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12화 (112/171)

# 112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5권 14화

14. 새로운 가족(2)

백재건이 준비한 영상은 지금까지 이예숙과 만나 오면서 영상과 사진의 형태로 남겨 놓았던 둘의 추억을 나열한 영상 편지였다.

그것이 스크린에 비치기는 했다.

하지만 어째서 그 뒤를 이어서 이예숙의 얼굴이 스크린에 비치고 있는 것인가.

백재건이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서 이예숙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백재건의 손을 꽉 쥔 채 스크린에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백재건의 시선을 느낀 이예숙이 그와 눈을 마주치더니 감동이 섞인 장난기 어린 미소를 띠며 손가락으로 스크린을 가리켰다.

그는 아직도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예숙의 손가락을 따라서 시선을 다시 스크린으로 옮겼다.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며칠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 * *

마이 웨딩 사무실의 응접실, 마이 웨딩의 직원인 최민석은 특이한 조합의 손님을 응대하고 있었다.

엄마와 아들의 조합이 찾아오는 일은 마이 웨딩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특이한 조합만큼 그들의 요구도 특이했다.

"그러니까......, 백재건 씨가 의뢰한 프러포즈를 가로채서 어머님께서 역으로 백재건 씨에게 프러포즈를 하고 싶다는 얘기시죠?"

"네, 맞아요."

"옆에 계신 아드님은 어째서 같이......?"

"하하하......, 그러게요. 왜일까요......."

모든 일의 시작은 백재건이 프러포즈를 위해서 그가 호영에게 이예숙에 관해 물어보면서부터였다.

그도 이예숙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고 있었으나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이 없나 호영을 통해 확인하면서 프러포즈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예숙이 호영에게 캐물어 알아내었고 그녀의 음식을 건 협박을 버틸 수 없었던 호영은 이예숙에게 모든 것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은 그녀는 반대로 백재건에게 프러포즈를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긴 시간 동안 자신을 기다려 준 그에게 좋은 추억을 안겨 주고 싶었다.

"으음......, 죄송하지만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될까요?"

"네, 그러세요."

최민석은 장시 응접실을 나와서 마이 웨딩의 대표인 조한철의 방으로 향했다.

이예숙의 요구가 말단인 자신이 결정하기에는 애매했기에 그에게 조언을 물으러 간 것이다.

"대표님, 저 민석이입니다."

"그래, 들어와라. 그런데 무슨 일이냐?"

"그게 사실은요......."

최민석이 이예숙이 말한 것들을 그대로 전하자 조한철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그래, 까짓거 그 어머니가 하자는 대로 해 줘."

"그래도 돼요?"

"결과적으로는 문제가 없지. 내 마누라도 나한테 같은 짓을 했었거든. 아, 그리고 이 손님은 내가 직접 케어할 테니까 민석이 너는 보조로 들어와라."

조한철은 그길로 곧장 이예숙에게 가서 마이 웨딩이 계약 파기로 인해 백재건에게 지급해야 할 위약금을 그녀가 대신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그녀와 계약을 했다.

그 뒤로 원래 백재건이 이예숙에게 프러포즈를 하기로 한 날짜에 맞추어 빠르게 일이 진행되었고 호영은 그 일에 계속 끌려다녀야 했다.

이예숙이 프러포즈 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축하 공연에서 호영이 노래를 불러 주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호영은 처음에는 이예숙의 부탁을 거절했었다.

"초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곧장 엄마 앞에서 재롱도 부려 줬으면서....... 이렇게 아이돌 댄스 따라 추겠다면서 팔을 휘적거리며 노래 부르던 호영이가 무척 귀여웠는데......."

"그, 그 영상을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 아, 알았어! 할 테니까 그거 지워 줘!"

하지만 이예숙의 협박에 호영은 그녀의 부탁을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이예숙이 호영의 눈앞에서 영상을 지우기는 했지만 원본은 아직 그녀의 클라우드에 보관되어 있다는 것을 호영은 모르고 있다.

* * *

시간이 흘러서 프러포즈 당일, 호영은 상영관의 출구 옆 통로에서 마이 웨딩의 직원들과 같이 이예숙과 백재건이 보고 있는 영화의 상영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호영은 직원들과 소규모 뮤지컬 형태의 공연을 준비했기에 그들과 똑같이 꽃다발을 한 손에 들고서 검은색 양복바지에 새하얀 셔츠를 입고 있었다.

