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05화 (105/171)

# 105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5권 7화

7. 마지막 토벌(1)

"-그리고 츠바이......, 나탈리는 이미 죽었어요."

호야가 스킬을 사용하자 파피스는 그에게 안겨들어 서럽게 울어 대며 묻지도 않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호감도의 상태가 중간 과정이 없이 완전 신뢰 상태로 변경되면서 호야에게 모든 것을 한 번에 고백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주변의 다른 이들도 듣게 되었지만 파피스는 그 사실을 호야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은 뒤에야 알게 되었다.

호야는 다른 이들이 듣게 되어 어쩔 줄 몰라 하는 파피스를 진정시킨 뒤 그녀와 함께 모안의 도움을 받아 전원이서 마탑장의 집무실로 이동했다.

에반이 당황스러워하는 반응을 보였지만 이내 이야기를 듣고서 진정을 하고는 파피스에게 그녀의 처우에 대한 개선을 조건으로 내걸어서 알고 있는 정보를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파피스는 호야와 에반의 사이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에반을 믿고서 조건을 받아들여 간부들이 사용하는 기술부터 신도들이 사용하고 있을 아지트의 위치까지 자신이 아는 것을 모두 털어놓았다.

나탈리에 대한 것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었다.

'나탈리가 탈옥......이 아니라 죽었다고?'

지금까지 나탈리가 중앙 신전에 이송되어 있다고 알고 있던 호야에게는 갑작스러운 말이 아닐 수가 없었다.

호야가 에반에게 무슨 말이냐는 눈빛을 보내자 그가 어색하게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크흠, 협력 고마워. 그...... 퓐프보다는 파피스라고 부르는 편이 좋겠지?"

"아, 네에....... 그렇게 불러 주세요......."

아무래도 설명 없이 그냥 넘어가려는 모양이었다.

호야도 나탈리의 탈옥을 숨겼던 이유가 대충 짐작이 되었기에 굳이 파고들지는 않았다.

그 결과가 안 좋게 나온 것도 아니었으니까.

"이제 파피스의 처우를 어떻게 해야 할지가 문제인데......."

파피스는 그냥 일반 신도도 아닌 간부 중 한 명이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거의 자리만을 차지하고 있던 유령 단원이나 다름없었지만 간부는 간부였다.

아무리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고 해도 최소한의 형은 중앙 신전에서의 감금이었다.

아리아라면 몰라도 장로들은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까.

에반이 손을 쓴다고 해도 감금이 연금이 되는 정도에서 그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파피스의 존재를 숨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마교의 간부 인원수가 몇인지는 중앙 신전도 알고 있는 정보였다.

"괘, 괜찮아요."

"응?"

"처음에는 강제적이었지만......, 그 뒤로 남아 있던 거는 제 선택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요....... 각오는 되어 있어요."

에반이 처우의 개선을 약속해 주기는 했지만 파피스는 그것에 크게 희망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마교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마교가 어떠한 취급을 받고 있는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모든 것을 털어놓을 수도 있었고, 호야 씨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파피스가 웃어 보였지만 자신의 슬픔을 모두 감추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하면 어떠한가?"

그때 인형을 통해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헤이든이 입을 열었다.

* * *

"이렇게 갑작스럽게 부르시다니....... 뭔가 문제라도 생긴 겁니까?"

아리아의 갑작스러운 요청을 받아 중앙 신전으로 찾아온 멜뷰어는 속으로 의문을 품었다.

오염된 몬스터의 발생 이후 마교의 수색을 진행하며 그가 중앙 신전을 오고 간 일은 많았다.

하지만 그 모두가 사전에 일정을 조율하여 며칠 전에 약속을 잡아 놓은 정기 회의였지 이번처럼 갑작스러운 호출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리고 어째서 마인 님이 아닌 에반 님이 이곳에......?"

항상 마인이 앉아 있던 자리에 그 대신에 에반이 앉아 있었다.

"이제 마인이 나오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오늘 멜뷰어 님을 부른 이유도 그것 때문이고요."

