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16화 (116/171)

# 116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5권 18화

18. 땅굴의 끝에는(2)

그들이 칭호 획득과 자신들이 있는 곳이 동대륙이란 사실에 놀란 것도 잠시, 강남불주먹의 선택으로 인해서 지금 그들의 귓속말은 폭주하고 있는 상태였다.

동대륙의 발견 사실과 함께 전원의 닉네임이 플레이어들에게 알려졌기에 친구 추가가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서 귓속말이 날아오고 있었다.

호야도 그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유아: 뭐야? 뭐야? 너 나랑 도반 빼놓고 무슨 재미난 일을 하고 다니는 거야!]

[백설: 호야 씨, 방금 뭐예요?]

[킹: 형니이이임!]

[유아: 호야아아~?]

"......."

호야는 귓속말이 보이지 않도록 설정을 바꾸었다.

아직은 뭐라 대답할 수가 없었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로열 나이츠의 일원들도 호야와 같은 선택을 내렸다.

"강남, 그런 거는 다 같이 결정했어야지?"

"아하하하......, 미안해요!"

"그래 뭐, 이미 벌어진 일이니까."

귓속말만 꺼 둔다면 일단 지금 당장 귀찮은 일은 없었다.

그리고 다른 길드들이 동대륙의 존재를 알았다고 해도 그들은 이곳으로 통하는 방법을 모른다.

안다고 해도 모든 구역을 돌파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판단을 내린 베인이 주변을 불러보았다.

별다른 특징이랄 것이 없는 평범한 숲, 시스템 메시지는 이곳을 동대륙이라 명명했지만 실감을 받으려면 우선 숲을 벗어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숲을 벗어난 곳에 대륙에서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게 다 호야가 힘을 보태 준 덕이었다.

"킁킁. 베인, 뭔가 짠 냄새 나지 않아?"

"짠 냄새라니?"

"근처에 바다가 있는 것 같아. 저쪽."

그때 바람을 타고 날아온 바다 냄새를 맡은 로열 나이츠의 레이핀이 한쪽을 가리켰다.

방향으로 따지자면 자신들이 지나온 땅굴을 되돌아가는 격이었다.

"그럼 그쪽으로 가 보자. 호야 님도 괜찮으시죠?"

"네."

레이핀을 선두로 해서 나아간 곳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바다와 모래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이것으로 인해서 이들은 한 가지를 상상할 수 있었다.

"땅굴이 바다 밑으로 파여 있던 건가......."

그게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여기는 판타지잖아. 가능하지 않을까?"

레이핀의 말에 베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곳은 판타지, 불가능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마스터! 저쪽에 발자국이 남아 있어요!"

해변가를 둘러보던 강남불주먹이 발자국을 발견해 그것을 알려 왔다.

발자국이 이어진 곳은 숲속이었지만 가지가 날카로운 것에 잘려 있는 등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인위적으로 남긴 듯한 흔적이 있었다.

발자국을 따라서 이동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도로 나올 수 있었다.

이 길의 양쪽 끝 어딘가에 마을이나 도시가 있을 것이다.

"어느 쪽으로 갈까요?"

"어? 제가 정하나요?"

"네."

"으음, 그럼 왼쪽으로."

호야가 정한 방향에 따라 그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스레 걸음을 옮겼고 호야는 베인의 뒤에 따라붙으면서 바두가 레벨 50을 달성하면서 생겨난 퀘스트들을 확인했다.

[힘을 기르기 위한 큰 걸음-첫 번째]

*펫 '바두'가 혼자의 힘으로 잡은 몬스터들만 카운트됩니다.

완료 조건: 주인 플레이어의 적정 레벨 몬스터 사냥 (0/300)

성공 보상: 펫 '바두'가 스킬 '드레인'을 획득

[힘을 기르기 위한 큰 걸음-두 번째]

완료 조건: 주인 플레이어의 적정 레벨 보스 몬스터의 사냥에 30% 이상 기여 (0/10)

성공 보상: 펫 '바두'가 스킬 '응원'을 획득

[힘을 기르기 위한 큰 걸음-세 번째]

*역소환될 경우 남은 시간이 초기화됩니다.

