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38화 (138/171)

# 138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6권 15화

15. 그 아래에 있던 것(3)

검술이나 마법, 제작이나 기타 수색 등의 스킬은 NPC에게서 배운다는 개념이지만 신성 마법의 경우 NPC를 통해서 이브에게 힘을 부여받는다는 개념이다.

이브의 힘을 부여받는 것을 도와주는 NPC에 따라 그 힘에는 차이가 있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검술이나 마법 등은 단계가 상승하는 것을 '성장했다'고 표현하지만 신성 마법의 경우에는 '신에게 더욱 가까워졌다'고 표현한다.

"그렇기에 신성 마법은 상급을 달성하게 되었을 때 아주 소소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어요. 신탁이라는 형태로 아주 소소한 도움이 될 이야기들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해 준답니다."

"그럼 저는......?"

"호야의 경우에는 전설인 레이나를 통해 세례를 받았기에 이벤트가 신탁이 아닌 신과의 만남이 되어 버린 거예요. 그 덕에 많은 것을 받았잖아요?"

"그렇긴 하죠......."

이브의 말을 수긍하던 호야는 퍼뜩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아! 이럴 때가 아니에요! 여기서 어떻게 나가죠?"

자신이 이곳에서 이러고 있는 사이에 권일우와 궁녀들의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권일우의 손에 의해서 궁녀들이 모두 죽었을 수도 있었다.

호야의 마음이 갑자기 다급해졌다.

"괜찮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때 이브가 호야의 곁으로 다가와 왼팔로 바두를 안은 채 오른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바깥의 시간은 흐르지 않았어요. 그러니 일단 나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 보죠."

"......네."

호야는 돌아갔을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생각해 보았다.

깊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이브와 만나 400의 신성력이 오르며 모든 스탯이 1000을 넘어섰고 권일우에게 치명적인 강력한 스킬과 칭호까지 얻었다.

이곳에 오기 전과 비교해 많은 것이 바뀌어 있었다.

"그......, 손은 언제 치우실 건가요?"

"네? 아...... 호호호, 신의 손길이라 생각하고 기쁘게 받아들이세요!"

이브가 호야의 머리를 탁 치더니 그와 바두를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 보냈다.

호야와 바두가 사라지고 이브가 홀로 남자 그녀의 귓가에 남성의 목소리가 꽂혔다.

-이브, 어땠어? 좋았어?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시야 앞에 중년 남성의 얼굴이 띄워진 홀로그램 창이 생겨났다.

AI 이브를 만들어 낸 사람들 중 한 명, 네오워즈의 회장인 이태성이었다.

-반갑다고 괜히 막 퍼 주고 그러지는 않았겠지?

"제가 그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할 것 같나요, 아버님? 사적인 감정과 공적인 일은 확실히 구분하고 있어요. 제대로 줘야 할 것만 줬어요."

-흐음? 옛날에 그 일은 뭔데?

"으윽......! 그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 게임상에는 아무 문제 없고 약속도 잘 지키고 있잖아요!"

-하하하하하. 그래, 알았어. 그래서 어땠어? 평소랑은 느낌이 달라?

이태성의 질문에 이브는 세상에서 제일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야 당연하죠. 만들어진 모습과 누나로서의 진짜 모습으로 만나는 것은 다르니까 말이에요. ......표현은 못 했지만."

이브의 표정은 어딘가 후련해 보였다.

'이제 피해 다니지 않아도 되겠네.'

* * *

권일우와 궁녀들의 위치와 공동 안의 상황, 모든 것이 환한 빛에 눈을 찌푸리기 직전과 똑같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권일우의 표정이 살짝 구겨졌다는 것이었다.

"네 녀석,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이냐?"

권일우는 호야의 힘이 상승했다는 것을 느꼈고 그에게는 호야가 아무런 일 없이 강해진 것으로 보이니 당연한 의문이었다.

바두에게서도 없던 힘이 생겨난 것이 느껴졌다.

'느낌이 안 좋다.......'

왠지 전투가 길어지면 자신에게 불리할 것 같은 느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렇게 받아들인 권일우가 움직이려던 때였다.

"바두야, 해방."

"크르아아아악!!"

스킬의 지속이 끝난 후 찾아오는 스탯 감소의 패널티로 인해서 일부러 바두에게 사용을 자제하게 했던 스킬 해방.

패널티가 나오기 전에 끝낼 생각이었기에 호야는 바두에게 스킬의 사용을 권했다.

바두가 스킬을 사용하자 바두의 몸집이 커지고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더니 목에 감겨 있던 새하얀 밧줄이 스르륵 풀렸다.

그리고 모든 매듭이 풀리자 밧줄은 마치 링처럼 변하여 바두의 목 주의를 회전했다.

