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3화 (33/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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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분명히 놀땐 신나고 좋았는데 집에 오면 '집이 최고야' 라는 생각이 드는건지 잘 모르겠네요 -_-;;

어쨌든 이제 슬슬 던전 탐험 ㄱㄱ

경험치 관련 문제는 다음편에서 계속이거나 다다음편에서 계속. 그것도 아니면 던전 클리어하기 전이나 그 후에. 던전 탐험시 얻는 경험치는 필드에서 얻는 경험치와 방식이 다릅니다.

참고로 말하자면 라이니 일행이 주인공의 최대 라이벌이라곤 했지만 모두들 아직 성장중입니다. 절정기에 달하는건 게임 시간으로 몇 년 후의 얘기."아무래도 이 몬스터들의 배후는 생각보다 귀찮은 녀석인 것 같군요."

사악한 네크로맨서들과 언데드 몬스터들을 상대하는데 평생을 받쳐온 베네피오렌이 이렇게 말할 정도이니 다른 일행들도 나름 긴장을 가지고 진지하게 임하기 시작하였다.

똑같은 몬스터라 하더라도 특별한 능력이나 지도자에 의해 특출난 전투력을 가진 경우가 종종 있는데, 지금이 바로 그런 케이스였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오크 스낵(Orc snack)같은 샌님같았는데 나름 반사 신경이 좋은걸?"

동료를 구해주고 일행의 위기를 벗어나게 해준 디엔을 향해 항상 냉정한 얼굴을 하고 있던 알레크시아가 살포시 웃으며 외의라는 듯이 칭찬을 해주었다.

무쌍연희에서 난전을 주특기로 하는 그에게 있어 주변의 상황을 살피는 관찰력과 빠른 상황 파악 능력은 필수였기에 게임의 스탯 능력과 별개인 플레이어만의 경험치가 여기서 발휘한 덕분이었다.

"에…오크 스낵이요?"

"뭐야, 요즘 경비대들은 그런거 안 가르켜주나? 새파란 신병이나 신참들한테 따라 붙는 일종의 속담이라고. 오크들의 간식거리로 취급당할 정도로 허약하다는 뜻이지."

"하하……. 종종 그렇게 부르긴 했지만 제대로 설명해주신 분들이 없어서……. 

안그래도 초반부에 오크에게 당한 것 때문에 나름 트라우마가 있었던 그는 그녀의 말에 조금 놀라긴 했으나 쓸만한 속담을 알게 되면서 나중에 써먹기로 하며 머릿속에 기억시켜두었다.

예상대로 그녀들은 악인이 아니었는지 동료를 구해준 활약을 하면서 많이 어색했던 분위기가 한층 누그러지게 되었다.

"그건 그렇고 수로쪽에서 좀 멀리 떨어져 이동해야겠는데. 계속 턴 언데드를 사용하면서 움직일 순 없는 노릇이니."

마법사와 성직자는 마력과 신성력을 사용한다는 차이가 있지만, 둘 다 충분한 휴식을 통해 충전을 해야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아직 이 지하수로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의 규모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데 마구잡이로 뽑아 쓸 순 없으니 결국 수로에서 좀 더 안쪽으로 이동하는 수 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좀비들을 이용한 새로운 공격 방식에 수로쪽도 경계하며 나아가게 된 라이니 일행은 얼마 지나지 않아 기이한 신음성을 들을 수 있었다.

"히이…히이……."

"싫어…제발……."

지금까지 조용히 있다가 무슨 일이 생긴건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신음성이 들려왔기에 일행은 속보로 빠르게 전진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도시의 다른 지역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퍼져있는 수로들이 6방향으로 뻗쳐져 나가도록 되어있어 15명 정도가 있을 수 있는 큰 원형 공간으로 나올 수 있었다.

상당히 중요한 곳인지 천장에 라이트 마법이 걸린 등잔이 걸려있어 횃불이 필요 없을 정도로 밝았고, 거기에는 하얀색 점액질로 손목과 발목이 묶여 개같은 자세가 된 여인들과 애벌래같이 긴 원타형에 지네처럼 많은 다리와 문어나 오징어같이 매끈한 피부를 가진 하얀색 벌레가 눈에 띄었다. 그것도 사람 크기보다 좀 더 거대한.

