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드 앤 매드 (75)화 (76/319)

바라보지 않기 위해 시야를 돌리려 해도 주문이라도 걸린 듯 남자의 뒷모습에서 눈이 떼어지지 않았다. 

불꽃 한가운데의 그가 꼭 신 같았다. 

제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어서 이예주가 헛웃음을 지었다. 

뼛속까지 무신론자인 자신이 신을 다 찾다니. 

그런데 신이 아니면, 대체 저 남자를 무어라 정의할 수 있을까? 

땅을 움직이고 번개를 내리치고, 불덩이를 사막에 깔고.

……이렇게 자신의 혼을 쏙 빼놓는 남자를. 

“캬아! 인간 놈들 당황하는 것 좀 보소!”

언제 다가왔는지 바로 옆에서 중얼거리는 거대 바퀴벌레의 감탄 때문에 이예주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화들짝 놀라 다른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도 잠시, 그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퀴벌레가 말한 당황한 인간들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순간 제 눈을 의심했다. 람이 입이 떡 벌어지는 엄청난 방법으로 사막을 밝히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인간들이 환히 드러났다. 

그들은 꼭 액션 영화에서나 보는 특전사들처럼 모두 완벽하게 무장을 하고 있었다. 

야간 투시경을 차고 총을 들고 있는 인간들이 대략 세어 봐도 오십 명은 족히 넘어 보였다. 

1000년 후로 넘어와 이예주가 지금까지 봐 온 인간들은 모두 거지들처럼 거적때기를 대충 걸친 차림이었다. 

물론 팔족들의 도시를 겪으면서 제대로 된 옷을 입는 인간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하나같이 어디 하나가 결여된 인간들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예주의 눈앞에 현대인들 같은 인간들이 나타났다. 

아무런 기대도 희망도 없던 사막 한복판에. 

그러나 그녀는 그나마 말이 통할 것 같은 인간들을 만났다는 사실보다, 그들이 생각보다 매우 가까운 데에 잠복하고 있었단 사실에 더 충격을 받았다. 

저 많은 인원들이 어둠 속에서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기척 하나 없이 살금살금 다가왔다는 말이 아닌가. 

자신이 조롱이와 깔깔 웃고 떠드는 동안 어둠 한편에선 많은 수의 인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을 거란 생각을 하니, 소름이 다 돋았다.

그때, 밝아진 시야 때문에 잠시 주춤주춤하던 무장 인간들 중 선두에 선 남자 하나가 번쩍 손을 들었다. 

남자가 두터운 장갑을 낀 손가락 세 개를 들었다. 

곧이어 손가락은 두 개, 그리고 하나가 되었다. 그가 마지막 남은 검지를 접고 주먹을 꽉 쥐는 순간. 

두두두두―! 

남자들이 들고 있던 총에서 작은 불꽃이 일었다. 

이예주의 정반대편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람이 서 있는 곳 앞의 모래들이 ‘추와왁―’ 하고 일제히 솟아오르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모래 벽을 만들었다. 

피슉, 피슉. 아슬아슬한 타이밍으로 높이 솟아오른 모래에 총알 박히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듯 선명하게 들렸다. 

이예주가 머리를 감싸 안으며 괴성을 질렀다.

“아아악!”

이게 뭐야? 이게 대체 다 무슨 일이야? 1분, 1초, 눈 한 번 깜짝할 때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촉박한 상황에 눈앞이 다 빙글빙글 돌았다. 

두두두두두두! 피슉, 피슉, 피슉! 

모래 벽 건너편에서는 여전히 총성이 빗발처럼 울렸고, 그에 맞춰 람 앞의 모래 벽에 총알이 박히는 소리도 끊이질 않았다. 

이예주가 잔뜩 겁을 집어먹고 혼비백산할 때였다.

“어억!”

누군가 억센 손길로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눈에 별이 번쩍하고 고통스러울 정도로 강한 힘이었다. 

“누, 누나!”

조롱이의 경악 어린 목소리에 이예주가 간신히 고개를 들었을 때, 그녀는 완전 무장한 남자들 대여섯 명에게 포획되어 있었다. 

이 인간들, 대체 여기까지 어떻게 온 거지? 분명 무장한 남자들은 그들의 반대편에 서 있었다. 그 증거로 여전히 람이 서 있는 모래 벽 바깥에서 ‘두두두두’ 하는 총성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그런데 대체 어느 틈에 이 남자들이…….

