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22화 (122/171)

# 122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5권 24화

24. 산의 주인(2)

그날 밤, 접속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미리 로그아웃을 했다가 다시 접속한 호야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발생했다.

[퀘스트 '힘을 기르기 위한 큰 걸음-첫 번째'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펫 '바두'가 스킬 '드레인'을 획득합니다.]

[드레인]

상대방을 물어뜯어 제일 높은 스탯의 일정 수치를 제한된 시간 동안 자신의 것으로 흡수합니다.

드레인의 효과가 유지되는 상태에서 다시 드레인을 사용할 시 이전 효과는 사라집니다.

호야가 나가 있던 사이 얼마 남지 않았던 퀘스트 완료 조건을 바두가 모두 채워 놓았다.

"왕!"

"그래, 잘했어."

머리 위에 올라간 바두가 자신의 이마를 톡톡 쳐 왔기에 호야는 바두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드레인은 버프 스킬임과 동시에 디버프를 안겨 주는 스킬이었다.

상대방의 것을 자신의 것으로 한다는 것은 아마 자신의 능력치가 올라가는 만큼 상대방의 능력치가 줄어든다는 뜻일 거다.

호야는 관리의 집에 숨어들기 전에 우선 근처 산으로 들어가 인벤토리에서 아이템 하나를 꺼내었다.

손가락보다도 작은 유리병에 담겨 있는 무지갯빛의 액체, 머리 염색약이다.

만일에 대비하여 이전에 미리 사 두었던 것이다.

들키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기는 하겠지만 만에 하나 모습을 보여 버릴 수도 있으니 자신을 특정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없애는 것이 좋았다.

이전과 같이 머리를 검게 물들인 호야는 옷을 갈아입었다.

검은 목 티에 검은 도복, 토윤이 기념이라며 호야가 빌렸던 것을 그에게 선물로 준 것이었다.

얼굴은 목 티를 끌어 올려 입과 코를 가렸다.

지금 호야는 누군가가 본다면 바로 도둑이야! 라고 소리칠 만한 모습이었다.

아니면 암살자라든가.

준비를 끝마친 호야는 바두를 도북의 품 안으로 집어넣었다.

머리 위에 두는 것보다 품속에 두는 편이 움직이기 편하고 안전했다.

바두도 호야의 의도를 알아챈 것인지 자신이 줄일 수 있는 최대한의 크기로 몸을 줄였고 바두는 한 손바닥에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작아졌다.

"그럼 갈까?"

"와옹!"

"안에서는 조용히 해야 된다?"

바두가 고개를 끄덕이자 호야는 플라이를 사용해 하늘로 올라갔다.

아직 자연스럽게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직선으로밖에 움직이지 못하던 이전과는 달리 아기 뜀박질 수준으로는 움직일 수 있어졌다.

구름 속에 몸을 숨기며 관리의 집 바로 위까지 이동한 호야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빠르면서도 조용히 지붕으로 내려와 착지했다.

사람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서 침입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지 경비의 시선을 받지 않고 무사히 지붕 위에 안착할 수 있었다.

정원에 있는 병사들을 살피며 기와가 올려진 지붕을 조심스레 내려와 복도에 발을 디딘 호야는 3층부터 차근차근 살펴 나가기 시작했다.

3층에 있는 방 대부분이 아무런 구조물 없이 비어 있는 방이었고 숨겨진 방 같은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방에 먼지 한 톨도 보이지 않았지만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아 평소에 청소만 해 두고 빈방으로 두는 모양이었다.

빠르게 3층을 살펴본 호야는 조심스레 2층으로 내려왔다.

2층 역시 복도는 고요했지만 문에 발린 창호지 너머로 불빛이 일렁거리는 것으로 봐서 방에 사람은 있는 듯했다.

'일단 사람이 없는 곳부터.'

호야는 차근히 2층의 조사를 속행했다.

하나의 방에 여러 개의 이부자리가 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사용인들의 잠자리처럼 보였다.

'잠자리? ......아!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이부자리에서 힌트를 얻은 호야는 자신을 자책했다.

굳이 이렇게 잠입 액션을 찍을 필요가 없이 조금 더 쉬운 방법이 있었는데 그걸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 방법이면 오늘 밤에 일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히에로스."