애벌레처럼 생긴 몬스터들의 숫자는 5마리. 일단 상황을 보고 있자니 그 몬스터들은 모두 C자형으로 몸을 구부려 여인들의 몸 위를 걸터올라가 그녀들의 보지와 이어진 아랫도리를 쉴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쭈컥! 쭈컥!

"그만…그만 해……!"

"……."

두세명 정도의 여인은 계속해서 반항을 하였고, 남은 자들은 이미 이성을 잃었는지 기계적으로 반복적인 신음성을 흘리며 율동에 맞춰 힘없이 들썩거리고 있었다.

유일한 공통점이라면 하나같이 모두 배가 만삭처럼 크게 부풀어 올랐다는 것이다.

찌익! 쑤욱! 쑤욱!

"너…넣지마…무…무리……."

"터…터져버려……."

이윽고 묘한 소리와 함께 그녀들의 배가 눈에 띄게 더더욱 커져가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그것은 애벌레처럼 생긴 몬스터들의 알이리라.

몬스터들은 알을 모두 낳았다고 생각했는지 이내 말자지 같은 거대한 물건을 빼내자 배가 터질것 같은 극심한 고통을 견디지 못한 여인들은 모두 정신을 잃은듯이 추욱 늘어졌다.

"캐리온 크로울러."

"그게 뭡니까?"

생소한 몬스터의 이름을 읉어내는 에리카의 작은 목소리에 똑같이 작은 목소리로 되물은 디엔은 몬스터의 정보를 은유적으로 물어왔다.

"지하의 시체 청소부. 시체가 없으면 살아있는 생물을 먹어치우는데 아무래도 저 사람들은 재수없게도 번식기가 찾아온 캐리온들에 의해 씨받이가 된 것 같아. 이미 저 상황까지 온걸 보니 저 여자들의 목숨은 이미 사라진것이나 똑같네. 저렇게까지 알을 수정당하였으니 새끼들이 태어나면 배가 터지면서 죽거나 배를 갈라내 알들을 모조리 꺼내도 위험 부담이 크고 그렇게 해서 살아난다 쳐도 그녀들이 살고싶다는 생각이 들긴 할까 문제지."

확실히 몬스터, 그것도 곤충형 몬스터에게 충간을 당해 배란당한 여성들은 살아남아도 몬스터의 새끼를 배었다는 자괴감에 살고자하는 의욕을 가진 사람들이 몇 없을 것이다.

여자라면 자연스럽게 얼굴이 붉혀져야 할 음란한 상황이었지만, 이런 일을 많이 겪었는지 최초의 동요만을 제외하면 오히려 몬스터들을 향한 적대감과 희생자들을 향한 안타까움만이 그녀들의 눈빛을 채우고 있었다.

"몬스터로서의 능력은 저런 체구와 무수한 다리 때문에 천장이나 벽, 좁은 통로들도 쉽게 이동할 수 있다는 거야. 촉수를 이용해 마비를 시키니까 조심해. 그것만 조심하면 별거 없는 몬스터야."

이미 캐리온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지만, 자신을 구해준 디엔을 위해 보답을 하려는건지 상세하게 설명해준 에리카의 모습에 처음에 보였던 거부감이 상당히 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인정하기 싫지만…저 사람들…어째서인지 낯이 익습니다."

디엔은 조금 멀리 떨어져 있고 얼굴을 땅에 박고 있어 외모의 판별이 불가능하지만, 6조의 조원들과 체구라던가 옷차림이 비슷했기에 속으로는 '이런 병신년들' 이라 비웃음을 퍼부으며 속으로는 서서히 탄식으로 얼굴이 일그러져갔다.

"처리하지요."

베네피오렌은 그런 그를 위로하듯이 긴 말하지 않고 검을 고쳐잡자 다른 이들도 조용히 자신들의 무기를 꼬나쥐며 캐리온들을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파이어 에로우!"

미리 시전을 하고 준비하고 있던 에리카의 손에서 화염으로 이글거리는 화살이 생성되더니 인간의 기척을 눈치챈 캐리온 한마리가 몸체를 돌리다가 재수없게도 안면이 화살이 직격으로 꽂히고 말았다. 날카로운 송곳니들이 누런색으로 번들거리는 입으로 추정되는 공간이 있으니 분명하리라.

"키이이이이!"

쇠를 긁는듯한 소리와 함께 괴성을 질러댄 캐리온은 몸을 이리저리 구부리며 고통을 호소하였으나 불이 안면 안쪽의 내장들까지 침투했는지 몇차례 꿈틀거리다가 이내 추욱 늘어지고 말았다.

