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5권 8화
8. 마지막 토벌(2)
"부디 힘을 보태 주었으면 하네."
제프리노의 설명이 끝나자 퀘스트가 발생되었다.
[퀘스트 '마지막 토벌'이 발생되었습니다]
[마지막 토벌]
마탑과 중앙 신전의 필사의 노력으로 인해서 마교는 큰 피해를 입은 상황입니다.
루제로스의 왕실은 그들의 뒤를 이어서 남은 신도들과 간부의 정리를 맡았습니다.
이미 일반 신도들이 있는 아지트로 많은 병사와 기사들을 차출한 상태, 간부들을 토벌하기 위한 병력은 따로 빼놓았지만 제프리노는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서 간부들을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당신의 힘을 빌리고자 합니다.
왕실과 힘을 합쳐서 사람들을 위해 마교의 간부를 토벌하세요.
기여도에 따라서 루제로스 왕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완료 조건: 마교의 간부 드하이와 피아의 토벌 (0/2)
성공 보상: 전투의 기여도에 따른 보상, 경험치, 칭호 '왕국의 방패'
실패 패널티: 칭호 '깨져 버린 방패', 마교 신도들의 전투력 상승, 제프리노의 호감도 하락
퀘스트를 받은 플레이어들이 작게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제프리노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에 따라서 연계해 받을 퀘스트의 내용은 짐작을 했었기에 그것에 관한 혼란은 아니었다.
플레이어들을 웅성거리게 만든 것은 퀘스트 내용의 하단에 박혀 있는 한 문장 때문이었다.
[기여도에 따라서 루제로스 왕국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왕국의 일원, 플레이어들은 모두 그것을 같은 의미로 받아들였다.
이니티움 오픈 이래 최초로 귀족의 직위를 받는 플레이어가 될 수 있는 기회, 그들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이 중에 몇 없을 것이다.
이번 일 하나만으로 귀족의 작위를 내린다는 것은 너무 허무맹랑한 이야기였다.
아마 지금까지 꾸준히 왕실의 기여도를 올리고 호감도를 쌓아 온 이들만이 이 가능성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래도 플레이어가 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거의 확신하게 된 것은 가능성이 없는 이들의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었다.
알현실에 있던 플레이어들은 너 나 할 것 없어 모두 퀘스트를 받아들였다.
애초에 퀘스트를 이어 갈 생각이 없었다면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부디 많은 힘을 보태 주기를 부탁하겠네."
"......?"
플레이어 모두에게 하는 격려의 말 같은 것이었지만 호야는 어째서인지 제프리노가 자신을 바라보고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착각이겠지......?'
드하이와 피아의 위치는 에반의 도움으로 이미 파악해 놓은 상태다.
라는 것이 플레이어들이 알고 있는 이야기이지만 실제로는 모안이 그들의 위치를 특정해 주고 있었다.
아무리 마탑장인 그라고 해도 이 넓은 대륙에서 그것도 마주한 적이 없는 이의 기척을 탐지 마법으로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진실이 어쨌든 간에 그들의 위치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각자 충분한 준비를 끝낸 다음에 2일 뒤 다시 모여 마지막 토벌을 위해 출발하는 것으로 계획이 결정되었다.
"호야 님! 잠시만요!"
모든 이야기가 끝나고 왕성을 빠져나가는 길에 루나가 호야에게 다가왔다.
"전에 한 약속 잊지 않으셨죠?"
"약속이요? ......아. 네, 기억하고 있어요."
"그거 다행이네요! 이 퀘스트가 끝나면 그 약속을 지켜 주시죠!"
"네? 네."
"꼭이에요!"
호야의 확답을 받아 낸 루나는 손을 크게 흔들며 로열 나이츠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 * *
"안녕하세요, 바니 TV 시청자 여러분! 당신들의 영원한 멋쟁이 누님 바니! 의 남자 친구이자 미래의 남편인 유아입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마교 간부의 토벌을 진행하기로 한 당일, 약속된 집합 장소에 도착한 유아가 허공에서 이리저리 손을 놀리더니 허공을 바라보고서는 힘차게 말을 내뱉었다.