대표자가 바뀐 것은 문서로서 전달하면 될 일이지 굳이 이렇게 대면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어차피 추후에 얼굴을 맞대게 될 테니까.

멜뷰어는 방금 에반이 한 말이 단순히 대표의 변경에 대한 것만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혹시나 마인이 나탈리의 수색 과정에서 큰 피해를 입은 것인가 하는 예상이 들었지만 에반과 아리아의 입을 통해서 나온 말은 자신의 예상과는 반대되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정보들이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다시 요약해 드리자면 이브 님의 신탁이 내려와 그가 마교의 일원이라는 것을 알았고 에반 님의 도움을 받아 조사를 진행, 그 결과 마교의 간부라는 것이 판명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그가 눈치채어 도주를 감행했고 마탑의 도움을 받아 그를 추적하여 자리에 함께 있던 두 명의 간부들과 함께 에반 님이 정리하셨습니다."

"자,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혼란스러운 것은 이해해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마인이 마교의 간부였다니, 믿기지 않는 말이었지만 사실이었다.

에반이 그의 방을 이 잡듯이 뒤져서 비밀의 방을 찾아내었고 그 안에서 가지고 온 마기 관측기가 결정적인 물증이 되어 주었다.

멜뷰어에게는 그 혼란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했다.

"......이제 괜찮습니다. 이야기를 진행해 주세요."

멜뷰어의 눈빛에서 혼란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에반은 오늘 그를 부른 진짜 이유를 말했다.

"마교의 간부는 총 여섯 명, 그중 한 명인 나탈리는 이전에 이미 사망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남은 다섯 중 마인을 포함한 셋은 저희 마탑과 중앙 신전에서 처리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해를 입어 현재 움직일 수 있는 인원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니 남아 있는 둘의 정리를 루제로스에 부탁하고 싶습니다."

"저희들과 같은 입장에 있는 왕실에 말하지 않고 움직인 것은 죄송합니다. 한시가 급한 일이라 판단했기에......."

그들의 말에 멜뷰어는 작게 미소를 흘렸다.

피해가 크다는 말은 앞서 말했던 에반이 정리했다는 말과는 앞뒤가 맞지 않았다.

자신들을 위해 거짓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부탁이 아닌 권유였다.

만약 이대로 마교에 대한 발표가 나 버린다면 가장 중요한 일에서 혼자 쏙 빠져 있는 루제로스의 왕가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세 개의 집단의 균형을 세우기 위해서 자신들에게 남은 정리를 부탁한 것이다.

아마 남은 간부들도 일부러 죽이지 않고 자신들을 위해 살려 둔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은 멜뷰어를 통해 회의의 내용을 전해 들은 제프리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배려로 인해서 자신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고 말이다.

제프리노는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그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 * *

[퀘스트 '왕실의 부름'이 발생되었습니다.]

[왕실의 부름]

루제로스의 국왕 제프리노가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왕성을 방문하세요.

완료 조건: [16시간 58분 57초] 후에 왕성을 방문해 제프리노의 이야기를 듣는다.

성공 보상: 경험치, 퀘스트 '마지막 토벌'

실패 패널티: 없음

"응? 뭐야 이건......?"

"오빠, 뭐가?"

-뭐야, 뭐야.

-좋은 거 있으면 같이 좀 봅시다.

-뭔데 그래요? 누님, 남편분한테 뭔지 물어봐요.

자신의 여자 친구인 바니를 도와서 그녀의 스트리밍에 출현하고 있던 유아는 갑작스레 생겨난 퀘스트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방문이 완료 조건인 연계 퀘스트......?'

이런 것이 갑자기 왜 자신한테 생긴 것이지?

이유야 잘 모르겠지만 연계 퀘스트는 좋은 기회였다.

그것도 퀘스트를 내려 줄 NPC가 국왕이라면 말 다 한 셈이었다.

"오빠, 오빠. 도대체 왜 그래?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하."

"치이-. 오빠, 내 눈은 못 속여. 나한테 숨겨야 하는 거야?"

"내가 우리 애기한테 숨기는 게 있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우리 애기한테는 말할 수 있어도 시청자들한테는 말 못 해~. 아니면 우리 둘만의 비밀이 아니라 우리와 시청자들과의 비밀로 하고 싶은 거야?"