"키이이이!"

"키이이이!"

캐리온들은 전략적인 행동을 할 지능이 없기에 살아있는 존재를 느끼게 되자 자신들이 먼저 먹기 위해 빠르게 꿈틀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지금은 동족 의식이 약간이나마 잡혀있으나, 먹잇감을 먹게 된다면 더 많은 양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를 향해 공격할 것이다.

물론, 그것은 라이니 일행이 죽는다는 가정 하에서지만.

쉬익!

알레크시아가 허리춤에 꽂힌 단도를 뽑아 투척하자 몸뚱아리에 단도가 꽂힌 캐리온들은 노란 진물들을 토해내며 고통어린 비명을 지르면서도 계속해서 내달려왔다.

무기를 든 전사들은 나무 무기를 집어넣고 자신들의 주력 무기를 꼬나쥐며 4마리의 캐리온들과 전투에 돌입하였다. 캐리온들은 턱 부분에 있는 1~2m 사이에 있는 무수한 촉수들로 먹잇감을 마비시키기 위해 휘둘러 댔지만, 숙련된 모험가들에게 있어 정면 승부를 하면 가장 쉬운 몬스터이기도 하기에 라이니가 빠른 속도로 시야를 끌자 디엔과 베네피오렌이 캐리온들의 몸통을 공격하였다.

가죽 갑옷 정도의 질긴 피부와 상당히 많은 HP 덕분에 상당히 오랫동안 버텨왔지만, 에리카의 지속적인 공격과 알레크시아의 투척 공격에 너무나도 간단하게 쓰러지고 말았다.

애초에 캐리온들의 무서움은 어디서 기습할지 모를 은밀성에 있었는데 그 장점이 사라지면서 숙련된 모험가들에겐 단순한 경험치 덩어리로 전락한 것이다.

촤악!

"끼이이……."

라이니의 검에 의해 몸이 반으로 잘려나간 마지막 캐리온은 잘린 몸까지 꿈틀거리며 남은 생명력을 불태웠지만, 그것도 허무하게 사그라지고 말았다.

그녀가 날린 최후의 일격을 바라본 디엔은 그 틈을 타 캐리온들의 알들을 밴 여자들을 향해 달려나갔고, 자신의 예상대로 6조의 조원들임을 알 수 있었다.

"누님! 누니임!"

6조의 조원들 중에서 가장 얼굴이 아름답고 몸매가 호리호리한 이리스를 찾은 그는 끈적이는 점액 물질을 거칠게 뜯어내며 배가 만삭보다 더욱 크게 부풀어 오른체 의식을 잃은 이리스의 몸을 절망어린 목소리와 함께 끌어 안았다.

"젠장……. 무슨 일이 있어도 말렸어야 했는데……! 그랬다면…그랬다면…크흑……!"

일부러 자신에게 있었던 가장 슬픈 일과 슬픈 내용의 소설, 영화의 하이라이트들을 떠올리며 거짓 눈물을 지어내며 대성통곡을 한 디엔의 모습은 겉으로 보면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 처럼 보였다.

"디엔……."

라이니 일행은 안타까운 남매 상봉을 지켜보았고, 정신을 잃은 이리스를 끌어 안으며 흐느끼던 그는 이내 눈물을 닦아내며 몸을 일으켰다.

"누님은…언제나 권위적이고 자존심이 강해 좋은 성격은 아니었지만…그래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어요. 부모님의 유언으로 우리들이 귀족이라는 사실을 알았을땐 너무나도 좋아하셨죠."

스윽-

그녀의 몸을 가지런히 눕히고 자신의 할버트를 들어 보인 그는 계속해서 자신이 만들어낸 스토리를 힘없이 읊어내려갔다.

"하지만…그 결과가 이거군요……. 자존심 강한 누님은…살아남게 되어도 몬스터의 새끼가 배여졌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려졌다는 것을 들으시면 절망을 참지 못하고 자살을 할 거예요. 차라리…의식을 잃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누님에게 안식을 줄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즉, 이리스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겠다는 뜻임을 직감한 라이니 일행이였지만, 디엔의 말을 심히 공감하였기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들도 몬스터들의 새끼를 배어져 다른 사람들에게 그 사실이 알려진다면 엄청난 절망감에 자살까지 생각할테니 말이다.

