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21/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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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기 전에는 왠지 잡기가 힘들었는데 한번 글을 쓰니까 탄력이 붙어서 뚝딱 한편이 만들어지네요.

문제는 연속으로 탄력이 붙지는 않는다는거 -_-;;

머리가 아주 맛이 가지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려...

PS:능욕편이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조금만 더 진행하면 루나틱 돈에서 처음으로 능욕을 시작합니다! AND 공장 가동!말로는 다물겠다고는 했지만, 루이네와 대화를 나눈 여성의 정체에 대해서 궁금해진 디엔은 자기 나름대로 그녀의 정체를 나름대로 추리하고 있었다.

'일단 가장 신경이 쓰이는 단어는 '혈족' 과 '클랜' 이겠지.'

둘 다 평범한 단어는 아니기에 그 단어들을 하나하나 분석해보면 그녀의 정체를 어림짐작으로나마 추리할 수 있으리라.

'혈족 같은 경우엔 폐쇄적인 성격의 집단에서 사용하는 단어다. 폐쇄적인 집단, 가문은 자신들의 피가 어느정도 섞여있냐에 따라 적아를 구분할 정도니까. 일단 루이네는 상당히 폐쇄적인 곳에서 제의를 받아둔 상태. 두 번째는 클랜, 내가 알기론 이 세계관의 인간들은 대부분 '길드' 라는 이름으로 자신과 뜻이 맞는 자들과 함께 하지만, 그보다 작은 규모라 할 수 있는 클랜은 주로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다. 뭐, 대충 답이 나오는군.'

머리를 맹렬하게 움직일때마다 몸 또한 크게 움직이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그는 평소보다 빠른 걸음걸이로 인해 예상보다 정문에 도착하였고, 덕분에 루이네와 있었던 여성에 대한 정체는 접어두기로 했다.

어차피 그녀의 정체를 알아낸다쳐도 현재의 자신에겐 오히려 독이 될 뿐이니까. 언제나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난 진리는 피를 부르는 법.

'자아! 그럼 나가볼까! 처음으로 자유롭게 도시를 돌아다닐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니까 최대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모조리 긁어 모으자고!'

예전에도 한번 나간 적이 있었지만, 그 때는 오밤중이었고 매수된 경비병들도 일부러 이동 경로에 나타나지 않았기에 도시의 모습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디엔은 약간 설레이는 마음을 가지고 마차가 드나드는 거대한 철책으로 이루어진 문 옆에 사람들이 드나드는 작은 문의 손잡이를 열고 밖으로 나섰다.

와글와글와글----

문을 열고 문 밖으로 나서는 순간, 저택 안으로는 나지막히 웅성거리던 소리가 갑자기 확대되듯이 커졌고 마치 공기의 무게가 달라진 것처럼 느껴졌다.

약간 여기저기 더럽지만 정리가 잘 된 도보와 일정 간격으로 끝없이 나열된 저택들과 상점들도 대단하였지만, 그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NPC들이였다.

마치 아무 이유없이 일정 구간을 왕복하도록 설정된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움직이는 거대한 군중 무리는 식재료를 구하려는 일반 평민, 물건을 옮기는 인부, 등에 검을 차거나 지팡이를 들고 있는 모험가 등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물론, 여성들로.

못생긴 여성들도 없다곤 말 못하지만, 기본적으로 남성들을 위한 게임이다 보니 대부분이 미녀들로 이루어져 있어 간만에 눈이 호강한 디엔은 반쪽짜리이긴 하지만 자유라는 단어가 뇌리에 박히자 왠지 모를 음심을 느낄 수 있었다.

단 하루라는 자유로운 시간동안 그동안 쓰지 못한 아랫도리를 사용하고자 하는 일종의 욕망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앎' 이었다. 다른 모험가들의 능력과 자신의 능력을 비교하여 자신의 능력치가 다른 이들과 비교했을때 어떨지 -낮다는건 알지만 얼마나 낮은지- 알아내는 것과 물가, 그 밖에 이 세계의 정보를 알아냄으로서 자신이 현재 어느 위치에 있는지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최대한 안전한 행동 범위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일단 이 세계에서 남자의 인격적 가치는 매우 낮은 편이니 무기나 방어구를 가지고 있다가 괜한 시비거리가 생길 것 같아 무장을 완전히 해체하고 밖으로 나온 디엔은 자신이 생각해낸 방식으로 '제대로' 된 물가부터 알아내기 위해 대장간이나 무구 상점을 찾기 시작했다.

