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화 (32/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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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자면 적이기도 하고 아군이기도 한 주역들 등장~

그런데 나쁜 소식 하나 알려드릴까효?

저 이번 8월 6일부터 8일까지 휴가 갑니다. 지역명은 어딘지 몰라도 산밑에 있는 맑고 깨끗한 강이 있다는데 저도 거기에 가게 되었습니다.

아아, 잠깐 잠깐. 절 원망하는 소리가 들리긴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안가고 싶었는데 날씨가 너무 덥잖아요? 이 망할 이상 고온때문에 더워 죽겠심다.

어쨌든...야호! 강이다! 물이다! 놀자 놀자~!

'태풍? 그딴게 뭔 소용이야! 나는 장마철에도 바닷가에 혼자서라도 놀았던 경험이 있다고! 더위를 풀기 위한 나의 몸부림은 누가 온다 하더라고 막을 수 없다!!'

라는 마인드를 가진 우리 가족이기 때문에 9일부터 연재를 시작 안하고 뉴스에서 '강으로 피서온 일가족중 20대 청년이 강물에 휩쌓여 실종' 이라는 기사가 뜨면 안될테니 조심조심 놀다 오겠습니다.

원래는 피서 전날에 해야 하겠지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고 출발 3일전에 미리 통보를 해둡니다.그녀들은 자기들 딴에는 조용히 말하는것이라 생각했는지 몰라도 상당히 가까운 위치인 덕분에 디엔은 그녀들의 대화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어떻게 할까? 사정은 좀 안되어 보이니 개인적으로 도와줬으면 하는데."

적갈색의 여성이 먼저 말문을 트자 분홍빛 헤어롤의 마법사가 퉁명스럽게 답변하였다.

"저딴 냄새나는 남자의 사정따위 우리랑 알게 뭐예요?"

마법사의 딴지에 검정색으로 통일된 복장을 한, 키에 비해 매우 여린 몸매의 로그도 못마땅한 눈치였다.

"우리들은 우리들에게 맞는 전술이 있어. 거기에 외부인이 끼어들면 그 전술이 엉망이 돼."

그녀의 말대로 함께 손발을 맞춘 사람들끼리 함께 일을 해야 능률이 오르는 법이다. 거기에 갑작스럽게 다른 사람이 끼어들면 흐름이 바뀌어 함께 손발을 맞추던 사람들까지 손이 엉키는 일이 벌어지고 만다.

그녀들의 반대 주장을 듣고 있던 디엔은 로그의 말은 이해가 갔지만, 단순히 아무 이유없이 '냄새나는 남자' 라는 이유만으로 반대표를 던진 마법사의 얼굴을 똑똑히 기억하기 위해 눈에 힘을 주었다.

'이런 망할 쌍년을 보았나. 기회만 되면 그 냄새나는 남자에게 깔려져 울부짖게 만들어주마.'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줄 유일한 생명줄이였기에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조용히 그녀들의 대화에 경청하였다.

"마음을 이해 못하는건 아니지만, 가족을 위해서 혼자서라도 몬스터들의 소굴을 뛰어들려는 용기는 인정해주렴. 우리가 거부하면 결국 혼자 위험속으로 뛰어들어 누나도 찾지 못하고 죽고 말텐데 그런 슬픈 일은 없었으면 좋겠구나."

그 때, 중년의 여기사가 부드럽게 웃으며 타이르듯이 말하자 반대표를 날리던 마법사와 로그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마 리더는 적갈색 머리의 여성이되, 파티 내부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은 그녀인듯 싶다.

"…찬성."

무표정의 성직자도 그녀의 말에 뒤이어 짧막하게 찬성을 하자 결국 그녀들도 다수결로 인해 디엔을 임시적으로 파티의 멤버로 들이기로 하였다.

적갈색 머리의 여성은 의견이 모아지자 그를 향해 돌아서서 환한 미소로 기쁜 대답을 전달해주었다.

"우리와 함께 동행해도 좋아. 하지만, 이쪽도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일인 만큼 널 완벽하게 보호해주지 못하니 자기 목숨은 스스로 챙겨야만 해."

