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13화 (113/171)

# 113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5권 15화

15. 결계의 너머(1)

[낡은 도복]

등급: 일반

방어력: 0

내구도: 1/100

그림족이 사용하던 도복입니다.

기나긴 세월로 인해 낡고 해져 있어 살짝 걸치기만 해도 바스라질 것 같은 느낌입니다.

방어구로서의 기능을 전혀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착용 제한: 없음

'이런 게 왜 여기에 있지?'

아이템 설명에 쓰여 있는 그림족이라는 단어가 호야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니 낡아서 주저앉아 원형태를 잃기는 했지만 이 광장에 있는 텐트들은 그림족의 부락에 있는 게르와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주변에 아무도 없지?'

호야는 자신의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횃불의 가시거리에서 벗어나 어두운 통로로 들어가 그림족의 은인의 효과를 사용해 토윤을 불러냈다.

왜 이곳에 이러한 것이 있는지 확인해야 할 필요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호야 님, 무슨 일로 부르셨....... 여기는!"

호야에게 불려 나온 토윤이 무언가에 퍼뜩 놀라더니 주변을 둘러보았고 이내 호야의 손에 들려 있는 낡은 도복에 시선이 도착했다.

"호야 님, 그것은 어디서 구하신 건가요?"

"이 앞에 있는 광장 같은 곳에서 찾은 거예요. 혹시 뭐 알고 있는 거 있어요?"

호야는 토윤에게 지금 있는 던전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었다.

호야의 설명이 끝나자 토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무뿌리 아래에 숨겨진 땅굴....... 호야 님, 이곳은 저희가 고향을 떠나올 때 팠었던 통로예요."

컨서누가 고향을 나갈 결심을 하고 그림족이 그의 뒤를 따랐을 때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그곳을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지상에는 시선이 깔리지 않은 곳이 없었기에 그들이 선택한 방법은 자신들이 숨어 살던 지하에서 조금씩 땅굴을 파서 이동하는 것이었다.

거리가 거리인지라 오랫동안 이동을 해야 했기에 중간중간에 거점을 만들어야 했고 그 흔적이 남아 버린 것이 그 광장이라는 것이다.

"그 땅굴을 흡혈귀가 둥지로 사용하고 있을 줄이야......."

"흡혈귀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나요?"

"네, 그들은 저희가 사람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할 무렵부터 자신들을 배척한 사람들에게 같이 복수하자며 힘을 빌려줄 것을 요구하던 자들입니다. 물론 저희는 그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요. 그래도 계속해서 저희를 쫓아다니더군요."

흡혈귀들은 사람의 피를 먹고 사는 존재.

동물이나 몬스터의 피는 안 된다.

오로지 사람의 피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

사람의 피를 섭취하지 못한다면 점점 힘이 약해지면서 지능도 함께 낮아진다.

그리고 완전히 이성을 잃게 된다면 무리에서 버려진다.

그런 흡혈귀들은 그림족을 자신들과 동일시하여 같이 인간을 공격하자 요구했었고 그림족들은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흡혈귀들은 그림족을 억지로라도 협력시키고자 하여 무력을 행사해 왔었지만 그들의 힘은 그림족을 쓰러트릴 만큼 강하지 않았다.

결국 흡혈귀들이 그림족에게 역으로 당했었고 그 뒤로 그들은 그림족의 힘만 있으면 복수가 가능할 것이라 꿈꾸며 자신들의 뒤를 끈질기게 쫓아다녔다고 한다.

"아마 저희의 흔적을 찾아서 땅굴에 들어와 그대로 둥지로 삼은 걸 거예요."

호야는 토윤의 말을 머릿속으로 되새겼다.

이곳은 그림족이 고향을 나올 때 팠던 통로, 그 통로로 흡혈귀가 들어와 정착했다.

그렇다는 것은......, 이 지하 땅굴의 끝에 있다는 것이다.

그림족과 컨서누의 고향이.

"호야 님? 어디 계세요~?"

그때 루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에게 토윤을 보여서는 안 되었기에 호야는 그에게 감사를 표한 뒤 그를 돌려보내고 루나에게 다가갔다.

