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102화 (102/171)

# 102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5권 4화

4. 건드리지 말았어야 했다(2)

"그런가요....... 마인이......."

-그래, 처리는 모두 우리가 할 테니까 뒷수습만 좀 부탁할게.

"......알았어요."

모안의 연락을 받아 마인에 대한 것과 마교를 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에반은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고는 힘없이 앓는 소리를 뱉었다.

"으아아아......."

마인이 마교, 그것도 간부 중의 간부인 아인스였다니.

전혀 눈치채지 못했었다.

자신의 뒤를 이어 줄 후대의 마탑장으로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마인이 마탑장의 자리를 물려받기 위한 준비를 위해서 오르도에 대한 것을 전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언질은 어느 정도 해 두었지만 말이다.

만약 오르도에 대하여 알게 되고 그 뒤에 있는 마계에 대하여 알게 되었을 때를 상상하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하마터면 크게 잘못된 선택을 할 뻔했다.

"......그래,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에반은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리고서는 진중하게 눈을 반짝였다.

최대한 빠르게 틈이 없이 뒷수습의 준비를 해 놓아야 했다.

모안이 말한 뒷수습이란 마인과 마교에 대한 것을 사람들에게 공표할 준비였다.

마인과 그 외의 처리를 모안이 한다고 해도 그것을 그대로 알릴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 선택도 할 수 없었기에 공개적으로 사람들에게 알릴 스토리가 필요했다.

마인이 마교란 것을 알게 된 과정부터 시작해서 마인과 마교를 처리한 방법까지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마인을 처리한 사람은 자신으로 하면 되었다.

마법의 실력으로 부마탑장의 자리를 갖게 되었던 마인을 힘으로 제압할 만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중에서 가장 납득이 되는 인물은 바로 자신이었다.

그다음으로 생각해야 할 것은 마인이 마교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과정이었다.

지금까지 마교라는 것을 전혀 모르다가 갑자기 그 사실을 알아냈다?

있을 수 있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조그마한 의문도 가지지 않을 더 탄탄한 이야기가 필요했다.

한 가지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에반은 모안과 연락을 주고받던 수정구가 아닌 다른 수정구를 꺼내었고 에반이 상대방에게 연락을 하기도 전에 상대에게서 연락이 와 수정구가 빛을 발했다.

아마 상대방도 마인에 대하여 연락을 받았던 것이겠지.

-에반 님, 이야기는 다 들으셨어요?

"네, 그에 대한 방법 또한 생각해 놨어요."

-말씀하세요.

에반은 아리아에게 자신이 생각했었던 방법에 대하여 말하였다.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지 않을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녀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었으니 말이다.

-과연....... 그러한 것이라면 이브 님도 이름을 빌리는 것을 허락해 주실 거예요.

"그럼 그렇게 부탁드릴게요."

-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한 가지 문제가 남게 돼요.

"......루제로스를 말하는 거죠?"

-네.

마교의 수색은 중앙 신전과 마탑, 루제로스의 세 개의 집단이 이끄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곳에서 루제로스가 전혀 관련이 되지 않았다면 이는 나중에 책임 문제로 번질 수 있었다.

중앙 신전과 마탑이 노력하고 있을 때 루제로스에서는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시선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루제로스에 사실대로 알릴 수도 없었기에 골치가 아팠다.

루제로스의 업적이 필요했다.

-에반, 인원수를 보니까 간부들이 한 명 빼고 다 모여 있는 것 같아. 일단 한 번에 다 처리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준비하고 있어.

그때 모안에게서 다시 연락이 날아왔고 그것을 들은 에반은 한 가지 살짝 위험하지만 좋은 수를 떠올려 냈다.

* * *

마인은 잠에서 깨어난 메이글린에게 계속해서 그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친절을 보이며 말을 걸었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 준 것이다.

아직 어리기는 하나 다른 마족들과 연결해 줄 길이나 마찬가지였다.