"괜찮습니다. 미약하나마 경비대에서 나름 훈련을 해왔거든요. 여러분에 비하면 문자 그대로 새발의 피 수준이겠지만 최대한 도움이 되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이미 모두들 허약한 남자인데다 경비병 출신이라는 디엔의 활약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 상태였다.

일이 어찌되든간에 모험가 파티와 일행이 되는데 성공하여 속으로 환호성을 질러보인 그는 새롭게 떠오른 메세지음을 들을 수 있었다.

-모험가 파티의 임시 일행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파티를 맺고 처리한 몬스터 경험치는 모두에게 균등하게 배분되고 몬스터를 죽인 파티원은 20%를 더 가질 수 있습니다-

-아이템 배분 문제는 일반적으로 주사위를 굴려 미리 룰을 정한대로 높은쪽이나 낮은쪽이 가질 수 있지만, 파티마다 배분 방식이 다를 수 있습니다-

파티 메세지음을 듣고 파티에 대한 정보를 확인한 디엔은 고개를 숙이며 고마움을 숨길 수 없는 표정과 함께 자신의 소개를 해주었다.

"제 이름은 디엔이라 합니다. 나중에 이 은혜를 갚기위해서라도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여러분의 이름을 알고 싶습니다."

나름 기품있게 자신의 소개를 하고 자연스럽게 양해를 구하며 상대방의 이름을 물어오자 제대로 배우질 못해 무식한 화법을 쓰는 평민들과 확연히 비교가 되었기에 최소한 제대로 배운 집안의 자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제 이름은 라이니야. 잠깐이지만 잘 부탁해. 이 팀의 전사 역활을 맡고 있어."

라이니라 불린 적갈색 머리의 여성은 기본적으로 활발한 성격인지 웃는 낯으로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었고, 뒤이어 그녀의 일행들도 차례차례 자기 소개를 하였다.

"에리카. 부탁이니까 내 마법을 대신 맞는 바보같은 짓거린 하지 말라고."

"알레크시아. 이 팀의 로그다. 주변의 안전은 내가 확인하니 주의없이 움직이지 말도록."

"다나. 베스의 성직자."

"베네피오렌라고 해요. 다나와 함께 아침과 빛의 신, 베스님을 모시는 성기사랍니다."

각자 자신들의 성격을 나타내는 자기 소개였다.

마법사인 에리카는 드세고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기색을 여과없이 드러냈고, 알레크시아는 냉정한 언행과 함께 디엔이 바보같은 짓을 하여 동료들이 위험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다나는 표정대로 무심하고 짧게 입을 열었고, 온화한 성격의 베네피오렌은 사람좋아 보이는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상대방으로 하여금 안정시키는 기분좋은 오오라를 풍기고 있었다.

"자, 디엔 군의 누님께서 지하수로에 들어갔다 하니 빨리 들어가도록 하자."

통성명을 나누게 되면서 자신을 위해서라도 빠르게 지하수로를 탐색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는 라이니의 모습에 속으로 일이 생각보다 쉽게 풀리는 자신의 운을 향해 환호성을 내질렀다.

설령 실력이 떨어진다손 쳐도 이만한 숫자라면 충분한 시간벌이로는 충분하리라. 만약에 모두 행동불능이 되면 자신의 던전에 집어넣는것도 나쁘지 않고.

최소한 혼자 지하수로를 탐험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만큼은 피할 수 있었기에 그녀들과 함께 철창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이끼가 낀 벽면과 중앙쪽에 깊이 파여져 물이 흐르는 수로와 그 양옆으로 사람이 오갈 수 있는 전형적인 하수구 형태의 지하수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벽면에는 부분부분 받침대에 끼워진 횃불이 존재하지만, 상당히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모든 횃불이 꺼져있는 상태였다.

탁탁!

안은 빛이 거의 들지 않아 매우 어둠컴컴하였기에 라이니의 일행은 미리 준비한 기름먹인 횃불을 향해 부싯돌을 사용해 불씨를 옮기기 시작하였고 횃불은 라이니와 베네피오렌가 들어 보였지만, 임시로 참가한 디엔에게도 횃불이 주어졌다.

