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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앤 매드 (116)화 (117/319)

그리고 또 왜 반말을 하느냐고 화를 냈어요.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쳤냐고 묻기도 했고요. 

미친 노예인 것 같았어요. 정신이 나가서 사슬에 묶어 둔 아줌마였든가요.

아이들은 조잘조잘 제가 기억하는 대로 단서를 내뱉었다. 

제드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다 못해 퍼렇게 질려 갔다.

아버지는 괴물에게 일행이 있다는 소리에 몹시 흥분하고, 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 

저주를 내린 괴물이 그에게 얼마나 위협을 가할지 모르는 상태인데, 그도 모자라 힘이 있는 동료까지 있다면 괴물을 처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드는 잘 알고 있었다. 

천사 같은 레이디가 그 흉물스러운 신인류와 같은 괴물이 아닌 것을.

그러고 보니 저주를 내린 괴물로 인해 너무 까무러치게 놀란 탓에 레이디에게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 못하고 머저리처럼 도망을 쳐 버렸다. 

제 앞에 있는 나쁜 일당으로부터 저를 구해 주었는데도 그녀의 앞에서 두 번이나 꽁지가 빠지게 도망 쳐 버린 것이다.

제드는 자신이 한심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만난 지 고작 하루뿐이었지만 제 말을 들어 주고, 말동무도 되어 주고, 저의 말을 믿어 준 유일한 사람이었다. 

거기다 그 연약한 몸으로 용감하게 맞서서 자신을 구해 준 고마운 사람.

그 고맙고 예쁜 사람이 저 불한당 같은 놈들의 혓바닥에서 세상 둘도 없는 악마가 되어 현란하게 씹히고 있었다. 

제드는 두 손을 들고 잘근잘근 손끝을 깨물었다. 

그분은 고마운 분이지, 절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해야 했다.

하지만 아버지가 저렇게 시뻘건 토마토로 변하여 숨넘어갈 듯이 화가 나 있는데. 

대체 어떻게 그녀의 결백을 밝힐 수 있을까. 어떻게.

“어, 어, 어쩔 수 없군. 그, 그렇다면 마, 마을에 있는 거, 검은색 로브를 입고, 사, 사슬에 묶인 모, 모든 여자를 잡아들일 수밖에. 여, 여봐라! 마, 마을에 푸, 풀어 놓았던 용병들을…….”

이윽고 족장이 결단을 내렸는지 아랫사람을 불렀다. 

제드는 저도 모르게 튀어 나가 아버지의 앞을 막아섰다. 

그리고 꽥 소리를 질렀다.

“그, 그분은 괴, 괴물의 일행이 아니에요!”

제드의 커다란 목소리에 방 안이 적막에 휩싸였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쏠린 것을 알고 제드가 겁먹은 얼굴로 목을 조금 움츠렸다.

싸늘한 정적을 깬 것은 제드의 아버지이자 마을의 차기 족장이었다.

“그, 그것이 무슨 소리냐?”

“아, 아부지. 그, 그분은 괴물의 일행이 아니에요! 저, 절대로요! 그, 그분은 제 말을 들어 줬고 또, 또, 제가 말더듬이라고 놀리지도 않았고 또, 또 저를 구해, 구해 주신…….”

“그러고 보니 제드 형이 그 여자 노예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어요.”

레이디에 대한 변호를 떠듬떠듬 늘어놓던 제드의 말허리를 싹둑 자르고 얄미운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제드는 놀라서 퍼드덕 몸을 떨다가 목소리의 근원지를 돌아보았다. 

그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빨간 머리가 비웃음이 가득 담긴 눈으로 그를 고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뭐, 뭐? 내, 내 아들과 자, 잘 아는 사이라고?”

“네. 그 여자가 제드 형을 위해 마을에서 이 저택 안에만 있는 뤼미에르를 가져다준다고 했어요. 그 말이 뭐겠어요? 결국 그 신인류 괴물과 함께 이 저택에 있는 꽃들을 훔치려 하는 거예요!”

“뭐, 뭐, 뭐라!”

빨간 머리의 입에서 사실과는 전혀 다른 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줄줄 쏟아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제드가 눈을 부릅떴다.

그것은 아버지 또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경악한 채 굳어 있는 제드는 양반이었다. 

