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 초심자의 행운 (1) (3/11)

3. 초심자의 행운 (1)

자고 일어났더니 길드 파티가 되어 있는 상황에 대해 비테마죽은 가타부타 묻지 않고 딱 한마디만 했다.

[길드] 비테마죽: 오늘부터 올 길드팟이겠네요 그럼

[길드] 사격: 넵 ㅎㅎ

대답하려다 선수를 뺏겼다. 제안을 받고 아군에 들어온 건 찬영인데 왠지 사격이 더 신나 보였다.

[길드] 비테마죽: 잘 된 듯 저기 길마님도 좋아하시네

[길드] 갓말이: 맞다 형 맑음님 길드 오셨잖음

[길드] 사격: ㅇㅇ?

[길드] 갓말이: 그럼 저희 나메 보코 방 길드로 옮겨야 함?

[길드] 사격: 맑음님이나 너네 편한 대로 해

[길드] 사격: 나나 부마들은 신경 안 씀

[길드] 갓말이: 근데 어차피 들어오실 거면 통합하는 게 낫지 않나여?

[길드] 사격: 아... 잠깐 기다려봐

[길드] 갓말이: 오잉 넵

[귓속말] 사격>> 맑음님

[귓속말] 사격<< 넵

[귓속말] 사격>> 채팅창 보신 것처럼 저희 길드 보이스코드가 따로 있긴 한데

[귓속말] 사격>> 애들이 좀 시끄러울 수도 있어요

[귓속말] 사격>> 그래도 초대 괜찮으세요?

얼마나 시끄럽길래 따로 귓속말을 해 가며 물어보는 걸까. 가입하자마자 봤던 채팅을 생각하면 길드 분위기가 어떤지 대충 감은 왔지만 그쯤이야, 친목 길드는 다 비슷비슷했다. 보이스 코드 참여 인원이 열 명을 넘기면 누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잘 안 들리고.

그리고 길드원 목록을 보면 어차피 주요 멤버는 나이트메어 트라이 파티원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텐데. 처음의 보이스 코드에서 두세 명 추가되는 정도가 다일 것 같았다.

[귓속말] 사격<< 저번에 보니까 대충 어느 정도인지 알 것 같은데

[귓속말] 사격<< 괜찮아요 ㅋㅋㅋ

[귓속말] 사격<< 저 시끄러운 거 좋아해요

[귓속말] 사격<< 앞으로 다같이 친해지려면 그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하고

[귓속말] 사격>> 그러시면 바로 초대해드릴게요

[길드] 사격: 오늘부터 길드 보코로 가면 됨 맑음님 내가 초대해놨어

[길드] 갓말이: ㅇㅋ요

[길드] 도텐: 굿

보이스 코드 메시지로 초대 링크가 왔다. 링크를 확인한 후 입출력 장치로 헤드셋을 연결하다 문득 이 길드는 단톡은 따로 없는 건가 생각이 들었다. 아예 친목을 배제하는 길드가 아니라면 요즘은 다들 그 정도는 만드니까. 공지나 이벤트 참여 독려 목적으로라도.

게임을 시작하기 전 봤던 사격의 아웃벤 게시글에도 아군에서 단톡과 보이스 코드를 모두 운영 중이라는 내용이 있었던 것 같고.

<오 맑음님 오셨네.>

“안녕하세요.”

<하이요.>

보스방, 수다방과 같은 여러 개로 분리된 방 중 파티원들의 닉네임이 몰려 있는 곳이 있었다. 찬영은 우선 들어가 인사부터 하고, 귓속말로 사격에게 다시 물었다.

[귓속말] 사격<< 사격님 혹시 보코 말 나온 김에

[귓속말] 사격<< 저희 길드 단톡도 있나요?

[귓속말] 사격>> 네

[귓속말] 사격>> 그런데 저희는 오픈챗이 아니라서

[귓속말] 사격>> 단톡 안 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귓속말] 사격>> 필참은 아니니까 충분히 고민해보셔도 괜찮아요

오픈 채팅이 아니라면 각자 라잇톡 아이디나 연락처를 까야 하고 라잇톡에서 사용하는 개인 프로필도 공개된다는 뜻이었다. 사격이 조심스러운 이유도 개인에 따라서는 그걸 꺼리거나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겠지.

[귓속말] 사격>> 언제 나가거나 다시 들어오셔도 상관없고

하지만 찬영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었다. 찬영이 자꾸 설명을 덧붙이려는 사격에게 말했다.

[귓속말] 사격<< 전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데

[귓속말] 사격<< 그럼 나메 끝나고 나서 초대 가능할까요?

[귓속말] 사격<< 라톡 아이디 이거요 jcy_****

번호를 주려다 사격이 오히려 부담스러워할지 몰라 그냥 라톡 아이디로 보냈다.

[귓속말] 사격>> 확인했습니다 ㅎㅎ

[귓속말] 사격<< 넵

[귓속말] 사격<< 오늘은 나메 깨면 좋겠네요

[귓속말] 사격>>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귓속말] 사격>> 잘하고 계시니까

잘하고 있다라…. 정말 깰 수 있을까? 오늘 가게 되면 2페이즈는 연습 모드를 제외하고 이번이 네 번째였다. 다른 사람들이 온튜브나 아웃벤에 올린 글을 봤을 때 하드가 아닌 노말은 이 정도까지 트라이했으면 보통은 클리어하는 경우가 많았다.

아니다. 비교는 하지 말자. 사격이 말했던 것처럼 트라이 때 스트레스를 받으면 안 되니까.

<오늘 깰 수 있으려나?>

<안 되면 2페 오르골이라도 봐야 하는데.>

[길드] 사격: ㄴㄴ 벌써부터 그런 생각하지 마

[길드] 사격: 오르골도 영상 엄청 봤다며

<영상 엄청 보긴 했죠. 형이 추천해 준 거는 멘트도 다 외웠음. 성대모사도 가능할 듯?>

[길드] 사격: 그 정도면 진짜 깰 수 있음 믿어봐

데스 아이 버스를 받았을 때부터 느꼈지만 사격은 그 정도 스펙에 그 정도 컨트롤을 가진 사람 중 가장 타인에게 너그러운 것 같았다. 실수 한 번 하면 레이드 진행 중단부터 누르고 보는 인간들이 가득한 게임에서 와서 그런가. 자신감을 잃은 길드원들에게 계속 긍정적으로 말해 주는 것도 좋아 보였고.

<오늘 바로 깨면 소원 들어줌?>

[길드] 사격: 원트클 아니라서 그건 안 되고

<까비.>

[길드] 사격: 아니 대체 무슨 소원을 빌고 싶은 건데? ㅋㅋㅋㅋㅋ 들어나보자

<아무거나 다 되나요? 그럼 25강 약속 무기 사 주세요.>

<전 양심적으로 쌍전 보조 무기 하나만 부탁드립니다.>

<왜 이렇게 다들 통이 작음? 바로 사격 템 전부 다 달라고 해야지.>

[길드] 비테마죽: 그럼 비테 버리고 바로 윈런 갈아탐요

<당연하죠. 그러면 윈런 지금보다 너프돼도 절대 안 접지. 템 아까워서 못 접음. 팔아도 제값도 못 받을 텐데.>

[길드] 사격: ;;

<맑음님은요?>

“저요?”

끊임없이 올라가는 채팅창이나 대화를 보고 들으면서도 생각해 보지는 않았다.

게임 하면서 뭘 받을 생각을 안 해 봐서 그런가. 다들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인 걸 알지만 찬영은 아직도 조금 조심스러웠다. 이탁과의 일 때문이었다.

“전 별생각 없었는데.”

[길드] 사격: 역시

[길드] 사격: 맑음님이 빛

<에이, 그럼 코디는 어때요? 저 형 단종 코디 템 겁나 많음 진짜. 처음부터 한 시즌도 안 빠지고 다 있을걸요?>

<아니 뭘 어렵게 생각해. 사격 캐릭터를 달라고 하라니까 그냥?>

<맞아요. 코디 많고, 스펙 되고, 만렙이시고. 뭐가 더 필요함?>

별생각 없다는 말 한마디 했을 뿐인데 여기저기서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오. 그건 좀 욕심나네요.”

[길드] 사격: ㄷㄷㄷ ㅠㅠ

맑음 님이 빛이라던 사격은 지금 당황하고 있을까? 상상해 보니 좀 웃긴 것 같았다. ‘ㅠㅠ’ 이모티콘을 날리는 걸 보니 이미지에 맞지 않게 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 아직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웃음을 꾹 참은 찬영이 말을 돌렸다.

“사실 단종 코디보단 의자나 탈것이 더 보이더라고요. 요즘엔.”

<그건 인정요. 의자나 탈것도 예쁜 건 몇억 몇십억씩 해서 다 못 삼.>

<기차만 봐도 그렇잖아요. 다 함께 칙칙폭폭이었나? 그 제일루 비싼 탈것 이름이요.>

가성비로도 예쁜 의자나 탈것은 많았지만, 찬영이 보고 바로 갖고 싶다 생각했던 아이템은 하나밖에 없었다.

‘다 함께 칙칙폭폭’.

탈것 중 가장 비싼 이 아이템은 30일 기간제조차 3억 골드, 현금으로 삼, 사만 원가량의 미친 시세를 자랑했다.

물론 장난감 기차 같은 아기자기한 모양이 엄청나게 귀엽긴 했지만 그렇다고 대체재가 없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다 함께 칙칙폭폭이 비싼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현존하는 탈것 중 유일하게 네 명의 캐릭터가 함께 탑승할 수 있다는 것. 다른 탈것은 많아야 두 명까지가 한계였다.

친목 위주 MMORPG에서 이런 유일무이한 아이템은 비싼 게 당연했다. 수급처도 캐시로만 구매할 수 있는 데다가 천장도 없는 탈것 뽑기 상자뿐이었다. 한 개 천 원 정도 하는 그 뽑기 상자에서 다 함께 칙칙폭폭을 뽑을 확률은 무려 0.002%. 당연히 독립 시행이다.

미련이 남아 있었음에도 보자마자 사지 않았던 건 일차적으로는 시골 서버 매물 문제였다. 이 서버는 지난번 아수라 보조 무기처럼 코디 쪽도 매물이 항상 부족했다. 다 함께 칙칙폭폭은 워낙 매물이 희귀하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이었고 팔린 값이 그대로 시세가 되었다. 지금 가격도 아직 무기나 방어구도 덜 맞춘 찬영이 구매하기엔 지나치게 비쌌다. 비싸다기보다 제값 주고 사기엔 돈이 아까웠다.

그리고 탑승 인원 네 명짜리를 사 봐야 같이 탈 수 있는 사람도 없었는데….

아군에 들어온 지금은 그래도 살 만하지 않을까? 나중에 나이트메어 파티원들이나 사격을 데리고 마을 맵에서 동네 한 바퀴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

당장 사진 않더라도 나이트메어를 클리어하면 고려는 해 봐야겠다.

파티원들과 같이 나이트메어 입장 맵에 선 찬영이 도핑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길드] 보틀: 님들 지금 나메 중???

