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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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솔직히 약간 억울한 감이 있습니다. 무쌍연희를 쓰기 전까지는 저란 남자는 남들처럼 한가지 독특한 성적 취향을 가진 보통의 시민 A였는데 이런 제 말을 믿어 주시는 분들이 없어요 ㅜㅜ

무쌍연희를 쓰면서 본성이 튀어나오긴 했다만, 그 전까진 정말로 여리디 여린 국민동안을 제외하면 평범한 인간이였었는데...근데 억울한 감과 함께 왠지 모르게 인정받았다는 기쁨이 같이 밀려 오는건 대체 왤까요 ㅋㅋ스칼리아 지부의 요원들의 숫자는 보충병을 포함하여 총 90명. 

그 중, 70명을 이끌고 수수께끼의 습격자들을 유인해 내면서 접전을 벌였으나, 자폭 공격으로 생존자는 25명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로카스트 전체에 포진하고 있는 일만에 가까운 블러디 바이퍼의 숫자는 아직도 계속해서 꾸준히 불어나고 있으며, 주변 지부가 공격 받으면 그 사실이 조직 전체로 퍼져나가 부족한 숫자는 금방 채워질 수 있다.

참고로 일반적으로 자신만의 영지위를 받을 수 있는 자작은 자신만의 군대를 경비병을 포함하여 1000명정도, 기사는 15명까지 가능하며 공작은 병사 8000, 기사 120명까지 가능한데 블러디 바이퍼의 숫자와 질은 공작위보다 월등히 높은 숫자였다.

본부로 돌아온 루이네는 곧바로 스칼리아 지부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3서클 마법사를 통해 자신들의 상황을 주변에 알렸고 스칼리아와 가까운 인근 지부에서는 곧 지원 병력을 보내겠다는 회답을 받을 수 있었지만, 어째서인지 몰라도 루이네는 지원을 보내지 말라는 명령을 보냈다.

습격자들에 의해 죽은 것은 지부장들만이 아니었다. 마법사나 악신을 섬기는 신관들까지 모두 암살, 사고사 당하면서 정보 담당 마법사만이 간신히 살아남은 상태였기에 이번 유인 작전에는 어쩔 수 없이 마법에 대한 대응력이 취약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자신들이 얻은 정보를 조합하여 적의 정체를 유추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재 남아있는 조직원들을 재편성하는 일이었다.

저택 전체를 경계하는데 필요한 숫자는 최소 30. 물론, 저택 안을 청소하는 하인들이 있긴 있지만, 하인들은 모두 조직과는 관계가 먼 일반인이었기 때문에 전력 외다.

최소한 2교대제로 움직여야 원활하게 조직이 돌아갈 수 있는데 다른 조직에서 새로이 구원 병력을 편성하고 이곳까지 도착하는데 언제 걸릴지도 모르고, 적의 습격자들이 아군을 각개격파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원을 포기한 루이네는 잠시 무언가를 곰곰히 생각하더니 다시 한번 통신 마법사를 찾아가 인사도 듣지 않고 입을 열었다.

"내가 부르는 주파수로 회선을 열어라. 주파수는……."

다짜고짜 주파수를 연결하라는 말에 어리둥절한 통신 마법사는 그녀에게서부터 처벌을 받지 않고자 최대한 냉정하게 그녀가 부른 주파수대로 자신의 수정 구슬을 이용하여 회선을 연결하기 시작했고, 마지막 주파수까지 연결하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엇? 루이네님, 여…여긴……."

"지금부터 네가 듣고 보는 것은 모조리 잊어라. 이 안에서 나온 대사 하나라도 흘러나온다면 네 년의 신체를 다리 끝에서부터 1cm씩 잘라내버릴 테니까."

"예, 예!"

그녀의 협박에 잠시 마력이 흐트러질 뻔한 마법사는 간신히 끊길뻔한 마나를 잡고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너는 누구냐! 감히 이 회선이 어디로 통하는지 아는가!-

회선이 완벽하게 연결되자 수정 구술 건너편에서 성난 목소리의 여성이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닥치고 빨리 네 주인이나 불러라. 루이네가 부른다고 하면 알아서 튀어나올테니……."

-이 년! 감히 여기가 어딘줄 알고! 빨리 정체를 밝히지 못할까!-

"…다시 한번 말한다. 루이네가 부른다고 지금 당장 네 주인에게 말해. 그렇지 않는다면 네 년의 주인은 친히 너를 고문실에 죽을때까지 쳐박아 놓을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도록."