"아니~, 나는 오빠와 나만의 비밀인 게 더 좋지~!"

-아, 저 닭살들. 오늘은 왜 안 하나 했네.

-님들 이래 놓고서 나중에 헤어지기만 해 봐. 제가 가만 안 둬요.

-222222

-3333

-저 둘 지금 스트리밍 중이라는 거는 기억하고 있을까?

-아닐 듯, 또 둘만의 세계로 빠져들었겠지.

-이제 한 10분은 저러고 있겠지?

바니의 물음에 유아가 애교를 가득 담아서 답하자 그녀도 애교를 가득 담아서 답했다.

그 모습을 보는 시청자들은 손이 오그라드는 듯한 감각을 느꼈지만 이런 일이 한두 번은 아닌 듯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다음 날, 유아는 도반과 호야와 함께 왕성으로 향했다.

이야기를 해 보니 둘 다 자신과 같은 퀘스트를 받았다고 한다.

"그나저나 오랜만에 본다. 하마터면 얼굴도 잊어버릴 뻔했어."

"하하하......, 일이 좀 많았어."

"존재도 모르던 딸아이가 갑자기 네 앞에 나타났으니 일이 좀 많았겠지."

"뭐?"

호야가 유아의 말에 반문을 토해 내자 유아가 실실 웃으며 귓속말로 그에게 홈페이지 주소 하나를 보내 주었다.

그 안에는 호야와 메이글린이 함께 있는 영상과 스크린샷이 첨부되어 있는 게시글이 있었다.

글을 읽어보니 호야와 같이 다니던 소녀가 그의 딸이라는 내용의 주장이 적혀 있었다.

그냥 재미 삼아 쓰인 소설이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생각보다 그럴듯했기에 그것에서 영감을 받은 이들이 장난으로 뒷이야기를 써 내어 댓글에 링크를 올리면서부터 릴레이식으로 소설이 이어지고 있었다.

대충 훑어보니 소설은 호야가 메이글린을 시집보내는 곳까지 진행되어 있었다.

"......뭐야 이거."

"너의 딸의 이야기지. 아빠~라고 부르는 소리도 들었다는데? 지금 네 허리에 있는 인형도 딸의 인형 아니야?"

"......."

여러 가지 말하고 싶은 것은 가득했지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 지금까지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호야는 이 일을 가볍게 넘겼다.

댓글들은 모두 글을 장난으로 받아들이고 있었으니 자신한테 별 피해는 없을 것이다.

왕성에 도착하여 안내를 받고 알현실로 향하자 익숙한 플레이어들의 얼굴이 보였다.

플레이어의 조합 자체도 이전에 본 적이 있는 조합이었다.

사람이 많이 줄어 있기는 했지만 나탈리를 상대했을 때와 같은 조합이었다.

"모두 도착한 모양이군."

서로에게 간단한 인사가 오간 뒤에 제프리노는 플레이어들에게 그들을 부른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마인의 정체와 현재 상황까지 필요한 정보들만을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라움에 웅성거리는 플레이어들의 사이로 놀라지 않고 있는 플레이어들이 세 명 있었다.

호야와 루나, 그리고 도반이었다.

호야는 물론이거니와 루나도 에반에게 미리 말을 전해 들었기에 큰 반응을 보이고 있지 않았고 도반도 아리아에게서 사전에 말을 전해 들었었다.

이미 한번 들은 이야기이지만 호야는 제프리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문득 그의 옆에 서 있는 스테리아에게 시선이 옮겨졌다.

그녀는 이전처럼 전신을 하얀색의 천으로 가리고 있지 않았다.

여전히 하얀색 옷을 입고 있기는 했지만 머리에 뒤집어쓰던 베일을 벗어 내었고 팔과 어깨의 천은 하얀색 망사로 이루어져 있어 그녀의 새하얗고 깨끗한 피부가 비치고 있었다.

호야의 시선을 느낀 스테리아가 그를 보고 웃으며 작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호야도 고개를 작게 끄덕이며 답을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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