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5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7권 8화
8. 권유(1)
호야가 제대 후 레벨 업에 몰두하기 시작한 지 2개월 하고도 10일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이니티움의 랭킹 표를 새로 고침 하며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기자들이 같은 타이밍에 미리 써 두었던 기사들을 쏟아 냈다.
그 기사들의 제목과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과적으로는 한 가지를 동일하게 말하고 있었다.
[메꿀 수 없을 것 같은 2년의 공백,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두 달간의 쉼 없는 질주]
약 2년 전에 갑자기 모습을 감추었던 플레이어 호야가 복귀 두 달 만에 2년의 공백을 메꾸는 것으로도 모자라 과거의 기록을 뛰어넘어 랭킹 1위의 자리에 앉았다.
⋮
[드디어 바뀐 새로운 하늘, 이니티움의 하늘의 세 번째 주인 호야]
게임 이니티움 오픈 이래 랭킹 1위의 자리가 바뀐 일은 단 두 번밖에 없었다.
첫 번째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던 애서가라는 벽을 도반이 뛰어넘었던 것이며 두 번째는 애서가가 도반에게 빼앗겼던 1위의 자리를 되찾은 일이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세 번째 하늘의 주인이 탄생했다.
세 번째로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린 것은 근 2년간 행적이 완벽하게 끊겼던 마을사람 호야다.
게임을 접은 것이다, 죽은 것이다, 사고에 휘말렸다 등등의 소문이 무성했던 그는 두 달 전 다시 모습을 드러내어 게임 복귀에 완벽히 성공했다.
⋮
[이니티움의 새로운 1위 호야, 그의 레벨 업 속도와 몬스터의 수준을 힌트로 예측한 현재 그의 예상 스테이터스]
현재 랭킹 1위를 달성한 호야가 가장 최근에 보인 사냥 장면은 그가 스트리밍을 통해 공식적으로 보였던 황무지의 레벨 370대의 몬스터를 잡는 모습이다.
몬스터의 이름은 물음표로 가려지고 외형도 보지 못한 종류이기에 무엇이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외형으로 인해 추측되는 몬스터의 속성과 레벨 360~363의 어둑시니를 기준으로 하여 몬스터의 강함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 예상을 토대로 해 본 기자가 예측한 호야의 스테이터스는.......
2년이라는 공백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1위의 자리를 차지한 호야에 관한 이야기였다.
호야가 레벨을 올리기 시작한 처음 그는 하루에 적게는 1에서 많게는 3의 레벨을 올려 왔고,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는 꾸준히 하루에 1씩 레벨을 올려 갔다.
치빈의 힘을 빌려 만든 안내 책과 신성력으로 인해 마계의 몬스터에게 들어가는 추가 대미지, 그가 군대에 박혀 있던 동안 호야보다 강해진 바두와 원래부터 강했던 미호, 어그로 스킬을 습득하여 큰 도움을 준 새미의 존재가 없었더라면 절대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동시에 호야에게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기행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기사들을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접한 이대현의 심기는 매우 불편해 보였다.
"쯧, 접었으면 완전히 접을 것이지 왜 돌아온 거야. X같게, 진짜."
원래 이맘때쯤이면 해외는 몰라도 국내 기자들은 영웅 대전과 자신을 엮어서 기사를 양산해 냈었다.
제1회 영웅 대전 때도 그랬었고 제2회 영웅 대전 때도 그랬었다.
하지만 제3회 영웅 대전이 열리는 올해는 그 관심이 호야에게로 옮겨 가 있었다.
[화려한 복귀를 마친 호야, 이번에야말로 영웅 대전 참가하나?]
[전 세계 이니티움 플레이어가 주목하는 그의 행보]
[이니티움 제3회 영웅 대전 예선 접수 시작! 호야, 참가자 명단에 이름을 올릴 것인가]
그러한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랭킹은 넘겨줬어도 이건 못 넘겨줘."
한국 대표, 한국 최고의 플레이어, 그리고 곧 가져올 세계 최고의 플레이어의 자리는 넘겨줄 수 없다.
"아예 사회적으로 매장을 시켜 주겠어."