완료 조건: 336시간 연속 소환 상태 유지 [남은 시간: 335시간 21분 49초]

성공 보상: 펫 '바두'가 스킬 '해방'을 획득

[힘을 기르기 위한 큰 걸음-네 번째]

완료 조건: 신과의 대면 (0/1)

성공 보상: 속성 '신성' 획득

[힘을 기르기 위한 큰 걸음-다섯 번째]

완료 조건: 펫 '바두'의 레벨 100 달성 (50/100)

성공 보상: 퀘스트 '힘을 기르기 위한 마지막 걸음'

첫 번째와 두 번째 퀘스트는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첫 번째 퀘스트에서 바두 혼자서 잡은 몬스터만 카운트된다는 것이 조금 걸렸지만 자신의 적정 레벨이라면 바두에게 위협은 되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퀘스트도 지하 땅굴의 제7구역이라면 자신 혼자서도 도전할 수 있었기에 최소 5일의 시간을 들이면 무난하게 클리어가 가능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세 번째와 네 번째였다.

2주라는 시간을 역소환을 하지 않은 채 채우라는 것은 자신이 로그아웃을 했을 때에도 이탈을 사용하여 바두를 혼자 돌아다니게 두라는 것이었다.

솔직히 조금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제일 문제인 것은 네 번째 퀘스트였다.

신과 대면하라니, 도대체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이니티움의 세계에서 신은 오직 단 한 명, 관리 AI인 이브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브와 대면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게 호야의 생각이었다.

호야는 이것을 무언가 비유적인 표현이라 판단했다.

'나중에 레이나한테 물어보자.'

"저기 마을이 보여요!"

그때 루나가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루나의 손가락을 따라 퀘스트 목록에서 앞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낡은 나무 울타리가 눈에 들어왔다.

울타리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할 것 같은 형색만 그럴듯하게 갖춰 놓은 느낌이었다.

울타리 안쪽으로 보이는 집들의 상태도 처참했다.

판자를 역어서 구색만을 갖춰 놓은 집이 대부분이었고 제일 좋아 보이는 집도 진흙을 덧대기만 한 것 같았다.

"상태가 심한데."

"폐촌인 거 아니에요?"

"동대륙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 느껴지는데?"

"일단 들어가 보죠."

마을 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인기척을 찾아서 움직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들은 한복과 기모노 등을 합쳐 놓은 듯한 낡은 옷을 입고 있었다.

이제야 동대륙이라는 느낌이 조금은 나는 것 같았다.

"다행히 폐촌은 아니네요."

로열 나이츠와 호야가 그들에게 조금씩 다가가자 모여 있던 사람들도 그들의 존재를 눈치챘다.

"다, 당신들 누구야?"

"처음 보는 옷인데......."

"저희는 루제로스라는 나라에서 온 모험가들입니다. 해를 가할 생각은 없으니 경계하지 말아 주세요."

그들을 발견한 마을 사람들은 당황한 기색을 내보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베인이 양손을 들어 올리며 싸울 의사가 없음을 표하고 신분을 밝혔지만 그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되었다.

"모험가? 모험가라면 말로만 들려오던 그거 아냐?"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잖아! 저 사람들이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라는 게 문제라고!"

"헉......! 같이 있는 걸 들키면 우린 끝이야!"

"쪼, 쫓아내! 빨리!"

"여러분! 병사들이 벌써 마을 입구까지 도착했어요!"

"아아! 오늘따라 왜 제시간에 맞춰서 오는 건데!"

이전보다 더 크게 당황하던 마을 사람들이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로열 나이츠와 호야에게 달려들어 그들의 등을 밀어댔다.

"일단 숨겨! 빨리!"

"당신들 일단 저기 들어가 있어! 찍소리도 내지 마!"

"나오기만 했단 봐! 그 순간 당신들이나 우리나 끝이니까!"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창고 안에 집어넣고서는 문을 닫았고 갑작스러운 상황에 로열 나이츠와 호야는 어안이 벙벙했다.

"......뭐야?"

"글쎄요......."

"......일단 저들 말대로 가만히 있어 보죠."

로열 나이츠와 호야가 창고에 집어넣어진 그 바로 직후 멀리서 다가오는 말발굽의 소리가 들려왔다.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마을 사람들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있었다.

