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상상도 못 한 ㄴㅇㄱ
간밤의 사건에도 아침은 어김없이 왔다.
싸구려 커튼으로 다 가려지지 않은 햇빛이 눈꺼풀을 찔렀다. 찬영은 발가락으로 꼼지락꼼지락 이불을 밀며 눈을 떴다. 머리가 열이 나는 것처럼 아팠고 속도 좋지 않았다. 어제 얼마나 마셨더라…. 매트리스 아래 찬 바닥에 몸을 대고 있으니 좀 나아서 몸을 만 채 가만히 있었다.
그러길 몇 분. 어젯밤 일이 영상화되어 머릿속을 지난다. 드는 생각은 딱 한 가지였다.
좆 됐다.
어느 평일 아침 창밖에서 들리는 새 소리를 듣고 일어났을 때보다 더 좆 된 기분이었다.
진짜… 미친 새낀가? 아니면 개또라인가? 뭐 만족스러워? 밀어내지 않는 게 마음에 들어? 있었는지도 몰랐던 욕망은 너무 투명해 웃기지도 않았다.
찬영은 딱따구리처럼 벽에 머리를 박았다. 쿵. 걍 뒤져야지 뭐. 동명이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반복적으로 들렸다. 쿵쿵. 형은 당연히 놀랐겠지. 쿵. 떨어지고 나서도 고장 난 채로 멈춰 있던 은석을 본 것도 같다.
몇 번이고 마른세수를 한 끝에 연 냉장고에는 어제 은석이 사 준 숙취해소제가 그대로 들어 있었다. 그걸 보고 있으니 마음이 더욱 착잡했다.
은석은 저런 사람이었다. 누가 봐도 술에 꼴아가지곤 안 취했다고 빡빡 우기는 진상에게 숙취해소제를 쥐여 준 것도 모자라 걱정된다며 집 바로 앞까지 데려다주는.
그러니 뚜껑을 따서 마시는 내내 할 수 있는 건 자학밖에 없었다. 인생 최대의 실책이었다. 갓 스무 살이 술이 나인지 내가 술인지 헷갈릴 정도로 퍼마시고 실수한 거라면 참작의 여지라도 있지. 그러나 찬영은 갓 스무 살에서 벗어난 지 오래였고 이건 술 먹고 저지른 실수 정도로 넘길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어제 연락처를 받았었나?
그랬던 것 같다. 연락처를 받고 처음으로 해야 하는 연락이 고작 사과라니. 괴롭게 들여다본 핸드폰엔 이미 은석의 라톡 메시지가 와 있었다.
ㄱㅇㅅ 형: 많이 마신 것 같던데
ㄱㅇㅅ 형: 일어나면 연락 줘
좀비마냥 초조하게 방 안을 돌아다니던 찬영이 우뚝 멈췄다. 화를 낸다거나 다시는 보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다거나…. 예상했던 그런 식의 말은 하나도 없었다. 메시지 내용은 평소와 같이 깔끔했고 오히려 그래서 더 무서웠다.
읽었으니 대답은 해야 할 텐데.
어제 일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밀고 갈까?
얍삽한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하지만 찬영이 거짓말을 못하는 건 둘째치고 취중 뽀뽀라는… 그런 미친 짓을 해 놓고 이제 와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양심을 가진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었고 이번 같은 경우는 그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럼 은석에게 정말로 무슨 욕을 들어도 싸다.
우선 세수와 양치부터 하고 다시 핸드폰을 켰다. 무의식적으로 나온 한숨에는 아직도 술 냄새가 배어 있었다. 찬영은 시무룩하니 앉아 메시지를 한 자 한 자 적었다.
정찬영: 형 어젯밤에 내가 마음대로 뽀뽀했던 거... 사과할게 진심으로 미안해 술에 취했든 말았든 그럴 것 같았으면 알아서 조절해야 하는 게 맞는데 내 잘못이야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 없을 거고
정찬영: 불쾌했지 미안
머뭇거리다 한마디를 더 썼다.
ㄱㅇㅅ 형: 뭐라고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ㄱㅇㅅ 형: 불쾌했던 것도 아니고
핸드폰으로 뭘 하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빠른 답장에 심장이 덜커덕 내려앉았다. 그럼?
ㄱㅇㅅ 형: 하나만 물어봐도 돼?
ㄱㅇㅅ 형: 말 안 하겠다고 했던 술버릇이
ㄱㅇㅅ 형: 어제 그거였어?
…갑자기 웬 술버릇? 필름이 끊긴 건 아니었지만 어젯밤 일은 기억이 드문드문했다. 찬영이 고개를 위로 쭉 뺐다. 되짚어 보니 술버릇이 있는데 쪽팔리니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것 같기는 했다. 은석은 그걸 뽀뽀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변명하기도 한결 쉬워진다.
정찬영: 응 ㅠ
ㄱㅇㅅ 형: 아하...
ㄱㅇㅅ 형: 진짜 실수였나보네
천지인 자판 위에서 손가락을 맞대고 문지르던 찬영이 멈칫했다. 이상하게 은석이 아니라고 말해 주길 바라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은 메시지에 그런 내용이라고는 없는데도.
그렇지만 실수였다고, 술버릇이라고 해야 하는 게 맞았다. 적어도 지금 상황만큼은 그랬다. 술버릇이 아니라고 한다면. 사실 좋아해서 그랬다고 고백이라도 터뜨리게?
은석에게 마음을 드러낼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고 드러낸다 하더라도 고작 이런 식으로, 술 먹고 멋대로 뽀뽀하고 다음 날 좋아한다고 말하는 이런 최악의 방식으로 드러낼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어차피 결과가 같은 거절이라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고백에도 상대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혼자만 털어놓고 시원해진다고 다가 아니었다.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계속해서 사과하는 것.
어쨌든 정말 미안하고, 뭐라고 하든 달게 받겠으며,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라는… 종합하면 그런 내용의 메시지를 십수 개는 보냈다. 짜증이 날 법한 구구절절한 문장에도 은석은 너그러웠다.
ㄱㅇㅅ 형: 이제 그만
ㄱㅇㅅ 형: 괜찮아 ㅋㅋㅋㅋㅋㅋㅋ
ㄱㅇㅅ 형: 이걸로 화 안 났으니까 신경 쓰지 말고
ㄱㅇㅅ 형: 근데 조심하긴 해야겠더라
ㄱㅇㅅ 형: 다른 사람들이랑 있을 땐
정찬영: ㅠㅠ 넵
뼈가 있는 발언이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 고개를 푹 수그렸다. 앞으로 형 앞에선 절대 술 먹지 말아야지…. 찬영이 다시 한번 다짐했다.
* * *
[오재원: 찬영아]
[정찬영: 넵]
[오재원: 오늘 약속 있어?]
회사에서 오후 두 시 반에 약속 유무를 묻는 이유는 뭘까. 약속이 없어도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은 불길함이 몰려왔다. 은근히 무심한 오 대리가 갑자기 ‘요새 힘들지? 술 한잔 할까?’와 같은 팀장스러운 짓을 할 리도 없고.
찬영의 등이 쭈뼛 섰다. 이럴 때면 꼭 무슨 이벤트가 벌어지곤 했는데.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야근이라거나 돌발 회식이라거나.
오늘 집에 일이 있어서|
세펠리오를 지켜야 하는 모험가로서 둘 다 오바였다. 하필 오늘은 일일 퀘스트도 다 못 했다. 까딱했다간 집 도착 시간이 자정을 넘길지도 모른다.
슬프게도 엔터를 치기 전 도착한 메시지가 더 빨랐다.
[오재원: 있음 취소해야 할 듯]
[오재원: 오늘 회식한다네]
[정찬영: 오늘이요?]
[오재원: ㅇㅇ]
[오재원: 본부장님이 오전에 오셔서 다섯시에 회의 잠깐 하고]
[오재원: 회식하러 가자고 하셨음 ㅋ;]
‘있음 취소해야 할 듯’이라고 쓰인 메시지를 여러 번 반복해 읽었다. 그럼 애초에 약속 있냐고는 왜 물어본 거지?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눈치 없이 ‘네 절대 취소할 수 없는 약속이 있어서요’ 할 수는 없게 됐다. 팀 회식도 거절이 어려운 판에 본부장이 특정 부서와 만든 자리에서 제일 말단이 빠진다? 본인이나 직계 가족의 경조사 문제가 아닌 이상에야 두고두고 말이 나올 일이었다.
[정찬영: 장소는 정해졌을까요? 아니면 찾아보고 제가 예약하겠습니다]
[오재원: 이미 정해졌어]
[오재원: 내가 예약함 ㅎ]
[오재원: 저번에 갔던 그 횟집]
[정찬영: 오]
[정찬영: 거기 완전 좋죠]
지금까지 보냈던 메시지 중 가장 진심이 담긴 내용이었다. 회식 장소를 정하는 일만큼 스트레스도 없다. 맛이 없으면 맛이 없다고 난리, 시끄러우면 시끄럽다고 난리, 비싸면 비싸다고 난리…. 그나마 그 까탈스러움에서는 해방된 셈이었다. 게다가 횟집이라면 고기를 구울 걱정도 하지 않아도 됐다.
다섯 시 회의실이라면 제법 시간이 빡빡하다. 업무는 미리 정리해 둬야 할 테고. 기안서와 견적서, 물가 정보 사이트를 뒤지는 찬영의 눈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은석이 형: 바빠?
화면 아래에 뜬 팝업 알림을 누른 건 그러던 중 벌어진 실수였다.
빠르게 대화 창을 끄려고 했지만 은석의 메시지 오른쪽 1은 이미 사라진 후였다.
너무 빨리 읽은 것 아닌가? 직장인은 회사에 있을 때 연락이 가장 잘 된다지만 정도가 있지. 아무리 봐도 기다린 것 같았다. 썸을 타는 것도 아닌데 연락 텀에 무슨 의미가 있을진 몰라도 은석의 이런 일상적인 라톡에 답장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는 여전히 많은 고민이 필요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날 이후 당연히 은석과는 어색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찬영이 둘러댄 변명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 불편했을 테니까. 일을 저지른 당사자로서 먼저 연락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은석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종종 라톡을 보내곤 했다. 내용은 대부분 사소했다. ‘뭐해?’라든지, ‘밥 먹었어?’와 같은 일상에 관한 것들. 은석이 무슨 생각인지는 몰랐다. 그냥 그날 일로 더 이상 불편해하지 말자고 보내는 게 아닐까 짐작만 할 뿐이지.
방금 메시지도 그 일환인 듯했다. 찬영은 키보드에 손을 올린 채 한참 고민했다.
정찬영: 그렇게 바쁘진 않은데
은석이 형: 그럼 오늘은 정시퇴근?
