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04화 (104/171)

# 104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5권 6화

6.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4)

마인은 자신이 단단히 착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과 비등한 양의 마력을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던 마법사에게서 감히 넘보지 못할 정도의 마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상대방의 기를 꺾기 위하여 억지로 쥐어짜 내는 것이 아닌 그릇이 차고 넘쳐서 흘러내리고 있는 느낌이다.

압도적인 힘, 자신은 절대 도달하지 못할 영역의 강함.

눈앞에 있는 여자는 방금 전까지 자신의 힘을 완벽하게 숨기고 있던 것이다.

'뭐냐......, 도대체 뭐냔 말이다!'

마인의 몸은 커다란 두려움에 잘게 떨리고 있었다.

상대방은 일부러 자신들을 끌어내기 위하여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수준의 힘만을 내보였다.

"아, 아인스 님?"

"......."

피아가 마인에게 말을 걸어왔지만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은 지금 갑작스레 자신의 앞에 나타난 괴물로 꽉 차 있는 상태였다.

저러한 인물이 어떻게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것인가.

지금 마탑장인 에반을 밀어내고 마탑장의 자리에 올라도 충분하고 남을 마력이었다.

'잠깐......, 마탑장......?'

눈앞에 있는 여자의 얼굴은 누군가와 아주 똑 닮았다는 것을 눈치챘다.

마인의 머리에 말도 안 되는 가설이 떠올랐다.

아니, 말이 되는 가설이기는 하지만 그 확률이 1%가 채 되지 않을 가설이었다.

확실히 과거에 그자의 죽음은 목격되지 않았었다.

마탑장의 자리를 내려놓고서 사람들 앞에서 완벽히 모습을 감추었던, 과거에 마탑을 완벽히 통솔하며 마교를 박살 내고 마족들을 대륙에서 치워 버렸던 괴물.

"모안 엔스라이......."

"어머, 그래도 꼴에 부마탑장이었다고 나를 알고 있구나."

마인이 신음처럼 작게 흘린 말에 모안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매우 아름다운 미소였지만 그녀의 눈에서는 차가운 냉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마인은 문득 이전에 에반이 자신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미래에 네가 마탑장의 자리를 이어 가게 된다면 일을 도와 드리고 모셔야 할 분이 있어. 마탑이 세워진 뒤 계속해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책임이야.

-내가 은퇴할 때가 온다면 자세히 말해 줄게. 아직은 너무 이르니까 일단은 그렇게만 알고 있어.

'설마 그것이 저자를 말하는 거였나!'

마인의 머리가 격하게 위험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이 자리에 있으면 마족이고 뭐고 자신이 먼저 죽을 것이라고, 위험하니 당장 이 장소를 벗어나라고 말해 오고 있었다.

두고 온 마족 소녀가 신경이 쓰였지만 한번 찾아낸 전적이 있으니 다음번에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마인은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린 채 자리에서 도망치려 하였지만 그것은 실행되지 않았다.

"그래, 한번 계속해 봐. 성공은 못하겠지만 말이야."

워프를 사용하려 하면 그 짧은 찰나에 모안의 간섭이 들어와 마법의 발동을 방해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다른 마법을 사용해도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는 거였다.

"크라우스, 호야. 여기는 내가 맡을 테니까 가서 메이를 보호해."

"네."

"예썰!"

큰 어려움 없이 마인을 무력화시킨 모안은 처음부터 정해 놓은 역할대로 크라우스와 호야를 메이글린에게 보내었다.

마인은 그것을 막을 필요가 있었지만 그는 꿈쩍도 못 하고 있었다.

"아인스 님! 지시를!"

"......."

"아인스 님!"

드하이와 피아가 마인에게 명령을 요청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렇기에 할 수 없이 드하이와 피아는 마인의 명령 없이 자신들을 지나쳐 가기 위해 달려오고 있는 크라우스와 호야를 막으려 하였다.

하지만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었다.

괴물은 모안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 자신들에게 달려오고 있는 이들은 괴물과 괴물의 새끼라는 것을 말이다.

철컥, 쐐액-!

크라우스는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을 빼 휘둘러서 바로 드하이의 목을 쳐내려 하였다.