아버지는 흡사 산 채로 배럴(서양에서 술을 담을 때 사용하는 나무통)에 담겨 바다에 내던져지는 사람처럼 흰자위에 굵직한 핏줄을 드러낸 채 푸들푸들 떨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한층 더 벌게졌다. 이제 태연하게 앉아 있는 빨간 머리의 머리칼과 아버지의 얼굴색 중 어느 것이 진짜 붉은색인지 구별하기 힘들 지경이었다.

“그, 그 발칙한 계집을 잡아야 해! 그, 그것이 뤼미에르를! 뤼, 뤼미에르를……!”

아버지가 드디어 벼락같은 소리를 터뜨렸다. 

빨간 머리는 제 비열한 수가 먹혀들어서 즐거운지 빙글빙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예상한 대로 돌아가고 있다는 도취감에서부터 우러러 나오는 웃음이었다.

하지만 빨간 머리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아버지가 그깟 뤼미에르 꽃을 훔치려는 일당 때문에 이렇게 헐떡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드는 경악으로 홉떠진 눈을 하고 빨간 머리를 멍하니 쳐다봤다. 

어쩌면 저 애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뤼미에르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도 알고 있을까? 

제 아비인 데이비슨에게 들어서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아버지를 도발하는 것일까?

족장의 저택 가장 깊숙하고 아주 비밀스러운 곳에서만 뤼미에르가 밝게 빛나고 있고, 그 깊숙하고 비밀스러운 곳에 그보다 더 은밀하고 무서운 것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제드 형이 그 여자의 얼굴을 아주 잘 알 거예요. 오늘도 그 여자를 만나러 갔다가 저희에게 들킨 것이거든요. 그러니 제드 형을 통해 그 여자를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이, 이런! 머, 멍청한 것!”

아버지의 분노의 화살이 다시 제드에게로 향했다.

아니에요! 그런 것이 아니에요!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고, 나쁜 것은 저 애들이에요! 나쁜 것은, 나쁜 것은!

제드가 항변을 위해 끊임없이 입술을 달싹였다. 

하지만 머리가 온통 하얗고 몸이 얼어붙어 그 필사적인 발언들은 모두 입속에서만 맴돌았다.

그사이 족장이 다시 제드의 얼굴 위로 내리치듯 손바닥을 날렸다. 

철썩! 날카로운 고통이 오른쪽 뺨을 후려쳤다. 

같은 데를 우악스러운 힘에 연속해서 맞았기 때문인지 입안에서 비릿하고 찝찔한 혈 향이 훅 퍼졌다.

분에 못 이겨 한 번 더 제드를 후려치려고 손을 들던 족장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용케 자각했는지 서둘러 방 안의 사람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이, 이만 나가 보거라. 수, 수고했다. 도, 도와준 사례는 지, 지주들을 통해 전달하도록 하마.”

“이왕이면 저희들도 뤼미에르 꽃 좀 구경하게 해 주실 수 있어요? 빛나는 꽃이라니, 정말 어떻게 빛이 나는 건지 가까이서 보고 싶어요. 제드 형에게 부탁해도 좀체 보여 주질 않거든요.”

아이들과 화백이 다 같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섰고, 빨간 머리가 제 아비처럼 깍듯이 고개 숙여 인사하며 덧붙였다.

제드는 빨간 머리의 마지막 말을 듣고 깨달았다. 

아, 모르고 있구나. 아직 녀석은 꽃의 용도를 모르는 것이다.

아버지는 녀석의 요청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그는 머릿속에 제드와 같은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인사 후 방을 나가던 아이들 중, 이번에는 마을에서 세 번째로 가는 지주의 아들이 족장을 불렀다.

“참, 그런데 아저씨. 아니, 족장님.”

“그, 그래. 무,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느냐?”

“그 손이 발톱으로 변하는 신인류 괴물이 정말 선대 족장님과 족장님, 그리고 제드 형에게 저주를 내린 게 맞아요?”

다들 궁금했던 질문이었는지 방을 나서려던 아이들도, 아이들 옆에 붙어서 몽타주를 그리던 화가들도 눈을 빛내며 걸음을 멈추고 족장과 제드를 번갈아 보았다.

그들의 노골적인 시선에 아버지가 ‘허,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남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화를 내며 기세등등한 척했지만, 아버지 또한 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제드는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타고 뚝뚝 흐르는 땀을 더듬더듬 닦아 내며 애써 웃었다.

“저, 저, 저주라니?”

“왜 그 있잖아요, 족장님과 제드 형이 말을 더듬는 게 그 괴물이 내린 저주 때문이라고. 선대 족장님이 몇십 년간 저택에서 한 발짝도 나오지 않는 것도 다 그 때문이라고 했는데…….”

