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39화 (139/171)

# 139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6권 16화

16. 새로운 하늘(1)

수십 년 전 한동 마을 앞 사도봉, 그곳을 얼굴을 가린 소년과 중년의 남자가 커다란 짐을 등에 진 채 오르고 있었다.

둘의 복식은 평범한 사람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지만 옷의 재질로 인하여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라는 사실이 은근히 보이고 있었다.

"태자 저하, 역시 돌아가는 편이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하하, 여기까지 와서요? 그리고 밖에서는 태자 저하가 아니라 그냥 선우라고 부르세요."

"......선우 님, 아직 여기까지니까 돌아갈 수 있는 겁니다. 폐하께 들킨다면 그 순간 저는 더 이상 선우 님의 곁에 있을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남자의 말에 앞서 걷고 있던 소년이 걸음을 멈추고는 얼굴을 가리고 있던 복면을 내리고 그를 향해 밝게 웃었다.

"들키지 않기 위해서 조 장군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 그 덕에 아바마마는 평소와 같은 훈련을 위한 여행이라 알고 있잖아요. 조 장군만 조용히 해 주신다면 아무 문제도 없어요."

"......하아."

그의 말에 조제연은 작게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말로서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이곳까지 오기 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 위험합니다. 선우 님께서는 아직 만독불체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행여나 그들이 안 좋은 생각을 품기라도 한다면......."

"조 장군."

조제연의 말을 끊은 그의 얼굴에는 살짝 슬픈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에요. 그저 특이한 능력이 혈연으로 인하여 전승될 뿐인 어디에나 있는 평범한 사람. 그러니 결코 위험하지 않아요. 오히려 그들은 장차 우리 권나라에 도움을 줄 수도 있는 이들이에요. 그러니 우리 쪽에서 그들을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일은 없어야 해요."

"......."

"조 장군이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제가 보증하죠."

"......예, 알겠습니다."

그의 말에 조제연이 살짝 연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의 말도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들과 사람들의 마찰이 있던 것은 벌써 머나먼 과거의 일, 그 이후로 그들에 관한 기록은 없으니 그사이에 많은 것이 바뀌어 있을지도 모른다.

'태자 저하의 말씀처럼 확실히 그들의 힘은 잘만 활용한다면 나라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조제연은 아무런 반문 없이 그의 뒤를 따랐다.

하지만 역시 그때 말렸어야 했다고 조제연은 미래에 그때의 결정을 후회하게 된다.

설마 이 일들이 빌미가 되어 그를 잃게 될 것이라고 그때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 * *

"네? 이 옷이요? 그냥 받은 건데요."

"누구한테서 받은 건가?"

"그게......."

호야는 조제연의 물음에 답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그림족이 과거에 겪은 일은 고향인 동대륙에서의 일이다.

그러니 그들에 대해서 동대륙 사람인 조제연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을뿐더러 그의 눈빛이 매우 불타오르고 있었기에 호야는 답을 그만두었다.

"다시 묻겠다. 누구한테 받은 건가?"

"......."

조제연은 호야가 입고 있는 옷과 같은 옷을 옛날에 본 적이 있었다.

슬쩍 보아서는 별로 특이할 것이 없는 옷이지만 소매의 폭과 바느질의 형태들은 평범한 옷들과는 달랐다.

'이 옷은 그림족의 옷이다.'

호야는 이 옷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는 것은 옷의 원래 주인은 그림족이거나 그들과 가까운 이일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그분에 대한 소식을 알고 있을 것이다.

조제연은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기에 평소와 달리 감정이 살짝 격해져 있었다.

"대답하거라!"

호야가 입을 계속하여 다물고 있자 조제연은 그를 닦달하기 위하여 호야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혀 앉아 있는 그와 시선을 맞추고 그의 양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 그때, 호야의 모습이 갑작스레 사라져 버렸다.

접속 제한 시간이 다 되어 강제 로그아웃을 당한 것이었다.

조제연에게는 몹시 당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 * *

"도움이 되어 주지를 못해서 미안하구나."