걷어 올려진 왼팔의 소매 아래 그의 손목에 복장과 어울리지 않는 손목 밴드가 둘러져 있었지만 그리 신경 쓰이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게 걱정돼?"

호영이 이예숙과 백재건이 있는 상영관의 출구를 계속 힐끗 쳐다보고 있자 조한철이 그에게 물었다.

호영은 그 대답으로 고개를 가로로 저어 보였다.

"아뇨, 걱정은 안 돼요. 두 분 마음은 제가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신경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나 봐요."

공연을 준비하느라 마이 웨딩의 직원들과 살짝 친분이 생긴 호영이 그들과 사소한 대화를 나누고 있자 영화가 끝나고 일반 손님들이 하나둘씩 상영관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상영관을 빠져나오면서 손님들이 대기하고 있는 마이 웨딩의 직원들과 호영을 보고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조용히 해 달라는 제스처를 취하자 모두 웃으며 자리를 비켜 주었다.

상영관 출구의 문은 열려 있는 그대로였기에 영상을 담기 위해서 가져온 카메라를 통해서 그 안을 엿볼 수 있었다.

스크린에 재건이 준비했던 영상이 그가 넣은 내레이션 없이 나온 뒤에 이예숙이 찍은 영상 편지가 비치고 있었고 재건은 당황스러운 눈으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

저 영상 편지가 끝나는 때가 호영과 마이 웨딩의 직원들이 안으로 들어갈 타이밍이었다.

영상 편지가 끝났을 즈음에는 이미 백재건의 눈동자가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예숙 씨......, 이거......."

"이야기는 나중에 한 번에 해요. 재건 씨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잖아요?"

이예숙이 준비한 것은 백재건이 준비했던 계획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영상 편지의 뒤에는 마이 웨딩의 공연이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의 예상대로 스피커를 통해서 약타라는 가수의 노래가 흘러나오면서 꽃다발을 든 마이 웨딩의 직원들이 상영관 안으로 들어왔다.

그가 예상하지 못한 것은 단 하나, 그들의 사이에 호영이 있었다는 것이다.

선약이 있다고 했었는데 그 선약이 이것이었던 거다.

"어떤 말을 꺼내야 멋질지, 평소와는 다른 나의 행동이 이상해 보이지는 않을지."

"계속해서 고민했어, 어떤 곳이 최고로 멋질지."

"우리가 처음 함께 갔었던 영화관, 이번에는 내가 고백할게."

마이 웨딩의 직원들과 호영은 스크린 앞에 자리를 잡아 노래를 부르며 공연을 시작했고 그중 한 명이 계단을 올라와 백재건의 손을 잡고 맨 앞자리의 좌석으로 그를 이끌었다.

백재건의 계획대로였다면 지금 손이 잡혀서 끌려가고 있을 사람은 이예숙이었어야 했다.

그는 왜 상황이 이렇게 변한 것인지 호영의 존재를 보고 대강 예상할 수 있었다.

'사내자식이 입 한번 가볍네!'

하지만 그리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네가 없으면 술에 취해 밤을 보낼 것 같아."

"이제 네가 없는 나날은 단 하루도 상상이 가지 않아."

백재건이 맨 앞좌석의 제일 중앙 자리에 앉자 이예숙이 호영에게 다가가 그에게서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나와 결혼해 주겠니."

이예숙이 가사를 말하며 품에서 반지를 꺼내자 춤추던 호영과 마이 웨딩의 직원들이 그의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으며 꽃다발을 하나씩 내밀어 그를 꽃으로 둘러쌌다.

이예숙이 내민 반지는 형태가 독특했는데 링이 극도로 얇았고 작은 보석들이 중앙이 비워져 있는 꽃잎과 같은 형태로 장식되어 있었다.

"재건 씨, 재건 씨가 준비해 온 반지 꺼내 줄래요? 제 거 말고 재건 씨 걸로요."

이예숙의 말에 백재건이 홀린 듯이 품에서 반지를 꺼내어 그녀에게 건네었다.

반지를 건네받은 이예숙이 그가 건네준 반지와 자신이 준비해 온 반지를 합쳤다.

