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52화 (152/171)

# 152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7권 5화

5. 돌아온 마을사람(1)

이니티움 랭킹의 최하단에 익숙한 닉네임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약 2년 전부터 소식이 완전히 끊겼던 플레이어, 호야였다.

그로 인해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한쪽으로 치워져 있던 그의 존재가 조금씩이나마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님들, 님들! 랭킹에 호야 님 닉네임 박혀 있던데 봤어요?

-뭐? 진짜?

-와 이게 얼마 만이냐. 진짜 추억의 인물이다.

-접었다가 다시 복귀한 건가? 이제 와서?

-돈 떨어져서 돈 벌려고 복귀한 거 아니야? ㅋㅋㅋㅋㅋㅋㅋ

-추측성 말은 하지 맙시다. 거 보기 안 좋게.

-오빠아아아악!! 내가 오빠를 얼마나 기다렸는데ㅠㅠ!! 2년 동안 뭐 하고 온 거예요ㅠㅠ?

처음에는 그저 과거의 인물이 오랜만에 다시 돌아왔다는 반가움의 반응이 컸다.

오랜만에 다시 등장한 그의 이름으로 인해 과거의 추억에 잠겼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의 반응도 아니었다.

게임에서 2년이라는 시간은 그만큼이나 긴 시간이었으니까.

호야에게는 옛날과 같은 위상이 남아 있지 않았다.

호야는 더 이상 이니티움이라는 세계의 하늘에 서 있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제 와서 돌아온 그를 조롱하는 자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반응은 호야가 랭킹에 다시 이름을 올린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바뀌게 되었다.

그의 레벨 업이 비정상적으로 빠른 것이 그 원인이었다.

-미친;; 호야 왜 이렇게 레벨 업이 빨라?

-어제는 레벨 3개나 올렸던데. 지리겠다, 진짜.

-도대체 어디서 사냥하고 있는 거야? 동대륙에서 사냥 중인 사람들은 한 번도 못 봤다던데.

-진심으로 어디서 사냥하고 있는 거야.

-신규 사냥터 발견하여 독식하는 듯.

-독식한다고 해도 상식적으로 이게 가능하기는 한 거예요?

-이 속도면 원래 위치 되찾는 것도 가능할 것 같지 않아?

-속보, 랭커들 호야의 레벨 업에 경악을 금치 못해.

300대 레벨에서의 레벨 업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레벨 업에 필요한 경험치의 양은 어마어마하게 많다.

하지만 레벨 300대의 몬스터들이 그만큼 어마어마한 양의 경험치를 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에 더해서 플레이어들의 몬스터 쏠림 현상이 일어나 있는 상황이었기에 플레이어 대비 몬스터의 수는 너무나도 적어 레벨 업은 더욱더 어려워져 있었다.

호야가 게임을 떠난 21개월 동안 아무도 400대의 레벨에 도달하지 못한 것은 그것들이 원인이었다.

하지만 호야는 그 모든 원인들이 자신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듯이 빠른 속도로 레벨을 올리고 있었다.

이 속도면 원래 위치를 되찾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1위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머릿속에서 한 가지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

그가 현재 어디에서 사냥을 하고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그의 적정 레벨대의 몬스터가 서식하는 사냥터에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사냥을 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들 중 단 한 명도 호야를 봤다고 말하는 이가 없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사냥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1인 입장이 가능한 던전이라면 플레이어들의 눈에 들지 않고 사냥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그 수는 한정적이었으며 1인 입장이 가능한 던전을 모두 돈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레벨 업 속도는 절대 나오지 않는다.

지금 그가 보이는 레벨 업 속도는 자신의 레벨 위쪽으로 아슬아슬하게 적정 레벨로 판정받는 몬스터들을 매우 빠른 속도로 잡으며 경험치를 그 누구와도 나누지 않아야지 아슬아슬하게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겨우 들 정도의 속도였다.

물론 지금까지 레벨 300대에서 그런 기행을 벌인 이가 없었기에 예상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호야가 돌고 있는 사냥터가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궁금해했지만 그 답을 알 수 있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 * *

"뀨! 뀨! 뀨! 뀨우우우!"

