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32화 (132/171)

# 132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6권 9화

9. 미쳐 버린 셋째(1)

"안녕하세요! 저 왔어요!"

"어, 컨서누. 이게 얼마 만이야?"

땅끝 마을, 오르도.

오랜만에 마을로 돌아와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일일이 인사를 건네던 컨서누가 마지막으로 찾은 집은 오르도의 촌장인 모안의 집이었다.

오랜만에 본 그의 모습에 모안은 그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하하하, 제가 마을을 조금 오래 비웠었죠."

"네가 그러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면서 이제 와서 그런 소리야?"

컨서누는 마을 밖에서 자신이 했던 일들을 주제로 모안과 대화를 나누었다.

이는 마족과 관련된 일이 아니라면 역사에 기록이 남을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마을의 규칙에 의거해 컨서누가 규칙을 어기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겸하고 있었다.

컨서누가 마을 바깥에서 하고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행위는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가까웠으니까.

조금이라도 발을 삐끗한다면 모안은 컨서누의 행동에 약간의 제약을 걸 것이다.

그것이 컨서누가 마을에 들어왔을 때 했던 약속이었다.

"그래서 일부러 길을 지나다닌 흔적을 만들어서 약초가 자라 있는 곳을 찾도록 도와줬어요."

"다른 거는?"

"호수 깊은 곳에 홧김에 검을 내던지고 후회하며 우는 남자가 있길래 밤에 몰래 찾아서 그의 집 앞에 두고 왔었죠."

"오호."

"그리고 또......."

컨서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모안은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이 컨서누에게 말했다.

"호야가 얼마 전에 마을에 새로운 친구들을 데리고 왔었어."

"친구들을요? 여기에?"

"사람은 아니니까 그렇게 놀라지 마. 꼬리 10개와 두 개가 달린 새하얀 여우들이었어. 털이 엄청 폭신폭신했었지."

모안이 손을 쪼물거리면서 그때의 감촉을 머릿속으로 재연하며 웃고 있자 컨서누가 짐짓 놀란 표정을 짓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방금...... 꼬리 10개가 달린 하얀 여우라고 하셨어요?"

"응? 응."

"혹시 그 여우한테 이름이 있었나요?"

"미호라는 이름이었어. 꼬리가 두 개인 애는 새미, 새미의 이름은 호야가 지어 줬대."

"역시......."

"응? 뭐라고 했어?"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미호라는 이름으로 인해서 과거를 떠올린 컨서누의 표정은 우수에 차 있었다.

'이제는 완전히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동대륙에서 이곳으로 넘어와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이제는 과거를 잊고 살아가는 듯했다.

하지만 어릴 적에 단 한 번밖에 만나 본 적이 없는 것의 이름에 이리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 그러고 보니 미호랑 새미도 너랑 같은 동대륙 출신이라고 하더라. 혹시 전에 만난 적이라도 있어?"

"네, 뭐...... 딱 한 번이었지만 있었죠."

제2의 아버지라 생각했던 그 사람과 함께 말이다.

아마 그는 아직도 은퇴를 하지 않고 현역으로 일선에서 뛰고 있을 것이라고 컨서누는 생각했다.

그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었으면 하는 것이 컨서누의 바람이었다.

* * *

조제연의 주군이라는 자를 만나기 위하여 호야는 최도의 안내에 따라 말을 타고 있는 그를 쫓아서 바두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호야는 바두의 등에 탄 상태로 방금 전에 받았던 퀘스트를 열어서 정보 하나를 확인했다.

퀘스트를 완료할 시 얻게 된다는 칭호의 효과에 관해서였다.

[역모꾼]

권나라를 향해 반역의 칼날을 빼 든 자.

퀘스트 '하늘을 바꾸기 위해서'의 결과에 따라 칭호의 효과가 변경됩니다.