하지만 그때 모안으로부터 텔레파시가 그에게 날아왔다.

-죽이지 마.

'응......?'

모안의 텔레파시에 그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일단 목표는 그들을 지나치는 것이지 죽이는 것이 아니었기에 크라우스는 검과 검의 궤도를 비틀어서 검등으로 드하이의 옆구리를 강하게 쳐 내었다.

모안에게 텔레파시를 받은 것은 호야도 마찬가지였다.

애초에 최대한 빠르게 지나칠 생각이었기에 죽이기 위하여 드잡이를 할 생각은 없었다.

호야는 신속을 사용해서 자신을 막아서는 피아와 큰 마찰 없이 그녀를 지나쳐 크라우스의 뒤를 따랐다.

드하이와 피아는 곧장 둘을 따라가려 했지만 모안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후, 쫓아갈 필요가 없었다는 듯이 크라우스와 호야가 짧은 시간 안에 모안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둘의 얼굴은 살짝 굳어 있는 채였다.

"......메이가 없어요."

"뭐?"

모안이 알려 준 장소로 가던 도중에 크라우스는 그 장소에서 아무런 기척이 없다는 것을 느꼈다.

혹시나 해서 도중에 돌아오지는 않고 모안이 알려 준 장소에 도착하여 방을 이 잡듯이 뒤져 보았지만 메이글린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호야의 말에 모안이 잠시 해제해 놓았던 탐지 마법을 다시 사용하여 아지트의 전체를 훑어보았다.

하지만 마법에 잡히는 기척은 지금 같은 장소에 있는 자신을 포함한 여섯 명이 전부였다.

"내가 앞에 있는데도 메이를 빼돌릴 틈이 있다니......, 배짱 한번 좋은데? 아니면 내가 만만해 보였니? 그것도 아니면 혹시 메이를 이용해서 협상이라도 할 생각이었어?"

"그, 그게......!"

메이가 사라졌다는 것은 마인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는 그 범인이 파피스라는 것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애초에 메이글린이 처음부터 이곳을 빠져나갈 방법이 있었다면 몸에 해를 입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갔을 테니까.

파피스가 어째서 메이글린과 도망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기회이기도 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모안이 말한 것처럼 협상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협상의 가능성을 열어 보기 위해 마인이 입을 열려고 하던 때였다.

"물론 협상 따위는 없어."

"......!"

모안은 마인을 그냥 둘 생각이 없었기에 그는 입을 열지도 못한 채 삶의 끝을 맞이해야 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과 비교하면 너무나 허무하고 초라한 최후였다.

"촌장님, 왜 죽이지 말라고 했던 거야?"

"응?"

다시 메이글린을 찾기 위하여 탐지 마법의 범위를 넓히려던 모안에게 크라우스가 질문을 던졌다.

왜 굳이 죽이지 말라고 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게다가 일부러 도망치게 놔둔 것도 이해가 좀 안 되는데."

"그래, 그건 나도 동의한다! 왜 놓아준 건가, 당신이라면 모두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크라우스의 질문에 합승하여 헤이든도 강하게 자신의 생각을 내뱉었다.

호야도 왜 그들이 도망칠 수 있게 놔준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너무 그렇게 화내지 마. 걔네는 루제로스가 처리할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모안은 셋에게 에반과 나누었던 이야기와 결론을 말해 주었고 그들은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였다.

헤이든도 한 나라의 왕이었다.

나라의 입장이라는 것을 이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셋에게 설명을 해 주면서 메이글린의 위치를 다시 찾아낸 모안은 그들을 데리고 곧바로 메이글린이 있는 곳으로 워프했다.

* * *

'이제 어떻게 하지......?'

파피스는 자신의 왼손을 붙잡고 있는 메이글린을 내려다보며 고민에 잠겼다.

이전에 만들어 두었던 일회성의 워프 아이템을 사용해 아지트에서 멀리 도망쳐 나오기는 했지만 그 뒤의 계획이 없었다.

아마 폭음의 원인에 대한 정리가 끝난다면 마인은 바로 자신을 쫓아올 것이다.