[길드] 사격: 아직 대기맵

[길드] 보틀: ㅇㅎ 구경 가야겠네

[길드] 보틀: 맑음님 길드 스킬 쓰시는 거 잊지 않기로 해요 우리

[길드] 앞으로맑음: 아 맞다ㄷㄷ

[길드] 앞으로맑음: 바로 쓸게요

[길드] 보틀: ㅇㅋ 굿

[길드] 보틀: 이런 말 -꼰- 같아서 좀 그런데 아군이 길드 스킬 만렙이라

[길드] 보틀: 쓰고 들어가면 딜뽕 제대로임

[길드] 보틀: 전 이제 길스 없으면 보스도 안 감

[길드] 사격: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꼰대 같으니까 그만해 제발

[길드] 보틀: ㅠ ㅇㅋ

[길드] 앞으로맑음: ㅋㅋㅋㅋ ㄴㄴ 덕분에 생각났어요 감사합니다

<다들 도핑 하셨으면 들어갈게요.>

[길드] 사격: 화이팅

도핑 후 사격의 응원은 덤이었다.

아군 길드 스킬의 레벨은 뉴비에 있을 때보다 훨씬 높았다. 나이트메어를 때리고 보이는 데미지 숫자만 봐도 확 체감될 정도였다. 최종 딜이 거의 10%는 넘게 오른 것 같다. 이래서 사람들이 다 1위 길드, 1위 길드 하는 거구나. 보틀도 괜히 길드 스킬을 한 번 더 짚어 준 게 아니고.

<쟤 왜 이렇게 잘 맞아 주지?>

<그러게요. 오늘 그냥 가만히 있네.>

<사격님 말씀대로 진짜 클리어 각이겠는데요.>

게다가 버그인지 이것도 패턴의 일부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나이트메어는 얌전하기까지 했다. 자꾸 움직여대고 인형을 미친 듯이 떨궈 매번 딜 로스를 만들 때는 언제고 정말 가만히 맞아 주기만 했으니까. 샌드백처럼.

딜이 잘 들어가니 1페이즈 자체가 빨리 끝나 즉사기인 레이저 패턴도 한 번 본 게 끝이었다. 그마저도 자명종 위치 쪽이 안전지대였고.

곧 2페이즈로 넘어가며 로딩된 일러스트 화면을 보면서 찬영은 손을 가볍게 풀고 심호흡을 했다. 어차피 1페이즈는 파티원들도 다 익숙해졌고, 사실 진짜 문제는 2페이즈부터였다. 2페이즈 자체에 가본 적도 몇 번 없는 데다 오르골 연주 패턴은 아예 처음이니까.

<딜프리님 혹시 심판자 쿨 도셨어요?>

<네. 타이밍만 알려 주시면 바로 쓸 수 있을 듯?>

<그럼 지금 제가 속박 스킬 쓰고 바로 써 주시면 될 것 같아요. 빡딜 해 보죠.>

보이스 코드는 평소보다 사담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데스 카운트도 여유로워 기대해 볼 만도 하겠다, 다들 바짝 집중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찬영은 버프를 쓰고 딜하는프리를 쫓아다니며 딜을 욱여넣었다.

서른 줄…. 스물다섯 줄….

[나이트메어의 심복인 불안이 오르골 연주를 시작합니다. 연주가 끝나기 전에 오르골을 파괴하세요.]

<와씨 무친. 드디어 오르골 연주다.>

찬영의 마음속 소리와 완전히 똑같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일단 1차 목표인 오르골 연주 보기는 무난하게 달성한 셈이었다.

<이걸 이제서야 보네. 오래 기다렸다 진짜.>

<아직 다들 방심하지 말기. 들뜨지 않기.>

<말투 보면 딜프리님이 제일 들뜨신 것 같은데요?>

<아, 들켰나요?>

[파티] 비테마죽: 클리어 가즈아

‘제한시간 2:59’라는 숫자가 화면 제일 상단에 떴다. 나이트메어 공략 영상에서 본 것처럼 화면이 아래로 기울어지더니 모든 파티원들이 어두컴컴한 곳으로 이동되었다. 왼쪽에 작은 정사각형들이 잔뜩 모인 직사각형 모양의 미니 맵이 보였다.

오르골의 위치는 랜덤이고 체력도 얼마 되지 않아 파티원 중 누구든 빨리 찾아 부수는 게 효율적이라 했으니, 각자 네 방향으로 갈라져야 한다.

“제가 위쪽 갈게요.”

찬영이 바로 위쪽을 선점했다.

<난 아래 가겠음.>

<그럼 제가 왼쪽, 마죽님이 오른쪽. 딜프리님은 스페어로 일단 계시다가 칸 더 많이 남은 쪽으로 가시면 될 것 같아요.>

<오키오키요.>

미로 맵에서는 해당 칸에 있는 일반 몬스터들을 잡거나 퍼즐 비슷한 미니 게임을 클리어해야만 다음 칸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드는 시간이 빠듯하지만 노말은 상대적으로 널널하다고 했는데, 그건 어디까지나 정말 상대적인 기준이었던 모양이다.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도 더 빠르게 줄어들었다.

[파티] 비테마죽: 시간 얼마 남았음?

<지금 이십 초요.>

<아, 왜 이렇게 안 나와. 이것만 하면 빼박 클인데.>

<오늘 패턴도 찐으로 스무스했는데.>

파티원들의 말투만 들어도 초조해하는 게 느껴졌다. 찬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칸으로 계속 넘어갔다. 지금은 말할 시간에 한 칸이라도 더 보는 게 나았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걸 보니 이번에도 꽝이네.

오늘은 텄다 싶어 십 초도 남지 않은 제한 시간을 신경질적으로 쳐다보다 화면 정중앙을 봤을 때.

홀로 어둡게 빛나고 있는 오르골이 보였다. 언젠가 시골 산속 하늘에서 봤던 북극성보다도 더 밝아 보이는 빛이었다.

“헐, 미친. 저 오르골 찾았어요.”

<엥?>

<어디야. 빨리 말해. 당장 말해.>

“맨 위쪽 두 번째 칸이요. 시간 없으니까 제가 부술게요.”

한 번, 두 번, 세 번…. 일반 공격 키를 누르는 손은 급한 마음만큼이나 달달 떨렸다. 찬영은 엇나가려는 손에 힘을 주었다.

[오르골이 파괴되었습니다. 미로가 원래의 지형으로 복구됩니다.]

[길드] 사격: ! 맑음님 나이스

<굿!>

<와, 미쳤다 진짜. 심장 터질 것 같아요.>

[파티] 비테마죽: 다들 시간 보셨음? 거의 일 초 남았었는데

<님들 진정 진정. 아직 딜 해야 하는 거 잊지 마세요.>

시스템 메시지를 본 동시에 나이트메어가 있는 원래의 맵으로 돌아왔다. 그다음부터야 딜 타임 천지였으니 어려울 것도 없었다. 찬영은 나이트메어를 쫓아다니며 신나게 극딜을 쏟아부었다.

노말 나이트메어 처치 1/1

‘꿈에서 깨어난’ - 노말 나이트메어 최초 처치 업적 클리어

업적 달성과 동시에 이동한 퇴장 맵에 파티원들의 캐릭터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찬영은 저도 모르게 마우스를 꼭 쥐었다. 진짜… 너무 좋았다. 특히 오르골을 제가 찾았다는 게 환장하게 좋았다. 당장이라도 모니터 안의 제 캐릭터를 끌어안고 싶은 마음이었다.

<오르골 원트클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심지어 그 와중에 전원 생존 클리어임.>

[길드] 사격: ㅊㅋㅊㅋㅊㅋㅊㅋㅊㅋ 진짜 잘했음 오늘

[길드] 사격: 고생했어

<오늘 MVP는 누가 봐도 맑음님이네.>

“아, 근데 오늘 패턴도 좋았고, 다들 딜도 진짜 잘 넣으셔가지고.”

<맞아요. 힐이랑 가호도 너무 잘 들어와서 포션도 몇 개 안 씀.>

<쪼끔 애썼는데 티 났나요?>

전투 데이터 분석을 보면 오르골만 찾았다 뿐이지 찬영의 딜적 비중이 큰 건 아니었다. 스펙 자체는 아직 갓말이나 다른 사람이 더 세기도 하고. 길드에 갓 들어온 신입인 만큼 일부러 더 띄워 주려는 의도인 것 같았다.

그래도 오르골을 파괴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에이나인 때의 생각도 났다. 패턴을 완벽하게 파훼해 처음으로 레이드를 성공했던, 그 소름 끼치게 좋았던 기분.

“근데 아직도 기분 좋아요. 저 오늘 잠도 못 잘 듯.”

<그럴 만도 해. 나도 진짜 자기 전에도 생각날 것 같음.>

[길드] 보틀: 다들 그 맛에 보스하는 거지

[길드] 사격: ㅋㅋㅋㅋ 퍼클하는 이유도 똑같잖아 그건 전체 공지로 떠서 더 기분 좋음

“퍼클하면 전체 공지로도 떠요?”

<네. 그 서버에서 최초로 클리어하면 파티원들 이름도 다 떠요. 저 형도 몇 번 떴을 거임.>

처음 안 사실이었다. 그러면 랭커들이 죽기 살기로 퍼스트 클리어에 도전할 법도 하다. 인게임에서 박제까지 해 주는 거니까.

[길드] 빨강색: 오 깸?

[길드] 사격: ㅇㅇ 깼음

[길드] 빨강색: 트라이한 거 꽤 본 거 같은데 ㅊㅊㅊㅊㅊ

[길드] 갓말이: 그러니까여 저 진짜 제 딜 문제인 것 같아서 버서커 접어야하나 했음

[길드] 갓말이: 암튼 ㄱㅅㄱㅅ

[길드] 사격: 나메부터 레비아 시작이지

[길드] 사격: 그 전엔 접는 거 아님

노말 나이트메어면 시작의 벽이 너무 높은데. 하지만 직업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이 정도는 깨 봐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찬영도 노말 나이트메어를 트라이하면서 아수라의 딜 사이클이 뭔지, 연계기 팁은 있는지 찾아보기 시작했으니까.

[메가폰] 보틀: 레전드 최강 길드 아군 노말 나이트메어 클리어 ㅊㅋㅊㅋ ^~^

[길드] 딜하는프리: 굳

[길드] 앞으로맑음: 감사합니다ㅋㅋ

보틀의 메가폰에 지난 트라이를 새록새록 떠올리며 뿌듯해하고 있을 때였다.

[메가폰] 고단한: “진짜” 최강 길드 레전드에서 길원 절찬리 모집중♡ 여자-성인 남자-군필 160 이상 잘굿 or 제게 귓속말 주세요

[메가폰] 절레동화: 레.전.조.아

[메가폰] 오토크리닉: 레전드 최강 레전드 길드 조아

[길드] 빨강색: ?ㅋㅋ

[길드] 빨강색: 쟤네 지금 뭐하냐

그러게. 뭐 하는 걸까. 레전드 길드와 사이가 안 좋다는 말은 아군에 들어오기도 전에 사격으로부터 들었지만, 이렇게 메가폰으로 대놓고 치고 들어올 줄은 몰랐다. “진짜”라는 단어를 쓴 것만 해도 비꼬고 먹이려는 의도가 보였다.

