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07화 (107/171)

# 107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5권 9화

9. 마지막 토벌(3)

호야가 쏘아 낸 기둥의 빛에 휩싸인 이들은 크게 피해를 치료할 수 있었다.

랭킹에 입성해 있는 사제들의 광역 힐에 뒤지지 않을 치료량이었다.

"맙소사......."

"와, 비어 있던 체력이 전부 찼어요."

모두가 호야의 스킬에 놀라움을 보이고 있었지만 놀라고 있는 것은 호야도 마찬가지였다.

치료를 목적으로 홀리 레이를 사용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실험을 겸해서 사용해 본 것이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과연 대단하군. 기대 이상이다.'

멜뷰어도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멜뷰어의 호감도가 상승하였습니다.]

"모두 정신 차리고 주위를 경계해라! 적은 이미 우리가 온 것을 알고 있다!"

멜뷰어의 커다란 목소리에 모두가 호야를 향했던 시선을 되돌리고서 무기를 들고 주변을 경계하며 아지트로 진입했다.

정보대로 아지트의 입구는 한 번에 한두 명의 사람들만이 드나들 수 있는 정도의 크기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안은 매우 거대했다.

암석을 인위적으로 깎아 만든 듯하여 마치 신전 같은 모양새를 보이고 있었다.

이곳이 마교의 아지트라는 정보가 없었다면 오래된 신전의 흔적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취미 한번 고약하군."

"응? 방금 뭐라고 했어?"

"어? 아니! 아무 말도 안했어!"

자수로 박혀 있는 눈을 조심스럽게 굴리며 내부를 살펴보던 헤이든이 말을 흘렸다.

그는 마교의 몰락을 직접 봐야 되겠다며 호야에게 인형을 맡겨서 시야를 공유하고 있었다.

주변에 사람이 있을 때에는 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있었는데 헤이든이 갑자기 입을 연 것에 깜짝 놀란 호야가 손으로 허리에 달려 있는 인형의 입을 막았다.

"......헤이든 님, 입은 열지 않겠다고 약속했었잖아요."

"미안하다. 나도 모르게 그만......."

호야의 작은 속삭임에 헤이든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눈앞에 놓여 있는 커다란 조각상을 보니 저절로 감상이 흘러나왔다.

제단의 뒤에 서 있는 자신의 아버지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조각상, 그것을 보니 저절로 눈이 찌푸려졌다.

자신의 아버지는 결코 저렇게 숭배받아 마땅한 위인이 아니었다.

"여기까지 찾아오다니. 이곳에 대해서는 누구에게 들은 거예요?"

그때, 제단 뒤쪽의 어둠이 깔려 있는 통로에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멜뷰어는 손으로 미리 정해 놓은 신호를 그려 보이며 기사들과 플레이어들에게 전투의 준비를 명했다.

적의 수는 두 명뿐이기는 하나 그들은 마교의 간부, 한순간의 실수가 커다란 피해로 직결할 수 있었다.

방금 전의 쥐 폭발은 운이 좋은 경우였다.

저벅, 저벅.

통로에서 두 종류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통로의 입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검은색 로브를 입고 있는 두 명의 남녀, 드하이와 피아였다.

어차피 도망친다 해도 다시 자신들을 쫓을 것이었고 정보가 모두 새어 나갔다고 판단된 지금은 몸을 숨길 곳도 없었다.

만약 숨는 것에 성공했다 해도 자신들을 일부러 놓아준 괴물이 자신들을 그냥 둘 리가 없었다.

그들에게 선택지는 싸우는 것밖에 없었다.

"뭐 대답은 하지 않아도 돼요. 대답은 당신들 시체에서 들을 거니까."

피아가 지팡이를 앞으로 뻗자 그녀를 중심으로 해서 검은색 증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고 점점 퍼져 나가는 증기의 속에서 언데드들이 솟아났다.

"소환할 시간을 주지 마라!"

멜뷰어의 말에 기사들이 튀어 나갔지만 그들은 피아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소환된 언데드들은 아직 서른이 채 되지 않았었다.

그 정도의 언데드에게 발이 묶일 정도로 왕실 기사단은 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피아가 소환한 언데드들은 평범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언데드들이었다.

