용 무기인 단도를 가지고 있는 알레크시아는 빠른 몸놀림으로 좀비들의 공격을 유도해 체술로 하나 하나씩 수로쪽으로 밀어내면서 착실히 숫자를 줄여나가 전선을 고착시켰으나, 가스트 카일런과 1:1 대결을 하게 된 베네피오렌은 카일런의 무지막지한 괴력에 조금씩 뒤로 밀려나고 있었다.

"죽어! 죽어! 죽어어어! 죽으란 말이야아아!"

챙! 채캉! 카캉!

"큿! 꺄흑!"

카일런의 마구잡이식 휘두르기 공격에 엄청난 괴력을 느끼며 가까스로 버텨내던 베네피오렌은 손목이 강타당하여 검과 함께 쓰러지고 말았다. 중요 부위는 갑옷으로 충실히 방어하고 있었지만, 충격까진 흡수하지 못하였기에 땅에 쓰러진 그녀는 뒤이어 자신의 얼굴을 찢어발기기 위해 날라오는 가스트의 손톱을 목격하고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베네피오렌님!"

그 모습을 목격한 다나는 평소의 무뚝뚝한 이미지와 상반되는 경악어린 표정을 지으며 그 동요로 턴 언데드 주문이 깨지고 말았다.

"으아아아!"

그 때, 중앙에서 라이니 일행의 진형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상황을 살피고 있던 디엔이 다나의 곁을 지나치며 베네피오렌을 공격하려는 카일런의 몸을 향해 강하게 몸통 박치기를 가해왔고, 중갑 그랜드 마스터의 영향으로 디엔 본인에게는 매우 가벼웠으나 다른 이들에게까진 그렇지 않았기에 갑옷의 무게가 실린 묵중한 공격에 카일런은 형편없이 몸을 굴리고 말았다.

"괜찮으십니까!?"

디엔이 손을 뻗으며 상태를 물어오자 베네피오렌은 고마움의 미소를 띄며 그의 손을 잡아 몸을 일으켰다.

"고마워요. 젊었을땐 혈기의 힘을 빌려 무모한 짓도 많이 했는데 나이를 먹다보니 이젠 그런것도 힘드네요."

"여유가 있었다면 다른 젊은 여성분들이 절망할법한 농담은 하지 말라고 타박했을겁니다."

비록 40대의 나이인 베네피오렌이였으나, 신성력의 힘 덕분인지, 아니면 본래의 체질인지 몰라도 중후함이 느껴지는 얼굴과 달리 20대의 젊은 여성들도 울고갈 피부를 가지고 있었기에 연상 취향인 디엔에게 있어 매우 먹음직스러운 먹잇감이였다.

"크아아아! 캬아아! 너! 너어! 그 년들 동료!"

죽은자가 되면서 살아있는 자의 기운을 느끼게 된 카일런은 얼굴이 가려져 있지만, 절대로 잊지 못할 디엔의 기운을 느끼고 더더욱 광분하기 시작했다. 역시 언데드가 되는 과정에서 문장을 나열하는 어휘력이 사라진 대신 강렬한 분노와 증오만이 불타오르는 복수의 화신이 된 것이다. 

"누님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네 녀석이었군……!"

자신이 이리스의 동생이라는 설정으로 연기를 해왔기에 짐짓 분노한 목소리로 내뱉은 그는 자신을 향해 괴성을 질러대는 카일런을 향해 으르릉 거렸다.

"네 놈 만큼은 반드시 내 손으로 처리해주마!"

"캬아아아아!"

츠캉!

풀 스윙으로 할버트를 힘껏 휘두른 디엔이였지만, 그의 전신전력이 다한 공격은 가스트의 손톱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꿈쩍도 안 해!?'

상대방이 자신의 공격을 막을거라곤 예상했지만 미동도 하지 않자 처음에 오크를 상대했을때처럼 머릿속에서 죽는다는 위기감이 엄습해온 그는 재빨리 추가타를 날릴려 하였으나, 카일런은 할버트를 한 손으로 잡아 고정시키자 디엔이 온 몸을 비틀어가며 제압당한 무기를 빼앗으려 해도 그의 힘을 이겨낼 수 없었다.

디엔의 근력은 82. 일반인이라면 모를까, 솔로 등급의 가스트가 된 카일런의 힘을 이겨내기엔 너무나도 미약하고 보잘것 없는 수치였던 것이다.

그를 향해 무한한 증오를 발산하기 시작한 카일런은 괴력을 발휘하여 할버트를 끌어당기려는 순간, 부상에서 회복한 베네피오렌이 빠르게 펼칠 수 있는 주문을 시전하여 그를 향해 돌진하였다.

"블레스 웨폰(bless weapon)!"

그녀의 검에 약간 황금색을 띄는 하얀 빛이 감돌았고, 그 검을 세차게 휘두르자 검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에 화들짝 놀라 황급히 손톱으로 막아냈으나 불에 달궈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카일런의 손에서 연기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캬우아아!"

신성력이 담겨진 검에 의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댄 그는 평범한 언데드였다면 그대로 도주하였겠지만, 보통의 원한으로 언데드가 된 것이 아니였기에 자신을 방해하고 공격하는 베네피오렌을 향해 팔을 뻗으려는 순간, 그 틈을 노린 디엔의 할버트가 그의 어깨죽지를 꿰뚫었다.

"키하아악!"

언데드 몬스터는 HP라는 것이 있어 많이 맞으면 죽긴 하지만, 신성력을 제외하곤 '고통' 을 안겨줄 순 없었기에 할버트의 창날에 찔리자마자 비명을 질러대는 그의 모습은 명확하게 이상하였다.

"콜드 아이언……?"

신성력이나 그에 관련된 인챈트는 걸려있지 않다. 그렇다면 언데드인 가스트에게 '고통' 을 줄 수 있는 다른 가능성을 파악한 베네피오렌은 자신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두 가지 금속의 이름중 하나가 떠올랐다.

"콜드 아이언은 가스트에게 2배 이상의 피해를 줄 수 있어요! 계속해서 압박해야 합니다!"

예전에 설명했듯이 가스트는 죽음의 세계를 지배하는 악마들의 수하다. 즉, 평범한 언데드가 아니며 이블 아웃사이더 기운을 가지고 있기에 콜드 아이언에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한 쪽은 신성력이 담겨진 검, 한 쪽은 가스트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콜드 아이언제 할버트.

덕분에 힘대결에서 자신감이 사라졌던 디엔은 바이저 너머로 웃음을 되찾을 수 있었다.

'힘에서 딸려도 일단 맞추기만 하면 장땡이란 말씀이지?'

게다가 자신과 함께 싸울 경험많은 성기사, 베네피오렌과 함께 착실히 데미지를 입힌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으리라 믿은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이른 자신감을 후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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