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랭킹 1위는 마을사람-98화 (98/171)

# 98

랭킹 1위는 마을사람

- 4권 24화

24.마족 소녀 메이글린(3)

[킹: 아이들이 놀만한 사람이 많은 곳......? 그런 곳은 왜 물어보시는 거예요?]

킹은 호야의 질문에 의문을 표했다.

역시 갑자기 그런 질문을 하면 이런 반응을 보이겠지.......

사실대로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었기에 호야는 퀘스트로 인해 마을 사람의 아이를 잠시 맡게 되어서 아이와 놀아주고 싶다고 얼버무렸다.

[킹: 네! 네! 네에! 그런 거라면 제가 잘 알고 있죠! 아예 안내까지 해드릴까요?!]

[호야: 아니,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는데.]

[킹: 사양 마시고!]

만약 호야가 자신의 제의를 받아들여준다면 이게 얼마 만에 마주하는 것인가.

킹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뮤란과 피온하고 약속한 사냥 일정이 있었지만 그들도 요즘 쉬고 싶어 했으니 이참에 쉬자고 하면 불만은 없을 것이었다.

'잠깐만.......'

킹의 권유를 거절하려던 호야의 머릿속에 문득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메이글린은 사람과 만나고 싶어 하고 있는 것 같으니 마족이란 사실만 들키지 않게 조심하면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같이 다니는 사람이 많을수록 좋지 않을까.

"메이, 오빠 친구들이 메이랑 같이 놀고 싶다고 하는데 괜찮아?"

"네, 네? 으음......."

메이글린은 호야의 질문에 작게 고민하였다.

헤이든은 자신에게 많은 것을 접해보라고 했었다.

그것에는 처음 보는 이들과 만나보는 것도 그것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처음 보는 이들과 같이 행동하는 것은 부담이 되기는 했지만 호야의 친구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야 오빠의 친구라면 괜찮아요!"

메이글린의 동의를 받았으니 이제 모안에게 그래도 괜찮은지를 확인 받을 차례였다.

모안은 호야의 질문에 마족이란 것이 알려지지 않도록 주의만 한다면 괜찮다는 대답을 내주었다.

모안에게 긍정의 대답을 받은 호야는 그녀의 도움을 받아서 메이글린과 함께 킹이 말해준 바텐쿠아로 이동했다.

* * *

이니티움에는 여러 종류의 플레이어들이 존재한다.

그중에서 현실에서는 가지 못하는 세계로의 여행을 꿈꾸며 이니티움을 플레이하는 흔히 말하는 관광 플레이어가 한 번씩은 꼭 거쳐 가는 곳이 존재했다.

물의 도시 바텐쿠아.

동쪽 바다의 옆에 자리 잡은 이 도시는 바다와 맞닿아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하얀색의 높은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성벽 뒤로는 바닷물로 이루어진 깊은 운하가 흐르고 있었고 마을 안쪽으로도 물길이 나 있어 작은 배를 타고서 어느 곳이든지 이동이 가능했다.

도시 안에는 각종 휴양시설이 갖추어져 있었고 거리 곳곳에는 축제라도 일어난 것 같이 작은 게임을 하는 노점들이 항상 자리를 잡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에는 버스킹처럼 공연을 하여 골드를 버는 플레이어들도 존재했다.

볼 것과 즐길 거리가 많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한 번씩은 꼭 들려야 할 휴양지로서 알려져 있었지만, 호야는 처음 오는 곳이었다.

이예숙이 한번쯤은 가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곳이었지만 이예숙의 시간이 맞지 않아서 여태까지 올 기회가 없었다.

그곳을 이번 기회에 오게 된 것이다.

그것도 꽤 대인원으로 말이다.

5명밖에 되지 않았지만 호야에게는 충분히 대인원이었다.

"안녕하세요, 형님!"

"어? 어어......."

오랜만에 호야를 만난 킹이 그에게 활기차게 인사를 해왔지만 가면으로 가려진 그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피온, 호야의 시선은 그녀를 향해 있었다.

'와....... 세상 참 좁다더니.......'

리포른 이후 피온을 처음으로 만난 호야는 지금 그녀의 얼굴에서 제주도의 미로나라에서 부딪혔던 여학생의 얼굴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때는 본 적이 없다고 결론을 내렸었다.