그것과 동시에 바두가 지금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속도로 권일우에게 달려들었다.

콰득-!

"크아아아악!"

갑작스레 빨라진 바두의 속도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한 권일우는 왼쪽 팔과 어깨를 물어뜯김과 동시에 스탯을 깎여야만 했다.

"이 짐승 자식이 감히 내 팔을!"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바두를 노려본 권일우는 자신의 몸이 흠칫하고 떠는 것을 느껴야만 했다.

'이 내가 두려움을 느꼈다고......?'

해방으로 인해서 한순간에 두 배로 강해진 바두의 힘과 신성이라는 속성으로 인한 본능적인 거부감으로 인해 생긴 두려움이었다.

팔이 하나 없는 상태로는 살짝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저 짐승은 위험하다.'

그렇게 생각한 권일우는 HP의 회복과 팔의 재생을 위해서 목표를 바두를 향한 복수에서 궁녀들로 바꾸어 그녀들을 노렸다.

궁녀들의 앞에 호야가 있었지만 돌파하는 것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여겼다.

그때 권일우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강림."

파앗-!

호야가 그리 말하자 빛의 기둥이 천장을 뚫고 들어와 그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빛의 기둥은 곧바로 빛 가루가 되어 사라졌고 그 자리에는 이브와 같은 신성함이 느껴지는 청은빛의 머리카락을 한 호야가 서 있었다.

권일우와의 전투에 들어서면서 인벤토리에서 꺼내어 쓴 죽은 나무의 시선으로 인해서 가려진 그의 눈동자 또한 이브와 같은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그가 주변에 흩뿌리고 있는 신성한 기운은 권일우에게는 독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빠르게 통과하면 그만이다!'

신성한 기운으로 인해 받은 피해는 궁녀들로 회복하면 된다.

권일우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심판의 공간."

권일우가 호야를 지나쳐 가던 순간 호야가 그리 말하자 그를 중심으로 하여 사방에 빛의 벽이 생겨나 권일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부수고 지나가려 했지만 부술 수 없었다.

"그쪽으로는 못 보내요."

벽을 부수기 위해 계속해서 벽에 공격을 가하는 권일우에게 호야가 말하자 그가 고개를 휙 돌리더니 호야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호야의 뒤에는 그보다 더 강렬하게 커다란 눈을 빛내며 으르렁거리고 있는 바두가 있었다.

* * *

"방금 그 빛은 무엇이냐!"

호야에게 떨어져 내렸던 빛기둥, 그것은 신에게서 떨어져 내린 하늘에서 내려온 빛이었기에 그 기다란 기둥은 바깥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을 창호지 너머로 본 우의정 김청도는 자신의 방을 나와 근처를 다급하게 지나가고 있던 병사를 붙잡아 상황을 물었다.

"그, 그것이...... 황제 폐하의 침소에 웬 빛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저도 막 불려 가는 참이라 자세한 것은 잘 모릅니다."

"뭐?"

병사의 말에 김청도는 속으로 지금 상황을 추측했다.

'설마 현우 님께서 하신 일인가?'

그렇게 생각한 김청도는 병사의 뒤를 따라갔다.

'암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눈에 띕니다, 현우 님!'

황제의 침소 주변에는 이미 수많은 병사들과 대신들이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김청도가 도착한 순간에 황제의 침소에서 환관이 사색이 된 얼굴로 튀어나왔다.

"폐, 폐하께서 침소에 계시지 않습니다!"

그 말에 김청도를 포함한 권현우의 밑에 서기로 한 이들을 제외한 모두의 얼굴에 혼란이 그려졌다.

만약 환관이 침대의 머리맡 뒤에 열려 있는 비밀 문을 보았다면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 달라졌겠지만 그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 그게 정말이냐! 샅샅이 확인한 건가?!"

"그, 그것이......, 눈으로만 확인했사옵니다......."

"그럼 비키거라! 내가 직접 확인해야겠다!"

환관을 밀치고 조정 대신 중 한 명이 황제의 침소로 들어가려고 입구에 발 하나를 들였을 때였다.

쿠구구구구궁-.

지진이 일어난 듯이 땅이 흔들리더니 황제의 침소와 그 뒤뜰이 땅속으로 무너져 내리며 커다란 먼지구름을 일으켰다.

"피, 피해라!"

"모두 떨어지십시오!"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그것에 휘말리지 않게 하기 위하여 대신들과 환관을 멀리 피난시켰다.

그 뒤 침소가 모두 무너져 내리며 생겨났던 먼지구름이 걷힌 자리를 바라보자 그곳에는 침소의 흔적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 대신에 침소가 있던 자리에 거대한 구멍이 생겨나 있었다.

