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03화 (103/171)

# 103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5권 5화

5.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3)

메이글린을 구출하기 위하여 우선 마을을 벗어나 대륙으로 나온 모안은 허공에 생겨난 구멍에서 꺼낸 지팡이로 바닥을 가볍게 찍었다.

그러자 지팡이를 중심으로 커다란 마법진이 그려져서 빛을 내뿜기 시작했고 마법진에서 커다란 빛의 고리가 생겨나 파동처럼 순식간에 크기를 키워 지평선 너머로 모습을 감추었다.

"......찾았어, 가자."

모안은 탐지 마법을 사용하여 마을을 나온 지 1분이 채 되지 않아서 메이글린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었다.

메이글린이 있는 곳에서 메이글린을 제외한 기척은 총 다섯 개.

'아직 전부가 모이지는 않은 건가?'

간부의 숫자가 하나 비어 있었다.

뭐, 이것은 나중에 찾아도 될 일이었다.

우선적인 목적은 메이글린의 구출이었으니까.

모안은 곧바로 에반에게 연락해 상황을 설명했다.

"에반, 인원수를 보니까 간부들이 한 명 빼고 다 모여 있는 것 같아. 일단 한 번에 다 처리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하고 있어."

-모안 님, 잠시만요!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있어요!

에반은 모안에게 간부들을 몇 명만 남겨 주기를 부탁했다.

-위험하다는 것은 알아요. 하지만 못할 것도 없죠.

마탑과 중앙 신전과 루제로스, 이 세 개의 집단의 균형을 맞추려면 루제로스의 업적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살짝 위험한 방법이라고 해도 말이다.

마인이 아인스, 즉 그들의 리더였다면 이전 마족들의 약육강식의 사상을 그대로 물려받았을 것이다.

간부들 중 제일 강한 것은 마인이라는 소리였다.

그들이 마인보다 약하다면 만의 하나의 순간에는 자신이 힘을 보태면 큰 피해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으음......, 그래. 그게 좋을 것 같네."

모안은 에반에게 그렇게 하겠다고 의사를 표시한 뒤 연락을 할 때 사용한 수정구를 허공에 생겨난 구멍으로 집어넣었다.

"그럼 바로 이동할게. 도착하면 바로 아까 정한 대로 움직여."

"그......, 모안."

"응?"

워프를 하기 위해 준비를 하던 모안이 호야의 말에 잠시 워프의 준비를 멈추었다.

"다음번에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번에 확실히 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면 정보를 얻어야 할 곳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러니까......, 한 명 정도는 살려 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정보를 얻을 사람이 필요하니 한 명을 살려 놓자는 말은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있는 대상이 모안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모안은 티끌만 한 흔적만 있어도 대상을 찾아낼 수 있는 탐지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것은 호야도 아는 사실이었고 모안이 방금 전에 사용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런데 굳이 이러한 말을 꺼낸다는 것은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는 뜻이었다.

모안은 호야가 왜 이러한 말을 꺼낸 것인지 알고 있었다.

호야를 통해서, 그리고 인형으로 상황을 직접 보고 있던 헤이든을 통해서 이야기를 이미 들었으니까 말이다.

파피스라는 이름의 여자가 그 원인이었다.

아마 파피스라는 여자를 살리기 위하여 그러한 말을 꺼낸 것일 거다.

모안의 생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호야는 파피스를 살리기 위하여 그러한 말을 꺼낸 것이었다.

파피스가 마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 당황스러웠다.

그것도 모자라서 인형을 통해 마지막까지 상황을 보고 있던 헤이든을 통해서 간부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당황스럽다 못해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한 자신에게 놀랐다.

속은 것인가 하는 약간의 배신감도 들었었다.

하지만 파피스를 알고 지냈던 시간은 거짓이 아니었다,

......자신이 거짓이 아니었다고 믿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지금 그녀를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 자식들은 한 놈도 살려 두면 안 되는 녀석들이니 섬멸하기 위해 정보를 얻어 낸 뒤에 처리해도 늦지 않는다."