친절하게 대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마인의 친절에도 불구하고 메이글린이 그에게서 느끼는 것은 형태 모를 불안감과 두려움뿐이었다.

여기는 도대체 어디야......?

호야 오빠, 무사한 거지......?

제발 나 좀 데리러 와 줘.......

'구해 줘, 호야 오빠!'

마인이 계속 말을 걸어 보아도 메이글린은 말을 더듬으며 그를 피하거나 울먹거릴 뿐이었다.

마인은 메이글린과의 첫 단추를 잘못 채운 것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호야에게 다짜고짜 공격을 가했다.

컨서누와 살벌하게 대련을 펼치던 호야도 그와 다를 바가 없었지만 메이글린은 마인에게서 호야와는 다른 무언가를 느꼈다.

처음 느껴 보는 것이었기에 메이글린은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메이글린이 알지 못하는 그것의 정체는 광기였다.

집착이 가득 담긴 광기가 마인에게서 느껴지고 있던 것이다.

"......그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저도 험한 수단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마인은 자신이 원하는 답을 내놓지 않는 메이글린을 그저 친절하게만 대할 수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자신이 마교에 몸담았던 시간을 보답받기를 원했다.

하지만 자신에게 그 보답을 내어 주어야 할 대상이 이러고 있으니......, 마인은 메이글린이 자신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하게 하기 위해서 강경 수단을 써야 할 필요를 느꼈다.

"저희 왔습니다."

"그래서 마족은 어디에 있나요?"

"안녕하십니까!"

그때 마교의 간부인 드하이와 피아, 젝스가 아지트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절묘한 타이밍으로 인해서 메이글린에게 뻗어지려던 마인의 손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마족님은 어디에 있나요?!"

제일 앞장서서 들어온 젝스가 과장되게 주변을 휙휙 둘러보며 말했다.

들어오자마자 메이글린을 봤었겠지만 메이글린에게서 마기가 느껴지지 않아서 한 행동이었다.

"아인스 님, 마족은 어디에......?"

이어서 들어온 드하이의 물음에 마인은 눈으로 메이글린을 가리켰다.

그러자 질문을 했던 드하이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미간을 찡그렸다.

피아와 젝스의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농담이 너무 재미없네요. 그래서 진짜 마족님은 어디에 있나요? 숨어 계시지 말고 나와 주세요!"

"농담이 아니다, 젝스."

"......아인스 님, 그 소녀한테서는 마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마기가 조금도 흘러나오지 않는 어린 소녀를 마족이라고 말하니 그들은 한 번에 믿을 수 없었다.

"너희들이 믿지 못하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내가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해 너희들을 불렀을 것 같나?"

"......그건 아니죠."

마인은 자신이 보고 느꼈던 것을 세 명에게 설명했다.

마인의 단언에 그들은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메이글린이 마족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럼 드디어입니까?!"

"그래, 그러니 지금은 모두 쉬면서 준비를 해 놓도록 해라. 과거처럼 마족의 힘을 빌릴 수만 있다면 예전처럼 수면의 위를 당당히 활보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과거와 다르게 그 '괴물'이 없으니 마교의 선대들과 똑같은 레일을 달리게 될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선 눈앞에 있는 마족 소녀에게서 무엇이든지 정보를 빼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마인은 셋을 물린 뒤에 메이글린을 몰아붙였다.

"자, 지금 마족분들이 어디서 살고 계시는지 말씀해 주시죠."

아까부터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었지만 메이글린은 입을 열고 있지 않았다.

어린아이가 이런 상황에서 말을 아끼다니, 마족은 마족이라고 마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마인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달랐다.

메이글린은 그저 그의 질문의 답을 알고 있지 못하는 것뿐이었다.

자신이 사는 곳의 이름이 마계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곳이 정확히 어딘지 메이글린은 모른다.

마계에서 오르도에 갔을 때와 오르도를 나와 다른 도시로 향했을 때에는 온전히 모안의 워프의 도움을 받아 움직였었다.