인파 사이를 힘겹게 뚫어가던 디엔은 나무 간판에 방패와 검이 그려져 있는 전형적인 무구 상점의 간판을 확인하고 발걸음을 옮겨 상점쪽으로 향하였다.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곳인지 몇몇 모험가들은 진열된 무기나 방어구들을 매만지며 확인하고 있었고, 단단한 철문으로 가로막힌 안쪽에서는 대장장이들이 무언가를 만드는 망치질 소리가 들려왔다.

일단 이정도라면 중갑 계열 갑옷들이 있을거라 예상한 디엔은 그대로 쪼르르 달려나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는 종업원을 향해 다가갔다.

호리호리한 몸매는 이 상점의 주인이라고 보기엔 좀 그렇고 아마 주인이 고용한 종업원 정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런건 아무 상관이 없었기에 방어구들의 가격을 물어보기 입을 열었다.

"저기…죄송한데요, 누나. 제가 모시는 분께서 제게 갑옷의 종류랑 가격을 물어오라고 시켜서 그러는데 자세하게 알 수 없을까요?"

정신 연령은 20대 중후반이지만, 현재 이 세계에서의 나이는 16살이었기에 속으론 오글거림을 참으며 소년티가 팍팍나는 얼굴로 최대한 귀여워보이는 척을 한 그는 최대한 안쓰러운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섹스 어필 보정 덕분에 매력이 평소보다 높게 보인 탓인지 점원은 나름대로 친절한 영업용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래? 어떤 용도로 사용하려는데? 모험용? 감상용?"

"모험용이요. 뒤는 자신이 알아서 할테니깐 저에겐 그냥 알아만 오라고 하셨어요."

"그러면 이걸 가져가서 보여드리렴."

아무리 남자들의 가치가 낮다 하더라도 이런식으로 부려먹을 수 있는 것은 귀족들이 대다수였고, 디엔 또한 평민 소년 치곤 옷이 나름 깔끔한데다 자신이 모시는 분이라고 말하였기에 잘 만 되면 큰 거래의 고객이 될 수 있었기에 점원은 더더욱 친절하게 그를 대해주었다.

일일이 설명하기엔 목록이 상당히 많은지 처음 온 자들을 위해 소개 형식으로 간단하게 설명이 된 방어구 목록 카탈로그를 꺼내준 점원으로부터 목록을 받아든 디엔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책표지는 없고 그냥 한 장의 종이를 이어 붙인 카탈로그 목록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카탈로그에는 모든 종류의 방어구들이 적혀져 있었기에 가벼운 방어구들은 모조리 패스하고 중갑 계열부터 읽기 시작한 디엔은 이내 경악어린 표정을 짓고 말았다.

-중갑 목록-

1. 밴디드 메일 : 체인 메일 위에 얇고 긴 철판을 여러개 이어 붙인 방어구. 관절이나 틈새 부위에 들어오는 공격은 체인메일이 막아 줄 수 있습니다. 80G

2. 플레이트 메일 : 가슴이나 복부, 사타구니 같은 급소 부위를 방어해주는 금속판을 체인 메일 위에 덧붙인 갑옷. 저희 공방의 기술력을 더해 유연성을 더했습니다. 500G

3. 풀 플레이트 메일 : 완벽하게 맞물려진 철판. 화살과 공격을 튕겨낼 수 있도록 비스듬하게 각을 진 기술력. 진정한 전사라면 이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800G

4. 맞춤형 풀 플레이트 메일 : 풀 플레이트가 불편하시다구요? 그렇다면 저희 공방에서 특별하게 사용자의 몸에 맞도록 맞춤형 풀 플레이트 메일을 제작해드립니다. 텀블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풀 플레이트라고 믿을 수 없는 유연성을 보장합니다. 1800G

"……."