다음 날 호야가 다시 접속하자마자 바두와 함께 호야가 설치해 두었던 귀환석의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미호가 꺼낸 말이었다.

그녀는 아직 호야가 무슨 일을 한 것인지 자세히는 몰랐지만 어젯밤 조제연에게 이야기를 캐물어 대충은 파악하고 있었다.

정작 도와주어야 할 때에 도와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괜찮아,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미호의 우울을 읽은 호야는 그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너를 두고 간 것은 내 선택이었잖아. 미안해할 것 없어."

"와옹, 왕."

"......둘 다 고맙다."

미호는 호야와 바두의 배려를 기껍게 받아들였다.

그리고 그때 호야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발생되었다.

[퀘스트 '사로잡힌 궁녀들'을 클리어 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향단'을 포함한 23명의 궁녀들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구출된 궁녀들의 총 수 24명, 48의 잔여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다행이다.'

호야가 바두와 함께 귀환석으로 사라진 후 아무래도 호야의 생각대로 궁녀들의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진 모양이었다.

그녀들이 아니라면 표면적으로는 사건의 전말을 아는 이가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대량의 잔여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었다.

호야는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이름: 호야

직업: 오르도의 마을사람

레벨: 308

HP: 14,520/14,520 MP: 14,660/14,660

힘: 598(+538) 민첩: 601(+538)

체력: 606(+538) 마력: 619(+539)

신성력: 969(+48) 친화력: 11

잔여 포인트: 68

속성: 얼음

이번 일로 인하여 오른 호야의 레벨은 총 2개.

권일우를 사냥함으로 인해서 얻은 경험치가 이전부터 있던 경험치와 합쳐져 레벨이 1 상승, 그와 동시에 완료된 퀘스트로 인하여 다시 레벨이 1 상승했다.

300대의 레벨임에도 불구하고 경의적인 레벨 업 속도였다.

그로인해 안착한 랭킹은 3위, 이제 위로는 도반과

애서가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둘 다 레벨이 각각 312, 311이기에 아직은 조금 먼 지점에 위치해 있다.

그래도 도달하지 못할 곳은 아니라는 것이 호야의 생각이었다.

'음......, 아무리 그래도 거기에 들어가기 전에 1위는 못 찍겠네. 결혼식 있고 바로 2주 뒤니까.'

지금 같은 레벨 업이 계속 가능하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만 그건 너무 형편 좋은 이야기였다.

그렇게 생각한 호야는 스테이터스를 확인하고서 모든 스탯을 신성력에 투자했다.

호야는 성기사와 사제가 아니니 신성력 자체는 어둠 속성과 언데드를 상대할 때와 신성 마법을 사용할 때에만 적용되는 스탯이다.

하지만 신성력 4당 모든 스탯이 각각 2씩 상승하게 된 지금은 모든 스탯을 신성력에 투자하는 것이 효율이 더 좋았다.

어쩌면 신성 마법이 중급이 되었던 순간부터 그렇게 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처음부터 그래야 했어.'

설마 전설의 빛의 계승자의 칭호 효과가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몰랐기에 계속 간과하고 있던 사실이다.

스탯의 분배를 마친 호야는 황제의 퀘스트를 완료하며 받은 또 다른 보상인 칭호의 효과를 확인했다.

[황살자]

황제의 껍질을 뒤집어써 자신의 생의 안위를 원하던 흡혈귀를 사냥하여 권나라의 길을 바로잡아 준 자.

당신의 업적은 겉으로 알려지지 않았으나 당신의 업적을 아는 이들은 당신에게 큰 호감과 신뢰를 보일 것입니다.

칭호 효과: 1회에 한하여 권나라의 황제에게 무엇이든지 부탁할 수 있으며 이는 황제의 손이 뻗치는 영역까지 한합니다. (0/1)

동대륙의 몬스터를 사냥할 시 20%의 추가 경험치를 획득하며 선제공격을 받지 않게 됩니다.

"부탁이라......."

황제에게 부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꽤나 엄청난 보상이었지만 호야는 그에게 요구할 만한 것을 떠올리지 못했다.