마계의 수도 그레이노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에 위치한 절벽 아래의 황무지, 그곳에서 호야를 향해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새미의 뒤편으로 새미를 쫓고 있는 수십 마리의 몬스터들이 보였다.

"뀨우우!"

"그래, 수고했어."

전력으로 몬스터를 몰고 온 새미는 호야의 품속으로 숨어들었고 호야는 그런 새미를 한번 쓰다듬어 준 뒤에 아직 달려오고 있는 몬스터들을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지진."

콰앙-!

호야가 발을 강하게 구르자 호야를 중심으로 하여 땅이 갈라지고 대지가 뒤흔들렸다.

그 영향으로 인하여 새미를 쫓아오던 몬스터들은 중심을 잃고 허공에 붕 뜨거나 땅속에 잡아먹히듯이 하여 갈라진 대지의 사이에 몸이 끼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호야는 그런 몬스터들을 향해 검기가 둘러진 검을 휘둘러 약점 간파로 인해 보이는 붉은 점을 공격했다.

한 번의 예외도 없이 계속해서 터진 치명타로 인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새미가 몰고 온 몬스터들이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 바로 그 뒤를 이어서 바두가 수십의 몬스터를 다시 몰고 왔다.

바두가 몰고 온 몬스터들을 모두 사냥하면 그 뒤를 이어서 미호가 몬스터를 호야의 앞으로 몰고 오고 있었다.

호야에게 가는 경험치의 양을 최대한으로 늘리기 위하여 새미와 바두, 미호는 최대한 몬스터에게 손을 대지 않도록 하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한시도 쉬지 않고 사냥하기를 수 시간.

[레벨이 올랐습니다.]

"스읍, 후우......."

레벨 업을 알리는 시스템 메시지와 더 이상 주변에 몬스터가 없는 것을 확인한 호야는 움직임을 멈추고 숨을 골랐다.

호야가 마계에 들어와 사냥을 반복한 지도 벌써 한 달이 흘렀다.

그동안 계속해서 강행군이 이어져 왔지만 막힘없이 상승하는 경험치와 레벨을 보면 피로가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마계 개척자의 칭호 덕분에 경험치가 추가되는 것이 꽤 컸다.

추가 경험치를 주는 양으로만 따지자면 동대륙이 훨씬 더 많은 경험치를 줄 것이다.

하지만 동대륙에는 지난 2년간 지하 땅굴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이미 많은 플레이어가 가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잡을 수 있는 몬스터도 적었기에 추가 경험치는 낮지만 플레이어가 없어 몬스터의 독점이 가능한 마계에서 사냥을 하는 편이 더 레벨 업이 빨랐다.

숨을 고르며 그레이노의 마족에게서 받은 퀘스트를 확인한 호야는 퀘스트의 조건을 모두 채운 것을 확인하고 퀘스트 아이템을 넘기고 보상을 받기 위해 그레이노로 향했다.

그레이노는 현재 호야가 있는 곳에서 걸어서 50분 거리에 위치해 있지만 미호나 바두의 등을 빌리면 빠르면 5분, 늦어도 10분을 넘기지 않고 그레이노에 도착할 수 있다.

그레이노에 도착한 호야는 이제는 서로 제법 얼굴을 익힌 마족들에게 인사를 건네며 자신에게 퀘스트를 주었던 인물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 그에게 퀘스트 아이템을 넘겼다.

[퀘스트 '골칫거리 라이칸'을 클리어 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유바의 호감도가 소폭 상승합니다.]

[아이템 '팬텀의 흔적'을 획득합니다.]

'드디어 이걸로 마지막.'

방어구 제작을 위한 재료들을 드디어 모두 모을 수 있었다.

이제는 지금까지 모은 재료들을 단탈스에게 맡긴 뒤에 지금 사용 중인 무기인 휘몰아치는 냉기의 칼날의 개량에 필요한 재료들을 구하기만 하면 지금 당장 급한 불은 끌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 호야는 유바에게 웃으며 감사의 인사를 건네었다.

그러자 유바가 손사래를 쳤다.