반역에 성공할 시 권나라 전체의 기본 호감도가 상승하고 권나라의 황제와 신뢰 관계가 두터워지며 동대륙의 몬스터를 사냥할 시 20%의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반역에 실패할 시 권나라 전체가 플레이어를 향해 적대감을 보이게 되고 병사들에게 발각되는 그 즉시 체포당하며 동대륙에서 몬스터를 사냥할 시 경험치 20% 감소의 패널티를 받습니다.

미리 칭호의 효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에는 역시 이유가 있었다.

'성공하면 복이지만 실패하면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이 된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퀘스트를 진행할 것인가.

아니면 리스크를 배제하고서 실패 패널티에 존재하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인가.

플레이어에게 돌아올 수 없는 갈림길을 제시하고 있었다.

'반역을 돕지 않는 것을 택하고 퀘스트를 실패한다면 아마 황제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으로 퀘스트가 이어질 거야.'

밀고라는 퀘스트 이름만 보아도 그 뒤가 어떻게 진행될지가 뻔히 보였다.

하지만 나라의 상황을 본다면 그 뒤에 좋은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흑룡대가 자신을 가만히 놔두지도 않을 것 같고.

'......고민은 그만하자.'

일단 주군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은 일이다.

호야는 그렇게 고민을 끝내고 자신이 타고 있는 바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힘들지는 않지?"

"커옹!"

[상태: 상쾌한 바람을 맞아 기분이 좋습니다. 더 빠르게 달리고 싶으나 앞서 달리고 있는 말에게 속도를 맞추느라 본래의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강해지기 위해서 천천히 발을 내딛고 있는 중입니다.]

바두가 살짝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바두가 앞서 달리게 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니까 말이다.

사람들의 눈에 잡히지 않기 위해 숲과 산 깊숙이 달리기를 한참, 앞서 달리고 있던 최도가 속도를 낮추었다.

"잠시 후면 화회 마을의 성벽이 보일 겁니다. 저희는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성벽에 숨겨진 통로를 통해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조금 더 산속을 이동하자 나무 사이로 성벽이 보였다.

산의 입구에 거의 다다른 최도는 말에서 내린 다음 엉덩이를 쳐 말이 홀로 산속을 뛰어가게 두었다.

훈련이 잘된 영리한 말이니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수도 탄양에 존재하는 흑룡대의 주둔지에 스스로 돌아갈 것이다.

산속에 말을 묶어 두는 것은 위험 부담이 컸기에 내린 결론이었다.

호야도 그를 따라서 바두의 위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바두가 작아지더니 호야의 머리 위로 잽싸게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그때 최도가 품에서 피리 하나를 꺼내어 그것을 길게 불었다.

하지만 피리에서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도 씨, 그거 소리가 안 나는데요? 고장 난 거 아니에요?"

"아닙니다. 저희들 귀에만 들리지 않을 뿐이지 소리를 들어야 할 대상에게는 들렸을 겁니다."

푸드덕-.

그때 멀리서 날갯짓 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독수리 한 마리가 최도의 앞으로 하강해 그가 내민 왼팔에 안착했다.

잿빛에 가까운 흑색의 털과 백색의 머리털과 꼬리털을 가지고 있는 독수리였다.

눈동자에서는 언뜻 날카로운 기백이 느껴졌다.

"옳지, 착하지."

최도가 오른손으로 자신의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독수리의 부리를 가볍게 톡 하고 쳤다.

그러자 독수리가 부리를 크게 벌렸고 최도는 그 안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품속에서 꺼내었던 것을 부리 위쪽에 붙여 주었다.

그 후 최도가 손가락을 빼자 독수리는 바로 높게 날아올라 모습을 감추었다.

"와....... 방금 그 독수리는 뭐예요?"

"주군께서 키우시는 것입니다. 그것을 통해서 저희가 도착했다고 미리 연락을 취한 겁니다. 그럼 이동하겠습니다."

하늘은 이미 저녁노을로 붉게 물들고 있는 시간이었다.

