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54화 (154/171)

# 154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7권 7화

7. 돌아온 마을사람(3)

호야는 무기의 개량에 필요한 마지막 재료를 구하기 위해서 오랜만에 동대륙의 땅을 밟았다.

오랜만에 찾아온 동대륙은 좋은 방향으로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우선 작고 초라했던 이슬촌은 지하 땅굴을 클리어 한 플레이어들이 처음으로 머무는 마을이 되어 그 규모도 커지고 주민 또한 많이 늘어나 있었다.

이전에 처음 봤을 때와 같이 병사들의 눈치를 보지도 않았다.

또한 서대륙의 화폐인 골드를 동대륙의 화폐인 전으로, 혹은 그 반대로 환전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소소한 수수료가 들기는 하지만 말이다.

권나라와 루제로스의 관계가 순탄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었기에 좋은 일이었다.

호야는 재료를 구하러 대륙의 안쪽으로 들어가기 전에 일권 할아버지의 얼굴을 보고 가기 위하여 잠시 이슬촌의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그는 작년에 돌아올 수 없는 길고 긴 여행을 떠나 버렸기에 만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호야는 속으로 일권 할아버지에게 조의를 표하고 목적지를 향해 움직였다.

그런 호야의 뒤에 몇몇의 플레이어들이 호기심과 정보를 목적으로 따라붙었지만 미호의 속도를 따라올 수 있는 플레이어는 없었다.

미호의 등을 빌려 이동하기를 한참, 호야가 도착한 곳은 권나라의 수도인 탄양이었다.

호야가 구하려고 하는 재료를 획득할 수 있는 던전은 황실이 접근을 통제하고 있는 만년설로 뒤덮인 만설산 정상에 위치해 있기에 입산을 허락받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어둑시니를 잡기 위해 만설산을 찾은 이들처럼 산 입구에 위치한 병사들의 주둔지에서 연계 퀘스트를 클리어 해 입장 권한을 받는 방법도 있었지만 퀘스트 완수를 위해서는 긴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호야는 빠른 길을 놔두고서 굳이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조제연에게 부탁하면 입장을 허락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호야의 생각이었다.

'정 안 된다 싶으면 칭호 효과라도 사용해서 권현우 님에게 부탁해야겠지.'

하지만 그 전에 자신을 쫓아오고 있는 시선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자신이 조제연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플레이어는 아직 아무도 없었으니까.

"팬텀 일루전."

호야가 작게 읊조리자 호야를 쫓던 사람들의 시야에서 호야의 모습이 허공에 녹아들듯이 사라져 버렸다.

"뭐, 뭐야! 어디 갔어!"

"스킬 사용한 것 같은데요."

"그건 나도 알아! 탐색 스킬에 안 걸려?"

"네."

그들의 시야에서는 사라졌지만 호야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팬텀 일루전, 마계에서 모은 재료들과 단탈스에게 이미 있던 재료들의 값을 지불해 만든 호야의 새로운 장비의 특수 효과로 달려 있는 스킬의 이름이었다.

[환각의 레더 아머]

등급: 유니크

방어력: 1,240

내구도: 230/230

*스킬 '팬텀 일루전' 사용 가능

*10%의 확률로 공격을 회피합니다.

*어둠 속에서의 은신이 보다 완벽해집니다.

전설의 대장장이인 단탈스가 팬텀의 흔적을 가죽으로 가공하여 만든 방어구입니다.

팬텀의 흔적에 최대한 손상을 주지 않도록 가공했기에 팬텀의 힘을 제한적이나마 일부 사용할 수 있으며 어둠에 녹아들어 사는 그들의 영향을 받아 어둠 속에서의 활동을 보다 자유롭게 해 줍니다.

착용 제한: 마력 730 이상, 힘 610 이상

[팬텀 일루전]

아이템 '환각의 레더 아머'의 스킬입니다.

스킬을 사용할 시 자신에게 환각을 뒤집어씌워 5분간 모습과 기척을 완벽하게 감출 수 있습니다.

지속 시간인 5분이 모두 지나기 전에 상대방을 공격할 시 스킬은 자동으로 해제되며 자신보다 마력이 높은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사용 MP: 1,500

재사용 대기 시간: 24시간

하루에 한 번만 사용이 가능한 스킬이었지만 그 효과는 뛰어났다.