-?!-

수정 구슬 저편의 여성은 목소리밖에 들리지 않건만, 왜인지 모르게 자신을 압박하는 듯한 위엄있는 목소리에 입을 다물고 말았고, 이내 자신의 '주인' 을 부르려는 듯이 아무 말 없이 조용한 침묵이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이내, 거칠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면서 거친 호흡의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수정 구슬 너머에서 퍼져나왔다.

-하악! 하악! 루…루이네 경! 무…무슨 일이신가?!-

"간만입니다. 재상 하르카네 공작 각하. 그동안 안녕하셨는지?"

현 국왕의 가장 총애받는 왕국의 2인자이자 모든 나라의 살림을 책임지는 재상위를 역임하는 하르카네 공작은 실질적인 권력을 잡은 무소불위의 권력가로서 그녀의 얼굴이라도 만나보기 위해 사방에서 온갖 재물들을 가지고 오는 귀족들이 발에 채일 정도다.

그런 그녀가 국왕도 아닌 누군가의 호출에 호흡이 거칠어지도록 전속력으로 뛰어 달려나왔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자신들의 눈을 믿지 못하리라.

-으음……. 이…일단은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네. 그런데 대체 무슨 일로 핫라인을 연건가?-

하르카네 공작이 국왕에게 신임을 받은 이유를 알려면 13년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시, 로카스트 왕국은 1공주와 2공주의 왕이 되기 위한 권력 싸움을 벌였었는데, 정통적으로 장녀가 왕위를 받아야 혼란스럽지 않다고 생각한 많은 수의 귀족들이 1공주의 편을 들면서 2공주의 세력은 계속해서 줄여져 나갔다.

그 때, 재능있고 야망으로 불타던 하르카네 자작은 거의 반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2공주의 배에 올라탔으나, 상황은 계속 나빠지고 이제와서 배를 갈아탈 수 없었기에 전전긍긍하다가 우연찮게 블러디 바이퍼라는 조직과 손을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블러디 바이퍼의 수장은 하르카네 자작에게 힘을 빌려줄테니 이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된다면 자신들이 이 나라의 어둠을 지배하는데 협조하라는 조건을 내밀었고, 일단 자신의 출세를 위해 손을 잡은 하르카네는 블러디 바이퍼의 힘을 자신의 가문이 숨긴 진정한 무력이라는 식으로 속여 1공주파의 요인 암살, 협박, 내통같은 손이 많이 드는 계략등을 차례차례 성공하여 2공주의 신임을 받게 되었다.

결국, 하르카네의 힘으로 2공주가 로카스트의 왕녀가 되자 자신을 위해 힘 써준 그녀의 노고를 잊지 않으며 공작위와 재상임을 역임하면서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었다.

왕녀의 신임과 실질적인 왕국의 권력자가 된 그녀는 모든 것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되자 블러디 바이퍼의 힘이 더이상 필요 없어지면서 한꺼번에 일망타진하기 위해 겉으로는 혼란해진 나라 안팎을 정리해야한다는 핑계로 약속을 미루며 블러디 바이퍼의 정보를 조심스럽게 모아갔다.

그러던 중, 하르카네는 결코 알아선 안 될 블러디 바이퍼의 정체를 알아내고야 말았다. 그녀의 조사에 의하면 블러디 바이퍼는 망해가던 3류 암살자 조직이었으며, 어떤 단체가 그 조직을 흡수하여 그 이름만 사용해오고 있던 것이다.

블러디 바이퍼를 뒤에서 조종하는 배후 조직의 정체를 알게 된 하르카네는 그제서야 허겁지겁 자신이 약조한 약속들을 하나씩 지켜나가기 시작하였고, 자신이 알아낸 정보는 자신의 친족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들의 정체를 파악하려는 그녀의 움직임을 파악한 배후 조직은 루이네를 단독으로 파견하여 하르카네가 거주하고 있던 저택의 모든 생명체를 쓸어버리게 하여 그녀를 통해 확실하게 입막음을 시켜두었다.

지금은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목소리의 톤으로 보아 자신을 웃는 낯으로 대하고 있으나 자신의 저택에 있던 하인, 병사, 기사, 친족들을 홀로 모조리 베어내고 구석에 숨어서 벌벌떠는 이들까지 모조리 찾아내 저택에 자신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들을 해치운채 온 몸을 피로 뒤집어 쓴채 자신을 향해 차갑게 웃고 있던 그 미소만큼은 잊지 못한 하르카네로선 그녀와 대면하기 두려워하는게 당연하였다.