애초에 아직 제프리노에게서 보상도 받지 않은 채였으니 말이다.

모안의 마법술식도 권일우의 사냥을 통해서 상급이 되기 바로 직전에 이르렀다.

아마 앞으로 하루 이틀 정도면 상급에 오를 것이다.

여러모로 얻은 것이 많은 퀘스트였다.

'무기의 내구도가......, 지금 수리 안 하면 부러지겠네.'

그만큼 무기와 방어구의 내구도도 심각하게 깎여 있었지만 말이다.

지금 수리하지 않고 넘긴다면 다음 사냥에서 무기가 부러져 버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호야가 마을 귀환을 사용하여 오르도에 다녀오려던 때에 소집령이 떨어졌던 흑룡대가 주둔지로 복귀했고 조제연은 호야의 기척을 곧바로 느끼고 그가 있는 방으로 다가왔다.

방문을 열고 호야의 모습을 본 조제연은 그에게 먼저 사과의 말을 건네었다.

"미안하다. 어젯밤에 있었던 일은 잊어 주길 부탁하마."

복귀한 호야에게 우선적으로 물어볼 것은 그것이 아니었는데 자신도 모르게 그쪽으로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 사람에 대한 유일한 힌트나 다름없었지만 그러한 반응을 보여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조제연은 자신이 했던 질문을 없었던 일로 하려고 했다.

자신이 했던 질문의 답을 받기가 두렵다는 생각도 구석에 작게 자리 잡고 있었다.

"네? 네......."

"고맙다. 그럼 우선은 어젯밤에 있던 일을 확인하고 싶다만."

호야는 조제연에게 어젯밤에 있던 일들에 대하여 말해 주었다.

권일우의 암살을 위하여 미리 침소에 침입했다가 침소 아래에 있던 공동과 갇혀 있던 궁녀들을 발견한 것과 권일우가 흡혈귀였다는 것.

그렇기에 암살이 아닌 사냥이 되었다는 것까지 그에게 모든 것을 말했다.

"음, 궁녀들의 증언과 일치하구나. 설마 정말로 마물이었다니......."

처음에 궁녀들을 통하여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지만 호야의 입에서도 같은 말이 나왔으니 거짓은 아닐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 말을 뒷받침해 줄 증거들이 하나씩 나오겠지.

그때나 돼서야 권현우에게 이야기를 올릴 생각이었지만 호야의 입에서 확답이 나왔으니 최도를 보내어 권현우에게 먼저 말을 해 두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조제연에게 호야가 질문을 던져 왔다.

"저기 궁녀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그녀들은 김청도 관리의 보호를 받고 있다. 그녀들의 이야기와 상황을 봐서 그녀들이 방출되었던 이유는 거짓으로 추측이 되고 있으니 그 사실이 정확히 밝혀진다면 아마 다시 궁에서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김청도가 힘을 썼기에 지금 그녀들이 받고 있는 대우도 섭섭지 않다고 한다.

다행인 일이었다.

조제연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호야는 안심을 한 뒤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무기의 수리를 위하여 오르도로 돌아와 단탈스의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먼저 도착해 있는 예상치 못한 손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컨서누?"

"오랜만이에요, 호야."

컨서누가 먼저 단탈스를 찾아와 있었다.

컨서누와 단탈스, 반달의 앞에 놓여 있는 커다란 유리잔을 보아하니 한창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인 것으로 보였다.

그것을 보고 호야는 셋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하여 잠시 바깥에 나가서 기다리려 하였고 그런 그를 단탈스가 붙잡았다.

"아냐, 아냐. 나가지 마. 적어도 나갈 거면 컨서누를 데리고 나가라. 얘는 호야 너를 기다리던 거야. 그것도 내 집에서 며칠씩이나 말이야."

"저를요?"

"네, 그...... 물어보고 싶은 게 조금 있어서 말이죠."

컨서누가 평소와는 다르게 살짝 머뭇거리며 말을 꺼내고 있자 미호가 호야의 다리 뒤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오오, 너는 그때 그 꼬맹이가 아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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