"그건 그렇고 정말 무모하네. 이렇게 어두운데 그냥 들어갈 셈이였어?"

"하…하하……. 저도 이렇게 어두울줄은……."

라이니의 핀찬에 멋쩍은듯 웃어보인 디엔은 그녀들과 함께 여기를 탐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이지 여러가지로 행운이였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참고로 말하자면 현재 디엔의 수중에는 구리 동전 하나 없는 상태다.

일반적인 지하수로는 깊이 파여진 부분으로 물이 흐르도록 하는 수로와 2~3명 정도가 힘겹게 움직일 정도의 공간만이 주어져야 하지만 유저들의 편의성을 위해서인지, 인구가 많은 상업 도시의 특징때문인지 몰라도 4~5명이 함께 움직여도 충분할 공간이 있었기에 파티를 두 팀으로 나눠 이동해야 하는 불상사는 생겨나지 않았다.

일행은 벽에 붙어있는 횃불에 불을 붙여가며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여 빛을 확보하는 것을 잊지 않는 주의력 덕분인지 아직까진 특별하다 할 문제 없이 수월하게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일직선으로 길게 이어진 길을 걸어나가자 양쪽으로 수로가 갈라지면서 갈림길도 생겨났지만 미로가 아닌 이런 종류의 수로는 어차피 나가는 구멍은 똑같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별로 고민할 것 없이 왼쪽길을 선택하였다.

"잠깐 기다려."

길을 정하자 갑자기 알레크시아가 일행을 정지시키더니 감각을 집중하려는 듯이 눈을 감았다.

"위! 피해!"

그녀의 외침과 함께 천장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일행은 빠르게 사방으로 흩어졌다.

철퍽. 꾸물꾸물꾸물--

녹색의 반투명한 점액질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더니 기분나쁜 소리를 내며 꾸물거리자 처음으로 슬라임을 목격하게 된 디엔은 딱 봐도 미끌거리면서도 끈적거릴 법한 소름끼치는 모습에 닭살이 도드라질 정도로 징그러움을 느꼈지만, 앞으로 저런 놈들과 싸워야 하는 것도 있고 지금까지 무쌍연희에서 온갖 전쟁을 치뤄본 자신이 겨우 미끌이(?) 하나 때문에 겁을 먹는건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다.

"매직 미사일!"

퍽!

꾸물꾸물꾸물!

그래도 어떻게 공격을 해야 할지 전전긍긍 하던중, 에리카의 날카로운 목소리와 함께 예전에 목격했었던 푸른빛의 구체가 녹색 슬라임의 몸체를 가격하자 녹색 슬라임의 몸체는 허무하게 사방으로 흩어지더니 끈적한 점액질 자국만을 남긴채 허무하게 사그라지고 말았다.

제대로 배운 마법사인지 속도, 크기, 파괴력에서 월등히 차이가 나는 에리카의 매직 미사일에 디엔이 놀랍다는 듯한 눈빛을 자아내자 에리카는 자신을 향한 눈빛에 퉁명스럽게 대꾸하였다.

"뭘 봐?"

"아, 아뇨. 가끔씩 깡패들 중에서 마법사가 있었지만 당신처럼 위력적인 매직 미사일은 사용하지 못했거든요."

"당연하지! 그딴 3류 축에도 못끼는 놈들 따위랑 내가 비교가 될 것 같아?"

자신만만한 그녀의 목소리였지만, 디엔의 칭찬에 나름 기쁜듯한 자부심이 섞여 있었다.

'오호라. 자존심이 높지만 칭찬엔 약한 타입이로군.'

이런 종류의 타입은 칭찬을 하면 끝없이 올라가는 성격이다. 대신 쓴소리를 먹으면 자존심 때문에 쉽게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말다툼을 하게 되면 항상 평행성을 달리게 된다.

"아무래도 이건 무리에서 떨어져나온 놈 같군. 근처에 슬라임들이 더 있을지 모르니까 다들 조심해."

일행 중에서 가장 밝은 귀와 눈을 가지고 있는 알레크시아는 적의 탐지와 탐색을 맡고 있었지에 주변에 슬라임들이 더 없다는 그녀의 말에 다들 진형을 재정비하기 시작하였고, 라이니는 자신의 허리춤에 묶인 나무로 만들어진 클럽을 내밀었다.