은석이 형: (이모티콘)
하얀색 메시지 바로 아래 커다란 곰돌이 하나가 춤을 춘다. 이모티콘도 쓰는 건 처음 보는데 역시 귀엽다. 볼이 기분을 숨기지 못하고 씰룩거렸다. 여기는 회사니까. 찬영은 괜히 헛기침을 했다.
정찬영: 아쉽게도 방금 전에 오늘 회식이라고 얘기 들음~
정찬영: 약속 있어도 취소하라길래
정찬영: 없다 했어 ㅋㅋ
은석이 형: ;;그냥 통보네
은석이 형: 당일 회식이 제일 반응 안 좋던데
정찬영: 안 그래도 퇴사각 재는 중이야
은석이 형: ㅋㅋㅋㅋ ㅠㅠ
요즘 같은 취업난에 당연히 농담이다. 은석도 이해했는지 ‘ㅋ’과 ‘ㅠ’가 섞인 답장을 보냈다.
은석이 형: 팀장이랑 같이 가는 거면 술 먹이는 건 아니지?
정찬영: 우리 술 강요는 원래 없어
은석이 형: 다행이다
정찬영: 어차피 팀장님도 술 잘 못 드심
정찬영: 그리고 오늘은 본부장님도 참석하실 거라 ㅎㅎㅎ
은석이 형: ㄷㄷ 그건 좀 별로네
은석이 형: 아니면 팀장 커버해줘서 차라리 나은가?
정찬영: 그렇지
오후 다섯 시, 팀원들 중 제일 먼저 회의실에 들어간 찬영은 테이블 위로 회사 로고가 크게 그려진 다이어리를 펼쳤다. 회의라지만 칠에서 팔 할쯤은 농담 따먹기인 내용들 중 귀에 들어오는 몇 가지 단어들만 써 넣는다. 당연히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는 아니었고 열심히 듣고 있다는 티를 내기 위함이었다. 아무리 회의 내용이 구매 원가 절감(특: 구체적인 방안은 없음), 업무 효율화 증대(특: 이하 동문)…. 이런 초등학생들이 들어도 당연할 겉핥기식이라고 해도 딴짓을 할 수는 없으니까.
은석이 형: 회의 중?
정찬영: 엉..방금 끝
정찬영: ㅈㄱㄴ짜 노잼
정찬영: 살려줘
긴 바늘이 8에 닿자 본부장과 팀장이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나가면 회식은 여섯 시쯤 시작일 텐데 끝나는 건 언제려나. 경험적 추론에 의하면 최소한 열 시다. 사실 열 시나 열한 시 정도에만 끝나도 그날은 성공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 이상으로 넘어가면 택시비야 지원해 주겠지만 집 도착 시간이 너무 늦을 테니까.
은석이 형: 고생했어
정찬영: 이제 회식하러 감 ㅠ
정찬영: 지하철 막차 시간 전까지만 끝났으면
핸드폰 상단에 은석의 답장과 아군 단톡방 알림이 동시에 울렸다.
은석이 형: ㅠㅠ
정선빈: @은석이 형 님
정선빈: https://m.outven.co.kr
/board/labia/free/2292731
정선빈: 방금 패치 뜨고 난리났는데 봤음?
정선빈: 갠톡 ㅈㄴ 안 보네
선빈의 메시지에는 평소와 달리 장난기가 없었다. 패치? 편의성 업데이트라도 한 건가? 아웃벤 링크를 보낸 걸 보면 또 뭔가 싸움이 터진 모양인데….
찬영은 슬쩍 앞서 걸어가는 본부장과 팀장을 곁눈질했다. 대리도 한 뼘은 떨어져 있고, 잠깐 핸드폰 좀 들여다본다 해서 지적받을 일은 없을 듯했다.
그리고 선빈이 보낸 링크를 열어 봤을 때 보인 건….
[수다] 윈런은 이대로 나락행이네 [102]
패치 공지 캡처.jpg
3-4. 윈드 러너
윈드 러너는 현재 낮은 리스크로 당초 의도했던 것 이상의 높은 성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스킬 데미지 하향과 유틸리티 효율 조정을 통해 타직업과의 밸런스를 맞추고자 합니다.
- 각성 스킬 [돌풍] 데미지가 20레벨 기준 5,600%에서 5,180%로 감소됩니다.
- 각성 스킬 [바람 방벽] 사용 시 생성되는 쉴드의 지속 시간이 20초에서 15초로 감소됩니다.
- [바람의 기운] 공격 범위가 기존 대비 약 15% 감소됩니다.
ㅋㅋㅋㅋㅋㅋ 보스 사냥 골고루 조져놔서 웃음도 안 나옴
상상도 못 했던 밸런스 패치였다.
[수다] 개씨발좆같은 새끼들아 [22]
아수라 파이터 이 개씹오밸 좆사기캐들은 뒤져도 너프 안 하더만 너프할 게 없어서 윈런을 너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씨발 니들이 사람새끼냐? 사람새끼냐고 씨발놈들아 사출기 질질 흐르는 거 개선해달라고 목 터지게 말해도 쳐듣는 시늉도 안하던 역겨운 벌레 새끼들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좆런은 거지같아도 악으로 깡으로 버티라 이거임?
이딴 개쓰레기 직업 애정 하나로 아직까지 못 접은 내가 병신이지 씨발... 게임 망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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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좋은데 타직업 얘기는 왜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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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ㅋㅋㅋ 딱 보니까 아수라 아님 파이터 같은데 그냥 가던 길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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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징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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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징으로 니 대가리부터 깨기 전에 꺼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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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도 그렇고 댓글도 그렇고 입에 걸레를 물었네 잘 가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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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그럼 씨발 이 상황에서 욕을 쳐안할수가 있을까요?
[수다] 패치 노트 다시 봐도 씁쓸하네요 [34]
의도했던 것 이상의 높은 성능이라는 것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뭐 그러려니 하겠는데
그럼 딜만 너프하면 되지 바람방벽이나 기운은 왜 건드리는지...
진짜 접어야 할지 착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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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바닥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밑에 지하가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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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몰라서 물어보는데 지금 윈런 성능이 저렇게 너프 먹어야 할 정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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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 인식만큼 쓰레기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함 근데 너프급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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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딜보다 유틸 너프가 훨씬 치명적임 데미지 숫자놀이로 너프시키는 건 다시 상향 받기도 쉬움 근데 유틸 스킬을 건드렸는데 롤백해준다? 내가 알기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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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턴 다 피하면서 온갖 똥꼬쇼해서 딜 넣어도 산책딜한 파이터한테 밀리는 게 팩트인데
[수다] 윈런 너프해달라고 1일 1문의 넣었는데 [66]
레비아 공홈 문의글 캡처.jpg
레비아 공홈 문의글 캡처.jpg
대걸 영상이랑 아웃벤 링크도 보내고 ㅋㅋㅋㅋㅋㅋ
이제야 너프먹었네 ㅅㅅㅅ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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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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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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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새끼들은 대체 뭐가 문제임? 윈런도 아닌데 개씹역겹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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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봐도 시궁창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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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수게에서 상향해달라고 징징거리는 거 보기 싫었는데 잘 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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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새끼도 같이 문의넣었네 씨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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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런은 예전 데아 최종 보스 시절부터 약코 오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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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우리가 언제 약코했는데? 분탕충들 빼고 윈런 중에 상향해달라고 징징거린 사람이 어딨음 니들 생각보다 나쁘지 않으니까 제발 하라고 할 때는 구려서 안한다더니 이제 와서 약코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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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벤이 아웃벤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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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윈런이 프리스트보다 약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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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따지면 직게에서 약코 안하는 직업이 있긴 함? 파이터 아수라도 눕는 게 직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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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지랄을 한다 ㅋㅋㅋ 병신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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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님 문의글 보고 너프한 거라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거임? 너프해도 내부 지표로 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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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싸지른 거 보니까 벌레이더네 제발 벌레이더 관짝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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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 블레이더 아니고 도적 직게에서도 유명한 분탕러임 전국블레이더협회는 윈런 하향 롤백을 적극 지지하는 바입니다
[윈드러너] 윈런 개같이 멸망 [16]
대걸 방송 보고 성능 좀 괜찮아졌나 했는데 어림도 없지 바로 너프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냥 너프도 아니고 팔다리 다 잘렸죠? 역시 궁1수는 하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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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윈런이 레인저보다는 나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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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궁금해서 그러는데 레인저들은 입 안 닥치면 죽는 병이 있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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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들이 똥캐라는 데 자부심갖고 있어서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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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프됐어도 바람 방벽은 전직업탑급 쉴드기인데.. 이걸 들고 팔다리 잘렸다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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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역겹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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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들이 뭐라하든 현실은 이미 윈런 매물 쏟아지는 중
[수다] 걍 문의를 넣으라니까? 여기서 징징거리지 말고 [20]
아직 본섭 넘어오지도 않았는데 징징대는 놈들 존나 많네
꼬우면 파엘아 키우든가 어차피 다 애정때문에 하는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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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런 삭제하고 직변권 좀 파이터로 넘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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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네 문의글 처리 속도 너무 느려서 안 됨 한달전에 보낸 것도 아직 안 읽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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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정 있어서 키우는 거면 이 따위로 패치해도 웃고 넘겨야 함? 좆같은 논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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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우면 파엘아 키우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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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도 이런 애들이 있으니 밸패가 이 모양인 듯
[윈드러너] 너프 당하고 빡친 건 알겠는데 팔다리 다 잘렸다는 건 개씹약코지 ㅋㅋㅋㅋㅋ [10]
레인저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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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윈런이 너프 먹어도 레인저보단 낫다는 거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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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인저가 머리 하나 남았다고 윈런이 팔다리 안 잘린 게 되냐
[윈드러너] 윈런 너프? 해도 됨 ㅇㅇ [71]
대신 다른 애들도 전부 너프해야지 주력 딜링기 유틸기 데미지 쿨 다 박살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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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되면 지 일 아니라고 입 다물고 있던 직업들 뭐라 하는지 볼 만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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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인저,비스트테이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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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다른 직업 알 바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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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심에 손 얹고 레인저랑 비테가 다른 직업이랑 같이 묶여도 된다 봄? 그 둘은 이미 딜 구조 다 박살 남 너프 전 윈런이랑 비교도 안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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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아니 그니까 그 둘이 딜이 박살났든 구조가 박살났든 내 알 바 아니라고ㅋㅋㅋㅋㅋ 윈런은 그럼 너프당할만해서 이 꼴 났나 님이 레인저인지 비테인지는 모르겠는데 억울하면 내 글에서 개소리하지 말고 새로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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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아웃벤에서 이런 글 써서 좋을 게 없습니다. 여론 모아서 롤백시키려면 윈런만으로는 절대 안 되고 타직업 유저들한테 도와달라 해야 하는데 이러면 싸움만 나요... 저도 윈런 유저로서 안타까워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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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윈런 유저라니 더 잘 아시겠네요 저라고 뭐 처음부터 이런 글 썼겠습니까 근데 지금 자게 한 번 보세요 이번 너프 가지고 뭐라고 하고 있는지 ㅋㅋㅋ 그냥 레비아는 유저 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는 듯 전 그냥 욕 먹어도 하고 싶은 말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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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ㅠㅠㅠㅠ
[수다] 소신발언) 솔직히 그 시골섭 유저가 [163]
