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10화 (110/171)

# 110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5권 12화

12. 지하 땅굴(2)

던전 '지하 땅굴'의 안은 던전에 입장하기 위해서 지나쳐 왔던 땅굴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갈림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흩어져서 몬스터를 정리하겠습니다."

던전의 클리어 조건은 모든 몬스터의 전멸이었다.

제3구역까지는 흩어져서 사냥이 가능한 수준이었기에 빠른 진행을 위해 3~4명씩 5개의 팀으로 나누어 갈림길로 흩어졌다.

호야와 동행하게 된 플레이어는 루나와 강남불주먹이었다.

"호야 님, 안이 꽤 복잡하니까 떨어지면 안 돼요."

"네."

셋은 호야와 강남불주먹이 앞장서고 루나가 뒤를 따라오는 형태로 몬스터를 찾아 이동을 시작했다.

그때 호야의 옆에 서있던 강남불주먹이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호야 님, 호야 님."

"네."

"호야 님은 한국인이죠?"

강남불주먹의 물음에 호야가 걸음을 멈췄고 앞에서 걸음을 멈추자 루나가 무슨 일인가 하여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어......, 그......."

"그 반응을 보니 역시! 어디서 살아요? 서울? 인천?"

"......어떻게 아신 거예요?"

"유아 님이 찍은 영상을 봤거든요. 그때 그러셨잖아요. 말이 씨가 된다가 우리나라 속담이라고 말이에요. 같은 의미의 속담은 각 나라마다 다 있겠지만 그렇게 말하는 거는 한국밖에 없지 않아요?"

바로 어제에 바니의 스트리밍을 통해 유아가 촬영했던 영상이 공개되었다.

호야라는 소재는 시청자를 끌어모으기 좋은 소재였기에 유아와 호야 사이의 대화는 대부분이 편집되지 않은 채 그대로 공개되었고 눈치 빠른 사람들은 그 대화 속에서 한 가지 정보를 캐치했다.

호야가 우리나라 속담이라고 표현했던 '말이 씨가 된다.'가 사람들이 그의 국적을 추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추측에 불과했지만 그 추측이 나오자 의심 가는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가 첫 출연한 방송도 한국 프로그램이었고 그가 처음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같이 있던 설백호의 길드 마스터인 백설도 한국의 백성 그룹의 손녀였다.

그것을 토대로 해서 사람들은 과거 E스포츠 전성 시대의 게임 강국 시절 한국인들의 피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라며 추측을 거의 확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호야 님 한국인이었어요?"

"맞죠? 그렇죠?"

"......일단 그런 걸로 할게요."

"역시! 나중에 셋이서 강남에서 정모라도 하실래요?"

"그건 사양할게요. ......셋이라뇨?"

"아, 저도 한국인이에요."

궁금하던 것을 알아낸 강남불주먹과 그의 덕에 생각지도 못한 것을 알아낸 루나의 기분은 매우 좋았다.

호야가 한국인이라면 현재 은연중에 열릴 것이라고 소문이 조금씩 돌고 있는 '그것'에서 한국이 우승할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었으니까 말이다.

궁금증을 해결한 그들은 만족한 얼굴로 멈추었던 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들은 몬스터와 마주할 수 있었다.

모퉁이를 돌기 직전, 몸을 낮춰서 숨어 있던 몬스터가 호야를 향해 기다란 손톱을 휘둘러 왔다.

"키야야악-!"

카각-!

호야가 칼집에서 검을 뽑아 손톱을 막아 내자 몬스터는 입을 비정상적으로 크게 벌리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호야를 향해 뻗어 왔다.

하지만 몬스터의 복부를 가격한 호야의 발에 의하여 송곳니는 그에게 닿지 못했다.

몬스터의 생김새는 사람과 비슷했다.

단지 눈동자가 흰자 검은자의 구분 없이 모두 붉은색인 것과 길고 날카로운 손톱, 혹이 튀어나온 구부정한 등이 다를 뿐이었다.

[지하 땅굴의 흡혈귀]

레벨: 301

호야는 몬스터의 이름과 공격 패턴을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 모두 전해 들었었다.

