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34화 (134/171)

# 134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6권 11화

11. 하늘을 바꾸기 위해서(1)

"이러한 곳에 길이......."

그다음 날 아침, 호야의 보조를 위해 그와 동행하게 된 최도는 땅굴의 입구를 보고 탄식을 흘렸다.

땅굴의 입구는 병사들의 주둔지와 꽤나 가까운 장소에 위치해 있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멀리서 보면 나무와 풀숲에 가려져 있지만 누군가 숨을 수 있을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기에 가까이 올 일이 없을 것 같은 아주 절묘한 위치였다.

땅굴의 초입에 들어선 호야는 땅굴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클리어를 안 했는데 지나갈 수 있을까......?'

지하 땅굴을 지나기 위해서는 던전을 클리어 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던전은 플레이어에게만 통용되는 것이 아닌 NPC에게도 통용되는 개념이었다.

최악의 경우 최도가 땅굴을 지나지 못하거나 혹은 서대륙으로 갈 수는 있어도 동대륙으로 돌아오지 못할 가능성도 있었다.

"......그때는 모안한테 부탁해 보자."

"호야 님, 방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뇨,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만약 그 가능성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때는 다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호야는 최도와 함께 지하 땅굴을 달렸다.

최도는 던전을 클리어 하지 않고 지하 땅굴을 지날 수 있었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야가 던전의 입구인 무너져 내린 돌벽을 가리키며 물어보았지만 최도에게 돌벽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플레이어들에게만 적용되는 던전인 모양이다.

땅굴을 빠져나온 호야는 최도를 데리고 곧장 루제로스의 수도인 이즈바론트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루제로스......, 그곳이 서대륙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나라인 겁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겠죠. 이쪽도 동대륙처럼 단일 국가니까요."

최도는 호야를 따라서 이동하며 지나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처음 보는 서대륙의 모습이 신기할 법도 했지만 그의 눈에는 오로지 사람들의 모습만이 들어왔다.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고 동대륙처럼 좋게 포장된 채 속이 곪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주군이 원하는 것이 이러한 마을이겠지.'

서대륙을 통치하는 루제로스의 국왕은 제대로 된 지도자라는 생각이 최도의 머릿속에 살포시 피어났다.

그 뒤로 그와 한참을 달려서 이즈바론트에 도착한 호야는 곧장 왕성이 있는 도시 중앙으로 향했다.

그리고 호야와 함께 왕성의 문을 간단하게 넘어 버린 최도는 속으로 크게 놀랐다.

"엄청 오랜만에 뵙는 것 같네요, 그동안 안녕하셨나요, 호야 님."

"네, 뭐.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었죠."

게다가 왕성의 사람과도 두터운 친분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까지 같이 입장시켜 준 것을 보면 신뢰도 높은 듯했다.

"호야 님......, 호야 님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십니까?"

평범한 모험가는 절대 아니었다.

그렇게 생각한 최도가 질문을 던졌지만 호야는 그저 싱긋 하고 웃어 줄 뿐이었다.

그 후 이제는 많이 익숙한 길을 안내인의 안내에 따라 걸은 호야는 자신과 최도의 도착을 큰 목소리로 알린 병사가 열어 준 문을 통해서 알현실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폐하."

"그래, 실로 오랜만이구나. 그 옆에 있는 자는 누구인가?"

제프리노의 질문에 최도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그에게 예를 갖추었다.

"권나라에서 온 최도라 합니다."

"권나라......?"

최도의 대답에 제프리노는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곳은 루제로스의 단일 국가이기 때문이었다.

소국이 생겨날 땅도 없을뿐더러 그 소식이 지금까지 자신의 귀에 전해지지 않을 일도 없었다.

문득 머릿속에 한 가지 가설이 스쳐 지나갔다.

"설마 호야 자네가 속한 곳이 권나라라는 곳인가?"

이전에 호야가 귀족의 작위를 거부했을 때 에반이 제프리노에게 해 준 말이 있었다.

호야가 사는 마을은 그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은 환상의 마을.

행여나 호야에게 귀족의 작위를 강요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럴 경우 그 마을에 사는 자신보다 더한 괴물들이 루제로스를 적으로 돌릴 것이라고 말이다.

