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8/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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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는 했는데 솔직히 거기서 살아남은 노예가 있을리가 없지."

페더론에게 노예를 조달한 조직원 여성은 말은 그렇게 해뒀으나, 솔직히 거기서 살아남을 노예는 아무도 없다고 예상하고 있었기에 전투 외곽지역에서 어슬렁어슬렁 거리며 느긋하게 휴식을 즐기고 있었다.

요 근래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일부러 자기만의 휴식 시간을 얻기 위해 말만 그렇게 한 것 뿐이었다.

"그건 그렇고 빨리 그 분이 요청하신 조직원을 조달해야 하는데…아~ 진짜! 하필이면 왜 하필 우리쪽 지부와 가까운 곳에 계신거야!"

그녀가 속한 조직은 왠만한 소규모 도시에도 지부가 있을 정도로 넓고 강대한 조직인데, 그녀가 속한 도시는 소도시 정도의 크기지만, 근처에 수도보다 약간 작은 거대한 상업 도시, 스칼리아를 담당하던 지부장이 지속적으로 원인모를 이유로 사망하면서 본부에서도 기피 대상 1호, 조직의 지배자를 제외한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최고위 간부가 직접 그 곳의 지부장으로 내려 온 것이다.

사람 다루는게 험하기로 소문난 그녀는 스칼리아 지부의 조직원들 만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주변 조직에게 쓸만한 인재들을 보내라는 명령을 보냈지만, 애초에 쓸만한 인재가 있었다면 이런 작은 도시에 쳐박히지도 않았기에 그녀가 만족할 수 있을 인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중이었다.

"에휴……."

"그거 나한테 하는 말인가?"

"히이익!"

그렇게 여러가지가 섞인 한 숨을 내쉬던 그녀는 갑자기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기겁을 하며 등골이 곧게 퍼져 나갔다.

뒤를 돌아보자 허리까지 내려오는 찰랑한 푸른색 장발과 아름답다 못해 기품이 느껴지는 영롱한 아쿠아마린 눈동자, 부드러운 얼굴 라인과 한번도 저택에서 나오지 못한 귀족집 규수같은 세상물정 모르는 듯한 미모를 지니고 있으나, 굳게 다물어진 얇은 입술과 박력이 느껴지도록 눈에 힘을 준 그녀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의 인물임을 알 수 있었다.

"루…루…루…루이네님!"

"네 이름은 로스, 로스로군. 네이카 지부에 있어야 할 네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

"예? 어…어떻게 제 이름을……?"

"본부에 신고식을 치룰때 한 번 봤다. 다시 한 번 묻지. 네가, 왜, 여기에, 있는거지?"

자신같은 말단 조직원의 이름과 어떤 지부에 임명받았는지까지 기억하는 그녀의 인간 같지않은 기억력에 깜짝 놀란 로스였지만, 그보다 먼저 자신을 강하게 압박해오는 살기에 빨리 대답하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본능과 정신과 경고대로 재빨리 입을 열었다.

"예, 예! 네이카 지부와 지속적으로 거래를 하던 우량 고객…아니, 기사와 거래차 왔습니다!"

"언어 선택은 자유롭게 해라. 거래 내용."

"노예 거래입니다!"

"보아하니 이미 거래를 마친것 같다만 너는 왜 지부로 돌아가지 않은건가."

아름다운 외모와 달리 계속해서 압박해오는 살기에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부들부들 떨기 시작한 로스는 최대한 말을 더듬지 않기 위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다시 입을 열었다.

페더론이 미끼를 위해 노예를 구입하려는 의도와 거기서 살아남은 노예를 조직원으로 받아들여 그녀가 지원하도록 요청한 보충 인원에 편입시켜려고 했다는 내용을 설명하자 로스를 압박하던 살기가 마치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사라져갔다.

"그런가. 그 정도 생명력을 지닌 노예라면 쓸만하긴 하겠군. 그럼 가자."

"예…예?"

"더이상 교전음이 들리지 않는다. 살아남은 노예를 확인해야지."

"아, 예! 그럼 제가……."

루이네에게 좋은 점수를 따려던 로스는 재빨리 몸을 날릴려 하였으나, 그런 로스의 몸을 제지한 그녀는 몸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니, 내 부하가 될 녀석인데 내 눈으로 직접 판단하고 싶다. 안내하도록."

"예? 하…하지만 솔직히 살아남은 노예가 있을 확률은……."

"그렇기에 그 극악의 확률을 뚫고 살아남은 노예가 있다면 더더욱 내 눈으로 볼 가치가 있지. 안내해라."