그중에서 그들이 제일 강조한 것은 절대로 물리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물리면 흡혈로 인해 HP가 뭉텅이로 빠져나간다고 한다.

쐐액-!

호야는 복부를 가격당해 몸이 살짝 뛰어지며 뒤로 날아가는 흡혈귀에게 바짝 따라붙어 검을 휘둘렀고 흡혈귀는 시간이 얼마 안 지나서 빛이 되어 사라졌다.

빛이 되어 사라져 가고 있는 흡혈귀의 뒤로 다른 흡혈귀들의 눈동자가 붉은 안광을 내뿜는 것이 보였다.

"홀리 레이."

빛의 기둥이 흡혈귀들을 향해 쏘아졌다.

예고도 없이 어두운 공간에서 뿜어진 밝은 빛에 강남불주먹이 눈을 순간적으로 감았다가 다시 뜨니 직격을 맞은 흡혈귀들은 모두 빛이 되어 사라지고 있었고 직격을 피한 흡혈귀도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와....... 캐리 인정 각이다, 이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 강남불주먹도 그 뒤로 열심히 사냥에 힘을 보탰다.

이다음에 제2구역도 가야 했으니 재사용 대기 시간이 긴 스킬들은 최대한 사용을 자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셋은 다른 팀보다 빠르게 합류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

그다음 날, 제3구역까지 클리어를 마친 이들은 호야에게 제4구역부터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을 겸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제4구역부터는 흡혈귀들한테 지능이 생겨요. 제3구역까지처럼 마주한다고 해도 무작정 달려드는 일은 드물죠."

"어느 정도로 달라져요?"

"일단 어린아이 정도의 지능은 모두 가지고 있고 체감상으로는 레벨이 높을수록 지능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또한 지능이 늘어남에 따라 손톱을 휘두르지 않고 후방에서 원거리 공격만을 해 오는 흡혈귀들도 나타나고 그러한 흡혈귀들의 생김새는 더 사람에 가깝다고 한다.

"점점 클리어 해 나갈수록 몬스터들이 강해지는 것도 힘든데 지능까지 생기니까 더 골치예요, 정말."

"그래도 포기하지는 않을 거잖아요?"

"당연히 포기 못 하죠! 우리가 여기 쏟아부은 시간과 돈이 얼만데! 뭐, 그만큼 다른 몬스터들보다 경험치도 많이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 맞다! 호야 님 이거 받아 두세요."

루나가 인벤토리에서 꺼내어 호야에게 건넨 것은 진실의 이슬이었다.

"이거는 왜요?"

"제4구역부터 새로 나타나는 흡혈귀들하고 눈을 마주치게 되면 복수의 상태 이상에 걸려요. 눈을 계속 보지 않고 사냥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그거 마시면서 사냥하고 있어요."

모든 스테이터스가 하락하고 시야의 가시거리가 짧아지며 아군을 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등의 상태 이상이란 상태 이상은 다 발생한다고 한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로열 나이츠는 제4구역 이상을 도전할 때마다 상시로 진실의 이슬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 대량의 진실의 이슬을 구하느라 시장가가 살짝 요동치기는 했었지만 말이다.

"저희가 부탁하는 처지에 구해 오라고 할 수도 없으니까 호야 님 몫까지 준비해 놨어요."

"아, 저는 괜찮아요. 필요 없어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가지고 계세요."

계속 거절할 수도 없었기에 호야는 루나에게 진실의 이슬을 받아 인벤토리에 고이 모셔 두었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필요 없는 것이었기에 모든 구역의 클리어가 끝나면 돌려줄 생각이었다.

그리고 잘만 하면 진실의 이슬의 소모를 줄여 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방법이 호야에게 있었다.

"바두야, 위험하니까 당분간은 쉬고 있자?"

"커오옹!"

[상태: 자신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여자가 주인에게 건네준 물약을 자신이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커다란 성장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직 성장이 낮아 본연의 힘을 대부분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바두의 말이 맞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던전을 진행하는 내내 자신이 바두에게 진실의 이슬을 먹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바두가 레벨 50을 달성하기까지 딱 1개의 레벨이 남은 시점이었기에 호야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바두의 상태에 '몇 걸음만 더 나아가면'이라는 문장이 50에 가까워질수록 하나씩 줄어들고 있었다.

