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31화 (131/171)

# 131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6권 8화

8. 찾았다, 황제의 개(2)

폐가의 지하실에서 호야와 대화를 나눈 다음 날 점심, 조제연은 흑룡대의 병사들에게 호야와의 회담이 있었던 것을 알렸다.

"어젯밤 이틀 전에 보았던 서대륙인과 무사히 대화를 마칠 수 있었다. 그는 적극적으로 우리들을 도와주겠다는 의지를 내보여 주었고 서로 서약서까지 교환하였다. 우리들의 비원을 이룰 그날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정자세로 조제연의 이야기를 듣던 병사들이 강인한 의지로 눈을 빛냈다.

현재 나라가 잘못되었음을 인지하고 있으며 바꾸고자 했던 이들은 조제연의 입에서 저 말이 나오기를 지금까지 기다려 왔다.

"자세한 이야기는 2일 뒤에 그자와 만나 다시 나눌 것이다. 그 전까지는 이야기가 새어 나가지 않도록 평소처럼 행동한다."

"예!"

큰 목소리로 답하는 병사들의 사이에는 속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는 황제의 개도 있었다.

* * *

"장군님, 한 가지 여쭈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래, 도야. 무엇이 궁금한 것이냐."

이제 막 스무 살을 넘긴 흑룡대의 최연소 일원이자 어릴 적부터 조제연이 직접 길러 온 그의 오른팔인 최도, 그의 물음에 조제연이 가던 길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았다.

"어째서 서대륙인과 서약서를 나누었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공표한 것입니까. 현재 흑룡대에는 황제의 개가 숨어 있는 상태입니다. 저희 둘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만약 그자한테 서약서가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큰일입니다."

흑룡대도 주군도 모두 끝이었다.

"걱정 말거라, 도야."

최도의 그러한 걱정을 얼굴에서 읽은 조제연은 그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그럴 것이라는 것을 알고 일부러 말한 것이다."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차차 다 알게 될 것이다."

조제연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최도가 눈썹을 찌푸리고 턱을 괴자 조제연이 그의 찌푸려진 눈가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내가 항상 말했지? 생각을 얼굴에 드러내지 말라고 말이다. 적에게 자신의 머릿속을 드러내 보인다는 것은 약점을 알려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이다."

"죄송합니다, 명심하겠습니다. ......한 가지 더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뭐든 물어보거라."

"서약서를 숨겨 두신 장소를 알려 주십시오. 제가 그것을 지키겠습니다."

최도의 물음에 조제연이 실소를 흘렸다.

"이걸로 네 번째구나."

"예?"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어디에 숨겨 두었는지 알려 주마. 서약서는 내 말의 안장 아래에 있다."

자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최도를 본 조제연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 주었다.

'너는 아닐 것이라 믿는다.'

* * *

그다음 날 저녁, 조제연은 짧은 휴식을 취하고 있던 병사들을 다시 한 번 불러 모았다.

일부 보초만을 놔두고서 모두가 갑옷을 벗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조제연의 부름을 받자마자 재빠르게 갑옷을 챙겨 입고 그의 앞에 모였다.

조제연 장군이 모든 인원을 불러 모을 때에는 모든 복장을 갖추고 그의 앞에 서라.

흑룡대의 규칙 중 하나였다.

조제연은 자신의 앞에 정렬해 있는 흑룡대의 병사들을 보며 그들의 면면과 인원수를 확인했다.

'하나, 둘, 셋......, 총 30명. 개는 아직 빠져나가지 않았군. 아마 밤의 어둠을 틈타 나갈 생각이었겠지.'

낮에 홀로 움직이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 부담이 많이 존재하니 말이다.

그들을 훑어본 조제연이 입을 열었다.

"현재 흑룡대에는 황제의 개가 숨어 있다. 그것도 꽤 예전부터 말이다."

조제연의 발언에 최도를 제외한 병사들이 낮게 술렁거렸다.

최도와 지금도 숨어 있는 황제의 개를 제외한 나머지 28명은 처음 듣는 이야기이니 말이다.

"조용."

하지만 조제연의 한마디에 모든 병사들이 입을 다물었다.