“비켜, 황조롱이!”

그 순간, 조롱이 옆에서 씩씩거리며 더듬이를 비벼 대던 바퀴벌레가 성난 황소처럼 그녀를 둘러싼 대여섯 명의 인간들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타깃을 보호하라.”

“라져Roger).”

이예주의 손목을 움켜쥔 군인이 주위의 남자들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그들이 재빨리 거리를 좁혀 그녀를 둘러싸며 철컥하고 총을 장전했다. 

덩치 큰 남자들이 시야를 가렸기에 그녀는 더 이상 조롱이와 달려오는 바퀴벌레를 볼 수 없었다.

“악! 왜, 왜 이래요! 놔!”

그때 이예주의 손목을 잡은 대장급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자신의 등 뒤로 그녀를 거칠게 잡아 세웠다. 

그녀는 반항했지만 억센 남자의 힘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목표물 전방 2미터 앞. 1미터. 3, 2, 1.”

대장급 남자의 카운트다운을 끝으로 ‘두두두두두, 탕탕탕!’ 하고 안 그래도 시끄러운 총성에 총성이 덧입혀졌다. 

이예주가 남은 한 손으로 귀를 틀어막을 때, 그들이 말한 목표물로 추정되는 거대 바퀴벌레가 ‘촤악―’ 모래를 흩뿌리며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거대한 그림자가 머리맡을 덮친다.

“쿵!” 

그 소리와 함께 그림자는 가히 기절할 만한 속도로 그녀를 둘러싼 인간 바리케이드를 단숨에 뚫었다.

“으아악!”

“으윽!”

“아아아!”

진영을 유지하던 남자들이 거대 바퀴벌레에게 압사당하는 끔찍함을 모면하기 위해 비명을 지르며 일사불란하게 흩어졌다. 

그 와중에 손목을 강하게 압박하던 대장급 남자도 이예주에게 떨어져 나갔다. 

거짓말 안 보태고 한 뼘 거리 앞에 바퀴벌레가 떨어졌다. 

육중한 무게를 견디지 못한 부드러운 모래땅이 푹 꺼지며 사방팔방 모래를 튀겨 댔다. 

그 덕에 혼자 남겨진 이예주는 엄청난 모래 더미 속에 파묻혀 버렸다.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어버버 하는 사이, 벌어진 입속으로 모래가 쏟아져 들어왔다. 

물속에 빠진 것처럼 모래 늪에서 그녀가 미친 듯이 허우적댔다.

“푸헉, 푸억!”

“이봐, 인간!”

언뜻 바퀴벌레의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불현듯 그녀의 후드가 무언가로 인해 들어 올려졌다. 

모래 속에 반쯤 파묻힌 채 해롱해롱하던 이예주의 몸 또한 타인의 엄청난 힘에 의해 쑤욱 끌어올려졌다. 

이내 그녀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 코앞에서 바퀴벌레의 홑눈이 뒤룩뒤룩 움직였다. 

후드가 위로 번쩍 들렸기에 웃옷 또한 덩달아 들려 아랫배가 민망한 줄도 모르고 휑하게 드러났다. 

이예주가 멍하니 불쑥 위로 솟은 제 후드를 올려다보았다. 

후드 끝에 걸린 두터운 검은색 더듬이 한 짝이 보였다. 제 몸은 그 바퀴벌레의 더듬이에 매달려 공중에서 달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최악이다. 그것을 자각함과 동시에 이예주의 입에서 한숨과도 같은 신음 소리가 쏟아졌다.

“어억, 우으윽…….”

두두두두, 두두두! 탕, 타당! 

시끄러운 총성이 대왕 바퀴벌레의 아래에서 연신 울려 퍼졌다. 

별안간 바퀴벌레가 집게 같은 입을 양옆으로 ‘찌규 찌규’ 움직이며 이예주에게 소리쳤다.

“던질 테니까 너무 겁먹지 마, 인간! 정신 놓지 말라구!”

천둥처럼 우렁찬 목소리였으나 패닉 상태에 빠진 이예주의 귀에 그것이 들릴 리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퀴벌레는 성실히도 자기가 말한 바를 지켰다. 

