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17화 (117/171)

# 117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5권 19화

19. 땅굴의 끝에는(3)

"커뮤니티에 들어가 봤는데 동대륙을 공개하라면서 아주 난리인데요?"

강남불주먹의 말에 베인이 곧장 커뮤니티에 들어가 보았다.

커뮤니티의 게시 글 목록 1페이지, 그곳에는 동대륙을 공개해 달라는 제목의 글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새로 고침을 누르자 새로운 게시 글들로 인해서 1페이지의 게시 글들이 뒤로 밀려 사라졌지만 새로 올라온 글들도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보이지 않게 설정해 놓았던 귓속말 설정을 다시 바꾸니 그동안 쌓여 있던 귓속말들이 보였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아직도 귓속말이 오고 있는 중이었다.

'하긴, 이 정도의 관심이 당연한 거겠지.'

원래 있던 대륙, 편의상 서대륙이라 부르기로 한 곳이 다 개척되기도 전에 이루어진 첫 신대륙 발견이었다.

지금의 결과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도 귓속말은 지금쯤 진정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여기서 한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마스터!"

"말해 봐."

"이 기회에 스트리밍을 해 버리죠. 어차피 여기에 오는 법은 우리만 알고 있고, 진실의 이슬을 사느라 쓴 돈은 다시 메꿔야 하잖아요. 우리 적자예요, 지금."

중요한 정보만 노출하지 않는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

베인은 강남불주먹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덤으로 친구 목록을 정리하자고 다짐했다.

* * *

동대륙의 이야기로 커뮤니티가 뜨겁게 달궈진 그때, 한 스트리밍이 조용히 방송을 시작했다.

조용한 시작이었지만 알람을 타고 날아온 사람들을 통해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청자들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었다.

소식을 듣고 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방송을 시작한 스트리머는 동대륙에 있는 자였으니까.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로열 나이츠의 소식통! 강남이가 인사드립니다-!"

검은색이던 화면에 빛이 들어오며 강남불주먹의 모습이 정중앙에 비쳤고 그의 뒤로 로열 나이츠와 호야가 보였다.

그들은 아직도 숲에 있었다.

-형님 너무 늦은 거 아닙니까?

-동대륙 발견 메시지가 뜬 게 언젠데 왜 이제야 스트리밍을 켜요!

-우우우-! 지각범-!

채팅 창을 확인한 강남불주먹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하. 여러분, 저한테 그래도 되겠어요?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스트리밍을 하는 사람은 나뿐인데? 내가 스트리밍 끄면 동대륙은 그걸로 끝인데?"

그 순간 시청자들은 깨달았다.

지금 주도권은 강남불주먹이 쥐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상황을 정확히 판단한 시청자들이 그를 옹호하기 시작했고 강남불주먹은 분위기가 변한 채팅창을 보며 흡족하게 웃었다.

그리고 웃으며 동대륙에 와서 겪은 것들을 시청자에게 간단히 설명해 주었다.

물론 지하 땅굴에 관한 것은 제외하고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 다른 이들은 강남불주먹이 스트리밍을 하도록 놔둔 후에 다른 마을과 몬스터를 찾아서 숲속을 이동 중이었다.

"잠깐,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어요?"

그때 호야가 걸음을 멈추었다.

"저는 못 들었는데요."

"나는 들었어. 강남, 조용히 좀 해 봐."

"예! 여러분 무언가가 나타났나 봅니다."

강남불주먹이 말을 멈추자 그제야 호야와 레이핀을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도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람인지 몬스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까운 곳에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조용히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나무 뒤로 소리를 낸 것들의 정체가 보였다.

"에이, 사람이네요. 동대륙에서 첫 몬스터와의 조우! 인 줄 알고 기대했는데."

-일단 동대륙 주민이라도 저희는 아주 OK입니다.

-가서 말 좀 걸어 봐 주시면 안 되나요?

이제는 동대륙의 옷을 가지고 있으니 조심만 한다면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강남불주먹이 베인에게 가까이 다가가 볼 것을 권하려던 때였다.

"미친......."

"저게 뭐야......."

나무 뒤로 얼굴만 빼꼼히 보이던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이자 그들의 모습이 정확히 보였다.

그것들은 아무리 봐도 사람이 아니었다.

사람의 머리에 뱀의 몸을 가진 몬스터였다.