"디엔, 이거 받…아, 남는 손이 없네."

슬라임을 퇴치하기 위해선 단단한 재질의 나무로 만들어진 무기는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이었기에 할버트를 들고 있는 디엔에게 예비용 나무 클럽을 건내주려 하였으나, 손이 남지가 않았기에 다시 허리춤에 묶으려는 순간.

"마침 나무 무기를 구하기 못했는데 고맙습니다."

플레이트 메일 허리 부근에 묶인 주머니를 풀더니 할버트를 주머니 안으로 밀어넣더니 라이니가 건낸 무기를 받아챙겼다.

"어? 어? 그거 혹시……?"

"예. 아공간 주머니입니다. 부모님의 유품중 하나죠."

"뭐? 아공간 주머니? 진짜야?"

누구나 얻길 간절히 원하는 아공간 주머니라는 말에 눈빛이 반짝거린 에리카와 달리 다른 일행들은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아공간 주머니라는 것은 하나같이 엄청난 가격이기 때문에 상당히 오랫동안 모험가 생활을 한 그녀들도 한번도 보지 못한 아공간 주머니를 일개 경비병에게서 발견하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아공간 주머니로 인해 주변의 안전을 확인한 일행의 관심사는 아공간 주머니로 향하였고, 본의 아니게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된 디엔은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이런……. 이정도로 귀할 줄은 몰랐는데……. 아무리 선한 인간이라 하더라도 이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마법 아이템에 욕심을 가질테니 조심해야겠구만.'

케사르로부터 귀한 마법 아이템이라는 것을 들었지만, 다른 인간들의 반응을 겪어보지 못했던 디엔은 앞으로 주의해서 사용하기로 결정하며 라이니 일행의 혹시나 모를 기습을 대비하기로 결정하였다.

지금은 단순한 호기심, 감탄 수준이었지만 그녀들의 눈빛이 탐욕으로 바뀌는 순간, 그에겐 새로운 적이 생겨나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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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곤 했지만 저쪽은 선 성향 파티이므로 그런 상황은 안 벌어짐ㅋ

원래는 오후 2시쯤에 올리려고 했는데 휴가 계획이랍시고 함께 여행을 계획한 외가쪽이 우리집에서 놀러오면서 글을 쓸 타이밍이 생기지가 않더군요 ㅎㄷㄷ...

어쨌든 전 내일부터 피서를 다녀오겠습니다. 8일까지 쉬고 오니까 9일에 봐요~아공간 주머니로 인해 어수선해졌지만 역시 프로는 프로인지 처음에만 관심을 보일 뿐, 이내 자신들이 맡은 의뢰를 처리하기 위해 대열을 정비하고 다시 이동을 시작하였다.

그녀들이 하르카네 공작의 집사로부터 고용된 이유는 지하수로에 출몰한 몬스터 때문이지만, 집사가 그 일을 알게 된 이유는 루이네로부터 '협조' 를 바랬기에 지하수로에 병사들을 보내 몬스터들의 존재를 알게 되어서다.

로카스트 왕국의 재상이자 왕국의 2인자인 하르카네 공작이 믿고 맡길 정도로 유능한 집사였기에 그녀는 자신이 관리하는 도시에 몬스터들이 출몰하였다는 소식이 크게 번지기 전에 재빨리 모험가들을 고용하여 사실을 축소시킬 생각이었던 것이다.

왠만한 지하수로에는 랫맨이나 자이언트 랫, 슬라임들이 자주 서식하기 때문에 이것을 완벽하게 방비한다는 것은 사실상 쉬운 일이 아니다. 솔직히 방금 나열한 몬스터들만 나왔다면 집사도 그리 크게 걱정하지 않았을 터.

하지만, 언데드 몬스터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다른 판타지 세계관처럼 흑마법사나 네크로맨서들은 국가가 정한 법의 경계를 넘지 않으려고 자제를 하기 때문에 무조건 척살해야 하는 범죄 집단으로 취급하진 않지만 -물론 언데드 몬스터를 부정한 존재로 규정한 신전과는 적대 관계- 가끔씩 미친 네크로맨서나 사악한 신을 모시는 성직자가 언데드 몬스터들을 불러 범죄에 악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를수록 일반 시민을 납치하여 언데드 몬스터로 만든다던가 실험용 재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치안이 극도로 악화되고 만다.

