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 앤 매드 (220)화 (222/319)

벅벅 기어 제 객실의 화장실에서 멀어진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이예주의 핍박한 탈출로에 새로운 환풍기가 나왔다. 유나가 머무는 객실 화장실에 달린 환풍구였다.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화장실에 없는 모양인지 멈춰 있는 프로펠러 사이로 보이는 아래는 어두컴컴했다. 

하지만 이예주는 그것이 다행으로만 다가오지 않았다. 

이 계집애, 혹시 변기 위에 쌓아 둔 물건들 무너지는 소리 듣고 내 객실로 득달같이 달려온 거 아냐? 

이예주는 괜시리 드는 불안감에 그 좁은 곳에서 거의 목을 꺾다시피 억지로 돌려 뒤를 보았다. 

멀리서 희미하게 빛을 뿜는 구멍이 보였다. 그렇게 코에서 김이 날 정도로 열심히 기어서 벗어나려 했건만 여전히 유나의 사정거리 안이었다. 

난장판인 화장실 꼬라지와 뻥 뚫려 있는 천장 구멍은 누가 봐도 탈출 흔적으로 보일 것이다. 

고로 이렇게 어영부영 지체하다가 제가 잡히는 것은 시간문제란 소리다. 

이예주는 더욱 필사적으로 박박 기어가기 시작했다. 

영화 같은 데서 보면 기어가기만 해도 알아서 탈출구가 딱딱 나오건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환풍구는 조금만 움직여도 철판과 몸이 부딪혀 쿵쿵 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때문에 유나 계집이 머무는 화장실 천장 위를 소리 없이 지나가는 일은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마 화장실 전력이 꺼져 환풍기가 작동하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알아야 할까.

그러나 간신히 유나의 객실을 지나친 이예주에게 얼마 안 가 또 다른 시련이 찾아왔다. 

빌어먹을, 대낮부터 무슨 샤워질이야? 

지나온 객실의 화장실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하도 조용하기에 5층에는 자신과 유나만이 묵는 줄 알았더니 그래도 다른 사람이 있긴 있었던 모양이다. 

뜨뜻한 김을 얼굴에 정통으로 맞는 짜증 나는 상황에도 그녀는 움직임에 조금 더 신중을 가했다. 

돌아가는 프로펠러 지나가는 도중에 옷자락이 걸릴 것을 신경 쓰느라 손을 헛디뎌 ‘쿵, 쿠당’ 하는 둔탁한 소리가 환풍구 속에 울려 퍼졌다. 

등 뒤로 진땀이 줄줄 흘렀다. 

천만다행으로 샤워기에서 쏟아지는 물소리에 묻혀 조용히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예주의 진짜 위기는 대낮부터 샤워하는 놈의 객실 위를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대낮부터 똥을 지리고 있는 놈의 객실 위를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녀가 내는 소리를 숨겨 줄 물소리조차 없었기 때문에 더러운 로브 자락을 입에 물면서까지 기어가야 했다. 

그 탓에 속도가 현저히 낮았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나는 역겨운 냄새와 귀를 끔찍이도 괴롭히는 소리 때문에 이예주는 연신 욕지기를 참아 내느라 아주 죽을 뻔했다. 

후욱 코를 강타하는 냄새에 이예주는 서둘러 고개를 들었다. 

미친, 대체 뭘 처먹었길래 이런 냄새가. 우욱, 하마터면 구역질할 뻔했어. 

이예주는 서둘러 그곳을 벗어났다. 

숨죽여 그 위를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그 냄새가 자신을 따라붙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나왔다. 

세상에, 살다 보니 남이 똥 싸는 모습까지 보게 될 줄이야. 

정말이지 이 미친놈의 비행선은 지금껏 겪은 그 어느 곳보다도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험난한 5층 객실의 화장실 천장을 가까스로 지나오니, 이예주는 어느덧 막다른 곳에 다다랐다. 

정확히는 막다른 곳이 아닌 다른 층으로 이어지는 통로였다. 

수직 통로. 청소나 점검용으로 쓰이는지 그녀가 있는 쪽 벽에 오르내릴 수 있는 손잡이가 층층이 달려 있었다. 

엎드린 채로 목만 살짝 앞으로 빼서 밑을 내려다본 이예주는 곧 ‘어흐흐’ 하고 미친 듯이 도리질 치며 몸을 원상 복귀했다. 