유럽 문화의 국가, 로카스트를 어둠속에서 암약해온 블러디 바이퍼의 최고위 간부 루이네와 대륙을 어둠과 절망의 구렁텅이에 밀어넣어 블랙 윙이라는 칭호를 얻게 될 디엔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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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태생이 처음부터 귀족인 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능력이 조낸 먼치킨이든, 약하든간에 평민이나 노예에서 시작하여 세력을 일으키거나 다른 세력의 2인자로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한을 누리거나 용병짓을 하거나 아니면 복수를 한다거나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든지간에 가장 밑바닥에서 기어 올라가는 내용을 좋아합니다.

아무리 몰락한 왕족이나 귀족이든간에 일단 작위를 가지고 시작하는 소설은 내용이 얼마나 흥미롭던간에 첫장부터 김이 팍 식어버리죠.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제 소설의 주인공도 작위를 제외하면 다른 종류의 어드벤티지를 가지고 시작하는데 귀족이냐 아니냐는 시작점부터 취향이 갈리니 저도 참 희안한 성격이네요 =_=ㅋ

PS:루나틱 돈 너무 잘 써지네요. 시간만 있다면 하루에 한 편 꼴로 뚝딱 만들어지네;;루이네를 안내하던 로스는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저…저기…스칼리에 지부장이신 루이네님께서 어째서 이런 외지에……."

"주제 넘게 알려들지 마라."

"죄…죄송합니다!"

최고위 간부가 자신같은 하급 지부 중간 간부 따위에게 일일이 보고를 할 이유가 없었기에 재빨리 입을 닥친 로스는 언제라도 자신의 목을 베어낼 폭탄을 등에 맨 심정으로 페더론이 지휘하는 부대를 향해 최대한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마침 오크 무리를 모두 처리한 후, 부하들에게 뒷정리를 지시한 페더론은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뤄냈는지 기쁜 얼굴로 로스를 맞이하였다.

"자네가 팔아준 노예들 덕에 성공적으로 토벌을 마무리 했네."

"그렇습니까? 일이 잘 되서 기쁘군요."

"그건 그런데 저쪽 분은?"

"아, 이 분은 저희 조직의 상위 간부님이십니다."

페더론은 전에는 목격하지 못한 루이네의 모습에 의아함과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였다.

'뭐지? 이 자는? 가만히 있을 뿐인데…빈틈이 느껴지지가 않아. 여기서 검을 뽑으면 내 목부터 날라갈 것이라고 본능이 외치고 있어.'

시골 영주의 기사이기도 하고 비록 노예들을 이용한 작전등을 사용하였지만, 40살의 나이까지 검을 잡아 기사로서의 길을 걸어온 그의 실력은 영지 내에서도 상당히 인지도를 얻을 수 있을 정도였다.

루이네의 심기에 거슬린다면 아무리 자신이라 해도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준 귀족으로서의 자존심을 잠시 접은 그녀는 루이네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만나서 영광입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헌데 살아남은 노예가 있습니까?"

강압적이고 압도적인 기세를 내뿜는 루이네였으나, 괜한 분란을 만들기 싫어하는 신중한 성격인지 기품있게 존댓말로 대답하며 자연스럽게 본론으로 다이렉트하게 주제를 바꿔나갔다.

"내가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로스 자네가 운이 좋아야 할지 모르겠군. 노예가 한 명 살아남았네."

"정말입니까?"

로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언제든지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루이네에게 가져다 줄 선물을 얻게 되었다는 환희로 기쁨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게다가 특이하게 남자 노예가 살아남았네."

"남자가요?"

"다른 노예와 함께 가까스로 오크를 처리한 듯한 처절한 현장이었지. 마지막에 그 남자 노예가 오크의 뒤통수에 칼을 찍어 박아 간신히 살아남은 것 같네." 

남자 노예가 살아남았다는 소식에 환희가 다시 절망으로 바뀌어 버린 로스였다. 그도 그럴것이 남자들은 대부분 아무짝에도 쓸모없고 재능이 없어 병사라던가 잡일꾼으로 써먹는게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호오."

그녀와 똑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던 루이네는 흥미롭다는 듯이 관심을 보여왔다. 연약한 남자가 몬스터들의 미끼가 되어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만한 생명력과 힘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그런 그녀의 모습을 목격하지 못한 로스는 다시 그 노예를 2배의 비용으로 재구매 할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운 좋게 살아남은것 같긴 한데 루이네에게 쓸모없는 인원을 보내 눈 밖으로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구매해라."

"예? 루이네님, 하지만 그런 남자 노예 따위를……."

"내가 결정했으니 너는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구매하도록."

"예!"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그녀의 말에 곧바로 결정을 내린 로스는 노예 한 명을 팔면서 얻은 이익, 2골드의 2배가인 4골드를 주면서 유일하게 생존한 남자 노예를 재구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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