140조라고 입만 안 털었어도 너프는 안 먹었을 거라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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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패 때마다 분탕러 새끼들 존나 많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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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0조 얘기는 대걸이 먼저 물어봐서 대답한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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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대걸이 물어본 거 맞음 근데 140조라고는 안 해도 됐을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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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뭔 병신같은 소리임? 님은 그럼 사격이 그 상황에서 거짓말을 했어야 한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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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거짓말했어야 된다는 게 아니라 굳이 구체적으로 대답해줄 필요는 없었다고... 둘러댈 수 있는 말도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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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신발언특) 개소리해놓고 소신발언 이지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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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ㄹㅇ 소신 발언도 사회적 정치적으로 영향력 있는 사람이 해야 소신 발언이지 ㅋㅋㅋ 방구석개찐따히키코모리들이 소신 발언한다고 글 싸지르는 거 보면 그냥 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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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다들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사격 잘못이라는 게 아니라 인정할 건 인정하자는 뜻이었음 사격이 그 딜이 얼마나 높은 건지 모르고 말했을 것 같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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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다 읽어봤는데 님 말씀이 맞다고 해도 게임사에서 초고스펙 유저 하나가 뽑아낸 딜량을 보고 밸런스 패치를 진행한 게 문제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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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ㅆㅂㅋㅋㅋ 와 이걸 사격한테 뭐라하는 애들이 있네 초딩게임 초딩게임 ㅇㅈㄹ하더니 진짜 머가리 수준이 초딩이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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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은 커졌어도 머가리는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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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동행 하드 나메 솔플 영상 올라오고 비테 너프 먹었을 때랑 똑같은 상황인 듯 그때도 여론 이 꼬라지 났음
[윈드러너] 너프 당할 만 했다고 봄 [98]
사격 하드 나메 솔플 영상 움짤.gif
그동안 바람 방벽으로 꿀 빠는 애들 많았던 건 맞음
남들 한 틱 맞으면 바로 가는 패턴도 방벽 켜져 있으면 안 피하고 쳐맞딜[8]해도 살 수 있었으니까
유저 저격 패치 같이 돼서 좀 구리긴 한데 140조 얘기도 그 파티에서 넣은 거면 말도 안 되는 것도 맞고
생존성도 좋은데 딜도 좋다? 그럼 너프는 당연한 수순이지
물론 바람 기운 범위는 왜 너프했는지 이해도 안 되고 그건 롤백해줘야 한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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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맞지 지금까지 나온 글 중에 제일 객관적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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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ㄹㅇ 지금 윈견들 하는 꼬라지 보면 어이가 없음 비테처럼 3연너프 먹은 것도 아니고 ㅋㅋㅋㅋ 직업 이해도도 ㅈ도 없어서 너프라니까 그저 쳐드러눕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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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그럼 이유라도 제대로 말해주든가
납득할 수 있게 뭐라도 설명을 해줘야 할 거 아니야 그럼 덜 빡치기라도 하지
열심히 키우는 유저들이 있는데 ‘의도했던 것 이상의 높은 성능’ 이딴 식으로 한 줄 띡 쓰면 끝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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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짤 나메 레이저 씹은 거임? 개사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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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견들이 유사 무적기라고 눈 까뒤집고 쉴드 ㅈㄴ 치는데 개소리고 팩트는 무적기 이상임 괜히 사격이 보스 타임 어택 기록 갈아치우고 다닌 게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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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발 모르면 아닥 좀... 찐 즉사기는 못 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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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견 바퀴벌레들 여기도 어김없이 출몰하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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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퀴벌레는 너고 씹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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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러는데 윈드러너 개선해달라고 했다고? 양심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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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랭커들도 의외로 자기 직업만 키워서 다른 직업 잘 모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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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장 아웃벤만 해도 그 직업 안해보고 무지성으로 댓글 싸지르는 빡대가리들 존나 많음 댓글 쓸 때마다 옆에 직업이랑 레벨 나오게 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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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파티에서 140조 넣는 게 말이 안 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파이터 아수라 이 새끼들은 뭐임? 이 새끼들 하향 안 하고 처냅두는 건 이 씨발 말이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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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걔네는 140조 못 넣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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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주면 몰라도 도부는 2페에서 뒤졌는데 이걸 비교질을 쳐하네;; 애초에 세에레 1 2페 체력 합이 160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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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좋은 애들은 그대로 냅두고 안 좋은 애들 상향시키면 안 되나... 이렇게까지 싸울 필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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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 개나 소나 다 세에레 잡을 듯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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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모르시는 분인가본데 상향평준화하다가 데미지 인플레 오면 게임 망해요 알피지에 너프가 왜 있겠음 다 컨텐츠 좆모 속도 조절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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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 꼬라지 보니까 왜 사격이 욕 먹고 있는지 이해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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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런 한 달 전만 해도 쓰레기직업이라지 않았나 여론 뒤집히는 거 개무섭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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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사기직업을 개사기직업이라고 했을 뿐인데 무슨 문제라도?
[수다] 193 윈런 캐삭함 [11]
캐릭터 삭제 완료 캡처.jpg
ㅇㄱㄹ 아님
잘 가라 함께 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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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응 겨울 패치 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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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삭은 하지 말고 레비아만 지우시지... 내가 이랬다가 복귀할 때 개같이 후회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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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다시는 이 게임 안 돌아오려고 합니다. 게임 삭제만 하면 또 하려고 들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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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어차피 다시 돌아올 거라고 조롱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응원함 기왕 캐릭터 삭제까지 하신 거면 후회하지 말고 영원히 탈레하시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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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감사합니다.
[윈드러너] 사격 컨도 과대평가라니까 [7]
돈으로 처바르면 그걸 누가 못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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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7) 등록순 최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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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얘 왜 이렇게 빨아주는지 잘 모르겠음 레비아 같은 딜찍누 겜에서 컨이 뭔 소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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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ㄹㅇ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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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말 하는 새끼들 장담하는데 사격 영상 한 번도 안 봤다 한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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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차피 걔도 이십 대일 텐데 금수저백수충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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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간 관종 같기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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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그로들 각도기 못 재고 신났네
[윈드러너] 난 그냥 다른 직업 했으면 좋겠음.... [36]
나야 51층 따리고 그 분 돈 쓴 거 십분의 일만큼도 안썼을 거임
윈런 처음 나왔을 때부터 키운 것도 알고 있고 신규 각성 스킬 나올때마다 딜사이클 연구해서 공유해주는 것도 고마움 근데 이제 안했으면 함 아니면 영상이나 글을 올리질 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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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6) 등록순 최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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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말이 없다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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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성 좆되네 개선안 써줄 때는 뭔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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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밸패 등신같이 한 건 온더넷인데 욕은 사격이 다 먹는 현실 ㅋㅋㅋㅋ 니들은 앞으로 레비아 운영 욕하지 마라 니들 수준에 딱 맞는 운영인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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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저격 패치한 온더넷이 제일 문제 맞음. 그걸 누가 모름? 근데 사격이 뭐 하나 올릴 때마다 아웃벤에서 말 나왔던 것도 팩트라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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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공겜 유저 수준
[레비아 커뮤니티][건의 게시판] 안해안해
작성자: 김예준짱팬
돈없는 학생들은 어쩌라구...고자본만 보구 무자본 다 죽이는게임...박탈감때문에 정떨어지네요. 앞으로그냥 이겜 안하려고합니다. 온더넷은정신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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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시야스: 너는 그냥 접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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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급열무: 학생이시면 망겜 접고 공부나 하세요;;
[레비아 커뮤니티][건의 게시판] 레비아 망하는 소리 들리네요.
작성자: jk_펜서
어디 ㅈ소에서 운영해도 이것보단 낫겠네요. 이딴 쓰레기게임이 어떻게 십몇년을 운영했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갑니다. 돈벌려고 캐시템만 자꾸 만들고 캐시템 만드는 팀이 운영팀보다 두 배는 많을 듯. 계속 이럴 거면 그냥 섭종이나 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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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인저034: 겜알못들이 운영해서 그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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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윈런이이에용: 나도 윈런인데 난 괜찮던데... 뭐 사람마다 다른 거긴 하니깐
회식이 언제 끝날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회와 쓰키다시를 먹고 술잔을 받는 내내 아까 봤던 게시글 아래 달려 있던 댓글들만 머릿속을 떠다녔다.
결국 찬영은 잠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쓰지도 않을 칸을 차지하고 들어와 벽에 몸을 기댄다. 회식 때문에 그대로 종료했던 인터넷을 다시 켜고 아웃벤 자유 게시판과 궁수 게시판, 레비아 공식 홈페이지를 뒤졌다. 게시글 대부분은 윈드 러너의 밸런스 패치가 주제였다. 분명 패치 노트에 그 내용만 있진 않았을 텐데. 게임사가 특정 유저를 저격한 패치라고 의심받는 만큼 말을 얹는 사람도 많은 듯했다.
당사자도 아닌데 어떤 건 화가 났고 어떤 건 역했다. 사람 면전에서는 하지도 못했을 수위 높은 말도 몇 보였다. 그런 글은 조회 수만 늘다가 신고당해 금방 사라졌지만, 은석이 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애정이 있는 건 알겠지만 이제 윈드 러너는 안 했으면 좋겠다니. 딜 사이클이니 한계의 탑 빌드니 보스 팁이니 받아먹을 건 다 받아먹어 놓고.
은석은 윈드 러너가 처음 출시됐을 적부터 사격을 키웠다고 했다. 그럼 한 캐릭터를 자그마치 팔 년 가까이 해 왔단 소리였다.
정말 은석이 관심 종자였다면 온튜브를 이런 식으로 운영했을 턱이 없다. 사격 온튜브에 있는 수십 개의 영상들 중 편집이 된 영상은 하나도 없었다. 기록용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풀 버전만 올라올 뿐이었다. 제목도 매번 어그로라곤 없이 정직했고.
윈드 러너가 사기 캐릭터라서 키운 거라면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키우지도 못했겠지.