신전의 사람으로서 생명을 귀중히 여겨야 할 다나와 베네피오렌도 그녀가 살아남아 느낄 절망감과 그로 인해 자살할 것이라 생각하고 차라리 편안한 죽음이야말로 그녀에게 유일한 구원이라 생각할 정도였다.

다들 침묵의 긍정을 표하자 디엔은 서서히 자신의 할버트를 들어 올렸다.

'어차피 살리긴 글렀으니 보물 단지들의 호감을 올리는데 소중하게 사용해주마.'

배를 갈라내 알들을 꺼내려면 성직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다나와 베네피오렌의 도움을 받으면 그녀들은 살릴 수 있지만, 라이니 일행이 존재하는한 이리스들을 던전으로 보낼 수 없게 되고 의식이 깨어나 허튼 소리를 하여 자신의 연기가 모두 거짓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일이 여러가지로 매우 귀찮아 지기 때문에 '인정많고 착하며 성실한 젊은이' 라는 인식을 세워 라이니 일행의 호감도를 올리는데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으…응……."

그 때, 의식을 되찾기 시작한 이리스는 천천히 눈을 떴지만, 그런 그녀의 마지막 의식은 할버트의 창날이 내려오는 것을 목격함으로서 끝이나고 말았다.

푸욱!

미간이 꿰뚫리면서 눈꺼풀이 올라간 이리스의 눈동자가 마지막으로 담은 것은 자신을 향해 내려보며 사악함이 깃들어진 소년의 광기어린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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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D&D 에서 캐리온들은 살아있는 존재들을 모조리 죽이고 먹어치우기 때문에 위와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기왕 다크 에로 판타지 소설을 쓰는데 이정도 설정 변경쯤이야 가뿐히 넘겨주세요.

참고로 제 소설에서 곤충형 몬스터들은 모조리 수컷, 혹은 양성입니다. 예? 그럼 번식은 어떻게 하냐고요? 방금 보셨잖아요?

몬스터들은 어떤 몬스터냐에 따라 수컷, 암컷만 존재하게 됩니다. 리자드맨, 오크, 고블린, 오우거 같이 여성화 하기 어려운 몬스터들은 모조리 수컷으로, 인간 여자들을 덮치면 아주 가끔의 확률로 하프가 나오는 것을 제외하곤 모두 자신과 같은 종족이 나오도록 설정하였습니다.

웨어울프, 인간형 악마 같이 여성화가 쉬운 몬스터는 모조리 암컷으로 나옵니다. 수컷들로부터 씨앗을 받으면 반반 확률로 해당 수컷의 종족의 남자 아기나 자신의 종족의 여자 아기를 낳게 되는데 인간들의 씨앗은 100% 새끼를 밴 암컷 몬스터 종족의 자식으로 태어나기 때문에 자신들의 종을 늘리려는 암컷 몬스터들이 가장 원하는 희귀품(...)입니다.

이거참...쓰는 내가 더 기대가 되는건 대체 무슨 이유일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써컥! 푸욱!

이리스의 뒤를 이어 6조위 인원들을 모조리 자신의 손으로 죽인 디엔은 할버트를 떨어뜨리더니 무릎을 꿇으며 서럽게 울어대기 시작하였다.

"흐윽…흐어어엉! 누나! 누나아아아!"

전문 연기자였다면 왠지 모를 위화감을 감지해냈겠지만, 그런 문화 오락 행위에 약한 라이니 일행은 그를 향해 동정어린 눈빛을 보이며 뭐라 위로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남자 여자 따지기 이전에 친족을 모두 잃고 혼자 남았다는 슬픔과 절망감에 몸부림 치는 그의 모습은 그만큼 서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약 2~30초 동안 감정을 최대한 실어보인 디엔은 더이상의 거짓 눈물이 나오지 않자 슬픔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써 냉정한 척 하는 것처럼 눈물을 닦으며 일어서려던 중, 그녀들의 몸에 상처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연기의 완성을 위해 그녀들의 목숨을 빼앗는것에만 치중하다보니 이제서야 그녀들의 상처가 눈에 띄게 된 것이다.

"이건……?"

눈물을 멈추고 그녀들의 시체를 확인하기 시작하자 잠시 거리를 두고 있던 라이니 일행이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이 상처들…캐리온의 솜씨가 아니야. 캐리온은 깨물어 씹기 때문에 살점들이 크게 뜯겨져 나가야 정상인데……."