창고에 나있는 작은 창문의 틈새로 밖을 내다보니 갑옷을 입은 병사 여럿이 말에 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병사들의 앞에서 그저 조용히 눈치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뭐라고 하는지 들려요?"

"글쎄요....... 멀어서 잘은 안 들리는데."

마을 사람들과 병사들의 사이에서 짧은 이야기가 오고 가더니 마을 사람 한 명이 창고로 들어와 무언가가 가득 실려 있는 수레를 끌고 나갔다.

창고 밖으로 끌고 나간 수레에 있던 것은 병사들이 가지고 왔던 짐마차에 모두 실렸고 자신들이 할 일을 다 한 병사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몇 마디 남기고는 말을 끌고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병사들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자 그제야 마을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창고로 다가와 호야와 로열 나이츠에게 소리쳤다.

"당신들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마을에서 썩 나가!"

"맞아!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고!"

그들은 마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마을에서 쫓겨나야 했다.

마을 사람들에게 대화를 시도해 봤지만 그들은 완강하게 대화를 거부했다.

억지로 마을에 들어가려고 한다면야 들어갈 수는 있겠지만 그러기에는 무언가 찝찝했다.

"칭호 효과로 기본 호감도가 올라간 거 맞아? 너무 단호하게 쫓겨났는데."

"마스터, 이제 어떻게 해요? 다른 마을을 찾아볼까?"

"그러는 게 좋겠지만, 그 마을에서도 쫓겨나지 않으리란 법은 없어. 동대륙 풍조 자체가 외부인을 꺼리는 걸지도 몰라."

"그럼 일단 몬스터나 찾아볼까요? 우리 아직 동대륙 몬스터는 못 봤잖아요."

마을 앞 숲속에서 그들은 이다음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의논을 이어갔지만 그들의 의견은 하나로 통일되지 못하고 있었다.

부스럭.

그때 누군가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다행히 아직 멀리 안 갔었구먼."

인기척이 난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할아버지 한 명이 등에 보따리를 진 채 그들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누구세요?"

"당신들이 다녀간 마을에 사는 사람일세. 방금 전에는 정말 미안하네. 마을 사람들도 당신들을 싫어해서 그런 것은 아니니 이해해 주게."

수염 아래로 푸근하면서 미안한 웃음을 지은 할아버지는 그들의 앞에서 보따리를 풀었다.

그 보따리 안에는 마을 사람들이 입고 있던 것과 비슷한 옷이 한가득 들어 있었다.

"자네들이 계속 그렇게 입고 다닌다면 다른 마을에서도 쫓겨날 걸세. 심하면 병사들한테 잡힐 수도 있고 말이야. 그러니 이 옷으로 갈아입고 가게나. 그러면 자네들이 타국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할 거야."

망설이는 그들에게 할아버지는 그냥 주는 것이라며 옷을 한 벌씩 떠넘겼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르신.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나야말로 고맙지. 어차피 집 안에서 먼지만 뒤집어쓰던 옷들이었으니 말일세. 나는 자네들한테 옷을 버린 것뿐이라네."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할아버지는 일부러 그렇게 말했다.

칭호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다시 마을로 돌아가기 전에 그들에게 한 가지 충고를 남겼다.

"명심하게나. 절대 자네들이 다른 나라에서 왔다는 것을 들키면 안 된다네."

"네, 명심할게요."

할아버지는 그 사실을 들킨다면 험한 일을 당할 수 있다며 거듭 강조해 준 뒤에 마을로 돌아갔다.

할아버지의 행동으로 인해서 그들은 한 가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동대륙의 사람들은 외부인을 경계하지만 그것이 그들의 의지는 아니라는 것, 그들의 위에 있는 자들의 뜻이기에 그들은 그것을 따르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자신들에게 충고를 해 주거나 옷 같은 거를 챙겨 주지도 않았을 것이고 아까 병사들이 왔을 때에 그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렸을 것이다.

로열 나이츠와 호야는 할아버지가 준 옷을 인벤토리에 잘 넣어 두었다.

언제 몬스터를 만날지 모르는데 벌써부터 방어구를 갈아입을 수는 없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 강남불주먹이 조심스레 말을 꺼내 왔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