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7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6권 14화
14. 그 아래에 있던 것(2)
"버프, 신성력. 신의 가호"
스킬을 사용한 호야는 검을 강하게 말아 쥐었다.
"신속!"
쐐액-!
그 뒤 권일우에게 가까이 다가가 신속을 사용해 최대한 많은 타격을 넣었다.
하지만 그중 유효 타격은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역시 레벨 500대의 보스 몬스터, 움직임이 꽤나 빨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권일우의 HP가 차근차근히 조금씩 깎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호야 자신의 HP 또한 깎이고 있었지만 그에게는 회복 수단이 존재했다.
권일우와의 전투가 이어진 지 벌써 수십 분이 넘게 흐른 시점, 호야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왜 아무도 안 오는 거지?'
권일우와 전투를 치르는 동안 큰 굉음과 진동들이 다수 발생되었었다.
갑작스러운 큰 굉음과 진동에 그 원인을 찾아서 이곳으로 올 법도 한데 지금까지 그 누구 하나도 출입구 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줄사다리 위쪽의 출입구는 열려 있는 채였기에 입구를 못 찾아서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왜 방해꾼이 오지 않는 것인지 궁금한가?"
호야의 그런 의문을 눈치챈 권일우가 입가에 기다란 호선을 그려 보이며 말했다.
"여기에는 결계가 하나 쳐져 있다. 소리와 진동 그 무엇 하나도 이곳에서 새어 나가지 못하지. 결계를 부술 만큼 큰 충격을 가한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과연 네게 그런 힘이 있을......."
"홀리 레이."
파앗-!
호야는 권일우의 말이 모두 끝나기를 기다리지 않고 오히려 빈틈을 노려 스킬을 사용해 공격을 가했다.
"크윽......! 네 녀석! 사람이 말을 하면 기다리는 것이 예의가 아니더냐!"
지금까지 자신의 말이 끊겨 본 일이 없었기에 말하던 도중에 공격을 당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권일우는 호야의 공격을 그대로 맞아야 했다.
그로 인한 분노에 성을 내며 호야가 있는 방향을 쳐다보자 그가 코앞까지 다가와 있는 것이 보였다.
"가시나무."
호야는 약점 간파를 사용해서 보이게 된 붉은 점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고 총 다섯 번의 공격 중 네 번의 공격이 붉은 점에 명중했다.
지금까지의 공격 중에 대미지가 가장 크게 들어간 공격이었다.
"큭! 이 자식이!"
권일우를 중심으로 하여 날카로운 바람이 원을 그렸고 호야는 그 충격으로 인해서 뒤로 튕겨 나갔다.
호야의 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중에 떴기에 권일우에게 있어서 호야에게 큰 대미지를 입힐 기회였지만 권일우가 향한 곳은 호야가 아닌 바두였다.
"크르아악!"
바두는 화염구를 만들어 내어 자신에게 다가오는 권일우를 향해 발사했다.
커다란 바위만 한 화염구가 발사되었지만 권일우는 그것을 바람으로 약화시켜 크기를 줄인 뒤 아슬아슬하게 피하고는 바두를 지나쳐 그 뒤로 향했다.
바두는 자신을 지나쳐 간 간일우를 향해 다시 화염구를 쏘려했지만 호야가 뒤늦게 권일우를 쫓으며 그것을 막았다.
"안 돼, 바두야!"
바두가 화염구를 쏘려는 방향에는 궁녀들이 있었다.
권일우가 화염구를 피하기라도 한다면 궁녀들만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설마 궁녀들이 목적인 건가? 왜 하필 지금?'
권일우는 궁녀들을 향해서 가는 듯했다.
지금까지 조금의 신경도 쓰지 않다가 지금에서야 그녀들에게 관심을 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호야의 그러한 의문은 곧바로 이어진 권일우의 행동으로 인해 풀리게 되었다.
콰득!
"꺄아아아악!"
궁녀들에게 다가간 권일우가 한 명을 낚아채더니 그대로 그녀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그러자 궁녀의 몸이 빠르게 말라 갔고 그것에 비례해 권일우의 HP가 차올랐다.
"블렛!"
[탁한 마법의 팔찌가 '블렛'에 반응하였습니다.]
['블렛'이 3번 추가로 시전됩니다.]
호야가 가진 원거리 공격 중 가장 시전 시간이 짧은 블렛 4개가 권일우를 노리고 쏘아졌다.