알레크시아의 말 때문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눈으로 봐도 이리스들이 입은 상처들은 캐리온의 것이 아니였다.

타박상, 거친 무언가에 의해 베인 상처, 통일되지 않는 규격의 날카로운 것들에 의해 다양한 상처들을 입고 있었고, 모두 똑같이 발목의 힘줄이 잘려져 나간것으로 보아 그녀들은 처음부터 캐리온들에게 당한것이 아니고 누군가에게 공격당해 패배하여 도망칠 수 없도록 아킬레스건에 위치한 힘줄들이 잘려진채 방치되어 캐리온들의 제물이 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좀비들의 투척 공격을 당한걸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그 공격에 크게 당황한 라이니 일행이 말하면 조금 우습겠지만 그것은 확실히 고정관념이 깨지는 놀라운 일이기도 하나, 공격 패턴 자체는 매우 쉬웠기 때문에 디엔이 아니였더라도 시간이 좀 더 있었더라면 손쉽게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그녀들의 방어구도 여기저기 찢어져 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투척 공격으로는 이러한 파손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녀들은 제 3자의 존재를 확신할 수 있었다.

"지능이 있는 몬스터나 언데드들을 부른 네크로맨서가 행한 일이겠군요. 아무리 악한이라 하더라도 이런 만행을 저지르다니……."

이리스들이 캐리온들에 의해 범해지는 장면에 겉으론 반응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강렬한 분노를 품고 있었던 베네피오렌은 적의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고, 디엔은 짐짓 분노한 표정으로 입술을 꾸욱 깨물었다.

"원래는 누님만 찾으면 뒷일은 여러분께 맡기고 나올 생각이었지만…누가, 어째서 이런 짓을 저지렀는지 제 눈으로 확인해야겠습니다!"

철컹!

대화를 위해 위쪽으로 올려두었던 개폐식 바이저(투구의 안면 가리개)를 거칠게 내린 디엔은 분노를 삭이지 못하는 듯이 등을 돌리고 숨을 크게 들썩였지만, 속은 그게 아니었다.

'크크큭. 웃겨서 죽을뻔했네. 내 연기에 속아넘어가 저런 바보같은 표정들을 짓고있는걸 계속 보다보면 웃음보가 터질것 같아.'

항상 올려두었던 바이저를 내린 이유는 더이상 웃음을 참지 못해 실수로라도 입가에 미소가 띄면 당연히 여러가지로 의심을 받게 될테니 얼굴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대신, 얼굴을 가리면서 유일하게 드러난 눈가쪽에는 최대한 힘을 주며 참지 못한 웃음을 조금씩 흘려보낼 수 있게 되었다.

"디엔. 너에게 미안하지만…아무래도 누나의 시체는 여기서 화장을 해야 할 것 같아. 시체를 끌고 다니면 부피 문제도 있고 네크로맨서의 마법으로 좀비가 될 수 있고…….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캐리온은 일주일 후에 부화하는데 부화한 캐리온 새끼들에 의해 식사거리가 되고……."

라이니는 어렵게 디엔의 분위기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이리스들의 시체를 화장하길 권고하였고, 그녀의 말에 큰 한숨을 내쉰 그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주제에 여러분의 행동을 만류할 자격은 없습니다. 이런말하기 우습지만…최대한 깔끔하게…흔적없이 처리해주십시오."

그리곤 더이상 말하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내리깔았고, 라이니는 그런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다른 일행들과 함께 시체들을 모아 횃불을 잃어버렸을때를 대비하여 소량의 기름을 가지고 있던 것을 쏟아붓고 그 위에 횃불을 올려놓자 얼마 안가 가죽과 살이 타는 냄새가 천장을 타고 퍼지게 되었다.

팍! 퍽!

뜨거운 열기 때문인지 그녀들의 뱃속에서 알들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배가 홀쭉해지는 만큼 그녀들의 보지에서 초록색의 진물이 흘러나왔다.

"가죠. 더이상…여기에 있고 싶지 않습니다."

무언가를 힘겹게 참아내는 목소리로 입을 연 디엔의 의견대로 라이니 일행은 다시 대열을 이루며 한쪽 방향을 잡고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던전에서 아무도 모르게 비참하게 죽어간 이리스들의 모습에 자신들도 언제든지 그녀들처럼 될 수 있다고 생각한 라이니들은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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