[길드] 보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보틀: 길드에 자아 의탁한 등1신들 또 시작이요^^

레전드 길드원들의 메가폰을 기점으로 길드 채팅창은 거의 폭발 수준으로 끊임없이 올라갔다. 보이스 코드에 있던 사람들 중 몇몇은 아예 마이크 음 소거를 누르기도 했다. 조용히 욕이라도 하고 있는 걸까.

[길드] 딜하는프리: 요즘은 왜 안 기어나오나 했음

[길드] 보틀: “진짜” 최강 ㅇㅈㄹㅋㅋㅋ 대놓고 말하는 건 무서워서 못하겠고 메가폰으로만 저러는 거 개역겹죠?

[길드] 도텐: 쟤넨 왜 저러고 사냐 대체

[길드] 비테마죽: 그니까요;;

[길드] 비테마죽: 기여도 빼고 1위 다 뺏긴 지가 언젠데

[길드] 비테마죽: ㄷㄱㄹ수 1위인가

[길드] 맛업는라면: 쟤넨 섭종까지 자기들이 1위라고 할지도...

[길드] 갓말이: 저딴 식으로 꼽 주는 거 ㅈㄴ 음침함 대놓고 얘기하면 싸울까봐 저러는 거잖음

[길드] 보틀: ㄹㅇㅋㅋ 잘굿은 사격 있을 때 메가폰 절대 안 하는 것만 봐도

[길드] 보틀: 아 우리끼리 놀겠다고~

[길드] 딜하는프리: 이럴 때마다 같이 메가폰 쏘고 저격하고 싶네

[길드] 갓말이: 진짜 개빡침 아무 대응도 안 하니까 더 저러는 듯

[길드] 갓말이: 누가 쫄은 줄 아나;; 더러워서 말 안 섞는 건데

[길드] 빨강색: 마음은 아는데 그건 ㄴㄴ

[길드] 빨강색: 빡치는 건 알겠지만 분쟁은 노임

[길드] 빨강색: 애초에 맑음님 들어온 지 얼마 안된 걸 기억하세요 님들아

[길드] 갓말이: 당연하죠 말만 하는 거임

[길드] 갓말이: 같이 싸워봐야 똑같이 보이는 거 알고 있음ㅠ

[길드] 보틀: ㅇㅋ; 미안

[길드] 보틀: 애초에 내가 메가폰 올려서 어그로 끌리긴 한 거라

[길드] 빨강색: 엥 그렇다고 니가 미안할 건 없음

[길드] 앞으로맑음: 저요?

전 괜찮은데|

까지 쓰고 엔터를 치려다 말았다.

정확히 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번 사격이 말한 것도 있고. 게임의 특성이나 싸움의 세부적인 이유들은 다 달라도 어느 게임이든 유저들의 양상은 비슷했으니 대충 유추는 할 수 있었다.

찬영처럼 아웃벤 박제까진 가지 않았더라도, 참다 참다 여럿이서 길드를 나와 아군을 만들었다면 내부에 지저분한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이렇게까지 사이가 나빠진 이유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건 당장 채팅창으로 말하는 것보다는 다음에 기회가 될 때 직접 물어보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정 안 되면 동명도 있고. 동명도 길드에 들어온 지는 얼마 안 됐을 테니 모르려나?

[길드] 빨강색: 근데 사격은 뭐함?

[길드] 갓말이: 그러게요 한마디도 안하시네

[길드] 빨강색: ? 위치 보니까 오두막인데

[길드] 빨강색: 설마 님 혼자 강화함?

레비아는 장비 강화에 천장이 없었고 10강부터는 일정 확률에 따라 장비가 파괴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장비 강화 중에는 각종 미신이 동원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특정 장소에서 강화하는 거였다. ‘산속 깊은 오두막’이라는 맵은 특히 장비 강화 명당으로 유명했다. 빨강색이 대번에 강화 얘기를 꺼내는 것도 그런 맥락이었다.

[길드] 보틀: 이거 완전 배신자네 ㅡㅡ

[길드] 보틀: 터졌으면 봐준다

[길드] 보틀: 강화 성공했으면 딱 대셈

[길드] 사격: ㅋㅋ 진짜 터짐

[길드] 보틀: ?

[길드] 사격: 니가 말하자마자 터졌잖아

[길드] 딜하는프리: ㅁㅊ

[길드] 갓말이: 형 뭐하셨는데요?

[길드] 사격: 나 모자 25

[길드] 갓말이: ㄷㄷ 몇 강에서 터지심?

[길드] 사격: 23

[길드] 맛업는라면: 도랏 23...

[길드] 갓말이: 헐 근데 오늘 강화 이벤트도 아닌데 왜 하신 거임?

[길드] 사격: 몰라 그냥 느낌이 왔어

[길드] 갓말이: 설마 터지는 느낌이요?

[길드] 앞으로맑음: ㅋㅋㅋㅋㅠㅠ

[길드] 사격: ㅋㅋㅋ

[길드] 사격: 보은아 적당히 하자

[길드] 갓말이: ㅎㅎ 넵...

[길드] 보틀: 그럼 난 잠깐 사라져볼게^^!

[길드] 빨강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가는데

[길드] 빨강색: 빨리 와서 머리 박으셈

[길드] 보틀: 아니;;

[길드] 보틀: 하필 내가 말했을 때 터지는 거 뭔데

[길드] 비테마죽: 심지어 23강임

[길드] 보틀: 야 그냥 내가 다 미안하다 ㄷㅊ고 있겠음

[길드] 빨강색: 사격 저거 이미 서른 번 넘게 터졌을걸?

[길드] 딜하는프리: 오우 개같이 멸망하셨네

보틀이 안절부절못하는 게 보였지만 사격은 그 뒤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위치를 보니 오두막에서 이동한 것도 아닌 듯했다.

[길드] 보틀: 근데 쟤 계속 오두막인데

[길드] 사격: ㅇㅇ?

[길드] 갓말이: 형 설마 강화 더 하고 계신거임?

[길드] 사격: 엉

[길드] 사격: 20까지만이라도 올려두게

[길드] 갓말이: 근데 23 터진 건 솔직히 너무 아깝긴 하다 그것도 개비싸지 않나여?

[길드] 사격: 추옵 없이 강화만 한 거긴 한데 ㅋㅋㅋ

[길드] 사격: 잠시만

사실 가격으로 따지면 약속 방어구가 아무런 옵션 없이 23강만 되어 있어도 이백만 원 선은 했다. 아웃벤에서 시세를 물어보는 글을 본 적이 있어 기억한다. 다만 사격이 최종적으로 만들려는 템 세팅과 비교하면 의미가 없을 뿐이었다.

[길드] 사격: ?

[길드] 사격: 뭐지 15강 누르는데 터졌는데

[길드] 갓말이: 엥

[길드] 갓말이: 파방 바르신 거죠?

[길드] 사격: ㅇㅇ;;

[길드] 갓말이: 그럼 당연히 파괴되면 안 되는 거 아님?

[길드] 도텐: 뭐야 버그임?

[길드] 사격: 아 왜 이러지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갓말이: 형 그냥 오늘은 강화 쉬세여...

[길드] 갓말이: 진짜 날이 아닌 거 같음

그게 말이 되나. 파방, 즉 파괴 방지 주문서는 말 그대로 15강 미만의 장비에 적용하면 1회에 한해 파괴를 막아 주는 주문서였다. 그걸 썼다면 당연히 터지지 않아야 맞을 텐데. 버그인가? 강화 체계는 인게임 재화나 현금 모두와 연관되어 있어 자칫 잘못했다간 크게 문제가 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당연히 게임사에서 가장 신중하고 꼼꼼하게 다루는 영역이었다.

[길드] 도텐: 나중에 홈페이지 문의 넣어봐 같이 넣어줌

[길드] 비테마죽: 서버렉 문제 같은 건가

[길드] 갓말이: 그럼 개빡칠 듯;; 족망겜 수준

[길드] 사격: ㅇㅋ

[길드] 사격: 일단 꺼야겠네...

[길드] 맛업는라면: ㅠㅠ 형

사격은 지금까지 봤던 모습 중 가장 지쳐 보였다. 저 말 이후 바로 접속이 비활성화된 것도 그렇고.

빨강색의 말대로라면 이미 서른 번 넘게 파괴된 아이템이 말도 안 되는 구간에서 또 터진 셈이니 그럴 만도 했다.

같이 문의해 드리면 좋을 텐데.

그동안은 도움만 받았는데, 이번엔 보탬이 되고 싶었다. 보다 많은 사람이 문의할수록 답변은 빠르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만약 사격에게 스크린 샷이나 다른 자료를 받을 수 있다면 더욱 좋고.

고객센터 문의 정도야 크게 번거로운 것도 아닌 데다 강화 표기 수치와 연결된 사안이면 대처도 최대한 빠르게 해 줄 것 같았다.

ㄱㅇㅅ: 맑음님 안녕하세요

레비아 온라인 홈페이지를 켜 고객센터 메뉴를 찾아보는 중이었는데, 화면 하단 오른쪽으로 라잇톡 알림이 보였다.

ㄱㅇㅅ: 단톡에 바로 초대하면 불편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서

ㄱㅇㅅ: 메시지 확인하시면 초대해드릴게요

라잇톡 메시지 배경에는 친구로 추가되지 않은 사용자 표시가 떴다. 사용자 명은 ‘ㄱㅇㅅ’이라고만 되어 있었는데, 아마 이름 석 자의 초성인 듯했다.

프로필은 뒷모습만 있어 별다른 정보가 없었지만 메시지 내용만 봐도 사격이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시간을 보니 접속을 종료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메시지를 보낸 모양이다.

바로 초대했어도 괜찮았을 텐데. 메시지가 좀 쌓였을지도 모르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을 테니까.

정찬영: ㅋㅋㅋ 상관은 없었는데 그래도 감사합니다

정찬영: 그것보다 모자...

정찬영: 괜찮으신가요ㅠ

정찬영: 바로 접속 종료하시길래

…괜히 물어봤나? 당연히 모자야 안 괜찮겠지. 그대로 터져 버렸으니.

ㄱㅇㅅ: 아 ㅋㅋ

ㄱㅇㅅ: 네

ㄱㅇㅅ: 일이 좀 있어서

ㄱㅇㅅ: 모자 터진 것 때문에 종료한 건 아니에요 ㅎㅎ

ㄱㅇㅅ: 괜히 신경 쓰시게 했네요

정찬영: 아니요 그렇다기보다

정찬영: 걱정했어요 ㅋㅋㅠ

최근 레벨 업을 꽤 했고 보조 무기에 돈도 좀 썼다지만, 사격에 비하면 아직 새파랗기만 한 뉴비가 걱정했다고 하면 우스울까?

하지만 진짜 걱정되긴 했다. 사격이 나가 버린 게.

ㄱㅇㅅ: 걱정이요?