난 절대 못 가. 이대로 맨 아래층까지 이어져 있는 건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까마득했다. 

까마득하기만 할 뿐이랴, 빛이 없어 어두컴컴한 환풍기는 꼭 괴물의 식도 같았다. 

고작 책 한 권만 한 폭의 손잡이에 의지하여 내려가다가 발이라도 헛디디면? 

땀이 배어 나와 잡고 있던 손이 자칫 미끄러지면? 

그럼 여태껏 남의 똥 냄새까지 맡아 가며 개고생 했던 게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덤으로 이승과도 하직해야 했다. 

어쩌면 죽진 않을지도 모른다. 

환풍구의 폭이 좁아 머리가 아래로 떨어질 일은 없으니 그저 두 다리만 아작 난 채 목숨은 건질지도. 

아, 운 좋으면 뒈지기 바로 직전 ‘문’이 열려 어딘지도 모를 미래로 황망히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럼 이미 람의 팔 한 짝이 사라지고 난 후겠지, 빌어먹을. 

전혀 희망적이지 않은 여러 가정들이 속속들이 떠오르며 탈출하겠다는 이예주의 집념을 흐렸다. 

아니야, 아니야! 부정적인 생각들만 해서 그래. 고소공포증 때문에 네가 과장해서 환상을 보는 걸지도 몰라. 실제로는 우스울 만큼 짧은 거리일 수도……. 

그러나 다시 흘끔 내려다본 수직 통로는 오금이 저릴 만큼 아찔한 높이였다.

“으흐으!”

이예주는 비통에 잠긴 신음을 흘리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안전한 수평 통로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앞이 핑핑 도는 것 같았다. 

핑계처럼 대어 왔던 고소 공포증이 머릿속을 잠식했다. 

무서운데. 으으, 너무 무서운데.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긴 싫은데. 

이예주는 울상을 짓고는 입술을 잘근잘근 물어뜯었다. 

그러나 더욱 통탄할 일은, 그녀에게는 이외의 다른 차선책 따윈 없다는 현실이었다. 

“하으, 씨.”

이예주는 정말이지, 고소공포증도 싫고 죽는 건 더더욱 싫었지만. 결국 눈물을 머금고 조심스럽게 다리를 모서리 아래로 내렸다. 

잘못 디디기라도 할까 봐 몸을 내리는 내내 다리가 퍼들퍼들 떨렸다. 

그녀의 인생은 2017년 과거도, 1000년 후인 현재도 언제나 파란만장했지만 과거에는 적어도 개고생을 사서 할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에겐 엄마 이외의 지키고 싶은, 잃기 싫은 소중한 인연들이 생겨 버렸다.

“밑에 보지 마. 밑에 보지 마.”

완전히 몸을 손잡이로 내린 후 마지막으로 바들바들 떨리는 손마저 손잡이를 움켜쥔 이예주는 거의 자기 세뇌를 하다시피 중얼거리며 다음 손잡이로 몸을 내렸다. 

무서워, 무서워. 무서워서 죽을 것 같은데, 더 무서운 것은 피가 질질 흐르는 그 남자의 모습이었다. 

인간이 만든 무기로는 죽지 않는다고 괴물 같은 회복력을 자랑했던 그였지만 이번에는 정말 느낌이 좋지 않았다. 

팔 한 짝이 날아갔다. 

아무리 그가 신 같은 존재라지만, 무슨 도마뱀도 아니고 날아간 팔 한 짝이 다시 돋아날 리도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예주의 온 직감이 날카롭게 꿈에 반응했다. 위험하다고.

“내가 무슨 광영을 보겠다고.”

그것도 하루아침에 눈 뜨니까 차갑게 내쳐 버린 놈을 구하러. 이래서 엄마랑 같이 본 사주에서 남자를 조심하란 말을 들었나 보다. 

이래 봤자 어화둥둥 꽃가마를 태워 주기는커녕, 자신이 얼마나 기를 써 가며 탈출했는지 알아줄지도 미지수인 놈인데. 

그래도, 그래도 어떻게든…….

“사흘 안에 근드, 그.”

이예주는 이를 까득 악물고 다시 다음 층으로 몸을 내렸다. 

한 층 한 층 내려갈 때마다 예상대로 손바닥이 미끈거리고, 종아리는 후들거리고, 등은 식은땀으로 축축해졌지만 그녀는 그래도 내려갔다. 