스트리밍으로 현 상황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밤에 봤으면 아주 기절했겠는데."

"저거 잡아야 되죠?"

"당연하지."

레이핀이 들고 있던 석궁을 몬스터를 향해 조준했고.

"카트리지."

그의 허리춤에 채워져 있는 화살통에 빛나는 화살들이 생겨나더니 그중에서 4개의 화살이 저절로 빠져나와 이미 장전되어 있는 화살의 양옆으로 몸을 눕혔다.

레이핀이 방아쇠를 당기자 총 5개의 화살이 몬스터를 향해 총알처럼 날아갔다.

화살들은 몬스터들의 몸통을 정확히 꿰뚫었고 몬스터를 매단 채 그대로 나무에 꽂혔다.

[이부]

레벨: 310

"갸아아아악-!"

"샤아아악-!"

몸이 꿰뚫린 고통으로 인해 이부들은 그들을 째려보며 긴 혀를 꺼내 위협을 보내었다.

지금은 몸통이 화살에 박혀 움직이지 못하지만 그것도 길게 유지되지는 않는다.

"플레임."

"스피어."

콰앙-! 쾅!

그때 루나와 호야가 사용한 마법이 이부에게 날아가 박히며 큰 먼지구름이 발생했다.

호야의 스피어가 닿지 못한 나머지 두 마리는 로열 나이츠가 마무리를 지었다.

-역시 로열 나이츠! 연계에 틈이 없어.

-로열 나이츠도 로열 나이츠지만 호야 님도 장난 아니다.

-딱 호야 님 공격을 맞지 않은 몬스터만 살아남았어.

-강남 오빠, 시점 1인칭으로 바꿔 줘요. 오빠한테 가려서 잘 안 보여.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칭찬 일색이었다.

그중에는 호야가 로열 나이츠와 같이 행동하는 것이 너무 자연스러워 보인다며 길드에 들어간 것인가 하는 질문을 꺼내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호야의 가슴에 로열 나이츠의 길드 마크는 없었고 강남불주먹도 그것에 부정을 표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호야 님이 루나한테 빚이 좀 있어서 그것 때문에 같이 있는 거예요."

'그러고 보니.......'

루나와 호야의 약속은 지하 땅굴의 클리어를 도와주는 것이었다.

이미 호야는 루나와의 약속을 지킨 상태였다.

언젠가는 자신들과 헤어져 따로 행동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대륙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같이 다녔으면 하지만 그가 따로 행동할 것을 원한다면 그것을 막을 권한은 자신들에게 없었다.

처음 몬스터와 조우한 뒤로 몇 번 같은 종류의 몬스터와 마주치기를 반복하자 숲이 끝나고 멀리 마을 성벽이 보였다.

규모는 그리 커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열려 있는 성문을 통해 마을을 엿볼 수 있었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의 동양 나라들의 전통 문화 양식들이 합쳐진 듯한 느낌의 건물들이 보였다.

-오오! 동대륙! 이라는 느낌이 딱 오는데!

-아아~, 저런 거는 실제로 가서 봐야 하는 건데!

-나도 가고 싶다, 동대륙!

숲을 벗어나 드디어 화면에 담긴 마을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흥분을 보였고 그것은 로열 나이츠도 마찬가지였다.

이제야 동대륙이라는 느낌의 마을을 발견한 것이다.

그들은 모두 할아버지가 주었던 옷으로 갈아입었다.

"마을에는 조금씩 인원을 나누어서 들어가자. 한 번에 들어가면 눈에 띌 거야."

베인의 말에 로열 나이츠는 한 명 혹은 두 명이서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 인원을 나누었다.

그때 호야가 살짝 손을 들며 말을 꺼내 왔다.

"그럼 저는 여기에서 헤어질게요."

"네?"

강남불주먹은 결국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렇게 갑자기요?"

"죄송해요. 퀘스트 때문에 해야 될 게 있거든요. 마을도 찾았으니 이제 떨어져도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동대륙도 동대륙이지만 호야의 우선 목표는 역시 바두의 퀘스트였다.

두 번째 퀘스트는 최소 5일의 시간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퀘스트를 위해서는 지하 땅굴로 가야 했다.

지하 땅굴과 마을을 오가야 했기에 더 이상 로열 나이츠와는 함께할 수 없었다.