그러자 중앙에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힌 심플한 형태였던 백재건의 반지가 이예숙이 준비해 온 반지와 합쳐져 한 송이의 작은 꽃이 되었다.

마이 웨딩에서 백재건이 준비한 반지를 미리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반지를 합치는 사이에 2절에 진입했던 곡에서 이예숙이 불렀던 부분과 같은 파트가 돌아왔다.

"나와 결혼해 주겠니."

"......네, 물론이죠. 예숙 씨랑 그...... 결혼, 하고 싶어요."

이예숙이 하나가 된 두 개의 반지를 백재건에게 내밀자 그는 떨어지려는 눈물을 참으며 기쁜 마음으로 이예숙의 프러포즈를 받아들였다.

백재건에게 꽃다발을 한 아름 안겨 준 호영과 마이 웨딩의 직원들은 둘의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 곧바로 그 자리에서 조용히 빠져나왔다.

* * *

"호야 님,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

"네?"

지하 땅굴의 제6구역에 도전하기 위해서 던전 진입 전의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을 때 루나가 호야에게 다가와 물었다.

호야의 입가가 계속 웃고 있었기에 호기심에 다가온 것이다.

"입가가 아주 찢어지려 하고 있는데요?"

"아하하하......, 티 많이 났어요?"

"네."

이예숙의 프러포즈는 매우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끝에 가서 호야는 백재건에게 배신자라면서 한 소리 들어야 했지만 장난으로 하는 소리라는 것이 느껴졌었다.

마이 웨딩의 도움을 받아 결혼식의 준비를 하는 것도 결정이 되었기에 이예숙과 백재건은 서로의 손을 꼭 잡고서 기쁨의 감정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것이 호야에게까지 전염이 된 것이다.

"도대체 반나절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거예요?"

"개인 사정이라서 비밀입니다. 그보다 이제 출발할 것 같은데 이동해야죠?"

루나의 질문에 대한 답을 회피한 호야는 로열 나이츠를 따라 나무뿌리 아래에 있는 구멍으로 뛰어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흙이 무너져서 막혀 있는 벽의 앞까지 도달했지만 그들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대로 걸어가면 흙벽에 부딪힐 것이 확실했지만 무너진 흙벽에 닿은 그들은 흙벽을 지나쳐 더 안으로 들어갔다.

그것을 반복하고 있자 여섯 번째 흙벽 앞에서 그들은 걸음을 멈추었다.

흙벽은 각 구역의 입구, 클리어 한 구역의 흙벽은 물리적인 간섭 없이 그냥 지나쳐서 다음 흙벽으로의 전진이 가능했다.

그 사이사이의 길은 외길이었지만 거리가 그 구역의 크기와 맞먹었기에 구역을 클리어 하면 할수록 입구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이 꽤나 길어진다.

오고 가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라도 입구의 바로 앞에서 로그아웃을 하고 싶었지만 지하 땅굴의 입구가 있는 이곳은 로그아웃 불가 지역이었다.

이전에 강남불주먹이 접속 시간 제한으로 인한 강제 로그아웃을 당할 시에는 어떻게 되나 실험을 해 보았는데 로그인을 해 보니 어둠의 숲의 입구로 위치가 이동되어 있었다고 한다.

[던전 '지하 땅굴-제6구역'에 입장합니다.]

제6구역부터는 정말 미지의 영역이었다.

땅굴의 구조와 몬스터의 강함과 지능의 정도 등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에 그들의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했다.

횃불의 빛으로 주변을 밝히며 전진하던 그들은 아무 일 없이 땅굴의 중간에 광장처럼 넓은 공간에 도달할 수 있었다.

구역마다 있던 의문의 광장, 제5구역에서 무언가 텐트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던 흔적을 발견하면서 흡혈귀가 살던 흔적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뭔가 많네요?"

"그러게요. 지금까지는 흔적밖에 없었는데."

제6구역에는 다 허물어진 텐트와 다 낡아 버린 옷가지 등의 생활용품이 남아 있었다.

어째서인지 텐트의 형태가 낯이 익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황에 베인은 수색을 해 보자고 제안했고 로열 나이츠의 길드원들과 호야는 광장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했고 호야는 시선이 가는 아이템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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