"처음 듣는 이야기이니 혼란스러운 것은 이해한다. 인물을 특정하기 위함이었으니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

"장군님, 그렇다면 지금 저희한테 이 이야기를 해 주시는 것은 인물을 특정했다고 봐도 되는 것입니까?"

최도의 질문은 사전에 조제연과 합의가 된 질문이었다.

최도의 질문에 조제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그래, 총 다섯 명이었다. 이 물건의 위치를 나에게 물어본 자가 말이다."

그가 꺼낸 것은 호야와의 서약서였다.

안에 무어라 글이 쓰여 있기는 하지만 모두 거짓인 가짜 서약서.

애초에 진짜 서약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 서약서의 위치를 물어본 이들 전원에게 각각 다른 장소를 알려 주었다. 도에게는 안장 아래, 민석이에게는 헝겊 사이, 지혁이에게는 서책의 사이, 만웅이한테는 가방 제일 아래의 숨겨진 주머니, 그리고......."

조제연의 차가운 시선이 정렬해 있는 병사들 중 한 명에게 꽂혔다.

"석재 너에게는 물통의 안이라고 말해 주었다."

"......."

"물통 안에 넣어 두었던 것만이 사라져 있더구나."

"......."

"서약서의 위치를 알려 달라고 하는 것은 자신뿐만이 아닐 것이라는 계산은 통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생각을 못 했겠지. 자신이 황제의 편에 붙었다는 것을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말이다. ......황제가 너를 무엇으로 꼬드겼는지는 모른다. 하나."

조제연이 호리에 있는 검의 손잡이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물증을 황제에게 대령할 이 기회를 넘길 수가 없었겠지. 때를 읽지 못한 것이 네 실수였다."

"큿, 젠장!"

유석재는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그대로 자리에서 도망치려 하였다.

자신의 자리는 정렬한 병사들의 제일 뒤, 조제연은 제일 앞이었다.

죽어라 달리면 도망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의 그러한 생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푹-! 푸푸푸푹-!

유석재의 주변에 있던 병사들이 그에게 검을 찔러 넣은 것이다.

조제연의 명령이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병사들은 조제연의 행동으로 그가 무엇을 명할지 순식간에 알아채고서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지금까지 그와 정을 나눈 것이 있었기에 얼굴이 찌푸려지기는 했으나 망설임은 없었다.

"크억......!"

유석재의 몸이 조용히 무릎부터 무너져 내렸다.

그것을 씁쓸하게 바라보던 조제연은 눈을 한번 감았다 뜨며 눈빛을 바로잡고는 흑룡대의 전 병사들을 향해 말했다.

"흑룡대 소속 유석재는 서대륙인과의 교전 중에 사망, 그와 같이 흑룡대 소속 최도도 사망, 두 명의 인재를 잃었지만 서대륙인은 도주. 흑룡대는 복수와 황제의 명을 완수하기 위해 서대륙인을 쫓는다. 알겠나?"

"예!"

조제연이 말한 것은 겉으로 알릴 사건의 거짓된 줄거리였다.

유석재만이 사망한다면 황제는 자신이 그를 회유했던 것을 들켰던 것이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서 흑룡대에게 다른 부대가 붙는다면 움직이기 어려워진다.

그러니 그가 아끼는 최도를 같이 사망으로 처리하여 황제의 의심을 피한다.

그 결과 떳떳이 흑룡대와 같이 행동할 수 없게 된 최도를 조제연은 호야와 자신의 연락책 및 그의 보호를 위해서 호야와 동행시킬 생각이었다.

* * *

유석재가 검에 찔려 고슴도치가 되기 조금 전, 조제연과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한 호야는 근처 산에서 몬스터를 잡고 있었다.

낙정 마을 쪽 산은 화고라니 정도밖에 없었지만 민드기 마을 너머에 있는 산에는 호야가 사냥할 만한 적당한 몬스터들이 가득했다.

산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기를 잠시, 호야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스템 메시지가 발생되었다.

[퀘스트 '힘을 기르기 위한 큰 걸음 - 세 번째'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펫 '바두'가 스킬 '해방'을 획득합니다.]

[해방]

자신의 힘을 누르고 있는 족쇄를 끊어 내어 일시적으로 평소의 힘의 배가 되는 무력을 보여 줍니다.

해방의 지속 시간이 끝나면 크나큰 피로를 느끼며 12시간 동안 스탯의 50%가 감소됩니다.