정찬영: 네 혹시라도 현타 오셨을까봐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같이 레이드를 다니던 사람이 강화가 망해 현타가 세게 왔다며 바로 접어 버리는 사태는 신물 날 만큼 봐 왔다. 비단 에이나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가진 재화란 재화는 모조리 다 쏟아부어야 하는 RPG 특성상 상위로 갈수록 강화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한두 푼은 아니니까. 게임마다 거기서 시간의 비율이 크냐, 돈의 비율이 크냐 차이 정도만 있을 뿐.

소비한 시간이나 돈의 절대량도 문제지만 실패 자체가 이어질수록 사람을 돌아 버리게 했다. 레비아처럼 천장이 없는 게임은 언제 성공할지 기약도 없는 경우도 많고. 갖고 있던 장비가 스무 번 연속 실패만 하다 파괴돼 버리자 군대까지 다녀온 이삼십 대 남자가 눈물을 글썽거리는 장면도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ㄱㅇㅅ: ㄷㄷ 맑음님 걱정하셨다니까

ㄱㅇㅅ: 죄송해지네요

ㄱㅇㅅ: 민망하기도 하고

ㄱㅇㅅ: 근데 진짜 중요한 연락 때문에 나간 거예요

ㄱㅇㅅ: 채팅 답 못할 것 같아서

정찬영: ㅎㅎ;;

정찬영: 그럼 다행이구요

정말 괜찮으신 건가.

사격 정도면 레비아에서만 해도 장비 강화를 수천, 수만 번은 했을 텐데, 그러면 이백만 원짜리 장비가 클릭 한 번에 공중 분해되고 파괴 확률 0%에서 터져도 튼튼한 멘탈이 생기나?

솔직히 뉴비가 걱정한다니까 숨긴다는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건 그것 나름대로 더 캐물어 보기 그랬다.

ㄱㅇㅅ: 일단 단톡 초대부터 할게요

정찬영: 넵

[ㄱㅇㅅ님이 정찬영님을 초대했습니다.]

ㄱㅇㅅ: 여러분 맑음님입니다

소수 정예 친목 길드답게 단체 채팅방 인원은 열 명 수준이었다. 물론 그중에서도 말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나눠져 있겠지만.

서보은: 오

서보은: 맑음님 단톡도 하시나보네

박태경: 하이요~ 딜하는프리입니다

임혜지: 대답 하나도 안 하더만 ㅋ

임혜지: 맑음님 데리고 와서 봐줌

맨 위는 사격이 보은이라고 부른 적이 몇 번 있으니 묻지 않아도 갓말이일 것이다. 딜하는프리는 직접 소개했으니 예외, 아래는 이름이나 말투를 보면 왠지 빨강색 같고.

정찬영: 안녕하세요~

최ㅇㄹ: 비테마죽입니다

정찬영: 넵 반갑습니다

김도텐: 대답 안 한 건 사실 보틀이 빡치게 해서 아님?

서보은: 아 맞다 형 지금은 괜찮으신 거임? ㅠ

박태경: 숙-연

박태경: 아아 그의 모자는 갔습니다

임혜지: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정선빈 보틀 이새끼는 입 털어놓고 어디 감?????

정선빈: 아 왜 ㅡㅡ

정선빈: 이미 엎드려 뻗쳐 중이라 답장 못 한다고

임혜지: ㅇㅎ 빠른 그랜절 굳

정찬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ㄱㅇㅅ: ㄱㅊㄱㅊ

ㄱㅇㅅ: 한두 번 터진 것도 아니고

찬영은 장비를 맞출 때 직접 강화하기보다는 가급적 구매하는 편이었고, 직접 강화한다고 해도 무리하지 않고 반드시 쌓인 재료로만 했다. 그래서 저 정도로 장비 강화가 잘 안 될 때 어떤 마음일지는 상상밖에 할 수 없었다. 암만 그래도 저렇게 쿨한 반응을 해 줄 수 있을 것 같진 않은데. 장비가 파괴되면 나라를 잃은 기분이라고까지 표현하는 게 RPG에서의 강화다.

정선빈: 그럼 다시 일어나도 되는거지?^^

ㄱㅇㅅ: 일어나도 된단 말은 안 한 것 같기도 하고....

임혜지: ㅇㅋ 너 다시 엎드리래

정선빈: 옙 형님

정선빈: 어휴 제가 감히

ㄱㅇㅅ: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농담임 맑음님 놀라신다

임혜지: ㄲㅂ; 맑음님 덕분에 이걸 사네

정선빈: 굿 같은 정씨 의리임

정찬영: 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ㅋㅋㅋㅋ

정찬영: 걍 지금 너무 재밌음

박태경: 빠른 적응 좋습니다

임혜지: 님들 이제 다 자기 소개 한 번씩 하셈

정선빈: 님 선이요

임혜지: 난 말 안 해도 아실걸

정선빈: 근거 1도 없는 자신감 보기 좋구요

임혜지: 들어오자마자 넌 싫어도 알게 되시긴 했을 듯

정선빈: 싫어도는 뭐냐?

보틀은 빨강색의 채팅 덕에 누군지 바로 알긴 했다. 둘이 티키타카를 하는 걸 보고 있으면 그 채팅이 없었어도 충분히 알아차렸겠지만.

최ㅇㄹ: 아니 그래서 자기 소개는 대체 언제 하나요 님들?

정찬영: 일단 눈치로 때려 맞추고 있는 중이긴 함

서보은: 맑음님 좀 시끄러우시죠

서보은: 저희 원래 이러고 놀아요

정찬영: 평소에 친구나 길드 챗만 봐도 알 것 같아요 ㅋㅋㅋㅋ ㄱㅊㄱㅊ

이동은: 맑음님 안녕하세요

이동은: 길드에서도 인사 드렸던 맛업는라면입니다

정찬영: 넵

정말로 정신이 없긴 없었다. 일방적으로 라잇톡 친구에 추가할 수도 없고, 이름을 보고 앞으로 누가 누군지 외워야 하니까. 아직 소개하지 않은 사람도 많아 말투를 보고 눈치껏 맞혀야 하는 경우도 있고.

ㄱㅇㅅ:

임혜지 - 빨강색

ㄱㅇㅅ - 사격

박태경 - 딜하는프리

정선빈 - 보틀

서보은 - 갓말이

김동명 - 도텐

권나원 - 서리

최ㅇㄹ - 비테마죽

이동은 - 맛업는라면

.

.

ㄱㅇㅅ: 공지 올려둘게요

ㄱㅇㅅ: 맑음님 참고하시면 될 듯

박태경: 와우

사격은 진짜 천사인가?

적절한 타이밍에 친절한 공지는 찬영 스스로도 혹시 따로 요청했었나 헷갈리게 했다.

정찬영: ㄷㄷㄷ 감사합니다

정선빈: ㄹㅇ 다정킹이네

박태경: 서-윗

닉네임 목록을 보니 한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익숙한 사람들이다. 다행히도.

그 한 명인 서리는 한계의 탑 레전드 서버 기록에 매주 10위 이내로 찍히는 랭커 유저였다. 며칠간 접속도 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접속 시간이 찬영과 아예 다른 건지 길드 채팅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맨 윗부분의 메시지 옆에 아무 숫자가 없는 걸로 봐서는 라잇톡은 보고 있을 텐데, 아무 말이 없는 걸 보면 원래 말이 없는 사람 같았다. 그런 사람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지. 아니면 낯을 좀 가릴지도 모른다. 단톡에 있다고 해도 친한 한 명만 보고 따라왔거나 분위기만 읽으려는 목적이었을 수도 있고.

ㄱㅇㅅ: 님들한테 맡겨놨다가는 맑음님 누가 누군지 계속 모를 것 같아서 쓴 거임

서보은: 고건 맞지

정찬영: 덕분에 도움 많이 됐어요

ㄱㅇㅅ: ㅎㅎ

ㄱㅇㅅ: 모르시는 거 있으시면 언제든 톡이나 게임에서 물어보세요

ㄱㅇㅅ: 저도 그렇고 다들 잘 알려줄 거라

ㄱㅇㅅ: 말은 좀 정신없이 해도 착해요

정선빈: 착해요 ㄷㄷ 지금 나 약간 감동 받음

임혜지: ‘말은 좀 정신없이 해도’

정선빈: 한국말은 끝까지니까 어쨌든 뒤가 더 중요함

정찬영: 방금 하신 톡도 사격님 말 증명 같음 왠지 ㅋㅋㅋㅋㅋ

ㄱㅇㅅ: 맑음님 보셨죠?

정찬영: 넵ㅋㅋ

말을 좀 정신없이 하든, 조용히 낯만 가리든 무슨 상관인가. 어쨌든 좋은 사람들이었고 찬영은 그래서 아군이 좋았다.

[공지] 장비 강화 핫타임 이벤트 안내

안녕하세요, 모험가님.

레비아 온라인입니다.

장비 강화 핫타임 이벤트 관련 아래와 같이 안내 드립니다.

● 이벤트 기간

- 0/00(토) 00:00~23:59

● 이벤트 참여 방법

- 이벤트 기간 중 접속 시 해당 이벤트 효과 적용

● 이벤트 내용

- 이벤트 기간 중 장비 강화 시 소모되는 골드 20% 할인

- 이벤트 기간 중 장비 강화 시 15강 이전 파괴 확률 0%

자세한 내용은 레비아 온라인 공식 홈페이지 내 공지사항 > 이벤트 공지사항 메뉴에서 확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게임 이용에 참고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게임 접속과 동시에 이벤트 알림 창에 공지가 떴다. 보통 분기에 한 번꼴로 돌아온다는 장비 강화 이벤트였다. 진행 기간도 딱 하루뿐인 희귀한 이벤트가 뜬 만큼 친창들이나 길드원들이 이벤트 공지를 보고 강화하겠다고 벼르고 있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찬영은 이미 가지고 있는 골드로만 강화해 볼 생각이었다. 이벤트 공지가 뜬 순간부터 골드 시세가 평소보다 5~10% 정도는 올랐을 텐데, 그렇게까지 강화해야 할 만한 장비를 갖고 있진 않았으니까. 사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운이 극도로 좋지 않은 이상에야 이벤트건 뭐건 경매장에서 사는 게 가장 이득이다.

날짜를 보면… 바로 내일인데? 이게 맞는 날짜인가?

게임사에서 다른 것도 아니고 장비 강화와 연관된 중대한 이벤트를 이렇게까지 급하게 할 리는 없다. 아니면 어제도 공지가 떴는데 저만 못 본 건지.

찬영은 핸드폰을 켜 아군 단체 채팅방을 확인했다.

정찬영: 혹시 내일 핫타임 이벤트 맞죠?

서보은: 맞을걸여? 자정부터 강화 비용 할인이랑 15강 파방 자동

서보은: 안 그래도 그저껜가 공지 뜨고 나서부터 골드 시세 엄청 올랐던데

정찬영: ㅇㅎ 제가 못 봤나 보네요 ㅜ

김도텐: 간만에 부캐들 거 강화 좀 해줘야겠네

임혜지: @ㄱㅇㅅ @김도텐 님들 전에 15강 터진 거 문의해봤음?