병사들이 가까이 다가가서 확인하자 약 3층 높이 정도는 되어 보이는 넓은 구멍 아래에 산산이 조각나 부서진 침소의 잔해가 널브러진 것이 보였다.

그리고 구멍 한편에 목에 하얀색 링을 두르고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검은색의 거대한 짐승이 보였다.

"겨, 경계!"

장군이 그리 말하자 병사들이 구멍을 둘러싸면서 활을 메고 왔던 이는 활시위를 당겼고 검과 창을 들고 왔던 이들은 무기를 앞으로 내세웠다.

"크르르르......."

몸을 웅크리고 있던 검은색 짐승이 몸을 덮은 건물의 잔해를 털면서 일어나자 그 아래로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 아래에 있던 사람들 중에 유독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이가 있었다.

의복은 온통 검은색이면서 머리는 흰색에 가까운 청은빛을 띠고 있는 남자.

병사들은 그와 짐승에게서 심상찮은 기운을 느끼고는 활시위와 무기를 쥐고 있던 손에 더 힘을 주었다.

"너, 향단이가 아니더냐!"

"어, 어르신!"

그때 가까이 다가왔던 김청도가 향단을 알아보고는 큰 목소리로 주변에 그 사실을 알렸다.

그제야 경계를 하던 병사들의 눈에도 청은빛 머리의 남자가 아닌 주변에 있는 여자들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모두 궁에서 일을 하다가 방출되었던 자들이었다.

"뭐, 뭐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왜 쟤들이 여기에 있는 건데?"

그녀들의 얼굴을 오고 가며 마주한 적이 있어 알고 있던 이들을 중심으로 혼란이 퍼져 나갔고 그러던 중에 청은빛 머리의 남자와 검은색의 거대한 짐승이 사라지듯이 모습을 감추었다.

"뭐야, 어디 갔어!"

"찾아! 주변을 샅샅이 뒤져!"

"다들 멈춰라!"

병사들이 사라진 남자와 짐승을 찾으러 움직이려던 순간 김청도가 소리를 크게 내어 병사들의 움직임을 멈추었다.

"너희들은 지금 무엇이 우선순위인 것인지를 모르겠나! 적을 쫓는 것보다 저들을 구출하고 황제 폐하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 황제 폐하는 건물 잔해에 깔려 계실 가능성이 크다. 빠르게 움직여라!"

"예, 옛!"

김청도의 말에 뛰어내릴 수 있는 병사들은 뛰어내리고 그러지 못한 이들은 줄을 가져와 타고 내려가거나 벽을 타고 아래로 내려갔다.

'시간 벌이는 되었겠지.......'

솔직히 김청도의 입장에서는 황제가 어찌 되었든 상관이 없었다.

그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권현우의 명으로 움직이고 있던 것처럼 보인 청은빛 머리의 남자가 탈출할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해서였다.

* * *

"흐아......."

귀환석을 사용해 흑룡대의 주둔지로 돌아온 호야는 그대로 바닥에 벌러덩 드러눕고는 작아진 바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바두야, 네 덕에 살았다."

"와옹!"

호야는 권일우와의 싸움에서 마지막에 익스플로전을 사용했다.

공간이 지하이고 궁녀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심판의 공간을 사용하면 안과 바깥이 서로에게 간섭할 수 없다.

즉 공격도 바깥으로 새어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외의 상황이 벌어져 버렸다.

익스플로전에 탁한 마법의 팔찌가 반응해 버려 추가 시전된 익스플로전 중 두 개가 아슬아슬하게 권일우의 사망 판정 이후에 터져 버린 것이다.

그 두 개의 익스플로전이 권일우가 말했던 결계를 깬 것인지 지하가 무너져 내렸다.

바두가 우산이 되어 주지 않았다면 궁녀들은 모두 잔해에 깔려 죽거나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바두를 쓰다듬어 주며 잠시 장난을 치고 있자 문을 열고 조제연과 최도가 안으로 들어왔다.

조제연은 두정갑을 입고 검까지 허리에 찬 완전 무장의 상태였다.

궁궐에서의 일로 흑룡대에게도 소집령이 떨어졌기에 그것에 응하기 위해 갈아입은 것이었다.

"돌아와 있었군, 일은 잘 해결됐......."

"네. 몇 가지 일이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해결되었어요."

그 몇 가지 일을 설명해 주고 싶었지만 접속 제한 시간이 아슬아슬했기에 호야는 설명을 내일로 미루려 했다.

호야는 양해를 구하고 로그아웃을 하기 위해 조제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가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조 장군님......?"

한참이나 호야를 뚫어져라 보고 있던 그가 손가락으로 호야를 가리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 옷 어디서 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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