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9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7권 22화
외전 2. 바두 이야기(2)
"왜 그러는 것이냐."
"와옹."
미호의 물음에 바두는 자신의 생각을 그녀에게 털어놓았고 바두의 말을 들은 미호는 기특하다는 듯이 바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참으로 기특한 생각이구나. 그렇다면 멀리 볼 것 없이 동대륙으로 가지 않겠느냐?"
미호의 말에 바두가 꼬리를 세웠다.
미호의 말대로 멀리 볼 것 없이 호야와 함께 돌아다녔던 동대륙에서 사냥을 하여도 충분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것을 깨닫고 얼른 가자고 재촉하는 바두를 보며 미호가 웃음을 흘렸다.
"뭐, 마물들 때문에 동대륙으로 가자는 것도 있지만 그것들보다도 너에게 더 도움이 될 자가 그곳에 있단다."
"와옹?"
미호의 말에 바두가 물음표를 그렸지만 미호는 나중에 알려 주겠다며 동대륙으로 향하기 위해서 모안을 찾아갔다.
* * *
"어? 방금 지나간 거 바두 아니야?"
"응? 어디? 바두가 있다는 건 호야 님이 근처에 있단 소리인데!"
호야는 일찍 퀘스트를 완료했지만 동대륙 지원 퀘스트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 퀘스트를 진행 중이던 종기는 숲속을 뛰어간 검은 물체를 포착하고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을 따라서 페드라가 시선을 옮겼지만 종기의 손가락 끝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야, 바두가 어디에 있다는 거야?"
"방금 저쪽으로 뛰어가던데. ......쫓아갈까?"
"당연하지!"
어차피 자신들의 퀘스트 내용은 주변 통행의 안전을 위한 숲속 몬스터의 정리였다.
숲속에서 돌아다닌다면 딱히 퀘스트를 내팽개치는 것이 아니었기에 종기와 페드라는 바두가 뛰어간 방향으로 달려갔다.
그 방향으로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커다란 굉음들과 함께 몬스터의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열기와 한기가 동시에 느껴져 왔다.
"도대체 저 앞에 뭐가 일어난 거냐."
"그건 모르겠지만 더위랑 추위가 동시에 느껴지는 걸 보면 호야 님도 저 앞에 있다는 소리 아니겠냐! 역시 소문은 사실이 아니었어!"
호야가 두 달 넘게 아무 곳에서도 모습을 보이지 않자 그에 대한 소문이 여럿 흐르고 있었다.
게임을 접었다는 이야기, 아무도 모르는 어딘가에서 퀘스트를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 폐관 수련 등등.
일단 바두의 존재를 확인한다면 게임을 접은 것은 아닌 게 된다.
중기와 페드라는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굉음이 들리는 현장에 조금씩 다가갔다.
그리고 그들은 바두를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호야는 보이지 않았고 그를 대신하듯이 하여 처음 보는 하얀 머리의 여성이 바두의 곁에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손을 휘저어 호야처럼 얼음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왜 호야 님이 아닌 거지?'
종기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자 미호가 그들을 향해 고개를 휙 돌리고는 날카로운 얼음 조각을 만들어 그들을 향해 빠르게 쏘아 냈다.
종기와 페드라는 그것에 반응을 보이지 못했지만 미호가 일부러 공격을 빗맞혔기에 대미지를 입지는 않았다.
"흐억!"
"히익......!"
"뭐 하는 녀석들이기에 숨어서 우리를 살피는 것이냐."
자신들의 겉으로 틀을 만들듯이 나무에 박힌 날카로운 얼음에 놀란 종기와 페드라는 몸이 굳어 움직이지 못했고 그런 둘에게 미호가 새미를 안은 채 다가왔다.
'으음?'
둘의 얼굴을 확인한 미호는 둘에게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정확하게 떠오르지는 않았기에 우연히 스쳐 지나갔던 인물이라 결론을 내렸다.
"아, 아니......, 저 그게......."
"굳이 알고 싶지는 않구나. 10초 줄 테니 당장 사라지거라."
"아니, 저희는......."
"십."
미호가 숫자를 세며 날카로운 얼음들을 만들어 내자 종기와 페드라는 일단 물러나는 것을 선택하고 바로 뒤돌아서 달려 순식간에 그녀의 앞에서 모습을 없앴다.