에반이 말한 장소가 혹시 권나라가 아닐까 하는 것이 제프리노의 생각이었다.

"아뇨, 권나라는 동대륙을 통치하는 나라의 이름입니다."

"......방금 동대륙이라 했나?"

"네."

이전에 전설의 탐험가인 치빈이 발을 디뎠었다고 전해진 장소.

하지만 사람들은 그 이야기를 동화로 받아들였다.

영웅의 이야기를 각색하거나 그를 주인공으로 하여 새로이 만든 이야기들은 많았으니까.

'설마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건가?'

호야가 자신에게 그러한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판단한 제프리노는 그의 말을 믿어 동대륙의 존재를 사실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어째서 그 동대륙의 사람이 호야와 같이 자신을 찾은 것인지가 의문이었다.

호야는 곧바로 그 의문에 대한 대답을 내주었다.

"이것을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호야는 인벤토리에서 권현우의 서신을 꺼내어 안내인을 통해 제프리노에게 전했다.

"이것은 무엇이냐?"

"권나라의 황족이 폐하께 보내는 서신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지 봉투를 뜯으며 호야에게 질문을 던지던 제프리노는 호야의 대답에 봉투를 뜯던 손을 멈추었다.

하지만 이내 빠르게 봉투를 뜯고는 안에 있는 내용물을 읽어 내려갔다.

서신을 읽어 내려가는 제프리노의 얼굴에서는 진지한 왕의 눈빛이 엿보였다.

그러기를 한참, 서신을 모두 읽은 제프리노가 서신을 고이 접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이 서신을 적은 권현우라는 자는 머리가 꽤 좋은 모양이구나. 어찌 보면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과 우리를 동등한 선에 두고서 이야기의 주도권을 가져가려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서신의 글은 철저히 동등한 위치의 동맹 관계를 요구하고 있었다.

제프리노는 한 나라의 국왕이며 권현우를 도와줄 의리는 그에게 없다.

그리고 권현우는 반역을 꾀하는 반역자에 불과하다.

그러한 상황에서 동등한 관계를 요구받고 있는데 어째선지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삐끗했다가는 우리에게서 여러 가지를 가져가 버릴지도 모르겠구나.'

제프리노는 서신에서 사람들을 이끌어 가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 쓴 글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자네가 왜 이러한 서신을 가지고 왔는지, 무엇을 돕고자 하고 있는지 모두 알았다. 좋다, 한번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도록 하지. 하지만 이는 나 혼자서 결정을 내릴 수는 없는 사안이다, 기다려 준다면 좋은 결과를 전달해 보이마."

멀리 보면 나라와 나라의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었다.

에반이나 아리아, 귀족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혼자서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에반이과 아리아가 있는 마탑과 아헤샤는 호야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줄 것이 거의 확실하니 귀족들의 동의만 받아 내면 되었다.

제프리노의 대답에 최도는 그에게 크게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하하, 그래. 우리도 이득을 볼 수 있다 생각하여 받아들인 것이니 감사는 필요 없다. 그리고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말이다."

주요 귀족들을 불러 모으는 것에 하루.

그들과 회의를 해 결과를 내는 것에 하루.

제프리노가 총 이틀의 시간을 기다려 달라는 말을 하는 것을 끝으로 호야와 최도는 그에게 인사를 하고 왕성을 나왔다.

* * *

"안녕하세요, 마탑장인 에반입니다. 지금은 그냥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 주시면 돼요."

제프리노와 약속한 이틀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아침, 호야를 따라 왕성에 찾아간 최도에게 에반이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 그것과 함께 호야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발생되었다.

[퀘스트 '하늘을 바꾸기 위해서 1을 클리어 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권현우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하였습니다.]

[퀘스트 '하늘을 바꾸기 위해서 2'는 권현우와의 대화를 통해 받으실 수 있습니다.]

회의는 결국 루제로스가 권현우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러한 결과로 인해서 동맹의 체결과 서신의 진실성을 판단하기 위한 대표로 에반이 선출된 것이다.

원래는 멜뷰어가 갈 예정이었지만 동대륙에 흥미를 가진 에반이 우기고 우겨서 대표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최도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호야는 간단하게 통성명을 마친 둘을 데리고서 어둠의 숲으로 이동해 미호를 타고 재빠르게 땅굴을 지나와 동대륙에 도착했다.