동대륙에 도착한 지 2주, 즉 바두의 퀘스트가 발생되고 나서 2주가 지났다는 뜻이다.

퀘스트가 완료되어 바두에게 새로 생겨난 스킬을 확인한 호야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퀘스트가 완료되어 이제는 바두를 역소환할 수 있게 되었지만 호야는 바두를 계속 머리 위에 얹어 둔 채였다.

같이 있으면 버프를 받으니 위험한 상황이 아닌 이상 역소환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 뒤에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서 호야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다시 발생되었다.

[퀘스트 '찾아라, 황제의 개'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조제연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퀘스트 '미현'은 조제연과의 대화를 통해 받으실 수 있습니다.]

이전에 조제연과 대화를 나누고서 발생되었던 퀘스트의 완료를 알리는 메시지였다.

'다행히 제대로 통했나 보네.'

퀘스트를 받았던 호야는 그때 머릿속으로 한 가지 이야기를 떠올렸었다.

과거에 한 할리우드 여배우가 출산을 했었다.

파파라치들은 당연히 그녀의 아기 얼굴을 궁금해했다.

돈이 될 테니까.

하지만 그녀는 언론에 아기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고 자신의 절친들에게만 아기의 얼굴을 사진으로 보내 주었다.

하지만 그녀가 보낸 아기 사진은 모두 달랐고 그중에 진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절친들 중 하나가 언론이나 파파라치에 사진을 팔아먹을지도 모른다 생각하여 그와 같은 일을 벌인 것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절친들에게 보냈던 아기의 사진 중 하나가 그녀의 아기라며 언론에 공개되었다.

정말로 절친들 중 한 명이 아기의 사진을 팔아먹은 것이다.

호야는 그 이야기에서 힌트를 얻어 조제연에게 한 가지 방책을 제시했다.

우선 황제의 개가 필요로 하는 것, 즉 물증을 가짜로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것을 여러 장소에 숨겨서 병사들에게 각각 다른 장소를 알려 주는 것이다.

가짜로 만든 물증이 사라진다면 그 장소를 알고 있던 병사가 황제의 개다.

물증으로써 서약서를 만들기로 하고 만약에 대비하여 병사들의 수만큼 가짜 서약서를 준비하느라 호야는 손이 저리도록 붓을 움직여야 했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그다음 날, 약속 시간에 폐가로 찾아온 호야는 조제연에게서 최도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최도라고 합니다. 주군의 곁까지 호야 님을 모시게 되었습니다."

"아, 네. 잘 부탁드립니다."

최도의 깊은 인사에 덩달아 허리를 숙여 보인 호야는 곧바로 조제연에게서 일의 과정과 결과를 들었다.

이야기를 들은 호야는 왜 최도가 자신과 동행하게 된 것인지 납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뒤를 이어 퀘스트가 발생되었다.

[퀘스트 '미현'이 발생되었습니다.]

[미현]

최도의 안내를 따라서 조제연의 주군을 만나 그와 대화를 나누세요.

당신의 선택에 따라 흑룡대와 그들의 주군의 미래가 결정됩니다.

*칭호 '역모꾼'의 효과를 미리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공 조건: 조제연의 주군과 만나 대화를 나눈 후 그의 반역을 돕는 것을 선택한다.

완료 보상: 경험치 상승, 조제연의 호감도 상승, 칭호 '역모꾼' 획득, 퀘스트 '하늘을 바꾸기 위해서 1'

실패 패널티: 조제연의 호감도 하락, 퀘스트 '밀고'

퀘스트가 발생한 뒤, 호야와 최도는 조제연에게 인사를 한 후 폐가를 빠져나와 주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최도 님."

"편하게 도라고 불러도 괜찮습니다. 뭔가 질문이라는 있으십니까?"

"일단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는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동대륙의 지리는 모르지만."

"죄송합니다. 제가 먼저 말씀드린다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아뇨, 괜찮으니까 일일이 허리 숙이지 않아도 돼요!"

호야가 최도의 허리를 펴 주자 그는 호야의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저희는 주군께서 요양을 하고 계시는 화회 마을이라는 곳으로 갈 겁니다."

"요양......이요?"

"예, 겉으로는 요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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