"제가 더 감사하죠. 라이칸 녀석들 때문에 제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요. 그 녀석들을 처리해 주고 가죽까지 이렇게 가져다주셨잖아요. 저한테는 호야 씨에게 드린 것보다 이쪽이 가치가 더 커요, 호호호홍."

유바는 호야에게 인사를 한 뒤 건네준 라이칸들의 가죽을 들고 곧장 공방으로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간 뒤, 지금 당장 그레이노에서 할 일을 모두 끝낸 호야가 단탈스에게 재료를 건네주기 위해서 마을 귀환을 사용하여 오르도에 돌아가려던 때였다.

"호야 오빠!"

호야가 멀리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자신에게 달려오고 있는 메이글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에 호야는 자세를 낮춰 메이글린이 예전처럼 품에 안길 수 있도록 양팔을 벌렸다.

"메이!"

하지만 달려오던 메이글린이 향한 것은 호야의 품이 아닌 그의 뒤에 있던 미호와 새미였다.

대형견의 크기를 하고 있는 미호의 목을 끌어안은 메이글린은 눈을 밝게 빛내었다.

"미호! 오랜만이야! 아, 호야 오빠도 오랜만이에요."

"......."

"호야 오빠?"

호야는 방금 전 일의 대미지가 커서 메이글린의 물음에 바로 답하지 못했다.

주변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호야는 속으로 제발 다들 작게 웃지 말고 그냥 무시해 줬으면 좋겠다고 진심을 가득 담아 염원했다.

"오빠? 왜 그러고 있어요?"

"응?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호야는 털썩 주저앉았던 바닥에서 손과 무릎을 털며 일어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메이글린을 바라보았다.

메이글린은 2년 전에 비하여 키가 조금 자라난 것을 제외하면 크게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여전히 귀여웠다.

호야가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미호와 새미, 바두는 오르도의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몇 번 그레이노에 방문한 적이 있었기에 메이글린과 이미 친분을 쌓은 상태였다.

한동 마을에서의 일로 사람을 가리는 미호였지만 메이글린의 순수함이 그녀의 벽을 허문 것이다.

그래서인지 미호는 메이의 손길이 답답함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내색을 보이지는 않았다.

"야, 메이! 말도 없이 가면 어떡해! 한참 찾아다녔잖아."

그때 멀리서 아이번이 큰 소리로 메이글린을 부르며 다가왔다.

"네가 중간에 도망가서 나 혼자 네 어머니한테 수련을 받아야 했다고. 그걸 나 혼자 어떻게 버티라고 도망치냐?"

"헤헤헤, 미안. 다음부터는 같이 도망치자!"

"......그런 뜻이 아니잖아. 자, 얼른 돌아가자."

호야는 아이번을 보며 눈을 껌뻑였다.

이 2년 사이에 키가 빠르게 큰 것인지 아이번의 키는 메이글린보다 머리 두 개 정도는 더 커진 상태였다.

메이글린을 내려다보는 아이번의 눈에서는 애정이 엿보이고 있었다.

"미안해, 형. 오랜만에 본 건 반가운데 메이네 어머니가 화가 나면 좀 무서워서 말이야. 우리는 바로 가 볼게."

"응, 그래."

"나중에 봐!"

아이번은 호야에게 인사를 한 뒤 메이글린의 손을 꼬옥 잡고서 마족들의 사이를 지나쳐서 사라졌다.

그러한 둘의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호야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이번이 메이글린의 손을 꼬옥 잡고 있었던 만큼 메이글린도 아이번의 손을 꼬옥 잡고 있었던 것이다.

메이글린과 아이번의 사이에 무언가 실이 이어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둘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호야는 마을 귀환을 사용해 오르도로 돌아갔다.

다시 마계로 돌아올 때에는 사냥터에 설치해 둔 귀환석을 사용해 돌아오면 되었다.

호야가 그렇게 생각하며 움직이고 있을 때 커뮤니티에서는 호야에 관한 이야기가 끊이지를 않고 있었다.

그 이야기는 약간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사냥에 집중하기 위하여 귓속말을 보이지 않게 설정해 둔 호야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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