남들이 말하는 사기챔, 사기캐들만 키웠던 찬영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웬만해선 아이템을 직접 만들지 않는다. 밸런스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른 캐릭터로 갈아탈 수 있도록 교환 불가 아이템은 가급적 교환 가능 아이템으로 대체했고, 그게 불가능하다면 필요한 최저 선으로만 투자했다. 교환 가능 아이템도 되팔 때를 생각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는 인간들이다. 방송인도 아닌데 25강을 달겠다고 모자를 여러 번 터뜨리고 레드 크리스탈을 돌려 민첩 39%를 만들어 내는 은석과는 거리가 먼 얘기란 말이다.
잘 모르니까 쉽게도 말하는 거겠지만. 당장 보이는 모든 글의 제목이 회색이 됐을 때 찬영은 이미 발까지 구르고 있었다.
선빈의 메시지를 시작으로 물꼬가 터진 길드 단톡에도 분노가 가득했다.
박태경: 말 ㅈㄴ 함부로 하네
정선빈: 맞아야 돼 그냥
정선빈: 아웃벤 글 쓸 뻔한 거 참음
은석이 형: 됐어 ㅋㅋㅋㅋㅋ
은석이 형: 근데 다른 건 몰라도 140조는 진짜 별생각 없이 말한 건데
은석이 형: 그건 좀 억울함
김도텐: 걍 보지 마
김도텐: 아웃벤도 개소리 많더만
은석이 형: 이미 거의 다 봤을걸 ㅋㅋㅋ
임혜지: 그걸 왜 봄;;
은석이 형: 안 볼 수가 없었음
은석이 형: 내가 찾아본 게 아니라
은석이 형: 온튜브에도 찾아오던데
서보은: 아니
서보은: 또라이들 아니에요 진짜?
최ㅇㄹ: ㄹㅇ 미친 놈들임
온튜브에도 찾아왔다고?
찬영은 온튜브 앱에 들어가 구독 중이었던 은석의 채널을 찾아 눌렀다. 댓글을 보기도 전에 영상 아래 싫어요 수부터 먼저 보였다. 이전보다 몇 배는 불어난 수였다. 인기 업로드에 표시된 영상들은 더 심했다.
설마설마했는데. 이 사람들은 정말로 윈드 러너의 하향이 은석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열심히 키운 캐릭터의 하향이 얼마나 화나는 일인지는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방식이 틀렸다. 이런 돈도 안 되는 일 열심히 할 정성으로 공식에나 몰려가서 항의할 것이지.
[윈드 러너 한계의 탑 61층 영상 빌드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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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격(개인기록저장용)
구독자 581명
댓글 10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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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격 그는 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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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윈런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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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영상 올리지 마세요 굳이 올리시는 이유가 뭔가요? 사격님 때문에 너프만 먹고...열심히 키우고 있는 무자본 유저들 힘빠지게 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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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튜브에도 진짜 개병신들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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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님이 대가리 깨져서 아직도 윈런하는 게 잘못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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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격도 직업빨 아님? 바람 방벽 개사기던데 저 정도 스펙이면 누구든 사격만큼은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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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윈런 적폐 맞네..나도 윈런이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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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격 정도로 투자할 거 아니면 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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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얘가 대걸 방송에서 적당히 깝쳤으면 너프 안 먹었을 건 맞잖음 140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ㅣ발 눈치도 존나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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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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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투가 등신 같아서 그렇지 틀린 말은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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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벤 보고 패치하는 게임사가 문제인 건데 이걸 왜 사격 탓으로 몰아가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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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레비아 일이년 한 것도 아니고 밸패 아웃벤 여론 보고 하는 거 뻔히 알면서 왜 그랬냐고 ㅈㄴ 죽여버리고 싶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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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웃벤 보고 패치ㅋㅋㅋ;; 뇌피셜 지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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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이 정도로 과몰입하는 애들은 일상 생활 가능함? 게임은 질병이 아니지만 레비아는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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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레이더 삭제하고 윈런하러 갑니다
댓글 상태는 가관이었다. 찬영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좀 더 오픈된 플랫폼이라 유저 층도 다양해서 그런지 아웃벤보다도 가차 없었다. 게다가 아웃벤 글은 안 봐도 그만이지만 온튜브는 계정 로그아웃을 하지 않는 이상 알림도 계속 올 텐데.
은석이 형: ㄱㅊㄱㅊ
은석이 형: 너무 신경쓰지마
신경 쓰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고 있으니 더 화가 났다. 한편으로는 왜 아웃벤이나 온튜브 댓글까지 뒤져 가며 사서 스트레스를 받나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일방적이라고 해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가서 욕먹는 게 싫은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런 걸 떠나서도 은석은 좋은 사람이었다. 좋은 사람이 오해받는 건 보기 싫었다. 다들 똑같은 마음이니까 단톡에서도 한마디씩 거들고 있을 것이다.
찬영은 눈을 감은 채 눈자위 주변을 꾹꾹 눌렀다. 정작 이 형은 힘들다는 티도 안 내는데. 아웃벤 글이고 온튜브고 공식 홈페이지고 대체 어디까지 본 걸까. 정말로 괜찮은 건 맞을까. 묻고 싶은 건 그보다도 많았지만 은석이 제대로 대답해 줄 것 같지는 않았다.
화장실에서 나오고 보니 삼십 분은 더 지난 후였다. 열이 오른 얼굴이 벌게져 세수까지 했는데도 얼굴색은 변함이 없었다. 다들 찬영이 취했다 여겼는지 괜찮다며 내민 술잔에 따라 준 소주는 처음의 절반만큼이었다. 그동안 술이 약한 척했던 것도 효과를 본 듯했다. 덕분에 자리를 오래 비웠다든지 집중을 영 못한다든지 해도 그러려니 넘겨주니 편했다.
회식은 열한 시쯤 파했다. 막차가 끊겼을 거라 생각했는지, 취한 본부장은 택시를 타고 돌아가라며 오만 원권을 쥐여 주었다. 회사 카드도 아니고 돈이라니. 사비로 쓰고 내일 경비 청구하면 된다는 거절에도 한사코 품으로 밀어 넣는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기엔 애매한 시간이긴 했다.
앱으로 부른 택시는 생각보다 금방 왔다. 기사는 오늘 밤엔 다행히도 말이 별로 없는 사람이었다. 라잇톡 메인 화면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찬영은 마침내 은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가는 동안 저도 모르게 손가락 끝으로 차 시트를 툭툭 건드린다. 은석과 전화를 하는 건 처음이라 약간 긴장됐다. 아직 시간은 열두 시도 안 됐고, 지난번에 연락처 운운했던 걸 보면 전화했다고 싫어하진 않겠지.
<어. 찬영아. 회식 끝났어?>
전화를 받은 은석은 기다렸다는 듯 다정했지만, 급하게 받았는지 맞은편으로 목을 가다듬는 소리가 작게 났다. 그걸 알아차리고 찬영은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방금 끝나서 택시 탔어.”
<지금 택시 안이야?>
“어.”
술김에 말끝이 흐려질까 싶어 말할 때마다 평소보다 힘을 더 실었다. 술은 다 같이 건배할 때마다 조금씩 마신 게 다였지만 은석에게 또 취했다는 인식을 주고 싶진 않았다.
<술자리에선 별일 없었어? 목소리 보니까 그래도 많이는 안 마셨나 보네.>
노력에 의미는 있었나 보다. 찬영은 손가락으로 마신 잔을 가늠했다. 얼마나 마셨더라…. 네다섯 잔? 여섯 잔? 더 마셨나?
“한 일곱 잔? 정도 마신 것 같은데.”
<생각보다 많이 마셨네.>
“나 술 못 마시진 않는다니까. 회식에서 한 번도 취한 적 없어.”
허세 섞인 진실에 은석은 그렇게 잘 마시는 것 같진 않던데, 놀리듯 대답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미지를 잘못 잡았다. 그렇지만 여기서 술 얘기를 더 했다간 그날 있었던 일이 화제에 오를지도 모른다. 그건 사양이었다.
“앞으로 조심해야지.”
나대지 말자. 슬그머니 꼬리를 만다. 어차피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전화했던 것도 아니니까.
큼, 헛기침을 한 찬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래서. 좀 괜찮아?”
<뭐가?>
“이상한 애들이 형 온튜브까지 왔다면서. 아까 전에.”
<아아. 단톡?>
아아? 대수롭지 않은 반응에 어이가 없으려고 했다.
“형은 화도 안 나?”
<방송 끝나고 전혀 예상 못 했던 것도 아니라서.>
“그래도. 나였으면 아웃벤이든 온튜브든 박제라도 했다. 윈런 접고 다른 걸로 갈아타거나.”
사실 멘탈이 터져서 접었으면 접었지 박제했을 것 같진 않다. 그래도 당사자가 태연하게 말하는 꼴을 보고 있으니 열이 받아 오버해서 말이 나갔다.
<내가 뭐라도 했으면 지금보다 더 말 나왔을걸.>
“그런가.”
<그리고 접더라도 세에레는 깨고 접어야지. 나 혼자 하는 것도 아닌데.>
이상한 대답이었다. 그럼 세에레만 아니었다면 접었을지도 모른다는 건가. 아니면 거기까지는 비약인지.
속이 소란했다. 단톡에서 은석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럴 리는 없었다. 겨우 몇 달을 키운 아수라에도 붙은 애정이다. 긴 시간 키워 왔을 캐릭터는 남들이 박살 났다, 팔다리가 잘렸다 할 만큼 치명적인 하향을 당한 데다 은석 스스로도 유저들에게 실시간으로 물어뜯기는 중인데.
찬영의 속과 상관없이 택시는 빠르게 달렸다. 아니면 전화하느라 시간이 가는지를 몰랐나. 슬슬 익숙한 가게들이 창밖으로 나타났다. 골목에 가까워진 길이 좁아지기 직전 멈춘다. 결제까지 마친 찬영이 택시에서 내렸다.
“내렸어. 나 이제 집 앞이야.”
<슬슬 끊어야겠네.>
그런 의미로 말한 건 아니었지만 여기서 안 끊어도 된다고 하면 이상할 것 같았다. 시간도 늦었고. 내일은 평일이었으니 찬영도 들어가서 씻고 잘 준비를 해야 했다. 그렇지만.
“끊기 아쉽다….”
아쉽다는 말은 머리를 거치지 않고 불쑥 튀어 나갔다. 깨달은 찬영이 그대로 멈춰 섰다. 방금 뭔 소릴 한 거지. 미쳤나? 미친 거 아닌가? 원래 사람이 말을 할 때 이렇게 의식 없이 나가도 되나?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안 끊어도 된다는 말이 백 배는 나았겠다. 실수도 이렇게 바보 같은 실수가 없었다.