"이럴 수가! 이쪽에 우연히 길을 지나가고 있는 마을사람이 있네요! 그에게 말을 걸어 볼까요? 안녕하세요! 호야, 저기 보고 인사해."
"어? 그, 안녕하세요......?"
"네~! 인사 잘 들었습니다!"
"......진짜 뭐 하는 거야?"
"영상 찍고 있는 거야."
바니가 유아에게 퀘스트의 이야기를 듣고서 영상을 부탁했던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것은 엄청난 민폐였기에 바니는 본능을 꾹꾹 억눌러 참아 내었다.
"그래? 그런데 찍어도 되는 거야?"
"안 될 게 뭐가 있어? 주변을 잘 둘러봐 봐. 최소한 집단에서 한 명씩은 영상을 찍고 있을걸."
유아의 말에 주위의 플레이어를 둘러보자 드문드문 영상을 찍고 있는 듯이 허공으로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퀘스트의 내용이 내용인 만큼 실시간 스트리밍은 암묵적으로 금지된 상태였지만 영상은 나중에 편집이 되어 나가는 것이었기에 아무 문제도 없었다.
"모험가님들은 모여 주시길 바랍니다!"
"전체 정비 후 출발하겠습니다!"
기사들의 말에 플레이어들은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이번 퀘스트를 받은 인물은 설백호의 백설과 아르코, 아레나의 카피길과 에리먼, 로열 나이츠의 베인과 루나와 강남불주먹, 그리고 호야와 도반과 유아의 총 10명이었다.
루제로스 왕국의 입장에서는 모험가들의 힘을 그리 많이 빌릴 수는 없었기에 나탈리를 잡았을 때의 기여도의 순서대로 아홉 명을 뽑고 거기에 호야를 추가한 인원이다.
10명에 플레이어들에 더하여 멜뷰어와 왕실의 제1기사단이 이번 간부 토벌을 위한 멤버였다.
상대는 거대 몬스터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니 과도한 인원수는 없느니만 못하지만 피아가 언데드의 군단을 부린다는 정보가 있기에 한 개의 기사단이 차출된 것이다.
"출발하겠다!"
정비를 끝마친 그들은 조용히 드하이와 피아가 있는 곳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 *
"저기 있잖아, 이제 어떻게 해요?"
"......."
"저기요~? 우리 이제 어떻게 하냐고요~?"
"생각 중이니 조용히 있어라. 정신 사납다."
드하이의 일갈에 피아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마교의 일반 신도들은 모르는 간부들만이 알고 있는 마교의 아지트 중 하나로 대륙 서남쪽의 암석 지대에 위치해 있다.
그들은 모안에게서 도망쳐 그곳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드하이에게는 기시감으로 다가왔다.
'어째서 우리가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이지.......'
공포와 두려움에 무작정 도망을 쳤던 날과 그다음 날에는 몸의 떨림으로 인해서 전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던 의문이 머리가 식자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마인을 앞마당에 나있는 잡초를 자르듯이 쉽게 죽이는 괴물이었다.
자신들이 도망을 가지 못하도록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왜 도주에 성공한 것이지?
자신들을 일부러 놓아준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 상황이 설명이 되지 않았다.
"드하이, 드하이."
"조용히 하라고 말했다."
"아, 그래요? 지금 기사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걸 알려 주려고 부른 건데요?"
"뭐......?"
"기사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고요! 기사 수십에 모험가 10명 정도?"
피아가 부릴 수 있는 언데드의 종류는 폭이 넓다.
언데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스켈레톤은 물론이고 데스 나이트도 한 번에 10개가 넘는 개체를 움직일 수 있다.
그녀가 다른 네크로맨서와 다르게 특이한 점이 있다면 쥐 같은 소동물을 좀비로 만들어 부린다는 것이었다.