"안......! 으읍!"

히에로스가 평소와 같이 밝고 커다란 인사를 하며 나타났기에 호야는 재빨리 그의 입을 막았다.

이러한 일이 처음이 아니었기에 히에로스는 호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에도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호야가 손을 떼 주자 히에로스가 속삭이듯 작게 말했다.

"푸하. 이번에는 뭐야? 다시 흡혈귀?"

"아니, 그거는 아니야."

호야의 말에 히에로스가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았다.

"흐음, 그런 것 같네. 그래서 이번에는 무슨 일이야?"

"이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을 모두 재워 줄 수 있어?"

"모두? 으음......."

히에로스가 턱을 괴고 속으로 고민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응. 건물 안뿐이라면 괜찮아. 바깥까지 포함하면 재울 수 있는 시간이 극도로 짧아질 거야."

"안이면 충분해."

"알았어."

히에로스가 호야의 품속에서 빠져나와 지금 있는 방 한가운데에 서더니 모안탈티움을 여러 번 휘둘렀다.

털썩.

그러자 창호지가 발린 문 너머로 상체만 비치고 있던 인영이 바닥으로 고꾸라지며 쓰러졌다.

조심스레 문을 열어 확인하자 하녀로 보이는 여성이 손에 천과 바늘을 들고서 곤히 잠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1시간 정도는 자고 있을 거야."

"알았어."

1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다.

호야는 기척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서 빠르게 안을 훑어 나갔다.

모든 방을 열고 작은 서랍까지 확인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잠들어 있는 사람들의 품속까지 확인하면서 팔주령과 미호의 새끼를 찾아다녔다.

그러기를 약 40분, 1층과 2층을 모두 훑어보았지만 팔주령과 미호의 새끼는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지하로 통하는 계단도 없고. 역시 숨겨진 방이 있는 건가?'

아무래도 위에 미처 확인하지 못한 장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 호야가 다시 위로 향하려고 하던 때였다.

그때 호야의 품속에서 얌전히 있던 바두가 고개를 빼꼼히 내밀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킁킁."

"왜 그래, 바두야?"

"왕!"

호야의 품속에서 빠져나와 바닥에 착지한 바두는 코를 바닥에 대고서 코를 킁킁거리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바두의 행동에 호야는 바두의 상태를 확인했다.

[상태: 어딘가에서 미호와 비슷한 냄새가 납니다. 냄새가 나고 있는 장소를 찾고 있습니다. 강해지기 위해서 천천히 발을 내딛고 있는 중입니다.]

호야는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호야는 자신의 생각과 바두를 믿고서 바두의 뒤를 따라갔다.

이윽고 바두가 걸음을 멈춘 것은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 아래의 빈 공간이었다.

바두는 그 계단 아래의 바닥을 앞발로 박박 긁고 있었다.

"여기야?"

"왕!"

아무것도 없는 그냥 바닥이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자 아주 얇고 작은 홈이 파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냥 지나치면 절대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작은 홈을 손가락으로 누르자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마루의 무늬를 따라 바닥이 천천히 위로 열렸다.

그 아래에는 지하로 향하는 어두운 계단이 보였다.

딱 보아도 '이 안에 뭔가 있어요.'라고 말하고 있는 듯한 수상한 느낌이 한가득 풍겨 나오고 있었다.

작은 몸으로 계단을 뛰어내려 가는 바두를 따라 호야도 망설임 없이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계단을 어느 정도 내려가자 횃불들이 벽에 걸린 채 안을 듬성듬성하게 밝혀 주고 있었다.

딱 위로 빛이 새어 나가지 않을 위치부터 횃불이 달려 있었다.

나무로 된 복도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었지만 나무의 상태는 깨끗한 것을 보아하니 일부러 소리가 나도록 만들어 놓은 것 같았다.

긴 복도를 따라서 양옆으로 문들이 줄지어 달려 있었다.

문 하나를 열어 보자 금이나 보석 같은 귀금속이 담겨 있는 상자들이 놓여 있었다.

그 옆의 문을 열어 보자 이번에는 수십 포대나 되는 쌀이 쌓여 있었다.

그 앞쪽 문을 열어 보자 여러 점의 그림이 벽에 걸려 있었다.