짧은 정적 끝에 핸드폰 너머로 웃는 소리가 났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찬영이 허둥지둥 말했다.
“아니야. 그냥 끊어.”
<방금은 아쉽다면서.>
“말이 잘못 나간 거야.”
<그랬어? 아쉽네. 계속 전화하려고 했는데.>
“아, 뭐래 진짜. 형이 안 끊으면 내가 끊는다?”
말이 떨리고 있었다. 망했다 싶어 찬영은 상황이 어색한 걸 알면서도 바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우선은 헛소리를 더 하지 않는 게 급했다. 담벽을 등지고 서서 확 달아오른 뺨을 식힌다. 좀 많이 창피했다.
그때 라톡 알림이 울렸다.
은석이 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석이 형: 선물을 보냈습니다. 지금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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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했더니 초코우유 기프티콘이다.
은석이 형: 내일 아침에라도 먹어
은석이 형: 얼마 안 마셨어도 속 상하니까
또 한 번 다정한 말에 거짓말처럼 마음이 가라앉았다. 심란할 것 같아 전화했는데 아무 도움도 안 된 건 둘째치고, 선물까지 받았다. 지금 은석이 제 위장을 걱정할 때인가. 미안하게도 고맙다는 말보다 볼멘소리가 먼저 나왔다.
어찌 됐건 비싼 것도 아니고 걱정은 받아 주는 게 좋을 성싶어 찬영은 집 바로 앞 GU에 들렀다. 은석이 보내준 것과 똑같은 초코우유를 들고 계산대로 직행했다. 상품을 진열 중이던 아르바이트생이 잽싸게 계산대 안으로 들어왔다.
“이천 원입니다. 봉투 드릴까요?”
“안 주셔도 괜찮아요.”
계산을 위해 기프티콘 창을 켜다 멈칫한 찬영은 핸드폰을 도로 내려놓았다. 대신 자주 쓰는 체크카드를 꺼내 단말기에 꽂았다.
편의점 바깥으로 나오자마자 카메라 앱을 켰다. 왼손에는 초코우유, 오른손에는 핸드폰을 든 채 촬영 버튼을 누른다. 암만 가로등 가까이라고 해도 밤에 야외에서 찍은 사진이 마음에 차진 않았다. 그래도 인증 샷이 필요했으니 일단은 은석에게 그대로 보냈다.
정찬영: 지금 바로 사갖고 들어가는 길
은석이 형: 잘했네
정찬영: 잘 먹을게
은석이 형: (이모티콘)
또다시 이모티콘이다. 지난번에 보낸 것과 같은 캐릭터였지만 이번엔 춤을 추는 대신 부끄러운 듯 발을 비비 꼬았다. 저도 모르게 ‘귀여워….’라고 답장할 뻔했는데 간신히 참았다. 사실 은석은 이런 걸 보내는 게 얼마나 귀여운지 다 알고 보내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이런 이모티콘만 골라서 보낼 수 있나? 고작 이모티콘 하나 가지고 말도 안 되는 주접에 의미 부여까지 하다가.
문득 손안의 초코우유가 눈에 들어왔다.
…근데 원래 이렇게 아는 동생이 술 먹은 걸 걱정하나? 기프티콘까지 보내고?
자꾸 이상한 생각이 들려 했다.
* * *
수십 번 트라이한 보스들도 희한하게 딱 한 번만 클리어하고 나면 쉬워진다. 노말 나이트메어도 분명 처음엔 이걸 어떻게 깨, 하는 생각밖에 안 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클리어해도 크게 감흥도 없고 당연히 해야 하는 숙제처럼 느껴졌다. 초심을 잃었다는 게 딱 이 짝일까.
<이번 주도 클린하네.>
<클린 수준이 아니라 지난주보다 몇 분은 단축된 것 같은데요.>
<누가 이렇게 세진 거임? 자수하세요.>
<숙련도 이슈일지도.>
<다들 많이 늘긴 했죠.>
찬영은 슬쩍 분석 창을 켰다. 첫 클리어 때와 비교했을 때 찬영이 입힌 데미지는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숙련도가 오른 것도 오른 거겠지만 사실 명절에 들어온 상여금으로 장비 하나를 바꾼 게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파티] 비테마죽: 맑음님 템 하나 더 바꾸셨다던데
[파티] 비테마죽: 그 딜 아닐까여 ㅋㅋ
찬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안 거지. 알려야 할 이유가 있던 선빈 말고는 누구에게도 아이템을 샀다고 말한 적이 없었으니 파티원들은 몰라야 마땅했다. 심지어 은석에게도 아직 말하지 않은 내용인데.
선빈의 입이 그렇게 무거울 것 같진 않았으니 의심스러운 사람은 딱 하나뿐이다.
“마죽님 혹시 선빈 형한테 들으셨어요?”
[파티] 비테마죽: 넹 보틀님한테 들었음
“저 템 산 건 비밀이었는데.”
[파티] 비테마죽: 아 진짜여? ㄷㄷ 그런 말은 못 들었는데
[파티] 비테마죽: ㅈㅅㅈㅅ
[파티] 비테마죽: 빨리 보틀님 불러와서 뭐라하죠
사실 선빈에게도 비밀로 해 달라고 집어서 말한 적은 없었다. 잠깐 놀리려고 한 것뿐인데 비테마죽에게 사과까지 받고 나자 민망해졌다. 농담이에요. 찬영이 얼른 말했다.
“그 형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한 적은 없어서.”
[파티] 비테마죽: ㄲㅂ;;
[파티] 비테마죽: 혼낼 수 있었는데
[파티] 비테마죽: 그냥 모른 척 뭐라 하면 안 되나
[파티] 앞으로맑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중요했던 건가. 찬영이 참지 못하고 ‘ㅋ’ 키를 쭉 눌렀다. 이런 말이 나오는 걸 보니 말만 안 놓았다 뿐이지 둘은 많이 친한 모양이다. 알게 된 지도 오래된 것 같고, 정모로 왔다 갔다 할 때 차도 계속 같이 탔다고 들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형 뭐 사셨어요?>
“나 신발 하나.”
<신발 그거 원래 대충 끼던 거 아니냐? 몇 강짜리로 바꿈?>
동명의 물음에 찬영이 잠깐 머뭇거렸다. 파티원들이 그렇게 생각할 사람들은 아니지만 대단한 것도 아닌 아이템을 가지고 자랑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싫은데.
“23강짜리.”
가능한 간결하게 대답했다.
기존에 끼던 신발은 고급 등급에 12강짜리였다. 유효 추가 옵션이라고는 힘 4%뿐이던. 선빈의 표현대로라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수준의 장비였다.
아이템 구매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선빈에게만 알리게 된 데는 사연이 있었다. 전에 샀던 보조 무기 가격을 알게 된 선빈은 호구가 되기 싫으면 앞으로는 무조건 제게 물어보고 사라며 찬영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장사꾼에게서 구매한 아이템이니 당연히 정가보다 비싸게 샀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호구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는 건 충격이었다.
추석 떡값이 들어온 김에 장비 하나를 바꾸고 싶다고 하자 선빈이 23강 신발 매물을 물어다 주었다. 인챈트는 물론이고 초월을 포함한 옵션, 강화 수치까지 하나도 건드릴 게 없는 아이템이었다. 그만큼 가격도 많이 나갔지만. 신발은 크리스탈을 돌릴 때 다른 부위에 비해 사용하지 않는 추가 옵션이 많이 나와 정 옵션 세 줄이 비싼 장비에 속했다.
<오. 비싼 거 샀네.>
“나도 처음부터 이 정도로 사려고 했던 건 아닌데, 선빈이 형이 가격 괜찮은 거 연결해 줬어.”
<그럼 형도 이제 50층 넘으시지 않나요? 그 정도면 하드 나메 파티 가셔도 될 것 같은데.>
갑자기? 하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아니 그리고 그동안 함께해 온 정이 있지. 스펙 높아졌다고 바로 팽할 생각부터 해? 괘씸한 동생 같으니.
“와…. 서보은 바로 나 쫓아내는 거 봐.”
<아니 쫓아낸다니요.>
“방금 하드 나메 파티 구해서 나가라는 거 아니었어?”
물론 보은이 그럴 생각으로 말한 게 아니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심술이 좀 섞인 장난일 뿐이다.
<에이, 가고 싶으신데 말 못 하시는 걸까 봐 밑밥 깐 거죠.>
<방금은 나도 좀 섭섭할 뻔했다?>
<이걸 이렇게? 오히려 바로 간다고 하셨으면 좀 서운했을걸요.>
“근데 하드 욕심이 별로 없어서. 당분간은 안 갈 것 같긴 해.”
스펙이 되는 지인들은 이미 길드팟이나 지인팟을 만들어 다니고 있었다. 찬영이 하드 나이트메어를 가려면 메가폰으로 파티원을 모집해야 할 것이다. 노말 나이트메어와 하드 나이트메어는 클리어했을 때 나오는 아이템이 다르다고 했으니 보상이야 훨씬 커지겠지만 돈 벌자고 게임 하는 건 아니었다. 아직 모르는 사람들과 파티 하는 것도 불편했고 무엇보다 이 파티를 떠나고 싶지 않았다.
<오오.>
<미리 말해 두는데 난 스펙 되면 바로 탈주할 거임.>
<이 형은 바로 버릴 각부터 재시네.>
<야, 버리다니. 나 나갈 때 되면 어차피 너네도 다 하드 나메 스펙일걸?>
<형도 천천히 올리시게요?>
<권나원이 갈 거면 언제든지 말하라고는 하던데 아직 멀었어.>
<걔도 의외로 형 엄청 잘 챙겨주네요.>
<그러게.>
계속해서 하드 나이트메어 계획을 말하고 있는 파티원들 사이, 찬영은 조용히 친구 목록 창을 켰다. 그중 사격 닉네임에 커서를 올린다. 세에레 파티원들과 채널을 맞춰 접속은 되어 있는데 길드 채팅에서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면 아직 트라이 중인 듯했다. 그럼 지금 귓속말을 하는 건 방해겠지.
대신 은석에게 라톡을 보냈다.
정찬영: 형 세에레 끝나면 말 좀
은석이 형: 이미 끝났는데?
은석이 형: 피드백 중
정찬영: 오
정찬영: 지금 거기 보코 가도 되나?
은석이 형: 너 모르는 분 한 분 계셔서
은석이 형: 괜찮으면 바로 오고
모르는 분?
정찬영: 혹시 저번에 도와주신다던 분이야?
