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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어떤 캐릭터인지 알겠다.'
루이네와 함께 지부에서 벗어난 디엔은 그녀의 성격을 생각보다 빨리 파악하는 쾌거를 올리게 되었다.
'전형적인 공명정대한 장교로군. 무능력한 자가 높은 자리를 차고 있는것을 싫어하고 기분에 의해 상벌이 좌지우지 되지 않으며 실수나 실패의 난이도에 따라 정당한 패널티를 부여한다. 아마 이런 성격이니까 무능력하거나 중요한 일을 방심으로 인해 실패한 인물들이 있으면 아까처럼 목을 베어냈겠지.'
이유야 어찌됐든간에 많은 수의 인원을 사형시켰으니 그녀에 대해 잘 모르는 인물들은 그녀가 행한 일의 결과만을 보고 공포감을 얻기 쉬워지니 아까와도 같은 반응을 보인 것이리라.
하지만, 이런 인물이 높은 관직에 오르면 성실한 성격이라는 기준 하에서 밑의 수하들은 그야말로 축복받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뇌물같은 부정한 이유로 인해 공적을 인정받지 못해 무기력해지지 않고 열심히 일을 하면 한 만큼의 보답이 따라오니 더더욱 성실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려 할 것이다.
대신 일을 대충대충 처리하고 임무를 실패하면 뇌물이나 윗상관과의 친분으로 적당히 무마시키는 성격의 부하들은 죽을 맛이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임무를 실패한다면 무조건 처벌하는게 아니라 변수가 있었는지 자신들이 얻은 정보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는지 철저하게 분석하고 해부하는, 그야말로 소설책에서나 나올법한 영웅 캐릭터나 마찬가지였다.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 정도일까나.'
겉으로만 이런 성격일 수 있고, 위선적으로 행동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엔 이중인격도 고려해 놓아야 한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만약의 경우에 대해서도 대비하기 위해 머릿속을 움직인 그는 루이네와 함께 그녀가 왔었던 방향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디엔이라고 했던지?"
"예."
묵묵하게 걸어나가던 루이네는 갑작스럽게 그를 향해 입을 열어 보였지만, 임기응변 이라면 뛰어난 수준인 디엔은 당혹스러워 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하였다.
"우리는 블러디 바이퍼라 하는 조직으로 로카스트의 어둠을 지배하는 곳이다. 흔히들 말하는 '악의 조직' 이라고 하면 이해가 쉽겠지? 하지만, 우리는 여타 악의 조직들과 다르게 세계 정복을 하겠답시고 나대는 그런 멍청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물가 조작을 이용하여 돈을 벌거나 불화를 일으켜 전쟁을 유도하여 이득을 보기도 하고 우리와 협력 관계를 맺은 이들의 요청에 의해 용병 형식으로 무력을 빌려주기도 한다."
"…그런데 그걸 왜 저에게 설명해주는 겁니까?"
"앞으로 네가 속해야 할 조직이니 이정도는 설명해 줘야지. 그리고……."
그녀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더니 디엔을 향해 냉혹하게 웃어 보였다.
"어차피 거기서 네가 빠져나올 수 있는 길은 죽음 뿐이니까. 탈주자, 반란자는 사로잡아 본부에서 죽을때까지 공개 고문을 하는데 요즘에는 공개 고문이 너무 없어서 조금 따분하거든. 네가 나의 유흥거리가 되어준다면 더더욱 좋고."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지만, 그 안에 잠재된 냉혹함과 잔인함에 마치 독사와 마주친 개구리같은 기분이 된 디엔은 얼굴을 굳히며 당황해하지 않고 묵묵히 입을 열었다.
"공개 고문을 즐기고 싶어서 억지로 누명을 씌우지 않는한 그런 일은 없을겁니다. 저 또한 노예로서 생을 마감할 생각 따윈 추호도 없으니까요. 무슨 짓이든지 살아남아 상위 간부가 되어 보이겠습니다. 당신보다 더 높은."
"후…후하하하하! 기세는 좋구나, 애송이!"
지금까지 자신의 앞에서 그 누구도 이처럼 대담한 선언을 해 보인적이 없었기에 색다른 기분에 웃음을 터트린 그녀는 웃음이 멈추자마자 거짓말처럼 다시 무표정으로 포커페이스를 이루고 방금전의 담소가 거짓말이었다는 듯이 냉랭한 분위기가 지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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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에서 시작해 블러디 바이퍼라는 악의 조직 최하급 조직원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와아~ 최하급이라 해도 일단 조직원이니까 무기랑 방어구도 보급해주겠지? 이제부터 조금 쉬워질거야~
라고 생각하신다면 그 생각을 당장 타는 쓰레기란에 내다 버라세요. 보급은 해주지만 난이도는 조금도 내려가지 않습니다.
초반의 처절함은 조금 덜하겠지만, 미칠듯한 난이도는 계속해서 디엔을 괴롭힐겁니다.
아오 이거 괴롭히기 재밌네. 이거 맛들이면 위험하겠심 ㅋㅋㅋ
PS:근데 맹장전은 어쩔...맹장전 5줄 쓸때 루나틱은 20줄 쓰네;;스칼리아와 네이카의 거리는 도보로 약 15일.
루이네의 복장은 매우 간단한 여행자복이었기에 식량이 들어갈 공간이 없어보여 거기까지 어떻게 가냐고 물어보았으나, 그녀가 디엔에게 건내준 것은 눈가리개용 붕대였다.
"써라."
"예? 잠깐……."
"써."