그러한 사정을 모르고 어째서인지 몰라도 국왕 앞에서도 당당한 철혈의 재상이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정체불명의 여성을 어려워하는 모습은 공작가의 통신 구슬 전용 마법사의 눈을 희둥그래지도록 만들기 충분하였다.

"간만에 인사좀 나누려고요. 만나본지 '꽤' 됐으니까요. 아참, 이번에 제가 당신의 영지인 스칼리아의 지부장이 되었답니다. 이로서 우리들은 좀 더 가까워질 것 같군요."

-내…내 영지에? 그…그럼 지금 당장 자네의 일을 돕도록 집사에게……!-

스칼리아는 왕녀로부터 하사받은 영토로, 그녀의 충성스런 집사에게 영지를 유지, 발전할 계획을 보내주면 집사는 공작으로부터 받은 명령을 토대로 영지를 키워왔다.

"아닙니다. 전 지부장이 남긴 보고서를 보니 우리들이 요청하신대로 협력해주셨더군요. 이토록 약속을 확실히 지켜주신 재상님께 죄송하지만 이번에 스칼리아 지부에 큰 변고가 생겨서 말이죠. 조직원들의 숫자가 반으로 뚝 떨어지고 말았답니다. 저택을 경비하기 위한 인원이 부족하다보니 재상 각하의 병사들을 약간 빌려받았으면 합니다."

생각보다 별거 아닌 요구를 해오자 혹시나 마음이 달라질새라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는 재상이었다.

-그러게! 몇 명…아니, 내 집사에게 자네의 이름과 용모를 일러둘테니 원하는만큼 마음껏 대려가게!-

"협조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재상 각하께서만 조용히 계셔주신다면 우리들은 당신의 영원한 우방임을 잊지 말아주세요."

-물론! 자네들의 힘이 될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네!-

"긍정적인 대답, 감사합니다. 그럼 이쪽도 해야 할 일이 많으니 이만 통신을 끊도록 하지요."

-알겠네. 그럼 나도 뒷처리를 하고 업무로 돌아가야 겠네.-

"그럼 이만……."

그렇게 통신을 끊으려던 찰나, 통신 구슬 너머에서 외마디 비명이 흘러나왔다.

-꺄아악! 어…어째서어!?-

-미안하네. 자네의 가족은 내가 평생 보살펴주지.-

촤악! 촤악!

하르카네가 통신 마법사를 검으로 베어내는 소리를 마지막으로 통신이 끊기자 두 권력자의 대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있던 블러디 바이퍼의 통신 마법사는 얼굴이 새하얘졌다.

"쯧쯧. 권력자가 되더니만 겁쟁이가 되었군. 자신의 충성스러운 부하를 가차없이 죽이다니. 그렇지 않은가?"

"예…예예……."

루이네가 친근한 목소리와 함께 자신의 어깨를 살포시 토닥이자 몸이 딱딱하게 경직된 통신 마법사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다리를 작게 떨기 시작하였다.

블러디 바이퍼의 상위 간부들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며 이러한 극비 사실은 원칙적으로 하급 조직원이 알게 되면 목숨을 거둬야 정상이지만, 조직의 유일한 통신 마법사를 처리하면 앞으로의 일이 귀찮아지기에 이번만큼은 예외를 두고 고이 넘어가기로 한 그녀였다.

"나의 경고를 잊지 마라. 고문실에는 배신자를 위해 언제나 힐링 포션을 준비하고 있으니까."

블러디 바이퍼의 배신자 처벌은 죽을때까지 고문을 하는 방식인데, 최고의 고통을 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생명을 연장시켜줄 힐링 포션을 사용한다는 것을 철저히 교육시키고, 배신자가 나온다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 고문 처형을 벌이기 때문에 조직원들에게 배신은 곧 고통스런 죽음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도록 해준다.

루이네의 서슬퍼런 경고에 부들부들 떠는 몸으로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원래의 표정으로 돌아온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통신실 밖으로 나갔다.

"후…후아아……."

지옥과 현실의 경계선을 다녀온 통신 마법사는 힘없이 벽에 쓰러지듯이 주저 앉았고, 자신이 살아있는지 죽은건지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얼굴과 목, 심장을 수없이 만지고 나서야만 자신의 목숨이 날아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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