“에잇, 귀찮은 인간 놈들.”

털이 수북이 나 있는 앞발로 간지럽지도 않은 총알을 쏘아 대는 인간 몇 명을 내리치며 대왕 바퀴벌레가 고개를 왼쪽으로 세게 돌렸다. 

이예주를 매단 더듬이가 허공에서 반 바퀴를 휙 돌았다. 

대왕 바퀴벌레가 다시 고개를 휙 돌리면서 엄청난 반동력으로 그녀를 던졌다. 

“받아라, 황조롱이!”

마치 활공하는 로켓처럼 이예주가 허공을 가르며 쏜살같이 날아갔다. 

칼바람이 얼굴을 마구 스치고 지나갔다.

핏발 선 채 부릅뜬 이예주의 눈에 그녀를 바라보며 당황한 표정을 짓는 조롱이가 보였다. 

보잘것없어 보였던 신체 일부 변화 능력을 나름대로 열심히 써먹고 있었는지 그의 양쪽 손이 모두 노란색의 매의 발로 변해 있었다. 

조롱이와 충돌하기 직전이었지만, 그는 이예주를 받을 자세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입을 떡 벌리고 있는 황조롱이의 얼굴이 점차 클로즈업 되었다. 

점점. 점점. 점점.

“아, 아아아아악―!”

거센 바람에 소리도 못 내고 있던 이예주에게서 그제야 비명 소리가 트였다. 

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그녀가 조롱이와 충돌하기 일보 직전, 조롱이의 뒤에서 검은 인영이 허공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허, 흐억! 윽! 악!”

그녀의 몸은 누군가에게 붙잡혀 억세게 모래 바닥을 뒹굴었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목구멍 그득 들어차는 모래에 이예주는 이곳이 이승인지 저승인지조차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눈앞이 혼미해졌다. 

“어으, 어흐으…….”

다 죽어 가는 소리로 앓던 이예주가 정신을 채 챙기기도 전에, 그녀를 낚아채어 같이 굴렀던 누군가가 그녀를 번쩍 쳐들어 제 옆구리에 끼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예주의 몸이 힘없이 덜렁거렸다.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허으, 허어…… 엄마…… 사, 살려 줘…….”

“여기서 정신 놓으시면 안 됩니다. 조금만 버티십시오.”

귀에 물이 들어찬 듯-실제로는 모래가 가득 들어찬 상태였다- 먹먹한 머릿속에 정중하지만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이예주는 흔들리는 목을 추스르며 간신히 고개를 들었다. 난생처음 보는 남자가 자신을 대충 허리에 끼고 내달리고 있었다. 

그녀를 들고 달리기가 꽤 여의치 않은지 남자의 입에서 연신 헉헉 하고 숨넘어가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얼마나 대충 멘 건지, 그사이에도 그녀의 몸은 끈 떨어진 인형처럼 끊임없이 덜렁거렸다. 

이예주가 지진 나듯 흔들리는 시야 때문에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작게 속삭였다.

“누, 누구…….”

“우리는 구원자님을 구출하러 온 구조대입니다. 능선 넘어 구조 헬기가 있습니다. 그곳까지 제가 안전히 모셔다드리겠…….”

“데려가긴 어딜.”

근방에서 남자의 말을 끊는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현듯 흔들리는 시야가 멈췄다. 남자가 이예주를 안고 달리는 것을 우뚝 멈춘 탓이었다. 

그녀는 흘끗 위를 올려다보았다.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고글을 쓰고 있고 아래에서 올려다본 탓에 그의 각진 하관밖에 볼 수 없었다. 

아까 그녀의 손목을 억세게 잡아챘던 대장급의 사내인 것 같았다. 

이예주는 허옇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힘겹게 쳐들었다. 그들의 전방에 장신의 남자가 귀신처럼 서 있었다.

“감히.”

부드득. 이를 가는 소리가 들렸다. 

자신을 향한 살기가 아님을 알고 있음에도 온몸에 파고드는 한기 때문에 이예주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것은 그녀를 짐짝처럼 옆구리에 끼워 든 남자도 마찬가지인 듯싶었다.

“기생충만도 못한 것들이 감히 누구의 것을 탐내는 건지.”

이예주는 멍하니 생각했다. 기생충만도 못한 것들이 제발 저까지 싸잡아 포함한 게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어둠 속에서 남자의 시뻘건 눈이 살기등등하게 번쩍였다. 