권현우가 있는 화회 마을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노을이 붉게 물들고 있는 때였다.

직접 날 수 있는 에반이 탈것에 약했기에 중간에 쉬는 타임이 많아서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으으......, 다시는 안 탈 거야....... 위치도 알았으니까 이제 워프로 다닐 거야......!"

"그래, 나도 네 녀석은 사양이다!"

미호는 화회 마을까지 오는 길에 딱 한 번 에반이 자신의 등 위에서 해서는 안 될 실수를 한 것을 가슴속에 깊이 담아 두었다.

깨끗이 씻어 내기는 했지만 미호는 그 일을 생각만 하면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으윽......, 미안해요!"

"더 진심으로 사과하거라!"

"죄송합니다!"

에반의 속이 진정되었을 때에는 이미 주변이 어둡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도착했다는 연락은 에반이 속을 진정시킬 때 미리 권현우에게 보내 두었기에 그들은 비밀 통로를 통해 발걸음을 옮겼다.

에반이 라이트를 사용해 주었기에 횃불은 필요 없었다.

마루 아래까지 도착한 최도와 호야는 이전처럼 위로 올라갔고 에반도 둘의 뒤를 따랐다.

벽장에서 타이밍을 재다가 권현우의 기척만이 남은 것을 느끼고 셋이 바깥으로 나오자 그가 크게 놀란 듯 말하였다.

"설마 이리 빠르게 돌아올 줄이야....... 당신 루제로스에서 온 대표인가?"

"아, 잠시만요. 대화 전에 몇 가지만 좀 할게요."

권현우의 말을 끊은 에반은 아공간에 넣어 두었던 자신의 지팡이를 꺼내어 권현우의 방에 사일런트와 환각 마법을 걸었다.

다른 이가 방에 들어온다면 권현우가 이부자리에 누워 곤히 자는 모습을 볼 것이다.

"말을 끊어서 죄송합니다. 루제로스를 대표해서 온 에반이라고 합니다."

"권현우다. 방금 전에 무엇을 한 건가?"

"약간의 가공을 조금."

에반이 권현우에게 자신이 사용한 마법에 대하여 알려 주자 그가 흥미로 눈을 빛내었지만 이내 그 감정을 억누르고는 이야기를 진행시켰다.

지금은 자신의 흥미가 우선순위인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에반이 권현우가 원하는 것과 그 대가로써 줄 수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둘의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결과적으로 권현우가 황위에 오른다는 전제하에 루제로스는 권나라에 백성들에게 나누어 줄 식량의 지원과 권현우의 발언권을 키워 줄 수 있는 힘을, 권나라는 루제로스에 인력과 자원을 주는 것으로 동등한 동맹 관계를 맺었다.

루제로스가 권나라에서 인력을 받는 것은 권현우가 부탁한 것이었다.

백성들의 일자리가 필요했으니까.

거기에 더해서 받는 것에 비해 되돌려주는 것이 적으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상관없이 겉으로는 동등한 관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 선택이 훗날 백성들이 자신을 타국에 나라를 팔아먹은 이라며 손가락질을 하게 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권현우는 신경 쓰지 않았다.

권현우와 에반의 이야기가 끝나자 권현우는 호야에게 이전에 미리 말했던 이야기를 꺼내 왔고 호야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발생되었다.

[퀘스트 '하늘을 바꾸기 위해서 2'가 발생되었습니다.]

[하늘을 바꾸기 위해서 2]

권현우와 루제로스의 비밀 동맹이 맺어졌습니다.

루제로스는 권현우가 숨겨 둔 비장의 칼날, 그 칼날을 내보이기 위해서는 황제의 자리를 비워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권현우를 위해서 현 황제 권일우를 처리하세요.

황제의 자리만 빈다면 권현우는 꼭두각시를 원하는 조정 대신들에 의해서 황제의 자리에 오를 것입니다.

완료 조건: 보스 몬스터 '권일우'를 사냥 (0/1)

성공 보상: 레벨 1 상승, 권나라 백성의 호감도 소폭 상승, 칭호 '황살자' 획득

실패 패널티: 권나라 전역에 플레이어의 수배가 걸립니다.

'어......?'

퀘스트의 내용을 확인한 호야는 퀘스트에서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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