김도텐: ㅇㅇ? 엄청 했지

임혜지: 답변은 받았고?

ㄱㅇㅅ: 그거

ㄱㅇㅅ: 안 그래도 답변이랑 운영자 쪽지 왔던데 ㅋㅋㅋㅋㅋㅋ

ㄱㅇㅅ: (사진)

ㄱㅇㅅ: 펫이 버프 갱신할 때 서버렉 걸려서 주문서 적용이 안 됐다고 함

ㄱㅇㅅ: 복구 받았으니까 뭐...

사격이 전송한 이미지에는 운영자가 보낸 쪽지의 내용이 쓰여 있었다. 대충 먼저 문의를 남겨주신 점 감사드리며 이러저러한 경위로 문제가 생겼고, 파괴된 장비 복구와 함께 죄송한 마음을 담아 ‘사죄의 마음’이라는 사과 상자 모양의 아이템도 함께 첨부하니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말들이었다.

정찬영: 궁금한 게 있는데

정찬영: 혹시 저 상자에는 뭐 들어가요?

임혜지: 저거 전에 저도 몇 번 받아봤는데 ㄹㅇ 별거 없음

임혜지: 걍 경비[45]랑 특제 성장 물약 하나씩 강돌 세 개 이게 끝임

임혜지: 심지어 다 교불이라 ㅋㅋㅋ 무엇을 상상하시든 그 이하

정선빈: 역시 온더넷이 온더넷했다

정찬영: ㄷㄷ;;

박태경: 안에 든 건 다 똑같나요? 맨날 저거 주던데

서보은: 넹 진짜 대형 사고 친 거 아니면 항상 똑같아요

서보은: 지들 판단에 별거 아니네 싶으면 한 개 주고 이거 좀 심각하다 싶으면 다섯 개 주고 이딴 식임;;

서보은: 줄거면 마법석이나 주지

정찬영: 어우

그게 무슨 동네 구멍가게식 운영일까. 구성품이라도 괜찮은 걸로 주든가. 경험의 비약은 막 시작한 뉴비가 아니고서야 백만 골드 이내로 누구나 제작할 수 있는 품목이었고, 특제 성장 물약은 오 분이면 레벨 업을 할 수 있는 쪼렙 구간에서 달랑 1레벨을 올려 주는 게 고작이라 큰 의미는 없었다.

그나마 괜찮은 게 있다면 강화의 돌일 텐데, 그것도 각성 스킬 강화를 어느 정도 끝낸 유저들이라면 필요 없다. 교환 불가라면 부캐릭터나 다른 사람에게 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김도텐: 복구는 14강?

ㄱㅇㅅ: ㅇㅇ 당연하지

김도텐: 해주는 김에 그냥 23 해달라하지 왜

김도텐: 14강은 복구해줘도 별 의미도 없는데

ㄱㅇㅅ: ㅋㅋㅋㅋㅋ 원래 그게 맞잖아

ㄱㅇㅅ: ㄱㅊㄱㅊ

서보은: 형은 괜찮다는 말이 습관인 듯

서보은: 제가 다 속이 상함

정선빈: 그니까; 뭔 서버렉 타령이야 운영 하루 이틀 하나

최ㅇㄹ: 저 같음 열 받아서 접었음

ㄱㅇㅅ: 접기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게 아닌지 싶고...

최ㅇㄹ: 앗 그건 할말없네여

정찬영: ㅠㅠ

사격 캐릭터에 쏟아부은 돈은 차치하고서라도, 정이 붙었을 시간만 해도 어마어마하겠지. 개인 기록용 온튜브 첫 영상 업로드 일자만 봐도 사 년은 지났다.

보통 게임을 한 시간이 일, 이 년이 넘어가고 친한 사람들이 생기면 쉽게 접지도 못한다. 그러니까 아무리 주변에서 개돼지 새끼니 P2W 좆망겜이나 한다느니 비웃고 꼬우면 접으라는 말을 수백 번 들어도 나는 존나 나만의 길을 간다 묵묵히 사냥을 하고 레이드를 뛰는 거지.

정선빈: @ㄱㅇㅅ 그래서 이번 이벤 때 강화할 거지?

ㄱㅇㅅ: 뭘

ㄱㅇㅅ: 아 모자?

정선빈: ㅇㅇ

정선빈: 강화할 때 화공 좀 ㅎㅎ

ㄱㅇㅅ: ㅋㅋㅋ 안 됨

ㄱㅇㅅ: 너네가 보고 있으면 강화 항상 망하던데

ㄱㅇㅅ: 무슨 한 번도 간 적이 없어

정선빈: 야 그 말은 좀 섭섭하다?

서보은: 솔직히 그건 우리 탓이 아니라 형 계정에 락이 걸려서 읍읍

박태경: ㄹㅇ 이거 사격님 템이니까 좀 더 쓰게 해도 되겠다 지들끼리 회의했을지도요

ㄱㅇㅅ: 그만

ㄱㅇㅅ: 알겠으니까 제발 그만요

박태경: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보은: ㅎㅎ

ㄱㅇㅅ: 모자만 봐도 토할 것 같은데 이제

ㄱㅇㅅ: 또 할 생각에 머리가 어질어질하네

서보은: 그럼 복구받아서 인벤에 박아두기만 하신 거임?

ㄱㅇㅅ: ㄴㄴ 15까지만 올렸어

서보은: 15 솔직히 오반데 진짜 어차피 올리실 거

정선빈: ㄹㅇ 사격 클라스 다 뒤졌다

김도텐: 나였으면 15강 가지고 있을 바에야 버렸지

ㄱㅇㅅ: 뭘 또 버려ㅋㅋ 오바야

ㄱㅇㅅ: 아

ㄱㅇㅅ: 불안한데

ㄱㅇㅅ: 일단 컴퓨터 켠다

ㄱㅇㅅ: 화공할 테니까 들어와도 됨

김도텐: 오 굿

임혜지: 알지? 망하면 일단 무조건 보틀 탓 시전 ㄱㄱ

ㄱㅇㅅ: ㅇㅋ 머릿속에 입력하고 시작하겠음

화면 공유를 한다는 메시지를 보자마자 찬영도 보이스 코드를 켰다. 오 분도 안 되어 아군 채널에 다섯 명이 넘게 모였다. 방송을 켜 보니 사격의 캐릭터는 사람들이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듯 몇 분간 가만히 서 있었다. 이번에는 산속 깊은 오두막이 아닌, 별빛 안개숲이라는 또 다른 강화 명당 맵이었다.

[길드] 사격: 다 왔나?

[길드] 도텐: 올 사람들은 바로 오지

[길드] 보틀: 솔직히 지금까지 안 왔다? 그건 진심 아닌 거니까 내 알 바 아님

[길드] 보틀: 빨리 ㄱㄱㄱㄱㄱ

[길드] 도텐: 25 가즈아

[길드] 사격: 내가 이런 사람이 아닌데

[길드] 사격: 오늘은 좀 떨리네 ㅎㅎ;;

[길드] 갓말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사격: 간다

[길드] 앞으로맑음: ㅎㅇㅌㅠ

사격이 이렇게 긴장한 건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이번엔 제발 한 번 만에 붙기를. 아예 이대로 25까지 달려 버리기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이스 코드 화면에 떠 있는 강화 창을 보고 있을 때였다.

[강화] 장비 강화에 실패하였습니다.

[강화] 잊히지 않는 약속의 모자가 파괴되었습니다.

유리인지 광석인지, 어쨌든 뭔가 깨지는 효과음과 함께 장비가 파괴되었다는 메시지가 떴다. 사격의 모자는 또다시 휴지 조각이 되었다.

[길드] 보틀: 어디서 뭐 터지는 소리 안 들려요?

[길드] 보틀: 사격 모자가 터지는 소리

[길드] 사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도텐: 원펑 실화냐 ㅁㅊ;

[길드] 갓말이: 이건 뭐 놀리는 것도 죄송할 수준이네

[길드] 갓말이: 실패도 아니고 걍 파괴 ㄷ

강화 시도 한 번에 터지는 게 말인가.

평소대로라면 괜찮다는 말부터 먼저 했을 텐데 사격은 한 번 웃고 난 이후 아무 말도 없었다. 인벤토리를 열어 똑같은 장비를 꺼내 분해하고, 거기서 나온 장비 조각으로 파괴된 장비를 복구한 뒤 묵묵히 계속 강화 버튼만 누를 뿐이었다. 보이스 코드도 길드 채팅창도 고요했다.

13~15 구간이 길어진다 싶더라니.

다시 만든 15강에서 강화를 누르자마자 또 터졌다.

[길드] 사격: 아

[길드] 맛업는라면: ㅠㅠㅜㅜㅠ

보고 있던 사람들에게서 슬슬 탄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격은 남은 조각으로 모자를 재차 복구했다. 이쯤 되면 약간의 오기도 섞여 있는 듯했다.

[길드] 딜하는프리: 악깡버[46]...

[길드] 딜하는프리: 솔직히 이만큼 터졌으면 좀 붙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길드] 비테마죽: ㄱㅊㄱㅊ 큰 거 올 것임

[길드] 비테마죽: 아직모른다

[길드] 도텐: 대체 얼마나 큰 게 오려고

[길드] 도텐: 스트레이트 25라도 붙여주나

[강화] 장비 강화에 실패하였습니다.

[강화] 잊히지 않는 약속의 모자가 파괴되었습니다.

큰 게 오기는 왔다. 이번에도 15강에서 날아갔으니.

[길드] 빨강색: ㅋㅋㅋㅋ

[길드] 빨강색: 걍 입 다물고 가만히 있을랬는데

[길드] 빨강색: 이 정도면 조작 아님? 보고만 있어도 킹받네;

찬영의 생각도 같았다. 15~16 구간에서의 파괴 확률은 고작 1.4%였다. 백 번을 실시했을 때 한두 번 터질 확률. 그게 같은 아이템에 무려 연속으로 세 번 발생했다. 이 정도면 사실 1.4%가 아니라 140%였던 게 아닐까?

[길드] 도텐: 아니 이건 오바지

[길드] 도텐: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길드] 갓말이: ㄹㅇ 3연펑 먼데

[길드] 갓말이: 진짜 우리가 보고 있는 게 문제였던 거 아님?

[길드] 사격: ㅋㅋ

[길드] 사격: 미치겠네 진짜

그 채팅을 끝으로 화면이 꺼지고 보이스 코드 방에서 사격의 닉네임도 사라졌다. 아예 통화 종료를 누른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놀렸던 보틀도 슬슬 심각해진 분위기를 감지한 것 같았다. 단체 채팅방 알림이 부산하게 울렸다.

정선빈: @ㄱㅇㅅ 형 돌아와...

임혜지: 형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임혜지: 보틀 발등에 불 떨어졌네 모든 원흉

정선빈: ;;

정선빈: 내가 너 사랑하는 거 알지? 빨리 와

ㄱㅇㅅ: 아니 그런 거 모름

ㄱㅇㅅ: 잠수 탄다 ㅃㅃ

김도텐: 뭔 잠수임

정선빈: 아 어디 가 ㅡㅠ

정선빈: ㅡㅡ

그렇게 사격이 마지막 메시지를 보낸 지 십 분이 지났다.