호야의 허리에 매달려 있는 헤이든의 인형이 뱉은 말에 모안이 난감하다는 듯이 볼을 긁었다.

호야가 원하는 것은 그러한 결말이 아닐 텐데 말이다.

"그래, 그럼 크라우스와 같이 메이를 구출할 때 한 명을 포박해. 판별은 너한테 맡길게, 호야."

"네."

일단 시간을 벌어 주었으니 이후에 헤이든을 설득하는 것은 호야가 스스로 해야 할 것이다.

"그럼 이동할......, 에, 엣취! ......아."

콰앙-!

워프를 하기 위해 마법진을 그리던 모안이 재채기를 뱉어 내자 워프의 마법진이 평상시보다 밝게 빛을 내며 셋을 집어삼켰다.

재채기의 여파로 인해서 마법이 제대로 사용이 되지 않은 것인지 워프를 할 좌표는 제대로 찍혔지만 워프를 하기 직전에 그것이 살짝 비틀려 버렸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목적지는 제대로 찾아왔지만 불시착을 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쿨럭, 쿨럭. 에이, 진짜! 촌장님이 무슨 단탈스야? 재채기로 실수하게!"

"하하하하....... 헤헷♪"

"......그거 하지 마, 진짜로."

크라우스가 모안에게 성을 내고 있자 멀리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침입자 발견, 총인원 세 명!"

조금씩 걷히고 있는 먼지구름의 사이로 검은색 로브를 입고 있는 남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사라져 줘야겠어! 겨우 세 명이서 쳐들어온 것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라!"

"......뭐라는 거야?"

"아......, 몰래 들어오기는 누구누구 씨 덕분에 옛날 옛적에 그른 것 같네. 어떻게 할까?"

모안과 크라우스는 젝스의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고 둘이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호야는 그런 둘의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자신의 뒤통수를 긁적일 뿐이었다.

분명히 워프하기 직전까지만 해도 조금은 비장한 분위기였는데......, 재채기의 여파가 너무 컸다.

"......어이, 내 말 무시하지 말라고!"

젝스는 자신을 무시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둘에게 화가 났지만 그 화를 제대로 표출해 내지는 못했다.

"어떻게 하기는 뭘 어떻게 해?"

화르륵-!

모안이 지팡이를 가볍게 휘두르지 젝스를 중심으로 하여 불기둥이 솟아올라 천장을 강타했다.

[지옥 불과도 같은 열기가 공간을 장악했습니다.]

[상태 이상 '화상'에 걸렸습니다.]

[칭호 '땅끝 마을의 주민'의 효과로 인해 저항하였습니다.]

[지옥 불과도 같은 열기가 공간을 장악했습니다.]

[상태 이상 '화상'에 걸렸습니다.]

[칭호 '땅끝 마을의 주민'의 효과로 인해 저항하였습니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이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모안이 손속을 두지 않아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불기둥의 열기만으로 인해서 상태 이상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었다.

이곳에 자신들이 아닌 다른 이가 있었다면 큰 피해를 입고 있었을 것이다.

"아......! 모안! 이거 메이가 있는 곳에는 안 닿는 거죠?"

"걱정하지 마. 메이가 있는 곳에는 전혀 피해가 없으니까 말이야."

모안이 지팡이로 바닥을 찍자 차가운 한기를 실은 바람이 불어와 불기둥을 끄고 열기를 지워 냈다.

불기둥이 사라진 자리에는 바닥과 천장에 탄 자국만이 남아 있을 뿐 젝스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몰래 들어와서 하나씩 스윽 하는 건 그른 것 같으니까 아예 전부 끌어내서 메이의 옆에서 떼어 내야지 뭐."

쾅-! 콰르륵-!

모안의 가벼운 마법의 난사로 인해 복도가 엉망진창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아직도 처리를 못 한 건가?"

모안이 일으키고 있는 소란을 엿들은 마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잠시 조용해졌기에 끝이 났다 싶었는데 다시 폭음이 들려온 것이다.