그리고 그제야 바두가 미호에게 다가와 고개를 갸웃거렸다.
"커옹?"
"아무것도 아니다. 조금 날파리가 끼었길래 쫓아낸 것뿐이다. 그보다......."
미호는 바두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구나."
"컹?"
"뭐냐니, 내가 이전에 말했지 않느냐. 너에게 도움이 될 자가 있다고 말이다. 지금 네 수준이라면 그녀석이 바라는 최소 조건은 넘길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리 말한 미호는 바두에게 모습을 작게 하라 말하고는 작아진 바두를 새미와 함께 품에 안고서 빠른 속도로 숲을 달리고 산을 달렸다.
그렇게 한참을 달렸을까.
미호가 멈춰 선 곳은 말라 죽은 나무들만이 무성한 이상한 숲속이었다.
바닥 흙도 거의 메말라 있다시피 했다.
"왕?"
여기가 어디냐는 바두의 물음에 미호가 싱긋 웃었다.
"네가 원하는 대로 너를 강하게 해 줄 수 있는 자가 사는 곳이다. 그가 너에게 불을 다루는 법을 알려 줄 게다."
"아줌마! 오랜만에 와서는 본인 의사도 안 묻고 그런 걸 정하는 거야?"
미호의 말에 답하듯이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보자 붉은색 참새가 날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참새가 하늘에서 내려오더니 미호의 바로 앞에 있는 낮은 나무의 나뭇가지에 앉았다.
그러자 미호가 한 손으로 붉은색 참새를 낚아챘다.
"으악! 아파! 힘주지 마!"
"방금 뭐라고 했느냐?"
"아, 아프다고!"
"그 전에 말이다."
"보, 본인 의사도 안 묻고......."
"그 앞이다."
"아줌...... 아, 아니 누나! 누님!"
그제야 미호가 손에서 힘을 뺐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참새가 재차 물어 왔다.
"그런데 나보고 불을 다루는 방법을 가르쳐 주라니? 그 검은 녀석한테? 것보다 걔는 누구야?"
"내 계약자의 파트너다."
"뭐?"
미호의 말에 참새가 좁쌀만 한 눈을 껌뻑였다.
"아줌......, 누님이 계약을 했다고? 진짜로?"
"그래."
"와......."
미호가 누군가와 계약을 했다는 말에 참새가 바두를 바라보는 시선에 호기심이 깃들었다.
"자세히 보니 너도 그분의 아이구나."
"왕!"
"그래, 뭐. 수준도 어느 정도 되어 보이고 누님의 계약자의 파트너라고 하니까. 또 따지고 보면 내 동생이기도 하고 말이야. 까짓것 가르쳐 줄게."
그리 말한 참새가 미호의 손에서 빠져나오더니 허공에서 뒤로 한 바퀴 돌고는 바닥에 착지했다.
바닥에 착지한 참새는 더 이상 참새의 모습이 아니었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듯한 붉은 색이 아닌 정말 타오르고 있는 불꽃의 머리카락과 주홍빛의 눈동자를 가진 청년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내 이름은 이화, 앞으로 잘 부탁한다. 제대로 못 따라오면 두고 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
* * *
"그게 아니야! 조금 더 파앗! 하는 느낌으로!"
바두의 화염구를 본 이화가 고개를 양옆으로 흔들더니 직접 불을 허공에서 놀리며 시범을 보였다.
"이게 파앗! 이야.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컹, 커옹!"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고요!
이화와의 훈련이 시작된 지도 벌써 일주일, 바두는 그의 지도에 속에서 열불이 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화의 지도는 너무 추상적이었다.
툭하면 파앗, 펑, 파팟! 같은 의성어로 자신을 가르치려 들었다.
바두는 그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크어엉!"
"좋아, 방금 그게 가장 파앗! 에 가까웠어!"
바두가 속에 생겨난 열불을 화염구에 쏟아 뱉어 내자 이화가 드디어 긍정의 말을 내뱉었다.
바두는 방금 전의 화염구와 아까 전의 화염구에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바두가 방금 전처럼 열불을 담아서 화염구를 또 쏘아 내자 이화가 더욱 좋아졌다며 칭찬을 해 왔다.
파앗이라는 건 불에 화를 담으라는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그것과 비슷한 것이리라고 바두는 받아들였다.
