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08화 (108/171)

# 108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5권 10화

10. 토벌이 끝난 후

홀리 실드를 뚫어 버린 대미지가 호야의 HP 게이지를 크게 깎아 내렸지만 호야는 위그드라실의 회복 물약과 힐을 사용해 HP를 회복했다.

스킬은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경우가 시전자가 범위 내에 있으면 시전자에게도 피해를 주게 된다.

이니티움은 이게 좋은 점이자 나쁜 점이었다.

큰 폭발로 인한 먼지가 걷힌 자리에 드하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퀘스트를 확인해 보니 0/2였던 수치가 2/2로 변해 있었다.

자신이 드하이를 상대하던 사이에 피아까지 정리가 된 모양이었다.

"호야 씨! 지금 제정신이에요?! 이런 장소에서 그런 큰 폭발을 일으키면 어떡해요! 드하이가 일으킨 폭발도 아슬아슬했는데!"

"네? 아, 안 되는 건가요?"

"그거야 당연히......! 일단 달려요!"

호야가 퀘스트를 확인하고 있자 백설이 그에게 다가와 손목을 낚아채고 출구를 향해 내달렸다.

쿠구구구-.

그때 무언가 큰 소리가 들리더니 뒤쪽에서부터 천장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호야는 그것이 자신의 탓이라는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사방이 거의 막혀 있는 공간에서 그런 큰 폭발을 일으켰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호야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었다.

기사들과 다른 플레이어들도 출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출구는 한두 명이 겨우 드나들 정도로 작은 크기였다.

이 수십의 사람들이 제시간에 도착한다고 해도 모두가 빠져나갈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거기 비켜!"

호야가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그의 후방 쪽에서 누군가가 투포환처럼 그의 머리 위를 지나쳐 날아갔다.

그 정체는 로열 나이츠 소속인 강남불주먹이었다.

도반이 자신의 망치를 야구 방망이처럼 휘둘러 그의 발바닥을 강타해 앞으로 날려 보낸 것이었다.

도반이 억지로 날린 것이 아닌 그의 부탁에 의해서였다.

출구까지 날려 달라는 부탁에 스킬까지 사용해서 그에게 대미지가 조금 크게 들어가 있었지만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대! 화염 주먹!"

강남불주먹이 그렇게 말하자 그의 오른 손과 팔에 그의 몸만큼이나 거대한 불꽃이 둘러졌다.

콰아앙-!

그의 불꽃 주먹은 출구가 달려 있는 벽을 강타했고 그 여파로 인해 벽이 무너지면서 조그맣던 출구가 한 번에 열에 가까운 인원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커졌다.

그 덕분에 돌에 깔리는 이 하나 없이 그곳을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어떠냐! 나의 필살기의 위력이! 막판 캐리 인정? 마스터, 영상은 잘 찍혔어요?!"

"그래, 그래. 잘 찍혔어. 마지막 그 말만 아니었다면 말이지."

호야는 순간적으로 '응, 인정.'이라고 답할 뻔한 자신의 입을 부여잡았다.

* * *

드하이와 피아를 마지막으로 모든 간부들이 토벌되고서 며칠이 지났다.

그 뒤로 아지트에 숨어 있던 신도들까지 모두 잡아낸 루제로스의 왕실은 중앙 신전, 마탑과 함께 마교가 모두 토벌되었음을 서면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알렸다.

아지트에 모여 있던 신도들을 제외하고 흩어져 있던 신도들은 모두 잡아내지 못하였기에 엄밀히 따지자면 모두 토벌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우두머리를 모두 잃어버리고 자신들의 연결점과 구심점도 모두 잃어버린 그들은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다.

파피스가 알려 준 마교의 규모로 보았을 때 잡히지 않은 것은 전체의 5%가 채 되지 않으니 재부흥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남아 있는 5%도 서로의 연결점이 없어서 서로가 남아 있는지조차 모를 것이다.

실질적으로 마교는 괴멸된 상태였다.

그리고 그러한 사실이 발표된 날, 헤이든에게서 받았던 퀘스트가 완료되었다.