상업 도시인 스칼리아에 치안이 악화된다는 말은 도시의 기능을 상실한다는 뜻이기도 하기에 집사로선 어떻게든 모험가들을 고용하여 지하수로에 발생한 언데드 몬스터들과 그 원인을 토벌해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한 집사의 사정 덕분에 라이니 일행과 합류하게 된 디엔이였지만, 자신이 보여준 아공간 주머니에 보였던 호기심에 몬스터 뿐만이 아니라 같은 인간들까지 경계해야 하는 입장이 되고 말았다.

'아냐. 진정하자. 일단 나는 중갑을 입고 있기 때문에 기습 공격을 당해도 쉽게는 죽지 않아. 게다가 저 둘은 딱봐도 선한 신을 모시는 종교인이잖아? 그런 인물들이 남의 물건을 빼앗기 위해 죽이거나 하진 않겠지.'

그에게 있어 유일한 희망은 다나와 베네피오렌, 두 종교인이었다. 일단 마음의 안정을 찾고 나니 여유가 생겨난 디엔은 몬스터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라이니를 향해 말문을 텄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젊으신데 생각보다 오래 모험을 해오신것 같네요. 저도 그런 모험가 생활을 동경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확실히 우리가 함께 한지 한…3년 됐나?"

"그러고보니 우리들이 만난건 어떻게 보면 우연들의 연속이었네요."

그녀들은 함께 용병일을 하다가 마음이 맞아 모험가가 되거나 처음부터 아는 지인들끼리 구성된 다른 모험가 무리와 달리 다양한 사건으로 인해 맺어진 기이한 인연이었다.

처음 모험가로서의 발을 옮긴 라이니는 작은 소규모 도시에 있던 뒷세계에서 은밀한 일을 해오다 조직의 배신으로 부상을 입은 알레크시아를 돕게 되어 갈 곳이 없어진 그녀는 라이니와 함께 모험가로서의 삶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고, 그 다음에는 이름없는 마탑의 마법사로서 세상을 배우기 위해 출관한 에리카가 소매치기를 당하면서 그녀를 위해 소매치기를 찾아주다가 그 배후와 싸우며 은근슬쩍 라이니의 일행이 되어버린 상태였다.

그 후에 스칼리아보다 더 작지만 길이 잘 닦여 있던 상업 도시의 지하수로에 출몰한 몬스터들을 퇴치하려다가 그 곳에 언데드 몬스터들의 존재를 감지한 다나와 베네피오렌의 임무를 도와주었고, 거기서 5서클의 네크로맨서를 상대로 싸워나가 힘겹게 물리칠 수 있었고, 라이니의 선한 성품과 뛰어난 실력에 그녀와 함께 더욱 많은 악을 토벌하고자 합류하게 되었다.

베스의 교단은 인간을 위협하는 악의 존재를 토벌하기 위해 모험가가 되는 것을 만류하지 않기 때문에 간단한 보고와 함께 라이니와 함께 모험을 떠나 온갖 사악한 몬스터들과 거기에 준하는 악당들을 토벌해왔다.

그런 그녀들의 수다를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디엔은 마치 소설속 주인공들처럼 평범치 않은 인연으로 보인 그녀들의 모습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냥 정체를 숨기고 이 사람들과 모험가 생활을 해볼까? 아…아냐. 그녀가 만약 내 존재를 알게 되면 나 뿐만 아니라 그녀들까지 모조리 죽이고 말거야.'

블러디 바이퍼의 입김은 로카스트 전체에 퍼져 있기 때문에 괜히 죽음을 자초하고 싶은 생각이 없었던 그는 조용히 능력을 올리다가 사고로 죽은척을 하며 자신의 던전으로 돌아가 1년 정도 은거를 하기로 한 최초의 계획을 그대로 밀고 가기로 하였다.