은석이 형: 응 직자님 ㅋㅋㅋ
정찬영: ㄷㄷㄷ
직자라면 대걸의 방송에도 나왔던 프리스트 랭커 유저였다. 사실 그 점만 따지자면 은석과 다를 것도 없겠지만 초면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지금 들어가 봐야 할 말도 없을 테고. 상대도 불편해할지도 모른다.
정찬영: 나가시면 보고 들어가야겠다
은석이 형: 알았어 ㅎㅎ
은석이 형: 너 편할 때 와
정찬영: 오키오키
“나 잠깐만 세에레 하는 데 좀 다녀올게.”
<다녀오세요.>
길드 보이스 코드를 나온 찬영은 전에 초대받았던 세에레 보이스 코드를 살폈다. 보스방, 친목방으로 형식적으로나마 채널이 구분되어 있는 길드 보이스 코드와는 달리 세에레 클리어만을 목적으로 한 보이스 코드 방은 일반이라고 쓰인 기본 채널 하나뿐이었다.
보틀, 빨강, 사격, 맛있는라면, 나원, 그리고 허도경. 익숙한 이름들 아래 계속 깜박이던 낯선 프로필 하나가 사라진다. 찬영이 바로 채널을 눌렀다.
<너프 체감은 좀 됨?>
<차이 꽤 나던데.>
<테섭은 근데 조건 다르지 않나. 고스펙일수록 딜 차이 많이 날 텐데.>
<본섭 들어오면 그때 다시 딜 측정해야지.>
입장 소리가 들렸을 텐데, 렉이 걸렸나? 찬영이 들어온 걸 모르는지 인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화하는 걸 들어보니 윈드 러너 너프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듯했다.
<근데 3페 진짜 존나 어렵다.>
<직자님이 레전드 쪽도 3페 들어간 지 꽤 됐다고 하시더라.>
화제가 곧바로 이어졌다. 추석 전에 길드원들에게 3페이즈에 진입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깼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했는데. 그럼 모르긴 몰라도 레전드 쪽 파티와 진도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소리였다. 아무리 3페이즈가 어렵다고들 하지만 서버 최초 클리어를 노리는 입장에서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하다.
<미친. 벌써?>
<거기도 직자 님이 도와주심?>
<아니. 거기는 비주 님. 직자 님도 비주 님한테 들으신 것 같던데.>
<걔네도 생각보다 되게 빠르네.>
<원래 3페까지 가는 건 빠르다고 했어. 3페 깨는 게 안 돼서 그렇지.>
<아, 억까 패턴만 안 나오면 4페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어쨌거나 지금은 인사할 타이밍이 아닌 것 같았다. 그냥 듣고 있다가 나중에 끼어들어야지. 포기한 찬영이 헤드셋 마이크를 위로 올려 껐을 때였다.
<저 잠깐 드릴 말씀이 있는데.>
오늘따라 내내 조용하던 동은이 말을 꺼냈다.
<톡으로 말씀드리는 것보다 여기서 다 같이 계실 때 말씀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비장하게 목소리까지 착 내리깔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끼어들지 않은 건 잘한 선택인 듯했다. 다만 찬영도 여기 있는 걸 알고 하는 말일지는 의문이었다.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진지함? 뭔 얘기 하게.>
혜지가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굳이 파티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해야 한다면 트라이 시간대를 옮겨야 할 것 같다거나, 최악의 경우 며칠 쉬어야 할 것 같다거나 그런 게 아닐까 싶었다. 그럼 이렇게까지 뜸을 들이는 것도 이해는 갔다.
<저 이제 세에레 못 갈 것 같아요.>
그런데 동은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갑자기 왜.>
네 명 중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선빈이었다.
<사정이 있어서 템 정리하게 됐어요.>
<사정?>
<며칠 전에 귀걸이 하나를 샀는데.>
<샀는데?>
동은이 말하는 속도는 매우 느렸다. 선빈은 앵무새처럼 동은의 말을 되풀이했다. 맥락을 보니 귀걸이란 게 정말 끼고 다니는 귀걸이를 말하는 건 아닐 테고, 게임 내에서 캐릭터가 착용하는 장신구를 말하는 모양이었다.
<그게 걸렸어요. 당연히 제 돈으로 산 건데, 부모님한테 게임에 이제 돈 안 쓰겠다고 약속한 게 있어서…. 그것 때문에 생각보다 심각해졌어요. 하던 거 다 정리하래요.>
<귀걸이가 얼마짜리였는데?>
은석이 물었다.
<170장이요.>
<야, 이 미친놈아.>
울컥한 혜지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동은이 나원과 같이 길드의 막내라고 했던가? 부모님이 어쩌고 하는 걸 보니 기억이 났다. 자체 셧다운까지 할 정도로 집안 분위기가 엄한 것 같던데. 그 와중에 본인 돈으로라도 백칠십만 원짜리 아이템을 샀다면 접으라고 할 만도 했다.
<그럼 지금 템 산 게 걸려서 접게 됐다고?>
선빈의 말에는 황당함이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사정이 그런 건 어쩔 수 없고. 언제까지 트라이 같이 할 수 있어?>
은석이 순식간에 날카로워진 분위기를 달래듯 말했다.
<…이번 주까지요.>
잘은 모르지만 이번 주 내로 정리하기엔 시간이 너무 빠듯하지 않나. 시골 서버인 만큼 일단 아이템이 다 팔릴지부터가 미지수였다. 그리고 그것보다 중요한 건… 그동안 동은의 대타가 구해지느냐겠지.
<심지어 이번 주?>
돌아가는 상황이 어이가 없었는지 선빈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부모님이랑 얘기는 해 봤어?>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라고 했는데 전혀 안 들으시더라고요.>
귀걸이를 몰래 샀다는 걸 들킨 시점부터 동은의 말은 신뢰를 잃었을 것이다. 한 번 어긴 약속 두 번은 못 어길까. 한편으로 동은도 성인인데 너무 과하게 잡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들었지만, 남의 집 일이었다.
<아니. 난 진짜 이 상황이 이해가 잘 안 되거든?>
<저도 갑자기 이렇게 돼서 죄송하게 생각해요.>
<이게 그냥 하드 나메 같은 거면 말도 안 해. 근데 지금 레전드랑 우리랑 세에레 누가 먼저 깨나 경쟁 중이잖아. 네가 당장 이번 주에 나가야 한다고 통보하면 대책 없을 거라는 게 파악이 안 되냐? 너 정도 되는 프리스트가 또 있는 것도 아니고.>
레전드와 관련된 일을 제외하고 선빈이 진지하게 화를 낸 건 처음이었다. 전부 맞는 말이긴 했지만…. 찬영은 마이크를 끈 사실도 잊고 숨을 죽였다. 몰래 듣는 것 같아 기분이 좀 그랬는데 나가는 소리도 들릴 테니 섣불리 나갈 수가 없었다.
<이제 와서 말하는 것도 그렇긴 한데. 시간 맞추는 것도. 네가 부모님 집에 오시는 시간이 맨날 다르다고 해서 다 맞춰 줬잖아.>
그동안의 불만도 슬슬 터져 나온다. 아까보다는 말투가 조금 순해졌으나 여전히 답답해하고 있다는 건 티가 났다. 당사자인 동은도 아닌데 찬영은 제가 다 혼나는 기분이 되어 입을 꾹 다물었다.
보스 레이드에서 지인팟을 유지할 때 가장 많이 싸우는 문제가 시간이다. 한둘도 아니고 각자 직업도 나이도 다른 성인 몇 명끼리 시간 맞추기는 쉽지 않으니 보통 까다로운 몇에게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사람들이 맞추게 되는데, 이것도 쌓이기 시작하면 불만이 생기고 결국 파티나 공대가 터지기 마련이었다.
<다들 그래 주신 거 알죠. 그래서 톡으로 말고 다 같이 계신 자리에서 직접 말씀드리려고 한 거예요.>
차라리 아예 모르는 사이였으면 속이라도 편하지. 동은도 나름대로 생각이 많았을 거다. 트라이를 시작한 지 꽤 됐는데 여기서 더 못하겠다고 말했을 때 무슨 반응이 나올지도 짐작했을 거고.
그러나 에이나인에서 레이드 문제로 지인들끼리 싸우는 걸 수십 번은 겪었던 찬영으로서는 선빈의 입장 쪽이 좀 더 이해가 갔다. 게다가 선빈은 직전에 레전드와 진도가 비슷하다는 걸 알고 한껏 예민해져 있던 참이었다. 여러모로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대타는. 있어?>
묵묵히 듣고 있던 은석이 이 순간 가장 중요한 질문을 했다.
<아직은 없는데…. 제가 어떻게든 구해 볼게요.>
동은은 영 자신감이 없었다. 당연했다. 다른 서버도 아닌 레전드 서버에서, 이미 두 파티가 나왔는데 세에레 트라이에 데리고 갈 만한 프리스트가 남아 있을 리 없다.
아무도 모르는 은둔 고수? 고스펙들은 기본적으로 스스로 세운 기록을 어떻게든 티 내고 싶어 하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가득한 사람들이었다.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서버 초창기부터 있었을 은석이 몰랐을 정도라면 거의 수도승에 가까웠다. 장담하건대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생각 좀 해 보고 다시 얘기하자. 정선빈 너도 그만하고.>
<…네.>
저 때문에 날이 선 분위기가 마음에 걸렸는지, 동은은 대답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가 버렸다. 남은 사람들끼리의 기류는 뒤숭숭했다.
<이제 어떡할까요.>
<난 그냥 다 어이가 없다. 쟤가 굳이 템을 왜 샀는지도 모르겠어.>
<지금 그 얘기가 뭐가 중요해. 그리고 너랑 나랑도 스펙업 얘기하다 결혼까지 한 거잖아. 이동은도 똑같았나 보지.>
혜지의 말투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감정싸움이 될까 봐 입을 다물고 있었을 뿐 열이 받았던 건 마찬가지인 듯했다.
<나도 요즘에 예민해진 게 있긴 한데. 방금 그냥 나간 것도 좀 그래.>
<아직 어려서 그래.>
<원래 트라이 때 파티 많이 깨져. 지금까지가 특이했던 거야. 직자 님도 중간에 파티원 두 번이나 바뀌었다고 하셨잖아.>
<맞아요. 그리고 대타 찾는 게 더 우선임.>
나원이 정리하듯 말했다. 대타부터 거론하는 게 냉정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말대로였다. 당장 다음 주부터 프리스트가 없다. 트라이에 지장이 없으려면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했다.
<주변에 같이 갈 만한 프리스트 없나?>
<서버 이동 나오기 전까진 없을 것 같은데.>
<서버 이동을 언제 할 줄 알고. 나도 주변에 프리스트는 없는데.>
<저 키운 거 있긴 해요.>
나원이 프리스트를 키웠다고? 의외였다. 예전부터 워록을 꾸준히 키워 온 랭커인 것만 알고 있었는데.