[퀘스트 '구출과 괴멸'을 완료하였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헤이든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칭호 '마왕에게 인정받은 자'를 획득합니다.]

[마계의 출입을 위한 선행 퀘스트가 모두 클리어 처리되었습니다.]

[선행 퀘스트의 보상은 지급되지 않습니다.]

[결계를 지나쳐 마계로의 입장이 가능합니다.]

[마왕에게 인정받은 자]

마왕 헤이든의 인정을 받은 자.

마왕에게 인정을 받은 것은 마족 전체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칭호 효과: 마족들과의 기본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마계에서 마기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호야 오빠, 뭐 해요?"

"응? 그야 메이 생각을 했지~."

호야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한 손으로 인형을 안고 있는 메이글린이 밝게 웃었다.

인형을 안고 있지 않은 메이글린의 왼손에는 한 인물의 손이 잡혀 있었다.

"호야 오빠, 꼭 놀러 와야 돼요! 약속했어요!"

"그래, 알았어. 꼭 놀러 갈게."

메이글린이 내민 새끼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어 준 호야는 메이글린과 시선을 맞추느라 살짝 구부렸던 무릎을 펴며 메이글린과 손을 잡고 있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파피스도 꼭 만나러 갈게요."

"네."

마교의 간부였던 파피스는 대외적으로는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어 있지만 그녀는 죽지 않았다.

그녀는 헤이든에게 한 가지 선택지를 제안받았었다.

자신이 죽은 것으로 하여 대륙에서의 자유를 빼앗기는 대신에 마계에서의 생활을 보장해 주겠다.

그 대가로서 마족의 아이들에게 인간들의 세상을 알려 주는 선생님이 되어라.

그것이 헤이든의 제안이었고 모안도 그것을 허락했다.

원래라면 그는 파피스에게 그러한 제안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마교는 마족의 미래를 위해서 모두 정리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게 헤이든의 생각이었고 그 생각이 파피스의 한해서 틀어지게 된 것은 그녀가 호야에게 털어놓았던 이야기가 원인이었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피해를 입은 피해자, 자신은 넘어서고 맞섰지만 그녀는 넘어서지 못했다.

그리고 메이글린을 지켜 주었다는 것과 메이글린이 그녀에게 보이는 애정 또한 헤이든의 결정에 영향을 주었다.

흔들다리 효과인 것인지 메이글린이 파피스와 만난 시간은 짧았지만 그녀를 크게 신뢰하고 있었다.

"호야 오빠, 나중에 봐요!"

호야는 팔을 크게 흔드는 메이글린에게 작게 손을 흔들며 답해 주었다.

퀘스트 덕분에 마계로 가는 것이 가능했지만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루나와의 약속은 물론이고 아직 제프리노에게서 퀘스트 '마지막 토벌'의 보상을 받지 못했기에 받으러 갈 필요가 있었다.

마교가 사실상 괴멸한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알려졌지만 그래도 문서가 아니라 대표들이 직접 그들의 앞에서 정식으로 선포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을 대대적으로 알리기 위해 토벌에 힘을 보태 준 플레이어들에게의 보상을 공개적으로 내리고 싶다는 것이 제프리노의 뜻이었다.

이는 왕국과 마탑, 중앙 신전에 마교로 인한 피해가 없음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자 하는 의미도 있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당일이었다.

* * *

"안녕하세요, 바니 TV 시청자 여러분! 당신들의 영원한 멋쟁이 누님 바니!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마교의 괴멸을 정식으로 선포하고 그것에 큰 도움을 준 10명의 플레이어들이 공개적으로 보상을 받게 될 콜로세움에는 벌써부터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고 그 안에는 플레이어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제프리노가 플레이어의 업적을 치하하고 공개적으로 보상을 내리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 그렇기에 그 장면을 찍기 위해 찾아온 플레이어가 꽤 많이 포함되어 있었다.

개인 방송부터 시작해 케이블, 지상파 방송사까지 그 종류는 많았다.

-기다렸어요, 누님!!

-오늘은 남편분은 없나요?

"오빠는 상 받으려고 안쪽에서 대기하고 있을걸요. 조금 있으면 행사 시작할 것 같으니까 곧 볼 수 있을......."