탐지 마법을 이용하여 확인해 보니 젝스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 대신에 걸린 세 명의 기척, 한 명은 자신과 거의 필적하는 마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힘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꽤나 익숙한 기척이었다.

"퓐프만 남고 드하이와 피아는 따라와라. 아무래도 괴물이 하나 있는 모양이다."

"네."

"알았어요."

"네, 네......."

괴물은 자신이 맡는다고 쳐도 다른 둘을 잡아 놓고 있을 사람이 필요했기에 마인은 드하이와 피아를 동행해 지금도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는 폭음을 향해 갔다.

"역시 너였군."

호야를 눈 안에 담은 마인이 짙게 웃었다.

익숙한 기척이다 싶었는데 역시나.

메이글린을 되찾기 위하여 온 것이겠지만 상당한 양의 마력이 느껴지는 마법사를 제외하면 그 옆에 있는 경갑을 입은 남자는 별 볼 일 없는 지원군이었다.

'응......?'

자신의 마력과 필적하는 마력을 지닌 마법사의 얼굴이 어째서인지 낯이 익었다.

"호야, 저기 있는 셋 중에서 마인이라는 녀석이 저......."

"저 녀석이다!"

모안의 물음에 답한 것은 호야가 아닌 헤이든이었다.

귀엽고 아담한 인형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헤이든의 한마디에 인형을 통해 그의 분노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었다.

이를 갈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 그래. ......호야, 저 사이에 있는 여자가 파피스라는 사람이야?"

"네? 아뇨."

모안의 작은 목소리에 호야가 대답하자 모안이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웃어 보였다.

"그럼 적당히 해 줄 필요가 없겠네."

모안은 억누르고 있던 자신의 마력을 가감 없이 온전히 해방시켰다.

* * *

"흐아아......."

마인이 드하이와 피아를 데리고서 방을 나간 뒤 파피스는 긴장이 풀려 힘없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자신이 마인의 앞을 가로막았을 때 그가 보내오던 싸늘한 눈빛이 아직도 비수가 되어 꽂혀 오고 있는 것만 같다.

갑자기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어릴 적에 마교에 대하여 의문을 품었던 뒤로 오랜 시간이 흘러 처음으로 마교의 의견에 반문을 표했다.

다른 이가 보기에는 자그마한 의견 표현이었지만 파피스에게는 그것이 큰 의지 표명이나 마찬가지였다.

파피스는 뒤에 있는 메이글린을 바라보았다.

메이글린의 처음보다 초췌해진 모습에 자신의 어린 시절이 겹쳐 보였다.

이 아이를 도와준다면 자신의 어린 시절도 구원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저기......, 그......."

파피스가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자 메이글린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메이글린의 떨리는 목소리에는 두려움이 반, 기대감이 반씩 섞여 있었다.

방금 전의 그 위험한 남자와 같은 편이라는 불안감과 자신을 감싸 준 것으로 인한 기대감이었다.

그때 메이글린을 향해 파피스가 양손을 빠르게 뻗었다.

메이글린은 본능적으로 이다음에 일어날 일을 상상하며 눈을 질끈 감았지만 메이글린이 상상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대신에 따듯한 온기가 몸을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용기가 없어서 미안해....... 많이 힘들었지......?"

파피스는 메이글린을 끌어안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녀를 토닥였다.

진심이 느껴지는 온기에 메이글린도 동요하여 파피스를 따라서 닭똥 같은 눈물을 조용히 조금씩 흘려 내었다. 메이글린을 토닥이던 파피스는 메이글린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고서 눈을 마주쳤다.

"도망치자."

파피스는 어린 시절의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하지만 결국 자신에게는 찾아오지 않았던 도움의 손길을 메이글린에게 내밀기로 하였다.

그렇게 해서 메이글린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온다면 자신의 어린 시절도 보답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메이글린은 자신의 어깨를 잡고 있는 파피스의 손에서 미세한 떨림을 느끼고 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