호야에게 설명을 해 주고 이동해 성벽에 다다른 최도가 성벽의 아랫부분을 조심히 누르자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흙으로 덮여 있던 숨겨진 통로의 입구가 둘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흑룡대가 자체적으로 몰래 만들어 놓은 비밀 통로였다.

이 통로의 존재는 최도와 조제연, 그리고 그들의 주군밖에 모른다.

호야는 최도를 따라 비밀 통로로 들어가 그의 횃불과 등을 따라서 길을 걸었다.

비밀 통로는 갈림길이 여럿 존재했고 이중으로 숨겨진 길도 존재했기에 꽤나 복잡한 장소였다.

최도의 등과 불빛을 시야에서 놓친다면 호야는 바로 길을 잃어버릴 것이다.

비밀 통로를 통해 이동하기를 한참, 그들의 앞에 위로 올라가는 돌계단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잠깐 눈을 감아 주시길 바랍니다."

"네? 네."

그의 말에 따라 호야가 눈을 감자 그는 바로 들고 있던 횃불을 꺼 버렸다.

잠시 시간이 지나고 눈을 뜨자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 덕분에 돌계단 위에서 살짝 빛이 새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돌계단을 올라 바깥으로 나오자 짧은 기둥과 엎드려야지 지나다닐 수 있을 것 같아 보이는 낮은 지붕이 있는 곳이 드러났다.

낮은 지붕 끝부분에서 보이는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발들로 인해서 호야는 곧바로 자신들이 나온 곳이 어떠한 건물의 마루 아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도의 조용히 하라는 손짓에 따라서 그를 따라 조심히 이동하자 그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마루의 한 부분을 밀어 올렸다.

그러자 마루의 무늬에 따라서 바닥이 조용히 들렸다.

그 구멍을 통해 먼저 들어간 최도를 따라서 호야가 들어간 곳은 이불 같은 것이 쌓여 있는 넓은 벽장의 안이었다.

그때 벽장의 바깥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군, 밤바람이 찹니다. 대군께서 혹여 감기라도 걸리신다면 제가 폐하를 볼 면목이 없습니다. 창문을 닫아도 될까요? ......하아, 그렇다면 두루마기라도 하나 걸쳐 주십시오. 덥다고 벗으시면 안 됩니다. 약속입니다."

벽장 바깥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둘이었으나 목소리는 하나만 들려오는 것에 호야가 의아함을 품고 있을 때 남자의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나와도 될 것 같구나."

그 말에 최도가 벽장의 문을 조용히 열고 바깥으로 나갔고 호야도 그의 뒤를 따랐다.

바깥으로 나오자 뒷짐을 진 채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는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남자가 보였다.

남자가 달빛을 받고 있는 창문의 난간에는 아까 전에 보았던 독수리가 날개를 접은 채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최도, 주군께 인사 올립니다."

"아, 호야입니다."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올리는 최도를 따라서 호야도 엉겁결에 그를 따라 고개를 숙였다.

숙였던 고개를 들자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남자의 얼굴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어......?'

밝은 달빛을 통해서 비치고 있는 조제연과 최도의 주군이라는 자의 얼굴을 본 호야는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강인하면서도 인자한 미소를 띠고 있는 주군의 얼굴에서 호야가 알고 있는 이의 얼굴이 엿보였다.

'컨서누?'

완전히 판박이였다.

컨서누가 지금의 얼굴에서 딱 10년 정도만 늙는다면 저러한 얼굴이 되었을 것이다.

"내 얼굴에 뭐라도 묻어 있나?"

"네? 아, 아뇨, 아무것도......."

호야가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자 그는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그래? 하긴 내가 어머니를 쏙 빼다 박아 한 미모 하니 넋을 놓고 쳐다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구나."

"......."

"......크흠."

농담이라고 던진 말에 호야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그는 헛기침을 하여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그러고는 이내 호야를 향하여 손을 뻗었다.

"이야기는 창가의 저 아이를 통해 미리 전해 들었다. 나의 이름은 권현우, 이 권나라의 황제의 자리에 올라 있는 권일우의 막냇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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