하지만 그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이대현은 호야의 뒤를 캐 소문을 흘려 매장시킬 계획을 세웠다.
언론사에 뒷돈이라도 찔러준다면 자신이 원하는 기사를 내는 것은 일도 아니다.
만약 뒤에서 구린 것이 나오지 않는다 해도 그럴듯하게 시나리오를 써 기사화해서 흘린다면 개돼지들은 그것이 진실이라 믿고 확산시킬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그가 온라인 예선을 통과해 오프라인 예선에 모습을 드러내야만 한다.
"온라인 예선 탈락......이면 좋겠지만 그럴 일을 없을 테고, 아예 참가하지 않으면 좋겠네."
호야가 이번에도 영웅 대전에 참가하지 않는 것이 이대현에게 있어 가장 간단하고 좋은 상황이었지만 왠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 * *
"안녕하세요, 시청자님들! 스트리머 비리비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랭킹 2,826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랭커 비리비, 그가 대련장 매칭 대기 방에서 허공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현재 그는 스트리밍을 하는 중으로 꽤나 많은 수의 시청자 수를 보유하고 있었다.
"자, 오늘은 미리 예고했던 대로 무패로 마스터를 달성하는 방송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제가 이날을 위해서 영웅 대전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랭따를 했다고요! 그만큼 다시 올라갈 자신이 있기는 하지만!"
비리비는 원래 예전부터 히어로 등급을 계속해서 유지해 오던 플레이어였다.
하지만 급격한 스트리밍 콘텐츠 감소로 인하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장비를 하나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매칭을 한 뒤 일부러 패배를 해 랭크를 브론즈까지 낮췄다.
오늘 그의 방송은 브론즈까지 내린 자신의 랭크를 마스터까지 무패로 올리는 것이다.
방어력이 높고 한 방 한 방이 강력한 쪽으로 특화되어 있는 대신에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긴 그의 스킬은 매칭을 할 때마다 스킬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초기화되는 대련장에서 큰 빛을 보이고 있었다.
-네~, 양민 학살하러 내려왔다는 걸 돌려서 말하고 있죠?
-와......, 양심은 안녕하세요?
-불만 있는 놈들은 그냥 나가라. 물 흐리지 말고~.
-ㅋㅋㅋㅋㅋ. 형, 만약 무패 못 찍으면 어떻게 할 거야? 뭘 걸어야지 볼 맛이 나지.
-위 말에 탑승함.
"지금 저보고 내기를 하자는 건가요? 뭐 좋아요. 만약 제가 무패로 마스터를 못 찍는다면 현실에서 여장을 하고 시를 읽는 영상을 찍어 올리겠습니다. 대신에 제가 무패로 마스터를 찍는다면 여러분은 저한테 뭐를 해 주실래요?"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건 당연히 골드밖에 없지.
-이 형이 총알 많이 가지고 있다.
-시청자한테 요구를 하다니! 으으! 그렇다면 골드를 줄 수밖에 없지!
"나중에 무르기 없습니다?"
시청자들에게서 구두 약속을 받아 낸 비리비는 들뜬 마음으로 대련 매칭을 돌리기 시작했다.
저 말을 모두가 지키지는 않겠지만 평소보다는 더 많은 골드가 들어올 것이다.
무패로 마스터를 달아야 했지만 영웅 대전의 준비로 인해서 실력자들의 거의 전부가 마스터 상위권과 히어로에 몰려 있는 상황이었기에 질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자신감도 있었고 말이다.
그리고 그의 자신감이 기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듯이 그는 첫 매칭을 아주 깔끔하고 빠르게 이겨 보였다.
"어때요, 제 깔끔한 실력이!"
-매칭 됐던 상대방 표정 봤냐? 아주 울 것 같던데.
-나라도 그러겠다.
-비리비 님, 브론즈 이긴 거 가지고 당당해지지 마세요. 갈 길이 한참 먼데.
"예, 예. 그럼 바로 다시 매칭 돌리겠습니다!"
하지만 바로 두 번째 매칭에서 그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되었다.