자신보다 마력이 높은 자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제한이 있지만 크게 신경이 가지는 않았다.

호야는 자신을 바라보던 이들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어 본 뒤 그들에게 자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후 빠르게 달려 그들의 시야에서 벗어나 흑룡대의 주둔지로 향했다.

주둔지의 정문에 도착한 뒤 정문을 지나쳐 벽 뒤로 몸을 숨기자 타이밍 좋게 스킬이 해제되었다.

그 순간 갑자기 나타난 호야에게 흑룡대의 병사들이 순간적으로 경계심을 보내왔지만 그를 금방 알아보고는 경계심을 거두었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최도가 걸어 나와 호야에게 말을 걸었다.

"호야 님?"

"아하하하......,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오랜만입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몰래 들어오시지 말고 정문에서 저희들 중 아무나 불러 주시길 바랍니다. 하마터면 침입자인 줄 알고 벨 뻔했습니다."

"앞으로는 그럴게요."

최도와 약속을 한 호야는 그에게 찾아온 용건을 말한 뒤 조제연이 훈련을 하고 있는 주둔지 뒤편의 훈련장으로 안내받았다.

훈련용의 뭉툭한 철검을 휘두르던 조제연은 호야를 발견하고는 반가운 얼굴로 그를 맞이해 주었다.

"오랜만에 얼굴을 보는구나. 미호 님과 선우 님은 잘 지내시고 있나?"

"나는 여기에 있다. 보시다시피 잘 지내고 있지."

"컨서누도 잘 지내고 있어요."

"그래."

호야의 대답에 조제연은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한데 무슨 일로 찾아온 건가? 이렇게 오랜만에 갑자기 불쑥 나타난 것을 보아하니 나한테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는 듯 보인다만."

"하하하, 티 많이 나나요?"

호야는 가감 없이 조제연에게 만설산의 입장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했고 그 말을 들은 조제연은 흔쾌히 호야에게 만설산의 입산을 위한 출입증을 받을 수 있는 서신을 써 주었다.

"만설산 입구에 있는 병사들 중 아무에게나 보여 주면 바로 통행증을 발급해 줄 것이다."

"감사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곳에 다시 한 번 방문해라. 폐하께서 너를 많이 보고 싶어 하신다."

"네."

호야는 조제연에게 감사 인사를 한 뒤 바로 만설산을 향했다.

수도에서 1시간은 떨어져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지만 호야는 빠르게 만설산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 후 근처에 있는 병사 한 명을 붙잡고 서신을 보여 주자 크게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서신을 들고 산 입구의 옆에 세워진 주둔지의 안으로 뛰어들어 갔다.

그 서신을 들고 다시 뛰어나온 것은 서실을 들고 들어갔던 병사가 아닌, 슬쩍 보기에도 재질이 특출하게 좋아 보이는 갑옷을 입고 있는 중년의 남자였다.

어째서인지 그의 얼굴이 살짝 파랗게 질려 있었다.

"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쪽이 만설산의 입장에 필요한 통행증입니다. 뭔가 불편하신 거라도 있으면 바로 말해 주십시오. 빠르게 처리하겠습니다."

"네? 네에."

"조 장군님에게도 안부의 말씀 전해 주시고요. 하하하하."

남자의 지극정성인 태도에 호야는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신에 도대체 뭐라고 쓰여 있었길래 이렇게까지.......'

그냥 통행증만 받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호야는 무엇이라 쓰여 있던 것인지 무척 궁금했지만 이미 건네준 것을 다시 받을 수도 없었기에 남자에게 감사를 전하고 바로 만설산으로 들어갔다.

만설산은 정상이 구름 속에 삼켜질 정도의 높이를 자랑했다.

구름이 안개처럼 껴 시야도 좁고 추위도 몹시 강했기에 호야는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치빈에게서 들은 던전의 위치를 찾아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치빈이 찍어 준 위치에서 눈으로 덮여 있는 육각형의 눈 결정 모양을 한 작은 얼음 조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에 손을 가져다 대자 시스템 메시지가 발생되었다.

[순백의 눈보라]

[입장 제한: 최소 1명, 최대 11명]

[던전 '순백의 눈보라'에 입장합니다.]