카탈로그를 가지고 점원의 인사를 뒤로 하며 밖으로 나온 디엔은 무언가를 찾기 위해 머리를 이리저리 휙휙 돌리더니 가까이 있던 노점 야채 가게로 향하였다.

"아줌마, 이 채소는 얼마인가요?"

대충 바구니에 담겨진 채소들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자 야채가게 주인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야채의 가격을 말해주었다.

"20코퍼."

"예……."

야채 가게에서 멀어진 디엔은 비틀거리는 몸을 가까스로 이끌고 근처에 있던 골목길로 들어가 벽에 등을 기대고 크게 한 숨을 내쉬었다.

'이런 씨바아아아아아알!!!!'

속으로 엄청난 욕과 함께.

'그래! 금속을 그렇게 사용하니까 가격이야 비싸다 쳐!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가장 싼게 80골드? 80 골드라고!? 백보 양보해서 다 그렇다 치자! 그런데 맞춤형 풀 플레이트 가격은 저게 뭐야!'

원래 중갑 계열들은 금속들을 많이 넣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게 일반적이다. 가장 유명하고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체인 메일은 15골드인데 중갑 계열들은 그 위에 철판을 잇대거나 통 철판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하는 것이다.

일단 블러디 바이퍼의 조직원으로 월급은 얼마나 받는지는 잘 모르겠다만 어쨌든간에 쉽게 모을 수 있는 금액이 아님은 분명했다.

게다가 가장 경악스러운 것은 맞춤형 풀 플레이트 메일의 가격이다.

1800골드. 영구적으로 걸린 간단한 강화 마법이 걸린 무구들은 본래의 가치보다 약 500~800 골드 가량 그 가치가 상승하는데, 맞춤형 풀 플레이트의 가격은 마법이 걸린 무구들 2개 정도는 구입할 수 있는 엄청난 가격인 것이다.

대신, 그만한 가치는 한다. 카탈로그에 적혀져 있는대로 사용자의 체구에 맞도록 처음부터 제작을 하기 때문에 무게만 견딜 수 있다면 유연한 동작 대부분을 행할 수 있을 정도로 중갑이라 믿을 수 없을 유연성을 자랑한다.

솔직히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다. 바보도 아닌 이상 철들을 그렇게 많이 사용하는데 어느정도 비싼건 각오하고는 있었으나, 자신의 상상을 가볍게 뛰어넘는 가격에 디엔은 오크와 싸울때보다 더한 절망감을 받게 되었다.

다른 게임에서는 조금만 노가다 하면 쉽게 구매할 수 있는 풀 플레이트가 이 게임에서는 문자 그대로 까마득한 곳에 위치한, 손을 댈 수 없는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지금의 심정을 두마디로 표현하자면,

"돌아가시겠다, 씨벌래미."

빌어처먹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가격에 눈을 때지 못하던 디엔은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크게 심호흡을 하던 도중, 골목 안쪽의 누군가가 자신을 향해 부르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야, 거기 꼬마!"

"……."

안그래도 충격을 먹을대로 먹어 반 분노와 반 공황 상태에 빠져 있던 디엔은 위선용 스마일도 잊은채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자신을 부른 쪽을 향해 눈을 돌리자 20대 초중반쯤 되어 보이는 여성 두명이 자신을 가리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명은 무술같은 것을 배웠는지 몸에 근육이 약간 붙어 있었고, 그 옆의 여성은 몸이 몸을 단련시키지 않은 호리호리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저 쌍년들은 뭐야? 안그래도 기분 좆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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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대로라면 이 글은 오늘 오후 3~4시쯤에 완성되어 올려져야 했습니다. 그런데 동생느님의 방해로 인해 이제야 완성하고 올리는군요. 근데 동생느님은 어제부터 방학 시작...이런 젭라 -_-^

참고로 아이템의 가격이 너무 높다고 생각되실지 몰라도, 원래 중갑의 가격들은 저래야 정상입니다. 그냥 노가다로 하급 몬스터 잡아서 그 부산물로 얻을 수 있는 놈이 아니거든요. 참고로 디엔이 겪은 충격은 제가 발더스 게이트1을 처음 했을때 풀 플레이트의 가격을 보고 놀랐던 충격과 동일합니다.