"와아아아아-!"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제프리노와 에반이 단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가 튀어나왔다.

함성 소리가 줄어들자 제프리노가 미리 머릿속에 암기해 온 연설문을 관중석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시선을 보내며 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NPC들이라면 몰라도 플레이어들의 관심은 제프리노의 연설이 아닌 그다음에 이어질 행사였다.

길고 긴 연설이 끝나고 통로에서 호야를 필두로 한 플레이어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다시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오빠! 오빠, 여기!"

-바니 님 손 흔드는 거 봐ㅠㅠ 너무 귀여워ㅠㅠ

-평소에는 걸크면서 가끔 나오는 이런 모습이 바로 입덕 포인트라는 겁니다.

-그 입덕 포인트가 남편 한정으로 나와서 너무 갈증 남ㅠㅠ

-솔직히 남편 한정은 아니지 않냐?

관중석 제일 앞에 앉아 있던 바니가 난간에 기대어 손을 크게 흔들자 그것을 발견한 유아가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다음에 이어진 장면에 바니는 기쁨을 주체할 줄 몰라서 난간에 얼굴을 파묻고 발을 굴렀다.

"꺄악! 어떡해! 어떡해! 호야 님이 나한테 손 흔들어 줬어!"

호야는 그저 사전에 들은 대로 전체를 향해 의무적으로 손을 흔들고 있던 것이지만 바니에게 그런 사실은 중요치 않았다.

-저기 있네. 입덕 포인트를 나오게 하는 사람.

-남자 친구의 친구가 자기 최애....... 리얼로 성덕 아니냐?

-누님, 일단 진정하시고 방송 진행하셔야죠?

어찌할 줄 몰라 하는 바니의 상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사는 아무런 문제 없이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었다.

"강남불주먹, 전투에 큰 힘을 실어 준 것과 위기의 순간에 앞장서 모두를 구해 준 용기는 실로 대단했고 자네 덕분에 큰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큰 업적을 세워 준 자네에게 왕성 창고에서 두 개의 아이템을 가져갈 수 있는 권한을 주도록 하겠다."

"감사합니다, 폐하!"

그 위기의 순간을 만든 장본인인 호야의 가슴 한편이 뜨끔거렸다.

제프리노는 순서대로 플레이어들의 업적을 치하하는 말을 해 주며 보상을 내렸다.

모두가 적게는 한 개의 아이템을 많게는 두 개의 아이템을 받을 수 있었다.

보상은 입장의 역순으로 주어졌기에 제일 앞장섰던 호야는 마지막 차례였다.

"호야."

"네."

제프리노가 호야를 바라보는 눈은 다른 플레이어를 바라볼 때와는 달랐다.

다른 플레이어들을 바라볼 때에도 그의 눈에는 호감이 깃들어 있었지만 호야를 바라볼 때에는 그 호감이 깃들다 못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제프리노는 속으로 지금을 매우 기뻐하고 있었다.

드디어 호야에게 지금까지 세운 업적에 걸맞은 보상을 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업적이 쌓이고 쌓여서 이것으로도 부족할 만큼 커져 있었지만 말이다.

"모두를 치료해 준 신성과 마교의 간부를 홀로 상대한 무력, 그것으로도 모자라 모두에게 신성을 깃들게 해 힘을 더해 준 자네의 공헌은 크게 치하받아 마땅한 업적이다. 그런 자네에게 나 제프리노 루제로스는 남작의 작위와 영지를 내리는 바이다!"

에반의 마법을 타고 콜로세움 전체에 울려 퍼진 제프리노의 말에 관중석의 사람들이 술렁이며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지금 단상에 올라 있는 플레이어들은 퀘스트를 받았을 때부터 예상했던 바이지만 다른 플레이어들은 갑작스러운 큰 폭탄을 선물 받은 격이었다.

이니티움이 오픈한 이래 최초로 귀족의 작위와 영지를 가진 플레이어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모두가 그것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을 때, 제프리노의 선언의 뒤에 한참 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호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저는 그 자리를 받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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