하지만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하다고 느껴졌던 것이 착각이 아니었다.

설마 이니티움에서 만났던 사람을 현실에서 우연히 마주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상상은 해도 실제로 일어날 것이라고 그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잠깐, 설마 이번에도 알아보는 건가......?'

제주도에서의 일을 기억해내자 그녀가 자신에게 어디선가 본 적이 없냐고 물어본 것도 같이 생각이 났다.

설마 이번에도 알아보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 생각에 호야가 긴장하며 침을 삼켰지만 피온이 그를 다시 알아보는 일은 생겨나지 않았다.

"형님? 어디 몸이라도 안 좋으세요?"

"어? 아니, 완전 멀쩡해."

피온에 대한 생각으로 잠시 정신을 다른 곳에 두고 있던 것이 킹에게는 몸이 안 좋아서 멍을 때린 것처럼 보인 모양이다.

몸 자체는 현실에 있고 캐릭터를 머리로 움직이는 것이지만 머리도 자신의 몸이 아프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니 현실에서 몸이 좋지 않으면 게임 속에서도 그것이 살짝 투영된다.

"호야 오빠, 어디 아파요?"

킹의 물음에 호야의 뒤에 살짝 숨어 있던 메이글린이 호야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호야가 괜찮다는 말과 함께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그제야 안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 아이가 맡게 되었다는 아이에요?"

호야의 뒤에 숨어 있다가 살짝 고개를 내민 메이글린에게 킹이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안녕? 내 이름은 킹이야. 우리 친구는 이름이 어떻게 돼?"

"메, 메이글린이에요. 메이라고 불러주세요......."

처음 오르도에 올라왔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메이글린은 킹과 낯가림을 하고 있었다.

킹이 인사를 하며 내민 손을 빤히 쳐다보던 메이글린은 호야의 뒤에서 조심스레 손만을 내밀어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메이글린이 계속 이 상태라면 같이 움직이기 힘들 것 같아 호야는 메이글린을 살짝 다독이고 그녀를 자신의 앞에 세웠다.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이내 벽이 허물어졌는지 킹과 맞잡은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그 모습을 지긋이 쳐다보던 킹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메이, 나도 오빠라고 불러주지 않을래?"

"경비병 아저씨! 여기에요!"

킹의 말을 듣고서 뮤란이 장난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그 뒤에 뮤란의 소리를 듣고서 정말로 경비병이 다가온 것은 예상치 못한 해프닝이었다.

* * *

킹은 노련한 행동과 말솜씨로 금세 메이글린과 친해질 수 있었다.

지금도 메이글린은 호야의 손이 아닌 킹의 손을 잡고서 거리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잘하네......."

킹은 아이들이 흥미를 보이는 말과 대화법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혹시 친화력 스탯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킹의 친화력은 장난이 아니었다.

아이를 대하는 것이 꽤나 익숙한 것처럼 느껴졌다.

"쟤 봉사 점수를 전부 고아원에 가서 채웠거든요."

형님에 대하여 로망을 가지고 있던 킹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에게 부모 같은 형님, 오빠가 되어주고자 하여 반드시 한 달에 두 번씩은 고아원으로 봉사를 나가고 있었다.

대외적인 이미지와 봉사 점수를 겸해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그것이 의외로 자신의 적성에 맞았기에 지금에 와서는 봉사를 꽤나 즐겁게 하고 있다는 것이 뮤란의 말이었다.

"쟤 때문에 제가 얼마나 끌려 다녔는지....... 어휴."

말은 그렇게 하고 있었지만 뮤란도 딱히 킹과 함께 봉사를 가는 것이 싫지는 않았다.

굳이 고르자면 좋아하는 편이었다.

"메이! 우선 바다를 보러가자! 전방을 향해 돌진!"

"돌진-!"

"돌진은 무슨 돌진!"

"크헉! 야! 숨 막혀!"

메이글린의 손을 잡고서 인파 속을 달려 나가려던 것을 뮤란의 그의 목덜미를 잡아서 멈춰 세웠다.

그 반동으로 인해서 넘어질 뻔한 메이글린은 호야가 옆에서 잡아주었다.