<요즘도 가끔 키웠어서 입장 레벨도 돼요.>
<걔 몸프리 아님?>
몸프리라면 제대로 된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프리스트 자체가 원래 유저가 많지 않은 직업이기도 했지만, 상위 보스 이상으로 가면 스펙이 되는 프리스트는 많지 않다 정도가 아니라 그냥 없는 수준이었다. 레전드 같은 시골 서버는 더욱 심했다.
그럼에도 편의성과 생존을 위해 프리스트의 스킬은 여전히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스펙이 안 되는 프리스트라도 입장 레벨만 충족하면 데려가곤 했다. 물론 장비를 잘 갖추고 있는 프리스트보다 보스 보상 분배율은 낮았다.
그러나 딜이 아주 넘치는 파티가 아니고서야 트라이에서 그런 프리스트를 데려가는 건 지나친 모험이다. 심지어 세에레는 엔드 콘텐츠였다. 각성 스킬 강화 정도야 되어 있을 테니 당연히 없는 것보다야 훨씬 낫겠지만….
<템이야 새로 맞춰 오면 되죠. 아님 이동은 거 제가 통으로 사 와도 되고.>
장비를 새로 맞춘다는 게 한두 푼이 드는 일은 아니다. 이렇게까지 흔쾌하게 말하는 걸 보니 나원은 세에레 트라이에 진심인 듯했다. 그러나 여기엔 치명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었다.
<지금까지 워록으로 연습한 건 어쩌게? 그리고 너 딜 비중 크다.>
혜지의 말대로였다. 나원이 프리스트로 노선을 튼다면 서리라는 메인 딜러가 하나 사라지는 셈이었다.
<그래도 격수 하나 새로 구하는 게 프리스트 구하는 것보단 나을걸요.>
<잘하는 격수도 귀해. 너 정도 스펙 되는 격수는 더 없고.>
은석이 다시 나섰다.
<대타는 내가 한번 찾아볼게. 블북에도 올려 보고.>
다들 아무런 말이 없었다. 헤드셋 안에서 옅은 한숨 소리가 들렸다. 깜박거리는 이름은 사격이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은석이 한숨이라니.
<저도 지인들한테 물어볼게요. 형이랑 거의 겹치긴 할 거예요.>
<그래 주면 고맙고.>
<고생하셨어요.>
인사한 나원이 보이스 코드 채널을 나갔다. 고생했어. 선빈도 이어서 나갈 낌새였다. 그 틈을 타 찬영도 연결 끊기를 눌렀다. 길드원들에게는 여기 없었던 척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 * *
고은석 ▶ 레비아 온라인 레전드 서버
다음 주부터 세에레 트라이 같이 하실 프리스트 분을 구합니다.
현재 파티원
61층 윈런
58층 워록
55층 레인저
56층 거너
진도 등 자세한 내용은 아래 오픈 라톡으로 문의 주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https://open.righttalk.com/
t/fjgfhgg23555
* * *
댓글 7개
* * *
이승준
구인 완료
* * *
장명수
1.0 프리스트도 지원 가능한가요?
* * *
박소은님이 답글을 남겼습니다.
이틀 뒤 레전드 서버 블루북에 은석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댓글에는 은석의 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친 장난만 가득했고 제대로 된 지원자는 보이지 않았다. 물론 오픈라톡에 문의가 얼마나 왔을지는 알 수 없고, 은석이든 나머지 파티원들이든 블루북으로만 알아보고 있지도 않겠지만 찬영이 보기에 상황은 요원해 보였다.
찬영은 은석의 라잇톡 프로필 아래 1:1 채팅을 뚫어져라 보았다. 여기서 알고 있단 티를 내도 될까. 굳이? 안 그래도 저격 패치로 스트레스받고 있었을 은석에게 세에레 트라이가 완전히 엎어질지도 모르는 상황까지 더해졌는데 괜히 들쑤셔 놓는 것 같기도 하고….
서보은: ??
박태경: 갑자기 왜 나감
화면 위쪽으로 라톡 알림이 보였다. 나타나는 이름이 여러 개인 걸 보니 길드 단톡이다. 안 그래도 조마조마하던 차에 뭔 일이 생겼나 싶어 채팅방에 들어가 보니 퇴장 알림이 떡하니 박혀 있었다.
[이동은 님이 나갔습니다.]
난데없었으나 동시에 올 게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보이스 코드에서 나간 동은은 약간 섭섭해 보이기도 했으니까. 개인 톡으로 어떤 말들이 더 오갔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서로 감정이 상한 상태임은 분명했다.
서보은: 실수인가?
상황을 모른다면 그렇게 생각할 법도 하다. 그렇다고 설마 채팅방으로 초대하기 버튼을 누르는 사람은 없겠지. 혼자 쫄아 있었는데 다행히 그런 사람은 없었다.
정선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은석이 형: 사정이 있어서 잠깐 단톡 나갔다온대
선빈은 언짢은지 말없이 웃기만 했고, 은석은 단순히 일을 수습하려는지 아니면 진짜로 들은 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대신 변명해 주었다.
서보은: ㅇㅎ
은석이 형: 큰일은 아닌 것 같으니까 신경 쓰지 마 ㅋㅋ
이래서 길드마스터가 게임 내 최고 극한 직업이라는 건가.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솔직히 나가 버린 동은보다는 내색하지 않는 은석이 더 마음에 걸렸다. 이걸 왜 당사자가 아닌 은석이 말하고 있는지 답답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찬영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동은과 은석의 이야기였다.
맞다. 그걸 자각하고 나자 기분이 이상해졌다. 동은과 은석은 적어도 찬영과 은석의 사이보다는 오래되었고, 여기서 찬영이 상황을 안다고 해서 간섭할 권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위로조차 어려운 판에.
어쨌거나 다들 게임은 계속했다. 트라이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었지만 동은의 것이 분명할 프리스트 장비가 경매장에 하루 종일 있는 걸 보니 중단된 듯했다.
꿀꿀한 기분으로 일일 퀘스트를 끝낸 찬영은 채팅창을 보고 있었다. 예전보다 길드 채팅이 묘하게 조용했다. 친구 채팅 쪽은 여전한데.
[시스템] 보틀 님이 매지컬 코디 캡슐에서 달빛의 이정표를 획득하셨습니다.
[친구] 보틀: ㅋㅋㅋ
시스템 알림에 아주 익숙한 이름이 보인다. 선빈은 지금 매지컬 코디 캡슐 가챠 중이었다. 매지컬 코디 캡슐에서는 한 벌 옷, 무기, 신발, 모자, 망토, 장갑 등 각종 코디 아이템이 나왔는데, 이 코디 아이템들은 프리미엄이라고 이름 붙은 한정판 아이템과 아무것도 붙지 않은 일반 아이템으로 다시 나뉘었다.
매지컬 코디 캡슐은 특정 기간마다 보상이 바뀌었고 프리미엄 코디 아이템은 절대 재출시되는 일이 없었다. 그러니 일단 들어가고 나면 가격이 확 뛰었는데, 이 때문에 유저들은 매지컬 코디 캡슐에서 프리미엄 코디 아이템을 뽑아 묵히는 것을 거의 재테크처럼 여겼다.
[친구] 보틀: 내가 지금 캡슐을 40만원치 깠거든?
[친구] 보틀: 근데 무기 아직도 안 나옴
[친구] 보틀: 이게 맞는 거지? ㅎㅎ
하지만 선빈의 채팅을 보고 있자니 이게 정녕 재테크가 맞나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프리미엄 무기 하나 뽑겠다고 사십만 원을 태운다고? 아무리 봐도 재테크라기보다는 도박에 가깝다.
한정판 하나를 뽑을 확률이 1~2% 정도였던가. 매지컬 코디 캡슐은 한 개에 이천팔백 원, 열 개에 이만 오천 원이었다. 사십만 원이면 뭘 원했든 한 번은 나와야 마땅한 금액이지만, 가챠의 모든 문제는 언제나 천장 없는 독립 시행인 점에서 비롯된다. 게다가 은석이 장비 강화에서 운이 없다면 선빈은 헤어와 성형을 포함한 코디 가챠에서 더럽게 운이 없다고 들은 것 같았다. 그러니 사십만 원으로도 어려웠을지도.
[친구] 빨강색: 하나만 노릴 거면 걍 사라니까
[친구] 보틀: ㄴㄴ
[친구] 보틀: 내 손으로 뽑고 싶음
저런 고집까지 갖고 있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친구] 빨강색: 어 힘내고...
[친구] 비테마죽: 이번엔 저도 같이 까드림
[친구] 보틀: 오 ㄱㄱ
도대체 앞으로 몇 개나 더 까려는 거지. 궁금해서 보틀의 위치를 찾아 맵으로 갔더니 보틀, 비테마죽, 빨강색 세 캐릭터가 나란히 모여 있다. 선빈이 다시 캡슐을 까기 시작했는지 보틀 캐릭터의 머리 위에서 별이 반짝거렸다.
[모두] 보틀: 맑하
[모두] 앞으로맑음: ㅎㅇㅎㅇ
[모두] 비테마죽: 딱 세 개만 깝니다
[모두] 보틀: 원래 맛만 보려다 저처럼 되는 거임
[모두] 앞으로맑음: ㄹㅇ
[모두] 앞으로맑음: 세 개가 삼십 개 되고 그러는 거 아닌지
[모두] 비테마죽: 삼십 개는 좀;
[모두] 빨강색: 캡슐은 어쩔 수 없음 걍 도박임
찬영이 의자에 등을 편하게 기댔다. 이랬다가 제가 무기 20강을 한 번에 붙였던 것처럼 비테마죽도 세 번 안에 프리미엄 무기가 나오는 게 아닐까? 하지만 또 그럴 리는 없겠지.
[시스템] 비테마죽 님이 매지컬 코디 캡슐에서 달빛 조각을 획득하셨습니다.
[모두] 보틀: ?
그렇게 됐다. 역시 강화든 가챠든 절실하지 않아야 잘되는 모양이었다.
[모두] 앞으로맑음: 와 1트 ㄷㄷㄷ
[모두] 빨강색: 이게 나온다고?
[모두] 비테마죽: ㅋㅋㅋㅋㅋ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모두] 보틀: ㅋ
[모두] 보틀: xx 왜 나만 안 주냐?
[모두] 보틀: ㅈ망겜 진짜
[모두] 비테마죽: 7천만 골에 팔아드림?