서보은: 이 형 ㄹㅇ 잠수타셨나본데요

정선빈: 그러게 진짜로 안 보네

직전 메시지까지 동일했던 읽지 않은 사람 숫자가 아래쪽 보틀의 메시지부터는 딱 1이 더해져 있었다.

정찬영: 사격님 어딜 가시나요 안 됩니다

정찬영: 저한텐 접지 마시라고 해놓고

박태경: ㄷㄷ 이거 마따 신입은 책임지셔야지

ㄱㅇㅅ: 저 접는다고는 안 했습니다ㅠ

진짜 돌아왔네.

정선빈: ?

정선빈: 맑음님이 부르니까 바로 오는 거 뭐냐?

정선빈: 나쁜 놈아;;

정선빈: ㅇㅋ 앞으로 너 소환할 때 맑음님한테 부탁한다

정선빈: 딱대

ㄱㅇㅅ: 맑음님 앞으로는 개인톡 어떠세요

정선빈: 나한테만 매정한 거 봐

정찬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ㅠㅠㅠㅠㅠ

정찬영: 저야 좋죠

개인 톡 어떠시냐는 말은 농담이겠지만. 그럼 이제 친구 추가를 하고 ‘ㄱㅇㅅ’이라는 기본 이름도 변경해도 되려나? 저 초성을 볼 때마다 괜히 사격의 이름만 궁금해졌다.

서보은: 아니 근데 모자에 골드 잡아먹는 귀신이라도 붙었나

서보은: 굿 한 판 하셔야 할 듯

임혜지: 아까 동서남북 했음? 제물 바침?

ㄱㅇㅅ: 당연히 했지 기본이야 그건

레비아에서의 굿이란 실제 음식이나 음료 모양으로 생긴 회복 포션을 맵에 깔아 놓고 캐릭터의 머리를 숙이는 모션까지 취하는 것을 말했다. 동서남북은 장비 강화 창을 동서남북 사방으로 한 번씩 당겨 주는 것이다.

제물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굿과 비슷하게 골드를 바닥에 뿌려 놓고 사라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강화하는 장비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장비를 파괴될 때까지 강화하는 방식이었다. 두 가지 모두 유저의 재산을 게임 서버에 바친다는 뜻으로 제물이라고 불렀다.

모조리 미신들이었지만, 매번 실패나 파괴를 반복한 장비라면 미신이라기보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징크스 수준으로 바뀌었다.

지금 말대로라면 사격의 장비는 그걸 다 했는데도 대참사가 일어난 셈이었다.

박태경: 어케 참음 진짜로

임혜지: 나였으면 이미 마우스 부쉈다

김도텐: 레전드긴 해

김도텐: 강화할 때마다 유사과학 동원해야하는 족망겜

서보은: ㄹㅇ 인디언식 기우제임 저거 하고 될 때까지 강화하니까 강화할 때 필수라 하지

서보은: 이게 게임인지 강원랜드인지

최ㅇㄹ: 근데 님들

최ㅇㄹ: 다 까먹으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건데

최ㅇㄹ: 아직 자정 안 됐었음

찬영의 시선이 자동으로 화면 하단 컴퓨터 시계로 향했다. 오후 10:21. 이벤트 적용까지는 아직 한 시간도 더 남았다.

정찬영: 헐

서보은: 미친 진짜네;;

박태경: 아니 생각해보면 그 상태에서 계속 강화하신 거임?

임혜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랏

임혜지: 쟤도 어지간히 마음 급했나 보네

정선빈: 문제는 세 번이나 터지는 동안 그걸 아무도 몰랐다는 거임

ㄱㅇㅅ: 하 ㅜ

임혜지: 이따 열두 시에 다시 ㄱ?

임혜지: 지금 두 시간도 안 남았음

ㄱㅇㅅ: 근데 또 터지면 정신 나갈 것 같음 ㅋㅋㅋㅋㅋ

ㄱㅇㅅ: 그냥 안 할래

박태경: 덜덜 강화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서보은: 사격도 정신 나가게 만드는 미친 겜 미친 강화

정선빈: 진짜 더 안 함?

ㄱㅇㅅ: ㅇㅇ 절대 안함

정선빈: ㅇㅋ 자 그럼 이제 다들 해산~

정찬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임혜지: 진짜 보틀 저거 가만히 두는 거 보면 사격이 보살이긴 함

임혜지: 옆에서 보는 나도 추방 마려운데

정선빈: ㅎㅎ 난 길드 마스코트라 추방 안 됨

임혜지: ?

임혜지: 방금 진짜 추방할 뻔 했으니까 자제좀

정선빈: 어차피 같은 부마라 추방 못 함 ㅅㄱ

부마스터들끼리는 서로 추방할 권한이 없구나. 처음 알았다. 하기야 그런 게 있었다면 빨강색과 보틀이 이미 하루에도 열두 번씩 서로 추방해댔겠지. 장난으로라도.

시간이 지나고 자정이 되자 마을 맵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강화하는 모션이 보였다. 동시에 메가폰도 평소보다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대부분 강화가 잘됐다는 자랑 아니면 이렇게까지 망할 수가 있냐는 화풀이였다.

[메가폰] 엄자본유저: [+20 갈망하는 영원의 상의] 8억 골로 20강 3개 보냈는데 잘 간 건가요? 레린이라서 잘 모르겠어요ㅠㅠ

[메가폰] 말보다주먹: 와 진짜 망하셨네요 전 8억으로 20강 5개나 보냈는데 불쌍;; 웬만하면 접으시는 거 추천드려요

[메가폰] 무었나: 진심 비틱질하는 거 보면 개패고 싶다

[메가폰] 전사넘야캐요: 모르긴 개뿔 딱 봐도 부캔데 뉴비 팔면서 입 터는 꼬라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메가폰] 배태랑기사: 하 ㅈ같네 진짜... 왜 나만 안 되냐?

[메가폰] 쓰로우: 형누나들 왜 그래 다들 강화 이벤트 때 확률 조정하는 거 알고 하는 거 아니었어? 화내지마

[메가폰] 바나나는원래노랑: 49층 엘레나 템 팝니다@@@@@ 이 개같은 븅2신겜 오늘부로 접습니다@@@@@@@@@@@@@@@@@@

[메가폰] 엄자본유저: 귓속말 욕 ㅈㄴ 오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생을 게임에 갈아버린 정공개백수ㅅㄲ들 모인 겜 아니랄까봐 수준

[메가폰] 눋살: 정공겜인거 알면 빡치게 하질 마시든가요 ㅅ1발롬아 먼저 건드려놓고 정공겜 ㅇㅈㄹ 디질라고

[메가폰] 궁수상향필수: 채팅창 더러운 거 봐라 느그들끼리 조용히 싸우세요 귓속말도 있는데 나이 처ㅣ먹고 잼민이들마냥 싸움 광고질;

[메가폰] 눋살: 어쩌라고 니들이 메가폰 사서 내 거 밀든가 그럼ㅋㅋㅋㅋㅋㅋㅋㅋ 메가폰도 없는 거1지새1끼들이

[메가폰] 쓰로우: 어허 다들 과몰입 멈춰!

[메가폰] 두번다시안함: 왤케 싸워ㅠ 어차피 다 같은 개돼지들인데

[길드] 도텐: 메가폰 구경 간만에 재밌네

[길드] 보틀: 원래 내 일만 아니면 강화가 세상에서 제일 재밌어

[길드] 도텐: 사격 오열 ㅋㅋ

[길드] 보틀: 걔는 예외지;; 실패하는 것도 정도가 있는데

[길드] 앞으로맑음: 오늘은 진짜 현타오신 것 같던데요ㅠ

[길드] 보틀: 그러게여 다시 라톡해봐야겠네

[길드] 보틀: 최근에 너무 놀렸나

누군가는 네가 선택한 게임이니 악으로 깡으로 버티라고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천장이 없는 게임을 해 주는 게 잘못이라는 말은 부분 유료화 MMORPG를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는 사람만이 가능한 공감 능력 제로성 발언이었다.

정선빈: (사진)

정선빈: @ㄱㅇㅅ 오늘 메가폰 보셈

정선빈: 다 망해서 욕하는 거

정선빈: 그러니까 대충하고 돌아와

정선빈: 알잖아 레비아는 원래 이런 세계야

ㄱㅇ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ㄱㅇㅅ: 나만 망한 건 아닌가보네 다행

정선빈: 사실 나도 몰래 한 거 터졌음 ㅎㅎ;;

임혜지: 솔직히 인과응보다 너는 ㅋㅋ

몰래 한 게 터졌다는 말까지 덧붙인 건 보틀 나름의 위로인 듯했다. 진실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ㄱㅇㅅ: 오늘만큼은 다 망했으면ㅜ

박태경: 사격님은 그런 말씀하셔도 이해 쌉가능

ㄱㅇㅅ: 사실 접는 게 맞긴 해요

ㄱㅇㅅ: 게임이 접으라고 등 떠미는 건데 제가 눈치 없이 계속 붙어있는 거라

서보은: 어차피 못 접으실 것 같은데

서보은: 형 저번에도 그 말 하심

ㄱㅇㅅ: 그만

서보은: 넵 ㅎ

임혜지: 내가 다른 사람들 접는단 말은 다 믿어도 넌 절대 안 믿음 죽어도 못 접을듯

정선빈: 죽으면 좀 벗어나자 얘들아 죽어도 못 접으면 슬프지 않니

임혜지: ? 뭔 소리임

임혜지: 레비아는.인생이고.인생이.레비아다.

임혜지: 넌 인생을 접을 수 있음? 실망이네

정선빈: ;;

ㄱㅇㅅ: 오늘은 접고 그냥 다음에 해야겠다

임혜지: 아직 포기는 안 함?

ㄱㅇㅅ: 오기 생겨서 얘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볼 거임

서보은: 그래도 25강짜리 매물 나오면 산다vs안산다

ㄱㅇㅅ: ?

ㄱㅇㅅ: 있으면 다른 서버 거라도 사와야지 무슨소리야

박태경: 오늘 또 길마님 명언 탄생

서보은: 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서버 이동 노리시는 거임?

ㄱㅇㅅ: ㅇㅇ

ㄱㅇㅅ: 그리고 약속 25강은 무조건 사와야 돼 ㅋㅋ 그건 도시섭도 잘 안나옴

서보은: 그건 맞죠

김도텐: 지금 25 몇 개임?

ㄱㅇㅅ: 무기랑 신발 두 개

ㄱㅇㅅ: 아 지금 끼고 있는 거 말하는 거면 견장 빼고 다

김도텐: 너도 진짜 어지간히 미친 놈이다... 만든 건 꼈음?

ㄱㅇㅅ: 무기는 꼈지 신발은 좀 보고 끼려고 ㅋㅋㅋ

견장 하나를 제외하고 다라면 방어구뿐만 아니라 장신구도 올 25라는 소리였다. 대충 어느 정도겠거니 짐작만 해 왔지 방송인들을 제외하면 아예 처음 보는 스펙이다. 찬영이 보조 무기를 샀을 때 세에레를 같이 가자느니 했던 소리는 백 년이 지나도 이른 얘기일 것 같았다.