주저앉은 궁녀들에게 맞으면 안 되었기에 머리를 노렸다.
하지만 권일우가 곧바로 궁녀를 바닥에 내팽개치며 자리를 이동했기에 블렛은 벽에 부딪혀 사라지고 말았다.
호야가 바로 피를 빨린 궁녀에게 힐을 사용했지만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하아, 운동 중에 마시는 피는 실로 각별하구나."
HP의 대부분이 회복된 권일우의 표정은 매우 상쾌해 보였다.
'피를 마셔서 HP를 회복한 건가.'
지하 땅굴의 흡혈귀들은 체력을 깎기는 했으나 회복은 하지 않았었기에 굳이 궁녀들을 건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하고 있었다.
'그래도 안전은 충분히 신경을 써 줘야 했어.......'
호야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궁녀들을 보호하는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탓에 정신이 분산되어 버려 권일우와의 전투가 조금씩 그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어 가고 말았다.
그냥 싸우는 것보다 지키며 싸우는 것이 몇 배는 더 힘들었다.
그리고 권일우도 호야가 궁녀들을 신경 쓰는 것을 느낀 것인지 그 점을 찔러 피할 수 없는 공격들을 날려 왔고 전황은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호야가 궁녀들을 신경 쓰면 공격을 당하고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권일우가 그 틈을 타 궁녀의 피를 빨아 HP를 회복하기를 반복했다.
다행히 처음과는 다르게 궁녀들을 힐로 구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그 대신에 힐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올 때마다 그 대부분을 궁녀들의 치료에 사용해야 했다.
촤악-! 챙강!
"하하하! 조금 더 발버둥 쳐 봐라!"
권일우의 방금 전 공격으로 인해서 홀리 실드가 부서져 버렸다.
대부분의 스킬들은 재사용 대기 시간에 들어가 있었기에 호야가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은 익스플로전, 성역, 검기와 양화, 그리고 재사용 대기 시간이 짧은 블렛과 힐이 전부였다.
호야는 자신의 HP와 궁녀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궁녀들의 상태는 양호했기에 호야는 권일우의 공격을 피하며 자신의 HP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에게 힐을 사용했다.
그러자 눈이 찌푸려질 정도의 환한 빛이 호야의 시야를 새하얗게 물들여 버렸다.
* * *
"어......?"
호야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구름처럼 새하얗고 뭉글뭉글한 바닥에는 먼지 하나 보이지 않았고 바로 앞에 2열로 길게 세워져 있는 기둥들의 끝에는 신전 하나가 세워져 있었으며 신전의 뒤로 보이는 우주 같은 하늘에서는 별들이 둥글게 회전하며 꼬리를 늘리고 있었다.
"어디야......?"
방금 전까지 자신은 분명 황제의 침소 아래에 있는 공동에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환한 빛에 눈을 감은 다음 다시 뜨자 전혀 다른 장소에 와 있었다.
권일우도 궁녀들도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커옹......?"
익숙한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바두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휙휙 돌려 주변을 살피는 것이 보였다.
'왜 우리 둘만 여기에 있는 거지?'
그 이유는 모르겠으나 최대한 빨리 다시 돌아가야 했다.
이러고 있는 사이에 권일우가 궁녀들을 해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어떻게 그곳으로 돌아가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끼익-.
그때 굳게 닫혀 있던 신전의 문이 열렸다.
그 모습이 마치 안으로 들어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호야는 경계의 필요성을 느꼈지만 바두는 그렇지 않았던 것인지 코를 킁킁거리더니 무언가에 이끌린 듯이 신전의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기다려, 바두야!"
"왕!"
호야가 불러 봤자 바두는 뒤로 돌아 한번 대답을 해 줄 뿐,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바두가 신전의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 버리자 예상치 못한 시스템 메시지가 발생되었다.
[퀘스트 '힘을 기르기 위한 큰 걸음 - 네 번째'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펫 '바두'가 속성 '신성'을 획득합니다.]
"무슨......."
바두가 레벨 50을 달성하면서 생겨났던 네 번째 퀘스트, 그것의 완료 조건은 신과의 대면이었다.
호야는 설마 하는 마음에 신전으로 달려가 그 입구에서 안을 바라보았다.