창고는 위쪽에 있으니 아마 이곳은 관리만의 비밀 창고일 것이다.

호야는 그렇게 생각하며 복도의 제일 끝의 문을 긁고 있는 바두에게로 다가갔다.

바두가 긁고 있던 문을 열자 안쪽에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있는 남자가 벽에 기대어 잠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크르르르르-!"

그때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려와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작은 쇠창살 안에 목걸이가 채워진 채 갇혀 있는 새하얀 새끼 여우가 눈에 들어왔다.

두 개의 꼬리를 바짝 세우고 있는 것을 보니 제대로 찾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팔주령만 찾으면 된다.

잘하면 오늘 밤으로 일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니 얼른 움직여야 했다.

"크르아아아악!"

호야가 가까이 다가가자 새끼 여우가 더욱 사납게 울음소리를 내었지만 호야는 일단 가까이 다가가 쇠창살을 자세히 살피었다.

쇠창살을 열려면 열쇠가 필요해 보였다.

그리고 이런 것의 열쇠는 웬만해서는 가까운 곳에 두는 편이다.

벽이나 탁자 위에 열쇠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기에 잠들어 있는 남자의 품속에 있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 호야는 그의 품속을 뒤적거렸다.

딸랑-.

그때 남자의 품속에서 맑은 방울 소리가 새어 나왔다.

"설마......."

혹시나 하는 생각에 남자의 품속에서 잡히는 모든 물건을 밖으로 꺼내었다.

그러자 열쇠와 함께 불가사리 모양의 여덟 방향의 방사 꼴로 퍼진 돌기 끝에 방울이 하나씩 달려 있는 검은색 장식품이 나왔다.

호야가 찾고 있던 팔주령이다.

"하하......."

허무한 마무리에 호야가 헛웃음을 흘렸다.

허무하면 어떠한가. 미호의 부탁을 빠르게 들어줄 수 있게 되었으니 좋은 것이었다.

챙강-!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 팔주령을 부순 호야는 다시 검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쇠창살로 다가갔다.

새끼 여우에게는 아직 경계심이 가득했지만 방금 전 호야의 행동으로 인해 약간 수그러든 모습을 보였다.

"크르으으......."

"자, 엄마한테 가야지?"

"크아악!"

쇠창살을 열고 목걸이를 풀어 주기 위해서 호야의 손이 안으로 들어가자 새끼가 호야의 왼손 엄지 아래를 물었지만 호야는 아픈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손이 물린 상태 그대로 목걸이를 풀어 준 호야는 쇠창살 안에서 새끼 여우를 꺼내서 힐을 사용해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낀 새끼 여우가 호야의 손을 물고 있던 입을 때고는 코를 킁킁거려 호야의 냄새를 맡았다.

호야에게 남아 있는 미호의 냄새를 어렴풋이 맡은 것인지 새끼 여우는 눈을 감고 호야의 품속에 편안히 몸을 기대었다.

"그르응......."

"그래, 그래. 착하다."

경계를 푼 새끼 여우의 모습에 호야가 머리를 쓰다듬던 그때 잠들어 있던 남자가 조금씩 정신을 차렸다.

'이런.......'

남자가 깨어나고 있다는 것은 건물 내의 모든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고 있다는 것이었다.

빠르게 이곳을 빠져나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끄응......, 내가 잠에 들었었나 보군....... 뭣?! 네, 네놈은 누구냐!"

호야는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남자를 그대로 두고서 복도를 빠르게 달려 계단을 통해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갔다.

"어머머!"

"우왁!"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도망 일직선으로 달리는 호야를 보고 사람들이 크게 놀랐지만 아직 정신이 멀쩡하지 않아 그를 쫓으려 하는 자는 없었다.

바깥에서 경비를 서던 병사가 그의 뒤를 쫓았지만 그들은 호야를 잡을 수 없었다.

버프와 신속을 사용해 가며 병사들을 따돌린 호야는 바로 사도봉으로 향했다.

밤이 되어 시야가 좁아졌기에 병사들 몰래 산에 들어가는 것은 낮보다 쉬웠다.

산에 무사히 들어온 호야는 낮에 미호와 만났던 절벽을 향했다.

하지만 그곳에는 미호도, 미호를 묶고 있던 검은색 동아줄이 튀어나온 마법진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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