박태경: 그러고 보니 이번에 맑음님은 뭐 강화 안 하심?

정찬영: 저요?

정선빈: 오 아직 안하셨으면 화공좀

임혜지: 보하다 징틀

정선빈: ㅎㅎㅎㅎㅎ

정찬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기할 거긴 한데 많이는 못 할 거 같음

정찬영: 있는 골드로만 누를 거라

ㄱㅇㅅ: 오 저도 볼래요

정찬영: ㄷㄷ 화공을요?

보틀 한 명까지는 그러려니 했지만 사격이 보고 싶다고 하면… 왠지 당장이라도 라이브 방송을 켜 줘야 할 느낌이 들었다.

정찬영: 몇 번 못 누를 텐데 그래도 괜찮으신가요

ㄱㅇㅅ: 넵

정선빈: ㄱㅊㄱㅊ 그래도 재밌을 거임

박태경: ㄹㅇㅋㅋ 남의 강화는 못 참지

ㄱㅇㅅ: 맑음님 지금 무기 몇 강이세요?

정찬영: 저 16이요

ㄱㅇㅅ: 굿 하나만 올라가도 좋을 듯

정찬영: 그게 제 목표치입니다ㅠㅠ

노말 나이트메어까지는 지금 장비로도 충분하지만, 하드 데스 아이나 보이드부터는 딜러라면 적어도 무기는 17강 이상이어야 했다.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었으니 지금 올리든 새로 사든 언젠가는 마련해야 한다. 그게 오늘이라면 좀 더 좋을 테고.

16강 기준으로 네 번 정도 누를 수 있는 게 다인데 그 안에 파괴되지 않고 17강 이상을 갈 수 있을까. 한 번이라도 파괴된다면 가진 돈으로 16강 복구는 어렵다.

서보은: 이번엔 맑음님인가

정선빈: ㄱㄱㄱㄱㄱ

찬영은 아래에 있는 라이브 송출 버튼을 누르고 다시 레비아 플레이 화면으로 전환했다. 장착하고 있던 잊히지 않는 약속의 너클을 뺀다.

이번에는 사격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정찬영: 사격님

정찬영: 저 강화 자리 하나만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ㄱㅇㅅ: 상관은 없지만

ㄱㅇㅅ: 제 추천을 믿으시나요 ㅋㅋㅋㅋ

ㄱㅇㅅ: 바로 전에 삼연펑도 보여드렸는데

정찬영: 당연하죠 사격님이 아니면 제가 누굴 믿겠습니까

정찬영: 그리고 어차피 첫 강화라... 망해도 ㄱㅊ을 것 같아요 사격님만 따라갑니다

ㄱㅇㅅ: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더 좋은 자리로 추천해드려야 할 것 같네

ㄱㅇㅅ: 별빛 안개숲은 어떠세요?

ㄱㅇㅅ: 방금 제가 제물 바쳐서 기운 쌓여있을 듯

정찬영: 바로 가봅니다

ㄱㅇㅅ: ㅎㅇㅌ

ㄱㅇㅅ: 초심자의 행운을 기원합니다 ㅎㅎ

사실 실패하더라도 크게 상관없었다. 어차피 네 번밖에 못 누르는 상황이면 성공을 기대하는 게 양심이 없는 수준이다. 만약 터진다고 해도 16강은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니까. 현질해서 다시 사면 되고.

찬영은 추천받은 대로 캐릭터의 위치를 별빛 안개숲으로 옮겼다.

[길드] 보틀: 엥 여기 아까 거기 아님? 사격이 강화했던 곳

[길드] 딜하는프리: “비극의 재현”

[길드] 도텐: 이게 맞나 싶기도 하고...

[길드] 빨강색: ㄴㄴ 차라리 여기가 나을 수도 있음 사격이 빌드업해놔서

[길드] 빨강색: 맑음님 알고 보면 큰 그림 그리신 거임

[길드] 앞으로맑음: ㄷㄷㄷ

역시나 15강에서 연달아 터지는 대참사가 있었던 곳인 만큼 길드원들은 긴가민가하는 기색이었다.

[길드] 앞으로맑음: 일단 갑니다

터져도 괜찮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터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인간은 원래 안 될 걸 알면서도 기대하는 법이니까.

[강화] 장비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강화] 장비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강화] 장비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강화] 장비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스무 번의 담금질’ - 장비 강화 20강 달성 업적 클리어

…어?

그런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강화만 누른 너클이 20강이 되어 버렸다.

당연히 길드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길드] 갓말이: 헐 뭐야

[길드] 딜하는프리: 무친 원트

[길드] 갓말이: 지금 제가 보고 있는 게 맞는 거임?

[길드] 비테마죽: 확률 100% 버그 신고요

[길드] 보틀: 아이고 배 아파 아이고 나 죽네

[길드] 도텐: 너 이번엔 좀 선 넘었다?

[길드] 딜하는프리: 올 스트레이트 20강 실화냐

[길드] 갓말이: 저도 처음 봄 이게 되네;;

[길드] 갓말이: 첫 강화시랬나 ㄹㅇ 축캐신 듯여

[길드] 보틀: 아 강화 처음이심??? 그러면 그럴 수 있지

[길드] 보틀: 이번 한 번만 봐드립니다.

[길드] 보틀: 아니 그래도 이건 개오바지

[길드] 도텐: 태세전환이 ㄹㅇ 우디르급이네

[길드] 빨강색: 사실 다 맑음님 큰 그림이었다니까?

[길드] 딜하는프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길드] 딜하는프리: 이럴 때가 아니고 축하드립니다

[길드] 빨강색: ㅊㅊㅊㅊㅊㅊㅊㅊㅊㅊ 심지어 무기신 게 신의 한 수

[길드] 비테마죽: 맑음님 기 받아가겠습니다

[길드] 앞으로맑음: ㄷㄷ ㅠ 다들감사합니다

[길드] 사격: 축하드려요 잘 되셔서 뿌듯 ㅎㅎ

[길드] 앞으로맑음: 덕분입니다 ㅜ

[길드] 빨강색: 뭐야 저 자리 니가 추천함?

[길드] 사격: 엉 ㅋㅋ

[길드] 빨강색: 자진 제물행 ㄷㄷ

다들 경악하다가, 첫 강화 버프니까 봐준다고 하다가, 그래도 이건 선 넘었다고 하다가. 결론은 어쨌든 축하한다는 소리였다.

끝없이 올라가는 채팅은 대답은커녕 분위기를 따라가기도 벅찼다. 결국 마지막에 감사하다는 말 한마디를 한 게 다였다.

올 스트레이트 20강.

십만 원도 안 되는 돈으로 백만 원짜리 무기를 만든 셈이었다. 분명히 기분이 좋다 못해 이미 날아가고 있어야 하는데, 마냥 좋아할 수가 없었다. 감사하다는 말을 제외하면 채팅창에 더 뭐라고 말하기도 그랬다. 차라리 혼자 조용히 할 걸 그랬나?

하필 직전 같은 맵에서 사격의 장비는 세 번을 터졌다. 찬영이 16강에서 20강을 올리는 데 쓴 골드보다 사격이 한 번 13강에서 15강을 올리는 데 쓴 골드가 배 이상으로 많았다. 파괴된 무기를 복구하기 위해 사용한 비용도 있을 텐데. 사격이 아니라 사격의 할아버지가 와도 현타를 느낄 법한 상황이었다.

물론 사격은 전혀 그런 기색 없이 축하한단 말만 하고 있을 뿐이지만.

고민하던 찬영은 라잇톡 앱을 켜 선물하기에 들어갔다. 잘 모르는 사람에게 선물하기를 할 때 가장 무난한 건 치킨이나 카페 기프티콘이다. 치킨 쪽은 보통 BKC의 뿌라클이나 PPQ의 황금카놀라, 카페는 별다방 아니면 원썸플레이스 정도.

이삼십 대 남자에게 치킨을 선물해서 반응이 나빴던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래도 사격은 왠지 치킨보다는 카페가 훨씬 더 잘 어울렸다. 얼굴 한번 본 적 없어도 말투나 행동에서 느껴지는 사람의 분위기라는 게 있으니까.

별다방의 디저트와 라떼 두 잔 세트를 고른 찬영은 메시지 쓰기 창에서 잠깐 생각하다가,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었다.

정찬영: 선물을 보냈습니다. 지금 확인해보세요!

주문내역 보기

...

ㄱㅇㅅ: ?

보낸 선물이 전달되자마자 물음표부터 박혔다. 짧은 메시지 뒤에서 저번처럼 ‘아니 왜 자꾸 주려고만 하세요…’ 하는 채팅이 보이는 듯했다. 찬영은 사격이 거절하기 전에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정찬영: 자리 추천해주신 덕입니다

정찬영: 받아주세요

정찬영: 이것도 안 받으시면 저 오늘 잠도 못 자요...

ㄱㅇㅅ: ㄷㄷ

정찬영: 죄송하고 감사해서ㅠㅠ

기프티콘을 보낸 건 단순히 삼연펑에 대한 위로만은 아니었다. 강화 체계가 있는 RPG에서 자리 추천을 받았거나 아이템을 주고받아 대리로 강화를 했거나, 어쨌든 도움을 받아 대박이 났다면 보통은 말로라도 감사를 전하는 게 도리였다. 완성된 장비의 가격대가 좀 있다면 게임 재화나 기프티콘을 주기도 하고.

게다가 이번 경우는 상황이 좀 더 특수하다. 조금도 아니고 대놓고 거하게 말아먹은 자리에서 다음 타자는 올 스트레이트 성공이라니. 이러면 찬영이 사격의 실패를 제물 삼아 그 기를 온전히 받아 간 것만 같았다.

ㄱㅇㅅ: 감사는 알겠는데 죄송은 왜요 ㅋㅋㅋㅋ

아시지 않나요? 그렇게 보낼 뻔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토록 뻔한데 사격도 이유는 짐작하고 있지 않을까? 재수 없어 보이지 않기 위해 찬영은 말을 최대한 조심스럽게 골랐다.

정찬영: ㅠㅜㅠ 사격님 모자요

ㄱㅇㅅ: 아 그거

ㄱㅇㅅ: 터져서요? ㅋㅋ

그래. 그놈의 모자. 현실 굿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정찬영: 넵

ㄱㅇㅅ: 설마

ㄱㅇㅅ: 저 분은 망했는데 나는 똑같은 자리에서 잘 됐네 노린 건 아닌데 눈치도 보이고 죄송해서 어쩌지 ㅠㅠ

ㄱㅇㅅ: 이런 건 아니시죠?

정곡을 찔렸다. 찬영이 뭐라 대답할지 머뭇거리고만 있던 사이 사격은 이미 대답을 확정 지은 듯했다.

ㄱㅇㅅ: ㅠ

ㄱㅇㅅ: 저를 그 정도로 속 좁게 보셨다니

ㄱㅇㅅ: 조금 서운하네요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속 좁게 봤다니.