람에게로 가기 위해. 

이예주가, 람에게로.

*       *       *

수직으로 이어진 환풍구를 내려가는 도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손잡이로만 이루어진 사다리가 중간중간 끊긴 부분을 지날 때였다. 

바로 밑층의 환풍구들 때문에 생긴 작은 통로들이었다. 

간신히 마음을 다 잡고 고소공포증을 이겨 내며 내려오는 이예주의 맥을 끊는 것은 물론이고, 짧게 뻗은 다리가 쉽게 닿지 않을 때마다 피가 바짝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망할 환풍구! 대체 거기 왜 있어서! 

그 환풍구 덕에 간신히 탈출하고 있으면서도 이예주는 끊임없이 욕을 외웠다. 

4층이 되어도, 3층이 되어도 마지막 층은 여전히 까마득하기만 했다. 

낑낑거리는 신음을 연달아 내뱉으며 막 3층을 거쳐 2층으로 향하는 통로 중간쯤에 당도했을 때였다. 

손잡이를 꽉 부여잡은 제 손만 보고 내려가고 있었으나, 아래에서부터 희끄무레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어. 뭐, 뭐야?”

내려다보지 말자는 자기 세뇌도 잊고 무심결에 아래를 내려다본 이예주의 눈이 커다래졌다. 

아직 두 층이나 남았다는 생각과는 달리, 놀랍게도 바닥이 가까워 보였다. 

좁은 수직 통로가 끝난 것이다. 

뭐야, 1층이야? 제가 너무 벌벌 떨며 내려오는 통에 혹여나 층수를 틀렸나 싶었지만 5층서부터 환풍구가 끊기는 구간을 총 2번 넘었으니 이번 층은 필히 2층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의 내려가는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예주는 서둘러 아래로 몸을 움직여 남은 거리를 내려갔다. 

지금껏 벌벌 떨며 내려오던 것과는 달리 바닥에 거의 도달한 상태임을 인지해서 그런지 내려가기가 한결 수월했다. 

바닥과 꽤 떨어져 있는 마지막 손잡이에 발을 디딘 이예주는 최대한 몸에 힘을 줘 소리가 나지 않도록 뛰어내렸다. 

쿵. 

그러나 영화처럼 소리가 안 나긴 개뿔, 너무 육중한 소리가 한동안 텅텅 울려 퍼져서 심장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맛봐야 했다. 

잠시 숨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도 다른 인기척 없이 고요하자 그녀는 조심스럽게 몸을 웅크려 앉았다. 

그녀가 내려선 곳은 ‘ㅏ’ 모양의 세 갈림길의 교차점이었다. 

그녀를 기준으로 북쪽 환풍구의 끝에서 희미한 빛이 일렁이며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내려오면서 보았던 빛의 근원지인 듯했다. 

그와는 달리 나머지 두 개의 통로는 빛 한 점 없이 어두컴컴해서 그 끝이 잘 보이지 않았다. 

이예주는 짤막한 한숨을 내쉬며 다시 환풍기 통로에 맞춰 엎드렸다. 

어디로 갈지 결정을 내리는 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도 모르고, 그 끝이 얼마나 길지도 모르는 다른 통로를 박박 기어가는 것보다 일단 눈앞에 끝이 존재하는 곳부터 확인하는 것이 옳았다.

2층엔 뭐가 있었지? 무릎으로 기어가는 자세 탓에 헉헉,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녀는 새벽녘에 둘러보았던 B구역의 구조를 떠올렸다. 

3층은 비상구의 문까지 아예 잠겨 있어 들어갈 수 없었고, 2층은 널따란 복도에 문 하나가 있었다. 

마킹 자국과 카드를 모두 다 확인하여야만 들어갈 수 있었던 문이. 

그럼 여긴 그 실험실인가? 타임머신이 있다는 그?

거리가 멀지 않은 탓에 이예주는 금방 통로의 끝에 도착했다. 

프로펠러와 촘촘한 쇠창살 덮개로 막혔기는 해도 나갈 수 있는 구멍이 손 뻗으면 닿을 곳에 있었다. 

하지만 이예주는 일렁이는 푸른빛이 어둠과의 경계를 만드는 지점 바로 앞에서 멈춰 섰다. 