카각-!

"무슨......!"

뼈에 큰 금이 가기는 했으나 겨우 스켈레톤 따위가 기사들의 검을 한 번씩은 확실히 막아 내고 있었다.

다른 언데드들과 플레이어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생각보다 강한데?"

"버프 돌릴게요!"

기사들과 플레이어들이 생각보다 강한 언데드들에게 붙잡혀 있는 사이에 피아는 한 장소에 백이 넘는 언데드들을 소환해 냈다.

아직 기사들과 플레이이들이 언데드에 밀리고 있지는 않았으나 이대로 가면 지금도 계속 소환되고 있는 언데드들에게 묻힐 것이라는 것은 뻔한 사실이었다.

상황을 확실히 반전시킬 무언가가 필요했다.

스킬을 사용하고자 해도 이렇게 얽히고설켜 있는 상태에서는 광범위적인 스킬의 사용은 불가능했다.

"뭐야, 괜히 쫄았네요. 드하이까지 나올 필요는 없었던 것 같은데요?"

"아니, 아직 단정 짓지 마라."

피아가 생각보다 여유로운 상황에 안심하고 있자 드하이가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확실히 여유롭기는 하나 한 가지 걸리는 것이 있었다.

괴물과 함께 있던 녹색 머리의 모험가, 그는 검을 휘두르는 것 말고는 다른 공격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었다.

그때 괴물과 함께 있던 다른 남자도 아무것도 아니라 생각하고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눈으로도 쫓아가지 못할 괴물이었다.

그런 괴물과 함께 있던 자이니 무언가 큰 힘을 숨기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성역."

드하이가 그렇게 생각하던 때에 호야가 마교의 아지트에 들어와 처음으로 스킬을 사용했다.

그의 발아래에 빛나는 둥근 발판이 생겨나더니 순식간에 그 넓이를 키웠고 그것이 멈춘 것은 지금 있는 공간의 80%를 차지했을 때였다.

빛나는 발판의 성장이 멈추자 그 자리에 있던 플레이어들에게 동일한 시스템 메시지가 발생했다.

[성역에 발을 디뎠습니다.]

[신성과 함께하는 당신에게 일시적으로 신성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성역에 머무는 동안 스탯 '신성력'이 55 상승하며 이는 스탯 '신성력'을 보유하지 않아도 적용됩니다.]

55라는 스탯의 수치는 지금 이곳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있어서는 결코 높지도 낮지도 않은 수치였다.

하지만 언데드를 상대할 때에 신성력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이 자리에 있는 플레이어의 대부분은 신성력 스탯을 보유하지 않고 있었다.

NPC들도 자신의 몸에 신성한 기운이 깃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으어어어어......!"

"캬가가가가각......!"

성역에 발을 딛고 있는 모든 언데드들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지속적인 대미지의 효과를 받고 있는 것이었다.

대미지 자체는 작았지만 지속적이라는 것이 중요했다.

[파티 채팅 호야: 10분밖에 지속 안 됩니다.]

호야는 자리에 있던 모든 플레이어에게 지속 시간에 대하여 알렸다.

적이 들어서 좋을 내용이 아니었기에 미리 맺어 두었던 파티를 통해서 사실을 알렸다.

호야의 파티 채팅을 본 플레이어들이 그 순간 빠르게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사들은 호야가 멜뷰어에게만 사실을 알려서 그가 지시를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불리해질 것이라 생각했던 전황이 완전히 역전되기 시작했다.

"이래서 내가 단정 짓지 말라고 했던 거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피아에게 한마디를 남긴 드하이는 입고 있던 커다란 로브를 벗어 던지고서 땅을 박차서 호야를 향해 달려들었다.

콰앙-!

그가 하늘로 도약해 호야를 향해 내지른 주먹이 폭발했다.

공간 전체가 흔들릴 정도의 강력한 폭발이었지만 폭발의 여파가 걷힌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호야는 많은 피해를 입은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폭발을 일으킨 드하이의 주먹 또한 아무런 상처가 없었다.

"역시 네 녀석도 괴물이라는 건가."