그러한 소동물들은 건물 안에 잠입하여 정보를 빼낼 때에나 주변을 몰래 감시할 때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이 장소가 들킨 건가? 어떻게......?"
"그건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지금 어떻게 할 거예요? 도망쳐요?"
"......아니, 그래 봤자 나중에 다시 발견될 것이다."
이 장소를 발견했다는 것은 상대가 중요한 정보원을 확보했다고 생각함이 옳았다.
이곳을 아는 것은 간부들뿐이니 소거법으로 생각하면 정보의 출처는 퓐프, 즉 파피스일 것이다.
왜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다른 아지트로 도망쳐도 금방 다시 쫓아올 것이었고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가도 이미 자신들의 정보는 전부 전해진 뒤일 것이다.
그때 마인의 의견에 따라 서로에게 정체를 공개하는 것이 아니었다.
둘이 지금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결국 하나뿐이었다.
살려면 당하기 전에 먼저 칠 수밖에.
"피아, 쥐들 다 불러들여라."
"그거 하려는 거죠? 걔네는 스켈레톤 같은 소환수가 아니라서 죽으면 그대로 끝이라고요. 나중에 숫자 채우는 거 도와줘야 돼요."
"알았다."
* * *
"......여기까지 아무 문제 없이 오니까 괜히 더 불안하네."
암석 지대를 대열에 따라 걷고 있던 유아가 말을 흘렸다.
확실히 그의 말처럼 목적지의 거의 코앞까지 이동해 왔는데도 오는 길에 이곳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이 드물게 나왔던 것을 제외하면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말 하지 마. 말이 씨가 된다는 얘기도 있잖아."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어떻게 말이 씨가 돼?"
"어, 그러니까...... 무심코 뱉은 말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얘기. 우리나라의 속담이야."
"에이~ 설마 진짜로 그러겠......."
콰광-! 쾅! 쾅!
유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대열의 앞쪽에서 폭발 소리가 들려왔다.
"......진짜로 그러네."
"모두 조심하세요! 쥐가 폭발하고 있어요!"
"쥐?"
앞쪽에서 들려온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사람들의 발밑으로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는 쥐들이 여럿 보였다.
그 쥐들은 하나같이 털과 피부가 썩어 문드러져 있었고 등에는 붉은색의 문장 같은 것이 새겨져 있었다.
화악-! 쾅!
쥐의 등에 새겨져 있던 문장이 밝은 빛을 내뿜더니 큰 폭발을 일으켰다.
이러한 쥐들이 백여 마리, 모든 쥐가 터진다면 큰 피해가 발생될 것이다.
"폭발하기 전에 처리해라!"
"네!"
역시 잘 훈련되어 있는 기사와 병사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도 멜뷰어의 지시에 따라 당황하지 않고 체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플레이어들도 동요를 지우고는 쥐들이 폭발하기 전에 사냥하기 위해서 무기를 휘두르고 있었지만 쥐들이 생각보다 너무 재빠르고 모여 있던 대열이 방해가 되어 예상만큼 사냥이 되지를 않고 있었다.
결국 사냥하지 못한 쥐들이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키는 수라장이 연출되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모든 쥐들이 폭발하거나 사냥되어 사라졌지만 피해가 꽤나 컸다.
사람들은 물약을 사용해 회복을 시도하기는 했지만 물약의 효과만으로는 모든 피해를 없앨 수가 없었다.
힐을 사용한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지금 인원들 중 힐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도반과 호야, 아르코가 유일했다.
하지만 그들도 사제 같은 보조 직업이 아닌 전투 직업에 힐이 딸려 있는 형태였기에 큰 회복량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모두의 생각이었다.
도저히 셋만으로는 감당이 불가능한 상황,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호야가 주변을 둘러보더니 한 장소로 이동했다.
그가 이동한 곳은 전방을 봤을 때 일직선상에서 아직 모든 피해를 회복하지 못한 플레이어와 NPC들이 최대한 많이 들어와 있는 곳이었다.
"홀리 레이."
호야가 손을 뻗자 빛의 기둥이 그들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