“누, 누가 그런 헛소릴! 저, 저주라니! 그, 그런 것이 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

“그래도요. 마을 안에서 말을 더듬는 건 아저씨와 제드, 딱 둘뿐이잖아요? 혹시 알아요? 정말 소문처럼 선대 족장님이 신인류 괴물에게 저주를 받아서…….”

“도, 도련님. 그만, 그만하고 나가셔야 할 듯합니다.”

족장이 정말 허옇게 눈을 까뒤집고 넘어가기 바로 직전, 다행스럽게도 눈치 빠른 족장의 전용 화백이 황급히 다가와 세 번째 지주의 아들을 데리고 나갔다.

탁. 내부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문이 닫히자, 넓은 방 안에는 족장과 제드만이 썰렁하게 남겨졌다.

“너, 너, 너는!”

제드에게 삿대질하며 무어라 벌컥 화를 내려던 족장은 이내 애처로운 아들의 꼴을 보고 분을 삭이며 거칠게 씨근덕대었다. 

값비싼 원단과 몸값 높은 재단사를 불러와 고이 지어 입힌 하나뿐인 아들의 옷은 온통 먼지와 발자국으로 뒤덮여, 하층민의 것보다 더 추레한 천 조각으로 변해 있었다.

미워도 하나뿐인 아들이라, 막상 화를 내고 구박을 주려다가도 저런 꼴을 보자니 마음이 약해졌다.

핏줄이 선 족장의 벌건 눈이 제드의 위아래를 훑었다. 

까드득, 그의 입에서 살벌하게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이 당연히 올라야 할 족장의 자리를 마을 지주들의 눈치를 살피며 오르는 것도, 하나뿐인 자신의 아들이 이런 수모를 당하는 것도 다 그 빌어먹을 괴물 때문이다.

그 염병할, 그 빌어먹을, 그 악마 같은 괴물이 선대 족장-어제 죽은 족장의 아버지-에게 저주를 내리지만 않았어도, 자신과 아들이 이렇게 병신처럼 말을 더듬지도, 그로 인해 평생 오욕과 수치를 달고 살지도 않을 텐데.

통통한 두 주먹에 한 번 힘을 꽉 준 족장이 살기를 숨기지 않으며 어렵사리 머리를 굴렸다.

이제 그런 참담한 모욕과 수모도 오늘부로 끝일 테다. 

드디어, 드디어 저주를 내린 그 괴물을 찾았다. 그러니 이제 이 지긋지긋한 저주도 모조리 다 풀 수 있을 것이다.

방금 전까지도 머리끝을 쭈뼛 서게 했던 분노로 앞도 잘 보이지 않던 족장이었지만, 이젠 희망으로 가슴이 부푸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끝이라는 말이 왜 이렇게 달콤하게 귀를 간질이는지 모르겠다. 

“저, 저, 전문 용병들을 부를 테니, 다, 당장 그들을 따라 마, 마을에 있는 그 노, 노예라는 계집과 괴, 괴물을 찾아내도록 해라. 너, 너는 그, 그, 계집과, 자, 잘 아는 사이라니, 그, 그들이 묵고 있는 곳이 어, 어, 어딘지 알겠지?”

족장은 나름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들에게 말을 건넸다. 

아까 데이비슨의 아들에게서 그 말을 들을 때는 미치도록 화가 났었는데, 이제 그들의 행선지를 알고 있다는 아들이 참으로 사랑스러워 보였다.

하등 쓸데도 없고 병신 짓만 하며 돌아다니는 줄 알았더니,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자신에게 도움을 준다. 

족장의 시선이 조금 관대해졌다.

아버지가 건네는 보기 드문 따스한 목소리에 초점 잃은 얼굴로 서 있던 제드가 몸을 움찔거리며 그를 돌아보았다. 

제게 한 말이 맞는 것인가 싶어 아버지의 안색을 조심스레 살피던 제드의 얼굴이 이내 천천히 일그러졌다.

제드는 아버지의 말에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 그 레이디는 괴, 괴물과 일행이 아, 아니에요, 아버지.”

“이, 일행이든 이, 일행이 아니든 그,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 그, 그 노예가 괴, 괴물과 가, 같이 다닌다는 사실이 주, 중요한 것이지! 게, 게, 게다가, 거, 검은 안개를 노린다지 않느냐!”

“레, 레이디는 그, 그런 거 잘 몰라요! 뤼, 뤼미에르 꽃도 처, 처음 봤다고 했는걸요! 그, 그런 나쁜 사람 아, 아니에요!”