"……."
이유라도 물어보려 하였으나, 강압적인 기세를 내뿜는 그녀에 의해 하는 수 없이 붕대로 눈을 가린 디엔은 자신의 옷깃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가는 그녀의 행동에 오만생각이 떠올랐다.
'헉! 혹시 날 강간하려고? 이런 망할! 역강간이라니! 내가 역강간이라니!'
강간을 하면 했지 당할 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불사하며 미친척하고 달려들 생각까지 다다를 무렵, 갑자기 피부가 서늘해짐을 느끼고 어느정도 더 안으로 들어가자 묵묵하게 닫혀 있던 루이네의 입이 열리게 되었다.
"이제 풀어도 좋다."
눈 앞이 가려져서 너무나도 답답했기에 재빨리 붕대를 풀어보자 놀랍게도 인위적으로 다듬어진 동굴이 그 자태를 드러내었다.
"여긴……?"
"조직의 비밀 통로. 양방향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스칼리아와 네이카쪽 비밀 통로와 이어져 있다. 고위급 간부가 아니면 꿈도 못 꾸는 체험이지. 어차피 여기로 들어오는 입구는 쉽게 찾을 수 없으니 찾으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는 것만 미리 말해두마."
일반적인 텔레포트는 좌표를 이용하여 마나를 소비해 어디든지 순간이동 하는 마법이지만, 텔레포트 마법진은 정해진 좌표를 향해 이동하는 형식이 대다수다.
단방향 텔레포트는 일방적으로 한 방향으로만 이동이 가능하며 되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양방향은 정해진 두 개의 루트를 마음대로 오고가는게 가능하다.
이따금씩 좌표 이동 형식의 마법진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고위 마법사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며 그 마력의 소비량도 만만찮기 때문에 잘 사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단방향이든 양방향이든 고정형 텔레포트 마법진을 설치한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금액이 소모되기 때문에 디엔은 평생에 한 번 겪을 귀중한 체험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 이 게임의 세계관에 적응중인 그는 잘 모르는 눈치다만.
"그렇다면 저도 몇 년 후에는 쓸 수 있다는 거군요? 뭐, 미리 체험을 해두는것도 나쁘진 않겠네."
"후훗."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그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날려 보였다.
그녀도 일단은 자신만의 취향을 가진 인간인지라 임무 수행을 완벽하게 수행해내는 부하들을 어느정도 편애를 가지고 소중히 대해준다.
물론, 위에건 임무에 관련된 일이고 개인적으론 자신의 기세에 주늑들지 않고 자신의 포부를 밝힐 수 있는 당당한 인물들을 좋아하는데 입과 함께 실력까지 살아있으면 더더욱 좋겠지만, 입만 살아있다고 판단될 경우 가차없이 목을 베어낼 정도로 혐오하기도 한다.
어쨌든 보기만 해도 눈이 아파오는 괴이한 문양들 중앙에 올라선 디엔.
뒤따라 루이네가 올라타 무언가를 중얼거리자 원타형의 빛이 그 들을 감쌓기 시작하였다.
슈우우--
묘한 효과음과 함께 빛의 기둥이 디엔의 앞을 가리고 몇 초 지나지 않자 빠른 속도로 머리끝부터 세포 하나하나가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더니 발끝까지 그 감각이 미쳤을때는 눈 앞의 풍경이 여전히 비밀공간인지 작았으나, 세련되고 깨끗한 건물벽으로 뒤바뀌었다.
농담이 아니었다. 그냥 슈우~ 소리와 함께 정확히 3초 정도 지나자 전혀 다른 장소로 이동한 것이다.
처음으로 텔레포트를 경험한 디엔은 깜짝 놀라면서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기분과 함께 가슴이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었다.
마법이라는 것을 체험함으로서 자신이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 그는 빨리 레벨을 올려 능력치를 올릴 기회를 여기서 얻기로 결정하였다.
"다녀오셨습니까?"
텔레포트의 앞에는 날개뼈까지 닿는 웨이브 형식의 짙은 갈색 장발과 고급 천과 가죽으로 잇대어 타이트한 가죽 갑옷 형식으로 차려입은 날카로운 인상의 미녀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루이네를 향해 인사를 하였다.
"인수 상황은?"
"거의 처리해 놨습니다. 헌데 저쪽은……."
눈꼬리가 올라가 있어 사나운 인상을 주는 그녀는 루이네와 함께 나타난 디엔을 향해 의심, 경계, 그리고…적대감?
'뭐야? 저 여자 날 언제 봤다고 다짜고짜 살기를 퍼트리고 지랄이여?'
무쌍연희때부터 질리도록 느껴와 이제는 친근하기까지 한 살기가 자신의 피부를 건드리자 정면을 고정하고 있던 그의 눈동자가 그녀를 향해 힐끗힐끗 쳐다봤다.
"그만해라, 로로나. 네이카 지부에서 대려온 녀석이다."
"하지만, 남자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재미있는거지.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테니 너는 이 녀석을 비어있는 곳에다 집어 넣도록."
"…예."
로로나는 영 뭔가 아니올시다 라는 심기 불편한 표정을 최대한 숨기려고 노력하며 고개를 꾸벅였다.
"따라와라."
턱짓을 하며 자신을 향해 따라오라 한 그녀의 퉁명스런 목소리에 마치 군대에 갓 입대한 이등병이 중대장의 마음에 듦과 동시에 소대장의 이유모를 분노의 상대가 된 것 같은…쉽게 말하자면 그냥.
'군생활 꼬인것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