난 풀 플레이트가 그렇게 비싼줄 꿈에도 몰랐어요 ㅠㅠ"…무슨 일인가요……?"

일단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기분이 나빠졌지만,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일단 평범한 소년 역활에 충실하기로 한 디엔은 자신을 향해 위협적으로 외친 두 여성을 향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두 명은 자매인지 똑같은 붉은빛 머리카락을 지니고 있었지만, 말을 건 여성은 목덜미까지 겨우 내려오는 단발과 눈꼬리가 위쪽으로 찢어져 상당히 신경질적이고 포악한 성격을 가진듯 한 백인 미녀였고 다른 한 쪽은 어깨까지 흘러내려오는 장발에 별로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삐딱하게 서 있었다. 

"누나들이 좋은거 가르켜 줄테니까 일단 이리 와 봐."

"좋은거요……?"

딱 보니까 삥을 뜯으려는 양아치들 같은데 자신이 도망칠 것을 두려워 하는건지 자기들 딴에는 사근사근하게 안 쪽으로 유인하려는 생각인듯 싶다.

'이대로 도망가? 아니면 한번 싸워 볼까?'

동내 불량배 정도라면 일반인보다 강하지만 특출나게 강하지는 않을테니 자신의 강함의 척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에 만에 하나라도 동내 깡패보다 약한 수준이라면 반항을 하고 난 후에 꽤나 혹독한 꼴을 당할 것이다. 설령 자신이 감당할 수 있다손 쳐도 다른 패거리들이 있다면 그것도 문제가 크다.

'아냐. 패거리가 많다면 여러명이서 일부러 사람들의 시선을 막는 칸막이 역활을 하는 이들이 양 쪽에서 포위하고 반항하지 못하게 입을 막고 끌고 갈 거야. 그런데 이런식으로 나를 끌고 가려는 것은 저 두 사람 뿐이라는 소리. 설령 더 있다손 쳐도 오차 범위는 2~3명 정도. 좋아, 설마 죽이지는 않겠지.'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병사들이 뒷골목을 쑤시고 다닐 것이 분명하기에 최소한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가지고 있었지만, 빈민들의 다툼으로 인한 사망은 그 숫자가 많지 않은 이상 크게 다루지 않는다는 것을 모르는 디엔은 긴장을 풀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녀들에게 다가갔다.

"말 잘듣네. 자, 이쪽으로 가자."

그리고선 양 쪽에서 도망치지 못하게 어깨 동무를 한 두 명의 여성들은 그대로 그를 골목길 구석쪽으로 끌고 나갔다.

이미 그녀들의 의도를 알고 있는 디엔이였으나, 일부러 어둠컴컴한 골목길에 들어가자 불안한듯이 눈알을 굴리며 입을 열었다.

"저…조…좋은건 언제……."

"응? 아아~ 그럼 이제부터 좋은걸 가르켜줄께."

이 쯤 되면 충분하다고 생각한건지 사람이 두 명 정도 나란히 걸어갈 수 있는 크기와 주변의 건물가로 인해 완벽한 사각지대가 된 골목길 안쪽으로 그를 밀어넣으며 본색을 드러냈다.

"너, 보아하니 귀족가의 시종 같은데 우리에게 적선좀 해줘야 겠어?"

"예…예? 하…하지만 그랬다간 전 주인님께 맞아 죽어요!"

"닥쳐 임마! 적당히 정보비로 썼다던가 알아서 변명하면 되잖아! 한번쯤은 따끔한 맛을 알아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네게 알려주고 있으니 수업비를 내 놓는게 좋을거야."

"그…그치만…그치만……."

아마 그녀들은 디엔이 방어구점에 들어갔을때부터 그 모습을 확인한것이 분명하다. 아마 다른 평민 소년들과 달리 깨끗한 복장에 귀족의 하인쯤으로 여겨 심부름값을 노리고 있으리라.

처음부터 자신을 노렸음을 직감한 그는 그녀들 외의 다른 패거리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일부러 말을 질질 끌어갔다.