던전에 입장하자 던전의 이름 그대로 새하얀 눈보라가 몰아치는 것이 보였다.

치빈에게 미리 들어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예상보다 가시거리가 극도로 짧았다.

검을 앞으로 길게 뻗었을 때 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니 말 다 한 것이다.

일반 플레이어가 호야처럼 아무런 준비 없이 들어왔다가는 몬스터에게 기습을 받아 사망하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하지만 호야에게는 믿는 것이 있었고 아는 것도 있었다.

"약점 간파."

스킬을 사용한 호야는 당황한 척 연기를 하며 주변을 둘러봐 파랗고 붉은 점들이 모여 있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순백의 눈보라에 있는 몬스터인 눈 곰과 눈 공작은 서로가 결속력이 강하고 약간의 지능을 지녀 절대 홀로 나서지 않고 연계된 공격을 해 온다고 들었다.

그리고 그 말대로 눈보라 너머로 파랗고 붉은 점들이 두 곳으로 나뉘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 두 곳 중 한 곳의 안쪽에 치빈이 말해 준 눈보라를 발생시키는 원인이 있을 것이다.

몬스터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 '그것'을 지킨다고 치빈이 말했었다.

"익스플로전."

콰앙-!

호야의 스킬로 인해 큰 폭음이 발생되었고 몬스터들의 비명 소리는 폭발음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50%의 확률로 처음 노린 곳에 눈보라를 발생시키는 원인인 얼음 조각상이 있었던 것인지 큰 폭발과 함께 시야를 덮고 있던 눈보라가 깔끔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폭발의 중심에서 떨어져 있었기에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은 눈 곰과 눈 공작들이 상황을 인지하고서 호야에게 대응하기 위하여 공격받지 않은 무리들과 합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몬스터들의 그러한 판단은 오히려 독이 되었다.

"미호, 벽 좀 쳐 줘."

"알았다."

미호가 앞발을 아래에서 위로 휘두르자 몬스터들을 중심으로 해서 두꺼운 얼음벽이 솟아나 한쪽이 뚫린 돔의 형태를 이루었다.

그것이 완성되자 호야가 스킬 하나를 사용했다.

"메모라이즈."

[현재 메모라이즈에 저장되어 있는 스킬은 '익스플로전'입니다.]

[스킬 '익스플로전'이 시전됩니다.]

콰앙-!

모안의 마법 술식이 상급으로 오르면서 생겼던 스킬 중 하나인 메모라이즈, 호야는 그것을 사용했다.

[제6술식 - 메모라이즈]

모안의 마법 술식에 한하여 스킬을 저장해 놓을 수 있습니다.

메모라이즈에 스킬을 저장할 시 저장하려는 스킬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MP가 차감되며 저장한 스킬에는 재사용 대기 시간이 적용됩니다.

한 번에 저장할 수 있는 스킬의 수는 1개이며 저장한 스킬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킬을 저장할 시 미리 저장해 놨던 스킬은 사라집니다.

사용 MP: 0~

재사용 대기 시간: 0~

메모라이즈, 단어 그대로의 뜻으로 보자면 '암기한다'라는 것이 된다.

즉 스킬을 미리 암기, 저장해 놓은 뒤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메모라이즈에 스킬을 저장할 때에 저장하려는 스킬의 MP가 소모되고 재사용 대기 시간도 그대로 적용되지만 미래의 전투를 미리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매우 유용한 스킬이다.

익스플로전을 사용한 뒤 미리 저장해 놓은 익스플로전을 사용하면 같은 스킬을 연속으로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꽤나 엄청났다.

메모라이즈 덕분에 눈 곰과 눈 공작을 간단하게 사냥한 호야는 혹시라도 살아남은 몬스터가 있는지 주변을 확인하면서 다음 구역을 향해 나아갔다.

그 뒤 세 구역 정도를 지나자 보스 몬스터의 앞에 도달할 수 있었다.

새하얀 소복을 입고 있으며 머리카락과 피부, 모든 것이 새하얀 색을 띠고 있는 3m의 키를 가진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검은 눈구멍을 가진 사람 형태의 몬스터.

'혹한의 설녀'에게서 나오는 '한이 서린 냉기'가 호야가 원하고 있는 재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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