쇠창살 너머를 예의 주시하며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았지만 아무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이예주는 그에 용기를 얻어 쇠창살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쇠창살 사이로는 A구역의 생산실에서 보았던 하얀 타일 바닥 빼고는 잘 보이지 않았다. 

인기척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가만, 바닥이라고? 바깥은 정말로 널따랗고 하얀 타일 바닥뿐이었다. 

그 외에 기구나 기둥 같은 것들이 보였지만 시야의 한계가 있어서 정확히 뭐인지는 알 수 없었다. 

5층에서는 화장실의 천장을 가로질러 왔던 것과는 달리, 2층의 환풍구는 바닥 쪽에 설치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쪽으로 나갈 수 있을까? 이예주는 손을 뻗어 프로펠러 바깥쪽을 막고 있는 덮개를 조금 흔들어 보았다. 

덜걱, 덜그럭. 덮개가 덜그럭거리면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흔들렸다. 

나사의 조임이 생각보다 헐거운 것 같았다. 

참 나, 제 객실 화장실의 환풍구는 나사까지 새것으로 교체하여 그렇게 철저하게 막아 두었으면서 여긴 이렇게 허술하게 두는 건가? 

카드를 읽는 것도 모자라 마킹 자국조차 확인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치밀하게 잠가 둔 바깥 출입구와는 대조되는 모습에 이예주는 조금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렇게 꽤 크게 덜그럭거리는 소리를 내었음에도 사람 소리 하나 나지 않는 것을 보니 확실히 환풍구 밖은 비어 있는 것 같았다. 

좀 더 세게 힘주면 열릴 것도 같은데……. 덜그럭거리는 환풍기 덮개를 보며 이예주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여기로 나가면 1층으로 나갈 수 있을까? 2층이 어떤 구조인지 전혀 모르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갈림길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지 아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더 이상 먼지를 마시기도 싫었고, 4층이나 되는 높이의 수직 통로를 내려오는 동안 너무 긴장을 한 탓에 더는 기어 다닐 수 없었다.

망할, 하도 웅크린 상태로 있었더니 어깨도 허리도 빠질 것 같아. 

어차피 아무것도 모르고 답도 없고 계획도 없는 인생, 이예주의 고민은 그리하여 짧게 끝이 났다. 

주섬주섬 엎드린 몸을 움직여 뒤로 눕는 자세를 취한 이예주는 한껏 구부린 발을 치켜 올려 프로펠러 사이로 잘 조준했다. 

발로 차서 환풍기 뚜껑을 열려는 의도였다. 

조준을 마친 이예주는 망설이지 않고 환풍기 뚜껑을 찼다. 

찰나의 순간, 소리를 듣고 누군가 뛰어올까 걱정도 들었지만 별 수 없었다. 

쾅! 굉음과 함께 쇠창살이 허무할 정도로 쉽게 떨어져 나갔다. 

킹, 쿵. 대리석 타일 바닥과 쇠창살이 맞부딪히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꺼져 있는 프로펠러도 마저 걷어 차려 했던 이예주는 멈칫해 혹시 누가 올까 마음을 졸였지만 여전히 아무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텅 비어 있는 것이 확실했다. 

안심하고 장애물을 마저 제거한 그녀는 낑낑거리며 드디어 좁아터진 환풍구 속을 탈출할 수 있었다. 

너무 먼지 구덩이 속에만 있어서 그런가.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오니 쾌적한 공기가 콧속을 파고들었다. 

자리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크게 심호흡을 하던 이예주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주위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그녀가 빠져나온 곳은 A구역 생산실처럼 굉장히 넓고 광활한 공간이었다. 

빠져나온 환풍기 구멍은 그중에서도 가장 외진 구석에 위치했다. 

앞에 펼쳐진 어마어마한 넓이의 하얀 타일 바닥에 이예주는 잠시 할 말을 잃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건지 2층은 전체적으로 불이 다 꺼져 어두컴컴했다. 

간신히 사물을 구분할 수 있을 만큼의 정도였다. 

주변은 알 수 없는 물건투성이였다.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기계들이 이곳저곳 어지러이 늘어져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정말 과학 실험실처럼 미지의 표본들과 현미경과 같은 실험 도구들이 널려 있는 기다란 흰 탁자들과 의자들도 있었다. 

정말로 실험실이 맞긴 맞는 건가.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물처럼 술술 거짓말을 뱉은 여준의 면상을 떠올리던 이예주는 얼마 안 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곳에서 빛이 나는 근원지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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