그 흉흉한 모습에 그녀는 제 잘못이 아닌데도 울고 싶어졌다. 

“머리통을 깨부숴서.”

남자가 한 발 한 발 다가왔다.

“네놈의 뇌를 꺼내 직접 새겨 줘야 좀 알아 처먹을 것 같군.”

람이, 이예주에게로.

다가오는 람의 눈이 이글이글 들끓었다. 이예주는 혼이 나간 얼굴로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

“역시 쉽지 않군.”

옆에서 들려오는 낯선 목소리에 그녀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렇다. 자신은 여전히 무장한 남자의 옆구리에 대충 끼워져 있었던 것이다. 

이예주가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밝았던 시야가 한층 어두워져 있었다. 

이 무장한 군인 남자가 이예주를 들고 뛴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조롱이와 대왕 바퀴벌레가 있는 곳과는 엄청나게 멀리 떨어져 있었다. 

얼마나 멀리 뛰어온 건지 타들어 가는 불덩이들도 보이지 않았다. 

조롱이로 추정되는 인영은 이미 점이 되어 잘 보이지 않았다. 대왕 바퀴벌레 또한 힘겹게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머나먼 거리였다. 

람은 그렇다 쳐도, 이 남자는 어떻게 이렇게 멀리까지 뛰어올 수 있었던 거지? 

그 짧은 새에 인간이라면 이렇게 멀리까지 뛰어올 수 없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을 옆구리에 낀 채로 이렇게 멀리까지…….

이 괴물 같은 놈은 대체 뭐야? 

그녀는 경악 어린 눈으로 군인 남자를 다시금 올려다보았다. 

남자가 그런 이예주의 시선을 느낀 건지 잠시 고개를 내려 그녀를 쳐다보는가 싶더니, 결연하게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안 되겠습니다. 플랜 B로 작전 변경합시다.”

아니, 플랜 B도 있었어? 그럼 지금까지 말 한마디 없이 무작정 기관총부터 쏴 갈기던 것도 모두 작전에 의해 이루어진 짓거리였단 말인가?

이예주는 군인 남자의 괴물 같은 달리기 솜씨를 알아챘을 때보다 더욱 소스라치게 놀랐다. 

대체 이 인간들은 또 어떤 괴기스러운 힘을 가진 집단이란 말인가. 

그녀가 갑자기 등장한 인간들에 대해 잠깐 생각할 때, 그녀를 둘러메고 있는 남자가 반대편 허리춤에서 뭔가를 번쩍 꺼내 들었다. 

팔뚝만 한 크기의 커다란 뿔각이었다. 

부우우― 부우, 부우우― 부우우―.

남자가 힘차게 뿔각을 불어 대었다. 크기 값을 하는지 뿔각에서 엄청난 소리가 쏟아져 나와 이예주의 고막을 괴롭게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허한 사막에 울려 퍼지던 뿔각 소리가 잦아들었다. 사방이 고요해졌다. 

이예주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위를 훑어보았다. 

방금 전까지 만해도 연달아 들리던 시끄러운 총소리조차 완전히 멎은 상태였다. 마치 사막의 소리를 뿔각이 앗아 가 버린 듯. 

침묵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져 버렸다. 

어디선가 소리가 들렸다. 아니, 그것은 소리보다는 진동에 가까웠다. 

쿠궁, 쿠구궁. 

아주 먼 곳에서부터 희미하게 울리는 작은 진동에 이예주가 미간을 찌푸렸다. 

너무나도 미세해서 제가 듣는 것이 진짜인지 착각인지도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생각이 우습게도 진동을 동반한 소음은 빠른 속도로 커졌고 점점 가까워졌다. 

두두두, 두두두두두. 

마치 거인이 온 사막을 헤치며 뛰어오는 것 같았다. 

마침내 진동이 그녀의 온몸을 타고 흐를 때쯤, 그들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람의 뒤에서 모래가 ‘쾅!’ 하고 커다란 소음을 내며 폭발했다. 

순식간에 뿜어져 나오는 매서운 모래 연기에 람의 모습이 사라졌다. 

이예주의 입에서 비명이 절로 터져 나왔다.

“라, 람!”

“끼기, 기기기기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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