지하 땅굴의 흡혈귀가 경험치를 많이 준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에 바두를 소환해 힘을 빌림과 동시에 경험치를 나누어 주고 있었는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끼잉......."

"그래도 소용없어."

호야가 단호하게 말하자 바두가 불쌍해 보이는 표정을 지우고는 콧바람을 찼다.

역시, 호야가 예상한 대로 바두는 연기를 하고 있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바두가 점점 영리해진다고 해야 하나, 영악해져 가는 것만 같았다.

"혹시 뭐 더 궁금한 거 있으세요?"

"아뇨, 없어요."

"그럼 길드원들한테 말하고 출발할게요."

호야는 자리에서 일어나 로열 나이츠를 따라서 다시 던전으로 들어갔다.

[던전 '지하 땅굴-제4구역'에 입장합니다.]

제4구역은 제3구역까지처럼 흩어지지 않고 16명을 전위와 후위로 나누어 동시에 움직였다.

오늘은 이 도전이 마지막 도전, 내일부터는 하루에 한 구역의 클리어를 목표로 잡아 놨다.

그 끝이 몇 구역일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정지."

베인의 말에 모두가 걸음을 멈추고 각자의 무기를 강하게 쥐었다.

통로의 멀리에 붉은 안광을 빛내고 있는 흡혈귀들의 인영이 엿보였다.

루나가 미리 말해 준 대로 자신들을 발견하자마자 달려들었던 흡혈귀들이 달려들지 않고 가만히 자신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리고 호야의 눈이 등이 굽지 않은 흡혈귀와 마주쳤다.

[흡혈귀의 저주가 당신을 얽매기 시작합니다.]

[상태 이상 '공포'에 걸렸습니다.]

[칭호 '땅끝 마을의 주민'의 효과로 인해 저항하였습니다.]

[흡혈귀의 저주가 당신을 얽매기 시작합니다.]

[상태 이상 '혼란'에 걸렸습니다.]

[칭호 '땅끝 마을의 주민'의 효과로 인해 저항하였습니다.]

호야는 생성된 메시지를 보고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눈을 마주친 찰나의 순간에 걸린 상태 이상만 무려 세 개. 로열 나이츠가 진실의 이슬에 돈을 쏟아부은 이유가 있었다.

"주, 주긴다!"

호야와 눈이 마주쳤던 흡혈귀가 어눌한 발음으로 말하자 그의 등 뒤에서 생겨난 박쥐 때들이 플레이어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날아왔고 그 뒤를 다른 흡혈귀들이 따라왔다.

"번 플레어!"

루나가 그리 말하자 날아오던 박쥐들의 중앙에 멀리서도 열기가 느껴지는 붉은색에 가까운 노란색 빛의 구술이 나타나더니 바로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콰앙-!

폭발로 인해 날아오던 박쥐들이 모두 사라졌고 그 뒤를 따라오던 흡혈귀들은 먼지구름에 시야가 막혀 그 자리에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손을 휘저어 먼지구름을 걷어 내기를 시도했지만 먼지구름을 모두 걷어 내기 전에 플레이어들이 날린 마법과 화살 등의 원거리 공격이 흡혈귀들에게 닿았다.

"키야아악-!"

"끼에에에엑!"

흡혈귀들이 당황한 사이에 이번에는 전위를 맡았던 플레이어들이 먼지구름을 뚫고 다가와 흡혈귀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화염 주먹!"

"강남! 아직 초반이니까 스킬을 아껴!"

"예썰!"

스걱-, 쾅-! 카각.

로열 나이츠가 앞으로 나왔던 흡혈귀를 상대하는 사이에 호야는 그들을 지나쳐 상태 이상의 원인이 되는 흡혈귀를 향했다.

한 번에 몇 마리의 흡혈귀를 마주치던 상태 이상을 걸어오는 흡혈귀가 우선 처리 대상이었다.

그를 호위하기 위해 남아 있던 흡혈귀가 호야에게 손톱을 휘둘러 왔다. 하지만 호야는 흡혈귀들의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며 뒤에 있던 흡혈귀를 목표로 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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