이제는 헤어져야 할 때였다.

"호야 님이 그렇다면야......."

"나중에 마을에서 마주쳤을 때 모르는 척 하면 안 돼요!"

"네."

호야는 로열 나이츠와 헤어진 뒤 곧장 지하 땅굴로 향했다.

* * *

로열 나이츠와 헤어진 뒤 지하 땅굴의 제7구역을 한번 클리어 한 호야는 접속 제한 시간으로 인해 로그아웃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그냥 로그아웃을 해도 됐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바두야, 혼자 있을 수 있지?"

"왕!"

"모르는 사람은 따라가면 안 된다."

"왕!"

"그리고 혹시 위험하다 싶으면 퀘스트고 뭐고 역소환으로 도망쳐야 돼, 알았지?"

"왕!"

바두를 홀로 두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마치 물가에 아이를 홀로 두고 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말이야, 또......."

"카옹!"

호야의 당부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바두가 작은 몸으로 점프해서 그의 얼굴을 말랑한 발바닥으로 툭 때렸다.

[상태: 주인의 끝이 없는 걱정에 질리기 시작한 상태입니다. 자신이 그렇게 미덥지 못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강해지기 위해서 천천히 발을 내딛고 있는 중입니다.]

바두의 상태를 확인한 호야는 자기 자신을 자책했다.

역시 걱정이 너무 과했다.

바두는 강하다.

그러니 이 이상 걱정하지 말자.

"그럼 나 갔다 올게."

"왕!"

호야는 그제야 로그아웃을 할 수 있었다.

호영은 평소와 같이 이예숙과 대화를 나누며 저녁을 먹고 시간을 보낸 뒤 잠자리에 들었다.

침대에 몸을 눕히기는 했지만 계속되는 바두의 걱정에 잠이 오지 않아 계속 뒤척이기를 반복했다.

과거에 한번 잃어버린 경험이 있으니 홀로 둔 상황이 완전히 안심되지 않는 것이다.

겨우 잠에 들기는 했지만 아침에 일어난 호영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한 정신으로 깨어나야 했다.

그래도 몸에 박혀 버린 습관 때문에 호영은 주섬주섬 트레이닝복을 챙겨 입고 새벽에 조용히 집을 나와 거리를 달렸다.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시며 뛰고 있자 피곤하던 정신도 조금은 맑아진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편의점 앞에 그 누나가 안 보이네?'

새벽 러닝을 끝내고 돌아온 호영은 샤워를 하고 나와 아침을 먹을 준비를 했다.

직접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고 이예숙이 끓여 놓은 곰탕이 있기에 그것을 데우고 밥이랑 반찬을 식탁에 올릴 뿐이다.

이 곰탕은 일주일째 먹는 중이었다.

마법의 냄비인 것인지 아무리 먹어도 곰탕이 줄어들지를 않는다.

그 거대한 냄비의 곰탕이 다 데워졌을 즈음에 이예숙이 하품을 하며 거실로 나왔다.

"아드을, 좋은 아침~."

"좋은 아침, 빨리 씻고 나와서 밥 드세요."

"......아들, 그냥 옛날처럼 말하면 안 돼? 뭔가 어색하다."

"나중에는 아저씨랑도 같이 살게 될 테니까 점차 익숙해져야죠. 한 명한테만 존댓말을 쓰는 것도 조금 그렇잖아요. 애초에 처음부터 이래야 했던 거기도 하고."

"그럼 아들은 언제 재건 씨를 아빠라고 부를 거야? 바뀐 호칭도 익숙해져야지?"

"음......, 결혼식 하고 나면?"

아침을 먹은 이예숙이 출근을 한 뒤 호영은 이니티움에 접속하기 전에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한시라도 빨리 바두를 확인하러 가고 싶었지만 이예숙과 서로 나눈 역할은 제대로 수행해 놔야 했다.

그릇 자체는 그리 많이 사용하지 않았기에 설거지는 빠르게 끝이 났다.

띵동-.

호영이 이니티움에 들어가기 위해서 캡슐의 뚜껑을 열자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지? 올 사람이 없는데?'

초인종 소리에 의문을 가졌지만 호영은 초인종을 누른 사람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캡슐을 닫고 인터폰으로 향했다.

인터폰에는 누구인지 모를 할아버지의 얼굴이 비치고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