-엌ㅋㅋㅋㅋㅋㅋ. 저 사람이 왜 여기서 나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비리비 님, 제가 옷가게 좋은 데 알고 있는데 원피스 한 벌 미리 보내 드릴까요? 좋은 걸로 뽑아 드릴게.
-이 누나가 화장 하나는 기가 막히게 한다. 도움이 필요하면 쪽지 한 번만 보내 줘라ㅋㅋㅋㅋㅋㅋㅋㅋ.
-여장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형.
비리비의 두 번째 매칭에 잡힌 상대가 문제였다.
현재 제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플레이어, 호야였다.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릴게요."
"호, 호호호......, 호야 님......? 왜 여기에......?"
"그야......, 대련 매칭을 했으니까요?"
호야는 히어로 등급을 따기 위해서 우선적으로 다이아 등급을 달기 위해 배치 고사를 보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상대로 비리비가 잡힌 것이다.
그에게는 참으로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비리비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대련장 중앙 허공에서 대련 시작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은 멈추지 않고 줄어들고 있었다.
5, 4, 3.......
'아악! 왜 그런 내기를 했던 거야 나는!'
비리비는 속으로 과거의 자신을 원망했다.
한편으로는 혹시나 하는 희망을 품고 있기도 했다.
2, 1, Fight!
"발칸 버스트!"
카운트다운이 모두 끝나고 대련이 시작되자 비리비는 곧장 스킬을 사용해 호야에게 달려들었다.
그의 쌍검에 진홍색의 불꽃이 둘러졌고 그는 곧장 쌍검을 휘둘러 호야를 공격했다.
콰앙-!
불꽃이 폭발하며 큰 충격이 생겨났지만 호야에게는 닿지 못한 폭발이었다.
비리비가 쌍검을 휘둘렀을 때 호야는 이미 신속을 사용해 그의 배후로 이동한 뒤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호야가 빠르게 휘둘렀던 검으로 인해 비리비에게 큰 대미지가 들어가 있었다.
'미친! HP가 뭐 이리 많이 깎여!'
자신의 HP를 확인한 비리비는 속으로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는 곧바로 이어진 호야의 공격에 다시 한 번 속으로 비명을 질러야 했다.
호야의 신속은 아직 끊기지 않은 상태였다.
[You Win!]
비리비를 가볍게 이긴 호야는 대기 방으로 이동한 뒤 바로 다시 매칭 버튼을 눌렀다.
첫 등급을 정해 주는 과정인 10번의 배치 고사에서 10번을 모두 이긴다면 다이아 등급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호야가 배치 고사를 끝내고 다이아 등급을 받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스터 등급까지 달성한 호야는 그다음 날에 몬스터를 사냥해 랭킹이 내려가지 않을 정도의 경험치를 얻은 뒤 히어로 자리를 노리며 다시 대련 매칭을 이어 갔다.
하지만 히어로에 가까워져 갈수록 매칭이 완료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필요로 했다.
"끄응......, 앞으로 한두 번이면 되는데......."
호야가 대련장을 이용하기 시작한 지 3일째 되던 날, 호야는 30분이나 흘렀음에도 잡히지 않는 매칭에 탄식을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10분이 더 지나자 드디어 매칭이 잡혔다.
호야가 주저 없이 매칭을 수락하자 주변 풍경이 바뀌었고 상대방이 시야 정중앙에 들어왔다.
호야와 매칭이 된 그는 호야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 다행히 호야 님이랑 매칭이 잡혔네요. 이렇게 둘이 얘기하는 건 처음이죠?"
"그렇죠?"
"일단 미리 말해 두자면 전 싸우려고 매칭을 돌린 게 아니에요. 호야 님과 이야기가 하고 싶어요. 대놓고 말하자면 권하고 싶은 것이 있어요."
"권하고 싶은 거요?"
자신의 말에 호야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카피길이 말을 이었다.
"일단 확인차 물어보는 것인데 지금 여기에 계신다는 것은 영웅 대전에 참가할 의사가 있다는 거죠?"
"네."
"개인전 참가시죠?"
"네."
호야의 대답에 카피길이 밝게 웃어 보였다.
"그렇다면 저희 팀에 들어와서 단체전도 나가 보실 생각은 없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