"메이는 네가 맡은 아이가 아니라 호야 님이 맡은 아이야. 떨어지려고 하면 어떡하니?"

"아하하하....... 미안."

결국 메이는 다시 호야의 손을 잡고서 이동하게 되었다.

바텐쿠아의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메이는 여러 사람들을 보고 여러 가지를 느끼고 경험할 수 있었다.

노점에서 처음 보는 먹을 것을 사먹어 보기도 하고 광장에서 자신의 앞에 상자 하나씩을 놓고 스킬을 이용해 버스킹처럼 공연을 하는 이들도 보았다.

그들의 앞에 놓여 있는 상자는 골드를 받기위해 놓인 상자였다.

저 상자를 이용하면 개인 거래를 할 필요 없이 상자의 주인에게 바로 골드를 줄 수 있었다.

메이글린이 해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기에 호야가 메이글린에게 골드를 건네주었다.

호야에게 골드를 받은 메이글린은 플레이어의 앞에 놓여 있는 상자에 골드를 넣고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로 호야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 후 그들은 물길을 돌아다니는 배에 몸을 실어 바다에 도착했다.

바다를 본 메이글린의 눈은 여느 때보다 크게 반짝이며 빛나고 있었다.

푸른색의 하늘과 마찬가지로 바다는 마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끝없이 펼쳐진 끝을 가늠하기 힘든 커다란 호수를 메이글린은 처음으로 보는 것이었다.

메이글린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괜스레 4명의 기분도 좋아졌다.

"메이 대원! 신발을 벗도록 한다. 실시!"

"실시-!"

"그럼 바다를 향해 돌......! 아아......!"

잔뜩 신이 나있던 킹이 과장된 말을 내뱉다가 갑자기 힘을 쭉 빼며 바닥에 무릎부터 털썩 주저앉았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도련님, 이제 나갈 준비를 하셔야 돼요.

킹의 시야 한구석에서는 노란색 종 모양의 마크가 진동을 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누군가 캡슐에 붙어 있는 호출 버튼을 눌렀다는 표시였다.

그리고 그것이 킹을 현실로 이끌어주고 있었다.

가정부가 그에게 약속 시간이 다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 당장 접속을 종료해 나갈 준비를 해야 했다.

그것은 뮤란과 피온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오늘 약속 나중으로 미루면 안 될까?"

"그게 될 것 같아? 우리 셋 말고 다른 애들도 있잖아."

같은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셋은 학교에서 조별 과제를 받은 상태였다.

피온은 둘과는 반이 다르기는 했지만 2반씩 묶어서 하는 합동 수업이었기에 둘과 같은 조에 속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조별 과제의 회의와 자료 수집을 위해 모이기로 약속을 한 날이었다.

같은 조가 피온과 뮤란 뿐이었다면 킹이 어떻게든 설득하여 뒤로 미루었겠지만 조원은 둘을 제외하고도 3명이 더 있었기에 안 될 말이었다.

-도련님?

-흐윽....... 알았어요.

킹은 계속 들려오는 가정부의 목소리에 답을 하고서 아쉬움이 잔뜩 남아 있는 얼굴로 호야에게 작별을 고했고 피온과 뮤란도 뒤를 따라서 로그아웃했다.

갑작스럽게 둘만이 되어버렸지만 메이글린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는 듯이 눈을 반짝이며 호야에게 바다에 들어가 봐도 되냐고 물어왔다.

호야는 만일에 대비하여 깊이 들어가지 않고 발만 담그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서 메이글린과 같이 바닷물에 발을 들였다.

"호야 오빠, 가방 좀 맡아주실 수 있어요? 젖으면 안 되는 건데 저는 키가 작아서 계속 물이 닿으려고 해요."

"그래, 알았어."

호야에게 가방을 맡긴 메이글린은 치마 자락이 젖을 만큼 발을 찰방거리며 바닷속을 뛰어다녔다.

다행히도 호야와의 약속대로 깊이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있는 듯했다.

"좋아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군."

"그러게요. ......어?"

호야가 살짝 앞쪽에서 물놀이를 하는 메이글린을 바라보고 있자 가까운 곳에서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은 메이글린이 호야에게 건네준 가방 쪽이었다.

가방을 향해 시선을 내리자 호야는 고개를 올려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검은 머리의 인형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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