그 뒤로 바두는 이화의 지도 아래에 완벽한 '파앗'을 찾고자하여 계속해서 화염구를 뱉어 내거나 땅에 불의 발자국을 새겼다.
그 덕분에 이 세계에 태어난 뒤 처음으로 MP가 모두 동이 나 버리는 상황을 경험했다.
그리고 바두는 결국 원하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평소와 같이 화염구를 내뱉거나 불의 발자국을 찍어도 이전보다도 강한 불꽃들이 타오르게 되었다.
바두의 속성은 더 이상 평범한 불이 아닌 화염이 되어 있었다.
* * *
"신성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요?"
"왕!"
이화에게서 지금 당장 배울 수 있는 것을 모두 배운 바두는 마을로 돌아와 레이나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신성의 근본인 그녀라면 좋은 선생님이 되어 줄 것 같았다.
"으음......, 많이는 안 되겠지만 간단하게라면 가르쳐 줄 수 있어요. 그걸로 괜찮아요?"
"와옹!"
"부디 저도!"
"뀨우!"
레이나는 고민 끝에 바두의 부탁을 수락해 주었다.
그리고 레이나의 승낙에 바두의 옆에 있던 미호와 새미도 눈을 빛내며 그녀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레이나는 바두와 그런 둘을 포함해서 간단한 가르침을 내렸다.
레이나의 가르침은 이화처럼 추상적이지 않았기에 바두는 그녀의 가르침을 모두 온전하게 흡수할 수 있었다.
레이나의 가르침 덕분에 바두의 신성은 초신성이 되었다.
그로부터 몇 주 뒤, 여전히 레이나에게 가르침을 받고 있던 바두는 마을 중앙에서 매우 익숙하고도 그리운 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그 기척을 느낀 바두는 꼬리와 귀를 쫑긋 세우고는 자리를 박차고 중앙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마을 중앙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이의 뒷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커엉!"
"아, 바두야......악!"
쿵!
바두는 지금 자신이 몸을 크게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그대로 호야에게 달려들었고 호야는 무게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바두는 호야가 넘어진 것에 신경 쓰지 않고 반갑다는 의미로 그의 얼굴을 핥아 댔다.
호야는 바두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갔기에 떼어 놓지 않고 바두가 스스로 자신에게서 떨어져 주기를 얌전히 기다렸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바두는 호야의 위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곁에 다가와 얌전히 기다리던 새미가 상체를 일으킨 호야의 어깨에 올라가 그의 볼을 한번 살짝 핥아 주었다.
"뀨우."
"하하, 고마워."
자신의 얼굴에 뭍은 바두의 침을 지워 주기 위한 행동이라고 이해한 호야는 새미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고는 로브의 소매로 얼굴을 닦았다.
"다들 그동안 잘 지냈어?"
"그럭저럭."
"컹!"
호야의 질문에 바두는 그의 양어깨에 앞발을 올리고 꼬리를 살랑거리며 눈을 강하게 반짝였다.
바두가 왜 이러는 것인가 하고 호야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미호가 그 답을 알려 주었다.
"칭찬을 받고 싶어서 그러는 게다."
"칭찬?"
"네가 없는 동안에 바두는 돌아올 너를 깜짝 놀라게 해 주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 왔다."
"?"
"커옹!"
그때 호야에게 바두가 자신의 성장을 봐 주기를 바란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연속해서 발생되었다.
호야는 시스템 메시지에 따라서 바두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와......."
스테이터스를 확인한 호야의 눈이 놀라움으로 인해서 주먹만 하게 커졌다.
군대에 가기 직전에는 자신보다 아슬아슬하게 낮았던 바두의 스테이터스가 믿을 수 없을 만큼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속성에 있던 불과 신성은 왜 화염과 초신성이 되어 있는 것인가.
"커엉!"
[상태: 주인을 놀라게 하기 위하여 그동안 많은 노력을 해 왔습니다. 주인의 칭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 대단한데......."
바두의 상태를 본 호야는 간결하게 자신의 지금 감정을 내뱉었다.
그의 반응을 본 바두는 만족스러운 듯이 가슴을 당당하게 내밀었고 그 모습을 본 호야는 피식 웃으며 바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완전히 반대가 돼 버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