뭐든지 가장 안전한게 최고니까. 불안정한 도박은 사양이지만, 상대방이 잔혹하고 끈질기며 똑똑하다면 더더욱 사양이다.

"쉿!"

그 때, 알레크시아가 짧막하게 바람소리를 내자 모든 일행은 그대로 몸이 굳어져 주변을 경계하기 시작하였다.

"…그어…어……."

약간 멀리 떨어진 통로 저편에서 매우 익숙하며 신음성에 가까운 단순한 울림에 모든 일행의 뇌리에 좀비라는 단어가 스쳐지나갔다.

조금 시간이 흐르자 살아있는 자의 기운을 느낀 좀비들은 보통 사람과 거의 비슷한 걸음 걸이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하였고 물에 불어 부풀어 오른 피부와 성한 곳이 없는 몸 여기저기에 구더기들이 꿈틀거리는 모습을 바라본 라이니는 긴장감 없는 목소리로 이런 일에는 최고인 두 사람을 호명하였다.

"다나, 베네피오렌님."

"…나 하나면 돼……."

좀비의 숫자는 대략 3~4마리. 이정도 숫자에 2명이나 되는 성직자가 신성력을 쓰기엔 아깝다고 여겼는지 다나가 한 발 더 앞으로 나서 양손을 마주잡고 무언가를 읊어내리자 그녀의 손에 새하얀 빛이 감돌기 시작하였고, 그 빛이 절정에 달하였을때 위쪽을 향해 손을 뻗자 빛줄기가 그녀의 손에서 쏘아지더니 원형으로 넓게 퍼져 나갔고, 그 범위 안에 든 좀비들은 피부가 부서져나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재가 되어 사그라졌다.

그리고 좀비의 살을 파먹던 구더기들도 언데드의 사기死氣가 깃들어졌는지 좀비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후우……."

턴 언데드를 시전한 다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며 좀비가 된 불행한 이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면서 끝을 맺게 되었다.

너무나도 간단하게 몬스터들을 퇴치하는 그녀들의 모습에 북적거리는 전투를 기대했던 디엔은 나름 실망하긴 하였지만, 이런식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면 거저먹기 식으로 임무를 수행해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더욱 컸기에 이대로만 진행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였다.

그런 그의 기원이 과연 그대로 이루어질지는 좀 더 가봐야 알 수 있으리라.

그 이후에도 좀비들은 다나와 베네피오렌의 턴 언데드로, 슬라임들은 라이니와 디엔이 나무 클럽으로 후려치면서 너무나도 수월하게 간단히 진행하게 되었다.

'뭐야? 초급 던전 수준이긴 하지만 엄청 쉽잖아? 괜히 쫄았네.'

적의 존재는 알레크시아가 파악하고 거리가 있다면 에리카의 마법으로 선제 타격이 가능하다. 언데드 몬스터는 다나와 베네피오렌의 턴 언데드로 간단하게 해결하니 던전 탐험에 어떤 환상과 로망이 깨져버렸지만, 진정한 시작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것을 미쳐 깨닫지 못하였다.

촤악! 텁!

"꺄악!"

갑자기 더러운 수로에서 손이 튀어나오더니 수로 바깥쪽으로 이동하던 에리카는 썩은 살의 좀비가 강한 악력으로 자신의 발목을 붙잡자 비명을 질렀고, 좀비의 힘에 이끌려 몸이 수로쪽으로 쓰러지려던 찰나, 그 앞에 있던 디엔이 재빨리 그녀의 몸을 뒤에서 안는데 성공하였다.

"라이니씨!"

"차앗!"

턴 언데드를 사용할 시간이 없었기에 라이니의 클럽이 빠르게 좀비의 손목을 가격하자 손목은 클럽과 함께 부러지고 말았다.

몸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몸의 유연성은 거의 없어졌지만, 그렇기에 자체 방어력과 단순 악력만큼은 일반인보다 강해진 좀비였기에 물속으로 끌려들어갔다면 어떤 일을 당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턴 언데……!"

"워어어어!"