"게다가 우리는 모험가 지망생이거든. 나중에 유명해지면 이 일의 보답은 몇 십배로 갚아줄테니까 잠시 빌려달라 이거야!"

"하아……."

아무래도 이건 진실인듯 하다.

돈을 빼앗을 거라면 그냥 빼앗지 말도 안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해줄리 없는데다 옆의 못마땅한 여성도 이런 일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라는 표정이 역력한걸 보아하니 정말로 모험가가 되기 위해 삥을 뜯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최대한 정보를 얻는게 최우선.

"거…거짓말 마세요……! 모…모험가라면 마법사라던가 성직자라던가 어쨌든 더 있어야 하잖아요!"

"하아…얘가 말귀를 못 알아듣네. 그,러,니,까 이제 그 모험가가 되려고 하잖아. 지금은 우리 둘 뿐이지만 나중에는 검사 코렌, 마법사 아리나 라는 이름이 대륙 전체에 진동을 할 거란 말씀이야!"

"됐으니까 빨리 끝내고 가자."

눈 앞의 단련된 체구를 가진 여성이 코렌, 그 옆에 있는 여성이 마법사 아리나임을 직감한 디엔은 상대방이 알아서 정보를 술술 불어주는 통에 시간을 길게 끌지 않아도 되자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큭큭큭. 병신같은 것들. 자신들의 숫자랑 직업을 알아서 다 까발려 주시는구만. 일단 둘 다 나와 가까이 있으니 기습 공격을 하기도 좋은 위치고.'

솔직히 아리나쪽은 몸매가 호리호리해서 도적계통의 민첩형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그녀가 마법사 계통임을 알게 되자 어떻게 공략을 해야 할지 대략적으로 파악이 가능해졌다.

'일단 나의 타격이 저쪽에게 어느정도 먹히는지 알아보자. 문제는 누구부터 공격하냐인데.'

일반적이라면 데미지 딜러인 마법사부터 처리하는게 급선무이긴 하지만, 이렇게 삥을 뜯을 정도의 수준이라면 그리 높진 않을터.

그렇다고 양쪽 모두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장기전으로 돌입하면 명색이 마법사이니 뭔가 주문을 외워 공격을 해올 것이 분명하다.

속으로는 자신들의 전력을 알아서 까발리는 바보같은 년들의 멍청함을 비웃으면서도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쉽사리 공격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이 자신들에게 쫄았다는 것으로 생각한 코렌은 디엔의 멱살을 잡아당겼다.

"그냥 심부름값으로 받은 돈만 내주면 서로 웃으면서 바이바이라고? 어차피 귀족 나으리들이야 돈 몇 푼 사라져도 상관 없잖아?"

자신의 존재를 완벽하게 착각한 그녀들은 수중에 땡전 한 푼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떤 표정을 지어보일지 궁금해졌지만, 알아서 방심을 하고 멱살을 잡아당겨준 덕분에 디엔의 첫번째 타켓은 코렌으로 정해졌다.

수도를 세워 끌어올려지는 반동을 이용해 코렌의 목젖을 강타하자 그녀는 목젖이 끊어질 것 같은 고통을 느끼며 자신의 목을 부여 잡고 컥컥거리기 시작했다.

상체가 급격히 기울어지자 양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밀며 무릎을 힘껏 차 올려 코렌의 얼굴을 가격하였다.

퍼컥!

아무래도 코뼈가 부러졌는지 듣기 거부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으나 기회를 잡으면 최대한 타격을 많이 주는 것이 진리라고 생각하는 디엔은 수 차례 무릎으로 얼굴을 차 올렸고, 생각보다 타격이 컸는지 그의 다리를 부여잡으며 어떻게든 벗어나려던 코렌은 이내 팔다리가 추욱 늘어지고 말았다.

"매직 미사일!"

"윽!?"

그 때, 푸른빛의 구체가 디엔의 머리를 향해 날라들었고,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기겁한 그는 황급히 땅에 엎드리다시피 몸을 숙이는 노력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매직미사일을 피할 수 있었다.

콰직!