[모두] 앞으로맑음: 오
지금 경매장 시세가 개당 1억 골드 정도인 걸로 기억하는데, 칠천만 골드면 충분히 혹할 만한 금액이었다.
[모두] 보틀: ㄴㄴ
[모두] 보틀: 뜰 때까지 깝니다
하기야 이런 데 넘어갈 것 같았으면 사십만 원이나 쓰기 전에 진작 경매장으로 갔겠지.
[길드] 맛업는라면 님이 접속하셨습니다.
[친구] 맛업는라면 님이 접속하셨습니다.
[모두] 보틀: 이번엔 뜨냐?
[모두] 보틀: 제발
[모두] 빨강색: 뜨겠냐
[길드] 빨강색: ㅎㅇ
[길드] 비테마죽: 라면님 하이여
[길드] 앞으로맑음: 하이하이
원래 누가 들어오든 바로 반응해 주던 선빈은 동은의 접속 알림에도 인사 한마디 없었다. 불편한 상황에서 남들에게 티를 내지 않으려는 건지, 아니면 마음이 풀리지 않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이런 식이면 눈치 빠른 누군가는 눈치챌 텐데.
[길드] 맛업는라면 님이 길드를 탈퇴하였습니다.
[길드] 비테마죽: ?
‘탈퇴’ 두 글자를 본 찬영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순간에도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은 은석이었다.
* * *
길드 단톡방 퇴장에 이은 동은의 탈퇴는 길드에 커다란 흔적을 남겼다. 사정이 있어 잠깐 단톡을 나갔다 오는 것뿐이라던 은석의 말이 무색했다. 길드원들은 뭔가 내부 트러블이 있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챘는지 대놓고 동은의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다.
모두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는 분위기 사이, 답답했는지 동명으로부터 개인 톡이 왔다.
김도텐: 마죽님 말론 말도 없이 나갔다던데
정찬영: 엉
김도텐: 고은석은 별일 아니라고만 하고 다른 애들은 물어봐도 모른다 하고;
김도텐: 넌 뭔일인지 암?
정찬영: 글쎄
정찬영: 나도 모르지
찬영은 대충 얼버무렸다. 실제로는 아는 게 없지 않다고 해도, 그리고 동명이 입이 가벼운 사람이 아니라고 해도 나서서 이리저리 떠들고 다닐 만한 주제는 아니었다. 게다가 동명에게는 물어볼 만한 다른 사람도 있었다. 예를 들어 나원이라든가. 나원은 찬영보다도 이 일에 대해 훨씬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도텐: 흠
김도텐: 일단 ㅇㅋ
정찬영: 일 쉬엄쉬엄해
김도텐: 오늘 야근임 ㅋㅋㅋ
정찬영: ㄷㄷ
정찬영: ㅎㅇㅌ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겨 있던 찬영은 은석과의 라톡 방에 들어갔다. 동은의 탈퇴 이후 은석은 길드 단톡에서도, 인게임에서도 말이 거의 없어졌다. 찬영에게는 가끔 연락하기도 했지만…. 그 연락이란 것도 둘 다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는데 알맹이 없이 뜬구름 잡는 대화만 오가는 느낌이었다.
정찬영: 요즘 별일 없어?
인상을 쓰고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던 찬영은 결국 은석에게 별일 없냐는 메시지를 보냈다. 엉뚱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눈치란 게 있다면 찬영이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정도는 알 거다.
은석이 형: 별일 없지 ㅋㅋㅋ 왜
은석이 형: 넌 무슨 일 있어?
얼굴 근육이 찌그러졌다. 눈치도 없나. 무슨 일은 내가 아니라 형이나 있겠지. 뾰족한 생각이 툭툭 튀어나온다.
마음에 안 드네 진짜...................|
눈앞에 있었다면 좁아진 눈과 찡그린 콧등을 숨기지 못했을 것이다. 전화였다면 퉁명스럽게 말했을지도 모르지. 둘 중 어떤 상황도 아니라 다행이었다. 시비 거는 것도 아니고 심술궂은 말을 그대로 내보낼 수는 없어서 엔터 키 대신 애꿎은 온점만 눌렀다. 늘어나는 온점만큼 짜증도 불어나 찬영은 몇 번이고 발등을 들었다 놨다 했다. 사무실 바닥에 탁탁탁 하는 소리가 난다. 맞은편에서 오 대리가 이쪽을 흘긋 보는 게 느껴졌다.
발짓을 멈춘 찬영은 온점을 포함한 모든 말들을 지웠다. 그 대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정찬영: 새 프리스트는 구해졌어?
정찬영: 블북 봤는데
은석이 형: 딱히 연락 없더라
그럴 줄은 알았지만 확답까지 들으니 입이 썼다.
정찬영: 그
정찬영: 라면님 탈퇴한 건?
동명을 포함해 길드원 중 누구든 몇 번은 했을 질문이었다. 아군이 그리 대형 길드도 아니고, 은석과는 모두 두루두루 친했으니까. 그래도 또 물었다. 동명과 다른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건 아니다.
은석이 형: 안 그래도 애들끼리 얘기하고 있긴 한데
은석이 형: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정찬영: 라면님이 형한테는 얘기하고 나가신 거야?
정찬영: 탈퇴하시기 전에
은석이 형: 아니
은석이 형: 사실 세에레 하다가 트러블 생겨서 나간 거라
은석이 형: 나도 좀 복잡해
정찬영: 아...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쩌면 파티원들을 제외하고 은석이 이 말을 한 게 처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은석이 형: 약간
은석이 형: 동은이는 처음부터 트라이 안 하고 싶어 했는데
은석이 형: 내가 억지로 설득한 것 같기도 하고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싶어 찬영은 아득해졌다. 은석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물론 동은이 처음부터 넙죽 같이 가자고 하진 않았지만, 분명 하기 싫은 건 절대 아니라고도 말했었는데. 그 기억은 어디다 버려두고?
정찬영: ㄴㄴ
정찬영: 그건 절대 아님
정찬영: 그랬으면 진작 형한테 말했겠지
은석이 형: 그런가
정찬영: 당연
정찬영: 보코만 들어도 열심히 하셨던 것 같은데
정찬영: 그리고 형이 무조건 같이 가자고 한 것도 아니고 가기 싫으면 말해달라고 했잖아
은석이 형: ㅋㅋㅋㅋ 그러긴 했지
정찬영: 형이 그런 말 하면 라면님도 억울하실걸
멘탈이 깨진 게 눈에 보였다. 찬영은 노심초사했다. 어떤 말을 해야 은석의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할 수 있을까. 고작 회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걸로 그게 가능은 할까? 차라리 뜬금없더라도 한번 보자고 해서 밥이나 사 주는 게 낫지 않나? 거기까진 좀 부담스러운가.
정찬영: 선물을 보냈습니다. 지금 확인해보세요!
주문내역 보기
...
정찬영: 자꾸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형도 초코우유나 먹어
겨우 생각난 것은 은석이 지난번에 보냈던 것과 같은 초코우유였다. 위로에는 서툴지만, 그때 찬영에게 해 줬던 말처럼 은석도 속상해하지 말았으면 했다.
은석이 형: 고마워
한참 뒤 그런 답장이 왔다. 고맙다는 말이 괜히 찡해서, 찬영은 코를 비틀었다.
싸늘한 날들이 지나갔다.
처음 은석이 블루북에 프리스트 구인 글을 올린 지 꽤 되었는데도 새로운 프리스트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골 서버니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예상대로 흘러가 줄 필요는 없었는데.
은석은 반쯤 포기한 듯 게시글을 끌어 올리던 일을 멈췄다. 대신 혜지가 새로운 구인 글을 올렸다. 그래 봐야 결과는 같았다. 동은의 아이템은 더는 경매장에 올라오지 않았고, 세에레 트라이가 멈춘 지도 벌써 몇 주였다. 조급했던 마음은 사라지고 착잡함만 남았다.
이렇게 끝이 난다고? 세에레야 이대로 포기한다 치더라도, 동은은. 듣기로 동은도 천사 길드 초창기 시절부터 있었던 원년 멤버라고 하던데.
MMORPG에서 보스 하나 때문에 몇 년 된 사이가 틀어지는 일이 생각보다 흔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아군에서는 그런 일이 없을 줄 알았다. 동은과 직접적으로 싸웠던 선빈도 복잡한지 접속해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안내] 레전드 서버 최초로 잘굿 님, 고단한 님, 네가그린기린 님, 방토 님, 오토크리닉 님이 하드 세에레 클리어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레전드 쪽 파티의 퍼스트 클리어가 시스템 알림으로 공지되면서, 세에레 트라이는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수다] 레전드 서버도 오늘 세에레 클리어했습니다. [31]
하드 세에레 최초 처치 업적 캡처.jpg
각오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줄은 몰랐습니다...
그동안 영상 피드백해주신 비트주세요님 obvious님
함께 트라이한 고단한, 오토크리닉, 네가그린기린님, 방토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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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1) 등록순 최신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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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우...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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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드명 ㅋㅋㅋㅋㅋ 서버랑 깔맞춤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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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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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라이 파티 있다는 건 들었는데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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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자들이 레전드의 정점
[수다] 근데 그 파티에 ㅅㄱ 없는 건 좀 의외네 [6]
대걸 방송 때 하는 거 보고 지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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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격은 파티 따로 있었던 걸로 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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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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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다가 프리스트 탈주해서 트라이 중단된 듯 레전드 블북에서 구인글 계속 올라왔었음
<3권에서 계속>
*각주 모음
[1] 영정: 계정 영구 정지. 게임사가 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인 만큼 유저가 게임 경제나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버그를 악용하는 등 심각한 사례에만 적용.
[2] 에이징 커브: Aging Curve. 스포츠 선수들이 나이가 들면서 신체 능력이 저하되어 기량이 떨어지는 현상.
[3] 크리스탈: 여기서 말하는 크리스탈은 캐시 아이템인 ‘레드 크리스탈’을 의미. 희귀 등급까지만 재설정 가능한 블루 크리스탈과는 달리, 전설까지 등급 상승 및 추가 옵션 재설정 가능.
[4] 이탈: 보통 첫 번째 줄에만 나오는 최대 수치의 옵션이 두 번째 줄이나 세 번째 줄에 나온 경우를 일컬음.
[5] 뽀찌: 도박 용어로, 게임이나 내기에서 큰 이득을 본 사람이 사례의 뜻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조금 나눠 주는 돈이나 물건.
[6] 테섭: 테스트 서버. 게임사에서 대형 업데이트를 적용하기 전 유저 플레이 데이터를 얻거나 오류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 목적.
[7] 자벞: 캐릭터 자체 버프 스킬.
[8] 쳐맞딜: ‘처맞으면서 딜한다’의 줄임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