다나가 재빨리 턴 언데드를 시전하려는 순간, 수로 안에서 잠복하고 있던 좀비들이 모조리 일어나며 자신들이 잡고 있던 물건들을 던지기 시작하였고, 정확성은 없지만 상당한 힘으로 던져진 물건이었기에 다나는 주문을 캔슬하고 투척물들을 피해낼 수 밖에 없었다.

나무 쪼가리에서 돌맹이, 녹슨 단검들이 좀비의 강한 힘으로 던져진데다 몸이 굳었기에 명중률이 떨어진 것이 오히려 어디로 날라올지 모르는 공포로 인해 라이니들은 쓰레기들이 사라질때까지 피해야만 했다.

풍덩.

그 때, 던질것이 사라지자 다시 물 밑으로 잠수하자 이때다 싶은 다나와 베네피오렌이 다시 턴 언데드를 시전하려 하였지만, 또다시 그 사이에 단단한 쓰레기들을 줏어 던지기 시작하였다.

"칫! 이 자식들이!"

수로와의 거리는 짧았지만, 높이의 차이는 수로쪽으로 내려간다면 일반인의 가슴 부위가 가까스로 닿을 수 있을정도로 높았기에 그녀들의 공격은 에리카에 의한 원거리 공격, 다나와 베네피오렌의 신성 마법 정도였으나, 6~7 마리 정도 되는 좀비들이 무차별적으로 쓰레기들을 던져대기 시작하자 주문을 외우기 위한 시간을 얻기 어려웠다.

보다 못해 자신의 클럽을 내팽개치고 아공간 주머니에서 할버트를 꺼내든 디엔은 장병 무기의 이점을 살리며 팔을 크게 휘둘러 좀비들의 머리를 '박살' 내기 시작했다.

후웅! 카앙!

녹슨 쇠뭉치가 날라왔지만, 갑옷에 의해 튕겨져 나가자 좀비들의 투척 공격이 자신에게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그는 더더욱 빠르게 좀비들을 베어내기 시작하였고, 움직임이 굼떴기에 그의 할버트에 의해 머리가 날라간 좀비들은 하나둘씩 힘없이 쓰러져 수로 위에 둥둥 뜨게 되었다.

"마지막이다!"

푸욱! 파칵!

최후로 남은 좀비의 정수리에서 목까지 깊게 찔러내고 거칠게 뜯어내 머리를 박살낸 디엔은 더이상 좀비들의 공격이 보이지 않자 갑작스런 좀비들의 기습 공격에 당황하던 라이니 일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다들 괜찮으십니까?"

"으…응. 이거참…도움을 주려 했는데 도움을 받아버리고 말았네."

"저를 위해 누님을 찾아주시는데 이정도 일은 해내야지요."

설마 좀비들이 이런식의 공격을 하리라곤 상상도 못하였기에 모든 좀비들을 디엔에게 맡겨버린 라이니들은 멋쩍은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아참, 에리카씨의 몸을 갑자기 안아버린 것은 죄송합니다. 상황이 상황이라서……."

"시…신경쓰지마."

설마 자신이 가장 낮게 보던 남자 따위에게 도움을 받아버린 것을 자책하는건지, 부끄러워하는 건지 몰라도 전보다 기운이 없어진 목소리로 대답한 에리카는 이내 마음이 진정되면서 마법사 특유의 호기심이 발동하게 되었다.

"그런데 좀비들이 이런 전술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것은 역시 배후가 있다는 뜻이네요."

"음…좀비들은 유연성이 없어 원거리 공격을 절대 할 수 없었다고 생각했었는데…하마터면 큰 일이 날 뻔 했어."

알레크시아의 말대로 좀비들의 특성은 유연성이 없는 딱딱함과 일반인의 배에 달하는 괴력에 있었다. 가끔씩 몇몇 네크로맨서들은 최대한 유연성을 살리고 자신의 좀비들에게 갑옷이나 무기등을 장비시키기도 하지만, 어떤 네크로맨서들도 좀비에게 원거리 공격을 맡기는 경우는 전무하였다.

아무리 유연성을 살린다 하더라도 이미 죽어버린 굳은 몸으로는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여 명중 시킬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처음으로 그런 상식을 깨부신 좀비들의 투척 공격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기습이었기에 라이니 일행이 당황을 한 것도 나름 이해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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