신전의 안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온통 새하얗고 벽과 바닥의 경계선이 없어서 공간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 공간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 새하얀 공간의 한가운데에 바두가 한 인물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바닥에 끌릴 것같이 기다란 청은빛의 머리카락과 그 사이로 보이는 푸른 눈동자, 새하얀 의복 아래로 보이는 피부가 그 누구보다도 고와 보이는 여자였다.
그리고 그녀를 시야에 담자 호야에게 다시 한 번 시스템 메시지가 발생되었다.
[플레이어 최초로 신과 마주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히든 피스를 달성하여 스탯 '신성력'이 400 상승하며 이는 스탯 '신성력'을 보유하지 않고 있어도 적용됩니다.]
[칭호 '신을 마주한 자'를 획득합니다.]
[신을 마주한 자]
신 이브를 직접 마주한 자.
신 이브의 신성이 당신에게 깃들어 당신의 신성을 보다 강하게 만듭니다.
칭호 효과: 언데드 혹은 어둠 속성의 몬스터를 공격할 시 공격력을 50% 상승시킵니다.
스킬 '강림' 사용 가능
[강림]
일시적으로 이브의 힘을 일부 빌려 와 자신의 몸에 깃들게 합니다.
스킬을 사용할 시 30분간 스탯 '신성력' 100당 공격력을 10% 상승시키며 모든 공격에 신성력이 깃들게 됩니다.
주변에 있는 언데드 혹은 어둠 속성의 적에게 지속적으로 작은 대미지를 입히며 아군의 HP를 지속적으로 극소량 회복시킵니다.
사용 MP: 0
재사용 대기 시간: 14일
"이브......?"
호야가 시스템 메시지를 보고 도달한 결론을 말로써 밖으로 흘리자 바두를 쓰다듬고 있던 여자가 싱긋 웃어 보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호야. 제가 NPC들의 신 이브입니다."
"말도 안 돼......."
이니티움을 관리하는 AI 이브, 그것과 플레이어가 만나는 게 가능한 일인가?
'아니, 애초에 만나면 안 되는 거 아니야?'
"저는 게임을 관리하는 이브와는 다른 이브입니다. 다른 개체로 봐 주셨으면 하네요."
"......제가 방금 입 밖으로 말했나요?"
"아뇨, 제가 생각을 읽은 거예요."
"......."
"일단 신이라서 세계관 최강자니까요. 그 정도는 가능하죠. 실제로는 캡슐에 연결 된 뇌파를 통해서 읽는 거예요."
이브는 한 손으로 입을 가리며 짓궂게 웃어 보였다.
"왜 자신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인지가 궁금하시죠?"
"아, 네."
"그건 호야 당신이 레이나가 가르쳐 준 신성 마법의 상급을 달성했기 때문이에요."
그 말에 호야가 스킬을 확인해 보니 정말로 상급으로 올라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권일우와 싸우며 힐과 홀리 레이의 재사용 대기 시간이 돌아오는 대로 사용을 반복한 것이 원인인 듯했다.
[상급 레이나의 신성 마법]
숙련도: 0%
전설의 성기사 레이나가 자신에게 맞추어 진화시킨 신성 마법입니다.
그녀의 빛은 누구보다도 따듯하고 강력했습니다.
전설 달성 시 레이나를 통해 ???을 배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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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신성 - 심판의 공간]
신성한 힘으로 벽을 둘러 지정한 적과 플레이어가 일대일로 싸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지속 시간에 제한은 없으며 바깥에서의 간섭은 불가능하고 안에서 바깥으로의 간섭도 불가능합니다.
적과 플레이어 중 한쪽이 사망할 시 벽은 자동적으로 허물어지며 플레이어의 의지로도 스킬의 해제가 가능합니다.
사용 MP: 1,500
재사용 대기 시간: 2일
[제7신성 - 리저렉션]
신성한 힘을 사용해 죽은 자를 되살려 냅니다.
사망 인정 후 10초 안에 스킬을 사용해야 하며 대상은 HP 50%, MP 50%를 가지고 부활합니다.
사용 MP: 3,000
재사용 대기 시간: 4일
칭호 '전설의 빛의 계승자' 또한 신성력 스탯 4당 4대 기본 스탯들이 2씩 상승하도록 변경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지?'
호야가 속으로 그런 의문을 품자 이브가 입을 열었다.
"호야, 처음 신성 마법을 어떻게 배웠었는지 기억하시나요?"
"그......, 신전에서 세례식을 받았었죠."
"네, 바로 그거죠!"
이브가 눈을 빛내며 설명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