뒤쪽의 벽을 향해 강타한 매직 미사일은 구체의 크기만큼의 구멍을 만들며 사라졌고, 그 위력을 확인한 그는 저것이 자신에게 맞았다면 어찌 되었을지 순간적으로 마른침이 삼켜졌다.

"칫! 소레오 사……!"

"어딜!"

아리나가 주문을 외우기 위해 수인을 맺자 그 모습을 두고볼리 없는 디엔이 낮게 달려들어가 그녀의 다리를 향해 태클하여 쓰러뜨렸고, 곧바로 그녀의 몸 위로 올라타 아리나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리 꽂았다.

"꺄악! 꺅!"

퍼억! 퍽! 퍽!

근접전을 겪어본적이 없는지 상대방의 공격을 두 팔을 흔들며 어떻게든 막아내려는 몸짓을 선보였으나 체중을 실은 정권이 그녀의 방어를 꿰뚫고 얼굴을 내리찍었다.

콰드득!

역시나 이번에도 뼈 어딘가가 상했는지 듣기 싫은 소리가 울려 퍼졌고, 체력이 낮은 마법사답게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고 두 눈이 뒤집혀진채 기절하고 말았다.

"후우. 생각보다 간단…컥!"

뻐억!

그렇게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팔에 힘을 풀던 디엔은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함께 몸이 앞으로 굴러 떨어졌고, 뒤통수를 부여잡으며 가까스로 몸을 일으키자마자 보인 것은 자신의 뒤통수를 공격한 것으로 보이는 코렌의 발차기였다.

후웅--

"이 개자식! 죽여버리겠어!"

자신의 안면을 향해 날라오는 발차기를 땅을 구르며 피해낸 그는 자신이 피한곳으로 따라오는 그녀의 발목을 강하게 쳐내고 그 충격으로 균형을 잃으며 앞으로 쓰러지려 하자 무릎을 하늘을 향해 세우며 다시 한번 코렌의 안면에 무릎을 먹였다.

"으…크윽……!"

연달아 안면으로 가해지는 고통에 비틀거리자 그 틈을 이용하여 단점이자 장점인 작은 키를 낮추며 앞으로 달려들어 무방비가 된 코렌의 복부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내다꽂기 시작했다.

"컥! 커헉!"

이번엔 확실히 타격을 입었는지 입가에서 피를 토해낸 그녀의 모습에 자신의 힘이 확실하게 통용되고 있음을 확인한 디엔은 몸을 크게 휘둘러 코렌의 옆구리를 향해 주먹을 내다꽂았고, 그 충격으로 벽쪽으로 날라가 부딪힌 그녀는 고개를 떨구며 더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하아…하아…하아……."

처음으로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만 상대하여 승리를 따냈다는 것이 기분 좋은지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띄운 그에게 더욱 기분이 좋아지는 메세지음이 떠올랐다.

-적과 싸워 승리 하셨습니다-

-경험치 : 80을 얻으셨습니다-

-맨손으로 적을 쓰러뜨리면서 맨손으로 적을 효율적으로 상대하는 맨손 격투(견습)을 얻으셨습니다-

…어째 경험치가 심하게 째째하지만 일단은 넘어가자.

시스템음에 따르면 일단 코렌과 아리나는 디엔보다 '강적' 이 아니었다는 뜻이며, 강자와의 전투로 보너스 경험치를 받게 된다면 약자와의 전투에서는 경험치 패널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으니 현재 디엔의 레벨과 두 여성의 레벨이 비슷하다는 뜻이 된다.

일단은 레벨이 존재하는 게임이다보니 시스템적으로 판단하는 강함의 척도는 능력치가 레벨이기 때문에 그녀들의 수준이 레벨 1~3의 강함이라는 얘기.

자신의 주먹질에 제대로 반응하는 코렌의 모습에 어느정도 만족감을 느낀 디엔은 전리품을 챙기기 위해 그녀들의 소지품을 확인하려던 순간, 갑자기 자신의 던전이 떠올랐다.

두 여성은 자신에 의해 기절한 상태이기 때문에 '확실하게 제압된 상태' 였고, 노동력을 증가시키기 위해선 암컷들이 필요하니…….

"좋아. 일단 능욕은 거기 가서 해도 늦지 않겠지.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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