"저 여기 있어요."

"앞으로는 개인 행동 금지예요, 호야 님!"

"네, 알겠어요."

호야와 로열 나이츠는 다시 이동을 시작했다.

몬스터가 강해지고 영악해진 만큼 위험도 많았지만 그들은 결과적으로 제6구역을 클리어 할 수 있었다.

제6구역을 클리어 한 뒤 모두가 기분 좋게 지하 땅굴을 나가려고 할 때였다.

"모, 모두 7구역 입장 제한 봤어......?"

강남불주먹이 말을 더듬으며 질문을 해 왔다.

지하 땅굴을 클리어 하게 되면 클리어 했던 구역의 입구가 아닌 다음 구역의 입구의 앞으로 나오게 된다.

물론 제6구역을 클리어 한 그들이 나온 곳은 제7구역으로 통하는 흙벽의 앞이었다.

강남불주먹의 말에 모두가 흙벽으로 다가가 제7구역의 입장 제한을 확인했다.

[지하 땅굴-제7구역]

[입장 제한: 최소 1명, 최대 1명]

한동안 모두가 입을 열지 못했다.

* * *

지하 땅굴의 제7구역의 클리어 조건은 다행히도 이전 구역들과는 달랐다.

제한 시간 내에 보스 몬스터를 찾아 사냥에 성공하거나 혹은 출구를 찾아낼 것, 그것이 제7구역의 클리어 조건이었다.

호야는 땅굴 중앙에 있던 보스 몬스터를 찾아내 사냥해서 클리어에 성공했지만 다른 이들이 홀로 잡을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기에 로열 나이츠는 출구를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몬스터에게서 도망치며 출구를 찾는 생존 공포게임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제7구역은 마치 미로와도 같았기에 첫 시도는 모두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그 뒤로 한 명씩 순서대로 진입하며 지도를 그려 나갔다.

첫 사람이 기록 한 지도를 다음 사람이 넘겨받아서 기록을 이어 나가며 그 범위를 점점 넓혀 나가고 있었다.

그래도 로열 나이츠는 그 복잡한 미로의 길을 찾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상했기에 호야에게는 갑작스레 최소 하루의 자유 시간이 생겨 버렸다.

"여기 오는 건 두 번째려나? 일단 그렇게 들었는데."

"네, 전에 모안이랑 한번 왔었어요."

그리고 호야는 그 자유 시간을 틈타 마계에 가 보기로 했다.

그의 발 아래로 이전에 보았던 검은 기운이 보였다.

이전에는 기분 나쁘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나 먼저 내려갈 테니까 뒤따라서 내려와."

호야와 같이 모안의 결계까지 이동해 온 치빈이 절벽에 로프를 고정하더니 그것을 한번 등 뒤로 두른 뒤 양손으로 로프를 잡고 아주 자연스레 절벽을 박차며 내려가기 시작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그는 이미 검은 기운을 돌파해 호야의 시야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호야도 그 뒤를 따라서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플라이."

중력으로 인해 빠른 속도로 떨어져 내리던 호야의 몸이 중력을 거스르며 엘리베이터를 탄 것처럼 천천히 아래로 내려갔다.

검은 기운을 지나치자 마계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잿빛으로 물들어 있는 대지에는 짙은 색의 나무들이 자라나 있었고 하늘을 올려다보니 어두운 하늘에 잿빛의 구름이 떠다니고 있었다.

거의 흑백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그때 호야에게 시스템 메시지가 발생했다.

[위대한 업적!]

[플레이어 최초로 마계에 진입하셨습니다.]

[칭호 '마계 개척자'를 획득합니다.]

[모든 플레이어에게 마계의 발견을 알리겠습니까? 예/아니오]

"뭐......?"

호야의 당황스러운 마음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시스템 메시지는 계속해서 깜빡거리며 호야에게 선택을 요구하고 있었다.

"......아니오."

['아니오'를 선택하였습니다.]

[당신의 위대한 업적을 플레이어들은 눈치채지 못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조용해졌고 호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러운 시스템 메시지로 인해서 땅에 불시착한 호야는 아직 남아 있는 시스템 메시지의 로그를 보면서 눈을 끔뻑이고 있었다.