그러니 대답하고 싶어도 대답하지 못한다.

무서워서 입이 잘 움직이지 않는 것도 있었지만 말이다.

"......."

옆에서 마인과 메이글린을 바라보고 있는 파피스는 가만히 있는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졌다.

메이글린이 느끼고 있을 두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면서, 누군가가 자신을 도와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가만히 있는 자신이 한심했다.

이미 부모님으로부터 폭력을 통해서 몸에 박혀 버린 마교에 대한 두려움은 그녀의 행동을 막고 있었다.

'저 어린 소녀가 불쌍하지도 않아? 도와줘야지!'

'하지만 그러면 저 소녀의 자리에 네가 있는 미래가 펼쳐질 거야. 아인스는 너를 몰아붙이겠지. 왜 그런 짓을 했냐고 말이야!'

'너도 비슷한 경험을 해 봐서 알고 있잖아! 누구도 아닌 너만이 지금 저 소녀를 도와줄 수 있어!'

'알고 있으니까 가만히 있어! 어릴 적 일을 다시 경험하고 싶은 거야?'

머릿속에서 천사와 악마가 말싸움을 벌이는 것만 같았다.

정반대의 생각들이 계속해서 자신이 옳다고 서로 주장을 하고 있었다.

"후우, 할 수 없지. 조금 더 험한 꼴을 보여 줘야겠구나."

"제, 제발....... 흐윽......."

파피스의 머릿속에서 치열한 싸움이 펼쳐지고 있던 때에 마인이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말해 왔다.

그리고 그것과 거의 동시에 파피스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던 싸움의 승자가 정해졌다.

"음? 지금 뭐 하는 건가, 퓐프."

"그, 그게......."

파피스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자 마인이 언짢은 목소리로 물어왔다.

마인을 가로막은 파피스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 마족분들도 본인들의 아이가 험한 꼴을 당하게 되면...... 저희들을 좋게 보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건 걱정하지 마라. 마족은 약육강식을 지향하시는 분들이다. 자신이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라고 해도 훈련이라며 몬스터들의 무리에 던져 넣지."

이전 시대의 마족들은 확실히 약육강식을 지향하고 있었다.

약하면 죽는 것이 당연하고 강자는 숭배받아야 마땅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들이었다.

하지만 헤이든이 마왕의 자리에 오른 지금에서는 그것도 다 옛날이야기였다.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들 모두가 마족과 멀어지게 하고 있다는 것을 마인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와서 멈춘다고 해도 이미 선을 넘어 버렸지만 말이다.

"그러니 비켜라."

"하, 하지만 그것은 벌써 200년도 넘은 옛날의 기록이잖아요. 지금 마족분들이 어떤 것을 지향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어요......."

"......쯧."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마인은 목표에 거의 다 다가와서 자신을 저지하고 있는 파피스를 이해할 수 없었다.

콰앙-!

그때 저 멀리서 큰 폭음이 들려왔다.

지금 그들이 있는 이 아지트에는 폭발할 만한 물건은 없었다.

'폭발이라....... 드하이인가?'

"마인 님, 방금 그 소리는?"

마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폭음이 들려온 직후 마인의 앞에 드하이와 피아, 젝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침입자가 생긴 모양이군."

이곳을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이지?

단순한 우연인가?

둘 중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침입자를 격퇴할 필요가 있었다.

"네! 네! 제가 보고 오겠습니다!"

팔을 들어서 붕붕 흔들며 자신의 의지를 표현한 젝스는 마인의 대답도 듣지 않고 곧장 폭음이 들려왔던 장소로 달려갔다.

"침입자 발견, 총인원 세 명!"

갈색 로브를 입은 남자와 움직이기 편하도록 촌으로 된 옷의 위로 간단하게 경갑만을 장착한 남자, 그리고 솜사탕 같은 하늘색의 머리가 특징인 여자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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