정말로 메이글린을 위한다면 마인이 오기 전에 안전이 보장된 상황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메이글린을 집으로 돌려보내 주는 것, 믿을 수 있는 이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메이, 집이 어디인지 알려 줄 수 있니?"

"몰라요......."

"메이, 언니는 메이를 도와주려고 하는 거야. 아까 전에 있던 일 같은 짓을 벌이지는 않아. 그러니까 알려 줘, 부탁할게."

"정말로 모른단 말이에요......."

메이글린은 자신을 감싸 주었던 파피스를, 자신을 도망치게 해 준 그녀를 믿고 있었다.

처음에 자신을 방관하기는 했었지만 지금 자신을 도와주고자 하는 행동이 거짓이 아닌 진심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모르는 것은 모르는 것이었다.

파피스는 자신의 손을 꼭 잡고 있는 메이글린의 손에서 느껴지는 악력을 통해서 메이글린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숨기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면 자신의 손에 이렇게까지 기대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언니......, 나 이제 괜찮은 거 맞지......?"

"어? 어, 응. 이제 괜찮아."

파피스는 웃으며 메이글린을 안심시켰지만 아직 안전을 확신할 수 없다고는 도저히 말하지 못했다.

'이제 어쩌지.......'

파피스가 앞으로의 일을 고민하던 때였다.

"안 돼요, 형!"

갑자기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파피스가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힘에 의하여 그녀의 몸이 땅에 강하게 밀착되었다.

충격에 감았던 눈을 뜨자 눕혀진 시야의 안에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호야가 보였다.

"뭘 그리 다급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 내가 뭐 죽이기라도 할 줄 알았어?"

"방금 순간적으로 형이 얼마나 살벌했는지 알아요? 마치......."

마치 디노를 상대하던 때와 비슷하다고는 말하지 못했다.

그때의 기억은 크라우스에게 있어서 좋은 기억이자 나쁜 기억이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워프로 도착하자마자 검에 손을 올리고서 달려가는 것이 정말로 죽이러 달려가는 것만 같았다.

"메이, 괜찮......."

"언니를 죽이면 안 돼요!"

호야가 메이글린의 안부를 물으려고 할 때 메이가 목소리를 키우며 파피스를 깔아뭉개고 있는 크라우스의 옷자락을 필사적으로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자잘한 상처투성이인 메이글린의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기 직전이었다.

"언니는 날 도와줬어요! 그러니까......!"

메이글린도 순간적으로 크라우스에게서 새어 나온 살기를 느낀 모양이었다.

"메이, 메이가 생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어......, 지금 내가 나쁜 놈이 된 듯한 느낌이 엄청 강하게 드는데."

"형도 얼른 그 위에서 내려와요."

"내려와요! 언니 괴롭히지 말아요!"

"......."

크라우스가 파피스의 위에서 조심스레 내려오자 호야는 힐을 사용해서 메이글린에게 생겨나 있는 자잘한 상처를 치료한 뒤에 파피스를 일으켜 앉혔다.

"파피스."

"......."

파피스는 고개를 들어 호야를 마주 보지 못했고 몸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호야를 향한 죄책감과 그에게서 자신을 향해 올 배신감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은 호야를 속였으니까.

그가 이전에 지나가는 이야기로 마교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던 자신에게 배신감을 느끼고 있을 테니까.

호야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확실히 호야는 처음 그녀에게 큰 배신감을 느꼈었다.

믿고 있던 이에게 속고 있었다는 경험은 과거에도 있었기에 두 번째인 지금은 과거의 경험보다 배신감이 더 크게 다가왔었다.

그만큼 파피스와의 관계를 되돌리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파피스와의 추억은 과거처럼 거짓으로 덧칠해진 가짜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한번 진짜 배신을 경험했던 호야의 머리는 지금도 그녀를 완전히 믿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의 이기심일지도 모르지만 호야는 파피스를 완전히 믿고 싶었기에 그것을 사용했다.

미래에 지금보다 더 중요한 사용처가 있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 사용하는 것에 후회는 없었다.

[스킬 '다가가려는 의지'를 사용하였습니다.]

[파피스의 호감도가 '완전 신뢰'의 상태로 변경됩니다.]

[파피스의 호감도가 일정 수치에 달하여 스탯 '친화력'이 1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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