잠깐 사이에 천국과 지옥을 왕복한 느낌이었다.

"왜 그러고 있어?"

"......."

"호~야~?"

"네? 아, 네."

"뭘 그리 넋을 놓고 있어?"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하하."

만약 마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플레이어에게 알려진다면 그들을 통해서 NPC들에게도 알려질 것이었다.

아직 마교가 정리되고 나서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은 시점이었다.

상처가 아직 다 아물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계의 존재가 알려진다면 마족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마교와 마족을 동일시하며 다시 두려워할 것이다.

아직 마계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었다.

"싱겁기는......."

호야는 치빈의 뒤를 따라 이동하면서 새롭게 획득한 칭호를 살폈다.

[마계 개척자]

마계에 최초로 진입한 자.

당신의 위대한 발견에 경의를 표합니다.

칭호 효과: 마족들과의 기본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마계의 몬스터를 사냥할 시 10%의 추가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마족들과의 기본 호감도가 상승하는 것은 '마왕에게 인정받은 자'에도 있는 효과다.

하지만 칭호의 효과는 기본적으로 중첩이 되니 나쁜 것은 아니었다.

호감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은 법이니까.

거기에 더해서 10%의 추가 경험치를 주는 효과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칭호의 효과 덕분에 시스템 메시지로 인해서 순간 당황했던 마음이 싹 가라앉았다.

그때 치빈이 호야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겨 왔다.

"무슨......."

"쉬잇-."

치빈이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한 뒤 손가락으로 가리킨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자 저 멀리 나무의 사이에서 무언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치 잿빛의 진흙 인형의 겉 표면이 흘러내리는 것만 같은 생김새였다.

"마계에 들어와 첫 몬스터와의 조우! 어떻게 할래? 그냥 우회해서 갈까? 아니면 사냥?"

"으음, 아뇨. 한번 해 볼게요."

자신이 이기지 못할 상대라면 치빈이 사냥을 종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호야는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빼 들었다.

"알았어,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조금 힘들 거야. 나는 안 도와줄 거다?"

호야는 치빈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 몬스터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갔다.

몰래 선공을 가할 생각이었지만 호야의 생각처럼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휙-, 콰앙!

호야가 어느 정도 가까이 다가가자 머리를 호야가 있는 곳으로 돌린 몬스터가 사람 몸통보다 굵은 팔을 뻗어 왔다. 그 속도는 이전에 크로커게일을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버프, 민첩. 신속."

호야는 당황하지 않고 스킬을 사용해 공격을 가했지만 생각만큼 대미지가 들어가지 않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호야와 레벨 차이가 엄청나게 나고 있었다.

[오염된 머드 맨]

레벨: 541

약간 오버해서 호야보다 약 1.5배나 높은 레벨을 보유하고 있었다.

전체 스탯 양으로만 따지자면 호야가 오연된 머드맨보다 높은 레벨이었지만 제일 높은 스탯 하나로만 따지자면 랭커들과 비교해서 조금 큰 차이로 앞서 나가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도 치우치는 스탯 없이 모든 스탯이 비슷한 수치를 보이고 있기에 그 시너지로 인해서 수치보다 높은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레벨 차이가 너무 심했다.

당황스러움을 숨기고 오랜 시간을 소모한 끝에야 호야는 오염된 머드 맨을 사냥할 수 있었다.

숨이 차오르는 몬스터는 크로커게일 이후 처음이었다.

경험치를 확인해 보니 잡기 힘든 만큼 많은 경험치가 들어와 있었다.

하지만 사냥 시간 대비 효율을 비교하자면 지하 땅굴의 흡혈귀들이 더 효율이 높았다.

오래 걸리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몬스터와 호야의 레벨 차이로 인해서 경험치가 적게 들어오는 것이 컸다.

"생각보다 힘들지? 그래도 걱정하지는 마. 모든 몬스터가 그런 거는 아니니까. 도시 근처에는 약한 몬스터들도 있어."

치빈은 마계의 수준을 체감한 호야를 끌고서 메이글린이 있을 도시로 향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