아니, 아직은 괴물의 새끼. 여기서 한번 꺾어 놓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더욱 성장해서 자신들을 쫓아오겠지.

그렇게 생각한 드하이는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호야 하나만을 목표로 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의 주먹이 내질러질 때마다 폭발이 일어났고 그가 땅을 손으로 훑으면 호야의 발아래에 쥐에게 새겨져 있던 문장이 나타나 폭발을 일으켰다.

도저히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기사들과 플레이어들은 그들의 곁에서 자연스레 멀어져 언데드들을 정리했다.

둘의 주변에 있던 언데드들은 모두 폭발에 휘말려 사라졌기에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없었다.

"공주님, 호야 님 도와주러 가야 하지 않을까?"

조금 여유가 생기자 아르코가 백설에게 다가가 물었다.

지금 그가 이렇게 말하고 있는 사이에도 계속해서 폭음이 들려오고 있었다.

아무리 호야라고 해도 저런 공격을 홀로 받아 내는 것은 벅찰 것이라는 게 아르코의 생각이었다.

"아니, 안 가도 괜찮아."

"진짜 괜찮을까?"

"......아르코, 너 또 시야 방해된다고 파티원 HP 표시 꺼 놓고 있지? 그거 켜서 확인해."

백설의 말에 아르코가 파티원의 HP가 표시되도록 설정을 바꾸자 그의 시야 한구석에 반투명한 HP 게이지들이 줄지어 떠올랐다.

원활한 보조를 위해 서로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플레이어들은 사전에 모두 같은 파티에 들어와 있었다.

그 덕에 표시되는 목록도 길어져 있었기에 아르코는 표시를 꺼 놓고 있었고 다시 보이도록 설정한 지금에서야 호야의 HP 게이지를 볼 수 있었다.

그의 HP는 아직 5분의 4 이상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호야가 힐을 자신에게 사용하자 그의 HP 게이지가 가득 차올랐다.

"......그러네. 안 가도 되겠네."

"그래, 저쪽은 지금 신경 쓰지 마. 우리 목표는 저쪽이니까 말이야."

백설이 바라보는 곳에는 피아가 있었다.

* * *

확실히 드하이의 주먹은 빠르면서도 강력했다.

한 방 한 방이 모두 치명타를 발생시킬 수 있는 위력이었고 거기에 폭발까지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호야에게는 큰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맞지 않으면 그만이었으니까.

주먹의 속도는 버프를 민첩에 사용하면 피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중간중간에 속임수를 섞어 오고 있기는 하지만 컨서누의 주먹질로 단련된 호야의 눈을 속이지는 못했다.

호야가 지금 입고 있는 대미지는 폭발의 여파로 인한 약간 큰 간접적인 대미지가 다였다.

하지만 호야가 드하이의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것처럼 드하이도 호야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기에 호야도 드하이에게 정확한 타격을 주지는 못하고 있었다.

약점 간파를 사용했기에 호야의 눈에는 붉고 푸른 점들이 보이고 있었지만 공격을 그곳에 맞히지는 못하고 있었다.

결국 호야는 약점 간파를 해제했다.

맞히지도 못하고 있는데 효과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MP의 낭비였다.

눈앞에 있는 자를 잡으려면 광범위적인 공격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변을 살펴보니 스킬의 범위 내에는 비틀거리는 언데드들밖에 보이지 않았다.

NPC들과 플레이어들은 주변에 없었다.

"한눈을 팔다니 배짱 한번 좋구나!"

쾅-!

드하이가 날리는 주먹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낸 호야는 홀리 실드를 사용해 방패를 둘렀다.

이는 드하이를 공격하기 위한 준비였다.

지금 그가 피할 수 없는 광범위 스킬을 사용한다면 자신에게도 피해가 올 것이다.

자신의 스킬로 자신이 죽는다면 평생의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칭호로 인해 바로 죽지는 않겠지만.

"익스플로전."

[탁한 마법의 팔찌가 '익스플로전'에 반응하였습니다.]

['익스플로전'이 4번 추가로 시전됩니다.]

콰과과광-!

지금까지 드하이가 일으킨 폭발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폭발이 공간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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