정찬영: ??

정찬영: 아텨ㄴ

아, 이 망할 천지인 키보드. 꼭 중요한 때에 오타가 난다. 쿼티로 바꾸든가 해야지. 찬영은 다급한 마음으로 메시지를 이었다.

정찬영: 그런ㅢ도는짇짜아니었어요저는

정찬영: 그냣걱정돼서

ㄱㅇㅅ: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웃지?

ㄱㅇㅅ: 숨은 쉬고 말씀하세요

ㄱㅇㅅ: 농담이었어요 죄송

정찬영: ㅠㅠㅜ

정찬영: 순간 쫄았습니다

장난이구나. 하기야 다시 생각해 보면 사격이 그런 것 가지고 뾰족하게 굴 사람은 아니었다. 그럴 것 같았으면 처음부터 자리 추천도 안 했거나, 축하한단 말도 못 했겠지.

ㄱㅇㅅ: 맑음님도 은근히 놀리는 맛이 있으신 듯 ㅋㅋㅋㅋ

ㄱㅇㅅ: 단톡에서 애들도 말했지만 이렇게 터지는 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 괜찮아요

ㄱㅇㅅ: 신규 장비 나와서 템 바꿀 때마다 겪는 일이고

ㄱㅇㅅ: 오히려 맑음님 같은 반응이 오랜만이라 신선하네요

ㄱㅇㅅ: 오늘은 좀 아프긴 했지만 ㅎㅎ...

정찬영: ㅠㅠㅜㅠㅠ 애초에 말이 안 됐음요 진짜로

정찬영: 15강에서 그렇게 터지는 게 오바죠

정찬영: 주작겜입니다

한때는 갈망하는 영원 장비도 지금의 잊히지 않는 약속 장비와 같았다. 지금은 뉴비였던 찬영도 맞췄을 정도로 국민 방어구가 돼 버린 신세지만, 나이트메어가 출시되어 약속 장비를 드롭하기 전까지는 소수 유저들만이 사용하는 템 세팅이었다고 들었다. 타락 안드로이드를 잡을 수 있는 유저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사격은 그때도 이런 참사를 겪으면서 견장을 제외한 모든 장비를 25강으로 만든 걸까?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찔했다. 찬영이라면 진작 접었을 것이다. 애초에 그 정도까지 극한으로 템 세팅을 할 일도 없겠지만.

ㄱㅇㅅ: 주신 커피랑 케이크는 잘 먹을게요

ㄱㅇㅅ: 사양만 하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으니까

정찬영: 맞아요

정찬영: 맛있게 드셔주시면 그게 제일 감사합니다

ㄱㅇㅅ: 저 라떼 진짜 좋아해요 ㅋㅋ

사격이 더 거절하지 않고 받아주자 마음이 놓였다. 라떼를 좋아한다면 더더욱 안심이었다. 저 정도 기프티콘도 주지 못했다면 오늘 잠도 못 잘 뻔했다.

정찬영: 취향도 잘 모르고 뭔가 사격님이랑 어울려서 고른 건데

정찬영: 좋아하신다니까 다행이네요

처음으로 이만큼 1:1 채팅이 길어진 김에, 찬영은 그동안 할까 말까 망설이다 미뤄 두었던 말을 꺼냈다.

정찬영: 그 혹시 사격님 라톡 아이디요

ㄱㅇㅅ: 네

정찬영: 친구 추가해도 괜찮을까요?

정찬영: 멋대로 추가하긴 좀 그래서

사실 이렇게 물어보면 상대방이 거절할 수도 없게 만드는 것 같아 고민했다. 그래도 말없이 추가하는 것보다는 미리 허락을 구하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남들이 저를 그렇게 추가하는 건 상관없지만….

찬영은 답장을 기다렸다.

ㄱㅇㅅ: 어...

ㄱㅇㅅ: 네 괜찮아요

ㄱㅇㅅ: 이걸 물어보시는 분이 처음이라서 순간 당황했어요 ㅋㅋㅋㅋ

정찬영: 아 처음이었나요?

ㄱㅇㅅ: 네 다들 번호 먼저 주고받았거나

ㄱㅇㅅ: 애들 성격 상 통보했던 경우가 대부분이라

ㄱㅇㅅ: 이제 맑음님도 어느 정도 아시겠지만

찬영은 지금도 채팅창에서 입씨름 중인 보틀과 빨강색, 그리고 다른 길드원들을 떠올렸다. 그럴 만도 하지. 일단 보틀부터가 왠지 나이를 알자마자 ‘친구네. 말 놔도 되죠?’ 했을 것 같은 이미지였다.

ㄱㅇㅅ: 어쨌든 물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찬영: 아니에요

채팅방 왼쪽 상단에 있는 친구 추가 버튼을 클릭했다. 야경이 찍혀 있는 동그란 프로필 사진을 터치하고, 활성화된 펜 모양 아이콘을 누르고.

이름에 ‘사격님’이라고 쓴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인데 바뀐 채 표시된 이름을 보자 왠지 기분이 좋아졌다.

<2권에서 계속>

* 각주 모음

[1] 페: Phase. 레이드 중의 한 단계.

[2] 평타: 스킬을 사용한 공격이 아닌 일반 공격.

[3] 공팟: 아무나 참여 가능하도록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파티.

[4] 리트: Retry. 클리어 실패로 다시 도전한다는 뜻.

[5] 빡숙: 빡+숙련. 파티원의 실수까지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해당 콘텐츠에 완전히 숙달된 유저를 뜻함. 빡숙팟은 파티원의 실수에 매우 민감하며, 보통 숙련도의 기준은 다음과 같음. 헤딩팟<트라이팟<클경팟<반숙팟<숙련팟≤완숙팟≤빡숙팟

[6] 여미새: ‘여자에 미친 새끼’의 줄임말.

[7] FPS: First Person Shooter, 1인칭 슈팅 게임.

[8] MOBA: 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여러 명의 플레이어가 같은 전장에 참여하여 다 대 다로 겨루는 게임 장르.

[9] RPG: Role-Playing Game

[10] MMORPG: Massively Multiplayer Online Role-Playing Game

[11] P2W: Pay to Win. 게임 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혜택을 현금으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게임 구조.

[12] 서버 이동: 서버 간 이동. 레비아 온라인은 평소 서버 이동을 막고 있으며 한시적인 이벤트로만 허용. 레전드 서버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대부분의 경우 레전드에서 다른 서버로 이동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다른 서버에서 레전드로 이동하는 것만 가능하도록 함.

[13] 솔플: Solo Play. 여기서는 게임 내 파티 콘텐츠를 혼자 플레이하여 클리어한다는 뜻.

[14] 젠: regeneration의 줄임말로, 몬스터가 사망한 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 다시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

[15] 도핑: 뿌리기 버프, 물약, 음식 등을 통해 원 스펙을 일시적으로 상승시키는 행위.

[16] 보조: 딜량을 올리거나 힐을 받기 위해 데려가는 보조 직업을 뜻함.

[17] OP캐: OverPowered Character. 게임 내 밸런스를 망가뜨릴 정도로 성능이 좋은 캐릭터.

[18] 유틸: Utility. 레비아에서는 보스를 좀 더 편하게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스킬들을 총칭함.

[19] 내실: 게임에서 레벨 업, 아이템 강화 이외의 요소를 통해 캐릭터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콘텐츠.

[20] 무통: 게임 아이템 또는 재화를 유저 간 현금으로 거래하는 것. 구매자가 판매자의 계좌에 선입금 후 게임 아이템 또는 재화를 얻는 방식.

[21] 레축: ‘레비아의 축복’ 아이템. 사용 시 해당 유저가 속한 맵에 있는 모든 유저들의 경험치 획득량을 일시적으로 상승시키는 효과.

[22] 버스: 스펙, 숙련도 등의 문제로 직접 하기 어려운 콘텐츠에 대해 타 유저에게 재화를 지불하고 클리어를 요청하는 것.

[23] 블크뱉: 보스 클리어 보상 중 블루 크리스탈은 다시 달라는 뜻. 블루 크리스탈은 장비 추가 옵션 재설정 기능이 있는 아이템이며, 희귀 등급까지만 등급의 상승 및 재설정이 가능하다.

[24] 선받: 보스에 입장하기 전 재화나 아이템을 먼저 달라는 뜻.

[25] 데스 카운트: 부활 가능 횟수.

[26] 딜찍누: 딜로 찍어 누른다는 뜻.

[27] 정화 물약: 각종 디버프 및 상태 이상을 제거하는 효과. 일부 보스 패턴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28] 극딜: 극(極)+deal. 대상에게 큰 피해를 입히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여 공격하는 것. 또는 그러기 위한 스킬.

[29] 쿨: 스킬 재사용 대기 시간

[30] 분석: 레비아 자체 개발 전투 데이터 분석 시스템. 본인의 캐릭터가 일정 시간 동안 몬스터에게 준 총 딜량을 스킬별로 측정할 수 있음.

[31] 윈상필 사하필: ‘윈드 러너는 상향 필수, 사격은 하향 필수’의 줄임말.

[32] 사출기: 화살이나 탄알, 가스 따위를 쏘아서 내보낸다는 뜻의 사출에서 유래된 말로, 다른 공격을 할 때도 자동으로 발사되는 덤 공격 스킬을 의미.

[33] 재비: ‘재물의 비약’ 아이템. 사용 시 아이템 드롭률 및 골드 획득량을 상승시키는 효과.

[34] 스턴: Stun. 캐릭터가 강한 충격을 받아 일정 시간 동안 움직이거나 행동하지 못하는 상태.

[35] 반격: 레비아의 보스 몬스터가 사용하는 버프 중 하나. 반격 버프를 받은 보스 몬스터를 공격하면 파티원 전원이 뒤로 크게 밀려나며 역으로 피해를 입는다.

[36] 키다운: Keydown (Skill). 키를 입력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발동되는 스킬을 의미한다. 이때 스킬별 최대 지속 가능 시간이 끝나면 스킬의 효과가 종료된다.

[37] 레벨 뻥: 플레이어가 대상 몬스터보다 레벨이 높을수록 데미지가 더 들어가는 현상을 의미. 최대 10레벨 차이까지 적용.

[38] 밀격: 미는 공격.

[39] 약코: 약한 척 코스프레의 줄임말. 성능이 나쁘지 않은 직업이 나쁜 것처럼 꾸며내 말한다는 뜻.

[40] 넉백: Knock-Back. 적을 공격할 때 뒤로 밀어내는 효과.

[41] 꼬님키: ‘꼬우면 님이 키우세요’의 줄임말.

[42] 눕클: 눕+클리어. 누워서(죽은 채로) 레이드를 깼다는 뜻.

[43] 기믹: Gimmick. 게임에서는 보스와 같이 특정 콘텐츠의 패턴, 진행 구조, 공략 등과 동의어로 사용.

[44] 영혼 달래기: 세펠리오 지역의 일일 평판 퀘스트 중 하나.

[45] 경비: ‘경험의 비약’ 아이템. 사용 시 경험치 획득량을 상승시키는 효과.

[46] 악깡버: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의 줄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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