“다, 닥쳐! 다, 닥치고 어, 얼른 그것들을 찾아와!”

제드가 용기를 내어 레이디를 두둔했지만, 아버지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아까 화백이 쥐어 준 몽타주를 내밀며 채근했다.

“바, 받거라! 괴, 괴물의 몽타주다!”

“시, 싫어요! 레, 레이디를 해치는 일, 저, 저는 못해요!”

“이, 이, 이런 쓰, 쓸모없는……! 다, 당장 받아!”

“시, 시, 싫어요! 아, 안 찾을 거예요!”

대체 그 계집이 제드에게 무슨 요사스러운 짓을 한 것인지, 아버지의 말이라면 껌뻑 죽던 제드가 생전 처음으로 완강하게 그의 말을 거부했다.

이런 모자란 자식! 

족장은 속이 탔다. 1시간, 아니 1분, 아니 1초가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빨리 그 괴물을 잡아들여야 했다. 

그래서 저주를 풀고 족장으로서의 위엄을 다져야 했다.

또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였다. 

선대 족장처럼 평생을 저택에 갇혀 살 수는 없었다. 

평생을, 평생을 말더듬이로 살아왔으니 이제는 저주를 풀어야 할 차례였다.

족장은 말을 좀체 듣지 않은 아들 때문에 머리끝까지 화가 솟았지만 가까스로 억눌렀다. 

어찌 됐건 괴물의 일행을 알고 있는 자는 제드뿐이니 어떻게든 구워삶아 그 발칙한 것들을 찾아내야 했다.

족장은 애써 누그러뜨린 목소리로 아들을 달랬다.

“우, 우리가 저, 저주에 걸린 것은 다, 다, 그 비, 빌어먹을 새 신인류 때문이다. 우, 우리의 저주는 내 아버님부터 시작해서, 나, 나에게로, 그리고 내, 내 아들인 너, 너에게까지 대, 대를 물림해서 내, 내려온 거야. 너, 너도 하, 할아버지를 봤잖느냐? 저, 저주를 받아 혀, 혀가 뽑혀, 평생 말 못하는 버, 벙어리로 사셨다! 나, 나도, 너도 내, 내 아버지처럼 마, 말년엔 말을 더듬는 것도 모자라 혀, 혀가 뽑혀 버, 벙어리로 살지도 몰라!”

“아, 아부지…….”

저주에 대한 무시무시한 실체를 토해 내는 족장의 모습에 제드가 겁을 집어먹으며 울먹였다. 

하지만 이건 모두 사실이었다. 족장과 제드만이 아는 비밀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저주 때문에 그저 족장의 몸이 편치 않아 저택에서 한 발짝도 못 나오는 것뿐이라고 믿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저주에 대한 소문은 퇴색되었다. 

벙어리인 선대 족장을 대신하여 사람들 앞에 나선 것은 그나마 떠듬떠듬 말이라도 할 수 있는 제드의 아버지였다.

말더듬이 족장의 대리자, 말더듬이 병신, 저주받은 족장의 자식. 

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에서 내려와 인간의 영토를 빼앗아 살고 있는 무시무시한 신인류들을 몰아내고 마을 사람들을 정착시킨 위대한 족장의 이면은 어두웠다.

벙어리 족장을 대신해서 앞에 나설 때마다 쏟아지는 치욕보다 더한 동정. 

저런 머저리 같은 아들과 손자를 둔 위대한 족장이 불쌍해 미치겠다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

해를 거듭할수록 신인류에 대한 족장의 증오는 쌓여만 갔다. 

그리고 이젠 그들과 대적해도 지지 않을 힘과 기술이 제 손안에 들어왔다. 

그것을 실행시키기 위해선 먼저 자신을 깔보고 비웃던 놈들로부터 모든 것을 빼앗고, 놈들을 내치고 죽여야 했다. 

그래서 족장 일가의 위엄을 되찾아야 했다.

그런데 마치 신이 도운 것처럼 때마침 저주를 풀 수단을 찾았다.

저주만 푼다면, 말더듬이에서 벗어난다면 제일 먼저 데이비슨의 목을 칠 것이다. 

그 뚱땡이 데이비슨 자식의 목을 커다란 식칼로 난도질하는 상상을 하니, 족장은 무겁게 가라앉았던 가슴이 다 후련해지는 것만 같았다.

바삐 돌아가는 머리를 내색하지 않으며 족장은 다시 제드를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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